병원.여미령을 품에 안은 고석근의 온몸에도 피범벅이 되었다. 여미령의 치마는 이미 빨간 피로 흠뻑 적셔져 있었다. 해성 시에서 제일 권위가 높은 남자의 난처한 상황은 바로 지금일 것이다. 그의 발걸음도 모두 심하게 꼬였다.수술실 밖. 하서관이 손을 내밀었다.“고 대표님. 빨리 미령이를 저에게 주세요.”고석근은 그제야 여미령을 천천히 침대에 눕혔다.하서관이 하얀 마스크를 끼고 말했다.“당장 수술할 준비를 해주세요.”“네. 하 선생님.”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달려들어갔다. 하서관도 들어가려고 했지만 누군가에 의해 제지당했다.고석근의 길고 하얀 손가락에도 피로 얼룩졌다.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입술을 움찔거렸다. 그는 목구멍에서 겨우 쉰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을 거야, 맞지?”그는 장담을 할 수 없어 확신을 받고 싶었다.하서관이 말했다.“고 대표님,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응.”고석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다시 천천히 목소리를 짜냈다.“나에게는 미령이가 없으면 안 돼. 그러니까 부탁해.”하서관의 눈에는 놀란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고석근은 어떤 사람이던가. 그는.... 작은 공주를 위해 부탁한다는 말을 하다니. 라는 표정이었다.“네.”하서근은 빠른 속도로 수술실에 들어갔다.팍 하는 소리와 함께 수술실 문이 닫히고 불이 켜졌다.고석근은 수술실 문 앞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의 몸이 벽을 타고 흘러내려왔다. 해성의 제일 갑부가 그대로 바닥에 앉아 머리를 벽에 박았다. 그는 고개를 들고 공허한 눈으로 병원 복도의 천장을 쳐다보았다.그때 온람이 휠체어를 밀고 다가왔다. 온람은 수술 중이라는 불이 켜진 곳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석근아, 여... 여미령이 진짜 임신을 했어?”고석근은 조금 전과 같은 자세로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네. 하지만 이제 아이는 없어요. 어머니께서 드디어 만족하시겠네요.”“나.... 나는 여미령이 임신한 것을 몰랐어. 어떻게 임신을
여미령은 입을 벌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그녀가 처음으로 한 말이다.“우리 오빠.... 진짜.... 죽었어?”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죽였냐고 물었다.고석근은 땅을 쳐다보았다. 그는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현장에서는 아무 사람도 찾지 못했어. 하지만 많은 피가 발견되었지. DNA 검사 결과 너의 오빠가.... 맞아.”아.그녀는 자신의 오빠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미령아, 내가 형님을 찾고 있어. 뭐라도 먹어야 되지. 네가 먹지 않아도 우리 아기는 먹어야 돼. 아이가 아주 강하게 크고 있대. 아무리 큰 시련이 와도 아기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너도 우리 아기를 포기하면 안 돼. 알겠지?”창백한 그녀의 얼굴에서 실핏줄까지 훤히 보였다.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만 조금씩 벌리며 고석근이 주는 죽을 먹었다.죽을 절반 거의 먹은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배불러, 먹고싶지 않아.”고석근은 휴지로 그녀의 입가를 조심스럽게 닦았다.“그래. 누워서 좀 쉬어.”“우리 오빠 가기 전에 무슨 물건을 나에게 보내지 않았어?”여미령이 물었다.온람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오빠 손에는 고 씨 가문의 비밀 서류가 있다고 했다.최근에 병원에만 있은 고석근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여미령이 물어보았으니 그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내가 알아볼게.”전화는 저택으로 걸려졌다. 하녀가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사모님께 앞으로 온 택배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대표님 앞으로 오신 택배를 받아두었습니다.”오빠는 여미령이 아닌 고석근의 앞으로 택배를 보냈다.고석근은 여미령은 힐끗 쳐다보았다.“지금 택배를 병원으로 보내.”“네. 대표님.”하녀는 바로 병원으로 도착해 택배를 건넸다.“대표님, 여기 태표님께서 말씀하신 택배입니다.”고석근은 택배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비밀문서에 밀봉되어 있는 서류에 작은 쪽지가 적혀있었다. 쪽지는 소성이 친필로 쓴 말이 있었다.“우리 오빠가 뭐라고 썼어?”여미
여미령은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당혹스러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뭐가 괜찮아? 내가 괜찮지 않아으면 좋겠어?”고석근의 텅 비었던 가슴에 환희가 차올랐다. 여미령이 완전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그녀와 그, 그리고 그들의 아기.“미령아, 오빠는...”고석근은 여미령에게 여명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우리 오빠?”여미령은 고석근의 옷을 잡으며 물었다.“우리 오빠에 관해 새로운 소식이 있어? 10년 전에 사라진 이후로 아무런 소식도 없어. 다른 사람들은 우리 오빠가 죽었다고 하지만 나는 우리 오빠가 아직 살아있을 거라고 믿어!”고석근은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가 뭐라고 하는 거지?여미령은 여명에 관해 일어난 최근의 모든 일들을 모두 까맣게 잊어버린 듯했다.“미령아, 너 소성이라는 사람 알아?”고석근이 물었다.“소성? 몰라, 누구야?”여미령이 고개를 저었다.고석근의 가슴은 완전히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녀가 소성을 완전히 잊었다.소성은 그의 오빠이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소성을 잊어버렸을까?여미령이 점점 이상해졌다.“나 배고파. 우리 밥부터 먹자.”고석근은 여미령과 함께 밥을 먹은 후, 침실로 향했다. 여미령은 샤워를 하러 갔다.고석근은 휴대폰을 들어 하서관의 번호를 입력했다.연결된 휴대폰에서 하서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고 대표님, 미령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고석근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미령이가 최근에 발생한 모든 일들을 잊었어. 소성이라는 사람도 기억을 못해. 기억상실증인 것 같아.”하서관은 잠시 멈칫했다.고석근은 굳게 닫힌 욕실을 쳐다보았다. “소성에 관한 기억은 그녀에게 매운 고통스러운 경험일 거야. 잊어버리기로 마음먹은 것 같아. 그러는 것도 좋아....”고석근은 주방에서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과 휘어진 눈웃음을 떠올렸다. 잊고 사는 것도 좋다. 그녀가 행복하다면 그만이다.“고 대표님.”하서관이 고석근의 말을 끊었다.“경과가 좋지 않아요. 미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미령은 자신의 마음속에 균열이 생긴 것 같았다. 그 틈은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박혔다.“내일 나와 함께 병원에 가자. 나 서관이 보고 싶어.”한참 후에야 그녀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그래.”...병원.여미령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간호사는 검사 결과를 고석근에게 건넸다.고석근은 간호사의 손에 쥐어진 검사 결과를 받지 않았다.간호사가 웃으며 말했다.“고 선생님,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사모님과 아기 모두 건강합니다. 아무 문제 없어요.”그 시각 여미령은 병원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두 눈을 깜빡이는 그녀는 매우 얌전해 보였다.고석근은 손을 뻗어 검사 결과를 받았다.그는 결과는 열심히 정독했다.간호사의 말처럼 여미령은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더욱 차가워졌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바로 제일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고 하서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서관의 손에는 아직 검사 결과가 하나 남아있었다.전화는 빨리 연결되었고 하서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고 대표님.”고석근은 왼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찾으려고 했다. 마음이 복잡할 때 그는 담배를 자주 피웠다.담배와 라이터를 찾지 못한 그는 그제야 자신이 담배를 끊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미령이 임신을 하고 그는 담배를 완전히 끊었다.“여보세요.”고석근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그의 목소리가 아주 느긋하게 들려왔다. 그가 이 나이에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바로 자제력이다.“미령이 마지막 검사 결과 나왔어?”“나왔어요. 제 손에 있어요. 결과는 제가 말한 것과 같아요. 미령이 마음의 병이 폭발했어요.”“어떻게 마음의 병이 생겨? 오빠 때문이야?”“아니요. 미령이 마음의 병은 지금 생긴 것이 아니에요. 오래전부터 있던 거예요.”“뭐라고?”고석근의 잘생긴 얼굴에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하서관은 천천히 설명을 했다.“미령이 마음의 병은
“가까이 다가오지 마, 건드리지 마.... 엄마, 아빠. 나 고석근과 헤어졌어요. 용서해 주세요... 오빠, 나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줘... 제발... 데리고 나가줘...”고석근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긴 머리카락에 파묻었다.“미령아, 이러지 마...”그때, 여미령은 작은 손으로 자신의 배를 만졌다.“아빠, 엄마. 내가 아이를 임신해서 미안해... 미안해, 이 아이가 세상에 오지 말아야 했어. 내가 너무 나밖에 몰랐어... 아빠 엄마, 나 아이 버릴게. 나 아빠 엄마의 착한 딸이 될게. 나를 여기서 구해줘...”여미령은 주먹을 쥐고 자신의 배를 향해 내리쳤다.고석근의 까만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그녀의 주먹 쥔 손을 잡으며 소리를 질렀다.“미령아!”그녀의 주먹을 자신의 손으로 감싼 그는 두 팔로 떨리는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미령아, 이러지 마... 제발.. 이러지 마...”그는 베개에 파묻히지 않은 그녀의 다른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가 아파하고 비굴하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미령아, 제발 우리 아이 다치게 하지 마. 아이는는 잘못하지 않았어... 우리와 함께 이렇게 힘든 곤난을 헤치면서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어. 너는 아이의 엄마잖아. 네가 어떻게 우리의 아기를 버려... 네가 어떻게...”여미령은 온몸의 힘을 다해 버둥거렸다. 그녀는 어디서 생겼는지 모르는 큰 힘으로 그를 밀치고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아빠, 엄마. 어디 있어요. 엉엉. 나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까 제발 구해줘요...”여미령의 힘에 의해 뒤로 밀려난 고석근의 등은 침대에 부딪쳤다. 당장이라도 미칠 것 같은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빨갛게 타올랐다.사랑이 이렇게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그는 그제야 믿게 되었다.고석근은 손을 뻗어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는 주삿바늘이 2개 놓여 있었다. 하서관이 그에게 준 것이다.하서관은 전화기 너머에서 말했다. 주사 2개는 그에게 주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했다.여미령은 홀몸이 아니라
그는 모든 것을 잃고야 마는 벌을 받고 있다.고석근의 입술이 여미령의 작은 손에 머물렀다. 그녀의 작은 손에 입을 맞추며 그녀가 이렇게 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가 그녀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 것을 그녀가 모르게 해달라고 했다. 이제 그녀가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꽂혔다.고석근은 그녀에게 입술 맞추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미령아, 네가 무슨 행동을 하던 나는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어.”...여미령이 드디어 깨어났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그녀는 매일 침대에서 눈을 뜰 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을 뜨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그녀가 사라질까 두려웠던 고석근은 매일같이 그녀의 곁을 지켰다. 그녀가 밥을 먹지 않자 고석근은 매일 새로운 요리를 준비해 먹여주었다. 여미령은 고석근이 떠먹여주는 음식을 모두 받아먹고 모두 토해냈다.매일같이 여미령을 보러 오는 하서관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여미령은 태양을 증오하는 것 같았다. 고석근이 매일 커튼을 열 때마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서 몸을 버둥거렸다. 올해 겨울, 그들은 매일을 암흑 속에서 지냈다. 방은 통풍고 되지 않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의 숨통을 조이는 적막함만이 흐를 뿐이었다.여미령이 아무런 음식도 넘기지 못하자 하서관은 그녀에게 영양제를 투여했다. 이후 고석근이 혼자 링거를 놓는 방법을 배워 여미령에게 영양제를 투여하는 것은 고석근의 일이 되었다.고석근은 어렸을 때부터 강한 아이였다. 어머니가 매일 괴롭혀도 그는 건강하게 잘 자라 주었다.매일 저녁, 여미령은 힘겹게 눈을 떴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그녀가 손을 뻗어 주위를 만졌지만 아무도 없었다.힘겹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는 이불을 젖히고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고석근을 찾고 싶었다.몇 발자국 걸었더니 욕실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욕실 가까이 다가간 그녀가 욕실 문을 열자 고석근이 세면대에서 옷을
“하지만, 하지만 내가 아무리 아파해도 너를 놓아 줄 수가 없어. 너의 손을 한번 놓았으니 다시는 놓고 싶지 않아...”여미령의 작은 어깨가 들썩거렸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었다.“여보, 미안해. 내가 많이 미안해... 나 많이 아프고 힘들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아.”“여보.”고석근은 그녀의 얼굴 곳곳을 빼놓지 않고 입을 맞추었다.“여보, 나와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조금만 버텨줄 순 없어? 우리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아직도 잘 자라고 있어. 만져봐. 응?”고석근은 그녀의 손으로 그녀의 배를 어루만졌다.그가 그녀의 손에 손깍지를 하고 부드럽게 배를 어루만졌다.여미령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고석근은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여보 느껴져? 우리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데. 우리 아기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데... 나 아빠가 되고 싶어. 나는 꼭 좋은 아빠가 될 거야. 내가 많이 아껴줄게...”“네가 아프면 나도 함께 아팠어. 네가 밥을 먹지 않으면 나도 밥을 먹지 않았어... 네가 제대로 자지 못하면 나도 자지 않고 너를 지켰어.... 네가 힘들어할 때면 나도 당장 너와 함께 죽고 싶었어... 이렇게 힘든 시간은 나도 처음이야. 너무 절망적이야...”“하지만, 우린 아직도 살아있잖아... 그러니까 여보, 나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나와 우리 아기 모두 당신이 필요해... 우린 네가 없으면 안 돼...”여미령은 훌쩍이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머릿속이 복잡한 그녀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에게도 죄가 있다.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과 오빠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그녀가 떠나면 홀로 남겨진 고석근은 어떻게 될까?그녀의 배속에 있는 아이는 어떡하지?여미령은 잠꼬대를 하면서 주먹으로 자신의 배를 내리쳤다.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그를 밀쳐냈다. 고석근도 갖고 싶지 않았다. 자기 자신도 구하지 못하는 그녀가 어떻게 다른 사
여미령은 뒷좌석의 문을 열고 앉았다.“부탁드릴게요. 선생님.”고석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엑셀을 밟고 평온하게 운전했다....뒷좌석에 앉아 창문에 기댄 여미령은 자신의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배가 고픈 것이었다.작은 손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녀의 곁에 작은 도시락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가 도시락을 보고 눈을 반짝거렸다.그때, 그녀의 귓가에 남자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웃음기도 조금 섞여있는 것 같았다.“먹고 싶어?”“응.”그녀가 고개를 끄덕거렸다.“먹어도 좋아.”“정말요? 고맙습니다.”여미령은 도시락 통의 뚜껑을 열었다. 도시락통 안에는 샌드위가 있었다. 얇게 슬라이스 한 소고기와 계란. 그리고 따뜻한 우유와 2개의 초밥. 방울 토마토와 유자가 가지런하게 있었다.매우 풍성한 도시락이었다.여미령은 샌드위치를 들어 한입 베어 물었다.그녀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고석근은 백미러로 그녀가 아침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고 매우 우아한 자태로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손가락에 묻은 샌드위치 소스를 혀로 핥는 모습이 작은 고양이 같았다.고석근의 준수한 얼굴과 눈빛에는 그녀에 대한 총애로 가득했다. 그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이 무섭지도 않아? 내가 약이라도 탔으면 어떻게 해?”여미령은 그제야 음식을 먹지 않고 운전석에 앉은 고석근을 쳐다보았다.검은색 목폴라에 네이비 코트를 입은 그의 모습은 숨 막히게 멋있었다.여미령은 그의 모습에 단단히 반해버렸다. 그때 그가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남자가 여자에게 먹이는 약 몰라? 이 차는 남자들의 로망이야. 그리고 너도 너무 예쁘네.”그가 예쁘다고 말하며 그녀의 몸을 훑었다.여미령은 몸에서 피가 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너, 너, 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나 나, 나...”너와 나만 반복하는 그녀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