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밖으로 나아서 성연과 무진은 차에 올랐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무진은 화가 났지만 성연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성연이 이렇게 한 것도 자신들을 위해서일 뿐이야.’‘더군다나 지금 성연은 안진검을 잡기 위해서 온몸으로 위험을 무릅썼어.’‘그러나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오늘은 마침 내가 왔지만, 만약 내가 오지 않았다면?’‘성연이는 어떻게 되었을까?’무진은 자신이 없어서 성연이 안진검의 손에 떨어지거나, MS가문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안진검 그자는 척 봐도 악랄하고 잔인한 놈이야.’잠시 생각하던 무진은 더없이 두려웠다.‘내 안위는 상관없지만, 성연의 안위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성연은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문 모습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이 먼저 말했다.“안진검에게 모혜정이라는 약혼녀가 있어요. 이전에 모혜정이 나와 안진검의 관계를 오해했기에, 나는 단지 이 일을 똑똑히 설명하려고 여기에 왔는데 뜻밖에도 안진검이 진짜 모습을 드러냈어요.”무진은 성연처럼 총명한 사람이 이전에 안진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게 믿기지 않았다.게다가 안진검의 진면목을 알게 된 뒤라서 성연은 단순하게 해명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말해도 무진은 믿지 않았다.무진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성연아, 너 자신에게 물어봐, 네 해명이 믿기는지?”성연은 자신이 처음에 했던 생각을 말할 수가 없었다.‘이번에는 확실히 경계심을 늦췄다가 하마터면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뻔했어.’‘만약 이번 무진씨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안진검과 싸우다 함께 죽었을 거야.’‘다행히도 무진 씨가 왔어.’그러나 성연은 무진에게 감히 말하지 못했다.자신이 너무 무모해서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무진 씨...”“성연아, 잘 생각한 다음에 다시 내게 말해. 나는 네가 그저 핑계를 대는 걸 원하지 않아.”입을 열려고 하던 성연은 무진의 말을
해가 기울어지며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고개를 숙인 황금 빛 논자락이 오랜 역사를 품은 이 시골 마을에 색채감을 더하고 있다.마침 하교 시간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길을 따라 늘어선 교복 차림의 아이들로 소란스러웠다.책가방을 손에 든 송성연이 아이들 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다소 나른한 듯한 표정에 몸을 더 작아 보이게 하는 헐거운 교복, 개성을 드러내는 길이가 다른 바지자락. 개구장이처럼 묶은 포니테일의 머리가 발걸음에 따라 흔들거리며,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얼굴이 더욱 시선을 끌게 한다.길가 느티나무 아래 앉아 더위를 식히던 할아버지가 성연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성연이 학교 다녀오는 거냐?”“네. 학교 다녀왔어요.”성연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주머니에서 초콜릿 한 알을 꺼내 건넸다.“새로 나온 맛이에요. 드셔 보세요. 무척 달아요.”“그래.”‘허허’웃으며 받은 할아버지는 잠시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참, 네 아버지가 또 왔었다. 너를 도시에서 지내게 하려고 데리러 온 걸게야.”그 말을 듣던 성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며, 어두워진 눈동자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집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고급스러운 벤츠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하…… 그렇다면 좋겠네요!”성연의 입가에 한 줄기 조소가 걸렸다.성연의 부모는 어렸을 때 이미 이혼했다. 3개월도 안 되어 새가정을 꾸린 아버지는 그녀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도 데려왔다.계모는 그녀를 키울 수 없다며 집에서 쫓아냈다.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성연의 친엄마 역시 그녀를 키우려 하지 않았다.결국 성연을 불쌍하게 생각한 외할머니가 데려와 여태까지 키웠다.하지만 몇 달 전 외할머니가 돌아 가시자, 할 수 없이 엄마가 성연을 떠맡았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하려 안달이 난 엄마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녀를 아버지에게 버릴 생각인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아버지 역시 성연을 키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성연이 막 집 입
남자는 거의 1미터 90에 육박하는 키와 체중이었다.묵직한 체중에 눌린 성연이 지탱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넘어졌다.“윽, 아파!”성연에게서 숨이 터져 나왔다.등이 바닥에 완전히 닿을 정도로 넘어진 데다 위에서 누르고 있는 남자때문에 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이중으로 전해지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그러다 성연은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심하게 잘 생긴 이목구비는 성별이 모호할 만큼 정교해서 천사와 요괴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 길게 뻗은 속눈썹과 살짝 치켜 올라간 눈꼬리. 반듯한 미간을 쓸어 올리니 정신을 잃고 있는 와중에도 냉랭한 포스가 배어 나온다.꽉 다문 얇은 입술은 서늘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고, 도자기 같은 피부는 병적일만큼 창백해 보였다.그때,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남자의 이마 위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약하고 가쁜 호흡이 그녀의 얼굴 위에 뿌려졌다.몹시 초조해진 성연이 속으로 생각했다.‘아니, 이게 다 뭐람?’그러나 남자가 이미 몸을 누르고 있는 이상,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젖 먹던 힘까지 짜내 간신히 일어난 성연은 남자를 끌며 근처의 폐창고로 갔다.이 폐창고는 평소 달리 오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 성연이 망설이지 않고 피로 물든 비싼 양복과 셔츠를 재빨리 풀어헤쳤다.상처가 드러났다!복부에 위치한 새끼손가락 길이의 상처는 칼에 찔린 자상이었다. 흘린 피의 양을 봤을 때, 확실히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다.이 상황이라면 병원에 보내는 게 맞겠지만, 이 작은 마을엔 제대로 된 병원이라고는 없었다.유일하게 진료하는 보건소에서도 이 상처를 제대로 처치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성연에게는 이 정도 상처 치료쯤 일도 아니었다. 성연은 손을 재게 놀리며 책가방을 열고 안에서 잡다한 병이랑 용기들을 꺼내었다. 남자의 상처를 깨끗이 씻고 소독한 다음 지혈을 시키고, 약을 발랐다!치료하는 모든 과정들이 아주 깔끔한 것이 매우 숙련되어 보였다.모든 처치를 끝낸 성연은 다
반쯤 눈을 뜬 채 생각하던 강무진은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이 기억나기 시작했다.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적의 흉계에 걸려 이 작은 마을까지 오게 되었다.당시 골목에서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를 만나 구조를 요청했었다.결국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의식을 잃었고!“목숨은 건졌나 보군!”고요한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임무 중 상대의 계략에 빠졌던 것은 팀 내의 스파이가 적에게 정보를 팔아먹었기 때문이다.기억을 떠올리던 강무진의 얼굴이 살기를 띠고 있었다. 그는 손목시계의 버튼을 눌러 구조 신호를 보냈다.약 20분 뒤, 창고 밖에서 일사불란한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곧이어 검은 옷의 한 무리가 우르르 들어왔다.강무진을 본 수석비서 손건호는 다소 감정이 격해지면서 바짝 긴장했다.“보스, 괜찮으십니까? 제가 애들을 데리고 보스를 한참 찾고 있었습니다! 보스 상처는 어떻습니까?”“괜찮아, 이미 처치했어!”잔뜩 잠긴 음성은 무심한 듯 냉담함이 배어 있는 어조였다. 미간에는 타고난 위압감이 잔뜩 서려 있었다.그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자, 상태를 살표보고 있던 손건호가 얼른 부축했다.강무진의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창백했던 얼굴에 혈색도 약간 돌아와 있었다.“보스, 보스 상처는…… 누가 처치했습니까?”손건호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강씨 집안 후계자 강무진은 오랫동안 수면장애를 앓아 왔다. 집안에서는 세계 명의들은 모두 찾아 모셔왔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부상을 당한 강무진이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상처로 인해 반 송장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차였다.그런데 이렇게 기운이 생생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질문을 받은 무진도 잠시 멍하다가 곧바로 기억을 되살렸다. 정신을 잃기 직전, 희미한 약 냄새를 맡았던 같았다. 그러다가 바로 의식을 잃었고.막 대답하려던 그는 ‘어'하는 손건호의 음성을 들었다.“이건 뭐지?”그리고 허리를 굽힌 손건호가 건초 더미에서 향낭을 하나 집어 올렸다.은은한 약향이
당시에는 나이가 어려서 쫓겨나도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다 자란 지금은 다르다.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성연의 말을 들은 송종철은 순간 화가 치밀었다.“너…… 너는 정말 싹수가 없구나!”성연은 그 말에도 아랑곳없이 몸을 돌려 자신의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트렁크를 끌고 집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제 방은 어디예요? 피곤해서 좀 쉬고 싶네요!”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송종철은 이 큰딸이 더 싫어졌다.그런데도 데려왔다. 그리고…… 지금 송씨 집안은 성연을 이용해 위기를 넘겨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에서 마스크 팩을 쓴 채 피부관리를 하고 있는 계모 임수정과 피아노를 치고 있는 의붓 여동생 송아연이 눈에 들어왔다.이 두 모녀는 예쁘장한 외모가 무척 닮았다.특히 송아연은 상큼한 얼굴에 어릴 때부터 받은 교육 덕택에 고상한 분위기를 지녔다.작은딸을 보는 송종철의 눈에 자랑스러운 빛이 가득했다.성연을 돌아보니, 낡아빠진 교복을 입고 온몸에 말로 표현 안되는 거친 기운이 넘실거렸다. 건들건들 책가방을 들고 저쪽에 서 있는 폼이 아주 비딱해 보였다.둘을 비교해 보려던 송종철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앞에 걸어가던 성연의 뒤에서 송종철이 소리쳤다.“나 왔어.” “아빠, 오셨어요?”건반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멈춘 송아연이 먼저 반가운 기색으로 고개를 들었다.임수정 역시 돌아보며 말했다.“어떻게 이제 왔어요? 나는 당신이 또 진미선 그 여자를 못 잊어서 못 오나 했는데…….”말을 막 끝내며 돌아보던 그녀의 눈에 뒤편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성연이 보였다. 순간 표정이 돌변한 임수정이 손으로 마스크 팩을 뜯어내며 노발대발했다.“송종철, 당신 무슨 짓이야? 내가 말했지? 데려오면 안 된다고. 당신 뭐 때문에 얠 데려온 거야? 우리집에 얘가 들어와도 된다고 생각해?”눈살을 찌푸린 송아연도 일어서며 불만스럽게 말했다.“그래요, 아빠.
성연은 트렁크를 들고 송아연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아름답게 차려 입은 송아연은 걷는 것도 작은 보폭의 잰 걸음이었다. 낡은 교복의 성연은 한가하기 짝이 없는 자태로 마치 구경 온 듯 조금도 궁색해 보이지 않았다.이런 성연의 모습을 힐끗 곁눈질하던 송아연은 속으로 비웃었다. ‘예쁘면 뭐해? 품격이라는 건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지.’‘쓰레기는 쓰레기인 채 진흙탕에 있어야지. 이런 대도시는 그녀가 올 곳이 아니지.’가슴을 꼿꼿이 세운 송아연은 좀 더 반듯한 자세로 걸으며 성연에게 보여줄 참이었다. 스스로 창피하게 여겨 더 이상 여기 있을 낯이 없게 말이다.하나하나 모두 화려하게 장식된 방들을 지나 마침내 송아연은 성연을 데리고 복도 끝에 가서 멈추었다.송아연은 위에서 아래로 성연을 훑어본 뒤, 손을 뻗어 문을 힘껏 열었다.헛방 안의 잡동사니들은 미처 정리할 시간이 없어 방 한쪽에 쌓여 있었고, 다른 한쪽 구석에 작은 침대 하나가 간신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방이 밝은 편이라 공기 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부옇게 보였다.바닥에 세워 놓은 트렁크 옆에 반쯤 기댄 성연은 헛방의 환경을 보고도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팔짱을 낀 느긋한 자세로 송아연을 쳐다보았다.가진 수를 다 꺼내 보이는, 이런 어린애 장난하는 듯한 얕은 생각은 그녀의 눈에 볼품없었다.방안으로 머리를 내밀고 한 번 둘러본 송아연은 다시 성연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어째 그녀가 기대했던 효과에 미치지 못한 것 같았다.‘송성연은 왜 저리 잘난 척을 하는 거야? 일부러 신경 안 쓰는 척하는 걸까?’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듯한 성연의 태도에 송아연은 화가 나 가슴이 답답해졌다.“언니, 집이 꽉 차서 지낼 곳이 없네요. 섭섭하겠지만 아쉬운 대로 여기에서 지내는 수밖에 없겠어요.”“집에 객실도 있지 않아?”나른한 음성으로 묻는 성연은 송아연의 몸을 한 바퀴 휘돌던 시선을 아무런 기색 없이 다시 거두어들였다.뒷짐을 진 송아연이 미간에 여자들 특유의 애교스러운 표정을 띄었다
송씨 저택에서 나온 성연은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갔다.최고급 스위트 룸을 잡은 성연은 샤워를 한 후 넓고 푹신한 침대에 엎드려 누웠다. 시큰거리는 목을 잠시 주무른 뒤 머리를 베개에 묻고 세상 모르게 한숨 잘 생각이었다.막 잠이 들려는 찰나, 테이블 위에 올려 둔 휴대전화가 울렸다.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발신자 번호를 슬쩍 본 성연은 손을 뻗어 휴대전화를 한쪽으로 던져버렸다.비록 저장해 놓진 않지만 기억력이 좋은 성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 송종철의 번호였다.연속해서 몇 차례나 울렸지만, 성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 벨 소리가 울리게 그냥 둔 채 그쪽으로는 시선도 돌리지 않았다.또 다른 벨 소리가 울릴 때까지 성연은 눈을 뜨고 있었다. 살짝 들려 올라간 가는 눈꼬리가 완벽한 이목구비에 날카로운 느낌을 더했다.전화를 집어 든 그녀는 헤드셋을 끼고서 전화를 받았다.성연이 직접 디자인한 헤드셋으로,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소리는 절대 새어 나가지 않는다.“보스, 제가 직접 나서서 혈귀, 그 개자식을 잡으러 북성에 갈까요?” 서한기가 걸어온 전화였다.혈귀의 행방을 알았을 때, 서한기는 감정을 좀처럼 억제할 수가 없었다.혈귀는 그들 조직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놈이었다. 하마터면 조직원 두 명을 잃을 뻔했다.이 배신자는 반드시 잡아와야만 했다.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성연에게서 아무런 말이 없자, 서한기 역시 어떤 동작도 취할 수가 없었다.얼굴에 표정을 지운 성연이 발 아래 드리워진 북성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필요 없어. 내가 직접 나선다.”이번에는 서한기가 멍하니 있다 놀란 나머지 말까지 더듬거렸다.“어? 보스, 직접 나서시게요? 보스까지 움직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북성으로 돌아왔어. 앞으로 한동안 북성에서 생활할 가능성이 높아.”이어서 성연은 담담한 음성으로 서한기에게 자신의 현재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서한기는 보스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다. 송성연의 손에 떨어진다면, 그게 누구든 국물도 없
잠시 후, 마침내 강무진이 입을 열었다.“이 여자아이의 뭐가 특이하다는 거지?”손건호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웃의 말에 따르면, 평소 잔병을 앓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여자아이가 준 약을 먹고 아주 좋아졌다고 합니다. 이웃들 모두 그 여자아이가 평범하지 않다고 입을 모아 칭찬하더군요…… 다만 보스를 치료한 그 약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자료를 한쪽에 내려놓은 강무진이 쫙 펼친 손바닥을 다리를 덮은 담요 위에 올려놓았다.“기회가 되면 그녀를 데려올 수 있겠지.”손건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보스가 여자아이에게…… 아, 아니, 여성 생물에게 저리 관심 가지는 건 처음 보았다.……성연은 이튿날 정오까지 내리 잠을 잤다.깨고 싶지 않았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귓가에서 끊이지 않았다.그야말로 귀를 찢는 듯한 ‘쿵쿵쿵’ 소리가 잠을 깨웠다.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여는 성연의 아름다운 얼굴이 짜증을 참지 못해 온통 찌푸려졌다.송종철과 임수정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송종철은 하룻밤 꼬박 성연을 찾아다니다 겨우 여기에서 찾아낸 것이다.어느 육교 밑에서나 찾을 줄 알았었다.그런데 5성급 호텔에 와서 로열 스위트룸에 묵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이곳은 하룻밤 숙박료만 수백만 원이다. 평소 접대할 일이 없으면, 그 역시 이리 사치스러운 스위트룸에 묵은 적이 없었다.성연에 대한 미운 감정이 다시 한 단계 상승했다.‘진짜 분수를 모르는 천방지축이구나!’두 사람을 본 성연이 우아한 동작으로 하품을 했다. 아직 잠이 덜 깬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른한 모습으로 문틀에 기대었다.밤새도록 자고 일어났는데도 성연의 머리카락은 가지런한 모양으로 등뒤에 얌전히 내려와 있었고, 하얀 피부는 모공 한 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끈했다.임수정의 눈이 질투의 빛으로 가득 찼다.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송성연의 이 얼굴이 엄청난 밑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많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
창고 밖으로 나아서 성연과 무진은 차에 올랐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무진은 화가 났지만 성연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성연이 이렇게 한 것도 자신들을 위해서일 뿐이야.’‘더군다나 지금 성연은 안진검을 잡기 위해서 온몸으로 위험을 무릅썼어.’‘그러나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오늘은 마침 내가 왔지만, 만약 내가 오지 않았다면?’‘성연이는 어떻게 되었을까?’무진은 자신이 없어서 성연이 안진검의 손에 떨어지거나, MS가문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안진검 그자는 척 봐도 악랄하고 잔인한 놈이야.’잠시 생각하던 무진은 더없이 두려웠다.‘내 안위는 상관없지만, 성연의 안위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성연은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문 모습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이 먼저 말했다.“안진검에게 모혜정이라는 약혼녀가 있어요. 이전에 모혜정이 나와 안진검의 관계를 오해했기에, 나는 단지 이 일을 똑똑히 설명하려고 여기에 왔는데 뜻밖에도 안진검이 진짜 모습을 드러냈어요.”무진은 성연처럼 총명한 사람이 이전에 안진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게 믿기지 않았다.게다가 안진검의 진면목을 알게 된 뒤라서 성연은 단순하게 해명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말해도 무진은 믿지 않았다.무진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성연아, 너 자신에게 물어봐, 네 해명이 믿기는지?”성연은 자신이 처음에 했던 생각을 말할 수가 없었다.‘이번에는 확실히 경계심을 늦췄다가 하마터면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뻔했어.’‘만약 이번 무진씨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안진검과 싸우다 함께 죽었을 거야.’‘다행히도 무진 씨가 왔어.’그러나 성연은 무진에게 감히 말하지 못했다.자신이 너무 무모해서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무진 씨...”“성연아, 잘 생각한 다음에 다시 내게 말해. 나는 네가 그저 핑계를 대는 걸 원하지 않아.”입을 열려고 하던 성연은 무진의 말을
무진은 이미 성연의 신호를 받았다.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달려든 무진이 안진검을 바로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그리고 안진검이 손에 쥔 비수도 제거했다.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았다.방금 비수가 자신의 목을 겨눈 장면을 생각하자, 성연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떨렸다.무진이 서연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작은 소리로 위로했다.“괜찮아,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이렇게 위급한 상황이라서 무진도 더 이상 묻지 못하고, 즉시 부하들에게 안진검을 잡으라고 알렸다.상황이 심상치 않자, 안진검은 사무실로 도망쳐 문을 잠근 채 지원을 기다리려고 했다.그러나 이터너티의 사람들 동작이 더 빨라서 곧바로 안진검을 붙잡았다.안진검은 바로 바닥에 깔린 모습이 되었다.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면서 외쳤다. “놔, 놔줘.”얼굴도 바닥에 꽉 눌렸다.자신이 붙잡힌 순간, 안진검의 마음도 얼어붙었다.무진의 손에 떨어지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은 채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위로했다.성연은 정말 두려움을 느꼈다.이 순간, 성연의 안색도 창백했다.카지노를 떠나면서 무진은 내친 김에 경찰에 신고했다.경찰로 하여금 이 도박꾼들과 안진검의 부하들을 체포하게 한 것이다.‘이 도박장을 이곳에 연 것 자체가 명백한 범법 행위야.’‘안진검 일당이 저지른 일도 모두 불법적인 일이지.’‘경찰이 오면 저자들도 틀림없이 몇 년씩 감옥에 가게 되겠지.’‘이 도박꾼들도 가족들을 속이고 이런 짓을 했을 거야. 이런 범죄는 근본적으로 뿌리를 뽑아야 해.’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은 채 부하들을 향해 지시했다.“안진검은 엄중하게 감시해. 그자가 도망치거나 누구하고도 접촉하지 못하게 해.”‘안진검은 MS 가문의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이야. 만약 안진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구출할 사람을 보내거나 안진검을 죽여서 입을 막으려 할 거야.’‘안진검을 잡아 두면 당연히 쓸모가 있겠지.’‘대장로의 수양아들이니 안진검은 틀림없
손건호와 부하들이 안진검의 경호원들을 없애고 있을 때.무진은 안진검의 사무실로 접근했다.당연히 자신이 직접 안진검을 생포할 작정이었다.무진은 MS 가문의 나쁜 영향은 정말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이 안진검이 성연과 몇 번이나 접촉했지.’‘다행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성연에게는 손을 대지 않았어.’‘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얼마나 후회하게 됐을까.’‘이번에는 반드시 MS 가문을 전부 해결해야겠어.’‘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존재가 줄곧 큰 위험이 될 거야.’무진은 마음속에 큰 분노를 품고 있었다.‘오늘 반드시 안진검을 죽일 거야.’그런데 방 안의 안진검은 성연을 잡고 비수를 성연의 목에 대고 있었다.사무실 문이 열렸다.안진검은 뛰어든 사람은 틀림없이 성연과 한패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어쨌든 성연을 잡고 위협하려는 것이다.사무실 문이 열리자, 무진의 앞에 안진검이 성연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무진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이 장면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안진검도 온 사람이 무진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칼을 들고서 험악하게 웃기 시작했다.양 옆에서 경호원들이 붙잡고 있었지만 성연의 마음은 차분했다.성연도 안진검의 아지트를 부수러 온 사람이 무진일 줄은 몰랐다.몇 초 동안이나 경악한 채 전혀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안진검을 노려보는 무진의 눈빛에서는 원한이 폭발할 것 같았다.무진이 안진검을 향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그 여자를 놓아주면, 오늘 너를 죽이지 않겠어!”무진의 이런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무진은 가슴을 조여야 했다.‘안진검을 해결하면 성연이 철저히 안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결국 성연은 깊은 함정에 빠졌어.’무진의 이런 모습을 본 안진검이 냉소하며 말했다.“강무진, 강무진. 당신 같은 사람이 결국 자신의 여자 때문에 제 발로 호랑이 굴로 들어오다니.”안진검은 성연이 나타나자, 무진과 성연이 공동으로 꾸민 계획이라고 생각했다.‘송성
무진은 부하들을 데리고 카지노를 공격했다.도대체 누가 들어왔는지 모르는 도박꾼들은 놀라서 허둥지둥 달아났다.부하들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무관한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자초하게 될 거야!”도박꾼들 대부분은 담이 크지 않아서 바닥에 엎드린 채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안진검의 경호원은 모두 수십 명이다.모두 칼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달려들었다.앞장선 자가 무진의 수하들을 향해 위세를 부리며 말했다.“너희들은 누군데 감히 이곳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 너희들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그들의 손에는 모두 무기를 들었지만, 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었다.불빛 아래에서 차가운 빛을 발산하는 무기들은 더없이 섬뜩하게 보였다.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수도 적고 다소 약해 보였다.그래서 안진검의 경호원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모두 고수들이다.각자의 전투력도 무척 강했다.맨손으로도 이 경호원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그 경호원들은 칼을 마구 휘두르며 위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기술은 전혀 없었다.곧 여러 명이 이터너티 쪽 사람들에 의해서 바닥에 쓰러졌다.칼도 곧 이터너티 쪽 사람들 손으로 들어갔다.바로 옆에서 보고 있던 무진은 때때로 자신에게 달라붙는 자들을 걷어찼다.갑자기 무진의 곁에 한 사람이 다가왔다.무진이 손을 뻗어 공격하려 하는데 그 사람이 소리쳤다.“보스, 접니다.”무진은 손건호가 따라올 줄은 몰랐다.바로 손을 거두고 말했다.“너 왜 왔어, 내가 기다리라고 했잖아?”고개를 숙인 손건호가 말했다.“보스, 보스를 보호하는 게 제 직책입니다. 나는 보스에게 어떤 일도 생기게 할 수 없습니다. 보스가 저를 따르지 못하게 해도 괜찮습니다. 보스만 괜찮으면 됩니다.”그 말을 듣자 무진은 순간 멍해졌다. ‘손건호는 정말 방법이 없어.’“왔으니 됐어, 방해나 하지 마!” 무진은 결국 손건호의 행동을 눈감아주었다.손건호가 자신을 위해서 그랬다는
안진검은 앞으로 가서 그들을 막으려고 했다.쾅! 그때 밖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곧이어 탁탁 소리가 났다.마치 집을 허무는 소리 같았다.안진검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이때 누군가 들어와서 보고했다.“회장님, 누군가 우리 카지노에 뛰어들었습니다.”안진검은 그래도 냉정한 모습이었다.“경찰이야?”그 사람은 당황한 표정으로 보고했다.“아닙니다. 아주 잔인하게 손찌검을 하는데, 저희들에게는 극단적인 수를 썼습니다.”이미 그들의 손에 여럿이 죽었다.하지만 이 사실은 감히 말하지 못했다.안진검이 더 화를 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안진검도 놀란 표정이었다.‘어렵게 카지노를 열었어. 가까스로 이 자리를 찾았는데, 이제 모두 파괴된 거야.’‘그런데 도대체 누구일까?’고개를 돌린 안진검이 음산한 표정으로 성연에게 물었다.“당신이 데려온 사람이야?”어안이 벙벙해진 성연도 막연한 표정이었고, 안진검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사실 성연은 밖에 있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돌연 성연의 앞으로 달려간 안진검이 차갑게 성연을 쳐다보았다.“내 신분을 간파한 거야? 이곳은 이렇게 은밀한데, 당신이 누군가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누가 찾을 수 있겠어. 오늘 제 발로 여기 왔으니 내 인질이 될 수밖에 없어.”말이 끝나자 손을 내밀고 성연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옆에 있던 모혜정도 멍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모혜정은 안진검을 보고 다시 성연을 보았다.‘원래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람들 앞에 낮을 들 수 없는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어.’‘그러나 송성연과 안진검의 지금 모습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안진검은 모혜정을 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빨리 뒷문으로 뛰어!”모혜정은 눈물이 날 정도로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 생긴 거야?”안진검의 표정은 어두웠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만약 모혜정이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이런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성연은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서 손을 벌리고 말했.“이제 해명했으니까 안 선생님과 미스 모는 오해가 없겠지요?”안진검이 갑자기 이상하게 웃었다.“맞아요.”갑자기 성연에게 다가가서 물었다.“미스 송, 저를 보고 왜 당황하세요?”안진검에게 들키자 성연은 깜짝 놀랐다.‘이 안진검이 꽤 예민한데!’성연은 먼저 철수할 작정이었지만 안진검의 경호원이 너무 많아서 막을 수가 없었다. ‘나가서 부하들을 소집해야만 모조리 잡을 수 있어.’‘나 혼자 있으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여기 있는 안진검의 사람들을 이기는 건 불가능해.‘사무실에만 경호원이 있는 게 아니라 밖에도 있을 거야.’성연은 감히 경거망동할 수가 없었다.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안 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무슨 긴장을 해요? 저는 미스 모와의 오해를 풀 수 있어서 기쁜데요.”안진검은 웃는 듯 마는 듯 성연을 바라보았다.“그래요?”그러면서 성연에게 더 다가가서 성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송성연의 눈에 도대체 뭐가 있는지 봐야겠어.’성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모혜정이 뒤에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두 사람이 왜 그렇게 가까이 있는 거야?”방금 모혜정이 보기에는 두 사람이 곧 하나가 되려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아무런 관계도 없을 수 있어?’안진검이 주먹을 쥐었다.‘하마터면 모혜정을 내팽개칠 뻔했어.’‘이 여자는 정말 기가 막히게 초를 치지. 일을 성공시키지는 못하고 오히려 망치고 있어!’안진검은 화가 폭발할 뻔했다!“혜정아, 너는 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정말 참을 수가 없게 되자 안진검의 목소리도 좀 커졌다.안진검이 자신에게는 곱게 말하지 않자 모혜정도 성질이 났다.“야, 안진검, 나야말로 당신 약혼녀야. 그런데 나는 이렇게 거들떠보지도 않아?”“멋대로 귀찮게 굴지 마.” 안진검은 모혜정을 보기 위해서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모혜정의 성질을 알고 있기에 모혜정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몇 번이나 성연을 떠볼 때마다 모두
안진검은 성연을 잘 이용해서 무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려고 했다.성연이 먼저 제 발로 올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안진검은 방금 성연을 보고 놀라면서도 의문이 줄곧 사라지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안진검은 여전히 아주 냉정했다.성연이 왜 갑자기 왔는지 생각했다.‘만약 단지 모혜정 때문이라면, 송성연이 직접 올 필요는 전혀 없어.’‘게다가 자진해서 모혜정을 따라 이런 곳에 왔어.’다시 한번 생각해 본 안진검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송성연이 내 신분을 알아차린 걸까?’‘그래서 모혜정을 이용해서 내가 있는 곳을 찾은 거야.’잘 생각해 보자 안진검의 눈빛에는 음침함이 번뜩였다.안진검은 성연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미스 송, 내가 도박장을 차렸다면, 미스 송 마음속의 제 이미지가 모두 무너지겠지요?”안진검은 일부러 그렇게 물었다.‘송성연이 티가 나는지 좀 봐야겠어.’성연은 아주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럴 정도는 아니에요. 결국 이것도 일종의 비지니스니까요. 안 선생님은 사람들이 탄복할 비결도 가지고 계시니까요.”안진검은 말하면서 성연의 표정을 관찰했다.그리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저는 정말 강 대표님을 존경합니다. 미스 송이 추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성연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그럼요. 문제없어요.”‘어차피 지금 여기에 있으니까 아무리 허튼소리를 해도 상관없어.’안진검은 일부러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말요? 미스 송이 정말 저를 추천해 주실 건가요.”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요. 안 선생님처럼 뛰어나신 분은 틀림없이 아주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거예요. 무진 씨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아주 좋아해요. 안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무진 씨도 틀림없이 기꺼이 안선생님과 합작할 거예요.”“미스 송, 과찬이십니다. 저는 언제쯤 강 대표님의 그런 자리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안진검의 말투에는 서글픔을 담겨 있었다.“열심히 노력하시면 이루실 수 있을 거예요. 안 선생님도 노력하시는 분이니까
도박장 밖.무진이 부하 대여섯 명을 데리고 도착했다.옆에 있던 부하가 공손하게 보고했다.“보스, 여기입니다.”성연이 모혜정의 입을 통해서 안진검이 있는 곳을 알아냈을 때, 무진도 안진검의 위치를 찾아냈다.‘지금 안진검이 이 곳에 있는 게 확실해.’무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모두 들어가서 잡을 준비해.”무진의 눈빛은 은은하게 흥분을 담고 있었다.‘안진검을 그렇게 오랫동안 찾았는데 마침내 찾았어.’‘이번에는 절대 안진검을 놓치지 않겠어!’부하가 다소 망설이며 무진에게 보고했다.“안은 카지노라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우리가 소란을 피우러 왔다는 걸 알게 되면, 그 도박꾼들은 분명히 안진검을 돕겠지.’‘그렇게 되면 그이 일의 난이도가 높아질 거야.’무진이 턱을 가볍게 들고 말했다.“왜? 너희들도 지금 내 실력을 의심하는 거야? 이런 양아치 새X들이 뭐가 무서워?”‘도박꾼들일 뿐인데 어떻게 프로와 비교할 수 있단 말이야.’무진은 자신이 길러낸 사람들도 정말 자신이 있었다.부하들은 무진의 말에 은근히 투지가 불타올랐다.예전에는 무진이 부하들을 데리고 일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지금 무진이 직접 부하들을 데리고 출전했기에 부하들도 절대 질 수 없었다!그러나 손건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무진에게 다가가서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보스, 차에서 기다리고 계시지요. 제가 사람들과 함께 들어가겠습니다.”손건호에게는 여전히 무진의 안전이 중요했다.“안 돼, 저 안진검은 내 손으로 없애야 해!”무진의 말투도 확고했다.‘안진검이 우리 주위를 빙빙 돌면서 놀렸는데, 어떻게 그자를 용서할 수 있겠어?’“하지만 보스, 안쪽은 위험합니다.” 만약 무진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안여의와 강운경에게 설명할 것인가!“너는 내 실력을 못 믿어?” 무진이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으로 손건호를 힐끗 보았다.“제가 보스의 능력을 믿지 않는 게 아닙니다. 이 상황은 정말 들어가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안진검은 커피를 타러 안쪽으로 들어갔다.안진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모혜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성연에게 차갑게 경고했다.“당신이 말한 대로 분명하게 말해야 돼요.”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한 말은 꼭 지켜요.”모혜정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은 걸 본 성연은 옆에서 위로했다.“모혜정 씨, 터무니없는 생각이에요. 저하고 안 선생님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모혜정은 성연이 좋게 말을 해도 코웃음을 쳤다.“나는 당신 말을 믿지 않아.”“그날, 나는 구시가지에 가서 물건을 샀어요. 당신도 내가 많은 쇼핑백을 들고 있었던 걸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그날 어떤 아가씨가 지갑을 날치기당했는데, 안 선생님이 용감하게 행동하셨어요. 우연히 나하고 마주쳐서 같이 밥을 먹으러 갔을 뿐이에요. 그 식당은 폐쇄된 것도 아닌데, 대낮에 무슨 일이 있을 수 있겠어요?”성연은 모혜정에게 또박또박 말했다.모혜정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성연의 말이 꽤 일리가 있었다.“앞으로는 진검 씨하고 왕래하지 말아요.”성연이 대답하려는데, 안진검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안에서 나왔다.마침 모혜정이 성연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안진검은 갑자기 모혜정에게 한바탕 훈계했다.“혜정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미스 송은 대단하신 강무진 대표님의 약혼녀이고 앞으로 결혼할 사이야. 네가 소란을 피워서 만약에 강 대표님을 화나게 한다면, 나하고 너는 정말 괴롭게 될 거야.”모혜정은 그제야 성연이 뜻밖에도 무진과 결혼할 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러자 모혜정의 마음은 오히려 진정되었다.‘이것은 송성연이 진검 씨에 대해서 그런 뜻이 없다는 걸 말해주는 거야.’‘강씨 가문은 큰 사업을 하고 있고 강무진도 잘 생겼잖아.’‘강무진에 비하면 안진검은 비교할 수도 없지.’‘어쨌든 송성연은 진검 씨가 마음에 들지 않을 거야.’모혜정이 깨달은 표정을 드러내자 안진검이 비로소 말했다.“이제 알았지? 빨리 송양에게 사과하지 않고 뭐 해!”모혜정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