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아래에 한 마디를 남겼다. [대단해!] 그리고 엄지 척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그러자 곧바로 남편, 지은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건 다 엄마 뜻이었어. 시험관 아기 시술은 부작용이 너무 크고, 너도 힘들 테니 영서가 낳은 애를 우리가 키우면 되잖아.]나는 차갑게 웃은 뒤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우리가 결혼한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이는 없다.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본 결과, 문제는 내게 있었다. 나의 수란관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치료가 잘되지 않자, 의사는 결국 시험관 아기를 시도해 보라고 권유했다. 서른이 된 나는 정말로 아이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픔을 참으며, 매달 주사를 맞고, 부풀어 오른 몸을 지탱해가며 기다렸다. 이번 달에 살짝 희망이 보였는데, 마침 은호가 이런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어쩐지 우리가 시험관 아기를 가지자고 상의했을 때, 시어머니는 아주 불만이 가득했었다.영서는 남편의 집과 오래된 이웃이다. 부모님은 고향에 계시고, 그녀는 혼자서 도시에서 살고 있다.스물여섯인데도, 아직 남자친구 하나 없는 것도 모자라 매번 은호를 만날 때마다 눈빛에서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묻어 나왔다.나는 단번에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다.그때 나는 이미 은호와 결혼한 상태였으니, 아무리 영서가 좋아한다고 해도, 그녀는 물러나야 했다.그런데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전영서가 정말로 은호를 위해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것이다.그리고 그 아이가 이미 전영서의 배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도대체 언제부터였던 걸까? 머릿속이 세게 울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내가 손에 쥔 진단서는 마치 내 얼굴을 세게 한 대를 때린 것처럼 아팠다. 은호는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불을 켜고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했다. “왜 불을 안 켰어?”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을 뜸 들이다가 겨우 입을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주먹을 꽉 쥐었다. ‘잘못한 건 내가 아니라 저놈들이야.’ 그 아이가 태어나면, 나는 그를 중혼죄로 고소해서 감방에 보내버리기로 결정 내렸다.이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 자리 잡고 있었다. ‘지은호, 네가 먼저 나를 배신한 거야!’ 은호와 나는 벌써 함께한 지 6년이 되었다. 연애 3년과 결혼 3년을 거쳤으니 나는 우리의 사랑이 쉽게 흔들리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예전엔 내 무릎이 조금 까지기만 했어도, 그는 매우 걱정하며 내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였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주사를 맞고 피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부풀고, 매일 불안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머리카락이 빠져나가도,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옆집 아가씨와 몸을 섞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바로 변호사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변호사의 대답은 나를 절망스럽게 만들었다.현재 상황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조차 너무나도 어려웠다. 게다가 은호가 그 아이가 자기 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방법도 없게 될 것이다. 은호 스스로 친자 확인을 하게 하려면, 나는 그와 부부로서 함께 살아야 하고, 증인조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바로 이혼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결혼 중에 외도한 증거를 수집하는 게 훨씬 간단합니다. 지은호 씨를 감옥에 보내진 못하지만 적어도 재산을 빼앗을 수는 있잖아요.]변호사의 말이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나는 증거를 마련해 둘 테니까 먼저 이혼 계약서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서재로 가서 은호의 컴퓨터를 켰다. 이전에는 은호를 믿었기에 그의 컴퓨터를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라면 그의 컴퓨터를 보는 것 따위는 상관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 비밀번호는 우리의 결혼기념일로 설정되어 있었다.은호는 서재에서 컴퓨터를 켜고
이 시간에 영서가 왜 여기에 온 걸까? 문이 열리면서 영서가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쳐다보자 영서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배를 감싸며 애처롭게 말했다. “은호 오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죄송해요. 갑자기 배가 좀 아픈 것 같아은호는 매우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배가 아프다고? 얼른 병원에 가자!” “괜찮아요, 은호 오빠. 그냥...”나는 그녀의 어설픈 연기를 끊어버렸다. “괜찮다면, 왜 우리 집 문을 두드린 거죠?” “만약 은호랑 병원에 가고 싶었다면, 그냥 말했으면 됐잖아요. 당신 뱃속의 아이는 결국 지씨 집안의 아이가 될 거잖아요.” “은호야, 빨리 데리고 병원에 가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렇게 꿈틀대!”내가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자 영서는 잠시 놀란 듯 멈칫했다.은호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보...”“얼른 가봐, 임신 초기 3개월이 제일 중요하니까 꼭 조심해야 해. 태아에 무리가 가면 큰일이야.”은호는 내 말을 듣고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영서와 함께 집을 나섰다. 떠나기 전, 영서는 비웃음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한번 쏘아보았다. 나는 그녀의 반응에 차갑게 웃었다. ‘어차피 이 집도, 이 남자도 다 필요 없어. 하지만 네가 내연녀라는 사실은 여전히 그대로잖아.’나는 속으로 영서가 아이를 낳고 난 후, 과연 은호의 아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두고 보기로 했다. 문을 나서자, 은호는 놀랍게도 영서를 안아 들었다. 나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 그 장면을 찍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나섰다. 나는 택시에 올라, 기사에게 앞차를 따라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두 사람은 병원이 아니라 호텔에 들어갔다.나는 그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웃다 보니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급히 핸드폰을 꺼내 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서영 씨 괜찮은 거야?”핸드폰 너머에서 잠시 망설이더니, 은호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별, 별거 아니래. 우선은
은호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한 걸음 다가와 내 팔을 꽉 잡았다. “또 무슨 말을 들었길래 그러는 거야? 내가 말했잖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너뿐이라고. 영서는 그냥 아이를 낳는 도구에 불과해!” ‘누구도 네 자리를 빼앗을 수 없어!” 나는 깊게 숨을 쉬며 말하려 했지만, 그가 낮은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네 마음이 상한 건 알지만, 난 절대 이혼 못 해!” 은호는 내 말을 끊고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쾅 닫았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욕심도 참 많네.’‘자기 아내 자리가 뭐 대단한 가문의 사모님 자리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은호와 나는 아이가 없는 것 외엔 모든 게 잘 맞는 사이였다. 그러나 이제 그동안의 감정은 사라졌고, 남은 건 실망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그와 얽힐 이유도 없었다. 나는 짐을 정리하고 나서 출근하려던 참에 영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배를 움켜쥔 채 나를 보며 말했다. “민지 언니, 정말 미안해요. 어젯밤에 은호 오빠가 저랑 같이 병원에 가는 바람에 밤새 수고 많으셨거든요.” “그래요? 남의 남편과 나가서 노는 게 좋았나 봐요. 두 사람 앞으로도 잘 지내길 바랄게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영서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 “언니 화났어요? 어쩔 수 없죠, 언니는 아이조차 낳지 못하는 몸이잖아요.” “찰싹!” 나는 영서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영서는 얼굴을 감싸며 울려고 했지만,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연녀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깝죽거리고 있어.”“내가 너였으면 꼬리를 감추고 조용히 지냈을 거야. 계속 내 앞에서 미쳐 날뛴다면 이 동네에서 얼굴 들 수 없게 만들어줄 거야!” “참, 네 고향이 어딘지 잘 알고 있어. 내가 그 동네 가서 선전해 줄까? 네가 나 대신 애를 낳아준다는 걸 제대로 소문내 줄까?” “난 은호이랑 결혼한 게 그 집안의 후손을 이어주기 위해서가 아니야. 오히려 넌 멍청하게 은호에게 아이를 낳아주면 지위가 확고해질
은호는 갑자기 주먹을 꽉 쥐더니 몸이 굳어졌다.“난 분명 기회를 줬는데, 네가 거짓말을 했어.” “어젯밤, 호텔에서 재밌게 놀았어?”은호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우릴 미행했던 거야?”나는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 “미행할 것도 없었어. 전영서가 모두 나한테 보내줬거든.”핸드폰 속 그 장면들을 본 은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재빨리 해명하려 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영서가 병원에 가는 도중에 아프다고 하더니 호텔에서 쉬겠다고 했어!”“그래서 너도 옷 벗고 그 여자랑 놀아준 거야? 그렇다면 전영서가 강요했다는 거야?” 은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제 그만해,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어. 이혼할 건지 말 건지 대답이나 해.”“이혼하지 않으면, 이 영상 인터넷에 공개할 거야. 그럼 네 직장 사람들이 알게 될 거고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양민지, 너 정말 일을 이지경까지 만들어야겠어?”“됐고, 얼른 서명해. 아니면 반드시 일을 크게 만들 거야. 3일 시간을 줄 테니 잘 고민해. 서명 안 하면, 말한 대로 할 거니까 각오해.” 나는 말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혼 서류를 그에게 던져 놓고, 갑자기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괜한 수작은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네가 괜히 내 가족에게 알린다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나는 그대로 돌아서서 떠났다. 은호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반드시 이혼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은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나는 은호와 함께 모은 자산 외에도 부동산과 투자한 주식, 그리고 그가 전영서에게 쓴 돈까지 모두 합산했다. 그런데 은호는 여전히 내가 질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음 날, 집에 돌아가 보니 양쪽 부모님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일어나며 말
“지은호, 또다시 이런 비열한 수단을 쓴다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나는 말을 마친 후, 은호와 영서가 호텔에서 찍은 영상을 가족 채팅방에 보냈다. 은호는 당황하더니 다급히 말했다. “너 뭐 하는 거야? 빨리 취소해!” “지은호, 내가 내 부모님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말했었지. 이건 내 경고를 무시한 대가야.” “한 번 더 그런 짓 하면, 인터넷에 올려버릴 거야!” 내가 더 이상 봐주지 않기로 마음먹자 그들은 더 이상 나와 맞설 용기가 없었다. 은호는 얼굴이 부풀어 오른 채 땅에 앉아, 무기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양민지, 이혼해 줄게.” 그때 시어머니는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이혼해도 되지만 재산은 절대 못 줘!”“재산을 안 준다면, 지은호가 평생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나는 시어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 말 안 믿으시면 어디 한 번 해봐요. 제가 소송을 걸면 더 많은 돈을 주셔야 할지도 몰라.” 시어머니는 계속 말하려 했지만, 은호가 고함을 질렀다. “그만해요!” 시어머니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고, 아빠는 옆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은호는 이혼 계약서를 꺼내 서명을 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양민지, 너 진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그 말은 마치 내가 바람피우기라도 한 듯했다. 나는 그를 가볍게 톡톡 쳤다. “이미 일을 다 저질러 놓고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거야? 지은호, 넌 너무 더러우니까 더 이상 너랑 닿는 것조차 끔찍해.”“돈은 될수록 빨리 내 계좌로 보내! 이 집은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냥 네가 가져.”나는 집이 아니라 돈을 원했다. 이미 이혼하기로 했으니, 모든 걸 깔끔하게 정리할 생각이었다. 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시어머니는 옆에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화를 냈지만, 나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신혼 때, 시어머니는 나에게 규칙을 정해주었지만
게다가 영서의 고향에도 그걸 퍼뜨렸다. 작은 도시라서 택시를 타면 30분이면 시내를 다 돌아볼 수 있었다. 곧 영서가 저지른 일들은 금세 마을 전체에 떠돌며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속삭이며 손가락질을 했다. 영서는 분노에 차서 울면서 은호와 크게 싸웠다. 위층에 사는 이웃이 사건의 전말을 모두 듣고 나서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민지 씨, 지은호랑 결혼한 여자 정말 정신이 나갔나 봐!][지은호가 그 여자를 엄청 혼내며 그 여자가 저지른 일이라고 했어!] 나는 그 메시지를 보며 웃었다. ‘그러게 내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면서 왜 나를 자극하려고 했을까?’ 나는 은호와 이혼하고 난 뒤 한 번도 연락을 나눈 적이 없었는데, 전영서가 계속 날 귀찮게 굴었던 것이다. 게다가 내 손에는 영서가 직접 보낸 증거가 있었다. ‘정말 멍청한 걸까?’은호는 하루가 멀다 하게 영서를 혼냈지만, 영서는 화가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은호의 직장 생활도 영서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 상사들은 그가 사생활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으며, 결국 이번 승진 기회를 그의 경쟁자에게 넘겨줬다. 은호는 매우 우울해하며 돌아와서 영서와 크게 싸웠고, 결국 영서는 배가 아프다며 병원에 갔다. 나는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던 참에, 그곳에서 영서가 은호를 붙잡고 있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엔 내 배가 조금만 아파도 걱정해 줬잖아. 그런데 지금은 입원한 나를 두고 일하러 가겠다는 거야?”은호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가 잡은 손을 빼며 말했다. “진짜 짜증 나게 하지 마, 왜 맨날 배 아프다고 난리야. 예전에 배 아프다고 한건 모두 거짓말이었잖아?”“배가 불렀으면 가만히 있어야지, 날 꼬시긴 왜 꼬시는 거야.”“아이 낳을 때까지 좀 입 다물고 있으면 안 돼? 너만 임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영서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나와 시선을 마주치더니 얼굴이 순간적에 굳어졌다. 은호는 나를 보고 당황한
옆에 있던 동료가 웃으면서 말했다. “은호 씨는 아내한테 하도 잡혀 살아서 흰머리가 난 걸 거야.” 나는 은호를 보고 눈썹을 찡긋거리며 물었다. “네가 선택한 길이니까 스스로 책임을 져야지. 참, 네 아이는 도대체 언제 태어나는 거야?”“지난번 병원에서 봤을 때 인사할 겨를도 없었는데, 검사 결과는 괜찮았어? 자주 배가 아프다더니, 혹시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거 아냐?” 내 말은 한 마디 한 마디 은호의 마음속에 깊게 박혀갔다. 은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괜찮다니 다행이네.”나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은호가 내 팔을 잡았다. “민지야,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나는 조금 놀란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그래도 그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궁금했기에 그를 옆 테이블로 안내했다.은호는 자리에 앉자마자, 내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영서는 정말 미친 것 같아. 매일 내 핸드폰을 확인하고, 내가 여자랑 몇 마디 나누기만 하면 미쳐서 날뛰어.” “그때 영서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냥 아이만 낳게 내버려 둘걸.” “민지야, 나 진짜 후회돼. 우리가 함께였을 때는 모든 게 좋았었잖아!”“나는 지금 잘 지내고 있어.” 내가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야. 지은호, 이건 다 네가 내린 선택이야. 그러니까 후회하지 마.”은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난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건 모두 그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아무리 후회해도 되돌릴 수는 없다. 게다가 그가 나를 배신한 걸 알면서도 다시 받아주는 게, 더 정신 나간 행동이 아닌가? 은호가 입을 열려던 참에, 갑자기 문밖에서 영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은호, 이 개자식!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너 아직도 저년 잊지 못하고 있었던 거지?”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영서가 뛰어 들어와 은호의 팔
7개월 된 아기는 새끼 고양이 같았다. 태어난 직후, 바로 신생아 집중 치료실로 옮겨졌고, 매일 의료비는 수백만 원에 달했다. 은호는 머리가 터질 듯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라는 걸 듣고 아주 기뻐했다. 그러나 그 아이가 마치 작은 병아리 같다는 걸 보고, 두 사람이 싸움 끝에 아이가 일찍 태어난 걸 알게 되자, 그 자리에서 영서를 크게 꾸짖었다. 영서의 부모님은 그녀를 돌보러 병원에 도착한 뒤, 자기 자식이 그렇게 욕먹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두 가족은 병실에서 서로 소리 높여 싸웠다. 영서와 같은 병실을 쓰고 있던 다른 환자가 이 장면을 몰래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고, 곧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누군가가 그 영상을 보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민지야, 이거 봐! 어쩌면 하느님이 내린 벌일지도 몰라.] [지은호는 너랑 이혼한 후 정말로 고생이 많았나 보네!]어차피 모두 그가 내린 선택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은호는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 동시에 영서를 돌봐야 했고, 영서는 매일 그와 싸우기 바빴다. 게다가 두 집안의 사이가 안 좋으니, 그는 완전히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의 이웃은 은호가 차 안에서 자정까지 앉아 있는 걸 봤다고 했다. 아이를 보러 올라가기도 싫었는지, 그는 그저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집에서는 매일같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은호는 며칠 사이에 몇 살은 더 늙어 보였다. 이웃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혼해서 정말 다행이야. 만약 이혼하지 않았다면 민지 씨가 고생했을 거야!]나는 빠르게 그 집안에서 도망친 것이 정확한 선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은호의 집안사람들은 늘 우월감에 취해 있었기에, 영서가 아이 하나 낳은 뒤 더 이상 은호에게 들러붙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었기에, 영서는 절대 그들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한밤중,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민지야, 나
옆에 있던 동료가 웃으면서 말했다. “은호 씨는 아내한테 하도 잡혀 살아서 흰머리가 난 걸 거야.” 나는 은호를 보고 눈썹을 찡긋거리며 물었다. “네가 선택한 길이니까 스스로 책임을 져야지. 참, 네 아이는 도대체 언제 태어나는 거야?”“지난번 병원에서 봤을 때 인사할 겨를도 없었는데, 검사 결과는 괜찮았어? 자주 배가 아프다더니, 혹시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거 아냐?” 내 말은 한 마디 한 마디 은호의 마음속에 깊게 박혀갔다. 은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괜찮다니 다행이네.”나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은호가 내 팔을 잡았다. “민지야,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나는 조금 놀란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그래도 그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궁금했기에 그를 옆 테이블로 안내했다.은호는 자리에 앉자마자, 내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영서는 정말 미친 것 같아. 매일 내 핸드폰을 확인하고, 내가 여자랑 몇 마디 나누기만 하면 미쳐서 날뛰어.” “그때 영서와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냥 아이만 낳게 내버려 둘걸.” “민지야, 나 진짜 후회돼. 우리가 함께였을 때는 모든 게 좋았었잖아!”“나는 지금 잘 지내고 있어.” 내가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더 잘 지낼 거야. 지은호, 이건 다 네가 내린 선택이야. 그러니까 후회하지 마.”은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난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건 모두 그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아무리 후회해도 되돌릴 수는 없다. 게다가 그가 나를 배신한 걸 알면서도 다시 받아주는 게, 더 정신 나간 행동이 아닌가? 은호가 입을 열려던 참에, 갑자기 문밖에서 영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은호, 이 개자식!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너 아직도 저년 잊지 못하고 있었던 거지?”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영서가 뛰어 들어와 은호의 팔
게다가 영서의 고향에도 그걸 퍼뜨렸다. 작은 도시라서 택시를 타면 30분이면 시내를 다 돌아볼 수 있었다. 곧 영서가 저지른 일들은 금세 마을 전체에 떠돌며 퍼져 나갔다. 사람들은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속삭이며 손가락질을 했다. 영서는 분노에 차서 울면서 은호와 크게 싸웠다. 위층에 사는 이웃이 사건의 전말을 모두 듣고 나서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민지 씨, 지은호랑 결혼한 여자 정말 정신이 나갔나 봐!][지은호가 그 여자를 엄청 혼내며 그 여자가 저지른 일이라고 했어!] 나는 그 메시지를 보며 웃었다. ‘그러게 내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알면서 왜 나를 자극하려고 했을까?’ 나는 은호와 이혼하고 난 뒤 한 번도 연락을 나눈 적이 없었는데, 전영서가 계속 날 귀찮게 굴었던 것이다. 게다가 내 손에는 영서가 직접 보낸 증거가 있었다. ‘정말 멍청한 걸까?’은호는 하루가 멀다 하게 영서를 혼냈지만, 영서는 화가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은호의 직장 생활도 영서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 상사들은 그가 사생활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판단했으며, 결국 이번 승진 기회를 그의 경쟁자에게 넘겨줬다. 은호는 매우 우울해하며 돌아와서 영서와 크게 싸웠고, 결국 영서는 배가 아프다며 병원에 갔다. 나는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던 참에, 그곳에서 영서가 은호를 붙잡고 있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엔 내 배가 조금만 아파도 걱정해 줬잖아. 그런데 지금은 입원한 나를 두고 일하러 가겠다는 거야?”은호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가 잡은 손을 빼며 말했다. “진짜 짜증 나게 하지 마, 왜 맨날 배 아프다고 난리야. 예전에 배 아프다고 한건 모두 거짓말이었잖아?”“배가 불렀으면 가만히 있어야지, 날 꼬시긴 왜 꼬시는 거야.”“아이 낳을 때까지 좀 입 다물고 있으면 안 돼? 너만 임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영서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나와 시선을 마주치더니 얼굴이 순간적에 굳어졌다. 은호는 나를 보고 당황한
“지은호, 또다시 이런 비열한 수단을 쓴다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나는 말을 마친 후, 은호와 영서가 호텔에서 찍은 영상을 가족 채팅방에 보냈다. 은호는 당황하더니 다급히 말했다. “너 뭐 하는 거야? 빨리 취소해!” “지은호, 내가 내 부모님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말했었지. 이건 내 경고를 무시한 대가야.” “한 번 더 그런 짓 하면, 인터넷에 올려버릴 거야!” 내가 더 이상 봐주지 않기로 마음먹자 그들은 더 이상 나와 맞설 용기가 없었다. 은호는 얼굴이 부풀어 오른 채 땅에 앉아, 무기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양민지, 이혼해 줄게.” 그때 시어머니는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이혼해도 되지만 재산은 절대 못 줘!”“재산을 안 준다면, 지은호가 평생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나는 시어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 말 안 믿으시면 어디 한 번 해봐요. 제가 소송을 걸면 더 많은 돈을 주셔야 할지도 몰라.” 시어머니는 계속 말하려 했지만, 은호가 고함을 질렀다. “그만해요!” 시어머니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고, 아빠는 옆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은호는 이혼 계약서를 꺼내 서명을 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양민지, 너 진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그 말은 마치 내가 바람피우기라도 한 듯했다. 나는 그를 가볍게 톡톡 쳤다. “이미 일을 다 저질러 놓고 이제 와서 왜 이러는 거야? 지은호, 넌 너무 더러우니까 더 이상 너랑 닿는 것조차 끔찍해.”“돈은 될수록 빨리 내 계좌로 보내! 이 집은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냥 네가 가져.”나는 집이 아니라 돈을 원했다. 이미 이혼하기로 했으니, 모든 걸 깔끔하게 정리할 생각이었다. 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시어머니는 옆에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화를 냈지만, 나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신혼 때, 시어머니는 나에게 규칙을 정해주었지만
은호는 갑자기 주먹을 꽉 쥐더니 몸이 굳어졌다.“난 분명 기회를 줬는데, 네가 거짓말을 했어.” “어젯밤, 호텔에서 재밌게 놀았어?”은호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우릴 미행했던 거야?”나는 핸드폰을 흔들며 말했다. “미행할 것도 없었어. 전영서가 모두 나한테 보내줬거든.”핸드폰 속 그 장면들을 본 은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재빨리 해명하려 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영서가 병원에 가는 도중에 아프다고 하더니 호텔에서 쉬겠다고 했어!”“그래서 너도 옷 벗고 그 여자랑 놀아준 거야? 그렇다면 전영서가 강요했다는 거야?” 은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나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제 그만해,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어. 이혼할 건지 말 건지 대답이나 해.”“이혼하지 않으면, 이 영상 인터넷에 공개할 거야. 그럼 네 직장 사람들이 알게 될 거고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양민지, 너 정말 일을 이지경까지 만들어야겠어?”“됐고, 얼른 서명해. 아니면 반드시 일을 크게 만들 거야. 3일 시간을 줄 테니 잘 고민해. 서명 안 하면, 말한 대로 할 거니까 각오해.” 나는 말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혼 서류를 그에게 던져 놓고, 갑자기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괜한 수작은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네가 괜히 내 가족에게 알린다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나는 그대로 돌아서서 떠났다. 은호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반드시 이혼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은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나는 은호와 함께 모은 자산 외에도 부동산과 투자한 주식, 그리고 그가 전영서에게 쓴 돈까지 모두 합산했다. 그런데 은호는 여전히 내가 질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음 날, 집에 돌아가 보니 양쪽 부모님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일어나며 말
은호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한 걸음 다가와 내 팔을 꽉 잡았다. “또 무슨 말을 들었길래 그러는 거야? 내가 말했잖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너뿐이라고. 영서는 그냥 아이를 낳는 도구에 불과해!” ‘누구도 네 자리를 빼앗을 수 없어!” 나는 깊게 숨을 쉬며 말하려 했지만, 그가 낮은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네 마음이 상한 건 알지만, 난 절대 이혼 못 해!” 은호는 내 말을 끊고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쾅 닫았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욕심도 참 많네.’‘자기 아내 자리가 뭐 대단한 가문의 사모님 자리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은호와 나는 아이가 없는 것 외엔 모든 게 잘 맞는 사이였다. 그러나 이제 그동안의 감정은 사라졌고, 남은 건 실망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그와 얽힐 이유도 없었다. 나는 짐을 정리하고 나서 출근하려던 참에 영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배를 움켜쥔 채 나를 보며 말했다. “민지 언니, 정말 미안해요. 어젯밤에 은호 오빠가 저랑 같이 병원에 가는 바람에 밤새 수고 많으셨거든요.” “그래요? 남의 남편과 나가서 노는 게 좋았나 봐요. 두 사람 앞으로도 잘 지내길 바랄게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영서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 “언니 화났어요? 어쩔 수 없죠, 언니는 아이조차 낳지 못하는 몸이잖아요.” “찰싹!” 나는 영서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다. 그러자 영서는 얼굴을 감싸며 울려고 했지만,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연녀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깝죽거리고 있어.”“내가 너였으면 꼬리를 감추고 조용히 지냈을 거야. 계속 내 앞에서 미쳐 날뛴다면 이 동네에서 얼굴 들 수 없게 만들어줄 거야!” “참, 네 고향이 어딘지 잘 알고 있어. 내가 그 동네 가서 선전해 줄까? 네가 나 대신 애를 낳아준다는 걸 제대로 소문내 줄까?” “난 은호이랑 결혼한 게 그 집안의 후손을 이어주기 위해서가 아니야. 오히려 넌 멍청하게 은호에게 아이를 낳아주면 지위가 확고해질
이 시간에 영서가 왜 여기에 온 걸까? 문이 열리면서 영서가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쳐다보자 영서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배를 감싸며 애처롭게 말했다. “은호 오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죄송해요. 갑자기 배가 좀 아픈 것 같아은호는 매우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배가 아프다고? 얼른 병원에 가자!” “괜찮아요, 은호 오빠. 그냥...”나는 그녀의 어설픈 연기를 끊어버렸다. “괜찮다면, 왜 우리 집 문을 두드린 거죠?” “만약 은호랑 병원에 가고 싶었다면, 그냥 말했으면 됐잖아요. 당신 뱃속의 아이는 결국 지씨 집안의 아이가 될 거잖아요.” “은호야, 빨리 데리고 병원에 가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렇게 꿈틀대!”내가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자 영서는 잠시 놀란 듯 멈칫했다.은호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보...”“얼른 가봐, 임신 초기 3개월이 제일 중요하니까 꼭 조심해야 해. 태아에 무리가 가면 큰일이야.”은호는 내 말을 듣고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영서와 함께 집을 나섰다. 떠나기 전, 영서는 비웃음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한번 쏘아보았다. 나는 그녀의 반응에 차갑게 웃었다. ‘어차피 이 집도, 이 남자도 다 필요 없어. 하지만 네가 내연녀라는 사실은 여전히 그대로잖아.’나는 속으로 영서가 아이를 낳고 난 후, 과연 은호의 아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두고 보기로 했다. 문을 나서자, 은호는 놀랍게도 영서를 안아 들었다. 나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 그 장면을 찍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나섰다. 나는 택시에 올라, 기사에게 앞차를 따라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두 사람은 병원이 아니라 호텔에 들어갔다.나는 그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웃다 보니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급히 핸드폰을 꺼내 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서영 씨 괜찮은 거야?”핸드폰 너머에서 잠시 망설이더니, 은호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별, 별거 아니래. 우선은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주먹을 꽉 쥐었다. ‘잘못한 건 내가 아니라 저놈들이야.’ 그 아이가 태어나면, 나는 그를 중혼죄로 고소해서 감방에 보내버리기로 결정 내렸다.이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라 자리 잡고 있었다. ‘지은호, 네가 먼저 나를 배신한 거야!’ 은호와 나는 벌써 함께한 지 6년이 되었다. 연애 3년과 결혼 3년을 거쳤으니 나는 우리의 사랑이 쉽게 흔들리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예전엔 내 무릎이 조금 까지기만 했어도, 그는 매우 걱정하며 내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였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주사를 맞고 피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부풀고, 매일 불안함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머리카락이 빠져나가도,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옆집 아가씨와 몸을 섞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바로 변호사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나 변호사의 대답은 나를 절망스럽게 만들었다.현재 상황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조차 너무나도 어려웠다. 게다가 은호가 그 아이가 자기 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방법도 없게 될 것이다. 은호 스스로 친자 확인을 하게 하려면, 나는 그와 부부로서 함께 살아야 하고, 증인조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바로 이혼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결혼 중에 외도한 증거를 수집하는 게 훨씬 간단합니다. 지은호 씨를 감옥에 보내진 못하지만 적어도 재산을 빼앗을 수는 있잖아요.]변호사의 말이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나는 증거를 마련해 둘 테니까 먼저 이혼 계약서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서재로 가서 은호의 컴퓨터를 켰다. 이전에는 은호를 믿었기에 그의 컴퓨터를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라면 그의 컴퓨터를 보는 것 따위는 상관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 비밀번호는 우리의 결혼기념일로 설정되어 있었다.은호는 서재에서 컴퓨터를 켜고
나는 그 아래에 한 마디를 남겼다. [대단해!] 그리고 엄지 척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그러자 곧바로 남편, 지은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건 다 엄마 뜻이었어. 시험관 아기 시술은 부작용이 너무 크고, 너도 힘들 테니 영서가 낳은 애를 우리가 키우면 되잖아.]나는 차갑게 웃은 뒤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우리가 결혼한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이는 없다.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본 결과, 문제는 내게 있었다. 나의 수란관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치료가 잘되지 않자, 의사는 결국 시험관 아기를 시도해 보라고 권유했다. 서른이 된 나는 정말로 아이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픔을 참으며, 매달 주사를 맞고, 부풀어 오른 몸을 지탱해가며 기다렸다. 이번 달에 살짝 희망이 보였는데, 마침 은호가 이런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어쩐지 우리가 시험관 아기를 가지자고 상의했을 때, 시어머니는 아주 불만이 가득했었다.영서는 남편의 집과 오래된 이웃이다. 부모님은 고향에 계시고, 그녀는 혼자서 도시에서 살고 있다.스물여섯인데도, 아직 남자친구 하나 없는 것도 모자라 매번 은호를 만날 때마다 눈빛에서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묻어 나왔다.나는 단번에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다.그때 나는 이미 은호와 결혼한 상태였으니, 아무리 영서가 좋아한다고 해도, 그녀는 물러나야 했다.그런데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전영서가 정말로 은호를 위해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것이다.그리고 그 아이가 이미 전영서의 배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도대체 언제부터였던 걸까? 머릿속이 세게 울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내가 손에 쥔 진단서는 마치 내 얼굴을 세게 한 대를 때린 것처럼 아팠다. 은호는 밤이 깊어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불을 켜고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했다. “왜 불을 안 켰어?”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을 뜸 들이다가 겨우 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