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더 이상의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몸을 돌렸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채희는 이미 되돌릴 수 없어.’ ‘다시 억지로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건 가식일 뿐이야. 어쩌면 지금보다 더 심한 꼴을 당할 수도 있고.’ 채희가 쫓아와 막으며 때리려고 했지만 내가 피했다. “당신 외국에 누구 있는 거 아니야? 왜 오자마자 나하고 이혼하자는 거야?” “지금 누가 할 소리를 하는 거야? 먼저 바람을 피운 건 너잖아.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난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고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분명 우리가 막 결혼했을 때는 서로 좋아서 난리였는데 천문재가 이혼한 후 모든 것이 변했다. 채희는 점점 의심스럽게 매일 다른 스타일로 자신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옛 동창인 천문재를 찾아가 만났다. 아마 채희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는 그녀의 가족 일 때문일 것이다. “증거도 없이 헛소리로 누명 씌우지 마. 하지만 난 네가 천문재, 저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봤어. 그래 놓고 어딜 나한테 큰소리야?” “나하고 문재 오빠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그리고 당신은 그렇게 해외에 오래 있었던 게 아이까지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근데 왜 지금 나에게 잘못했다는 건데? 당신네 남자들은 바람을 피워도 되고 난 내 친구를 만나는 것도 안돼?” 채희는 이상한 논리로 도리어 나에게 따져 물으며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난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저 내 마음속의 분노를 꾹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내일 가정법원에서 봐. 아니면 재판을 하게 될 거야.” 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구경하며 우리를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저런 사람과 말을 더 해봤자, 나만 손해지.’어려서부터 집이 가난해서 난 학비를 모두 빌려야 했고 대학 역시 학자금 대출로 다녀서 졸업 후 열심히 일해서 그 돈을 갚았다.
“원혁아, 채희가 너를 이렇게나 오래 기다렸는데 네가 채희에게 이러면 안 되잖아?” “엄마, 아직도 아들인 절 못 믿으세요? 일단 이 일은 제가 잘 정리할게요. 그리고 나중에 설명할게요.” 난 출국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채희에게 전화를 걸어 이사문제를 상의했다. 농촌에 있는 내 어머니를 모셔와 채희와 함께 있으면 서로 덜 외로울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채희가 내 어머니가 늙었다고 싫어하며 함께 사는 것을 거절할 줄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니 채희는 우리 어머니가 싫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집에 있으면 천문재를 만나기 불편해서 그런 것이었다. “이혼은 절대 최소 할 수 없어요. 장인어른, 차라리 여기서 이렇게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천문재 씨 집에 가서 예물이라도 건질 게 있는지 보시는 게 더 나을 거예요.” 난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고 장인어른은 바로 내 말뜻을 이해했다. 나와 채희가 결혼하려고 할 때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뜯어내려고 했던 걸 떠올리고는 성기문이 얼마나 돈을 좋아하는지 생각났다. 난 채희와 이혼하려고 마음먹은 후 바로 장인어른 회사에 대한 지원금을 끊었다. ‘아마 재무 담당자에게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왔겠지.’ 하지만 채희는 즉시 내키지 않아 했다. “안 돼요, 문재 오빠는 아이 둘을 키워야 해서 돈이 별로 없다고요. 그래서 내가 좀 도와줘야 해요. ” “원혁 씨, 당신 너무 나쁜 거 아니야?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거지?” “넌 닥치고 있어. 그 자식이 대체 뭔데 네가 그렇게까지 하는데? 원혁이처럼 이렇게 좋은 남자를 포기할 정도야? ”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장인어른이 직접 채희의 뺨을 한 대 때렸다. 그렇게 한 무리의 성씨 집안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후에야 나는 어머니에게 이번 일의 자초지종을 말했고 어머니는 한참 동안 한숨을 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뜻대로 해. 엄마는 네 편이야.”다음날 가정법원 앞으로 장인어른이 채희를 데려왔다. 난 채희의 요구를 모두 들어
난 천문재가 이혼하기 전 사실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내 인스타를 추가하고 은행 업무를 볼 일이 있다면 자신을 찾아 달라고 말했었다. 채희의 체면을 봐서 내 계정에 등록했는데 지금 이 순간 뜻밖에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 불과 몇 분 전 그는 매우 따뜻해 보이는 사진을 게시했다. 그에겐 어쨌든 두 자녀가 있었기 때문에 전처가 가끔 와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침 오늘 그녀가 또 아이들을 만나러 간 것 같았다. 사진 속 천문재의 전처인 육현옥이 놀이공원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노는 모습은 화기애애하고 한없이 다정해 보였다. 그 사진을 찍는 사람은 당연히 천문재였다. 사진 상으로만 보면 참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사실 천문재는 남편으로서 권위 세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전에 그는 집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육현옥을 박대했는데 어쩔 땐 욕설이 들리기도 했다. 난 이 사람의 성품을 한눈에 알아봤고 그래서 그와 다시 만나기 싫었다. 하지만 채희는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바보라 천문재에게 이용만 당했다. 지금 모두가 채희의 잘못을 비난하고 있었지만 천문재는 모른 척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어. 오빠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안정될 거고 그땐 나와 함께 할 거라고 했어.” 채희는 미친 듯이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 사진을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난 순간 미소를 지었다. ‘딱 봐도 계정을 차단당했네.’ 그때 어머니가 밖으로 따라 나와 가슴을 쓸어내리며 거친 숨을 내쉬길래 얼른 부축해 도와드렸다. “난 네가 착한 아이인 줄 알았어. 정말로 우리 원혁이가 미안한 일을 한 줄 알고 걱정했다고.” “그런데 이 나쁜 년, 다시는 우리 집에 올 생각은 하지도 마.”어머니는 나온 김에 한쪽의 빗자루를 들어 바로 채희의 몸을 때렸다. 채희는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저주하고 떠났다. 난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마침내 독종 같은 채희를 쫓아버려 속이 다 시원했다. 그날
천문재는 갑자기 웃으며 손을 뻗어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럼 누가 가정파괴범인지 잘 보라고.” 말을 마치자마자 경찰의 재촉을 받은 그는 좀 난처해하며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난 별로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경찰서에서 나 역시 오라고 연락이 왔다. 내가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일부 사람들은 이미 돌아간 후였는데 천문재의 어머니 역시 두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천문대는 육현옥 옆에 앉아 계속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그 모습을 채희는 눈에서 연기가 나도록 노려보았다. 채희는 마침 경찰서에 온 나를 보고는 마치 구세주를 본 것처럼 흥분했다. “모든 건, 저기 원혁 씨가 나에게 알려준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난 아무것도 몰랐을 거예요.” “허, 기가 막혀서. 인스타 계정이 있으면 누구나 볼 수 있어. 단지 네가 차단당해서 보이지 않는 거야. ” 채희는 이번 일을 나에게 떠넘기려고 많은 궁리를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경찰이 한 자 한 자 메모를 하고는 다시 채희를 쳐다봤다. “이분이 천문재 씨가 바람을 피웠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증인입니까?” “네, 저랑 문재 오빠는 첫사랑인데 이 사람이 그걸 제일 잘 알아요.”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해외 근무를 나가서 난 당신 둘 사이의 일은 모른다고. 게다가 난 이미 당신과 이혼했어. 괜히 날 이 일에 끌어들이지 마.” 채희는 화가 나 나를 노려보았고 나 역시 그녀를 노려보았다. 육현옥은 이미 아까 다툰 상처를 치료한 상태였고 비교적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놀랍게도 그녀는 채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봐요, 채희 아가씨. 당신은 문재 씨와 부부관계가 아니지 않나요? 제 아이들이 당신을 엄마라고 부르게 할 자격이 없어요. 그리고 전 내연녀도 아니고 아이들의 생모니 내 아이들을 볼 권리가 있고요.” “그래, 현옥이의 말이 맞아. 채희, 너 이번에는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한 거야.” 천문재는 채희를 진정시키려고 애틋한 눈빛을 보내
분명히 천문재의 집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질 정도로 낡았고 본인도 일반 은행원일 뿐이라 비싼 레스토랑은 갈 수도 없었다. 거기에 그는 또 자존심까지 세서 늘 실적이 가장 낮은 사람이기도 했다. 만약 평소에 자신의 상사에게 자주 식사를 대접하지 않았더라면 직장에서 진작에 쫓겨났을 것이다. 난 언젠가 그가 굽실거리며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내 앞에서 거만 떨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천문재가 지금은 내 전 아내인 채희의 편애를 받고 내 앞에서 자존감을 찾고 싶은 것 같았다. “흥, 당신 같은 사람을 궁상맞다고 하는 거야.” 천문재는 내게 보란 듯이 일부러 채희의 허리를 감싸 쥐고 의기양양하게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집에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고 있었고 내가 사실을 알리자 화를 내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아내를 얻으려면 어진 아내를 얻으라고 했는데 정말 옛말이 틀린 게 없어. 채희 걔가 정말 너무 하는구나. 네가 성씨 집안에 투자한 돈만 얼마야? 돌려받을 수나 있어?”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괜찮아요. 인생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돼요.” 어머니가 계속 신경 쓰고 있는 거 같아 난 좋은 쪽으로 말하며 어머니가 이번 일을 잊도록 했다.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상사가 나에게 그 일을 전담하라고 맡겼다. 그래서 너무 바빠 천문재의 집안의 상황을 궁금해할 겨를이 없었다. 어느 정도 한가해졌을 때 채희와 천문재가 약혼한다는 소식을 이웃의 소문으로 들었다. 사실 청첩장은 진작에 보내왔다. 그러나 어머니가 괜히 내 일에 지장을 줄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내가 묻자 어머니는 바로 나에게 청첩장을 주었다. “아이도 둘이나 있으면서 젊은 애들도 아닌데 복잡하게 약혼 따로 결혼 따로가 뭐야? 천씨 집안 꼴을 보아하니 그 집안도 오래 못 가겠어.” ‘그러게? 천문재의 고작 100만 원이 넘는 월급으로는 두 아이를 키우기에도
“아무도 당신이 한 더러운 짓을 못 봤다고 생각하지 마. 당신이 일부러 빨리 가서 우리 명연이를 밀었잖아. CCTV를 확인해 보면 다 알 수 있어.” “오빠, 어머님과 이 여자 너무한 거 아니야? 이건 우리 약혼식이잖아. 근데 이게 뭐야?” 그러나 천문재는 채희의 눈치만 볼 뿐이었고 채희는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무대 아래쪽 사람들은 벌써 소란스럽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사람들은 두 사람의 험담을 했다. 잠시 후 이 일은 마무리되고 약혼식을 다시 시작했는데 그저 조용히 진행되었다. 약혼식엔 채희의 아버지 성기문의 가족들도 참석해 있었다. 성기문은 내게 인사를 건넸지만 난 그냥 대충대충 넘어갔다. 집안의 회사에 내가 많은 돈을 투자한 덕분에 현재는 그런대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 난 회사의 최대 주주 중 하나여서 어느 정도 발언권도 있었다. 육현옥이 아이를 다독이고 다시 식장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내 곁으로 다가왔다. “아이는 괜찮나요?” 그녀는 어리둥절해했고 나를 기억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채희 원래 성격이 좀 날카로워서 괜히 트집을 잡고 그래요. 그래서 조심해야 하죠.” “그건 그렇고 천문재 씨가 줄곧 채희와 거리를 두다가 왜 갑자기 진짜로 약혼을 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난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는데 사실 이것도 여기 참석한 이유 중 하나였다. 이런 이유라도 없다면 난 내 하루를 낭비할 가치가 없다. 육현옥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내게 말했다. “샌즈무역 아세요? 이번에 큰 사업을 한다고 자금을 모두 문재 씨가 있는 은행에 맡겼다고 해요. 그래서 문재 씨가 표창을 받고 승진을 했으니 뭔가 채희 씨 집안에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어요?” 난 역시라고 느꼈다. ‘천문재의 현재 경력으로 볼 때 직장 내에서 인정을 받으려고 해도 유치한 돈이 부족하겠지.’ ‘은행에서 손님으로 만나는 사람이 적어도 2억은 저축해야 할 텐데, 정상적인 방법이라면 힘들었을 거야.’ “전 문재 씨가 누구와 만나든 상관없어요. 단지 우
“안 그래도 지분을 팔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가격에는 안 돼요.” 샌즈무역회사의 34% 지분을 시장가의 세 배나 되는 가격으로 천문재에게 팔겠다고 하자 천문재는 가격이 너무 높다고 불평했다. ‘이런 비즈니스에서는 적극적이지 않으면 상대에 끌려다니게 되어있지.’. “싫으면 말라고 해요. 원하는 데는 많으니까요.” [잠깐만, 내가 다시 문재에게 물어볼게.” 전화 반대편에서 성기문이 천문재에게 바로 물어보았고 그들은 한바탕 의논을 하고서 눈물을 머금고 내 제안을 받기로 했다. 난 못 찾을 거 같아 걱정하던 투자금을 다시 회수하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하마터면 돈 한 푼도 못 건지고 사기사건에 휘말릴 뻔했는데 정말 다행이야.’ 육현옥도 내 말대로 천문재 집에 자주 갔고 뜻밖에도 이전에 틀어졌던 관계가 다시 회복될 기미가 보였다. 집안에서 천문재의 어머니는 온갖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육현옥의 손을 잡았다. “현옥아, 난 이제야 네가 좋은 며느리였다는 걸 깨달았어. 모두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 널 그렇게 실망시켰구나. 채희 걔는 정말 사람도 아니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나에게 얼마나 대드는지 몰라.” 채희는 약혼식에서 있었던 천문재 어머니의 추태를 기억하고는 천문재 어머니를 박대했다. 천문재의 어머니는 성씨 집안과 천문재의 관계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말할 수 없다가 겨우 육현옥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난 육현옥에게 이 소식을 듣고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역시 나쁜 사람은 똑같은 나쁜 사람에게 당해야 정신을 차려.’ 물론 육현옥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아이를 보러 왔다는 핑계로 천문재 집안의 모든 일을 내게 전할 뿐이었다. 천문재가 내가 가진 주식을 사려고 4,000만 원을 모으기 위해 고향에 있는 집까지 팔았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뜻밖의 기쁨을 느꼈다. ‘희망이 크면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지. 빨리 그때가 왔으면 좋겠네.’ 채희는 육현옥이 집에 온 것에 매우 화가 났다. 그녀는 조용히 육현
“아니, 돈을 받으려면 당신들 사장을 찾아가야지 여기는 왜 왔어요? 내 아들이 당신들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제 아들에게 이러시냐고요?” “하지만 이 사람이 회사의 최대주주예요. 지금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당연히 대신 책을 져야죠.” 몰려온 직원들은 도망갈 수도 없는 천문재를 붙잡고 있는 힘껏 문재 해결을 요구했다. 천문재는 한눈에 가장 바깥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화를 내며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가왔다. “당신 일부 내게 주식을 넘긴 거였어? 성 사장이 도망갈 줄 알고 있었지?” “그걸 왜 나에게 와서 묻죠? 먼저 주식을 원했던 건 당신이었잖아요.” 애초에 천문재 스스로 먼저 성기문에게 나와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천문재를 향해 도발적으로 웃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사람들의 분노가 커지자 천문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러분, 저도 이제 막 주식을 양도받아 회사 내 상황을 잘 몰라요. 일단 여러분은 돌아가 계세요. 제가 성 사장과 연락 후에 답을 드릴게요. 그렇게 하시죠.” 천문재는 일단 성난 직원들에게서 시간을 벌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몇 차례 사람들이 서로 밀치는 사이에 누군가 다치게 되었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통제할 수 없게 변했다. “그만하세요. 오빠가 다치잖아요.” 채희가 달려 나와 천문재의 앞에서 보호하려고 손에 빗자루를 들고 사람들을 가리켰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천문재에게 뺨을 맞았다. “나쁜 년, 난 그렇게 너를 믿었는데 이게 뭐야? 네가 나를 불구덩이에 밀어 넣었어.” “아니야, 오빠, 난 아빠가 도망간 거 진짜 몰랐어. 회사는 모두 아빠와 기석이가 관리하고 있어서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난 그냥 우연히 부자가 될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오빠에게 알려준 잘못밖에 없어.” “꺼져버려.” 천문재가 고함을 지르며 그녀를 발로 찼다. 주위 사람들 역시 채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채희는 만만한 여자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욕을 하자마자 바로
“아니, 돈을 받으려면 당신들 사장을 찾아가야지 여기는 왜 왔어요? 내 아들이 당신들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제 아들에게 이러시냐고요?” “하지만 이 사람이 회사의 최대주주예요. 지금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당연히 대신 책을 져야죠.” 몰려온 직원들은 도망갈 수도 없는 천문재를 붙잡고 있는 힘껏 문재 해결을 요구했다. 천문재는 한눈에 가장 바깥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화를 내며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가왔다. “당신 일부 내게 주식을 넘긴 거였어? 성 사장이 도망갈 줄 알고 있었지?” “그걸 왜 나에게 와서 묻죠? 먼저 주식을 원했던 건 당신이었잖아요.” 애초에 천문재 스스로 먼저 성기문에게 나와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천문재를 향해 도발적으로 웃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사람들의 분노가 커지자 천문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러분, 저도 이제 막 주식을 양도받아 회사 내 상황을 잘 몰라요. 일단 여러분은 돌아가 계세요. 제가 성 사장과 연락 후에 답을 드릴게요. 그렇게 하시죠.” 천문재는 일단 성난 직원들에게서 시간을 벌려고 했지만 모두 거절했다. 몇 차례 사람들이 서로 밀치는 사이에 누군가 다치게 되었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통제할 수 없게 변했다. “그만하세요. 오빠가 다치잖아요.” 채희가 달려 나와 천문재의 앞에서 보호하려고 손에 빗자루를 들고 사람들을 가리켰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천문재에게 뺨을 맞았다. “나쁜 년, 난 그렇게 너를 믿었는데 이게 뭐야? 네가 나를 불구덩이에 밀어 넣었어.” “아니야, 오빠, 난 아빠가 도망간 거 진짜 몰랐어. 회사는 모두 아빠와 기석이가 관리하고 있어서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난 그냥 우연히 부자가 될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오빠에게 알려준 잘못밖에 없어.” “꺼져버려.” 천문재가 고함을 지르며 그녀를 발로 찼다. 주위 사람들 역시 채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채희는 만만한 여자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욕을 하자마자 바로
“안 그래도 지분을 팔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가격에는 안 돼요.” 샌즈무역회사의 34% 지분을 시장가의 세 배나 되는 가격으로 천문재에게 팔겠다고 하자 천문재는 가격이 너무 높다고 불평했다. ‘이런 비즈니스에서는 적극적이지 않으면 상대에 끌려다니게 되어있지.’. “싫으면 말라고 해요. 원하는 데는 많으니까요.” [잠깐만, 내가 다시 문재에게 물어볼게.” 전화 반대편에서 성기문이 천문재에게 바로 물어보았고 그들은 한바탕 의논을 하고서 눈물을 머금고 내 제안을 받기로 했다. 난 못 찾을 거 같아 걱정하던 투자금을 다시 회수하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하마터면 돈 한 푼도 못 건지고 사기사건에 휘말릴 뻔했는데 정말 다행이야.’ 육현옥도 내 말대로 천문재 집에 자주 갔고 뜻밖에도 이전에 틀어졌던 관계가 다시 회복될 기미가 보였다. 집안에서 천문재의 어머니는 온갖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육현옥의 손을 잡았다. “현옥아, 난 이제야 네가 좋은 며느리였다는 걸 깨달았어. 모두 내가 보는 눈이 없어서 널 그렇게 실망시켰구나. 채희 걔는 정말 사람도 아니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나에게 얼마나 대드는지 몰라.” 채희는 약혼식에서 있었던 천문재 어머니의 추태를 기억하고는 천문재 어머니를 박대했다. 천문재의 어머니는 성씨 집안과 천문재의 관계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말할 수 없다가 겨우 육현옥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난 육현옥에게 이 소식을 듣고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역시 나쁜 사람은 똑같은 나쁜 사람에게 당해야 정신을 차려.’ 물론 육현옥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아이를 보러 왔다는 핑계로 천문재 집안의 모든 일을 내게 전할 뿐이었다. 천문재가 내가 가진 주식을 사려고 4,000만 원을 모으기 위해 고향에 있는 집까지 팔았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뜻밖의 기쁨을 느꼈다. ‘희망이 크면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지. 빨리 그때가 왔으면 좋겠네.’ 채희는 육현옥이 집에 온 것에 매우 화가 났다. 그녀는 조용히 육현
“아무도 당신이 한 더러운 짓을 못 봤다고 생각하지 마. 당신이 일부러 빨리 가서 우리 명연이를 밀었잖아. CCTV를 확인해 보면 다 알 수 있어.” “오빠, 어머님과 이 여자 너무한 거 아니야? 이건 우리 약혼식이잖아. 근데 이게 뭐야?” 그러나 천문재는 채희의 눈치만 볼 뿐이었고 채희는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무대 아래쪽 사람들은 벌써 소란스럽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사람들은 두 사람의 험담을 했다. 잠시 후 이 일은 마무리되고 약혼식을 다시 시작했는데 그저 조용히 진행되었다. 약혼식엔 채희의 아버지 성기문의 가족들도 참석해 있었다. 성기문은 내게 인사를 건넸지만 난 그냥 대충대충 넘어갔다. 집안의 회사에 내가 많은 돈을 투자한 덕분에 현재는 그런대로 잘 운영되고 있었다. 난 회사의 최대 주주 중 하나여서 어느 정도 발언권도 있었다. 육현옥이 아이를 다독이고 다시 식장으로 돌아왔을 때 마침내 곁으로 다가왔다. “아이는 괜찮나요?” 그녀는 어리둥절해했고 나를 기억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채희 원래 성격이 좀 날카로워서 괜히 트집을 잡고 그래요. 그래서 조심해야 하죠.” “그건 그렇고 천문재 씨가 줄곧 채희와 거리를 두다가 왜 갑자기 진짜로 약혼을 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난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는데 사실 이것도 여기 참석한 이유 중 하나였다. 이런 이유라도 없다면 난 내 하루를 낭비할 가치가 없다. 육현옥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내게 말했다. “샌즈무역 아세요? 이번에 큰 사업을 한다고 자금을 모두 문재 씨가 있는 은행에 맡겼다고 해요. 그래서 문재 씨가 표창을 받고 승진을 했으니 뭔가 채희 씨 집안에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어요?” 난 역시라고 느꼈다. ‘천문재의 현재 경력으로 볼 때 직장 내에서 인정을 받으려고 해도 유치한 돈이 부족하겠지.’ ‘은행에서 손님으로 만나는 사람이 적어도 2억은 저축해야 할 텐데, 정상적인 방법이라면 힘들었을 거야.’ “전 문재 씨가 누구와 만나든 상관없어요. 단지 우
분명히 천문재의 집은 페인트칠이 다 벗겨질 정도로 낡았고 본인도 일반 은행원일 뿐이라 비싼 레스토랑은 갈 수도 없었다. 거기에 그는 또 자존심까지 세서 늘 실적이 가장 낮은 사람이기도 했다. 만약 평소에 자신의 상사에게 자주 식사를 대접하지 않았더라면 직장에서 진작에 쫓겨났을 것이다. 난 언젠가 그가 굽실거리며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내 앞에서 거만 떨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천문재가 지금은 내 전 아내인 채희의 편애를 받고 내 앞에서 자존감을 찾고 싶은 것 같았다. “흥, 당신 같은 사람을 궁상맞다고 하는 거야.” 천문재는 내게 보란 듯이 일부러 채희의 허리를 감싸 쥐고 의기양양하게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집에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고 있었고 내가 사실을 알리자 화를 내며 어쩔 줄 몰라했다. “아내를 얻으려면 어진 아내를 얻으라고 했는데 정말 옛말이 틀린 게 없어. 채희 걔가 정말 너무 하는구나. 네가 성씨 집안에 투자한 돈만 얼마야? 돌려받을 수나 있어?”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괜찮아요. 인생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돼요.” 어머니가 계속 신경 쓰고 있는 거 같아 난 좋은 쪽으로 말하며 어머니가 이번 일을 잊도록 했다.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상사가 나에게 그 일을 전담하라고 맡겼다. 그래서 너무 바빠 천문재의 집안의 상황을 궁금해할 겨를이 없었다. 어느 정도 한가해졌을 때 채희와 천문재가 약혼한다는 소식을 이웃의 소문으로 들었다. 사실 청첩장은 진작에 보내왔다. 그러나 어머니가 괜히 내 일에 지장을 줄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내가 묻자 어머니는 바로 나에게 청첩장을 주었다. “아이도 둘이나 있으면서 젊은 애들도 아닌데 복잡하게 약혼 따로 결혼 따로가 뭐야? 천씨 집안 꼴을 보아하니 그 집안도 오래 못 가겠어.” ‘그러게? 천문재의 고작 100만 원이 넘는 월급으로는 두 아이를 키우기에도
천문재는 갑자기 웃으며 손을 뻗어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럼 누가 가정파괴범인지 잘 보라고.” 말을 마치자마자 경찰의 재촉을 받은 그는 좀 난처해하며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난 별로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경찰서에서 나 역시 오라고 연락이 왔다. 내가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일부 사람들은 이미 돌아간 후였는데 천문재의 어머니 역시 두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천문대는 육현옥 옆에 앉아 계속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그 모습을 채희는 눈에서 연기가 나도록 노려보았다. 채희는 마침 경찰서에 온 나를 보고는 마치 구세주를 본 것처럼 흥분했다. “모든 건, 저기 원혁 씨가 나에게 알려준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난 아무것도 몰랐을 거예요.” “허, 기가 막혀서. 인스타 계정이 있으면 누구나 볼 수 있어. 단지 네가 차단당해서 보이지 않는 거야. ” 채희는 이번 일을 나에게 떠넘기려고 많은 궁리를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경찰이 한 자 한 자 메모를 하고는 다시 채희를 쳐다봤다. “이분이 천문재 씨가 바람을 피웠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증인입니까?” “네, 저랑 문재 오빠는 첫사랑인데 이 사람이 그걸 제일 잘 알아요.”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해외 근무를 나가서 난 당신 둘 사이의 일은 모른다고. 게다가 난 이미 당신과 이혼했어. 괜히 날 이 일에 끌어들이지 마.” 채희는 화가 나 나를 노려보았고 나 역시 그녀를 노려보았다. 육현옥은 이미 아까 다툰 상처를 치료한 상태였고 비교적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놀랍게도 그녀는 채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봐요, 채희 아가씨. 당신은 문재 씨와 부부관계가 아니지 않나요? 제 아이들이 당신을 엄마라고 부르게 할 자격이 없어요. 그리고 전 내연녀도 아니고 아이들의 생모니 내 아이들을 볼 권리가 있고요.” “그래, 현옥이의 말이 맞아. 채희, 너 이번에는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한 거야.” 천문재는 채희를 진정시키려고 애틋한 눈빛을 보내
난 천문재가 이혼하기 전 사실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내 인스타를 추가하고 은행 업무를 볼 일이 있다면 자신을 찾아 달라고 말했었다. 채희의 체면을 봐서 내 계정에 등록했는데 지금 이 순간 뜻밖에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다. 불과 몇 분 전 그는 매우 따뜻해 보이는 사진을 게시했다. 그에겐 어쨌든 두 자녀가 있었기 때문에 전처가 가끔 와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침 오늘 그녀가 또 아이들을 만나러 간 것 같았다. 사진 속 천문재의 전처인 육현옥이 놀이공원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노는 모습은 화기애애하고 한없이 다정해 보였다. 그 사진을 찍는 사람은 당연히 천문재였다. 사진 상으로만 보면 참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었다. 사실 천문재는 남편으로서 권위 세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전에 그는 집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육현옥을 박대했는데 어쩔 땐 욕설이 들리기도 했다. 난 이 사람의 성품을 한눈에 알아봤고 그래서 그와 다시 만나기 싫었다. 하지만 채희는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바보라 천문재에게 이용만 당했다. 지금 모두가 채희의 잘못을 비난하고 있었지만 천문재는 모른 척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어. 오빠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안정될 거고 그땐 나와 함께 할 거라고 했어.” 채희는 미친 듯이 자신의 휴대폰을 열어 사진을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난 순간 미소를 지었다. ‘딱 봐도 계정을 차단당했네.’ 그때 어머니가 밖으로 따라 나와 가슴을 쓸어내리며 거친 숨을 내쉬길래 얼른 부축해 도와드렸다. “난 네가 착한 아이인 줄 알았어. 정말로 우리 원혁이가 미안한 일을 한 줄 알고 걱정했다고.” “그런데 이 나쁜 년, 다시는 우리 집에 올 생각은 하지도 마.”어머니는 나온 김에 한쪽의 빗자루를 들어 바로 채희의 몸을 때렸다. 채희는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우리를 저주하고 떠났다. 난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마침내 독종 같은 채희를 쫓아버려 속이 다 시원했다. 그날
“원혁아, 채희가 너를 이렇게나 오래 기다렸는데 네가 채희에게 이러면 안 되잖아?” “엄마, 아직도 아들인 절 못 믿으세요? 일단 이 일은 제가 잘 정리할게요. 그리고 나중에 설명할게요.” 난 출국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가장 먼저 채희에게 전화를 걸어 이사문제를 상의했다. 농촌에 있는 내 어머니를 모셔와 채희와 함께 있으면 서로 덜 외로울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채희가 내 어머니가 늙었다고 싫어하며 함께 사는 것을 거절할 줄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니 채희는 우리 어머니가 싫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집에 있으면 천문재를 만나기 불편해서 그런 것이었다. “이혼은 절대 최소 할 수 없어요. 장인어른, 차라리 여기서 이렇게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천문재 씨 집에 가서 예물이라도 건질 게 있는지 보시는 게 더 나을 거예요.” 난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고 장인어른은 바로 내 말뜻을 이해했다. 나와 채희가 결혼하려고 할 때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뜯어내려고 했던 걸 떠올리고는 성기문이 얼마나 돈을 좋아하는지 생각났다. 난 채희와 이혼하려고 마음먹은 후 바로 장인어른 회사에 대한 지원금을 끊었다. ‘아마 재무 담당자에게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왔겠지.’ 하지만 채희는 즉시 내키지 않아 했다. “안 돼요, 문재 오빠는 아이 둘을 키워야 해서 돈이 별로 없다고요. 그래서 내가 좀 도와줘야 해요. ” “원혁 씨, 당신 너무 나쁜 거 아니야?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거지?” “넌 닥치고 있어. 그 자식이 대체 뭔데 네가 그렇게까지 하는데? 원혁이처럼 이렇게 좋은 남자를 포기할 정도야? ”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장인어른이 직접 채희의 뺨을 한 대 때렸다. 그렇게 한 무리의 성씨 집안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후에야 나는 어머니에게 이번 일의 자초지종을 말했고 어머니는 한참 동안 한숨을 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뜻대로 해. 엄마는 네 편이야.”다음날 가정법원 앞으로 장인어른이 채희를 데려왔다. 난 채희의 요구를 모두 들어
난 더 이상의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몸을 돌렸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채희는 이미 되돌릴 수 없어.’ ‘다시 억지로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건 가식일 뿐이야. 어쩌면 지금보다 더 심한 꼴을 당할 수도 있고.’ 채희가 쫓아와 막으며 때리려고 했지만 내가 피했다. “당신 외국에 누구 있는 거 아니야? 왜 오자마자 나하고 이혼하자는 거야?” “지금 누가 할 소리를 하는 거야? 먼저 바람을 피운 건 너잖아.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난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고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분명 우리가 막 결혼했을 때는 서로 좋아서 난리였는데 천문재가 이혼한 후 모든 것이 변했다. 채희는 점점 의심스럽게 매일 다른 스타일로 자신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옛 동창인 천문재를 찾아가 만났다. 아마 채희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이유는 그녀의 가족 일 때문일 것이다. “증거도 없이 헛소리로 누명 씌우지 마. 하지만 난 네가 천문재, 저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봤어. 그래 놓고 어딜 나한테 큰소리야?” “나하고 문재 오빠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그리고 당신은 그렇게 해외에 오래 있었던 게 아이까지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근데 왜 지금 나에게 잘못했다는 건데? 당신네 남자들은 바람을 피워도 되고 난 내 친구를 만나는 것도 안돼?” 채희는 이상한 논리로 도리어 나에게 따져 물으며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난 이가 갈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저 내 마음속의 분노를 꾹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내일 가정법원에서 봐. 아니면 재판을 하게 될 거야.” 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구경하며 우리를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저런 사람과 말을 더 해봤자, 나만 손해지.’어려서부터 집이 가난해서 난 학비를 모두 빌려야 했고 대학 역시 학자금 대출로 다녀서 졸업 후 열심히 일해서 그 돈을 갚았다.
나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경찰은 내가 더 이상 상대를 때릴 수 막았다. “경찰 앞에서 이게 무슨 짓이에요? 진정하세요. 아내분을 찾은 거 같으니 잘 이야기 해보시고요.” 경찰이 한바탕 경고를 하고 떠났다. 아내인 성채희는 앞에서 아직 화가 안 풀려 씩씩거렸고 뒤에 있던 천문재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살폈다. “손 안 아파?” “괜찮아, 오빠. 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 한, 저 사람이 감히 오빠를 건드리지 못할 거니까.”“채희야, 이 일은 원석 씨에게 분명히 해야 해. 안 그러면 네게도 별로 좋지 않아.” 천문재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오더니 얼굴의 금테 안경을 추켜올렸다. 하지만 난 채희를 똑바로 쳐다봤다. “방금 한 말이 모두 사실이야?” “그래. 문재 오빠는 당신하고 달라. 항상 내 곁에서 나를 보살펴주고 지난 3년가 내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날 도와줬어.” 채희의 당당한 모습에 난 기가 막혀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했다. 처음 결혼할 때 채희의 집안은 예물로 집 한 채와 4,000만 원의 현금을 요구했다. 당시 그녀의 가족은 셋방에서 살고 있었다. 난 졸업한 지 얼마 안 돼서 수중에 돈이 없었고 그래서 크게 맘먹고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그제야 채희의 집안에서 아무 반대도 하지 않았다. 결혼 후 채희가 내게 한 첫마디는 자신은 대출금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채희에게 부담을 지울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채희 입에서 들으니 좀 서운한 감이 들었다. 이후 채희는 출근은 고사하고 집안일도 하지 않고 한 무리의 자기 또래 여자들과 노는 데만 정신이 팔려 지냈다. 난 조금이라도 대출금을 빨리 갚기 위해 자진해서 해외 지사에 지원해 실적을 쌓았다. 그렇게 3년 동안 난 열심히 일했고 안정을 찾았다. 채희에게 내가 있는 곳으로 놀러 오라고 했지만 그녀는 외국이 싫다고 해서 우리는 거의 만나지 못했고 평소에는 그저 영상통화로만 소식을 전했다.그녀는 매달 초, 돈을 송금해야 할 때만 연락해서 내게 몇 마디 관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