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거기서...”나는 쉰 목소리로 낮게 으르렁댔다.“나... 나 집이야... 운동 중이었어.”도유나의 숨소리는 마치 환풍기 소리처럼 거칠었다.‘운동? 무슨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사진 찍어서 보내.”나는 차갑게 말했다.‘과연 언제까지 거짓말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알... 알겠... 어!”도유나는 당황한 듯 비명을 지르더니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여보, 집에 바퀴벌레가 나왔어. 일단 끊을게.”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여보세요? 여보세요?! 도유나!”나는 분노에 차 소리쳤고 손에 쥐어진 핸드폰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젠장!”나는 욕을 내뱉으며 메리어트 호텔의 정문을 매섭게 응시했다.‘도유나, 두고 봐!’그렇게 한 시간을 기다렸다.마침내 마크와 카이가 나오는데 그들 사이에는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가 끼어 있었다.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체형으로 보아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여자는 분명 도유나였다.나는 차 문을 거칠게 열고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도유나!”그들과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그러자 마크와 카이는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고, 마크는 웃으며 인사했다.“헤이, 수빈 씨. 여기서 뭐해?”“헤이는 개뿔!”붉게 충혈된 눈을 한 채 나는 주먹을 날렸다.결국 방심한 틈에 마크는 얼굴에 주먹을 맞았다.“수빈 씨! 뭐 하는 거야!”마크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카이 역시 적대적인 표정이었다.나는 그들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다시 주먹을 휘둘렀지만 이번에는 마크가 내 주먹을 잡았다.“수빈 씨, 더 이러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마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냉랭하게 말했다.“네가 내 아내를 건드렸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나는 힘껏 버둥거렸고 얼굴에는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이 가득했다.마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품에 안고 있는 여자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
“아무 일도 아냐. 길에서 불량배 둘이 어린애를 괴롭히길래 좀 혼내줬어.”나는 일부러 가볍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도유나는 내 말을 듣고 눈을 흘기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안 아파?”어제의 차가운 태도를 완전히 잊은 듯 도유나가 다정하게 대해 주니, 나는 더 죄책감에 휩싸였다.‘내가 정말 못난 놈이었어. 유나를 그렇게 의심하다니!’“괜찮아, 괜찮아. 안 아파.”나는 도유나의 손을 잡고 웃어 보였다.“입은 살아 있네!”그러자 도유나는 내 얼굴을 가볍게 쿡 찔렀고 나는 본능적으로 찬바람을 들이마셨다.곧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기다려. 약 가져올게.”도유나는 찬장에 있던, 타박상에 쓰이는 약을 꺼내와 내 얼굴에 조심스럽게 발라주기 시작했다.“여보, 내가 잘못했어. 내가 괜히 혼자 이상한 생각을 했어.”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유나는 잠시 손을 멈췄다가 다시 약을 바르며 말했다.“당신이 어제 나한테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 알아?”“알아, 알아. 미안해, 여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줘.”나는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알겠어, 용서해줄게. 하지만 아직 다 바르지 않았어.”도유나는 나를 밀어냈다.나는 행복하게 웃다가 통증이 느껴져 얼굴을 찡그렸다.도유나와의 관계는 다시 예전처럼 회복되었고 밤이 되자 나는 그녀와 좀 더 가까워지려 했다.하지만 도유나는 내 상태를 핑계로 거절했다.아쉽긴 했지만 그녀가 나를 위해 그러는 걸 알기에 이해했다.얼굴이 아직 아물지 않아 이틀 정도 더 쉬기 위해 휴가를 냈다. 그동안 도유나가 퇴근할 때 맞춰 저녁을 준비하며 그녀를 기다렸다.“당신이 다치니까 나한테 이런 혜택이 있네?”도유나는 웃으며 말했다.“마음에 들면 매일 만들어 줄게!”그러자 도유나는 눈을 휙 뒤집었다.“됐어. 당신 퇴근하는 거 기다리다 배고파 죽을 일 있어?”나는 히죽거리며 그녀를 껴안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이틀 후, 얼굴에 난 상처가 거의 아물어 나
‘저 여자 그 여자 아니야? 어떻게 유나랑 같이 있을 수 있지? 아는 사이였나?’술기운에 조금 취해있던 내 눈이 순간 맑아졌다. 미심쩍은 마음에 친구들에게 잠깐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왠지 모르게 불안했다.도유나의 친한 친구들은 모두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중에 이런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게다가 이 여자가 마크와 카이와 그런 관계였다니, 도유나가 이런 여자와 어울리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조용히 도유나와 그 여자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들이 가게마다 들러 쇼핑하는 모습을 지켜봤다.여자가 쇼핑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들이 들어간 한 가게를 보고 나는 눈을 가늘게 뜰 수밖에 없었다.그곳은 성인용품점이었다.그들은 거기서 반 시간 넘게 머물렀고 나올 때는 각자 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웃으며 나왔다.마음이 싸해졌다.‘유나는 한 번도 나랑 저런 용품을 사용한 적이 없는데 대체 왜 사는 거지? 아니면... 누굴 위해 산 거지?’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계속해서 그녀들을 따라갔다.곧 그들이 한 카페에 들어가 앉아 휴식을 취하자 나는 모자를 쓰고 그들 뒤쪽 자리에 앉았다.“유나야, 너 요즘 헬스장 안 가더라. 많이 고팠나 보다?”임승주가 웃으며 말했다.“쳇, 임승주, 너나 그렇지. 하루라도 남자가 없으면 너 네 이름도 까먹잖아.”“뭐야! 나 놀리는 거야?”“그만해, 거기 간지러워...”두 사람은 장난을 치며 웃어댔지만 내 얼굴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임승주가 한 말들은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그래, 이제 진지한 얘기 하자.”임승주는 턱을 괴고 물었다.“너 잡으려고 네 남편이 호텔에서 기다린 거... 그때 어떻게 알았어?”“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전화했을 때 마크가 장난치는 바람에 남편이 의심한 거겠지.”도유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래도 다행이야. 네가 구해줘서 안 들켰어. 안 그랬으면 이미 다 밝혀졌을 거야.”“너도 참! 마크랑 카이랑 놀면서 왜 나 안 불렀냐고!”“아, 나중에 너도 불렀잖아.
‘도유나, 이 빌어먹을... 그 남자들을 집까지 끌어들이다니!’마크와 카이가 도유나와 임승주를 각각 품에 안고 우리 집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분노에 휩싸여 그들을 따라 올라갔다.그들이 집 안에 들어간 뒤, 문밖에 있는 나는 방 안에서 들려오는 추잡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던 순간, 나는 멈칫했다.‘이대로 들어가서 내가 저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눈을 돌리자 복도 유리 상자 안에 있는 소방용 도끼가 보였다.나는 주먹으로 유리를 깨고 도끼를 꺼냈다.손이 여기저기 유리에 베였지만 아픔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그렇게 도끼를 든 채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열리자, 나는 도유나와 임승주가 두 흑인과 함께 역겨운 짓을 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들이 나를 돌아보았고 나는 핏발 선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아!”도유나는 나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질렀다.“당신...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갔다고 하지 않았어? 왜 돌아온 거야?”도유나는 마크에게서 급히 내려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나는 아무 말도 없이 붉어진 눈으로 그들을 쏘아보며 도끼를 들고 천천히 다가갔다.위협적인 나의 모습에 마크와 카이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수빈 씨, 그냥 여자 하나 때문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마크가 나를 보며 말했다.“그래, 그 도끼 내려놓고 얘기나 하자.”카이도 설득하려 했지만 나는 아무 반응 없이 한 걸음씩 다가갔다.이어 그들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나를 좌우에서 덮치려 했다.“으아!”나는 미친 듯이 소방 도끼를 휘두르며 그들을 향해 무작위로 내리쳤다.그러자 마크와 카이는 놀라서 가까이 오지 못했고 벌거벗은 채로 도망쳤다.뒤돌아 추격하려던 순간, 도유나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강수빈, 그만해!”천천히 돌아보니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도끼를 쥔 손이 떨렸다.“도유나! 왜! 대체 왜 이러는 거야!”나는 절규하듯 외쳤다.도유나는 잠시 망설이더
처음 도유나를 봤을 때, 나는 그녀에게 강하게 이끌렸다.그녀는 온몸에 딱 맞는 하얀 운동복을 입고 내 앞에서 스쿼트를 하며 그녀만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헬스장에 있는 모든 남자들이 도유나를 보고 있었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나는 이 헬스장의 트레이너인데 도유나가 이곳에 오고 나서 모든 남자 트레이너들이 그녀의 개인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경쟁했다.하지만 운 좋게도 그 기회는 내게 주어졌다.개인 트레이너로서 가까워지면서 도유나와의 연락이 점점 잦아졌고 결국 친구들의 부추김을 받아 도유나에게 강력한 구애를 시작했다.그렇게 몇 개월의 노력 끝에 나는 드디어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오늘은 도유나와 나의 결혼 1주년 기념이었는지라 회사에 특별히 휴가까지 내고 일찍 퇴근하여 그녀를 위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려고 했다.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내 주차 공간에 큰 SUV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전화해서 차를 빼달라고 하려 했지만 옆에 임시 주차 공간이 비어 있어 굳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임시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고 99송이 장미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들고 나는 집으로 올라갔다.“여보, 나 왔어!”문을 열고 집 안으로 인사를 건넸지만 도유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디 있는 거지?’그때, 도유나가 땀에 젖은 상태로 방에서 나왔다.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어 매혹적으로 보였다.도유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여보, 왜 벌써 왔어? 오늘 야근한다고 하지 않았어?”나는 장미와 선물을 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했다.‘일찍 올 거라 예상 못 했을 수 있지만... 뭘 이렇게 놀라지?’게다가 그녀의 모습은 마치 방금 격한 운동이라도 한 듯 보였다.“오늘 우리 결혼 1주년이잖아. 그래서 일부러 일찍 왔어.”나는 장미와 선물을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어때? 놀랐어? 마음에 들어?”그러자 도유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응. 놀랐어... 정
‘도유나, 이 빌어먹을... 그 남자들을 집까지 끌어들이다니!’마크와 카이가 도유나와 임승주를 각각 품에 안고 우리 집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분노에 휩싸여 그들을 따라 올라갔다.그들이 집 안에 들어간 뒤, 문밖에 있는 나는 방 안에서 들려오는 추잡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던 순간, 나는 멈칫했다.‘이대로 들어가서 내가 저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눈을 돌리자 복도 유리 상자 안에 있는 소방용 도끼가 보였다.나는 주먹으로 유리를 깨고 도끼를 꺼냈다.손이 여기저기 유리에 베였지만 아픔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그렇게 도끼를 든 채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열리자, 나는 도유나와 임승주가 두 흑인과 함께 역겨운 짓을 하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들이 나를 돌아보았고 나는 핏발 선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아!”도유나는 나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질렀다.“당신...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갔다고 하지 않았어? 왜 돌아온 거야?”도유나는 마크에게서 급히 내려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나는 아무 말도 없이 붉어진 눈으로 그들을 쏘아보며 도끼를 들고 천천히 다가갔다.위협적인 나의 모습에 마크와 카이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수빈 씨, 그냥 여자 하나 때문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마크가 나를 보며 말했다.“그래, 그 도끼 내려놓고 얘기나 하자.”카이도 설득하려 했지만 나는 아무 반응 없이 한 걸음씩 다가갔다.이어 그들은 눈빛을 주고받더니 나를 좌우에서 덮치려 했다.“으아!”나는 미친 듯이 소방 도끼를 휘두르며 그들을 향해 무작위로 내리쳤다.그러자 마크와 카이는 놀라서 가까이 오지 못했고 벌거벗은 채로 도망쳤다.뒤돌아 추격하려던 순간, 도유나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강수빈, 그만해!”천천히 돌아보니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도끼를 쥔 손이 떨렸다.“도유나! 왜! 대체 왜 이러는 거야!”나는 절규하듯 외쳤다.도유나는 잠시 망설이더
‘저 여자 그 여자 아니야? 어떻게 유나랑 같이 있을 수 있지? 아는 사이였나?’술기운에 조금 취해있던 내 눈이 순간 맑아졌다. 미심쩍은 마음에 친구들에게 잠깐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왠지 모르게 불안했다.도유나의 친한 친구들은 모두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고 그중에 이런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게다가 이 여자가 마크와 카이와 그런 관계였다니, 도유나가 이런 여자와 어울리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조용히 도유나와 그 여자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들이 가게마다 들러 쇼핑하는 모습을 지켜봤다.여자가 쇼핑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들이 들어간 한 가게를 보고 나는 눈을 가늘게 뜰 수밖에 없었다.그곳은 성인용품점이었다.그들은 거기서 반 시간 넘게 머물렀고 나올 때는 각자 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웃으며 나왔다.마음이 싸해졌다.‘유나는 한 번도 나랑 저런 용품을 사용한 적이 없는데 대체 왜 사는 거지? 아니면... 누굴 위해 산 거지?’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계속해서 그녀들을 따라갔다.곧 그들이 한 카페에 들어가 앉아 휴식을 취하자 나는 모자를 쓰고 그들 뒤쪽 자리에 앉았다.“유나야, 너 요즘 헬스장 안 가더라. 많이 고팠나 보다?”임승주가 웃으며 말했다.“쳇, 임승주, 너나 그렇지. 하루라도 남자가 없으면 너 네 이름도 까먹잖아.”“뭐야! 나 놀리는 거야?”“그만해, 거기 간지러워...”두 사람은 장난을 치며 웃어댔지만 내 얼굴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임승주가 한 말들은 나를 불쾌하게 만들었다.“그래, 이제 진지한 얘기 하자.”임승주는 턱을 괴고 물었다.“너 잡으려고 네 남편이 호텔에서 기다린 거... 그때 어떻게 알았어?”“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전화했을 때 마크가 장난치는 바람에 남편이 의심한 거겠지.”도유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래도 다행이야. 네가 구해줘서 안 들켰어. 안 그랬으면 이미 다 밝혀졌을 거야.”“너도 참! 마크랑 카이랑 놀면서 왜 나 안 불렀냐고!”“아, 나중에 너도 불렀잖아.
“아무 일도 아냐. 길에서 불량배 둘이 어린애를 괴롭히길래 좀 혼내줬어.”나는 일부러 가볍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도유나는 내 말을 듣고 눈을 흘기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안 아파?”어제의 차가운 태도를 완전히 잊은 듯 도유나가 다정하게 대해 주니, 나는 더 죄책감에 휩싸였다.‘내가 정말 못난 놈이었어. 유나를 그렇게 의심하다니!’“괜찮아, 괜찮아. 안 아파.”나는 도유나의 손을 잡고 웃어 보였다.“입은 살아 있네!”그러자 도유나는 내 얼굴을 가볍게 쿡 찔렀고 나는 본능적으로 찬바람을 들이마셨다.곧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기다려. 약 가져올게.”도유나는 찬장에 있던, 타박상에 쓰이는 약을 꺼내와 내 얼굴에 조심스럽게 발라주기 시작했다.“여보, 내가 잘못했어. 내가 괜히 혼자 이상한 생각을 했어.”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유나는 잠시 손을 멈췄다가 다시 약을 바르며 말했다.“당신이 어제 나한테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 알아?”“알아, 알아. 미안해, 여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줘.”나는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알겠어, 용서해줄게. 하지만 아직 다 바르지 않았어.”도유나는 나를 밀어냈다.나는 행복하게 웃다가 통증이 느껴져 얼굴을 찡그렸다.도유나와의 관계는 다시 예전처럼 회복되었고 밤이 되자 나는 그녀와 좀 더 가까워지려 했다.하지만 도유나는 내 상태를 핑계로 거절했다.아쉽긴 했지만 그녀가 나를 위해 그러는 걸 알기에 이해했다.얼굴이 아직 아물지 않아 이틀 정도 더 쉬기 위해 휴가를 냈다. 그동안 도유나가 퇴근할 때 맞춰 저녁을 준비하며 그녀를 기다렸다.“당신이 다치니까 나한테 이런 혜택이 있네?”도유나는 웃으며 말했다.“마음에 들면 매일 만들어 줄게!”그러자 도유나는 눈을 휙 뒤집었다.“됐어. 당신 퇴근하는 거 기다리다 배고파 죽을 일 있어?”나는 히죽거리며 그녀를 껴안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이틀 후, 얼굴에 난 상처가 거의 아물어 나
“당신 거기서...”나는 쉰 목소리로 낮게 으르렁댔다.“나... 나 집이야... 운동 중이었어.”도유나의 숨소리는 마치 환풍기 소리처럼 거칠었다.‘운동? 무슨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어?!’“사진 찍어서 보내.”나는 차갑게 말했다.‘과연 언제까지 거짓말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알... 알겠... 어!”도유나는 당황한 듯 비명을 지르더니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여보, 집에 바퀴벌레가 나왔어. 일단 끊을게.”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여보세요? 여보세요?! 도유나!”나는 분노에 차 소리쳤고 손에 쥐어진 핸드폰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젠장!”나는 욕을 내뱉으며 메리어트 호텔의 정문을 매섭게 응시했다.‘도유나, 두고 봐!’그렇게 한 시간을 기다렸다.마침내 마크와 카이가 나오는데 그들 사이에는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가 끼어 있었다.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체형으로 보아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여자는 분명 도유나였다.나는 차 문을 거칠게 열고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도유나!”그들과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그러자 마크와 카이는 놀란 듯 나를 쳐다보았고, 마크는 웃으며 인사했다.“헤이, 수빈 씨. 여기서 뭐해?”“헤이는 개뿔!”붉게 충혈된 눈을 한 채 나는 주먹을 날렸다.결국 방심한 틈에 마크는 얼굴에 주먹을 맞았다.“수빈 씨! 뭐 하는 거야!”마크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카이 역시 적대적인 표정이었다.나는 그들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다시 주먹을 휘둘렀지만 이번에는 마크가 내 주먹을 잡았다.“수빈 씨, 더 이러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마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냉랭하게 말했다.“네가 내 아내를 건드렸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나는 힘껏 버둥거렸고 얼굴에는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이 가득했다.마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품에 안고 있는 여자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 여자
“방 안에 다른 사람 있어?”내 눈동자가 흔들렸다.도유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강수빈, 당신 그 눈빛 뭐야? 혹시 내가 남자를 집에 끌어들였다고 의심하는 거야?”“그런 뜻이 아니야. 하지만 방금 남자가 재채기하는 소리가 들려서...”“그게 바로 그 뜻이잖아!”도유나는 갑자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당신 내가 모를 줄 알아?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 의심했지? 안 그랬으면 방안을 샅샅이 뒤졌겠어?”“안 뒤져본 곳이 없잖아. 어디에 더 숨길 수 있겠어?”“옷장? 침대 밑? 아니면 커튼 뒤?”“가서 봐, 내가 도와줄게!”곧 도유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장을 열고 커튼을 힘껏 당기며 눈물을 머금고 나를 바라봤다.“있어? 있냐고!”도유나가 나와 함께한 후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는 순간이었다.당황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게다가 실제로 아무도 찾지 못했으니 내 마음도 점점 흔들렸다.“여보, 나...”나는 도유나를 바라보며 죄책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멈추지 마! 계속 찾아봐! 창문이라도 열어볼까?”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도유나는 계속 말했고 나는 급히 사과했다.“여보, 내가 잘못했어. 내가 괜한 생각을 했어. 방금 전에 건 환청이었나 봐.”하지만 도유나는 계속 나를 노려보며 눈물을 흘렸다.“내가 결혼하고 나서 당신에게 미안한 짓이라도 한 적 있어? 그런데 날 의심해? 이게 남자야?”눈물에 젖은 도유나의 모습을 보며 남아 있던 의심을 억누르고 달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번엔 진짜 화가 난 듯, 도유나는 이불을 내던지고 문을 닫아 버렸다.나는 이불을 안고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오해했으니 어쩔 수 없지.’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도유나는 이미 출근한 상태였고 거실 테이블 위에는 한 쪽지가 붙어 있었다.[밥은 식탁 위에 있으니 알아서 먹어.]나는 웃음을 지었다.‘그래도 날 사랑해주고 있구나.’동시에 마음속의 의심도 완전히 지우기로 했다.도유나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의심하지 않겠다
처음 도유나를 봤을 때, 나는 그녀에게 강하게 이끌렸다.그녀는 온몸에 딱 맞는 하얀 운동복을 입고 내 앞에서 스쿼트를 하며 그녀만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헬스장에 있는 모든 남자들이 도유나를 보고 있었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나는 이 헬스장의 트레이너인데 도유나가 이곳에 오고 나서 모든 남자 트레이너들이 그녀의 개인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경쟁했다.하지만 운 좋게도 그 기회는 내게 주어졌다.개인 트레이너로서 가까워지면서 도유나와의 연락이 점점 잦아졌고 결국 친구들의 부추김을 받아 도유나에게 강력한 구애를 시작했다.그렇게 몇 개월의 노력 끝에 나는 드디어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오늘은 도유나와 나의 결혼 1주년 기념이었는지라 회사에 특별히 휴가까지 내고 일찍 퇴근하여 그녀를 위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려고 했다.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내 주차 공간에 큰 SUV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전화해서 차를 빼달라고 하려 했지만 옆에 임시 주차 공간이 비어 있어 굳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임시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고 99송이 장미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들고 나는 집으로 올라갔다.“여보, 나 왔어!”문을 열고 집 안으로 인사를 건넸지만 도유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디 있는 거지?’그때, 도유나가 땀에 젖은 상태로 방에서 나왔다.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어 매혹적으로 보였다.도유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여보, 왜 벌써 왔어? 오늘 야근한다고 하지 않았어?”나는 장미와 선물을 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했다.‘일찍 올 거라 예상 못 했을 수 있지만... 뭘 이렇게 놀라지?’게다가 그녀의 모습은 마치 방금 격한 운동이라도 한 듯 보였다.“오늘 우리 결혼 1주년이잖아. 그래서 일부러 일찍 왔어.”나는 장미와 선물을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어때? 놀랐어? 마음에 들어?”그러자 도유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응. 놀랐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