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중환자실.위정은 온몸에 거즈로 감겨있었고 부어오른 눈의 흰자위에는 온통 핏줄뿐이었다...손가락도 거즈로 감겨있었지만 손가락 하나가 없어졌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라엘과 한이는 안으로 들어올 수 없어 경호원들과 함께 밖에서 기다렸다.뒤따라 들어온 시은이는 맑은 눈동자로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을 한참 쳐다봤지만 끝내 누군지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사람... 누구지?"시은이는 환자가 깰까 봐 조용히 물었다.시은이가 놀랄까 봐 걱정인 마이크는 바로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위정 씨에요. 시은 씨는 잠깐 밖에서 기다리세요...""흑흑!" 시은이는 마이크의 말에 순간 멍해졌다.그녀는 마이크를 밀어내고 병상으로 다가가 위정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위정 씨! 위정 씨, 진짜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 누가 때린 거예요? 흑흑! 전에 저한테 해바라기를 선물하면서 저한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기억나세요?. 네?" 시은이는 그의 손을 꽉 잡아주고 싶었지만, 상처 때문에 아플까 봐 그가 덮고 있던 이불 끝을 꼭 잡았다.박시준은 통곡하는 동생 때문에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 그는 위정이 이렇게 심한 학대를 받을 줄 몰랐다.아무리 위정과 친하지 않아도 그의 이런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또한 위정은 진아연한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사람이다.이런 몰골을 한 위정을 본 진아연이 얼마나 속상했을까.그는 문득 공항에서의 일들이 기억났다. 만약 그때 자신의 만류로 진아연이 제때에 B국에 가지 못해 위정이 죽었다면 아마 평생 그를 원망했을 거다!다행히도 진아연은 자신의 선택을 돌리지 않았고 그리하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다.박시준은 진아연이 자기한테 빚을 졌으면 졌지, 그녀한테 빚지고 싶지 않았다.다만 호랑이굴에 빠진 그녀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설마 위정보다 더 심하게 다치지 않을까?배안의 아이는...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박시준은 이런저런 생각에 이마의 핏줄이 섰고 등에
마이크: "저기요, 지금 누굴 찾으러 간다는 거예요? 여긴 B국이에요, B국에 대해 잘 알아요?"박시준: "전세계 어디에서든지 돈으로 해결 안될 일은 없어요. 내가 돈만 주면 절 위해 목숨을 바칠 사람이 많아요!"박시준의 하늘을 찌를 듯한 오만함 앞에서 마이크는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들고 말았다. 그는 조용히 운전석에서 내렸다.그러면서도 마이크는 계속 박시준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날 공항에서 아연이가 박시준 씨 보고 모르는 척했잖아요, 안 울었어요? 울었죠? 그때 사진이라도 찍어 남겼어야 됐었는데...""꺼져!" 박시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마이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차 문을 힘껏 닫았다....화이트 별장.일어난 진아연은 위정의 건강 상태 보고서를 받았다.위정은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보고서만 해도 몇 페이지나 됐다.진아연은 보고서를 보는 데에만 한참이 걸렸다."진 아가씨, 죽지는 않았어요. 뭐 한 동안 쉬면 된대요." 옆에서 진아연을 감시하고 있던 여자가 비꼬면서 말했다.위정은 비록 생명의 위험에서는 벗어났지만 그의 몸은 이미 망가져 버렸다.완전한 회복이 불가능한 데도 많았다.예를 들어 잘린 손가락은 다시 봉합하기 힘들었다.망가진 시력도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그 외에도 상처로 인해 많은 흉한 흉터가 남을 것이다.진아연은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이미 메말랐는지 울지조차 못했다."진 아가씨, 지금처럼 한이라도 맺힌 듯한 표정 짓지 말아요, 남자들이 제일 싫어하거든요.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웅식의 눈치를 볼 줄 알아야 돼요."진아연은 여자의 말이 우스웠다."살아남아요? 누가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대요?" 진아연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이웅식 만나게 해줘요!" 라고 말했다.진아연은 한번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다, 이웅식이 자기한테 치료하라고 한 사람이 도대체 어떤 병에 걸렸는지.만약에 자기가 치료할 수 있는 거라면 얼른 치료해 주고 이 곳을 떠나고 싶었다.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앞장섰다.이 별장은 마치 미로처럼 설계가
진아연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얼어붙었다.진아연은 속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설령 허준이 살아있어도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다!"진 아가씨, 제 딸아이예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죠." 진아연의 귓가에는 이웅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는 광기가 섞여 있었다. "살려 줄 수 있어요? 살려만 주신다면 제가 뭐든지 다 해드릴 수 있어요!"진아연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이웅식을 힘껏 밀어내며 말했다. "이 미친 사람아! 이미 죽은 사람을 제가 어떻게 되살려요? 전 산 사람만 치료할 수 있어요, 전 죽은 사람까지 살려낼 수 있을만큼의 의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 적이 없어요!""누군가 저한테 그랬어요, 진 아가씨는 노경민의 마지막 제자라고, 의술이 노경민보다도 더 뛰어나다고요! 왜 죽은 사람은 안되나요?!" 이웅식은 진아연이 도망가지 못하게 그의 팔을 꽉 잡았다. "진 아가씨, 어디 가려 해요? 이젠 여기가 아가씨 집이에요!"진아연은 마음까지 완전히 얼어붙었다.진아연은 깨달았다, 그가 치료해 주어야할 사람은 이 얼음관에 누워 있는 여자가 아니라 지금 자기 앞에 살아 있는 이 사람이라는 것을.이웅식은 완전히 정신나간 사람이었다!지금 진아연에게는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죽은 이웅식의 딸을 살려내든지, 아니면 이웅식 손에 죽든지.전자는 절대 불가능하다, 목숨까지 내던져도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었다.그렇다면 진아연의 선택지에는 죽음밖에 안 남은 건가?진아연은 억굴했다..."저 좀 놔주세요! 제가 원하시는 대로 돈을 얼마든지 드릴게요... 제발요! 절 놔줘요!" 진아연은 너무 무서운 나머지 눈물이 흘리고 말았다.진아연은 자기의 눈물은 진작에 메말랐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눈물을 흘리게 할만큼의 자극이 없었던 것이었다.여기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을 짐작한 진아연은 절망이 몰려왔다.진아연은 모든 이성을 다 버리고 온몸의 힘을 다 해 이웅식을 벗어나려고 애썼다.하지만 남녀 간의 힘 차이는 무시하지 못했다. 진아연
"여기는 B국잖습니까, A국 법으로 저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이웅식은 계속 웃으면서 말했다."말이 그렇지만, 지금 누군가 우리의 약점을 가지고 그 여자를 놔 주라고 협박하고 있어! 그러니까 얼른 놔줘!""싫어요!" 이웅식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 여자한테 제 생명을 연장하라고 시킬거예요. 의학 천재잖아요, 불로장생의 방법을 생각해 낼 거예요.""확실해?""그럼요." 이웅식은 말했다."그럼 일단 건드리지는 마... 반드시 살려 둬야 돼." 허 의원은 말했다. "내가 조금 더 알아볼게, 그 여자 스스로 너 옆에 남게 하는게 좋을 거야, 그래야 나중에 잡힐 것도 없지.""알았어요!" 이웅식 얼굴의 미소도 가라앉았다.진아연을 스스로 남게 한다?무슨 방법으로 스스로 남게 할 수 있지?...오후, 마이크는 어느 경호 회사에서 박시준을 찾았다.마이크는 박시준의 인맥이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박시준의 행동력도 일품이었다.이웅식의 현재 거처는 어느 한 산 위에 있었다.지금, 박시준은 이미 지휘실에서 작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박시준 씨, 대단하네요! 제가 알기엔 이 경호 회사 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거든요." 마이크는 박시준을 조용한 곳으로 끌어와 조용히 얘기했다."제가 일반인가요?" 박시준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요, 이 경호 회사 평범한 부자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단 말이잖아요!" 마이크가 말했다. "이 경호 회사 배후에 있는 실제 대표님은 전 참모총장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이 회사 경호원들 좋게 말해서 경호원들이지 사실 엄청난 킬러들이에요...""마이크 씨가 보기에 전 그냥 평범한 부자인가 보네요?" 박시준의 눈에는 의심이 가득했다. "그러면 평범하지 않은 부자가 어떤 사람인데요? 한번 말해봐요, 참고해 보게요."마이크: "..."젠장!진지하게 일 얘기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잘난 척하게 했네!"제가 그랬죠, 돈만 충분히 주면 저를 위해 목숨을 걸 사람이 많
"진아연!" 박시준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칼날만큼 차가운 그의 얼굴은 무시무시한 살인의 기운으로 물들어 있었다!박시준은 당장 진아연을 구하러 가고 싶었다!분명 두 사람은 이렇게 가깝게 얼굴을 보고 있는데, 몸은 무지 멀리 있었다!박시준은 전화 반대편에서 진아연의 깊은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녀의 눈에서 뿜어져나오는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순식간에 몸속의 피가 끓어올랐고, 박시준은 진아연을 괴롭히는 그 남자를 찢어 죽이고 싶었다!전화 반대편에서 진아연은 깜짝 놀랐다.이건 박시준의 목소리다!진아연은 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진아연은 이웅식이 이 와중에 박시준에게 영상 통화를 할 줄은 몰랐다!"시준 씨, 보지 마요!" 진아연은 굴욕의 눈물을 흘렸다. "제발! 보지 마요!"슬퍼하는 진아연의 모습에 박시준은 마치 심장이 산산조각이 난 듯했다!그는 휴대폰을 꽉 잡아쥐고 눈에는 복수하려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지금 당장 구하러 갈게! 아연아, 내가 당장 갈게!" 이 말을 하는 순간 박시준은 눈물을 흘렸다.입가까지 흘러내린 눈물은 매우 썼다!박시준은 이러한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성폭행 당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 있었다!이건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박시준은 휴대폰을 잡은 채 실내로 뛰어갔다.마이크는 갑작스런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오다가 뛰어가는 박시준이랑 부딛혔다!"왜 그래요?" 마이크는 박시준의 붉은 눈을 보고는 큰일 난 것을 바로 짐작했다!이때, 휴대폰에서 진아연의 비명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영상 좀 꺼! 제발... 끄라고!"마이크는 휴대폰을 잡고 있는 박시준의 팔을 잡고 휴대폰에 진아연이 성폭행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마이크는 이를 꽉 깨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연아, 내가 지금 하는 말 반드시 기억해! 우리가 반드시 널 구하러 갈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리고 마이크는 이를 악물
"비행기에서 약속을 했었거든요, 그쪽이 정전 되면 구조하러 가는 신호라고 정했어요. 정전이 되면 아연이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몸을 숨기고, 우리 쪽 사람들이 들어가 적들을 다 물리치고 나서 아연이를 구할 수 있어요.""만약에 전기 시스템을 파괴해서 내부를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으면, 그쪽은 무조건 아연이를 인질로 우리를 협박할 거예요."...별장.영상 통화가 끊긴 후, 진아연도 더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진아연이 울지도 않고 저항도 하지 않으니 이웅식도 흥미를 잃었다.이웅식은 진아연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이러한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진아연이 자기 여자가 되어야 스스로 남을 것이다!그리고 박시준에게 영상 통화를 한 이유는 그가 조사를 통해 진아연의 남자가 바로 박시준이라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이웅식은 박시준이 진아연이 성폭행 당하는 것을 보고 나면 반드시 그녀를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왜 소리 안 질러? 설마 저 남자가 널 구해 주러 올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이웅식은 웃으며 진아연의 차가운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 별장 아래 이 숲에 병사가 얼마나 숨어 있는지 모르지? 내 허락이 없이 이 별장에 절대 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딸이 죽은 지 얼마나 됐어요?" 진아연은 차갑게 이웅식을 바라보며 질문을 했다.진아연의 머릿속에는 계속 박시준의 목소리가 맴돌았다.영상으로 박시준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목소리를 통해 박시준이 울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진아연은 인생의 최대 능욕을 당하고 그냥 죽어 버리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이웅식도 진아연이 이런 질문을 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때문에 조금 생각을 하고서 답했다. "올해까지 하면 13년이 됐어.""제가 살릴게요." 진아연은 침착하게 이웅식을 바라보며 말도 안되는 말을 내뱉었다. "저한테 저만의 비법이 있어요, 한번 해보죠. 무조건 성공한고는 할 수 없지만 확률이 낮지는 않아요."이웅식은 진아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직감했다. 그는 놀라워하
마이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어제 왜 아연이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박시준도 어젯밤에 일이 다시 떠올랐다. 눈시울이 또 다시 뜨거워졌다."아연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내가 바로 구해주러 못 간다고 해도 그렇게 말하면 안됐어! 내 말을 듣고 아연이가 더 절망스러웠을텐데..." 마이크는 밀려오는 죄책감에 감정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박시준은 목젖을 굴리면 쉰소리로 말했다. "그만 울어! 거의 다 했어?"마이크는 눈물을 닦고, 컴퓨터 화면에서 진행 진도를 확인했다. "거의... 오늘밤 열두 시전에는 반드시 끝낼 거예요. 아, 머리 아파, 아연이가 정말 죽으면 나 어떡하죠?"박시준은 아예 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아니면 먼저 들어가 씻어요!" 마이크는 박시준 턱에 자란 수염을 보고 그에게 말했다. 마이크도 지금 박시준이 자기보다 더 힘들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진아연 뿐만 아니라 그녀의 뱃속엔 박시준의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박시준은 마이크의 말을 듣지 못한 듯 했다. 그는 제자리에 멍하고 서 있기만 했다."들어가서 두 아이 좀 보고 와요, 시은 씨도요." 마이크는 목소리를 높였다.박시준은 그제야 "응." 하고 대답했다.박시준이 입구 쪽으로 나가자 마이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총을 들고 집에 들어갈 건 아니죠? 박시준 씨, 아연이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요! 아연이의 성격에 이웅식 그 인간이 죽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절대 죽지 않을 거예요!"박시준은 그제서야 테이블에 총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진아연의 B국 별장은 도시 중심의 귀족타운에 위치해 있었다.그 당시 진아연은 자기가 돈이 많을 걸 보여준다기보다는 치안이 좋은 지역을 선택하다 보니 이 별장을 사게 되었다.별장 단지에 들어가려던 박시준은 입구에서 막혀 못 들어갔다. 박시준은 어쩔 수 없이 마이크에게 전화를 했고 마이크는 한이에게 전화를 해 알렸다.15분 쯤 뒤에 한이가 라엘의 손을 잡고 박시준을 데리러 나왔다
"아직 식사 안하셨죠? 제가 가서 준비해 드릴게요." 홍 아줌마는 바로 부엌으로 향했다.박시준은 방안을 둘어보았다. 인테리어는 아주 미니멀하게 되어 있었다, 때문에 방안이 한눈에 들어왔다.라엘은 박시준이 자기 방을 찾는 줄 알고 재빨리 손님방으로 뛰어가 박시준에게 안내해 줬다. "여기에서 자면 돼요!"박시준은 라엘에게 알았다고 하고는 바로 캐비닛에 올려놓은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액자 속 사진은 장희원과 진아연이 각자 아기 한 명씩 안고 찍은 가족사진이었다.박시준은 캐비닛 가까이에 가서 액자를 들고 유심히 살펴봤다.사진 우측 하단에 '우리 이제 한 살이에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이 사진은 두 아기가 돌 때 찍은 사진인 것 같았다.이제 돌이된 두 아기는 한 명은 멋진 양복을 입고 있었고 한 명은 하얀색 공주드레스에 장식용 왕관을 하고 있었다.... 딱 봐도 한 명은 남자 아이고 다른 한 명은 여자 아이였다.그래서, 이 둘은 한이와 라엘?"빨리 와요!" 라엘은 손님방 문앞에서 박시준을 불렀다. "빨리와서 제가 세팅해 놓은 침대 좀 봐요!"박시준은 얼른 사진을 내려놓고 성큼성큼 라엘에게로 다가갔다.손님방은 1층에 있었다. 남향으로 된 이 방의 창문은 통유리창이어서 낮에는 바깥 경치를 그대로 볼 수 있었다.박시준은 그제야 날이 흐려진 것을 알았다."이 핑크색 토끼 베개 어때요? 맘에 들어요? 엄마가 두 개를 사 줬는데 오빠는 싫어해요, 그러니까, 쓰세요!" 라엘은 토끼 모양의 베개를 박시준에게 자랑하며 보여줬다.라엘의 진심을 느낀 박시준은 미소를 지으며 라엘에게 "고마워, 라엘아." 라고 말했다.라엘은 얼굴이 빨개졌다. 아빠가 방금 안을 때 왠지 라엘은 거부하기 싫었다. 오히려 아빠가 높게 안아올려주는 게 매우 좋았다."먼저 좀 씻을게." 라엘이가 계속 바라보자 박시준의 얼굴도 조금 빨개졌다."네...씻으세요!" 라엘은 침대에 엎드려 계속 박시준을 쳐다보았다. "근데 왜 울어요? 우리 엄마 보고 싶어서 우는 거예요?""그래."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