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프거나 슬퍼야 맞는 일인데눈물이 두 눈에 고인 채 흘러나오지 않았고, 마음속엔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이머리가 너무 많이 아프다는 생각만 들었다. 가볍게 숨만 쉬어도 죽을 만큼 아팠다.일어나고 싶었지만 온몸이 부서지는 듯 아팠다.그녀는 열이 났다.몸은 분명 뜨거운데 너무 추웠다.박시준은 통화를 마친 후 휴대폰을 다시 보디가드에게 건넸다.보디가드가 침대 쪽을 가리키는 것을 본그는 고개를 돌려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다.그녀는 분명 깨어 있었지만 죽은 것과 별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그는 그녀의 이런 상태가 너무 싫었다.그는 차라리 그녀가 자신과 다투고 억지를 부려주길 바랐다.그는 성큼성큼 침대로 걸어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그녀의 뜨거운 체온에 놀란 그는 재빨리 손을 뗐다."의사를 불러와!" 그는 보디가드에게 엄한 목소리로 명령했고보디가드는 즉시 의사를 부르러 달려나갔다.보디가드가 나가자 그녀는 머리를 반대편으로 돌렸다.그녀는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이 모습을 본 그는 화가 나 손으로 그녀의 턱을 다시 잡고 그녀가 자신을 보도록 했다. "진아연, 네가 죽으면 두 아이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 그 애들이 방금 내게 전화했었어."그녀는 생각했었다.머리가 콘크리트 벽에 부딪혔을 때 생각했었다.만약 그녀가 죽는다면 마이크가 그녀를 도와 아이를 키워줄 것이고여소정도 때때로 두 아이를 찾아갈 것이다.그리고 위정도...그녀는 자신이 죽은 후 두 아이가 불행한 삶을 살게 될까 봐 걱정되지 않았다.아이가 그의 손에 넘어갔을 때 진정 더 비참해질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죽는다 해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아, 약간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두 아이가 아주 많이 울 테니까.하지만 그의 손에 넘어가는 것에 비하면, 아주 잠깐만 힘들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녀의 표정은 차분하고 담담했으며, 그의 질문에 그녀는 괴로워하는
그녀의 체온은 점점 더 뜨거워졌고 피부도 점점 더 불덩이처럼 붉어져 타 죽을 것만 같았다!그가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는 심장이 조여왔다!"선생님!" 그는 다급히 밖으로 달려나가 의사를 찾았다.다급히 달려온 의사가 침실 내의 상황을 살펴보고 말했다. "박 대표님, 열을 내리는 게 시급합니다. 다시 링거를 꽂거나 해열제를 복용해야 하는데...""혼수상태인데 어떻게 약을 먹여요? 제가 입으로 먹일까요?!"의사는 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럼 다시 링거를 놔드릴게요."방금 약 반병을 흘려버렸기 때문에 의사는 그녀에게 주삿바늘을 꽂은 후 다시 약을 가지러 갔다.박시준은 침대 옆에 서서 혼수상태인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가 필요한 것은 그녀의 대답일 뿐인데왜 그녀는 죽더라도 그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일까?이런 생각에 그는 마음이 아파 직접 그녀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이 여자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또 뭐가 있을까?스타팰리스 별장.라엘은 울어서 눈이 빨갛게 되었고 박시준이 나쁜 놈이라고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시은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숙이고 옆에 서서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그녀는 오빠가 그렇게 냉정할 줄 몰랐다.오빠는 그녀에게 화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는데왜 진아연에겐 그토록 냉정한 것일까?동시에 시은이와 마찬가지로 조지운도 이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대표님이 어머니의 죽음으로 마음이 아픈 걸 이해할 수는 있지만 왜 진아연에게 그 화풀이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대표님께서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조지운은 콧등까지 흘러내린 안경을 밀어 올리면서 난폭한 얼굴을 한 마이크를 향해 말했다.그의 말을 들은 마이크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만 나가주세요!""그럼... 시은 아가씨는... 여기에 두고 갈게요?" 조지운은 시은이의 안전이 걱정되었다.마이크: "시은 씨는 당연히 여기에 있어야죠. 박시준이 감히 아연이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당장
그녀의 말 없는 저항 때문에 그의 얼굴은 극도로 침울해졌다!그는 정말로 그녀의 작은 입을 벌리고 죽을 한 숟가락씩 먹일 수 있었지만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단식 투쟁을 하면 그냥 굶어 죽게 내버려 두려 했다.그는 화난 시선을 거두고 성큼성큼 방을 나갔다!그가 떠난 후 그녀의 경직됐던 몸이 조금 풀렸다.갑자기 창밖에서 경적이 들려왔다.그녀는 귀를 쫑긋 세우고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차량이 별장 앞에 멈춰 섰고잠시 후 아래층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늦은 시간인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거지?이 사람들은 이렇게 한적한 곳에 찾아와 뭘 하려는 거지?박시준은 이곳이 그의 휴양 별장 중 하나라고 말했었다. 그러니 이 사람들은 그가 초대한 것일까?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는 장례식장을 지키지 않고 이런 한적한 곳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초대해서... 파티라도 벌일 생각인 건 아니겠지?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에 다가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할 때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의사가 약 상자를 가지고 들어왔다."진아연 씨, 음식을 거절한다고 박 대표님께서 영양제를 주입하라고 했어요." 의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드시지 그래요? 자신의 건강을 걸고 화를 낼 필요가 없잖아요... 오늘 고생 많이 하셨는데, 박 대표님께서 진아연 씨에게 신경을 쓰고 계시는 게 보여요..."헐! 신경을 쓴다니!그녀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 않기만 한다면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란 말인가?의사는 약병을 걸어 놓고 그녀에게 링거를 꽂은 뒤 옆에 서서 지켜보았다.진아연은 그가 뭘 하려는 것인지 알아차리고 말했다. "너무 늦었으니 가서 쉬세요. 주삿바늘은 빼지 않을게요."의사: "정말 뽑지 않을 거죠? 다시 뽑는다며 박 대표님께서 분명 또 저를 탓하실 거예요.""안 뽑을게요."아래층의 소리가 점점 더 명확하게 들려왔다.오늘 밤은 파티가 아니더라도 분명 큰 모임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주인인 박시준은 지
경호원이 그녀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박시준에게 다가가 보고하자박시준은 소파에서 일어나 계단을 바라보았다.진아연은 그의 잠옷을 입고 있었고 옷자락이 땅에 닿아 있었으며 소매도 조금 길었다.커다란 잠옷이 그녀의 가녀린 몸을 감싸고 있어 어른 옷을 몰래 훔쳐 입은 아이처럼 보였다.그는 눈썹을 찌푸리고, 영약 링거를 맞고 있어야 할 그녀가어떻게 아래층으로 내려온 건지 생각했다."시준, 여기에 여자를 숨기고 있었던 거야?" 누군가 진아연을 보고 웃으면서 놀렸다."시준이도 남자인데 여자가 없는 게 더 이상하잖아! 하하!""이 여자는 어느 집 규수야? 아니면 그냥 데리고 놀려는 여자야?"사람들의 질문에 박시준은 들은 체 만 체 했다.진아연이 그들을 향해 걸어왔기 때문이었다.죽고 싶다던 그녀가왜 친구들을 만나러 내려온 걸까?그녀는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그는 성큼성큼 걸어가 그녀의 앞을 막아서서검은 눈동자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또 주삿바늘을 뽑은 거야?!"그녀는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며 되물었다. "당신이 여기에 친구들을 초대했다 해서요. 저도 구경 좀 하면 안 되나요?"구경?!허허!그녀가 구경하고 싶다고 하니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그가 몸을 옆으로 돌리자그녀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바비큐 그릴에 멈췄다!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는 몸을 심하게 떨며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녀가 놀라 이성을 잃고 벽에 머리를 들이받게 만들었던 장본인인, 그 거대한 구렁이가 오늘 밤 그들의 바비큐 저녁 식사였다!큰 입을 벌리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던 구렁이의 그 무서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렇게 지금 배가 갈린 채 바비큐 그릴에 놓여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겁에 질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목을 잡고 소파로 이끌었다."기왕 내려왔으니 같이 맛이나 봐." 그의 목소리는 낮고 자상했다.그는 뭔가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을 말하는 것 같았지만그녀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그는
그는 그녀가 화장실에 갔다가 방으로 돌아가 쉬고 있다고 생각해 술을 다 마시고 난 뒤에야 위층으로 올라갔다.갑자기 생각 하나가 그의 뇌리를 스쳤다.그녀가... 도망간 건 아닐까?!반경 100km가 전부 숲인데그녀가 허약한 몸으로 어떻게 이 숲을 떠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박 대표님! 바로 감시 카메라를 확인해 언제 도망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경호원이 진아연이 사라진 것을 눈치채고 말했다. "날이 어둡고 밖에 가로등도 없으니 멀리 가진 못했을 거예요.""폐물 같은 자식들! 여자 하나 잘 보고 있지 못해?!" 박시준은 이를 악물고 호통쳤다!"죄송해요, 당장 사람을 보내 날이 밝기 전에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경호원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박시준은 술기운이 싹 가셨다.그는 지금보다 더 정신이 맑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그리고 그는 강렬한 예감마저 들었다."12시 전에 떠났을 거야. 12시 전에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왔을 때 그녀가 거기에 없다는 것을 발견했거든. 아마 그때 이미 도망갔을 거야." 그는 자신의 추측을 또박또박 말했다. "지금 당장 12시 전의 감시 카메라를 돌려봐. 누군가 도움을 줬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녀 혼자 밖으로 나갈 수 없어."경호원: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감히 말을 못 했어요."오늘 밤에 온 사람들은 모두 박시준의 친한 친구들이었다.이 사람들은 박시준이 처음 창업할 때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비록 그 후 별로 만나진 않았지만 항상 연락을 주고받았다.1층에는 여전히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고박시준의 눈빛은 그중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오늘 밤 진아연이 사라지기 전에 이 사람 옆에 앉았었다.그는 그때 그녀가 아무 생각 없이 그 자리에 앉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녀가 사라졌다... 그러니 그때 그녀가 신중하게 사람을 골랐을 수도 있음을 뜻하기도 했다.즉, 그녀와 이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산이 형, 형이 진아연을 풀어줬어?
끝없이 울창한 숲만 있을 뿐이었다.이 숲에는 맹수들도 적지 않게 살고 있어낮에 이 숲을 거닐어도 습격당할 가능성이 있는데,늦은 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경호원의 보호 아래에 박시준은 알 수 없는 공포로 가득한 이 숲에 발을 들였다.그는 손전등을 손에 들고 들 덩굴과 나뭇가지로 엉킨 숲을 비추며 앞으로 나갔고 마음속의 절망이 계속 더해졌다.그녀가 어떻게 감히,감히 이런 곳에 들어왔단 말인가?정말로 살아서 여기에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막다른 골목이라는 걸 안다면 돌아서야 하는 게 아닌가?그녀가 겁에 질려 도중에 도망쳐 돌아온다고 해도 그는 이렇게 화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진아연!" 그는 마른침을 삼키고 나서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가 소리를 지르자 경호원도 따라서 불렀다. "진아연 씨! 어디 있어요? 우리 목소리가 들리면 대답해주세요!"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으스스 한 바람 소리와 동물들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뿐이었다.20분 정도 앞으로 걸어가니, 손전등 불빛이 땅에 놓인 잠옷에 멈췄다.이 잠옷은 진아연이 오늘 밤 입었던 것이었다!오후에 그녀에게 목욕시킨 후에 그녀에게 갈아입힐 옷이 없어서 박시준은 자신의 잠옷을 그녀에게 입혔었다!이 회색 잠옷은... 그가 직접 그녀에게 입힌 것이었다!그런데 이 잠옷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잠옷은 왜 그녀의 몸을 떠난 걸까?그의 심장은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잠옷을 주웠다."박 대표님, 옷이 찢어졌어요... 피도 묻어 있어요!" 경호원은 잠옷의 찢어진 부분과 핏자국을 박시준에게 보여주었다.잠옷을 든 그의 손이 심하게 떨려왔다.그녀가 맹수를 만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고서야 옷이 이렇게 찢어지고 핏자국까지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그녀는 지금 상처를 입었을 것이고 몸을 가릴 옷이 없을 것이다... 맹수에게 물려 죽지 않더라도 알몸으로 밖에 있으면 얼어 죽을 수도 있다!그는 감히 생각할 수 없었다."박 대표님, 진아연 씨
그들이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라홀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몇 명 남아있지 않았다.술을 마신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박시준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가 진아연을 안고 돌아오는 것을 본 그들은 소파에서 일어났다.어색함을 풀기 위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박시준은 얇은 티셔츠만 입고 있었고 비에 흠뻑 젖어서 티셔츠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으며빗물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그의 깊은 갈색 눈동자에는 음침하고 절망적인 눈빛만이 반짝이고 있었다.그의 품에 안긴 여자는 그의 잠옷을 감싼 채 얼굴만 보였는데핼쑥한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없었고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마치 영원히 눈을 뜨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그 모습에서 형용할 수 없는 처량함이 느껴졌다.그는 진아연을 안고 성큼성큼 위층으로 올라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박 부인의 부검 결과가 나온 후 박한은 즉시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 박시준에게 보냈다.박 부인은 독극물 중독이 아니었고, 몸에는 넘어진 것 외에 다른 부상이 없었다.진단서에 따르면 박 부인은 넘어져 사망한 것이었다.박한이 사람을 찾아 알아본 결과, 내일이 박 부인을 하관할 가장 좋은 날이라고 한다.박시준의 대답을 들은 박한은 장례식 날짜를 지인들에게 알렸다.스타팰리스 별장.조지운이 시은이를 보러 찾아왔다.시은이는 잘 지내고 있었다.사실 시은이는 2차 수술 후 전보다 훨씬 똑똑해졌다.비록 아직은 여전히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생활 능력은 몇 살짜리 아이보다는 훨씬 뛰어났다."대표님 어머니의 장례식이 내일이에요." 조지운이 마이크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대표님이 내일 장례식에 참가할 예정이라 진아연 씨도 데려올지 몰라요."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장례식에 데려다주실 수 있나요?"조지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회사도 겨우 임원 몇 명만 초대를 받았어요. 한낱 비서인 제가 어떻게 사람을 데려
하지만 마이크의 문자를 본 그는 머뭇거렸다.됐다, 될 대로 되라지!아무것도 모르는 척하자.이번에는 대표님이 너무 했다고 생각했다.진아연을 데려가고 가족들과 연락조차 하지 못하게 했으니그가 마이크였어도 화를 냈을 것이다.시간이 훌쩍 흘러 점심 열한 시가 되었다.한이는 장례식을 뒤집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한이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그의 계획이 무엇이든 아마 알아서 물러섰으리라 생각했다.장례식이 끝난 뒤 손님들은 점심을 먹으러 호텔로 몰려들었다.조지운은 박시준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대표님."박시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조지운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조의를 표합니다."그 말을 들은 박시준은 주차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조지운은 재빨리 그를 따라가며 용기를 내어 물었다. "대표님, 진아연 씨가 대표님과 함께 있나요? 진아연 씨의 두 아이가 엄마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어요..."박시준은 마른침을 삼키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안 죽었어."조지운: "???"대답이 왜 이렇지?안 죽었다는 말은 그녀가 아직 살아 있지만 잘 지내지 못한다는 말인가?거의 죽어가는데 아직 안 죽었다는 말인가?그래서 도대체 어떤 상황이란 뜻이지?조지운이 어리둥절해 있을 때 박시준은 이미 검은색 롤스로이스로 걸어갔다.경호원은 차 문을 열어주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시은 아가씨께서 한사코 차에서 대표님을 기다리겠다고 하셔서요."시은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으로 박시준을 바라보며 고집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빠랑 같이 있을래. 오빠가 가는 데는 다 같이 갈 거야."박시준은 차 문 앞에 서서 동생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보며 목이 막히는 것 같았다.그는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시은아,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시은이는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채 고개를 저었다."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 일이 끝나고 나면 집에 돌아갈게."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와 의논했다."오빠,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