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박시준은 심윤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조금 아팠다. "쉬고 있으세요, 날이 밝으면 다시 올게요.""그래요."병원에서 나온 박시준은 경호원에게 물었다. "죽은 아기는 어디에 있지?"경호원: "그게요, 심 아가씨 아버님께서 장묘시설에서 이미 화장을 했답니다."박시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박시준은 아기와 친자 확인 검사를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 보였다.경호원은 이어서 "아버님이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 제가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아버님은 아기를 빼앗는 줄 알고 저한테 엄청 뭐라고 하셨습니다."박시준은 어쩔 수 없이 그냥 차에 탔다.다음 날 아침.주치의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박 씨네 별장으로 왔다.밤새 한잠도 못 잔 박시준의 시뻘건 두 눈은 조금 무서워 보였다."박 대표님, 심 아가씨가 유산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주치의는 위로하면서 말했다. "대표님도 심 아가씨도 아직 젊어서 기회는 아직 많을 겁니다.""저 선생님을 만나자고 한 건 이 일 때문이 아니에요." 박시준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 "김세연의 수술을 집도한 사람은 진아연이었어요."주치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의 전처 진 아가씨 말입니까?""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주치의는 안경을 올리 밀고 말했다. "네, 저도 진 아가씨가 노경민 교수 제자인 건 압니다, 하지만 그래도 좀 믿기지 않네요. 아무리 그래도 신경 내과 수술이 보통 쉬운 수술이 아니잖습니까.""진아연의 진짜 실력을 알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박시준은 물었다.주치의는 고개를 저었다. "직접 진 아가씨가 수술을 하시는 모습을 보지 않고서는 평가하기가 힘듭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진 아가씨 실력을 알기 힘들 것 같습니다.""김세연이 그랬어요, 자기 치료에 쓰인 치료 방안은 노경민 교수님이 직접 계획하신 거라고. 만약에 선생님께 치료 방안을 드리면 선생님은 이토록 복잡한 수술을 하실 수 있으신가요?" 박시준의 질문에 주치의는 말문이 막혔다."박 대표님, 진
주치의가 말했다. "회장님께서 경호원을 시켜 진아연 씨를 데려가 낙태시킨 걸로 기억합니다.""네. 경호원은 직접 그녀를 수술실에 데려갔다고 했습니다." 박시준은 얼마 전 그때의 그 경호원에게 물었었다. "끝난 후 의사가 그에게 주의사항까지 설명했다고 합니다.""그렇다면 낙태한 게 맞을 겁니다. 입양한 아이가 회장님을 닮은 건 아마도 지운 아이를 추모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진아연이 그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도 그 때문일까?...스타팰리스 별장.안방.마이크와 두 아이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는 진아연을 바라보았다.마이크는 새벽 1시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었다.하지만 전화가 통하지 않았다.그녀가 집에 돌아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언제 돌아왔는지도 모른다."집에 모기가 있어?!" 갑자기 라엘이 애티 나는 귀여운 목소리로 물었다.마이크가 방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없는데! 모기한테 물렸어?"라엘: "모기가 엄마를 물었어!"라엘은 또렷한 눈동자로 진아연의 목을 응시하고 있었다. "봐, 모기한테 물려 엄청 크게 부었어!"마이크는 라엘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바라보았다.이건...그건 모기에 물린 것이 아니다!19금 행위를 한 후 남겨진 흔적이다."자, 엄마가 자고 있는데 떠들지 말고." 마이크는 한 손에 한 아이씩 안고 그들을 방에서 데리고 나갔다. "아침 먹으러 가자. 오늘은 어디 가서 놀까?""난 집에서 엄마가 깰 때까지 기다릴래." 라엘은 뾰로통해서 투덜거렸다. "엄마랑 같이 논 지도 오래됐단 말이야!"한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알았어. 그럼 너희들은 아침 먹고 집에 있어." 마이크가 하품을 했다. "아저씨는 오늘 회사에 나가야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너희들 엄마가 깬 뒤에 갈 거야."한이가 물었다. "어젯밤 엄마는 왜 집에 안 온 거야?""박시준이 한 짓이겠지!" 진아연의 목에 남은 빨간 자국을 생각하니, 마이크는 더욱 그녀의 외박이 박시준과 관련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심윤이가 유산했대.
그들이 현관으로 가서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니 60~70세 정도로 보이는 귀티가 좔좔 나는 여성이 서 있었다.한이는 그 사람의 정체를 재빨리 알아차렸다. "이 사람은 쓰레기 아빠의 엄마야!"라엘: "그래? 그럼 우리 할머니네!""할머니라고 부르지 마!" 한이는 여동생이 한 말을 정정한 후 추측했다. "트집 잡으려고 엄마를 찾아온 게 틀림없어!"라엘: "흥! 엄마를 괴롭히는 건 못 참지! 우리가 몰아내자!"한이는 즉시 드론을 찾으러 갔다.라엘은 오빠의 뒤를 바짝 따랐다!문밖의 박 부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진아연이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그녀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그래서 해명을 요구하려고 진아연의 집을 찾아왔다!갑자기 위에서 쉭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박 부인이 고개를 드니,드론 한 대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이 보였다!왜 갑자기 드론이 나타났는지 궁금해할 때, 드론은 붉은 액체를 뿜어내기 시작했다!붉은 액체가 그녀의 값비싼 가죽 코트에 튀자 박 부인은 비명을 지르며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도망갔다!진아연은 그 비명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즉시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 밖을 내다보았다.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본 그녀는 바로 방에서 뛰쳐나갔다.별장 밖, 박 부인은 분노에 빨개진 눈으로 차 안에 숨어 있었다.아줌마는 그녀를 도와 코트를 벗긴 후, 물티슈로 얼굴에 묻은 붉은 액체를 닦아 주었다."사모님, 아마도 물감인 것 같아요." 아줌마가 말했다.박 부인은 이를 악물었다. "정말 야만적이야! 진아연이 설마 진짜로 심윤을 밀어 넘어뜨렸을까 의심했지만, 이제 믿겠어!"잠시 후 별장 문이 열렸다.잠옷을 입은 진아연이 재빨리 밖으로 걸어 나왔다.그녀는 검은색 고급 자동차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박 부인은 그녀를 보자마자 아줌마의 부축 하에 차에서 내렸다."진아연!" 낭패한 모습의 박 부인이 포효했다. "이게 다 뭐하는 짓이야!"박 부인의 포효를 듣자 한이와 라엘도 즉시 달려 나왔다.방금 진아연이
박 부인의 표정은 엄숙했다. "혈연관계 없이는 이렇게 닮을 수가 없어. 강렬한 느낌이 들어, 저 아이는 틀림없이 내 손주야! 시준이도 어렸을 때 저랬으니까. 누굴 보던 눈빛이 차가웠지. 그 눈빛마저도 너무 닮았어!"아줌마: "하지만 회장님은 저 아이의 혈연관계를 의심하는 것 같지 않던데요."박 부인: "시준이가 어떻게 나보다 더 잘 알겠어? 자기 어렸을 때 모습을 잊은 지 오랠 거야."아줌마: "일리 있네요. 그럼 사모님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박 부인의 눈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저 아이와 시준이 부자 관계가 맞는지 확인해야 겠어. 친자 확인 검사를 해보면 알겠지.""네... 근데 친자 확인을 하려면 아이의 혈액이나 머리카락이 필요하잖아요...""얻을 방법이 있을 거야." 박 부인은 자신만만했다.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시준에게 알려줘야겠어."병원.심윤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사산한 후 이틀 정도는 병원에 입원해 지켜봐야 했다.오늘 아침 박시준이 그녀를 보러 왔었지만, 병실에 머문 지 10분도 되지 않아 전화를 받고 떠났다.이제 그녀의 뱃속에 박씨 가문의 후계자가 없기에 박 부인은 그녀에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조금 슬펐지만, 박시준이 그녀에게 입금한 2,000억을 보고 나니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람을 기쁘게 만들 수는 있다.박시준의 엄청난 보수를 받았으니, 당연히 계속 시은을 치료해줘야 했다.시은의 병이 조금이라도 나을 수만 있다면 박시준은 그녀를 섭섭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박시준은 지금 그녀를 뗄 수 없었고, 그녀도 2,000억으로 만족하지 않았다.갑자기 문자가 왔다.무심코 클릭했더니 갑자기 동영상이 튀어나왔다!그녀의 눈이 즉시 휘둥그래졌다!동영상 속의 사람이 너무 낯익었다!잠깐! 이건 자신이 아닌가?이 남자는... 박우진!그녀는 침을 삼켰다!이 영상은 그녀와 박우진이 호텔에서 함께 보냈던 그날 밤의 일을 담고 있었
한이는 심윤의 답장을 받은 후 그녀에게서 돈을 뜯어낼까 생각했다.그녀는 지금 박시준과 헤어진 데다, 배 속의 아이도 없어졌기 때문에 이 동영상으로 박시준을 난처하게 만드는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너희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진아연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아이 방으로 와 두 아이를 훈계했다. "엄마가 그 할머니와 무슨 원한이 있든 간에, 그 분은 이미 70세가 넘었어. 너희들 때문에 병이라도 나면..."라엘은 크고 까만 눈을 깜박이며 순진하게 말했다. "그 할머니가 병이 나면 엄마가 치료해주면 되잖아요.""엄마는 신이 아니야! 무슨 병이든 다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고!""결국은 병이 도지지 않았잖아요, 엄마에게 막 소리 지르고 그랬어요!" 라엘은 계속 중얼거렸다. "엄마, 저랑 오빠는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놔둘 수 없어요!"딸의 중얼거림을 들은 진아연은 마음이 약해졌다."엄마를 괴롭힌 게 아니야. 엄마가 그렇게 쉽게 괴롭힘을 당할 사람이냐?" 진아연은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하지만 엄마 어젯밤에 집에 오지 않았잖아요. 오빠랑 오래 기다렸는데... 마이크 아저씨가 쓰레기 아빠한테 잡혀갔다고 했어요..." 라엘은 입이 뾰로통했다. "우리가 크면 엄마를 위해 복수할게요!"진아연은 감동했다.그녀는 딸을 안고 부드럽게 말했다. "엄마는 엄마 자신을 지킬 수 있어. 너희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기만 하면 돼! 이따가 엄마랑 같이 놀러 나갈까?""네! 엄마가 우리랑 같이 놀아준지 엄청 오래됐어요!" 라엘은 조금 섭섭해하며 코를 훌쩍거렸다.옆에 있던 한이는 심윤에게 답장을 보냈다.심윤은 상대의 대답에 눈살을 찌푸렸다."B 코인 1,000개? B 코인이 뭐지?" 심윤은 의문스러워 인터넷에서 검색해봤다.B 코인은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가상 화폐였다.상대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었다.그가 심윤에게 직접적으로 돈을 요구했다면 심윤은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비록 정말 신고할 건 아니였다. 그녀의 평판이 걸린 문제
이 네일샵은 어느 한 명품 브랜드 매장 안에 있었다.전에는 이 브랜드가 가방과 의류를 판매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매니큐어에까지 확장한 것은 몰랐다. 진아연은 상당히 새롭게 느껴졌다."아연아! 준기 오빠랑 올해 5월 1일에 결혼하기로 했어!" 여소정은 빅 뉴스를 발표했다. "그리고 넌, 내 신부 들러리가 될 거야! 애들은 내 화동이 되고!"진아연은 울지도 웃지도 못할 표정이었다. "애들이 화동이 되는 건 나도 좋지만, 신부 들러리는 됐어... 다른 친구 찾아봐!"그녀는 결혼한 적이 있었고, 자녀도 있기 때문에 들러리로는 적합하지 않았다."이미 엄마 아빠랑 준기 오빠에게 다 얘기했단 말이야! 모두 동의했어." 여소정은 그녀를 옆에 앉히며 말했다. "우리 같은 스타일로 매니큐어를 하자!""같은 매니큐어를 하는 건 좋은데, 신부 들러리는 정말 안 돼. 소정아, 난 너와 하준기가 행복하고 달콤했으면 좋겠어. 나처럼 되지 말고." 진아연은 고개를 숙였다. "나도 지금은 행복하지만, 네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여소정 얼굴의 미소는 굳어졌고, 그녀는 감동했다. "아연아, 네 말 들을게. 하지만 난 네가 미래에 더 나은 남자를 만나 행복할 거라고 믿어."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너 거의 다 됐지?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어?""아침에 왔어. 고른 스타일이 너무 많아서 오래 걸렸지. 다행히 너무 이뻐." 여소정은 손톱의 완성품을 보며 매우 흡족해했다."난 그냥 단색으로 할래. 오늘은 애들 데리고 놀러 나온 거야. 너무 오래 하면 애들이 지루해할 것 같아." 아연은 옆에 있는 두 아이를 흘끗 쳐다보았다."엄마, 저도 하고 싶어요." 라엘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전시대에 놓인 수많은 샘플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진아연: "넌 지금 너무 어려. 나중에 크면 할 수 있어.""엄마, 우리 괜찮아요." 한이는 손으로 라엘을 잡으며 엄마에게 말했다. "소정 이모랑 같은 거로 하는 건 어때요?"소정이가 웃으며 말했다. "한이야,
두 사람은 헤어진 적이 있지만, 왕은지가 해외 사업을 매각해 6,000억 현금을 챙기자, 그 남자는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자기야, 박시준이 윤이에게 2,000억을 줬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야?" 왕은지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심윤의 아버지도 진아연을 발견했다.그는 자랑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정말이야! 어제 줬어.""그 돈을 나한테 투자하라고 얘기해보는 게 어때? 내가 4,000억, 아니 6,000억으로 만들어 줄게!" 왕은지는 웃었다."그래! 내가 이따가 윤이랑 상의해 볼게. 걔 사실 당신을 아주 좋아해. 우리 둘이 만나는 것도 지지하고 있어."왕은지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진아연을 향해 말했다. "진아연, 나 돌아왔어!"진아연은 걸음을 멈춰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좋네요. 당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가려고 했는데.""그래? 나도 너때문에 돌아온 건데. 내 딸과 내 동생의 목숨은 두 개인데, 네 어미의 목숨 하나로는 모자라지!" 왕은지는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 "박시준을 그렇게 사랑한다며? 난 박시준이 심윤에게 준 돈으로 널 상대할 거야.""좋아요!" 진아연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당신이 죽거나, 내가 죽거나, 한번 해보죠.""나도 그렇게 생각해! 네가 가시인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제거했을 텐데!" 왕은지는 독기를 내뿜으며 말했다."나도 당신이 암 덩어리인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당신을 제거했을 거예요." 진아연도 지지 않았다.그들은 말할수록 감정이 격해졌다.심윤의 아버지는 두 사람이 매장에서 싸울까 봐 즉시 왕은지를 데리고 나갔다.집에 돌아온 진아연은 잔디밭에 붉은 물감이 뿌려진 것을 보고 즉시 호스를 꺼내 잔디밭을 청소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엄마의 얼굴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났다.엄마가 계실 때 마당에 채소도 심으며 잘 가꾸었다.지금의 마당은 텅 비어 황량했다.그녀는 절대로 왕은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엄마를 위해 복수를 해야 했다!다음 날 그녀는 일찍 일어나 꽃시장에 갔다.그녀는 꽃과
흐릿한 가로등 아래의 그는 옅은 갈색의 더스터 코트를 입고 있어 특히 눈길을 끌었다.평소 짙은 색의 옷만 입다가 갑자기 스타일이 바뀌니 더욱 눈에 띄었다.그가 나타나자 마당의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다.여소정은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다.다음 순간에 바로 달려가 하준기를 팰 것 같았다.하준기가 박시준을 여기에 데려온 게 분명했다.진아연은 박시준을 본 후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어젯밤에 있었던 모든 일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했다.오늘은 집에 사람이 많으니 그녀는 그가 감히 어쩌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는 지금 자신을 채권자의 위치에 두었고, 그녀를 채무자의 위치에 두고있다.그래서 그녀가 그를 초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뻔뻔하게 찾아왔다.두 사람이 마당에 들어온 후 여소정은 다가가 하준기의 팔을 꼬집었다.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마치 "난 억울해! 내가 데려온 게 아니야!" 라고 말하는듯 했다.여소정은 그를 진아연 쪽으로 밀며, 아연에게 사과하고 설명하라고 했다!그는 진아연의 옆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아연 씨, 저기... 손톱 너무 예쁘네요! 소정이랑 같은 스타일 맞죠?"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의 손톱을 바라보았다.옆에는 조지운이 박시준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하준기의 말을 듣고 진아연의 손을 향해 바라보았다.주황색 불빛 아래 그녀의 손톱은 보석처럼 맑고 투명했으며, 신비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하준기는 난감함을 조금이라도 달랜 후 진아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정말 내가 데리고 온 게 아니에요. 난 그냥 여기 온다고만 말했는데, 기어코 따라오겠다고 해서..."진아연: "준기 씨를 탓하는 거 아니에요."하준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술 가져왔어요... 트렁크에 있으니 가지러 갈게요."말하고는 여소정을 데리고 술을 가지러 갔다.마이크는 박시준 앞에서 고분고분해 하는 조지운의 모습을 보고 매우 불쾌했다."이건 너무 뻔뻔한 거 아닌가?" 마이크는 박시준이 있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