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한이는 아주 냉정하게 답했다."진짜 안 가져왔어?" 진아연은 아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네, 그런 적이 없어요." 한이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진아연은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만약에 아이들이 진짜 안 그랬는데, 계속 캐묻는다면 아이들이 자신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한이는 라엘은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방에 들어오자마자 라엘은 "오빠, 왜 거짓말을 한 거야?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면 안 돼." 라고 속삭였다.여태까지 진아연이 물어보지 않았기에 라엘은 참고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엄마가 직접 물었으니,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박시준이 박스가 사라진 걸 알게 됐다면 돌아버렸을 게 분명해." 한이는 차갑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 이걸 그냥 돌려주면 박시준은 우리한테 자기 물건에 손댔다고 먼저 뭐라 할 게 분명하고, 그러니까 지금 돌려주면 안 되지, 박시준은 좀 고생해 봐야 돼.""근데... 그래!" 라엘은 오빠 말에 타협했다.오빠와 그 쓰레기 아빠 중에 라엘은 당연히 오빠 편이였다.아이들은 원래 박스를 침대 밑에 뒀다가, 그저께 마당으로 가져다가 나무 밑에 묻었었다.옮긴 이유는 한이가 그 종이에 쓰여있는 내용을 봤기 때문이었다.그 종이의 내용을 보고 난 후, 한이는 박스의 중요성을 느꼈고 함부로 놔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그래서 장소를 옮긴 것이었다.옮겼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걸렸을 것이다."박시준이 혹시 미쳐버리면 어떡해?" 라엘은 갑자기 걱정이 됐다. "그래도 우리 아빠잖아."지한: "걱정 마, 나쁜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아."그제야 라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진아연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이들한테 물어봤는데, 박스 건드린 적이 없다고 합니다."이 시간에 박시준이 쉬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는 바로 답장을 했다: "알았어."진아연은 계속해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직 안 잤어
"아니야, 아연아 가지 마, 시은이도 거기 있어. 여자 두 명이랑 같이 있는박시준을 보면 너가 못견딜거야." 여소정이 말했다. "아직 박시준 정신 상태도 그리 좋지 않대. 나는 혹시라도 회사에 어떤 큰 문제라도 생긴 줄 알았는데, 하준기가 아니래, 그래서 혹시나 너랑 상관이 있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진아연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야, 여소정, 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그 사람과 이혼했을 때도 박시준은 눈 하나 깜빡 안 했는데. 내가 무슨 수로 그렇게 만들겠니?""그럼 갑자기 왜 이러는데? 설마 심윤 때문인까?" 여소정은 더욱 궁금했다. "요즘 심윤이라는 여자가 그 집 자주 드나든대, 그 여자도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진아연은 박시준과 심윤의 소식을 듣고 나니 마음이 더 평온해졌다.나중에 어느 날 그들이 결혼한다는 얘기가 들려도 아마 지금처럼 덤덤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그녀와 박시준은 이미 서로 영원히 교차하지 않는 평행선이 돼버렸고, 남은 인생마저 점점 멀어질 일만 남았다."소정아, 근데 너 하준기랑은 잘 지내?" 진아연은 화제를 바꿔 봤다."그냥 그대로야! 준기가 그러는데 올해 연말까지는 노력해 보겠대, 그래도 부모님이 이해를 해주지 않고 지금이랑 똑같으면 내년엔 집에 들어가 가족 사업을 이어 받겠을 생각이래." 여소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나 박시준처럼 사업 머리가 타고난 건 아니더라고. 나랑 하준기는 그냥 있는 걸 물려받을 운명인가 봐."진아연은 여소정한테: "은근히 잘난척은 다 한다 다해." 라고 말했다."다른 사람을 몰라도 내가 너 앞에서 뭔 잘난 척이야." 여소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연아, 네가 지금 박시준 보러 간다고 막 서두르지 않는걸 보니까, 기분이 좋다.""뭐 암에 걸린 것도 아니잖아." 진아연은 최대한 무관심한 척했다."그럼 박시준이 불치병에 걸리면 간다는 거네?""그렇지, 불치병에 걸리면 죽는 거잖아. 죽기 전에 인간적으로 얼굴은 한 번 보러 가는 게 예의 아니야?"진아연의 말에
"조지운 씨, 어때요, 저희 드론 장난 아니죠?" 마이크는 사과를 한 입 깨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조지운은 그의 잘난척하는 얼굴을 보면서 갑자기 그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심지어 오늘따라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네, 좋네요. 그래도 너무 자만하지 마세요, 그쪽 드론 아직 보완할 부분이 엄청 많아요." 조지운은 말했다.마이크는 "아무리 ST그룹이라 해도 감히 최고라고 할 수 없겠죠?" 라고 말하며 마이크는 "우리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거예요!" 라고 답했다."그래요, 힘내세요!""오늘 밤 달이 참 둥글구나!" 마이크는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했다.조지운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저희 이제 앞으로 싸우지 맙시다." 마이크가 갑자기 그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앞으로 서로 협력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조지운은 안경을 올려 밀었다. "저희 대표님 돈 벌기가 참 쉬워보여요? 왜요, 아직 부족합니까?"마이크: "조금요, 사실 우리가 해외에서 더 호구 거래처를 만난 적도 있거든요."조지운: "우리 대표님이 그쪽 회사 드론을 사서 2,000억이 넘는 수익을 내줬잖아요, 아마 내일이면 검색어에 뜰걸요. 그때가 되면 모든 사람들이 다 ST그룹이 그쪽 회사 제품을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고 수많은 구매자가 모여들 겁니다."마이크: "알아요. 하지만 박시준이 정말 괜찮은 전 남편이라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해 줘야 된다고 생각되는데요. 그게 아니면 지금 이 정도 해 줬다고 무릎 꿇고 감사의 절이라도 해야 하나요?."조지운은 말문이 막히면서도 너무 우스웠다. "그래도 그쪽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마이크: "박시준 씨 스스로 원해서 한 거잖아요."조지운: "... 그런데 그쪽 대표님은 안 보이시네요."마이크: "박 대표님도 안 오셨네요?"조지운: "그게..."두 사람 서로 피하는 것인가?시간은 흘러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가왔다.안젤라 학교아침 9시.박시준은 시은이를 데리고 학교에
두 사람 생일이 같은 날이네?우연의 일치인가?진아연은 아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이때 큰 키의 웅장한 그림자가 그녀 앞에 드리웠다.오늘 박시준은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차가우면서 엄숙한 분위기를 뿜겼다.진아연이 잘못 본 거일 수도 있지만 언뜻 보기에 살이 좀 빠진 것 같았다.진아연은 잠깐 2초 동안 머뭇하다가 그래도 다가가서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하기로 했다.막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시은이가 마치 한 마리 새처럼 박시준의 앞에 다가와 그의 손을 잡고 앳된 목소리로 "오빠, 케이크 먹어." 라고 말했다.진아연은 바로 박시준의 옆에 서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은의 말을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오빠?!시은이가 지금 박시준을 오빠라고 불렀다?진아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시은이를 바라보았다.시은이도 진아연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를 바라보았다.진아연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그런지 시은이는 조금 긴장한 듯했다.시은이는 진아연한테도 케이크를 권하고 싶었다. 그러나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혹시 방금 오빠라고 부른 거 맞아요?" 진아연은 참지 못하고 시은이한테 질문을 했다.진아연은 그냥 궁금했을 뿐 전혀 다른 뜻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투는 자기도 모르게 강압적이었다. 시은이도 그녀의 말투에 놀란 듯 박시준의 뒤로 숨었다.박시준은 시은의 손을 꼭 잡아 주면서 말했다. "괜찮아, 시은아. 우리 케이크 먹자."박시준과 시은이는 진아연의 옆을 지나 교실로 들어갔다.엄마의 멍한 모습을 본 한이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엄마, 집에 가자."진아연도 시선을 아들에게 돌려 마음을 다스리고 한이랑 밖으로 나갔다.차에서 한이는 한참 찡그리고 있는 엄마의 표정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시은이가 나보고도 오빠라고 했어."진아연은 한이를 바라보며 순간 정신이 들었다.맞다, 시은이는 정신 지체가 있잖아, 진아연은 그것을 잊고 있었다.그가 박시준을 오빠라고 부른다고 박시준이 그의 친오빠라는 법은 없었다.전에 한이를 오빠라고
그들이 미리 말하지 않고 오는 바람에 그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그는 그들을 환영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시은이에게는 낯선 사람들일테니.그들을 보고 시은이가 놀랄 수도 있다.박 부인애 맨 앞에 서있었다.시은이를 보고 박 부인은 믿기 힘들다는 듯 눈을 깜박거리더니,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박시준은 시은이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어머니, 말도 없이 어쩐 일이시죠?""너희들에게 줄... 케이크를 사서 왔어." 박 부인은 눈을 살짝 내리깔며 말했다. "너무... 갑작스럽다는 거 알지만. 참을 수가 없어서..."시은이를 보고 싶어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시은은 낯선 박 부인의 목소리를 듣고 긴장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생겼다.그녀는 박시준의 뒤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박 부인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시은아, 내가... 무섭니? 아니지?" 박 부인은 기대에 가득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시은이는 바로 박시준의 등 뒤로 숨어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박시준은 옷자락을 잡은 그녀의 손을 감쌌다."어머니, 돌아가세요! 케이크라면 이미 챙겨 먹었습니다." 그는 냉정하게 말했다. "케이크. 가져가세요."박 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너무나도 아쉬웠지만 그래도 딸아이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였다.그렇게 사람들은 돌아갔다.박시준은 시은이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이모님은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곧 가신다고 아가씨께서 알리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이 말을 들은 박시준은 옆에 있던 심윤을 쳐다보았다.심윤은 바로 말을 했다. "시준 씨, 저 방금 6시쯤 여기 도착했어요. 음, 케이크 먹었다니깐 케이크는 다시 가져갈게요."심윤도 케이크를 가져왔다.사실 이 케이크는 그녀가 직접 만든 것이다.박시준은 겁먹은 사슴처럼 서있는 그녀를 보며 인상이 찌푸려졌다.그가 이렇게 매몰차다고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심 선생님, 시은이의 다음 치료 계획은 대략 잡히셨나요?" 그는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심윤은 피하지 않고
그녀는 기쁨에 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앉아있었다!5년 전, 새 엄마 왕은지의 동생인 왕기춘이 진명그룹에서 4,000억원을 횡령했다!그런데도 욕심에 눈이 먼 왕기춘은 진명그룹에 돌아와서 다시 또 돈을 횡령할 생각을 한 것이다.하지만 이번에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4,000억원이 아닌... 법의 심판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방금 전화를 준 사람은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이 형사님이었다. 지금 왕기춘이 국내행 비행기를 탔다고 전해줬다.경찰은 그를 체포하기 위해 공항에 매복 중이다.왕기춘이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는 바로 체포될 것이다!그녀는 이 순간을 위해 몇년을 기다렸던가!전화는 끊겼지만 그녀는 쉽사리 진정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 기쁜 소식을 친구들에게 바로 말하고 싶었지만 새벽 3시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만 두기로 했다.그녀는 이불을 정리하고 침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갔다.냉장고를 열어보니 엄마가 요리할 때 사용하려고 사놓은 맥주 캔들이 보였다.그녀는 맥주를 꺼내들고 거실로 나왔다.새벽 4시.박시준의 저택.박시준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그는 벨 소리에 잠을 깼다.인상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들어 보았다.진아연의 이름을 본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는 눈썹을 매만지며 믿기 힘든 듯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잘못 본 것이 아니다. 확실히 진아연이 그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확실히 그녀의 전화라는 생각에 그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의 전화가 끊길세라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녀가 이 시간에 그에게 전화를 한 것에는 분명 심각한 일이 일어난 게 틀림 없을 것이다!지금 두 사람은 마주쳐도 인사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분명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니라면 절대 그에게 전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여보... 세요...? 박시운... 씨? 생일 축하해요!" 수화기 너머로 진아연의 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박시준은 긴장이 풀렸다.그녀는 술김에 그에게 전화를 한 것
진아연은 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술이 확 깼다.그는 설마 그녀가 술에 취했다고 진심을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그는 그녀를 너무 과소평가했다.확실히 그녀는 술을 많이 마시긴 했다.하지만 그녀는 와인이 아닌 맥주를 마셨을 뿐.고작 맥주로 그녀가 취중진담을 할 정도로 취하지는 않았다.그녀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잠든 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박시준은 그녀의 호흡이 점차 고르게 되는 것을 들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전화를 끊을 수 없었다.만약 그녀가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먼저 그에게 전화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아침 8시.진아연은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아버지가 막 돌아가셨던 그 순간을 꿈으로 꿨다.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회사는 파산했고...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는 노숙자 신세가 되어 길 잃은 고양이와 강아지처럼 무작정 길을 걸어가던 꿈이였다.꿈 속에서 그녀는 목이 너무 말랐지만 물을 마시고 싶어도 물을 살 돈조차 수중에 없었다.막 일어난 그녀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있었다.그녀는 익숙한 자신의 침실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아연, 다 지난 일이야... 무서워 하지마."마음이 조금 진정되자 휴대폰에서 갑자기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어?"진아연: "!!!"그녀는 놀란 표정으로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뭐, 뭐지? 잘못 들은 건가?휴대폰에 귀신이라도 들린 건가?박시준의 목소리가 대체 왜 갑자기...?'정신차려, 진아연. 아침에 설마 귀신이라도 있겠어?'그녀는 다시 크게 심호흡을 하고 휴대폰을 조심스럽게 들었다.박시준은 그녀의 혼잣말을 들으며 그녀의 다음 반응이 기대되었다.그녀는 휴대폰 화면을 보았고, 그 순간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화면에는 그녀가... 박시준과 5시간 동안이나 통화 중으로 나타났다!손에 든 휴대폰이 너무 뜨거웠다!설마 어젯밤에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던 건가?대체 왜... 그에게 전화를 한 거지?그녀는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보며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왕은지가 발악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진아연은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그래서 어떻게 하시려고요?" 진아연은 비웃었다. "범죄를 저지른 건 내가 아니에요. 아직도 정신 못 차리셨나 보네요? 이렇게 당당하게 나한테 전화를 다 하신 걸 보니?"왕은지: "내 딸... 내 딸 희연이가 죽은 건 다 너 때문이잖아!!!""하... 무슨 일만 있으면 남 탓하시는 거 여전하시네요!" 진아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직도... 예전의 진아연으로 보이세요? 내가 예전처럼 그냥 당할 거 같아요? 왕은지 씨, 정신 차리세요! 5년 전에 날 죽이지 못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 드릴게요!"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녀는 5년 전의 진아연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왕은지는 화를 내며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해 바로 A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정오 뉴스.——진명그룹의 주가가 4,000억으로 급등? 전 CFO 왕모 씨가 5년 동안 회삿돈을 횡령한 후, 오늘 아침 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뉴스를 본 마이크는 진아연이 있는 사무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뭐야! 이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는 말해줬어야지!" 마이크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말했다. "주가가 지금 미친 듯이 올라가는 소리 들리지!?"진아연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뉴스에서 하는 말을 다 믿는 거야? 그리고 그 많은 돈을 탕진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잡혀 들어오지도 않았겠지?""진아연, 물론 4,000억을 손해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 봐. 우린 여기에 앉아서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잖아.""아버지께서 4,000억을 잃은 거지 내가 아니야." 진아연은 그의 말을 정확하게 수정했다. "사람은 항상 잘못된 선택을 하기 마련이야. 그리고... 그에 따르는 대가를 치르는 것 뿐이고. 이건 아버지께서 왕은지를 선택하신 대가야."마이크: "오늘 밤 축하 파티?""좋아!" 진아연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