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점심 먹어!" 박시준이 그녀를 초대했다.아연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계속 밖에서 기다린 거예요?"시준은 부인하지 않았다.여기서 그녀를 기다린 게 아니라면 그는 떠난 지 오래였을 것이다.진아연은 고개를 들어 하늘의 태양을 올려다보았다.초가을이라 그리 덥지는 않았지만, 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뜨거웠다."시은은 어디 있어요?" 그녀가 물었다.박시준은 주차장 쪽을 한번 바라봤다. "차 안에 있어.""아, 네... 두분이 함께 식사하시길 바랍니다! 엄마가 점심 차려놔서 난 집에 가야 해요." 진아연은 망설임 없이 그를 거절했다.박시준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그녀와 시은을 같은 상에서 밥 먹게 하려 하다니.부끄럽지도 않은 건가?양다리... 아니 세 다리를 걸치고 싶어도, 그렇게 직설적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옆에 있는 식당을 예약했어." 시준은 그녀의 거절에 낙심하지 않았다. "이따가 시은을 학교에 보낼 거야. 너도 한이를 학교에 보낼 거지? 같이 밥 먹고 학교에 데려다주면 되잖아."아연은 빨간 입술을 오므리고, 잠시 생각한 후 다시 거절했다. "집에 갈 거예요. 낮잠 자고 다시 한이를 학교에 보낼 생각이에요."박시준은 정상적인 요청이 효과가 없는 것을 보고 약 올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냥 밥 먹는 건데 뭐가 두려워? 이혼하면 식사도 같이 못 하나? 아니면 마음속에 여전히 내가 남아있어서 날 마주할 수 없는 거야?"분통이 터질 듯했다!그녀는 애써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며 한이의 손을 잡고 옆에 있는 식당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박시준은 차에 가서 시은을 불렀다.네 명은 자리에 앉은 후 주문을 시작했다.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다.아연은 주문을 마친 후 시준에게 메뉴를 건넸다.박시준은 메뉴를 받아 시은에게 건네 주문하라고 했다.진아연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고, 마음속으로 열을 받았다.그녀는 주전자에서 물 한 컵을 따라 부은 다음 컵을 집어 들고 바로 마시기 시작했다.그런데
그래서 그는 이번 기회에 진아연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다."나와 시은은..." 그는 입을 열다말고 그녀의 휴대폰 화면에 있는 사진에 눈길이 갔다. "이 남자는 누구야?" 어딘가 낯이 익어 보였다.그는 사진을 계속해서 들여다보았다.그 남자를 본 적 있는 것은 확실했지만, 그 남자의 구체적인 정보는 떠오르지 않았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도로 빼앗았다."당신 정말 하나도 안 변했군요. 그 통제욕 완전히 그대로네요. 이게 아재들의 오지랖인가?" 그녀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으며 박시준을 놀렸다. "내가 최근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입니다. 잘생겼죠? 잘생긴 데다 나이도 젊고. 요즘 이런 남자가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박시준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그가 나이가 많다고 무시하는 건가?그녀와 좋게 대화하려고 했지만 필요 없는 것 같군!어차피 이제 나이 든 아저씨가 아니라 어린놈을 좋아하니까!"방금 무슨 말을 하려 했습니까?" 화가 나서 얼굴이 파랗게 질린 시준을 보니 아연은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아니야!" 박시준이 차갑게 말했다. "밥 먹자!"식사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박시준이 계산할 때 진아연은 한이를 데려고 먼저 나갔다.병원.심윤이 결과서를 받았을 때 그녀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고였다.그녀는 오늘 오전 내내 긴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가장 무서운 것은 잠에서 깨어나니 이 악몽이 현실이라는 것이다!임신!박우진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병원에서 나온 후 그녀는 대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야!신이 그녀의 문을 닫을 때 분명히 다른 한 문을 열어두었을 것이다.다른 사람들이 그녀가 임신한 게 박우진의 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한 그렇게 끔찍한 일은 아니었다.또한 박시준은 지금 시은의 치료 때문에 그녀가 필요했기에, 그녀의 상황은 진아연보다 나은것 같았다.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그녀는 눈을 감았지만 머리가 아파 잠이 오
그 말에 진아연은 말문이 막혔다.전부 내 탓이야!어쩌려고 그의 선물을 받은 거지?!그의 선물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난처하지 않았을 것이다.전화를 끊은 후 아연은 마이크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내 생일 파티를 다시 해주고 싶다면 미리 나한테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야?""먼저 얘기했다가 네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떡해?" 마이크는 그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다 알리고 나서 너한테 알려야 네가 거절을 못 하지."진아연은 썩소를 지었다. "그럼 네가 다른 사람들과 재밌게 놀아! 난 안 가!""근데 이미 박시준에게도 알렸는데! 그 뻔뻔한 인간이 오겠대!" 마이크는 조롱하는 어투였다. "진아연, 네 전남편 낯가죽이 그렇게 두꺼운 줄은 몰랐어. 그런 사람을 왜 좋아했던 거야?"아연은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전화를 끊었다.1분도 채 되지 않아 여소정이 전화를 걸어왔다."아연아, 박시준이 갈 거래! 츤데레라 분명히 거절할 줄 알았는데!" 여소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매번 그의 반응을 예상할 수 없단 말이야. 이게 바로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인가?"진아연: "사이코패스의 반응도 예상할 수 없는 법이거든. 너 그 사람 볼 때 필터 좀 빼주면 안 되겠니?""하하하! 매번 박시준 얘기를 하기만 하면 엄청 공격적이더라!" 여소정은 분석했다.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나 본데!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흥분할 리 없는데."아연은 컵을 들고 물을 한 모금 들이킨 후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었다.갑자기 얼마 전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던 날들이 그리워졌다....마이크는 박시준에게 전화를 걸어 알린 후 화장실에 가서 몇 분 동안 마음을 가라앉혔다.정신을 차린 뒤 그는 조지운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지운의 번호는 이미 지운지 오래지만, 빌어먹을! 그는 조지운의 번호를 외워두고 있었다.전화가 받아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내 전화 안 받을 줄 알았는데! 며칠 전 문자 보냈는데 왜 답장 없어?!" 얼마 전 마이크는 진아연의 협박
-문제없어요! 저 주량은 자신 있어요!-저도 많이 마실 수 있어요!-이 많은 사람이 박시준 한 명을 상대 못 할리 없죠! 자신 있어요!마이크는 단톡방에 있는 사람들의 호언장담을 보며 씩 웃었다.그가 왜 굳이 박시준을 파티에 초대했을까? 이것이 그의 진정한 목적이었다.진아연을 괴롭히는 것은 그를 괴롭히는 것이다.박시준과 대놓고 싸워 이길 수는 없어도, 술을 먹여 쓰러뜨릴 자신은 있었다!저녁.박 부인은 심윤을 데리고 본가로 와 저녁 식사를 하라고 박시준을 불렀다.박시준이 심윤을 데리고 본가로 온 후 모두가 한자리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심 선생님, 평소에 시간 나면 자주 놀러 오세요." 박 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시준이가 평소에 많이 바빠서 선생님과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을 거예요."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절 귀찮아하지만 않으신다면 앞으로 많이 찾아뵐게요.""내가 왜 선생님을 귀찮아하겠어요? 이렇게 훌륭한 분을, 좋아해도 모자랄 판에!"화기애애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박 부인은 박시준을 방으로 불러들여 따로 얘기를 나눴다."시준아, 너랑 심윤이 잘 어울리는데. 너도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잖니. 먼저 약혼식을 올릴래?" 박 부인이 물었다."어머니, 전 시은의 병이 나을 때까지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박시준은 거부할 핑계를 둘러댔다."시은의 치료와 네 결혼이 모순되는 건 아니잖아!""제 결혼식에 시은이도 참석했으면 좋겠습니다.""지금 결혼해도 참석할 수 있잖아! 지난번에 수술한 후 잘 회복되었다고 하지 않았니?"박시준은 고개를 저었다."약혼은 결혼이 아니잖아. 심윤은 널 위해 외국에서 하던 일도 그만두고 왔는데. 너도 뭔가를 해줘야 하지 않겠어?" 박 부인이 물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니?""약혼하지 않겠습니다." 박시준은 자신의 생각을 어머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전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시은을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의사를 찾게 되면 바로 심윤과 헤어질 생각입니다.
그녀의 눈에 담긴 야망은 한치의 숨김도 없었다.박우진은 자신의 죽은 영혼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그는 이제 심윤과 같은 배를 탔으니, 심윤의 성공은 곧 그의 성공을 의미했다.엄마가 아이 덕에 귀해질 수 있다면 그도 마찬가지였다.아비가 자식 덕에 귀해지는 것이다!...오후 10시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박시준 저택의 정원에 들어왔다.박시준은 오늘 저녁 회식에 나갔다.그가 그 술자리에 참석한 이유는 그 자리에 국내 드론 분야 3위 내에 꼽히는 기업가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진아연 회사의 상황에 대해 알고 싶었다.오늘 저녁 회식에서 얻은 정보에 따르면 진명그룹은 재건되었지만, 판매 경로에서 벽에 부딪혔다고 했다.앤 테크놀로지는 외국에서 매우 유명했고, 평판도 압도적으로 좋았다.그러나 진아연은 귀국 후 앤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진명그룹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제품은 같아도 브랜드가 다르면 가치도 다른 법이다.게다가 진아연은 마케팅이나 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이 3위 내에 꼽히는 기업가는 진아연이 국내에서 반년도 못 버티고 B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다음날.인터컨티넨탈 호텔.진아연은 합작을 논의하러 단신으로 왔다.상대방은 국내 드론 분야에서 제일 큰 유통 업체 중 하나다.두 사람은 호텔 식당에서 만난 후 자리에 앉았다."진아연 씨, 혼자 왔나요?"유통 업체 대표의 성은 나 씨였고, 나이는 50세 정도로 뚱뚱한 체격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안녕 뒤의 두 눈에서는 노련함이 묻어나고 있었다."네. 요즘 다들 많이 바빠서요." 진아연은 공손하게 미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문서를 꺼냈다. "나 대표님, 이건 저희 회사 제품에 대한 자세한 소개입니다. 한 번 확인해 보세요.""아, 봤어요. 내가 봤기 때문에 아연 씨에게 만나자고 한 겁니다." 말하는 나 대표의 시선은 아연의 얼굴에서 조금씩 아래로 내려오더니, 가슴을 지나 마침내 잘록한 허리에서 멈췄다. "아연 씨, 당신 회사 제품이 좋은 건
"네, 그래요! 돈만 주면 뭐든 다 팔 수 있어요! 왜요?!" 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일에 참견하지 마시죠!"그의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전부 정리해!"그가 명령을 내리자 경호원들은 즉시 식당에 있는 구경꾼들을 모두 내쫓았다.물론 바닥에 쓰러진 나 대표도 포함해서.크나큰 식당 내에 두 사람만 남았다.진아연은 힘주어 박시준의 가슴을 세게 떠밀었다. "박시준! 이 미친놈! 나쁜 새끼!"그녀는 온 힘을 다했지만 조금이라도 그를 밀어낼 수 없었다."뭐든 판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사줄게!" 그의 큰 손이 그녀의 옷깃을 잡았고 셔츠를 찢으려 했다.그녀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고 바로 애걸했다. "나한테 손대지 마세요! 박시준씨! 제발 손대지 마세요!""다른 사람이 손대는 건 되고, 내가 하면 안 돼?! 돈 안 줄까 봐 그러는 거야?"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그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그 안에 있는 지폐를 모두 꺼내 그녀의 당황한 작은 얼굴에 내던졌다!그 뒤로 '찍'하는 소리와 함께!그는 그녀의 셔츠를 찢었고, 안에 입은 흰색의 튜브톱이 드러났다.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서 뚝뚝 떨어졌다."박시준! 당신 한 번 더 내 몸에 손대면 앞으로 다시는 날 만나지 못하게 만들거예요!" 그녀는 울먹이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을 건드릴 순 없어도, 피할 수는 있으니까요!"그녀의 말은 마치 찬물을 그의 머리 위에서 끼얹는 것 같았다.그는 빨개진 눈으로 그녀의 겁과 화가 뒤섞여 있는 얼굴을 바라보았고, 충동은 억눌러졌다.흩어진 이성도 몸으로 돌아왔다.그의 목젖이 아래위로 움직이더니, 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자기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진아연은 두 팔로 자신의 가슴을 막은 채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그녀는 그가 셔츠 단추를 풀어 셔츠를 벗은 뒤 팔을 휘둘러 셔츠를 그녀 몸 위에 덮어주는 것을 지켜보았다.그의 따뜻하고 친숙한 기운이 그녀의 몸에 스며들었다.
여소정네 집.여소정은 티셔츠를 꺼내 진아연에게 주었다."도대체 뭘 한 거야? 어떻게 넘어지는데 단추가 떨어질 수 있냐?" 여소정은 의심하며 추측했다. "진아연, 너 누구랑 싸웠지?!"진아연은 티셔츠를 입으며 말했다. "응. 걸렸네?""싸워서 졌지? 네가 이렇게 낭패한 걸 보니 나도 마음 아프잖아. 보디가드 고용하지 그래?" 소정은 아연에게 따뜻한 물을 한 컵 따라주었다. "너도 이제 몸값이 몇백억이 되는 회장이잖아. 내 생각엔 보디가드가 필요할 거 같아. 박시준 봐봐, 어딜 가든 보디가드들이 따라다니는 걸. 게다가 그 사람들 전부 다 업계 최고 중 최고라고 들었어..."진아연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굳이 경호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는 거야."여소정: "왜?" 묻고 난 후 그녀는 바로 깨달았다. "박시준 정신 나간 거 아니야? 왜 널 괴롭히지 못해 안달 난 건데?"아연은 물을 마신 뒤 컵을 내려놓았다."옷 빌려줘서 고마워, 소정아. 나 먼저 회사로 돌아갈게."마이크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비즈니스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다.그녀는 회사로 돌아가 설명해야 했다."내가 데려다줄게." 소정은 그녀를 걱정했다."됐어. 나 정말 괜찮아. 그 사람과 처음 싸운 것도 아니고." 아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너희들이 자주 다투는 것은 알지만, 이번엔 너한테 손찌검 했잖아!" 여소정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즉시 캐비닛에 가서 페퍼 스프레이를 꺼냈다. "이거 가방에 넣고 다녀. 다시 한번 널 괴롭히면 얼굴에 대고 뿌려."...진명그룹.마이크는 진아연이 옷을 갈아입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아연아 협상이 깨졌어?""응!""까짓거 깨지라지 뭐." 마이크는 그녀를 위로했다. "마케팅부서에 사람 더 뽑아서 직접 판매해도 돼."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제 막 시작한 거니까,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씩 나가는 거지."마이크는 사업을 하거나 돈을 버는 데 관심이 없었다.그가 진아연과 함께 사업을 시작한 건
박시준이 봉투를 열어 보니 안에는 셔츠와 현금이 있었다.'휙'-검은 봉투가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에 떨어졌다!"버려!"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조지운은는 즉시 봉투를 집어 들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백화점.마이크는 진아연을 여성 의류 매장으로 데려간 후 신상 옷들을 골라 그녀에게 입어보라고 했다."귀찮아하지 마. 옷은 입어봐야 맞는지 알 수 있어." 마이크는 그녀를 피팅 룸으로 떠밀었다."고객님 남자친구 분 너무 잘해주네요. 요즘 이렇게 세심한 남자가 드문데!" 점원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진아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괜찮아요."오후 내내 마이크는 진아연을 데리고 여러 백화점을 돌아다녔다.트렁크에는 쇼핑백이 가득했다.그는 진아연 외에도 지한, 라엘, 장희원과 자신을 위해 옷을 샀다.진아연은 처음으로 그와 함께 쇼핑을 하는게 아니지만, 아무래도 마지막이 될 것 같았다.그녀는 배가 너무 고파 뭐라도 먹고 돌아가려고 그를 끌고 아무 식당에 들어갔다."빨리 먹어. 이따가 너 머리하러 가야 돼."진아연은 눈이 휘둥그래지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 너 나를 지쳐 죽게 하려는 거지?""머리하는 건 움직일 필요 없잖아. 지금 네 꼬라지 좀 봐. 이 상태로 어떻게 새로운 남자를 만날 수 있겠어?" 마이크는 휴대폰을 뒤집어 그녀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이 남자 봐봐. 잘생겼지? E국의 왕자야. 키 크고, 잘생겼고, 돈 많고. 박시준은 저리 가라지. 이걸 기준으로 삼아 남자를 찾아봐. 박시준이 분해 죽을걸."진아연: "..."원래 배고팠던 진아연은 마이크의 말을 듣고나니 배에 화가 가득차 이미 부른것 같았다."내가 옷 사고 머리한다고 해서 그 왕자가 나한테 관심이라도 가지겠니?""물론 아니지. 기회를 만들려면 E국으로 가야겠지." 마이크는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낙심할 거 없어. 한 걸음 한 걸음씩 하는 거야."아연은 수저를 내려놓고 티슈로 입을 닦았다."다 먹었어? 그럼 얼른 가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