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접 씻어." 그의 대답은 영리했다. "걱정되면 옆에서 도와줘도 돼."진아연은 자신이 스스로 구멍을 팠다는 느낌을 받았다.그가 직접 씻는건 그녀가 당연히 안심할수 없다.그런데 그녀가 옆에서 그가 씻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그를 씻겨주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침실에 들어간 그녀는 방문을 닫았다."목발 이리 갖다 줘."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마침 목발이 어디에 있냐고 막 물어보려는 순간 바로 목발을 발견했다.그녀는 목발을 그에게 가져다 주었다.그는 목발을 짚고 휠체어에서 일어났다.진아연은 조마조마해서 물었다. "이래도 되는거에요?""응 괜찮아. 요 며칠은 다 내가 직접 씻었는데." 그의 말투엔 웃음기가 담겨 있었다. "많이 놀랐지?"그녀는 당황해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 저 일부러 놀리는 거죠?""응." 너의 반응 좀 보려고." 그는 목발을 짚고 한 걸음 한 걸음 욕실로 걸어갔다.그녀는 불안해서 그를 따라갔다."나 씻는 거 볼 거야?" 욕실에 도착하자 그는 멈춰 서서 그녀에게 물었다.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또 당황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이 돼서요...바지는 어떻게 벗어요? 상처에 닿지 않아요?""바지 하나만 입었어." 그는 설명했다. "바지가 통이 넓어서 벗기 쉬어."그의 말에 그녀가 응했다.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그는 벨트를 풀어 벗는걸 보여주려고 했다.그녀는 얼굴이 달아올라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저, 저 그냥 밖에 나갈게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저 부르세요."그녀는 재빨리 욕실에서 뛰쳐나와 욕실 문을 닫았다.그녀는 숨을 크게 내쉬며 그만 가보려했지만 또 그가 도움이 필요 할까 봐 걱정되어 그 자리에 서있었다.이때 이모님이 그녀의 옷을 들고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아연 씨, 대표님께서 씻으러 가셨나요?"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건네받았다. "시준씨 평소에 도 혼자 씻나요?""그래! 대표님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원하지 않아요."진아연은 중얼거렸다. "정말 자존심 강해
약상자를 들고 올라 온 그녀는 그의 다리 옆에 쪼그리고 앉아 거즈를 풀었다.그의 상처는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다리 부분의 피부가 벗겨져 있고 빨간 살까지 보였다...얼마나 아플까!그러나 그는 인상 한번 찌푸리지 않았다.그녀는 그에게 약을 발라주고 재빨리 거즈로 그의 상처를 감쌌다.그는 그녀의 무거워진 숨소리를 듣고 입을 열어 침묵을 깼다. "진아연, 상처가 보기엔 흉해도 사실 아프지는 않아."그는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의 허위적인 위로가 필요하지 않았다.그녀는 손가락으로 그의 상처를 세게 찔렀다. 방심했던 한 방에 그는 아파서 깊이 숨을 들이 마셨다."다시 말해봐요. 안 아파요?"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채로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는 등 뒤로 양손을 짚으며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 아파."그는 그녀가 감히 그의 상처를 다시 못 찌를 것이라고 장담했다.그도 아팠지만 그녀의 마음이 더욱 아픈걸 알기에."누워서 쉬세요! 적어도 일주일은 더 누워서 쉬어야 해요. 다시는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세요!" 그녀는 화난 말투로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욕실로 갔다.그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침대 옆 탁자 위의 핸드폰을 들었다.그는 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알아보라고 한건 어떻게 됐어?" 오늘 밤 그를 차로 치려 했던 사람은 총에 한 방 맞았지만 급소를 맞은게 아니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지금 이 사람은 심문을 받고 있다."대표님, 이 사람이 죽어도 말하려 하지 않네요. 저희가 좀 특별한 방법을 써 볼 예정입니다. 내일 아침까지 꼭 자백하게 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전화 반대편에서 부하 직원이 장담했다. "그 사람이 자백하기 전에 죽게 하지 마라!" 박시준은 도대체 누가 이렇게 비열한 수단으로 그의 목숨을 앗아가려했지 알고 싶었다.그는 반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고 식물인간이 되었다.그는 똑같은 구덩이에 두 번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전화를 끊고 그는 옆에 있는 수납장
아침 7시, 진희연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그녀는 묵고 있던 호텔 방 창문에서 뛰어내려 즉사했다.경찰은 호텔에 남겨진 진희연의 신원 정보를 통해 진아연과 연락을 취했다.진준은 이미 죽었고 왕은지는 외국에 있으니 진희연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진아연 밖에 없었다.진아연이 전화를 받을 때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였다.전화를 받고 난 뒤에도 한동안 꿈을 꾼게 아닌가 의심했다.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통화 기록을 확인한 후에야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급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을 새도 없이 사건이 일어난 호텔로 서둘러 갔다...."대표님, 그 여자 스스로 뛰어내린겁니다. 저희가 방문을 열고 그 여자한테 손을 대기도 전에 창문으로 도망쳐 뛰어내렸어요.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 분명해요." 부하 직원이 박시준에게 상황을 보고했다.박시준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박우진한테 따라붙어." 진희연과 박우진은 한패다.진희연이 그를 죽이려 했다는 건 박우진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그리고 그 배후가 과연 진짜 진희연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안다.진희연을 희생양으로 삼았을 수도 있다.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여자는 죽어도 마땅했다.사고가 발생한 호텔은 이미 경찰에 의해 폐쇄되었다.진아연은 경찰을 따라 사건 현장으로 들어갔다."진아연씨 저희는 사망자가 당신의 여동생 진희연씨라고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건 진아연씨가 직접 확인해주셔야 할것 같습니다." 경찰은 진아연에게 말했다. "그녀의 사망 시간은 새벽 5시쯤이었고 사망 원인은 고공에서의 추락사입니다." 진아연은 심장이 매우 빠르게 뛰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곧이어 그들은 진희연의 시체 가까이 도착했다.짙은 피 냄새가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진아연은 땅 위의 핏자국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 코를 막았다.진희연을 덮고 있던 흰 천이 벗겨지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이 그녀의 눈에 보였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박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벨이 한참 울리더니 연결되었다. "아연아, 나한테 무슨 볼 일이 있는 거야?""박우진, 진희연이 죽었어. 알고 있었어?""뭐라고?! 희연이가 죽었어? 난 모르지! 나 지금 병원에서 드레싱하고 있는데...어제 걔랑 통화할 때는 별일 없었었는데...""너 희연이랑 싸운거 아니었어?""싸운적 없어!" 박우진의 말투는 유유하고 자연스러웠다. 몇 초 후 그는 마치 뭔가 생각이 난다는 듯 말했다. "기억 났어. 지난번에 우리 삼촌이 식사하러 왔을 때 희연이도 있었거든. 둘이 그때 서로 대화가 잘 안 풀렸어. 그때 삼촌이 희연이가 오래 못살거라고 그런 말을 했었는데 그 일로 희연이가 계속 무서워했거든…."진아연은 얼굴 빛이 확 바뀌더니 말했다. "말도 안 돼! 나 어제랑 오늘 다 박시준씨랑 같이 있었어! 그 사람 아무것도 안 했다고!"박우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연아, 왜 삼촌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발끈하고 그래? 난 그냥 내가 알고 있는 걸 말했을 뿐이고 이 말은 너한테만 하는 거야. 만약에 경찰이 와서 나한테 물어본다고 해도 삼촌이 그런거라고 절대 말 안 할거야...""박우진! 진희연의 죽음이 너와 상관없다는 걸 확신이 들게 해주는게 좋겠어! 경찰에서 꼭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거야!"박우진의 목소리는 조금 차가워졌다.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나한테는 걔를 죽일 만한 동기도 없고 이유도 없어. 그리고 내가 걔랑 싸우더라도 죽이진 않았을 거야. 아연아, 네가 내 삼촌을 사랑하게 된 이후로, 네 마음속엔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없어졌어.""제발 나 토 나오게 하지마! 네가 진희연이랑 뒹굴고 있을때, 니 마음엔 내가 있긴 했니?!" 진아연은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다.경찰이 물었다. "누구와 통화중이셨어요?""박우진이요. 진희연 남자친구요." 진아연은 경찰에게 번호를 알려주며 말했다. "진희연은 최근 이 사람과 계속 같이 있었어요. 이 사람이 분명히 진희연이 왜 죽었는지 알고 있을거에요."...
그들 둘 사이의 분위기는 아주 팽팽했다. 비록 함께 앉아 있었지만 언제든 크게 싸울 태세였다.이모님은 두 사람이 갑자기 화가 폭발할까 두려워 썰어 놓은 과일 한 접시를 들고 걸어왔다."사모님, 점심은 드셨나요? 제가 반찬을 좀 남겨놨는데."진아연은 갑자기 소파에서 일어났다.그녀는 부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박시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그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없었다.그녀가 정말로 화가 난거라면 아마 밥을 먹으러 가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또 그녀가 화가 난게 아니라고 하기엔 화가 나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아침과 점심을 먹지 않은 진아연은 배고파서 위에 경련이 오는것 같았다.그녀는 이 한 끼를 30분 넘게 먹었다.위가 아픈 것 때문에 너무 빨리 먹으면 더 고통스러워졌기 때문이다.그녀가 배불리 먹고 나왔을 때 박시준은 거실에 없었다."사모님, 사람들은 화났을 때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잠깐 가서 쉬는게 좋겠어요!" 이모님이 말했다.진아연은 머리가 너무 아팠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1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갔다.이모님은 그녀를 따라가며 난처해하며 말했다. "사모님, 이젠 쭉 큰 방에서 잘 거라 생각해서 오늘 오전에 사모님 방에 있던 침구들을 다 치워놨어요."진아연은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전 그 사람이랑 같이 안 자요.""대표님 다리의 부상이 당분간은 낫지 못할 것 같아요. 게다가 다른 사람 손타는 걸 싫어하셔서. 이모님은 차근차근 그녀에게 말했다. "대표님은 그저 사모님만 가까이에 두고 싶어하세요. 사모님마저도 신경 안쓰시다 대표님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제가 보기엔 그 사람 목발 엄청 잘 쓰는 것 같던데요. 넘어질리가 없어요." 진아연은 무정하게 말했다."사모님 화나서 하는 말인거 다 알아요.""저 화나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전 진심이에요."이모님: "어젯밤에 저한테 약상자를 달라고 하실 때 상처에서 피가 난다고 하면서 눈이 빨개지셨던데요...""아무 말도
만약 어젯밤에 그가 차에 치여 죽었다면 나쁜 놈들은 처벌을 받았을까?나쁜 놈들이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그가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박시준 씨 당신을 탓하는 게 아니에요...당장 당신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힘들 뿐이에요..." 그녀는 솜털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숨을 내쉬었다."네가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넌 내가 죄 없는 사람은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 돼." "네.""자!" 그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를 재웠다.그의 품속에서 그의 독특한 숨결을 느끼며 그녀는 곧 잠이 들었다.오후 5시.진아연은 바로 경찰서로 오라는 경찰의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전화를 끊은 뒤 박시준에게 인사도 하지 못하고 바로 가방만 들고 나왔다.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도착한 그녀는 두 눈이 붉어진 왕은지를 보았다.그녀를 본 왕은지는 눈에 독이 든 것 같았다.경찰을 따라 두 사람은 한 방에 들어가 앉았다."DNA 검사 결과 사망자의 신분은 진희연씨로 확인되었습니다."왕은지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터뜨렸다. "내 딸은 틀림없이 살해 당한거에요! 그렇게 활발하고 자신감 넘치던 애가 자살을 했을 리가 없어요!""조사와 증거를 통해 진희연이 어젯밤 창원로에서 있었던 교통사고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박시준씨를 고의적으로 살해하려 한 혐의가 있습니다. 증거는 여기 있습니다." 서류 뭉치와 핸드폰 한 대가 왕은지와 진아연 앞으로 놓여졌다. 진아연은 그저 차갑게 쳐다보기만 할 뿐 자세히 훑어보지 않았다. 왕은지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 "그럴리 없어요! 내 딸은 그럴 배짱이 없어요! 아직 대학도 졸업 못했는데!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 "진희연씨는 사람을 매수하여 살인하려 했습니다. 박시준씨의 경호원이 제때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박시준씨는 이미 죽었을 것입니다." 경찰은 그녀의 말을 바로 잡았다. "박시준씨는 우리 시의 유명한 기업가죠. 그가 우리 도시에 해온 기여를 보지 않고 말한다 해도 진
진아연은 왕은지의 팔을 힘껏 뿌리쳤다.그녀는 그것이 박시준의 차라는 것을 알아 보고 그 차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문이 열리고 경호원이 차에서 내려 왕은지 쪽으로 걸어갔다.진아연은 그 경호원이 왕은지에게 손을 댈 것 같다고 느꼈다."그 사람 건드리지 마세요!" 그녀는 경호원에게 다가가 말렸다. "딸이 죽었으니까 감정이 격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에요.""허허...진아연, 네가 박시준네 집에서 아직도 안 쫓겨났을 줄은 몰랐네! 남자를 아주 잘 꼬시는구나!" 왕은지가 야유했다.경호원은 그녀를 한대 때리려고 손을 들었다!그러나 그는 다시 진아연에 의해 제지되었다. "먼저 차에 가 계세요. 이 분이랑 한 마디만 더 하고 갈게요."경호원은 왕은지를 노려보며 눈빛으로 그녀를 경고했다. 진아연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말라고!왕은지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딸이 죽었으니 자신이라도 잘 살아야 했다!살아 있어야만 딸을 위해 복수를 할 수 있으니까!경호원이 차로 돌아간 후 진아연은 왕은지에게 입을 열었다. "당신이 범인이 누구라고 생각하든 난 상관 안 해. 근데 내 앞에서 아빠 얘기는 꺼내지 마! 아빠가 귀신이라도 된다면 우선 당신부터 가만 안 둘거니까. 당신이 당신 동생을 우리 아빠 회사에 꽂아 놓고 몇 년 사이 두 남매가 우리 아빠한테서 4천억을 빼돌렸잖아...복수를 안 하는게 아니라 아직 타이밍이 아닌 거야. 내가 이 빚 꼭 당신들이 직접 갚게 만들거야!"왕은지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 "내 동생이 한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라고 진씨 집안을 망하게 하고 싶었겠니?! 진아연, 내가 네 아빠랑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정말로 내가 네 아빠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생각하니?!" "당신은 지금 당신 동생이 가져간 돈으로 해외에서 잘 살고 있잖아. 만약 당신 딸이 죽지 않았다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을 거잖아!" 왕은지의 얼굴이 붉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큰 소리로 반박했다. "조 부회장님이 나한테 다 말했어! 너의
"어머님, 저에요." 박시준이 말을 꺼냈다.진아연은 사래에 걸려서 기침을 계속 했다.그가 그녀의 어머니를 어머님이라고 부르다니!"어머님, 무슨 일이냐면요. 아연이가 어머님이 직접 해주신 집밥이 먹고 싶다고 하는데 제가 다리가 불편해서 거기까지 가기가 어려워서요. 밖에 식당 하나 찾으려고 하는데 어머니 혹시 오셔서 밥 좀 해주실 수 있나요?" 박시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차분했다."알았어! 주소를 보내면 지금 바로 갈게.""부탁드릴게요."전화를 끊고 박시준은 장희원에게 주소를 보냈다.진아연은 그의 행동에 놀란 듯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박시준씨! 미쳤어요? 그냥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우리 엄마를 불러서 밥을 하게 해요!?" 진아연은 그를 비난했다. "전에는 내가 한 말에 신경도 안 쓰더니, 어떻게 된 거에요?""앞으로는 다 신경쓸게."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그의 눈빛과 말투가 갑자기 진지해졌다.뜨거운 파도가 몰려오는 듯 했다.그녀의 볼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마치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싫어요!" 그녀는 거절했다. "만약 제가 다음에 시준씨랑 싸울 때 때려 죽이고 싶다고 하면 시준씨는 자신을 때려 죽일 거예요?" " 진아연, 넌 나랑 싸울 생각 좀 그만 하면 안돼?""우리 둘은 항상 잘 안 맞잖아요. 근데 의견이 안맞는게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어떻게 나랑 백 퍼센트로 꼭 맞는 사람이 있겠어요?""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만나지 못했으니까.""하지만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찾는다면 전부 다 잘 맞는 사람을 찾고 싶진 않아요. 그러면 얼마나 지루할까요? 싸우고 지지고 볶아야 사람 사는 재미가 있죠." 그녀는 눈을 아래로 내렸다. 그녀의 귓등이 예쁜 분홍색으로 되어 있었다.박시준은 그녀를 깊게 바라 보았다."그런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 난 상관 없어." 그녀는 그의 그윽한 눈빛에 심장 박동이 흐트러져 무의식적으로 그가 화낼 만한 말만 했다. "연애를 하는 것 외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