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장이 올해의 ‘소녀신’으로 언니를 뽑았을 때, 온 가족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고, 언니는 자랑스럽게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봐, 내가 말했잖아. 역시 난 마을의 ‘소녀신’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 너는 이제부터 내 하인이나 다름없어.”언니는 마을 사람들의 ‘소녀신’으로 떠받들리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자며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모두가 이런 방식으로 마을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전해졌기 때문이다.엄마는 매일 음식을 잔뜩 차려 언니의 방에 가져다주었고, 나는 그저 남은 반찬만 먹을 수 있었다.각종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보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도 족발을 먹어 입에 기름칠을 해보고 싶었다.“엄마는 네 언니한테 족발을 가져다줄 테니, 넌 불을 지켜보고 있어.”나는 부뚜막에서 불을 지피고 있었고, 엄마는 조심스럽게 갓 솥에서 꺼낸 족발을 접시에 담아 언니 방으로 가져갔다.엄마가 족발을 들고 가는 걸 보며 나는 슬쩍 침을 삼켰다.“엄마, 저...”‘자도 먹고 싶어요.’하지만 그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엄마는 절대 내가 먹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걸 알았기 때문이다.나는 몰래 엄마를 따라 언니 방 문 앞까지 갔다. 언니 방 안에는 정말 좋은 것들이 많았다.“자, 이건 네가 좋아하는 족발이야. 두 시간 넘게 푹 삶았으니 맛있을 거야. 식기 전에 먹어야 해.” 엄마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족발을 언니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그리고 언니는 침대에 앉아, 치킨을 들고 기름이 줄줄 흐르도록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나는 몰래 문틈에서 언니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또다시 침을 삼켰다.“엄마, 지난번에 만든 닭 다리 진짜 맛있었어요, 오늘 또 먹고 싶어요.”엄마는 언니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그래, 우리 인아가 먹고 싶은 거라면 뭐든지 해줄게.”“인아는 지금 우리 마을의 ‘소녀신’이잖아. 마을의 평화로울 수 있는 건 다 네 덕분이니까 반드시 잘 먹고
나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그때 이웃집 아주머니가 밖으로 나왔다.아주머니는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면서 엄마를 바라보았다.“춘화야, 애를 왜 이렇게 때려?”내 마음속에 작은 희망이 생겼다.아주머니가 나서서 엄마를 말려주기만 하면 엄마가 더는 나를 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말도 마세요, 이 못된 계집애가 우리 고깃국을 훔쳐 먹었거든요.”엄마는 말을 하면서도 화가 안 풀렸는지 두 대를 더 내리쳤다.나는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고, 꿈쩍도 하지 못한 채 바들바들 떨었다.그리고 희망을 품고 이웃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아주머니가 나를 위해 몇 마디라도 변호해 주길 바랐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상냥해 보였던 아주머니가 엄마의 말을 듣고는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리고 해바라기씨 껍질을 뱉으며 얼굴에서 웃음을 거둬들였다.“춘화야, ‘소녀신’과 관련된 문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야.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해야 해. 이 계집애는 참 욕심도 많네, ‘소녀신’의 음식을 감히 탐내다니.”“내 생각엔 이 애를 창고에 가둬 두고 며칠 굶겨야 정신을 차릴 거야.”이 말을 들은 나는 멍해졌다. 평소 상냥하고 자상했던 아주머니가 이렇게 날카롭고 냉정하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왜 이렇게 된 걸까? 분명 아주머니는 평소에 나랑 잘 지냈고, 가끔 사탕도 나눠주곤 했었는데 말이다.엄마는 생각할수록 화가 난 듯 나를 몇 대 더 때렸다. 곧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꼼짝 않는 모습을 보고서야 겨우 손을 멈췄다.“맞아요, 이 계집애는 맞아야 정신 차릴 거예요!”엄마는 아주머니와 잡담을 나누러 가버렸고, 나는 구석에 웅크려 앉아 눈물을 훔치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니는 그렇게 좋은 음식을 매일 먹는데, 나는 고기 국물 조금 먹었다고 이렇게까지 맞아야 하는 걸까?’‘소녀신’이 되는 건 정말 좋은 일인 것 같다.매일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자연스럽게 잠에서
나는 어두운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날이 이미 어두워졌기에 엄마와 이장은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엄마는 이장을 배웅한 뒤 한참 동안 문가에 서서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빠가 엄마를 부르자 그제야 엄마는 부엌으로 다시 돌아갔다.부엌에서 음식의 향기가 다시 풍겨왔지만, 나는 구석에 웅크린 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문득 이장 집의 미정 언니가 떠올랐다.미정은 작년의 ‘소녀신’이다. 그러나 이전의 ‘소녀신’들과 전혀 달랐다.미정은 자신이 ‘소녀신’으로 선택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발했다. 그리고 여러 번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 붙잡혀 지하실에 갇히고 말았다.모두가 미정을 부러워했다.다들 ‘소녀신’이 되어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호강만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기에, 미정이가 왜 그렇게까지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미정은 ‘소녀신’이 된 이후 더 이상 마을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작년 6월, 미정이가 ‘소녀신’으로 선택된 지 여섯 달째 되는 날이었다.그날 나는 밭일하는 엄마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마을 이장 집 근처를 지나가다 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 걸음을 멈췄다.잠시 뒤, 끔찍한 모습의 거대한 사람 형체의 괴물이 뛰쳐나왔다.뒤에서는 마을 이장과 몇몇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따라나왔다.그 괴물은 나를 보더니 기뻐하는 표정을 짓고는 그대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지만 몸이 떨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왜 그걸 괴물이라 부르는지 설명하자면, 그것은 인간이라 부르기에는 형체가 너무도 비정상이었다.살이 과도하게 쪄서 걸을 때마다 온몸의 살이 물결치듯 흔들렸고, 얼굴은 살이 과하게 부풀어 완전히 변형되었고, 두 눈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말 그대로 사람의 머리를 가진 돼지 같았다.“미정아! 얼른 집으로 돌아와!”이장이 집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켜 뒤쫓아 나왔다. 괴물은 무언가 끔찍한 이야기를 들은 듯 내 손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흔들
이상하게도, 우리 마을의 돼지는 매년 가장 잘 키웠다고 자랑할 수 있었다.우리 마을의 돼지는 튼튼하고 살도 많을 뿐만 아니라, 고기 맛도 굉장히 좋았다.매년 우리 마을의 돼지로 만든 소시지는 부족함 없이 팔려 나가며, 이른 시점에서 이미 다 예약이 차버린다.주변 도시들까지도 우리가 만든 소시지가 제일 맛있다고 소문이 났었다.그런데 작년 우리 마을 돼지는 전보다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매년 돼지고기는 10만 근은 넘기곤 했지만, 작년에는 고작 4만 근도 안 되었다.게다가 식감도 많이 떨어져, 몇몇 단골손님들은 아예 반품까지 해버렸다.사람들은 그 이유를 미리 돼지를 잡아서 그렇다고들 했다.그리고 올해, 설이 지나자마자 마을에서는 ‘소녀신’을 선발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이번에 ‘소녀신’으로 선택된 사람이 바로 언니였다.그 때문에 마을에서는 ‘소녀신’을 보살피기 위해 2,000만 원의 비용을 지원해 주었다.마을에서 보내온 각종 신선한 식재료들이 물 흐르듯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최근에 집에서 벌어진 일들과 작년의 미정의 사건이 떠오르면서 나는 두려운 마음을 느꼈다.예전에 ‘소녀신’으로 선택된 언니들은 이후로 마을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다들 그녀들이 도시에서 일한다고 했지만, 아무도 돌아온 적이 없었다.그날 이후로, 나는 다시는 미정을 보지 못했다.혹시...나는 부엌에서 바쁘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두려움을 느꼈다.정말 내가 생각한 대로인 걸까?그러나 언니는 엄마의 친딸이니, 엄마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지 않나?정말 돈을 위해서 자기 딸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내 마음속에서 커다란 의문이 생겨났기에, 나는 내 생각들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그래서 그날 밤, 부모님이 모두 잠든 후 몰래 언니의 방으로 갔다.언니 방 문을 열자, 진한 고기 냄새가 풍겨왔다.침대 옆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놓여있었다. 족발은 이미 식었지만, 그 위에 기름이 떠올라 있어도 여전히 강한 고기 냄새가 났
마을의 밤은 원래 굉장히 조용했기에, 언니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부모님은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나는 두려운 마음에 본능적으로 언니의 입을 틀어막았다. 부모님이 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난 분명 끝장날 것이다.“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엄마는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상태로 급히 방에서 뛰쳐나왔다.그리고 내가 언니의 입을 막고 있는 걸 보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다짜고짜 내게 발길질을 했다.“죽고 싶어? 언니 입은 왜 막고 있는 건데? 네 언니한테 안 좋은 영향이라도 생긴다면 네가 책임질 수 있겠어?”그 충격에 나는 옆으로 넘어지며 머리를 침대 머리맡에 부딪쳤다. 강렬한 통증이 밀려왔고, 이내 뜨거운 액체가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머리가 찢어진 것이다.엄마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아빠가 방으로 들어오자 곧 표정을 바꾸며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 언니를 걱정스럽게 살폈다.“우리 보물, 다친 데는 없니? 어디 아픈 데라도 있는 거 아니야? 이 망할 계집애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엄마는 언니를 위아래로 샅샅이 살펴보고는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아니에요, 엄마. 근데 얘가 나보고 음식을 좀 덜먹으라고 했어요! 분명 제가 ‘소녀신’이 된 게 질투 나서 그러는 거예요!”언니는 억울한 듯 말을 이어갔다.그 말을 들은 아빠는 갑자기 눈이 뒤집힌 듯 내 옷깃을 움켜잡고 나를 거칠게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곧 온몸이 찢어질 듯한 고통이 몰려왔고, 마치 뼈가 몇 개 부러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아빠는 그 상태에서 내 몸을 발로 차기 시작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망할 계집애야! 감히 네 언니한테 그런 소리를 해? 내가 오늘 네년을 죽여버릴 테야!”발길질이 계속 내 몸에 가해졌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본능적으로 옷장 뒤로 숨으려 했지만, 곧 아빠 손에 의해 다시 끌려 나왔다.언니는 그런 광경을 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나는 목이 몹시 말랐고 불덩어리가 계속 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을 마시고 싶었고, 엄마를 부르고 싶었지만 입을 벌리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나는 침대 옆에 있는 낡은 그릇을 보며 겨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물을 마시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물을 마신 후 다시 침대에 누워보았지만, 몸이 너무 차가웠기에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찢어진 낡은 이불을 덮고 다시 흐릿하게 잠들었다.한참이 지난 후, 나는 주방에서 풍겨온 진한 음식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깼다.그러나 그건 분명 언니를 위해 준비된 음식이었다.집안의 모든 맛있는 음식은 언니를 위해 준비한 것이니, 내가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식사 시간이 되자 엄마는 나에게 하얀 밥 한 공기를 던져주며, 그 위에 고기 국물을 조금 부어 주었다.고기 국물이 섞인 밥을 먹으면서 나는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그날 이후로 나는 언니 앞에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설득해도 언니는 분명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나는 매일 집에서 얌전하게 일을 했다.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했고, 언니에게 음식을 가져다줄 때는 전보다 더 적극적이었다.엄마는 내 행동에 매우 만족스러워했고, 가끔 언니가 남긴 고기가 남은 닭 다리를 나에게도 주었다.그러나 나는 예전처럼 고기가 먹고 싶진 않았다.나는 언니가 점점 더 많이 먹을수록 결과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혹시 언니처럼 될까 봐 무서웠기에 도저히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시간은 어느덧 흘러 9월이 되었다.언니가 ‘소녀신’이 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다.3개월 전에, 언니가 자고 있는 침대가 무너진 바람에 아빠는 특별히 철로 만들어진 침대를 따로 주문해서 설치했다.침대에 누워 있는 언니를 보니, 나는 조금 두려워졌다.언니는 너무나 뚱뚱해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산 같았다.나는 여러 번 부모님이 언니의 몸무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언니는 벌써 몸무게가 250킬로를 넘어가고 있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 불을 피웠다.솥 안에는 언니를 위해 준비한 족발이 끓고 있었다.진한 고기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지만, 난 그 냄새를 맡자 오히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머릿속에는 고깃덩어리처럼 변해버린 언니의 모습만 맴돌았다.집게를 쥔 내 손이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지만, 매년 돼지를 잡는 날과 ‘소녀신’이 관련이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이 마을을 떠나고 싶었다.그러나 겁이 났기에 이곳에 계속 있을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흘러 겨울이 다가올수록 언니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몸을 뒤집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언니를 보며 나는 더 이상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아니, 이제 더 이상 언니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그것은 단지 사람의 머리를 얹은 돼지일 뿐이었다.언니는 옷조차 입지 않았다. 아니, 입을 수 없었다.언니의 몸에 맞는 옷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기에, 몇 장의 헝겊만 걸쳐져 있을 뿐이었다.엄마는 매일 손수 물이 담긴 대야와 걸레를 들고 와서 언니의 몸을 닦아 주었다.그리고 닦으면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정말 잘 키웠네.”그러나 그렇게 웃다가도 엄마는 갑자기 눈물을 훔쳤다. 이 광경을 볼 때마다, 엄마의 진짜 속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엄마는 언니를 안쓰러워하는 걸까? 아니면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걸까?언니는 이제 너무 뚱뚱해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도 불가능해졌다.먹고, 마시고, 배변까지 모든 것을 침대 위에서 해결해야 했다.그럼에도 엄마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덕분에 방은 그다지 더럽거나 냄새가 나진 않았다.침대에 누워 있는 언니를 바라보자, 내 머릿속엔 돼지우리에 있는 돼지들이 떠올랐다.언니의 지금 모습은 돼지랑 도대체 뭐가 다를까?연말이 가까워지자, 엄마는 언니에게 더 많은 음식을 먹이기 시작했다.어느 날, 언니에게 족발을 가져다주었을 때였다.언니는 음식들을 보고 불만 가득한 표정을 보였다.“엄마, 내가 분명히 말했잖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해, 며칠 있으면 설날이잖아. 제발 엄마 말 좀 들어!”아빠가 그때 다가와서, 강제로 미트볼을 언니의 입에 넣었다.언니는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쳤지만 결국 먹을 수밖에 없었다.나는 고개를 숙인 채 족발을 옆에 놓고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마치 아무것도 보지 않은 척했다.언니를 구하고 싶었지만, 언니는 오히려 날 믿어주지 않았다.언니가 도망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지만, 언니가 부모님에게 고자질하면 나는 또 맞을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그 생각을 접었다.사람은 각자 운명이 있는 법. 누군가가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야 했다.설날이 가까워지면서 마을이 점점 떠들썩하기 시작했다.모든 집마다 설날 준비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기 시작했다.아빠와 엄마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얘기 들었어요. 이번에 ‘소녀신’이 아주 잘 자랐다면서요?”“아이고, 내가 그때 한번 봤는데, 정말 잘 자랐더라니까.”“내년에는 우리 마을이 풍년이겠군.”“그래,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했으니, 드디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네.”모두 우리 집으로 왔지만, 겉으로는 손님인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모두 언니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었다.어떤 사람들은 언니를 두고 자꾸 무엇인가를 겨루며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몇몇 사람들은 몰래 아빠에게 돈을 쥐여 주며, 설날 돼지를 잡는 날에 더 많은 고기를 나눠달라고 부탁하곤 했다.언니도 겁이 났는지 내가 음식을 가져다줄 때, 나의 손을 꽉 잡으며 놓지 않았다.“제발, 도와줘! 이 마을에서 나가게 해줘!”“이번에는 절대로 소리 지르지 않을게. 제발 날 살려줘, 제발 부탁이야!”언니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설날이 되면 자신이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알고 있는 듯했다.나는 언니의 손을 살짝 밀쳐내며, 문밖으로 소리쳤다.“아빠, 엄마, 언니가 도망치게 도와달래요.”한때 내 얼굴에 떠오른 두려움이 언니의 얼굴로 옮겨졌다.그리고 예상대로, 아빠
마을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어서 ‘소녀신’을 지하실로 끌고 가!”이장이 크게 소리쳤다. 그들은 언니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경찰차가 마을에 들어왔고 경찰서장이 차에서 내리면서 엄중한 표정을 지었다.“이 마을에서 사람이 살해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마을 사람들이 급히 경찰에게 다가갔고, 젊은 남자들은 언니를 가리기 위해 몸을 숨겼다.언니는 입에 천 조각을 물고 있어서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아니에요. 지금 설날 돼지를 잡고 있는 중입니다. 형사님, 분명 오해를 하시고 계신 겁니다.”경찰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널빤지를 바라보았다. 언니는 그들이 보지 못하는 쪽으로 누워 있었고, 너무 비만이어서 뒤에서 보면 정말 돼지 같아 보였다.“그래요? 저희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니, 조사에 협조해 주셔야 합니다.”마을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더니 경찰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것을 막으려 했다.그때 언니는 필사적으로 입에 물린 천을 뱉어냈다.“살려주세요! 이 사람들이 저를 죽이려 해요!”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경찰은 순간적으로 더 엄중한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서둘러 널빤지 앞으로 다가가, 그 위에 누워 있는 언니를 보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모두가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했다. 아무도 이렇게까지 뚱뚱한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경찰은 아무리 놀라도 우선 언니를 내려놓았다.나는 사람들 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바로 내가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언니가 죽는 걸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었다.그래서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신고를 했다.이전에 부모님은 내가 신고를 할까 봐 집 전화선까지 자르고, 핸드폰은 항상 몸에 지니고 있었기에 신고할 기회가 없었다.그러나 오늘은 설날 돼지를 잡는 날이라, 모두 방심한 상태였기에 핸드폰을 집에 두었고,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언니는 구조되어 곧 병원으
“먹기 싫어도 먹어야 해, 며칠 있으면 설날이잖아. 제발 엄마 말 좀 들어!”아빠가 그때 다가와서, 강제로 미트볼을 언니의 입에 넣었다.언니는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쳤지만 결국 먹을 수밖에 없었다.나는 고개를 숙인 채 족발을 옆에 놓고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마치 아무것도 보지 않은 척했다.언니를 구하고 싶었지만, 언니는 오히려 날 믿어주지 않았다.언니가 도망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지만, 언니가 부모님에게 고자질하면 나는 또 맞을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그 생각을 접었다.사람은 각자 운명이 있는 법. 누군가가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야 했다.설날이 가까워지면서 마을이 점점 떠들썩하기 시작했다.모든 집마다 설날 준비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기 시작했다.아빠와 엄마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얘기 들었어요. 이번에 ‘소녀신’이 아주 잘 자랐다면서요?”“아이고, 내가 그때 한번 봤는데, 정말 잘 자랐더라니까.”“내년에는 우리 마을이 풍년이겠군.”“그래,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했으니, 드디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네.”모두 우리 집으로 왔지만, 겉으로는 손님인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모두 언니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었다.어떤 사람들은 언니를 두고 자꾸 무엇인가를 겨루며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몇몇 사람들은 몰래 아빠에게 돈을 쥐여 주며, 설날 돼지를 잡는 날에 더 많은 고기를 나눠달라고 부탁하곤 했다.언니도 겁이 났는지 내가 음식을 가져다줄 때, 나의 손을 꽉 잡으며 놓지 않았다.“제발, 도와줘! 이 마을에서 나가게 해줘!”“이번에는 절대로 소리 지르지 않을게. 제발 날 살려줘, 제발 부탁이야!”언니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설날이 되면 자신이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알고 있는 듯했다.나는 언니의 손을 살짝 밀쳐내며, 문밖으로 소리쳤다.“아빠, 엄마, 언니가 도망치게 도와달래요.”한때 내 얼굴에 떠오른 두려움이 언니의 얼굴로 옮겨졌다.그리고 예상대로, 아빠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 불을 피웠다.솥 안에는 언니를 위해 준비한 족발이 끓고 있었다.진한 고기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지만, 난 그 냄새를 맡자 오히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머릿속에는 고깃덩어리처럼 변해버린 언니의 모습만 맴돌았다.집게를 쥔 내 손이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지만, 매년 돼지를 잡는 날과 ‘소녀신’이 관련이 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이 마을을 떠나고 싶었다.그러나 겁이 났기에 이곳에 계속 있을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흘러 겨울이 다가올수록 언니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몸을 뒤집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언니를 보며 나는 더 이상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아니, 이제 더 이상 언니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그것은 단지 사람의 머리를 얹은 돼지일 뿐이었다.언니는 옷조차 입지 않았다. 아니, 입을 수 없었다.언니의 몸에 맞는 옷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기에, 몇 장의 헝겊만 걸쳐져 있을 뿐이었다.엄마는 매일 손수 물이 담긴 대야와 걸레를 들고 와서 언니의 몸을 닦아 주었다.그리고 닦으면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정말 잘 키웠네.”그러나 그렇게 웃다가도 엄마는 갑자기 눈물을 훔쳤다. 이 광경을 볼 때마다, 엄마의 진짜 속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엄마는 언니를 안쓰러워하는 걸까? 아니면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걸까?언니는 이제 너무 뚱뚱해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도 불가능해졌다.먹고, 마시고, 배변까지 모든 것을 침대 위에서 해결해야 했다.그럼에도 엄마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덕분에 방은 그다지 더럽거나 냄새가 나진 않았다.침대에 누워 있는 언니를 바라보자, 내 머릿속엔 돼지우리에 있는 돼지들이 떠올랐다.언니의 지금 모습은 돼지랑 도대체 뭐가 다를까?연말이 가까워지자, 엄마는 언니에게 더 많은 음식을 먹이기 시작했다.어느 날, 언니에게 족발을 가져다주었을 때였다.언니는 음식들을 보고 불만 가득한 표정을 보였다.“엄마, 내가 분명히 말했잖
나는 목이 몹시 말랐고 불덩어리가 계속 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을 마시고 싶었고, 엄마를 부르고 싶었지만 입을 벌리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나는 침대 옆에 있는 낡은 그릇을 보며 겨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물을 마시자 눈물이 날 것 같았다.물을 마신 후 다시 침대에 누워보았지만, 몸이 너무 차가웠기에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찢어진 낡은 이불을 덮고 다시 흐릿하게 잠들었다.한참이 지난 후, 나는 주방에서 풍겨온 진한 음식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깼다.그러나 그건 분명 언니를 위해 준비된 음식이었다.집안의 모든 맛있는 음식은 언니를 위해 준비한 것이니, 내가 먹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식사 시간이 되자 엄마는 나에게 하얀 밥 한 공기를 던져주며, 그 위에 고기 국물을 조금 부어 주었다.고기 국물이 섞인 밥을 먹으면서 나는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그날 이후로 나는 언니 앞에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설득해도 언니는 분명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나는 매일 집에서 얌전하게 일을 했다.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했고, 언니에게 음식을 가져다줄 때는 전보다 더 적극적이었다.엄마는 내 행동에 매우 만족스러워했고, 가끔 언니가 남긴 고기가 남은 닭 다리를 나에게도 주었다.그러나 나는 예전처럼 고기가 먹고 싶진 않았다.나는 언니가 점점 더 많이 먹을수록 결과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혹시 언니처럼 될까 봐 무서웠기에 도저히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시간은 어느덧 흘러 9월이 되었다.언니가 ‘소녀신’이 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다.3개월 전에, 언니가 자고 있는 침대가 무너진 바람에 아빠는 특별히 철로 만들어진 침대를 따로 주문해서 설치했다.침대에 누워 있는 언니를 보니, 나는 조금 두려워졌다.언니는 너무나 뚱뚱해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산 같았다.나는 여러 번 부모님이 언니의 몸무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언니는 벌써 몸무게가 250킬로를 넘어가고 있
마을의 밤은 원래 굉장히 조용했기에, 언니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부모님은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나는 두려운 마음에 본능적으로 언니의 입을 틀어막았다. 부모님이 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난 분명 끝장날 것이다.“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엄마는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상태로 급히 방에서 뛰쳐나왔다.그리고 내가 언니의 입을 막고 있는 걸 보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다짜고짜 내게 발길질을 했다.“죽고 싶어? 언니 입은 왜 막고 있는 건데? 네 언니한테 안 좋은 영향이라도 생긴다면 네가 책임질 수 있겠어?”그 충격에 나는 옆으로 넘어지며 머리를 침대 머리맡에 부딪쳤다. 강렬한 통증이 밀려왔고, 이내 뜨거운 액체가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머리가 찢어진 것이다.엄마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아빠가 방으로 들어오자 곧 표정을 바꾸며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침대에 누운 언니를 걱정스럽게 살폈다.“우리 보물, 다친 데는 없니? 어디 아픈 데라도 있는 거 아니야? 이 망할 계집애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엄마는 언니를 위아래로 샅샅이 살펴보고는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아니에요, 엄마. 근데 얘가 나보고 음식을 좀 덜먹으라고 했어요! 분명 제가 ‘소녀신’이 된 게 질투 나서 그러는 거예요!”언니는 억울한 듯 말을 이어갔다.그 말을 들은 아빠는 갑자기 눈이 뒤집힌 듯 내 옷깃을 움켜잡고 나를 거칠게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곧 온몸이 찢어질 듯한 고통이 몰려왔고, 마치 뼈가 몇 개 부러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아빠는 그 상태에서 내 몸을 발로 차기 시작하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망할 계집애야! 감히 네 언니한테 그런 소리를 해? 내가 오늘 네년을 죽여버릴 테야!”발길질이 계속 내 몸에 가해졌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본능적으로 옷장 뒤로 숨으려 했지만, 곧 아빠 손에 의해 다시 끌려 나왔다.언니는 그런 광경을 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이상하게도, 우리 마을의 돼지는 매년 가장 잘 키웠다고 자랑할 수 있었다.우리 마을의 돼지는 튼튼하고 살도 많을 뿐만 아니라, 고기 맛도 굉장히 좋았다.매년 우리 마을의 돼지로 만든 소시지는 부족함 없이 팔려 나가며, 이른 시점에서 이미 다 예약이 차버린다.주변 도시들까지도 우리가 만든 소시지가 제일 맛있다고 소문이 났었다.그런데 작년 우리 마을 돼지는 전보다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매년 돼지고기는 10만 근은 넘기곤 했지만, 작년에는 고작 4만 근도 안 되었다.게다가 식감도 많이 떨어져, 몇몇 단골손님들은 아예 반품까지 해버렸다.사람들은 그 이유를 미리 돼지를 잡아서 그렇다고들 했다.그리고 올해, 설이 지나자마자 마을에서는 ‘소녀신’을 선발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이번에 ‘소녀신’으로 선택된 사람이 바로 언니였다.그 때문에 마을에서는 ‘소녀신’을 보살피기 위해 2,000만 원의 비용을 지원해 주었다.마을에서 보내온 각종 신선한 식재료들이 물 흐르듯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최근에 집에서 벌어진 일들과 작년의 미정의 사건이 떠오르면서 나는 두려운 마음을 느꼈다.예전에 ‘소녀신’으로 선택된 언니들은 이후로 마을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다들 그녀들이 도시에서 일한다고 했지만, 아무도 돌아온 적이 없었다.그날 이후로, 나는 다시는 미정을 보지 못했다.혹시...나는 부엌에서 바쁘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두려움을 느꼈다.정말 내가 생각한 대로인 걸까?그러나 언니는 엄마의 친딸이니, 엄마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지 않나?정말 돈을 위해서 자기 딸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내 마음속에서 커다란 의문이 생겨났기에, 나는 내 생각들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그래서 그날 밤, 부모님이 모두 잠든 후 몰래 언니의 방으로 갔다.언니 방 문을 열자, 진한 고기 냄새가 풍겨왔다.침대 옆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놓여있었다. 족발은 이미 식었지만, 그 위에 기름이 떠올라 있어도 여전히 강한 고기 냄새가 났
나는 어두운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날이 이미 어두워졌기에 엄마와 이장은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엄마는 이장을 배웅한 뒤 한참 동안 문가에 서서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아빠가 엄마를 부르자 그제야 엄마는 부엌으로 다시 돌아갔다.부엌에서 음식의 향기가 다시 풍겨왔지만, 나는 구석에 웅크린 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문득 이장 집의 미정 언니가 떠올랐다.미정은 작년의 ‘소녀신’이다. 그러나 이전의 ‘소녀신’들과 전혀 달랐다.미정은 자신이 ‘소녀신’으로 선택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발했다. 그리고 여러 번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 붙잡혀 지하실에 갇히고 말았다.모두가 미정을 부러워했다.다들 ‘소녀신’이 되어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호강만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기에, 미정이가 왜 그렇게까지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미정은 ‘소녀신’이 된 이후 더 이상 마을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작년 6월, 미정이가 ‘소녀신’으로 선택된 지 여섯 달째 되는 날이었다.그날 나는 밭일하는 엄마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마을 이장 집 근처를 지나가다 안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 걸음을 멈췄다.잠시 뒤, 끔찍한 모습의 거대한 사람 형체의 괴물이 뛰쳐나왔다.뒤에서는 마을 이장과 몇몇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따라나왔다.그 괴물은 나를 보더니 기뻐하는 표정을 짓고는 그대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나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지만 몸이 떨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왜 그걸 괴물이라 부르는지 설명하자면, 그것은 인간이라 부르기에는 형체가 너무도 비정상이었다.살이 과도하게 쪄서 걸을 때마다 온몸의 살이 물결치듯 흔들렸고, 얼굴은 살이 과하게 부풀어 완전히 변형되었고, 두 눈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말 그대로 사람의 머리를 가진 돼지 같았다.“미정아! 얼른 집으로 돌아와!”이장이 집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켜 뒤쫓아 나왔다. 괴물은 무언가 끔찍한 이야기를 들은 듯 내 손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흔들
나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그때 이웃집 아주머니가 밖으로 나왔다.아주머니는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면서 엄마를 바라보았다.“춘화야, 애를 왜 이렇게 때려?”내 마음속에 작은 희망이 생겼다.아주머니가 나서서 엄마를 말려주기만 하면 엄마가 더는 나를 때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말도 마세요, 이 못된 계집애가 우리 고깃국을 훔쳐 먹었거든요.”엄마는 말을 하면서도 화가 안 풀렸는지 두 대를 더 내리쳤다.나는 아파서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고, 꿈쩍도 하지 못한 채 바들바들 떨었다.그리고 희망을 품고 이웃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아주머니가 나를 위해 몇 마디라도 변호해 주길 바랐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상냥해 보였던 아주머니가 엄마의 말을 듣고는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리고 해바라기씨 껍질을 뱉으며 얼굴에서 웃음을 거둬들였다.“춘화야, ‘소녀신’과 관련된 문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야.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해야 해. 이 계집애는 참 욕심도 많네, ‘소녀신’의 음식을 감히 탐내다니.”“내 생각엔 이 애를 창고에 가둬 두고 며칠 굶겨야 정신을 차릴 거야.”이 말을 들은 나는 멍해졌다. 평소 상냥하고 자상했던 아주머니가 이렇게 날카롭고 냉정하게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왜 이렇게 된 걸까? 분명 아주머니는 평소에 나랑 잘 지냈고, 가끔 사탕도 나눠주곤 했었는데 말이다.엄마는 생각할수록 화가 난 듯 나를 몇 대 더 때렸다. 곧 내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꼼짝 않는 모습을 보고서야 겨우 손을 멈췄다.“맞아요, 이 계집애는 맞아야 정신 차릴 거예요!”엄마는 아주머니와 잡담을 나누러 가버렸고, 나는 구석에 웅크려 앉아 눈물을 훔치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니는 그렇게 좋은 음식을 매일 먹는데, 나는 고기 국물 조금 먹었다고 이렇게까지 맞아야 하는 걸까?’‘소녀신’이 되는 건 정말 좋은 일인 것 같다.매일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자연스럽게 잠에서
마을 이장이 올해의 ‘소녀신’으로 언니를 뽑았을 때, 온 가족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고, 언니는 자랑스럽게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봐, 내가 말했잖아. 역시 난 마을의 ‘소녀신’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 너는 이제부터 내 하인이나 다름없어.”언니는 마을 사람들의 ‘소녀신’으로 떠받들리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자며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모두가 이런 방식으로 마을을 보호할 수 있다고 전해졌기 때문이다.엄마는 매일 음식을 잔뜩 차려 언니의 방에 가져다주었고, 나는 그저 남은 반찬만 먹을 수 있었다.각종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보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도 족발을 먹어 입에 기름칠을 해보고 싶었다.“엄마는 네 언니한테 족발을 가져다줄 테니, 넌 불을 지켜보고 있어.”나는 부뚜막에서 불을 지피고 있었고, 엄마는 조심스럽게 갓 솥에서 꺼낸 족발을 접시에 담아 언니 방으로 가져갔다.엄마가 족발을 들고 가는 걸 보며 나는 슬쩍 침을 삼켰다.“엄마, 저...”‘자도 먹고 싶어요.’하지만 그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엄마는 절대 내가 먹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걸 알았기 때문이다.나는 몰래 엄마를 따라 언니 방 문 앞까지 갔다. 언니 방 안에는 정말 좋은 것들이 많았다.“자, 이건 네가 좋아하는 족발이야. 두 시간 넘게 푹 삶았으니 맛있을 거야. 식기 전에 먹어야 해.” 엄마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족발을 언니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그리고 언니는 침대에 앉아, 치킨을 들고 기름이 줄줄 흐르도록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나는 몰래 문틈에서 언니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또다시 침을 삼켰다.“엄마, 지난번에 만든 닭 다리 진짜 맛있었어요, 오늘 또 먹고 싶어요.”엄마는 언니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그래, 우리 인아가 먹고 싶은 거라면 뭐든지 해줄게.”“인아는 지금 우리 마을의 ‘소녀신’이잖아. 마을의 평화로울 수 있는 건 다 네 덕분이니까 반드시 잘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