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여자는 약하고 상처받고 있는 것 같다.옛날에는 이득을 챙기기 위해 시집을 보냈고, 전쟁 시기에는 위안부로 끌려갔으며, 지금은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나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남자 모델이라며. 그럼 남자 모델도 고퀄리티로 고르는 거야?”진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남자든 여자든 다 똑같은 기준이야.”이제야 왜 용준호한테 가짜라는 걸 들키려 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드래곤킹은 가장 큰 수출 집단이다. 만약 배성재가 사칭이라는 걸 알면 진정우는 아무것도 조사해 낼 수가 없다.“강진혁은 이미 진짜 신분을 알았는데, 왜 용준호한테 말하지 않았을까? 일이 생기면 자신도 연루될 수 있을 텐데.”나는 그 점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그게 강진혁이 똑똑한 곳이야. 드래곤킹에 강진혁 몫도 있다지만, 강진혁에 관한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으니까 두려울 게 없는 거야. 그리고...”진정우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드래곤킹에 일이 생기길 바랄 거야.”나는 강진혁이 어느 정도 야망을 품고 있는지를 떠올렸다.“드래곤킹에 일이 나면 국내 루트를 혼자 독점하려는 거겠지?”진정우는 웃으며 대답했다.“똑똑하네.”“진우 씨가 이쪽 산업을 통째로 뽑아버리면 어쩌려고?”나는 진정우한테 계속 질문했다. 이런 불법 산업은 여러 단계별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했다. 진정우가 몰래 잠입한 것도 그들을 송두리째 뿌리까지 뽑아버리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진정우는 절대 작은 불씨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강진혁은 이미 해외에 있는 브라운과 헤르나와 결탁했어. 그자들은 신세대 불법 산업의 대표 주자들이야. 내가 이 낡은 루트를 완전히 망가뜨린다고 해도, 강진혁은 다시 자기만의 새 루트를 만들면 돼.”진정우는 강진혁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그럼 강진혁부터 처리해야지. 다시 일어날 수 없게.”나는 오만한 강진혁의 생각에 참을 수 없었다.“그래. 강진혁을 처리하는 것도 내가 맡은 임무 중 하나야.”진정우는 나를
나는 진정우가 강진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었다.내가 경찰에 끌려와서 구속까지 당했기 때문이다.나는 변호사는 아니지만, 법을 좀 알고는 있다. 기껏해야 용의자일 뿐이라 조사에 협조만 하면 구속할 수는 없다.진정우는 분명 나를 안전한 곳에 가두고 보호할 생각인 것이다. 미리 말해줬기에 나는 긴장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조용히 있었다.처음으로 날 보러 온 사람은 허진호였다. 그는 오자마자 농담했다.“윤 부장, 이번 달 월급은 경찰 아저씨한테서 받아야겠네요.”회사에서의 직급과 최근 근무 상황을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웠다.“부대표님, 저 지금 구두로 사직 신청할게요. 그리고 이제 여기서 나가면 회사에 정식으로 수속 밟으러 갈게요.”“사직하라고 강요하러 온 게 아니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알고 있어요. 제가 미안해서요. 제가 사장이면 저 같은 직원은 진작 잘라버렸을 거예요.”허진호는 눈썹을 찡긋하면서 말했다.“윤 부장은 고위층 직속 라인인데 그럴 일은 없죠.”허진호는 드디어 대놓고 말했다. 진정우와 배성재의 신분도 진작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한 것이다.나는 허진호를 놀려보기로 했다.“무슨 직속 라인이요? 진정우 씨 말하는 거예요? 그 사람은 이미 재가 됐어요.”허진호는 입을 실룩거렸다.“윤 부장, 저는 남이 아니니 농담 그만 하세요.”“농담이라니요?”나는 계속 모른 척했다.그런 내 모습에 허진호의 표정이 풍부해졌다. 결국 허진호는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독순술로 말했다.“진정우 씨가 걱정하지 말래요. 여기 며칠만 있으면 될 거예요.”며칠만 있으면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너무 심심했다.지난번에 경찰에게 체포된 건 조나연의 남동생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그 망할 놈의 소식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심술을 부렸을 때 강진혁이 데려갔으니, 아마 지금쯤 강진혁 밑에서 일할 것이다.너무 지루하던 차에 누군가 찾아왔으니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허진호를 계속 놀렸다.“진정우가 말했다
진정우의 정체를 알고도 그를 보낸 것을 보면 강진혁은 그를 떠보려는 것이다.“정우 씨의 계획이 뭐예요 ?”나는 허진호에게 물었다.허진호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다. 진정우가 오랫동안 잠복하고 있었던 원인은 그곳을 망가뜨리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협조할 것이다.또한 강진혁도 이번 기회를 빌려 진정우를 철저히 제거하려 한다면 그들 중 누가 누구를 이기는지 봐야 한다.“정우 씨는 지원 씨에게 약속한 걸 다 기억하고 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허진호는 진정우의 말을 나에게 전달 하러 온 것이었다.진정우가 직접 오지 않은 것은 얼굴을 마주하고 이별에 대한 아쉬움과 서로에 대한 걱정을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나를 사랑하고 있기에 나에 대한 걱정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나는 허진호를 향하여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일 하러 가라고 하세요, 그리고 나는 이곳에 계속 있을 수 없어요, 비록 안전하기는 하지만 너무 심심해서 병날 것 같아요.”“나가고 싶은 거예요?”허진호는 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네, 맞아요. 그리고 음식도 너무 맛없어요.”나는 허진호에게 불만을 토로했다.허진호는 웃으면서 말했다.“알았어요, 제가 정우 씨에게 전달할게요. 대신 지원 씨를 이곳에서 내보내 줄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어요.”“정우 씨에게 말해주세요, 제가 자신을 잘 보호할 수 있다고요.”내가 이곳을 나가면 위험하지만 나는 자신을 스스로 지킬 것이다.허진호가 떠난 후 나는 그의 소식을 기다렸으나 아무 소식도 오지 않았다.보아하니 진정우는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는 것을 동의하지 않은 거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다행히 안리영이 나를 보러 왔다.“소은 씨를 찾아가 사람을 시켜 나를 이곳에서 내보내 달라고 해줘, 그리고 내가 소은 씨의 첫사랑 오빠를 찾아 줄 수 있다고 말해줘.”안리영더러 함소은에게 내 말을 전달해 달라고 했
소름이 돋은 안리영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왜 또 만난 거야?”반갑지 않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들어 인사했다.“삼촌.”검은색 셔츠에 짙은 색의 바지를 입은 조시언은 항상 변함없는 옷차림이었으나 안리영은 그를 볼 때마다 처음 만난 것만 같았다.“여긴 볼일이 있어서 온 거야?”조시언은 또다시 안리영에게 물었다.안리영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친구가 여기에 있어.”“도움이 필요해?”조시언이 안리영에게 말했다.안리영은 생각에 잠겼다. 현재 윤지원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조시언에게 말한다면 그는 도울 것이다.그런데 윤지원이 그녀더러 함소은을 찾아가라고 했기에 그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아니, 고마워 삼촌.”안리영의 말에 가볍게 대답한 조시언이 물었다.“오늘 휴무야?”“응.”안리영은 대답하고 바로 후회했다. 조시언이 뭐라고 말할지 예측하였기 때문이다.그녀가 알고 있는 그는 필요 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안리영의 생각대로 조시언이 그녀에게 물었다.“그럼 같이 밥이나 먹을까?”그 당시 서로의 마음을 알아버린 이후부터 그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 그녀는 조시언과 단둘이 있는 것이 불편했다.“아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안리영은 거절했다.“너에게 물어볼 게 있어, 아니 너랑 할 말이 있어.”조시언도 그녀의 말을 거절했다.조시언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시간을 얼마 뺏지는 않을게, 그리고 너도 점심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그랬다. 마침 열두 시였다. 모든 것이 그렇게 공교로웠다.조시언이 말을 들은 나는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고 또 그는 할 말이 있다고 하였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뭘 먹고 싶어?”차에 타자 조시언이 안리영에게 물었다.“아무거나.”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거나 다름없었다.조시언은 핸들을 잡고 말했다.“그럼, 네가 좋아하는 매운탕 먹자.”확실히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부잣집 도련님 기품이 넘쳐흐르는 조시언과매운탕을 먹는다면 그녀 자신을 매운탕에 넣어서 끓여버리고
“소고기 쌀국수 하나요. 맵기는 3단계로 해주세요.”안리영은 카운터에서 자신의 입맛에 따라 주문했다.조시언이 먹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주문을 마치자 그도 따라서 주문했다.“야채 쌀국수 하나 주세요. 맵기는 1단계로 해주세요.”안리영은 의아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삼촌도 먹을 거야?”조시언은 차분하게 말했다.“그럼, 너만 먹고 나는 앉아서 네가 먹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그의 농담을 들은 식당 주인은 웃더니 그들에게 말했다.“저희 가게에는 한 그릇을 같이 먹는 커플들도 많아요.”안리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또 오해를 받은 그녀는 이미 이 상황이 익숙해졌다. 예전에 조시언이 출국하기 전 그들이 함께 있으면 커플로 오해하곤 했었다. 심지어 학교 다닐 때도 개인 사정을 잘 모르던 선생님도 그들이 조기 연애한다고 오해하고 부모를 불렀다.현재 그들이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오해받고 있다.조시언을 힐끗 바라본 안리영은 그가 여전히 멋있고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다.“네, 맞아요. 삼촌은 담백한 음식을 좋아해요, 고추를 너무 많이 넣지 마세요.”안리영은 일부러 사장님에게 이렇게 말했다.사장님은 멈칫하더니 멋쩍게 웃었다.“직계 가족은 아니죠?”혈연관계가 없었기에 직계가족은 아니었다. 그러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를 친자식처럼 키웠기에 직계가족이나 다름없었다.이 화제에 유난히 민감한 그녀는 급히 사장님의 질문에 대답했다.“맞아요, 직계가족이에요.”그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던 조시언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안리영은 한숨을 쉬고 조시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삼촌, 뭐 마실래요?”“옆 가게에서 밀크티를 주문했어, 조금 있으면 가져다줄 거야.”조시언의 행동에 안리영은 놀랐다.‘언제 밀크티까지 주문한 거야? 왜 나는 모르지?’그러나 그의 이 모든 변화는 안리영에게 그가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예전의 그는 그녀가 밀크티와 쌀국수를 먹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다. 이
‘위선적이야!’그냥 거절하면 될 것을 방금까지 그녀와 여자 친구가 없다고 부정하던 조시언은 지금 또 여자 친구가 있다고 말했다.“못 믿겠으면 물어봐요.”조시언은 안리영을 가리키며 말했다.안리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나랑 뭔 상관이야?’사실 이쯤 되면 여인은 조시언에게 거절을 당했기에 즉시 떠나는 것이 맞으나 여인은 대답을 요구하듯 안리영을 바라보았다.안리영은 그런 그녀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조시언을 노려봤다. 이어서 안리영이 대답하려는데 조시언이 먼저 말했다.“조금 전 여자 친구랑 산부인과에 갔던 일을 물어봤어요.”안리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놀란 여인은 얼굴이 빨개서 뒤돌아 도망갔다.“삼촌은 여인들의 고백을 거절하는 법도 다양하네요.”안리영은 조시언을 조롱하며 말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조시언이 말했다.“쌀국수 왔어.”조시언이 말을 마치자 복무원이 쌀국수를 들고 왔다. 조용하게 앉아서 쌀국수를 먹던 안리영은 열심히 먹는 조시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자신도 열심히 먹었다.역시 장사가 잘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쌀국수가 정말 맛있었다. 얼큰하게 먹었던 안리영은 코끝에 땀이 났다.반면 우아하고 차분한 조시언의 모습은 마치 프랑스 파스타를 먹는 것 같았다.쌀국수를 먹은 후 조시언이 그녀와 할 말 도 다 했기에 안리영은 그와 작별했다.“삼촌, 나 먼저 갈게, 다음에 봐.”“리영아.”조시언이 귀국 후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어릴 적 그는 그녀를 항상 이렇게 불렀기에 안리영은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조시언을 바라본 그녀는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나중에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직접 물어봐, 스스로 추측하지 말고.”조시언의 말을 들은 안리영은 난감했다.다시는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기에 나중은 없을 것이다.조시언과 헤어진 후 함소은을 찾아온 안리영은 문전박대를 당했다. 안리영은 전혀 놀라지 않고 그녀를 거절한 사람에게 말했다.“태성 씨가 보냈다고 소은 씨에게 전해주세요.”이 말은 확실히
함소은은 안리영의 말을 확신하는 듯 그녀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만약 태성 씨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말을 마친 안리영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저 말고 지원이가 도울 수 있어요.”안리영을 본 함소은은 첫눈에 그녀를 보낸 것이 윤지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윤지원의 상황을 생각한 함소은은 비웃으며 말했다.“지금 지원 씨 자신도 돌볼 수 없는 상황인데 나를 도울 수 있다고요?”“지원이 이 보살이 그곳에 들어가 나랏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기회를 만들어준 소은 씨에게 감사드려야죠.”안리영은 힌트를 주었다.함소은은 안리영의 눈길을 피해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뭔 상관이에요?”안리영은 직설적으로 말했다.“소은 씨, 여기까지 말했으면 더 이상 시치미를 떼지 마세요. 사실 은서는 소은 씨가 사람을 시켜 데려간 거죠?”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함소은은 화를 내며 소파를 내리쳤다.“무슨 헛소리에요? 제가 왜 제 딸을 납치해요. 저...”“소은 씨는 딸로 정태성을 맞바꾸려고 그러는 거잖아요.”안리영은 그녀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얼굴을 돌린 함소은은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아니에요.”“제가 용 대표님에게는 말하지 않을게요. 두려워 마세요.”안리영은 그녀를 안심시켰다.“그럼, 이 말을 저에게 한 이유가 뭐예요?”함소은은 직접적으로 안리영에게 물었다.안리영은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지원이가 저를 보낸 게 맞아요. 지원이는 지금 그곳에서 너무 불편해서 나오고 싶어 해요.”“나오고 싶으면 경찰을 찾으면 될 것을 저를 찾아 뭐 해요?”함소은은 콧방귀를 뀌었다.안리영은 가볍게 웃었다.“소은 씨가 지원이를 그곳에서 꺼내준다면 정태성을 만나게 도와줄 거예요.”안리영의 말을 들은 함소은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함소은의 모습을 본 안리영은 그녀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었다.“지원 씨가 나오려고 하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을 텐데, 왜 저를 찾아오신 거죠?”함소은은 웃으면서 안리영에게
“뭔데요?”그녀의 말을 들은 안리영은 놀라지 않았다.누구든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으면 나도 그에게 보답을 원한다. 이른바 오는 것이 있어야 가는 것이 있는 법이다.“지원 씨는 제 딸을 납치한 죄를 뒤집어써야 해요.”함소은의 말을 들은 안리영은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소은 씨는 지금 이 상황을 수습하기 힘들죠?”그녀의 마음을 간파한 안리영이 말했다.함소은도 숨기지 않고 말했다.“진표 그 개자식은 은서를 매우 사랑하는 것 같지만 이 상황이 되도록 그는 조급해하지 않아요.”그녀는 자신이 딸 용은서로 용진표에게서 돈을 바꾸고 싶었지만 그는 속지 않았다. 게다가 며칠 동안 갇혀 있던 딸은 울고불고 난리를 피워 보러 가고 싶었으나 노출이 될 것이 두려웠고 그녀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그녀는 아무 이유 없이 납치당한 아이를 돌아오게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들은 바에 의하면 용진표는 누가 자신의 딸을 납치했는지 조사 하라고 시켰고 그녀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최대한 빨리 은서를 무사히 돌아오게 해야 했다, 그러면 용진표도 조사를 멈출 것이다.“그러나 지원이가 죄를 뒤집어쓴다면 용 대표님이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안리영이 말했다.“진표 씨는 지원 씨 부모님께 목숨값 두 개를 빚진 것이 있기에 지원 씨가 그의 딸을 납치했다고 해도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게다가 은서가 다치지 않았기에 진표 씨는 지원 씨를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함소은의 분석이 매우 정확했다.안리영은 웃으면서 말했다.“소은 씨는 얼굴이 이쁠 뿐만 아니라 지능도 좋아요.”함소은은 조롱하듯 웃었다. 만약 용진표가 그녀의 외모에 반해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의 숨겨둔 애인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정태성과 함께 연수해서 회사원이나 성공적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하지만 모든 것을 용진표가 망가뜨렸다. 이쁜 얼굴이 싫었던 그녀는 누가 그녀를 이쁘다고 칭찬하면 화를 냈다.누군가는 아름다운 외모를 밑천으로 생각하지만 그녀에게는 모든 불행의 시작이
“뭔데요?”그녀의 말을 들은 안리영은 놀라지 않았다.누구든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으면 나도 그에게 보답을 원한다. 이른바 오는 것이 있어야 가는 것이 있는 법이다.“지원 씨는 제 딸을 납치한 죄를 뒤집어써야 해요.”함소은의 말을 들은 안리영은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소은 씨는 지금 이 상황을 수습하기 힘들죠?”그녀의 마음을 간파한 안리영이 말했다.함소은도 숨기지 않고 말했다.“진표 그 개자식은 은서를 매우 사랑하는 것 같지만 이 상황이 되도록 그는 조급해하지 않아요.”그녀는 자신이 딸 용은서로 용진표에게서 돈을 바꾸고 싶었지만 그는 속지 않았다. 게다가 며칠 동안 갇혀 있던 딸은 울고불고 난리를 피워 보러 가고 싶었으나 노출이 될 것이 두려웠고 그녀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그녀는 아무 이유 없이 납치당한 아이를 돌아오게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들은 바에 의하면 용진표는 누가 자신의 딸을 납치했는지 조사 하라고 시켰고 그녀를 의심하는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최대한 빨리 은서를 무사히 돌아오게 해야 했다, 그러면 용진표도 조사를 멈출 것이다.“그러나 지원이가 죄를 뒤집어쓴다면 용 대표님이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안리영이 말했다.“진표 씨는 지원 씨 부모님께 목숨값 두 개를 빚진 것이 있기에 지원 씨가 그의 딸을 납치했다고 해도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게다가 은서가 다치지 않았기에 진표 씨는 지원 씨를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함소은의 분석이 매우 정확했다.안리영은 웃으면서 말했다.“소은 씨는 얼굴이 이쁠 뿐만 아니라 지능도 좋아요.”함소은은 조롱하듯 웃었다. 만약 용진표가 그녀의 외모에 반해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그의 숨겨둔 애인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정태성과 함께 연수해서 회사원이나 성공적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하지만 모든 것을 용진표가 망가뜨렸다. 이쁜 얼굴이 싫었던 그녀는 누가 그녀를 이쁘다고 칭찬하면 화를 냈다.누군가는 아름다운 외모를 밑천으로 생각하지만 그녀에게는 모든 불행의 시작이
함소은은 안리영의 말을 확신하는 듯 그녀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만약 태성 씨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말을 마친 안리영은 고개를 흔들며 웃었다.“저 말고 지원이가 도울 수 있어요.”안리영을 본 함소은은 첫눈에 그녀를 보낸 것이 윤지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윤지원의 상황을 생각한 함소은은 비웃으며 말했다.“지금 지원 씨 자신도 돌볼 수 없는 상황인데 나를 도울 수 있다고요?”“지원이 이 보살이 그곳에 들어가 나랏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기회를 만들어준 소은 씨에게 감사드려야죠.”안리영은 힌트를 주었다.함소은은 안리영의 눈길을 피해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랑 뭔 상관이에요?”안리영은 직설적으로 말했다.“소은 씨, 여기까지 말했으면 더 이상 시치미를 떼지 마세요. 사실 은서는 소은 씨가 사람을 시켜 데려간 거죠?”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함소은은 화를 내며 소파를 내리쳤다.“무슨 헛소리에요? 제가 왜 제 딸을 납치해요. 저...”“소은 씨는 딸로 정태성을 맞바꾸려고 그러는 거잖아요.”안리영은 그녀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얼굴을 돌린 함소은은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아니에요.”“제가 용 대표님에게는 말하지 않을게요. 두려워 마세요.”안리영은 그녀를 안심시켰다.“그럼, 이 말을 저에게 한 이유가 뭐예요?”함소은은 직접적으로 안리영에게 물었다.안리영은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지원이가 저를 보낸 게 맞아요. 지원이는 지금 그곳에서 너무 불편해서 나오고 싶어 해요.”“나오고 싶으면 경찰을 찾으면 될 것을 저를 찾아 뭐 해요?”함소은은 콧방귀를 뀌었다.안리영은 가볍게 웃었다.“소은 씨가 지원이를 그곳에서 꺼내준다면 정태성을 만나게 도와줄 거예요.”안리영의 말을 들은 함소은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함소은의 모습을 본 안리영은 그녀의 마음을 가늠할 수 없었다.“지원 씨가 나오려고 하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을 텐데, 왜 저를 찾아오신 거죠?”함소은은 웃으면서 안리영에게
‘위선적이야!’그냥 거절하면 될 것을 방금까지 그녀와 여자 친구가 없다고 부정하던 조시언은 지금 또 여자 친구가 있다고 말했다.“못 믿겠으면 물어봐요.”조시언은 안리영을 가리키며 말했다.안리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나랑 뭔 상관이야?’사실 이쯤 되면 여인은 조시언에게 거절을 당했기에 즉시 떠나는 것이 맞으나 여인은 대답을 요구하듯 안리영을 바라보았다.안리영은 그런 그녀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조시언을 노려봤다. 이어서 안리영이 대답하려는데 조시언이 먼저 말했다.“조금 전 여자 친구랑 산부인과에 갔던 일을 물어봤어요.”안리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놀란 여인은 얼굴이 빨개서 뒤돌아 도망갔다.“삼촌은 여인들의 고백을 거절하는 법도 다양하네요.”안리영은 조시언을 조롱하며 말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조시언이 말했다.“쌀국수 왔어.”조시언이 말을 마치자 복무원이 쌀국수를 들고 왔다. 조용하게 앉아서 쌀국수를 먹던 안리영은 열심히 먹는 조시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자신도 열심히 먹었다.역시 장사가 잘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쌀국수가 정말 맛있었다. 얼큰하게 먹었던 안리영은 코끝에 땀이 났다.반면 우아하고 차분한 조시언의 모습은 마치 프랑스 파스타를 먹는 것 같았다.쌀국수를 먹은 후 조시언이 그녀와 할 말 도 다 했기에 안리영은 그와 작별했다.“삼촌, 나 먼저 갈게, 다음에 봐.”“리영아.”조시언이 귀국 후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어릴 적 그는 그녀를 항상 이렇게 불렀기에 안리영은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조시언을 바라본 그녀는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나중에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직접 물어봐, 스스로 추측하지 말고.”조시언의 말을 들은 안리영은 난감했다.다시는 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기에 나중은 없을 것이다.조시언과 헤어진 후 함소은을 찾아온 안리영은 문전박대를 당했다. 안리영은 전혀 놀라지 않고 그녀를 거절한 사람에게 말했다.“태성 씨가 보냈다고 소은 씨에게 전해주세요.”이 말은 확실히
“소고기 쌀국수 하나요. 맵기는 3단계로 해주세요.”안리영은 카운터에서 자신의 입맛에 따라 주문했다.조시언이 먹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주문을 마치자 그도 따라서 주문했다.“야채 쌀국수 하나 주세요. 맵기는 1단계로 해주세요.”안리영은 의아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삼촌도 먹을 거야?”조시언은 차분하게 말했다.“그럼, 너만 먹고 나는 앉아서 네가 먹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그의 농담을 들은 식당 주인은 웃더니 그들에게 말했다.“저희 가게에는 한 그릇을 같이 먹는 커플들도 많아요.”안리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또 오해를 받은 그녀는 이미 이 상황이 익숙해졌다. 예전에 조시언이 출국하기 전 그들이 함께 있으면 커플로 오해하곤 했었다. 심지어 학교 다닐 때도 개인 사정을 잘 모르던 선생님도 그들이 조기 연애한다고 오해하고 부모를 불렀다.현재 그들이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오해받고 있다.조시언을 힐끗 바라본 안리영은 그가 여전히 멋있고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다.“네, 맞아요. 삼촌은 담백한 음식을 좋아해요, 고추를 너무 많이 넣지 마세요.”안리영은 일부러 사장님에게 이렇게 말했다.사장님은 멈칫하더니 멋쩍게 웃었다.“직계 가족은 아니죠?”혈연관계가 없었기에 직계가족은 아니었다. 그러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그를 친자식처럼 키웠기에 직계가족이나 다름없었다.이 화제에 유난히 민감한 그녀는 급히 사장님의 질문에 대답했다.“맞아요, 직계가족이에요.”그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던 조시언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안리영은 한숨을 쉬고 조시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삼촌, 뭐 마실래요?”“옆 가게에서 밀크티를 주문했어, 조금 있으면 가져다줄 거야.”조시언의 행동에 안리영은 놀랐다.‘언제 밀크티까지 주문한 거야? 왜 나는 모르지?’그러나 그의 이 모든 변화는 안리영에게 그가 여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예전의 그는 그녀가 밀크티와 쌀국수를 먹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다. 이
소름이 돋은 안리영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왜 또 만난 거야?”반갑지 않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들어 인사했다.“삼촌.”검은색 셔츠에 짙은 색의 바지를 입은 조시언은 항상 변함없는 옷차림이었으나 안리영은 그를 볼 때마다 처음 만난 것만 같았다.“여긴 볼일이 있어서 온 거야?”조시언은 또다시 안리영에게 물었다.안리영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친구가 여기에 있어.”“도움이 필요해?”조시언이 안리영에게 말했다.안리영은 생각에 잠겼다. 현재 윤지원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조시언에게 말한다면 그는 도울 것이다.그런데 윤지원이 그녀더러 함소은을 찾아가라고 했기에 그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아니, 고마워 삼촌.”안리영의 말에 가볍게 대답한 조시언이 물었다.“오늘 휴무야?”“응.”안리영은 대답하고 바로 후회했다. 조시언이 뭐라고 말할지 예측하였기 때문이다.그녀가 알고 있는 그는 필요 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안리영의 생각대로 조시언이 그녀에게 물었다.“그럼 같이 밥이나 먹을까?”그 당시 서로의 마음을 알아버린 이후부터 그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 그녀는 조시언과 단둘이 있는 것이 불편했다.“아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안리영은 거절했다.“너에게 물어볼 게 있어, 아니 너랑 할 말이 있어.”조시언도 그녀의 말을 거절했다.조시언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시간을 얼마 뺏지는 않을게, 그리고 너도 점심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그랬다. 마침 열두 시였다. 모든 것이 그렇게 공교로웠다.조시언이 말을 들은 나는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고 또 그는 할 말이 있다고 하였기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뭘 먹고 싶어?”차에 타자 조시언이 안리영에게 물었다.“아무거나.”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거나 다름없었다.조시언은 핸들을 잡고 말했다.“그럼, 네가 좋아하는 매운탕 먹자.”확실히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부잣집 도련님 기품이 넘쳐흐르는 조시언과매운탕을 먹는다면 그녀 자신을 매운탕에 넣어서 끓여버리고
진정우의 정체를 알고도 그를 보낸 것을 보면 강진혁은 그를 떠보려는 것이다.“정우 씨의 계획이 뭐예요 ?”나는 허진호에게 물었다.허진호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다. 진정우가 오랫동안 잠복하고 있었던 원인은 그곳을 망가뜨리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협조할 것이다.또한 강진혁도 이번 기회를 빌려 진정우를 철저히 제거하려 한다면 그들 중 누가 누구를 이기는지 봐야 한다.“정우 씨는 지원 씨에게 약속한 걸 다 기억하고 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허진호는 진정우의 말을 나에게 전달 하러 온 것이었다.진정우가 직접 오지 않은 것은 얼굴을 마주하고 이별에 대한 아쉬움과 서로에 대한 걱정을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나를 사랑하고 있기에 나에 대한 걱정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나는 허진호를 향하여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마음 편히 하고 싶은 일 하러 가라고 하세요, 그리고 나는 이곳에 계속 있을 수 없어요, 비록 안전하기는 하지만 너무 심심해서 병날 것 같아요.”“나가고 싶은 거예요?”허진호는 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네, 맞아요. 그리고 음식도 너무 맛없어요.”나는 허진호에게 불만을 토로했다.허진호는 웃으면서 말했다.“알았어요, 제가 정우 씨에게 전달할게요. 대신 지원 씨를 이곳에서 내보내 줄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어요.”“정우 씨에게 말해주세요, 제가 자신을 잘 보호할 수 있다고요.”내가 이곳을 나가면 위험하지만 나는 자신을 스스로 지킬 것이다.허진호가 떠난 후 나는 그의 소식을 기다렸으나 아무 소식도 오지 않았다.보아하니 진정우는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는 것을 동의하지 않은 거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다행히 안리영이 나를 보러 왔다.“소은 씨를 찾아가 사람을 시켜 나를 이곳에서 내보내 달라고 해줘, 그리고 내가 소은 씨의 첫사랑 오빠를 찾아 줄 수 있다고 말해줘.”안리영더러 함소은에게 내 말을 전달해 달라고 했
나는 진정우가 강진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었다.내가 경찰에 끌려와서 구속까지 당했기 때문이다.나는 변호사는 아니지만, 법을 좀 알고는 있다. 기껏해야 용의자일 뿐이라 조사에 협조만 하면 구속할 수는 없다.진정우는 분명 나를 안전한 곳에 가두고 보호할 생각인 것이다. 미리 말해줬기에 나는 긴장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고 조용히 있었다.처음으로 날 보러 온 사람은 허진호였다. 그는 오자마자 농담했다.“윤 부장, 이번 달 월급은 경찰 아저씨한테서 받아야겠네요.”회사에서의 직급과 최근 근무 상황을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웠다.“부대표님, 저 지금 구두로 사직 신청할게요. 그리고 이제 여기서 나가면 회사에 정식으로 수속 밟으러 갈게요.”“사직하라고 강요하러 온 게 아니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알고 있어요. 제가 미안해서요. 제가 사장이면 저 같은 직원은 진작 잘라버렸을 거예요.”허진호는 눈썹을 찡긋하면서 말했다.“윤 부장은 고위층 직속 라인인데 그럴 일은 없죠.”허진호는 드디어 대놓고 말했다. 진정우와 배성재의 신분도 진작 알고 있으면서 모른 척한 것이다.나는 허진호를 놀려보기로 했다.“무슨 직속 라인이요? 진정우 씨 말하는 거예요? 그 사람은 이미 재가 됐어요.”허진호는 입을 실룩거렸다.“윤 부장, 저는 남이 아니니 농담 그만 하세요.”“농담이라니요?”나는 계속 모른 척했다.그런 내 모습에 허진호의 표정이 풍부해졌다. 결국 허진호는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독순술로 말했다.“진정우 씨가 걱정하지 말래요. 여기 며칠만 있으면 될 거예요.”며칠만 있으면 나갈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너무 심심했다.지난번에 경찰에게 체포된 건 조나연의 남동생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그 망할 놈의 소식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심술을 부렸을 때 강진혁이 데려갔으니, 아마 지금쯤 강진혁 밑에서 일할 것이다.너무 지루하던 차에 누군가 찾아왔으니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허진호를 계속 놀렸다.“진정우가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는 약하고 상처받고 있는 것 같다.옛날에는 이득을 챙기기 위해 시집을 보냈고, 전쟁 시기에는 위안부로 끌려갔으며, 지금은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나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남자 모델이라며. 그럼 남자 모델도 고퀄리티로 고르는 거야?”진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남자든 여자든 다 똑같은 기준이야.”이제야 왜 용준호한테 가짜라는 걸 들키려 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드래곤킹은 가장 큰 수출 집단이다. 만약 배성재가 사칭이라는 걸 알면 진정우는 아무것도 조사해 낼 수가 없다.“강진혁은 이미 진짜 신분을 알았는데, 왜 용준호한테 말하지 않았을까? 일이 생기면 자신도 연루될 수 있을 텐데.”나는 그 점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그게 강진혁이 똑똑한 곳이야. 드래곤킹에 강진혁 몫도 있다지만, 강진혁에 관한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으니까 두려울 게 없는 거야. 그리고...”진정우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드래곤킹에 일이 생기길 바랄 거야.”나는 강진혁이 어느 정도 야망을 품고 있는지를 떠올렸다.“드래곤킹에 일이 나면 국내 루트를 혼자 독점하려는 거겠지?”진정우는 웃으며 대답했다.“똑똑하네.”“진우 씨가 이쪽 산업을 통째로 뽑아버리면 어쩌려고?”나는 진정우한테 계속 질문했다. 이런 불법 산업은 여러 단계별로 긴밀한 협력이 필요했다. 진정우가 몰래 잠입한 것도 그들을 송두리째 뿌리까지 뽑아버리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진정우는 절대 작은 불씨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강진혁은 이미 해외에 있는 브라운과 헤르나와 결탁했어. 그자들은 신세대 불법 산업의 대표 주자들이야. 내가 이 낡은 루트를 완전히 망가뜨린다고 해도, 강진혁은 다시 자기만의 새 루트를 만들면 돼.”진정우는 강진혁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그럼 강진혁부터 처리해야지. 다시 일어날 수 없게.”나는 오만한 강진혁의 생각에 참을 수 없었다.“그래. 강진혁을 처리하는 것도 내가 맡은 임무 중 하나야.”진정우는 나를
진정우는 손가락으로 내 코끝을 두 번 세게 눌렀다.“너무 똑똑해서 탈이라니까.”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진정우의 손을 피했다.“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봐.”진정우는 내 머리를 감싸고 말했다.“그만 흔들어. 더 흔들면 어지러워.”“그럼 이유를 말해봐.”나는 진정우의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진정우는 거짓말을 할 때면 눈동자에 빛이 없다. 전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 때 나는 미처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교통사고를 낸 진짜 범인이 누구인 건 알고 있지?”진정우는 내 속눈썹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진정우도 잘 알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지원아, 너 속눈썹이 엄청 길구나. 어렸을 때랑 똑같네.”진정우가 또 화제를 돌렸지만, 나는 계속해서 내 생각을 말했다.“그 말은 용준호한테 보여주는 상처란 말이야?”“맞아. 내가 가짜 배성재라는 걸 용준호가 알게 해선 안 돼.”진정우는 그제야 인정했다.“근데 강진혁은 알잖아.”말을 꺼내자마자 강진혁과 용준호가 한 편은 아니라는 걸 떠올렸다. 강진혁이 진정우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다고 해도 용준호에게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배성재는 무슨 신분이야?”전에도 물었지만 진정우는 많은 걸 알려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배성재가 관건인 것 같아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포주. 뭔 말인지 알겠어?”진정우의 말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무슨 말인지는 당연히 알겠지만, 진정우가 그동안 포주 일을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쩐지 이소희가 드래곤킹에서의 일을 쉽게 조사해 내더라니.“배성재가 그냥 일반 모델인 줄 알았는데, 가장 큰 범죄의 원천이었네.”“가장 높은 신분은 아니야. 위에 또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이 진정한 거물이고, 부하들이 전 세계 수십 개국에 퍼져 있어.”진정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보태어 설명했다.여러 국가가 연루된 국제 범죄인 만큼, 배후의 실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 수 있었다.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 아름다움을 망치려는 벌레들은 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