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은 강성연을 품으로 감싸 안았다."됐어, 유이 이젠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반재언과 남우가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어머니, 아버지."강성연은 반지훈의 품에서 빠져나와 눈가를 슬쩍 닦으며 웃었다."네 동생과 조카는 다 괜찮대."반재언은 웃어 보였다."다행이네요."남우는 병실 안을 힐끗 쳐다봤다. 강유이와 아이한테 아무 일 없다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여전히 부담감이 느껴졌다....강유이는 오후 한 시가 되도록 자고서야 깨어났다. 한태군이 침대맡에 기대어 함께인 걸 보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한태군이 천천히 눈을 뜨자, 그녀와 시선이 맞닿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댔다."깼어?"그녀가 눈을 깜빡였다.한태군은 그녀의 손끝에 키스하며 말했다."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강유이는 몸을 옮겨 그를 마주하며 웃어 보였다."나 괜찮아.""웃음이나?"한태군은 그녀의 머리를 살짝 치고 몸을 숙여 그녀에게 다가갔다."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난 미쳐버릴지도 몰라."강유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몸을 확 일으켜 배를 매만졌다."아기는?"한태군은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그는 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머리 위를 어루만졌다."걱정하지 마, 우리 아기 아직 있어."강유이가 그의 손을 잡아당기고 진지하게 말했다."그리고, 남우 씨 탓하지 마, 이 일은 남우 씨 탓이 아니야."한태군은 그녀를 바라봤다."이걸 걱정한 거야?""당연히 걱정되지, 남우 씨가 제때에 피하지 못했다면 이 정도 상처로 끝나지 않아. 만약 무슨 일 생겼다 해서 남우 씨를 탓한다면, 내 마음도 안 좋아질 거야."그녀가 이리도 진지하게 해석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태군은 웃음을 참지 못해 고개를 돌렸다.강유이는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왜 웃어?"한태군은 웃음을 터뜨렸다.강유이는 그를 밀쳐냈다."왜 웃는 거야?"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단번에 품속으로 안았다. 입술
경찰은 잠깐 멈칫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반재언은 심사실로 들어가 의자를 당겨내 앉았다. 상대는 고개를 숙이고 있고, 이마엔 식은땀이 맺혔다.반재언은 상대를 한참 동안 훑어보다 입을 열었다."차량에 고장이 생겨서 컨트롤이 안됐다고 들었는데, 맞나요?"상대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네."반재언은 눈을 가늘게 떴다."확신해요?"상대는 조급해 보였다."사고라고 했잖아요, 뭘 더 어쩌려고 그래요, 제가 제 목숨을 갖고 장난치겠어요?"반재언은 아무런 내색도 안 하고 핸드폰을 꺼내 도로 영상을 그의 앞에 놓았다. 그는 영상을 보고 시선을 흐렸다."무슨 뜻..."반재언은 양손을 마주 끼고 턱을 괴었다. 눈빛은 차가웠고 강렬한 침투성을 가진듯했다."만약 당신이 아무런 생명 위협도 없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면?"남자는 다리 위에 놓은 손을 저도 몰래 꽉 쥐었고, 등 뒤가 쌀쌀해지는 걸 느꼈다.반재언은 양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몸을 앞으로 숙였다."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걸 확신한 이유는, 목표가 당신의 충돌 때문에 피할 걸 알아서 지. 그리고 그때 길거리의 차량도 적은 편이어서, 사고가 생긴다 해도, 빠르지 않은 속도로 충돌 시, 그저 차량 훼손만 초래하지."상대의 눈가엔 찔리는듯한 느낌이 스쳐 지났다."정말 웃기시네, 지금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쪽에선 내가 일부러 사고를 조성했다고 생각하나 본데, 그럼 내가 왜 하필 다른 차가 아닌 그 차를 박았겠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웃기다는 듯 말을 이었다."내가 상대방 차가 언제 거길 지나가는지 알겠어요?"반재언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당연히 알고 있죠."상대가 표정을 거두었다."지금 장난해요?"반재언은 남우 차량의 옆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아는 사람이죠, 만약 이 자가 계속 차를 따라다니면, 자연스레 이 차량의 동향과 노선을 알겠죠."상대의 안색은 창백해 보였다."모르는 사람이에요.""아는지 모르는지는 조사해 보면 다 알게 되겠죠."반재언은 팔짱을 끼고
"장난치지 말고, 얌전히 마셔.""너무 쓰잖아."한태군은 웃었다."내가 먹여줘야겠어?""크흠."반재언이 그들의 말을 끊고 웃었다."우리가 보는 거 괜찮지?"강유이는 넋을 잃고, 어색함에 한태군의 품속으로 숨어들었다."오빠!"반재언은 난감한 듯 웃었다."불편하면 우리 지금 나갈게."한태군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봤다."왜 오셨어요?"남우가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우리 CCTV 영상 조사하러 다녀왔어요."강유이가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봤다."사고 영상이요?"남우가 끄덕였다."상대는 고의적이었어요."그녀는 반 초간 멈칫하다 고개를 떨구었다."그래도... 유이 씨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에요."강유이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고 웃어 보였다."형수님, 그만 자책해요, 형수님 잘못도 아니잖아요."반재언은 의자를 빼고 앉아 말했다."자, 이제부터 우린 할 일이 있어, 상대가 조작을 했다는 증거를 찾아야 해."병실 안에서, 반재언은 판단 결과를 말해주었다. 상대는 미리 계획을 했고 고의적인 행위였다. 그리고 한 사람뿐이 아닐 것이다.한태군은 창가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그러니까, 배후가 있다는 거네."반재언은 유유히 일어섰다."맞아, 그러니 그들을 유인해낼 수밖에 없어."남우는 턱을 만지며 어딘가 이상하게만 느껴졌다."상대가 날 노리고 온 거라면, 나 서울에서 건드린 사람도 없는데?"무언가 생각난 듯, 다들 일제히 강유이를 바라봤다.강유이는 몇 초간 멍해 있다, 눈을 내리깔았다."설마 나야..."사고가 겨냥한 건 그녀들도, 남우도 아닌 강유이 혼자였다.한태군은 침대맡에 앉아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걱정하지 마, 재언이랑 이 일 꼭 조사해낼 거야, 그러니까, 넌 약 잘 챙겨 먹어."강유이는 말문이 막혔다."결국은 약 먹으라는 소리네."한태군은 소리 없이 웃으며 물 잔을 그녀 앞에 놓았다."약 안 먹어도 된다는 소리는 한 적 없어."그녀는 입술을 내밀고 물
상대가 돈을 요구하자, 조인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돈은 이제 보내줄게, 하지만 당신들, 조금의 허점도 남기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녀는 어두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그 사고로 강유이의 목숨을 앗진 못했지만, 뱃속의 아이는 지키지 못했겠지.그녀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표정이 표독해졌다.부족해, 강유이가 느낄 고통은 아직 부족해.다음날, AM 그룹.양우빈은 자료를 반재언에게 건네며 말했다."도련님, 또 다른 차량의 차주인 분을 알아냈습니다, 전부 여기 있습니다."반재언은 자료를 받아 넘겨보았다. 양우빈이 말을 이었다."이 홍철은 경상도 의성의 청부업자였는데, 몇 년 전 사고를 쳐서, 잘렸답니다."반재언은 페이지를 넘기며, 손끝은 박자 없이 탁자를 두드렸다."무슨 사고를 쳤는데요?""공사현장에서 일을 만들고 싸움을 걸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을 2급 장애가 될 정도로 때려, 꽤 많은 돈을 배상했다고. 홍철은 잘리고 난 뒤 계속할 일을 찾지 않다, 도박에까지 중독돼 거액의 대출까지 받았습니다. 이상한 건..."양우빈이 멈칫하자 반재언은 시선을 올렸다."이상한 게 뭔데요?"양우빈은 미간을 찌푸렸다."부모님을 어렸을 때 여의고, 이혼을 두 번이나 한, 대출 빚이 적어도 2억 9천만이 있는 무직 백수 겸 도박꾼이, 글쎄 제일 이른 시일 안에 대출 빚을 전부 갚았다는 겁니다."보통 사람이라 해도, 쉽게 2억 9천만이나 되는 돈을 꺼낼 수 없다. 수입이 없는 도박꾼은 더더욱 불가능하다."대출 빚을 갚은 게 언제죠?"반재언이 눈을 가늘게 떴다.양우빈이 답했다."일주일 전입니다."저녁, 한 낡은 아파트 지하의 도박장에서, 구석진 곳에서 카드를 놀고 있는 남자는 탁자 옆에 두터운 돈다발을 누르고 있다. 그는 담배를 피우며, 카드를 탁자 위로 뿌렸다.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보지도 않고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 카드 놀고 있는데."상대가 무언가를 말하자, 홍철은 손을 들어 멈추라고 표시한 뒤, 핸드폰을 가
홍철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물을 받아서 뚜껑을 열고 한입에 거의 절반을 마셨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내다보더니 뭔가 알아차렸다.“지금 동거리로 가는 길 아니죠?”택시 기사가 웃었다.“아니죠.”홍철은 무언가를 의식하더니 머리를 숙여 손에 쥐고 있는 물병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흐려지고 몸에 힘이 빠졌다.“너..., 너...”그는 말도 다 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쓰러졌다.홍철이 다시 깨어날 때 강한 빛 때문에 실눈을 뜨고 머리를 살짝 돌려서 빛을 피했더니 자기 앞에 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어렴풋이 보였다.남우는 플래시를 치웠다.“어이구, 깼어?”홍철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그중 한 명은 모자를 쓴 택시 ‘기사’였다. 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앉았다.“당신, 당신들 누구야? 뭐 하려는 거죠?”남우는 홍철의 어깨를 눌러 다시 제자리로 앉혔다.“급하지 말고, 지금 너 찾아서 좀 얘기하려는 거 아니냐?”홍철은 또 멍했다.“뭘, 무슨 얘기 하려고요?”반재언은 모자를 벗었다.“그저께 교통사고에 관해서.”홍철은 마음이 덜컹하더니 그제야 정신이 돌아와 반재언의 시선을 피했다.“무슨 교통사고 얘기하는지 모르겠어요...”반재언은 그의 차 번호랑 편집된 동영상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홍철은 금방 당황했지만 끝까지 승인하지 않았다.“이 동영상이 뭘 설명하는데요. 난 그냥 앞차를 추월했을 뿐인지 다른 짓 안 했어요.”반재언이 웃었다.“내가 언제 네가 뭐 했다고 했어? 왜 이렇게 긴장하는데?”홍철은 손에 식은땀이 가득 찼다.“당신들이 아무 이유 없이 날 잡았는데 내가 긴장 안 하게 생겼어요?”반재언은 그의 뒤로 걸어가 멈춰서 천천히 옆에서 그를 쳐다봤다.“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널 잡은 게 아닌데, 이미 진술을 받아냈거든.”“무슨 진술...” 홍철은 얼굴색이 창백했다.반재언이 몸을 숙여 가까이 다가갔다.“지금 구속된 그 사람, 네 친구 아니야? 그의 진술로는 그가 정확하게 노선을 알 수 있는 것은 너 때문이라 하는데
홍철은 심사숙고 끝에 턱을 움직이더니 조인이 시켰다고 말했다.남우는 턱을 만졌다.“아, 연예계 활동 금지당한 그 여자 연예인이 그랬구나.”홍철은 자기가 어마어마한 빚을 지어서 여지 저기 숨어다니는 날들을 보냈는데, 빚을 갚기 위해서 그는 도시에 있는 친구의 도박장을 관리했는데, 그 친구의 외사촌 여동생이 예전에 여자 연예인이었는데 반씨 집안의 봉쇄 때문에 그녀는 도박장에서 손님을 끄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고 얘기했다.그 여자는 어리고 예쁘고 몸매까지 좋았고 남자를 홀릴 줄 도 잘 안다. 그 도시에 여러 돈 많은 남자들 대부분이 그 여자를 위해서 도박장에서 돈을 쓴다. 이기고 지든 그들은 그저 그 여자와 잠자리하고 싶을 뿐이다.남우는 의혹했다.“네가 말한 그 여자 연예인이 조인이야?”홍철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조인이 그 여자를 찾아간 거죠. 그 여자의 이름은 차진주입니다.”반재언은 이 이름을 익숙하게 들렸다. 갑자기 생각하니 차진주라는 여자가 바로 전에 한태군을 타깃으로 삶았던 사람이다.“그래서, 조인은 차진주를 찾아간 거고, 넌 많은 사채를 졌기 때문에 조인을 도와 일을 한다고 대답했고, 조인은 그 때문에 비싼 값을 치렀다는 거지?”홍철은 허허 웃었다.“돈 때문이 아니면 나도 이런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아, 그 여자가 전에 연예인 해서 돈을 많이 벌인 것 같아서 선금 1억을 달라고 했어요.”“그녀가 나 1억을 줘서 난 그 여자를 위해 사람을 찾았어요. 이 일을 같이하게 돼서 돈도 역시 갈라야죠. 그래서 제 친구한테 6천만 원을 줬더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여자는 사람 목숨을 살려고 했어요. 한 사람을 죽이는 것인데 당연히 1억 가지고는 안 되죠.”반재언은 옅은 웃음을 지었다.“그래서 넌 1억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3억이 넘는 사채를 단시간 안에 다 갚은 걸 보니 조인도 참 큰돈을 썼네.”홍철은 그 돈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라서 그는 자발적으로 했지만 그렇게 자기가 직접 손을 쓸 정도로 멍청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친
조인과 차진주를 잡을 때, 둘은 옷도 못다 입은 상태이다.일주일 뒤, 강유이는 드디어 퇴원했다.병원 문밖에 모여 있는 기자들이 앞으로 다가가서 조인이 강유이를 헤쳐서 입원하게 한 사실과 아이에 관해 물었다.한태군은 강유이를 몸 뒤에 보호하고 그녀를 대신해서 답했다.“여러분의 관심 감사합니다. 저의 와이프랑 아이 모두 건강합니다.”강유이는 한태군의 손을 꼭 잡고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한태군은 그녀를 꼭 끌어안고 경호원의 보호 아래 문밖에 주차한 차로 걸어가 차가 점점 매체들의 화면 밖으로 멀어졌다.반씨 가문에 돌아오자, 강성연은 하인들을 시켜 점심 준비를 했다. 강유이는 테이블 위에 있는 닭백숙과 영양 가득한 물고기와 고기반찬들을 보고는 어이없어했다.“엄마, 이건 너무 과장한 거 아니에요?”“이 게 무슨 과장이라고, 너 몸보신 하라는 거지.”강성연은 백숙 국물을 떠서 강유이 앞에 놓았다.“난 이미 너 매니저랑 말해 놨어, 요즘에 먼저 일을 좀 쉬고 몸 회복이나 잘해.”강유이는 한 입 크게 국물을 마셨다.“나 이미 오래 쉬었어요.”강성연은 한태군을 바라보았다.“태군아, 넌 네 와이프 잘 설득해야 한다.”한태군은 소리 내며 웃었다.“알았어요. 어머님.”그러고는 강유이의 손을 잡았다.“크리스마스 며칠 전에 유이 데리고 영국으로 돌아가려고요.”강선연은 멈칫하더니 웃었다.“그래. 유이도 너랑 같이 돌아가 봐야지. 너도 오래 집에 안 갔으니. 그때 잊지 말고나 대신 부모님께 안부 전해줘.”한태군은 미소 지으면 머리를 끄덕였다.강유이는 턱을 고였다.“둘째 오빠랑 예은 씨가 영국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네.”...영국국립영화학원.진예은은 각본을 들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녀는 노크를 하고 허락을 받아 문을 열고 들어가서 자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교수님, 교수님 요구대로 수정했어요. 한번 봐주세요.”메린 교수님은 안경을 끼고 각본을 펼쳤다. 한참을 지나서 그는 조금 놀라워서 머리를 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반재신은 고개를 돌려 진예은을 봤다.“왜?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게 싫어? 내가 그렇게 내세울 게 없어?”그는 영국에 온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진예은은 한 번도 그를 동기들한테 인사시켜준 적이 없다. 학원에 가서 데리러 오는 것마저 숨기려 했다. 그녀는 그가 못 생겨서 내세우지 못한다고 여기는가?진예은은 어리둥절했다.“내가 언제 널 내세울 게 없다고 했어?”“말은 안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뭘 생각하는지 누가 알아.”반재신은 의자에 등을 대고 기분이 별로였다.“항상 동기들이랑 회식하면 그렇게 기뻐하고, 자기 남자는 집에다 버려 놓고, 네가 동기들한테 나를 소개하는 걸 못 봤어. 너희 여자들이란, 분명히 결혼해 놓고도 아직 자기가 솔로였으면 하지.”진예은은 피식 웃더니 그의 손을 잡았다.“내가 소개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네가 내세울 게 없어서도 아니야.”반재신은 손을 빼고는 창밖으로 내다봤다.“그럼, 뭔데?”진예은은 의자에 등을 댔다.“네가 봐봐, 너 이렇게 잘 생겼는데 내가 너를 다른 사람한테 소개해주면 귀찮잖아?”반재신은 실눈을 뜨고 손을 내밀어 그녀의 턱을 잡았다.“내가 귀찮다고 생각하는구나?”그녀는 그의 손을 밀쳤다.“도대체 가 안가?”반재신은 흥 하며 차를 운전하고 떠났다.차를 한 식당 밖에 주차했다. 진예은은 멍했다.“돌아가는 거 아니었어?”반재신은 안전벨트를 풀었다.“나 오늘 밖에서 먹고 싶어.”그는 먼저 차에서 내렸다.진예은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차에서 내리자, 그녀는 그가 팔을 내민 것을 보았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팔짱을 꼈다.“유치하지도 않아?”“내 맘대로다.”두 사람은 식당에 들어서 창가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왔다.“뭐 드시겠어요?”반재신은 메뉴판을 받고 눈꺼풀을 들고 맞은 편에 있는 사람을 보고는 몇 가지 요리를 시켰다.진예은은 멈칫했다. 그가 시킨 것은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다.요리를 시킨 뒤 종업원은 가고 진예은은 물잔을 들었다.“우리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