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여러 대의 고급 외제 차가 일찍이 병원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매스컴에서도 소식을 전해 듣고 병원 문 앞을 지켰다.손녀를 품에 안은 강성연이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병원에서 나왔고 그 뒤로 진예은을 부축한 반재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을 본 기자들은 너도나도 앞으로 모여들어 마이크를 들이밀었다."반재신 씨, 진예은 씨와 결혼을 한 이유가 혹시 아이 때문인가요? 전에 진예은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 말을 한 적이 없으셔서요. 이번에 결혼하게 된 계기가 진예은 씨가 임신을 했기 때문인가요?"그때 한 기자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반재신과 진예은은 서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만 공개했었다. 그 뒤로 진예은이 임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해 입방아를 찧었다.게다가 진예은에 대한 소문이 복잡했기에 많은 사람은 진예은이 반재신의 아내로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임신 덕분이라고 생각했다."사모님, 이에 대해서 말씀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그때 다른 한 기자가 강성연에게 물었다.그 질문을 들은 강성연은 품속의 아이를 더욱 꼭 끌어안아 카메라가 아이의 얼굴을 찍지 못하게 하곤 웃었다."여러분께서 제 아들과 예은이 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소문이 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제 아들과 예은이를 믿습니다."기자들은 그 말을 듣곤 놀랐다. 강성연이 지금 진예은을 며느리로 인정하겠다는 말인 걸까?반재신도 강성연의 말을 듣곤 주위의 사람들을 더욱 담담하게 기자의 질문에 대답했다."저랑 예은이 감정에 대해 의심할 필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저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확신할 수 있는 건 아이가 없었다고 해도 제가 예은이랑 결혼했을 거라는 겁니다. 제가 그동안 계속 미뤄왔던 일이 있는데 여기 다들 계신 곳에서 증명을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진예은은 멍하니 그런 반재신을 바라봤다.그리고 곧 몸을 돌린 반재신이 진예은을 보며 주머니에서 보라색
[왜 갑자기 신데렐라 타령이야, 신데렐라도 전에는 귀족이었어. 님은 신데렐라보다도 못하면서, 반씨 집안에서도 아무 말 안 했는데 님이 왜 간섭하는 거죠?][진예은 신분도 전에 밝혀지지 않았었나요? 영국 황실이랑 조금 연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그래도 진정한 황실이 아니잖아요, 외할머니도 왕국의 외실이라고 들었어요. 지금으로 놓고 말하면 세컨드인 거지, 지금 세컨드를 위해 말하고 있는 거예요?][외실이랑 세컨드는 엄연히 달라요, 외실은 당시에 정당한 존재였다고요, 고대의 귀족들이 첩을 들이는 것처럼. 지금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거지만 그때 당시의 상황에서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거였다고요. 그리고 진예은 외할머니께서 한 일이잖아요, 진예은이 자기가 어디에서 태어날 건지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듣기론 집안이랑 사이도 안 좋다고 하던데, 엄마한테 학대당하고 감금당하고 그랬다던데 외실의 후대라는 이유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건가요? 당신들은 얼마나 고귀하길래.]…한편 빈해별장.진예은이 손가락에 자리한 반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녀는 반재신이 매스컴 앞에서 자신에게 청혼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그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반재신이 들어왔다."희망이 자?""응, 배부르니까 바로 자던데.""그런데, 오늘 왜 갑자기 청혼한 거야?"반재신을 한참 바라보던 진예은이 갑자기 물었다."네가 원하던 거 아니었어?""내가?""네가 어제 그랬잖아, 생각을 다 못했으면 너 안지 말라고."반재신이 진예은에게 다가와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너한테 청혼하기를 기다렸던 거 아니야?"감동에 잠겨있던 진예은은 반재신의 그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조금 굳었다."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청혼했다는 거야?""왜 항상 그렇게 내 생각을 곡해하는 거야?"반재신이 팔짱을 끼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내가 네 생각을 곡해해서 미안해, 말할 줄 모르면 그냥 하지 마, 너 말 안 해도 벙어리인
호랑이 여사라는 호칭을 들은 진예은의 표정이 굳더니 머지않아 반재신은 다시 쫓겨났다.…진성.촬영 중간의 휴식 시간, 사람들은 도시락을 받아먹고 있었다. 그때 혼자 차로 돌아가는 강유이를 본 차진주가 말했다."감독님이랑 선배들도 우리랑 같이 도시락 먹고 있는데 쟤만 저러네.""유이는 남편이 직접 밥을 해오는 거잖아, 유이랑 어떻게 비길 수 있겠어?"그 말을 들은 차진주가 콧방귀를 뀌었다."남편이 이 작품에 투자한 거 가지고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무비 퀸이면 어때, 저렇게 갑질이나 하고.""몸이 불편하다고 들은 것 같은데.""불편하긴 무슨, 항상 목숨까지 걸 것처럼 굴었잖아, 그건 다 핑계야."차진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12살짜리 아역배우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잠시 후, 아이가 물에 빠지는 씬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아이를 살려야 하는 역할이 바로 한월생이었다. 차진주는 무언가 생각난 듯 아역배우에게 다가갔다.차 안, 강유이는 따뜻한 물주머니가 담긴 배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녀는 입맛도 없었다."많이 아파? 내가 대신 감독한테 휴가 좀 내줄까?"한태군이 강유이의 배를 문질러주며 말했다."아니야, 그냥 생리통이니까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야."강유이가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대답했다.그 모습을 본 한태군이 강유이를 안아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나 생리통 안 겪어도 되는 방법 하나 알고 있는데.""무슨 방법?""뭐일 것 같아?"짓궂은 얼굴로 묻는 그를 보니 강유이는 순식간에 알아차리곤 얼굴을 붉혔다."또 이상한 소리 하지 마.""유이 씨, 촬영 들어갈게요."그때, 스태프가 밖에서 소리쳤다.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강유이는 얼른 한태군의 품에서 벗어났다."네, 지금 가요."하지만 한태군은 이렇게 불편한데도 기를 쓰고 촬영하려는 강유이를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강유이가 차에서 내려 방 감독 옆으로 다가가자 방 감독이 물었다."유이 씨, 이따 물에 들어가는 씬이 있는데 상태 좀 보는 게 어때요? 불편하
방 감독은 아역배우를 데리고 옆으로 가 말을 나눴고 강유이는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옆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무척 괴로웠다.아이가 한월생을 밀어내는 씬은 대본에 아예 없던 대목이었다. 아역배우는 그저 강유이를 맞춰주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유이야, 괜찮아?"그때 민서율이 다가와 물었다."네, 저 괜찮아요."강유이가 멈칫하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십 분 뒤에 다시 촬영 들어가야 하니까 불편한 데 있으면 말해.""네."머지않아 촬영은 다시 시작되었고 강유이는 여전히 물불 가리지 않고 저수지로 뛰어들었다. 스태프들은 그런 강유이를 보며 감탄했다. 이렇게 추운 날, 아역배우 때문에 NG나 수없이 많이 났지만 강유이는 여전히 촬영을 이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강유이가 아역배우에게 다가가던 그때, 몸이 얼어버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그녀는 갑자기 손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감각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의식도 흐릿해졌다.그리고 아역배우를 잡고 대사를 말하기도 전에 강유이는 아이를 놓고 물속으로 빠져들었다."무슨 일이야!"스태프들이 놀라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그때, 민서율이 외투를 벗고 제일 먼저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은 그저 놀란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그리고 민서율이 강유이를 안아 들었을 때, 사람들도 그제야 물속으로 들어가 두 사람을 돕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차진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왜 민서율이 강유이를 살려준 것인지!민서율은 강유이를 데리고 나와 그녀를 반듯이 눕히곤 볼을 쳤다."유이야, 유이야!"그러자 강유이가 갑자기 기침했고 민서율이 그녀의 이마를 만져보니 온도가 꽤 높았다."방 감독님, 유이 열나는 것 같아요.""얼른 가까운 병원으로 데리고 가요, 얼른."그 말을 들은 방 감독이 말했다.그리고 민서율이 강유이를 안아 들려던 찰나, 한태군이 먼저 강유이를 품에 안았다."저한테 맡겨주시면 됩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강유이와 함께 촬영장을 떠났다.민서율은 텅 비어버린 자신의 손을 바라보
강유이가 휴식기를 가진 덕분에 촬영은 그녀 없이 다른 이의 씬을 먼저 찍게 되었다.스태프들은 모두 강유이가 촬영에 임하기 위해 쓰러질 때까지 버텼다며 칭찬을 했다. 차진주는 그 말을 듣곤 불만스럽게 팔짱을 꼈다."그거 뭐 얘기할 거 있다고 그러세요, 몸이 아프면 말을 해야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촬영팀 탓하려는 거 아니에요."그 말을 들은 스태프 하나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차진주 씨, 유이 씨랑 뭐 원수진 거 있어요? 왜 그렇게 유이 씨를 가만히 못 둬서 안달이에요?""그러니까요, 유이 씨가 뭐 얼마나 지나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그리고 그런 신분을 가진 분이 NG가 그렇게 많이 났음에도 고 힘들다는 소리도 안 한 거 보면 자기 일에 책임 다 한 거 아니에요?""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요?"차진주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이 바닥에 그런 사람이 적어요? 강유이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한겨울에 물속에서 촬영하다 열 좀 난 거 가지고. 부잣집 아가씨가 그냥 그런 컨셉 잡고 나와서 일하는 거로."그 말을 들은 스태프들은 반박하려다 누군가를 보곤 얼른 자리를 떴다.차진주도 자리를 뜨려다 복도에 서 있는 민서율을 보곤 어색하게 웃었다."민 감독님, 언제 오셨어요?"차진주는 민서율이 자신이 한 말을 들은 건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긴장하지 마세요, 진주 씨 탓할 생각 없어요."민서율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차진주는 그 말을 듣자마자 민서율이 모든 것을 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녀는 억울한 얼굴로 설명하기 시작했다."민 감독님, 저,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배우가 자기가 해야 할 책임을 다했을 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 촬영하는 거 원래 수고스러운 일이잖아요, 일부러 사람들을 속여가면서 위선적인 컨셉을 잡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요."그 말을 들은 민서율의 눈빛이 조금 차가워졌다. 하지만 다른 이가 감지할 수 없을 정도였다."아역배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그 말을 들은 차진주는 감히 그의 눈빛을 마주할
차진주는 자신을 이렇게 믿어주고 도와주려 하는 민서율을 보니 심장이 쿵쿵 뛰었다."좋아요, 그럼 제가 다 말씀해 드릴게요."차진주는 그렇게 모든 사실을 민서율에게 말해줬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믿어주고 있다는 기쁨에 빠져 민서율의 눈 속에 감춰진 차가움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잠시 후, 민서율이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제가 진주 씨 믿어줬으니 진주 씨도 저 믿어주실 거죠?""그럼요, 당연히 믿죠."차진주의 말을 들은 민서율이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한태군이 지금 이 일을 조사하고 있다는 거 말씀해 줄 수밖에 없겠네요, 그리고 머지않아 진주 씨가 그랬다는 거 알게 될 겁니다."민서율의 말을 들은 차진주가 다시 당황했다."그럼 어떡하죠?""제가 도와줄 수 있는데 진주 씨 어떻게 보답하실 거예요?"민서율이 차진주를 보며 묻자 차진주가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저는 민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다 할 수 있어요.""그럼 저한테 생각이 있으니 진주 씨는 계획 하나만 세워주세요."민서율이 차진주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한편, 한태군은 병실에서 그날의 촬영 현장을 보고 있었다.그때 사과를 먹고 있던 강유이가 갑자기 말했다."나도 그날 그 아역배우가 왜 갑자기 그런 건지 모르겠어, 분명 촬영 전에도 나랑 잘 맞춰줬는데 물속에 들어가니 갑자기 거절하는 거 있지. 아무래도 경험이 적어서 정작 촬영 시작하니 무서웠던 걸지도 몰라."하지만 그 말을 들은 한태군은 보고 있던 노트북을 덮었다."정말 그렇게 생각해?"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잠시 멈칫했다."사실 나 밀어낼 때 나를 엄청 싫어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나 그 아이한테 미움 살 짓을 한 적 없는데."강유이는 그 이유를 도대체 알 수 없었다.그러자 한태군이 강유이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내가 다 조사해 낼 테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한태군에게 사과를 건넸다."나 사과 안 먹고 싶어."사과를 힐끔 본 한태군이 말하자
"한태군 씨, 호텔에서 다른 여자랑 밀회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 사모님께서는 알고 계신 겁니까?"순식간에 복도를 가득 채운 사람들을 바라보는 한태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서울의 AM그룹.양우빈이 다급하게 반재신의 사무실로 들어섰다."대표님, 한태군 씨에게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반재신이 보던 서류에서 눈길을 돌려 양우빈을 바라봤다."무슨 일이 생긴 거죠?"그러자 양우빈이 그에게 잡지를 건네줬고 잡지를 확인한 반재신의 안색이 복잡해졌다.#반 씨 집안 사위 한태군 아내 몰래 여자와 호텔에서 밀회를 즐김. 여자가 가운을 입은 것으로 보아 금방 샤워를 마친 걸로 보임#곧이어 반재신이 잡지를 테이블 위로 던졌다.양우빈은 그런 반재신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매스컴에서 이 소식을 대거 보도하고 있고 SNS에서도 난리가 났습니다, 유이 씨 SNS에도 사람들이 찾아와 댓글을 달고 있고요."반 씨 집안의 사위인 한태군에게 이런 스캔이 터졌으니 서울 전체가 들썩거렸다.더욱 중요한 것은 기자가 그 장면을 촬영까지 했으니 더 말하기가 어려웠다."한태군은 어떤 태도를 보입니까?"반재신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아직 아무런 입장 발표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이런 일을 마주한 그 누구든 일단 부인하고 보는 게 상책인데 한태군은 아무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다니.반재신이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두드렸다."그럼 바람피웠다는 건 가짜라는 건데.""한태군 씨를 믿는 겁니까?"양우빈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그놈 성질로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해 가면서 설명하지 않을 거야, 게다가 마침 호텔에서 기자들에게 들켰다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돼. 한태군 같이 신중하고 경계심 넘치는 사람이 정말 바람을 피운다고 해도 기자들한테 들키지도 않았을 거야."양우빈은 그 말이 도리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한태군 씨가 경계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기자들한테 그런 장면을 다 들켰잖아요.""한태군이 제일 감탄스러운 데가 어
한태군이 정말 바람을 피운 게 맞는지 아닌지는 차진주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 여자를 찾아온 것이 바로 차진주였기 때문이었다. 차진주는 여자에게 돈을 쥐여주며 모든 계획을 세웠다.민서율이 이렇게 해야만 한태군이 자신에 관한 조사를 멈출 거라는 말을 듣고 차진주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한태군이 정말 차진주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밝혀낸다면 그녀는 다시는 이 바닥에 발을 들일 수 없었기에 다른 것을 상관할 겨를이 없었다.그녀는 이 모든 것이 강유이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차진주가 평생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가졌음에도 연예계까지 발을 들여 자신과 밥그릇을 빼앗으려고 했기 때문이다.이틀이나 지났지만, 이 일은 여전히 뜨거웠다. 강유이는 SNS에서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TY엔터에서도 상황을 잘 몰랐기에 아무 대응도 할 수 없었다.사람들은 그저 온갖 추측을 하며 한태군에게 바람을 피운 쓰레기라는 오명을 씌워주기 바빴다.꽃다발을 들고 병원으로 온 민서율은 마침 어두운 얼굴로 병실을 나서는 한태군을 마주치게 되었다."한태군 씨 소문이 지금 온 데 간 데서 퍼지고 있던데 정말 아무 설명도 하지 않을 생각인 겁니까?"민서율이 한태군에게 물었다.그 말을 들은 한태군이 웃었다."민서율 씨, 제 일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유이가 제 친구니 유이랑 관련 있는 일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많죠."민서율이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사람 와이프를 그렇게 계속 지켜보고 있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한태군이 말을 멈추더니 민서율의 어깨를 툭툭 쳤다."민 감독님이 정말 아무 잘못도 없다면 저랑 유이 사이에 일이 생겼을 때, 마침 이렇게 나타나지도 않았겠죠."그 말을 들은 민서율이 아무 대답 없이 한태군을 바라봤다.한태군은 곧 그를 지나쳐 그곳을 떠났다.민서율이 병실로 들어서니 강유이가 두 다리를 안은 채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안색은 딱히 좋지 않았다."유이야."민서율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가 고개를 들고 민서율을 바라봤다.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