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가 치 영감의 사인으로 잠시 하시호를 쫓아내지 않았다면 하시호는 그녀에게 범인을 찾아낼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하시호는 지금쯤 이 첩자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그 보안원이 첩자라는 거지?""네, 전날 도박장에서 돈을 몇천만 원 날리고 빚을 졌는데 갚을 돈이 없던 와중에 블랙샷 사람들이 빚을 갚아줄 테니 새벽에 시체를 상회로 들이고 CCTV 영상을 지우라고 했다고 합니다.""그런 말을 들었다니."반재언이 웃었다."조사해 보니 하시호가 며칠 전에 도박장에 왔더라고요, 그때 보안원을 점찍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기회를 빌려 매수한 거고요.""닭 몇 마리 죽이고 향 좀 피우라고 해, 재수 없게."남우가 몸을 일으켜 상회를 나섰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시월이가 묻자 남우가 차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오는 반재언을 보며 말했다."반 도련님 한가하잖아, 이제 두 사람이 알아서 해요."남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두 사람을 남겨두고 상회를 떠났다.시월이는 어색하게 반재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반재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하시호가 사고를 만들어 남씨 가문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남우가 치 영감의 사인에 한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이 밝혀지기 전, 하시호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을 몰래 해결한 것까지 데이비 렌지는 알게 되었다.데이비 렌지는 여유로운 얼굴로 긴장된 얼굴의 하시호를 바라봤다."남 도련님은 듣던 대로 보통 인물 아닌가 보네요.""남우가 블랙샷의 내막을 알고 있지 않았다면 저 진작에 성공했을 겁니다."남우는 치 영감의 사인으로 하시호가 스스로 물러나게 했다."실패한 것도 인정할 줄 알아야죠, 사람은 언제나 실패할 때도 있는 겁니다. 푸조 씨 앞에서 능력을 보여주게 하려고 했었는데, 하시호 씨가 삼활이랑 육활을 손에 쥘 수 있다면 푸조 씨도 당신을 좋아할 겁니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네요.""다른 방법이 있
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남강훈에게 다가갔다."아침부터 남 도련님이랑 나갔는데 일이 해결되었는지 모르겠네요.""걱정하지 마요, 남우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없으니까 유이 씨 오빠도 아무 일 없을 거예요."남강훈이 부채를 들고 흔들의자에 앉아 말했다."남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전혀 걱정을 안 하시면 안 되죠, 그리고 남우 씨 여자잖아요."강유이가 의자를 가지고 와 남강훈의 옆에 앉아 말했다.남강훈은 그 말을 듣더니 멍청하게 강유이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남강훈은 그동안 남우를 남자로 보고 키웠기에 가끔 그가 여자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남우는 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많은 일을 스스로 잘 해결했다.그랬기에 남강훈은 그녀가 못 해내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남우가 밖에서 사고를 친다고 해도 남강훈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다.하지만 강유이의 말을 듣고 나니 남강훈은 그동안 자신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것을 깨달았다."지금 제가 딸을 아끼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는 거예요?"남강훈이 그래도 체면을 버리지 못하고 기침을 한 번 하더니 물었다."이건 회장님이 말씀하신 거예요,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강유이가 고개를 숙이곤 말했다."유이 씨 말이 맞아요, 제 잘못이니까 유이 씨한테 뭐라고 안 할게요."남강훈은 그런 강유이의 말을 듣고도 화내지 않았다."유이 씨 오빠 만나는 사람 있어요?"그때 주위를 둘러보던 남강훈이 갑자기 물었다."아니요, 저희 오빠 솔로예요.""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만나는 사람이 없다니, 말이 안 되는데."남강훈이 일부러 놀란 척 말했다.반재언은 외모도 훌륭했고 능력도 출중했다.이런 남자를 어디에 내놓아도 환영을 받기 마련이었다.남강훈도 예전에는 잘생긴 축에 속했기에 남우의 어머니를 만나기 전, 많은 여자를 만났었다.그랬기에 결혼을 하기 전, 여자가 있는 것도 그는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면 남자는 가장의 책임을 져야 했다. 바깥의 사람이 아무
"무슨 내기요?"강유이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둘 중 누가 먼저 서로에게 빠질지 내기해요. 저는 유이 씨 오빠가 먼저 우리 남우한테 빠질 거라고 생각해요, 지는 쪽이 상대방 요구를 하나 들어주는 거 어때요?"그 말을 들은 강유이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저녁이 되어 남우는 아람 빌리지에서 음식을 한 상 주문하고 값비싼 와인까지 주문했다. "오늘 온종일 바빴을 텐데, 반 도련님 배 안 고파요?"한참이 지나도 젓가락을 들지 않는 반재언을 본 남우가 물었다."괜찮아요."반재언이 와인이 든 술잔을 바라보며 말했다."반 도련님 오늘 저를 도와줬으니까 제가 밥 한 끼 살게요."남우가 자신의 술잔에 와인을 부었다."당연하죠, 남 도련님 말 듣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남 도련님께서 밥을 사줘야죠.""그게 무슨 말이에요, 제가 그런 사람 같아요? 저희 아버지께서 괜히 도련님을 보냈겠어요. 도련님께서 도와줄 일이 있을 것 같으니까 그런 거죠. 그리고 이번 한 번 도와달라고 했다고 반 도련님께서 뭐라고 할 것도 아니잖아요."반재언이 남우의 말을 들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남우가 오늘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이 그녀의 신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남우가 먼저 술을 마셨지만 반재언은 술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반 도련님 제가 술이나 음식에 약이라도 탔을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그 모습을 본 남우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남 도련님께서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반재언의 말을 들은 남우가 갈비 하나를 집어 그에게 줬다."하지만 술 마시는 건 다르죠, 남 도련님께서 복수하려고 술 취한 저를 길거리에 버리고 갈 수도 있는 거니까."그 말을 들은 남우가 멈칫했다. 그녀는 확실히 반재언에게 술을 먹일 생각이었다.하지만 술 취한 그를 길거리에 버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저 그가 술에 취한 뒤, 다른 여자에게 던져준 뒤, 스캔들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다.반재언이 남우의 신분을 알아차린 뒤로 그녀는 반재언을
"왜요?"남우의 시선을 느낀 반재언이 물었다."저희 아버지한테 돈이라도 쥐여줬어요?"남우가 그제야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대놓고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아니면 아버지께서 바깥사람을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실 리가 없잖아요, 남 씨 집안일에 끼어들게 하고."남우의 말을 들은 반재언이 웃었다."그럼 한태군은요?""그게 어떻게 같아요? 한태군이랑 아버지는 그저 이익으로 맺어진 관계예요."그녀가 그의 돈을 가진 걸로 보아 두 사람도 이익 관계라고 할 수 있었지만 남 씨 집안일에 끼어들어도 된다는 건 아니었다.그랬기에 남우는 반재언이 몰래 자신의 아버지를 매수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제가 남 도련님께서 저를 부려 먹게 하기 위해서 남 회장님을 매수했다는 겁니까?"반재언의 말을 들은 남우는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말에 도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남 도련님께서 경계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저는 남 씨 집안과 대립한 쪽이 아니잖아요.""반 도련님 말도 도리가 있네요."저녁 7시가 되어서야 두 사람은 남 씨 저택으로 돌아갔다.남강훈과 강유이는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반재언과 남우 두 사람이 밖에서 밥을 먹게 하려고 저녁도 준비하지 않았다."왔어?""네, 반 도련님이 도와주신 거 고마워서 제가 밥 사드렸어요."남우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그럼 저는 올라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위층으로 올라가는 남우를 본 강유이와 남강훈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곤 강유이도 몸을 일으켰다."남 회장님, 저도 올라가 볼게요."남강훈은 그녀를 막지 않았다.반재언은 남우를 따라 올라가는 강유이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유이 씨 바둑도 잘 두네요."남강훈이 갑자기 말했다."어머니께서 가르친 겁니다."반재언이 두 사람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반 도련님도 저랑 같이 한 판 두시죠, 시간이 아직 늦지 않았으니."남강훈이 바둑판을 정리하며 말했다."저는 유이만큼 실력이 있는 건 아니라서, 회장님께서 양보 좀 해주세요."반재언이 남
"치 영감이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해요?"남우가 강유이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물었다."죽었는데 시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치 영감은 치지연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죽은 이유를 조사해 보지도 않고 아버지가 정말 죽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잖아요."그 말을 들은 남우가 잠시 고민하더니 웃었다."유이 씨 말이 맞네요."하시호가 치 영감을 죽였으니 치지연의 의심을 없앨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남우는 그가 다시 움직일 것으로 생각했다."인제 그만 자요, 내일 유이 씨 데리고 갈 데 있으니까."남우가 일어서며 말했다."저는 남우 씨 따라 나가봤자 아무 도움도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냥 오빠랑 같이…"말을 하던 강유이가 남우의 눈빛을 보곤 얼른 설명했다."사람이 많을수록 힘이 세지는 거니까요.""마음대로 해요."그 대답을 들은 강유이가 기분 좋게 그녀의 방을 떠났다.남우는 문이 닫히는 사이로 보이는 강유이의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그녀는 강유이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건지 지켜볼 생각이었다.이튿날, 강유이는 반재언과 남우와 함께 남 씨 상회로 갔다. 시월이는 보안원의 상황을 남우에게 보고했다."사람은 붙였어?""네, 몰래 지켜보고 있습니다. 하시호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분명 보안원을 죽일 겁니다.""치 영감 소식 좀 알아봐.""하지만 치 영감은 이미…"남우의 말을 들은 시월이가 의아하게 물었다."치 영감이 정말 죽었다면 시체는? 시체를 못 찾았으니 살아있을 가능성이 커.""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잠깐, 하시호도 분명 알아보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발견 당하지 않게 조심히 행동하라고 해."치 영감의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으니 제일 걱정하고 있을 사람이 바로 하시호였다. 강유이가 어젯밤 했던 말이 그녀를 일깨워 줬다.치 영감은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었다.어제 하시호가 남우의 말에 겁을 먹었다는 것은 그도 아직 치 영감이 죽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저 삼활에 가서 태군 오빠
그 말을 들은 남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시호는 그를 죽일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건가?그때, 반재언은 지윤이 보낸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젠장, 하시호가 유이를 건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네? 얼른 삼활로 사람 보내."남우가 얼른 부하에게 말했다.…한편 강유이는 차를 타고 삼활로 가고 있었다. 그는 반재언과 남우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반재언의 실력이라면 남우의 일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는 이상함을 알아차렸다."기사님, 길 잘못 든 것 같은데요."하지만 기사님은 대답 대신 차를 길가에 세우더니 차 문을 열었다.강유이가 빠르게 차에서 내리자 갑자기 주위에서 남자들이 나타나더니 그녀의 길을 막았다."아가씨, 어디 가시려고요. 그냥 저희 따라서 가시죠.""내가 왜 따라가야 하는데, 나 당신들이 누군지도 모르는데."강유이가 남자들을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그건 아가씨 말대로 따를 수 없을 것 같네요."남자가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자신에게 점점 다가오는 남자를 본 강유이가 채찍을 꺼내 남자들에게 휘둘렀다. 그리고 제일 가까이 있는 남자에게 발길질했다."저년 잡아!"그중 한 남자가 소리쳤고 남자들이 강유이에게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강유이는 얼른 남자를 피해 다시 채찍을 휘둘렀고 무릎으로 남자의 배를 가격했다.두 명의 남자가 동시에 강유이에게 달려들어 채찍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강유이가 채찍을 휘둘러 한 남자의 손을 쳤다. 덕분에 남자가 손을 거두었지만 다른 한 남자가 등 뒤에서 그녀의 목을 졸랐다.강유이는 당황하지 않고 남자의 팔을 잡고 그를 업어 땅으로 메치더니 급소를 공격했다.남자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땅에 드러누워 꼼짝도 하지 못했다.강유이가 그들을 피해 도망가려던 찰나, 어떤 남자가 칼을 뽑아들더니 그녀의 등 뒤에서 달려들었다.강유이가 고개를 돌려보니 칼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나타
"반재언이 말 해줬어.""오빠가? 지금 남우 씨랑 상회에 있을 텐데."그 말을 들은 한태군이 강유이를 보며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조금 전의 광경에 강유이가 놀란 듯했다."응, 하시호가 너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나한테 알려줬어."조금 전, 한태군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강유이는 분명 다쳤을 것이다."방금 나도 피할 수 있었어."강유이가 한태군의 손을 잡고 얼굴을 그의 손바닥에 비볐다."네가 위험한 거 보고 내가 이성을 잃었었어.""그래도 그렇지, 칼이 오빠를 찔렀으면 어떡하려고.""방금 유이도 나 살려줬잖아, 우리 유이 점점 더 대단해지네."한태군이 강유이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그때 남석이 차 문을 열고 그 모습을 보곤 어색하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태군 씨, 이 사람들은 제가 먼저 데리고 가겠습니다."남석의 말을 들은 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반재언은 삼활로 가 한태군을 만나기로 했다. 남우는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보며 말했다."한태군이 제때에 도착했겠죠.""그러길 바라야죠."반재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런데 하시호 왜 갑자기 유이 씨를 노린 걸까요?"남우가 반재언을 보며 물었다.하시호는 강유이를 노릴 이유가 없었다."유이를 노린 이가 다른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반재언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하시호 뒤에 있는 그 사람일까요?"그때, 반재언이 백미러를 힐끔 보니 차 몇 대가 그들을 따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저희도 귀찮은 일을 만난 것 같은데요."반재언을 따라 백미러를 힐끔 본 남우가 혀를 찼다."반 도련님 실력이 부족하네요."그 말을 들은 반재언이 엑셀을 밟으며 속도를 올렸다.그러자 뒤에서 따라붙던 차 한 대가 뒤에 바짝 붙어 차를 들이박으며 그들을 멈추게 하려고 했다.반재언이 핸들을 돌리자 차가 한쪽으로 기울였고 반재언은 앞쪽 골목에서 차 머리를 돌렸다. 남우가 놀라 손잡이를 잡았다.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상대방은 여전히 바짝 따라붙었다.그리고 총
남자들은 다시 두 사람을 쫓기 시작했다. 그들은 두 사람을 죽이려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깊은 삼림으로 들어갈수록 나무들이 우거졌고 총소리에 새들이 푸드덕거리며 날아갔다. 반재언과 남우는 마침 두 사람을 감춰줄 수 있는 나무 뒤에 숨었다.남우가 나뭇가지 사이로 뒤를 보니 남자들이 아직 두 사람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하지만 앞에는 더 이상 길이 없었다. 이곳은 섬이었기에 끝은 벼랑과 바다뿐이었다."총 이리 줘요, 제가 저 사람들 다른 곳으로 인도할게요."반재언이 남우에게 손을 내밀고 말했다."지금 저 버리고 가려는 건 아니겠죠?""도련님도 저 버리고 가도 돼요."반재언이 웃으며 말하자 남우가 그에게 총을 건네 주더니 허리춤에서 칼을 꺼냈다."조심해요, 여기에서 죽으면 나 할 말 없으니까."반재언이 아무 말 없이 총알을 장전하자 남우가 남은 총알을 그에게 건네 줬다."24발 있으니까 충분할 거예요."반재언은 남우를 보다가 앞으로 뛰쳐나갔다."저기!"상대방이 그를 발견했고 반재언은 계속 해서 삼림 속을 헤쳐나갔다. 남우는 나무 뒤에 숨어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곤 칼을 들고 그 뒤를 따라갔다.반재언은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등 뒤에서 총알이 날아와 나무에 깊은 골을 남겼다.반재언이 고개를 돌려 상대방의 다리와 어깨를 향해 총을 쐈다.상대방도 반재언에게 총을 겨누었지만 삼림의 환경이 복잡해 계속 이동하며 피하는 반재언을 맞출 수 없었다.총을 든 두 남자는 뒤에서 사방을 둘러봤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영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드디어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인영이 동시에 두 남자의 목을 졸라 칼로 그었다.두 남자는 소리 없이 쓰러졌다.남우는 두 남자의 총을 들고 나무 뒤로 숨었다.앞에서 나아가던 사람들은 두 남자가 사라졌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남우는 소음 장치로 된 총알을 총에 놓은 뒤, 반재언이 남자들의 주의를 끈 사이, 빠르게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그렇게 또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