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영감은 뒤돌아서더니 치지연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사과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오늘부터 이 집에서 나갈 생각하지 말고 네 방으로 들어가."치지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화가 나서 방으로 올라갔다.하시호는 그런 치지연을 보니 괴로워졌다. 그는 치지연 옆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그녀가 이런 억울함을 당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치 영감이 왜 남 씨 집안에게 타협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남씨 가문 사람들이야말로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치지연이 집에 갇힌 덕분에 치 영감은 다른 이를 보내 사과하게 했고 그 일은 그렇게 지나갔다.며칠 뒤, 남우가 항구로 가 물건을 검사했다. 남씨 가문은 수입되고, 다시 수출하는 물건에 대한 관리를 굉장히 엄격하게 진행했다. 규격에 맞지 않거나 법에 어긋나는 것은 모두 소멸했다.그녀가 배 위로 오르자 등 뒤의 여자 경호원이 그녀를 위해 양산을 펼쳤다.스카이섬은 일 년 사계절이 없었고 심지어 겨울도 없었다. 게다가 여름이 무척 길어 금방 온 상인들은 적응하기 위해 고생해야 했다."도련님, 최근의 물건 리스트입니다."항구의 화물관리 직원이 리스트를 남우에게 건네주자 그녀가 리스트를 들고 의자에 앉아 훑어보기 시작했다."술을 왜 이렇게 많이 들인 거죠?"리스트를 보던 남우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요즘 DM의 술 수요량이 많아서요, 거기 요구에 따라서 들여온 겁니다."그 말을 들은 남우가 등받이에 등을 기대더니 팔짱을 꼈다."DM 손님이 많이 줄어든 걸로 아는데 내부적으로 팔지 못하는 술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전보다 3배나 많은 술을 산다고요?"DM은 시중심에 있었는데 남씨 가문의 구역에 속했다. 스카이섬에서 장사가 잘되는 축에 속하지는 않았다. 주로 내국인들과 해외에서 온 상인들이 소비하는 곳이었다.하지만 블랙샷이 설치고 다니는 바람에 상인들은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 스카이섬을 떠나거나 푸조의 사람들을 따라 떠나갔다.DM은 지금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 업체 술이 남씨 가문 항구에 나타나면 4배의 수입세를 받도록 해, 아니면 술 가지고 여기에서 꺼지라고 하던가."남우가 등 뒤에 있던 시월에게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남우가 다시 항구의 직원에게 다가가더니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얹었다. 그러자 직원이 온몸을 벌벌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DM 사장한테 전하세요, 머리가 안 돌아가면 그냥 가게 닫으라고."남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도련님, 푸조가 DM 돈을 뜯어먹은 건데 아까 왜 그런 말씀 하신 거예요?"차로 돌아가자 시월이가 물었다. "DM 사장이 정말 그렇게 멍청할 것 같아? 아무 이유도 없이 푸조한테 술을 팔았다가 또 2배의 돈을 들여서 그렇게 많은 술을 사들인다고?"사업을 하는 사람이 적자를 내는 장사를 할 리가 없었다.게다가 DM 사장은 남씨 가문과 푸조 사이가 좋지 않아 사업상에서도 거래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왜 푸조에게 술을 판 것일까?"설마…"시월이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DM 사장이 두 배의 가격으로 3배가 많은 술을 들인다고 해도 손해 볼 게 없다는 거지. 아니면 이 술들의 질이 원래의 거랑 아예 다르다거나. 시월아, 이 술들을 잘 조사해 봐."남우가 백미러를 한 눈 보더니 다시 말했다."차가 따라붙었네."시월이 그 말을 듣더니 속도를 올렸다. 그러자 뒤에 있던 몇 대의 검은 차량도 따라서 속도를 올렸다.곧 갈림길에 도착할 때쯤, 남우는 집의 방향이 아닌 시공 때문에 차가 통하지 않은 산길로 가자고 했다. 산길은 나무가 우거져 은폐하기도 좋았고 적을 없애기에도 적당했다.후방의 차가 산길로 따라 들어서는 모습을 본 남우가 차갑게 웃었다."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나 보네."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뒤에 차가 한 대 더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남 씨 저택으로 향하려던 반재언이 뒤에 있는 차들이 제일 앞에서 달리고 있는 차량을 쫓아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그랬기에 갈림
뒤로 다시 날아든 몽둥이를 피한 남우가 상대방의 다리를 공격하더니 다시 팔까지 부러뜨렸다.남자는 순간 처참한 비명과 함께 꼼짝도 하지 못했다."뭘 기다려, 같이 덤벼."남우가 남자의 몽둥이를 집어 들더니 다가오려 하는 남자들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남자들이 한꺼번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남우는 제일 앞에서 달려오고 있는 남자의 왼쪽으로 다가가 몽둥이를 들고 공격하기 시작했고 몽둥이는 남자의 다리와 팔 위로 사정없이 떨어졌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처참한 비명이 다시 들려왔다.두 사람은 한 무리의 사람들 속에서 열심히 움직였고 다친 남자들이 바닥에 넘어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사이,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총을 꺼내 들었다."죽어!""도련님, 조심하세요!"시월이 놀라 소리쳤고 요란스러운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총알은 남우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조금만 더 옆으로 지나갔다면 남우의 머리를 꿰뚫을 뻔했다.남자가 총을 쏜 그 순간, 등 뒤에 있던 사람이 그를 공격했다. 남우도 남자를 제압한 반재언을 발견했다.반재언이 남자를 바닥으로 제압한 뒤, 그의 손목을 뒤로 꺾자 남자가 고통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가 들고 있던 총은 이미 그의 손에서 벗어나 반재언의 발밑에 있었다."남씨 가문에서 총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당신 푸조 사람이구나."남자는 손에서 전해져오는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내가 누구의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아."그 말을 들은 반재언이 남자의 팔을 끊어버렸다.남자는 비명을 지르더니 땅으로 나뒹굴며 끊어진 팔을 움켜잡았다.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의식을 잃은 지 오래였다.남우가 남자에게 다가가더니 몽둥이로 그의 팔을 쿡 찔렀다."재밌네, 총은 숨기고 있다가 마지막에 몰래 쓰려고 했던 거였어?"반재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오늘 여기에서 운명을 달리했을 지도 모른다.이렇게 많은 사을 데리고 온 것도 정말 이 사람들로 그녀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집중한 사이에 총으로 남우를 죽
반재언이 순간 당황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저를 부려 먹으려는 겁니까?”구경하러 나왔다가 도움에, 심부름까지 하게 생긴 것이다.남우가 차 문을 열며 피식 웃었다.“이렇게 오셔서 도움까지 주셨는데, 뭐 이런 사소한 일에 연연하십니까? 빨리 움직이세요. 저 사람 아주 피를 철철 흘리고 있잖아요.”시월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누구 때문에 피를 많이 흘렸는지 잊어버리기라도 했단 말인가.반재언이 할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나섰다. 그와 시월이 남자를 차에 실었다. 남우는 시월에게 우선 남자를 데려가라고 지시하고, 다른 사람을 불러와 현장을 깨끗하게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남우는 남은 사람들을 한데 묶어놓은 후 자연스럽게 반재언의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반재언을 운전기사 취급했다.“가죠.”반재언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시동을 걸고 차를 돌렸다.남씨 가문. 반재언과 남우가 집 안으로 들어섰다. 방금 소식을 전해 들은 집사가 서둘러 마중 나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도련님, 기습이 있다고 시월 씨한테 들었는데, 다친 곳은 없으세요?”“괜찮아요.”그녀가 반재언을 돌아보았다.“여기 반재언 도련님이 나타나서 구해줬어요.”집사가 재빨리 인사했다.“회장님을 대신하여 도련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반재언이 미소 지었다.“별 말씀을.”“오빠!”밖으로 나오던 강유이가 반재언을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달려왔다. 반재언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남씨 가문에서 잘 지내고 있었나 보네.”그녀가 눈초리를 휘며 웃었다.“여기 도련님과 회장님께서 엄청 잘해 주시거든.”남우가 팔짱을 끼고 눈썹을 실룩거렸다.“미녀한테는 너그러운 편이거든요.”며칠간 이곳에 머무르면서 남우의 이상행동을 하도 많이 겪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남우는 강유이에게 능글맞은 장난을 자주 쳤지만 절대 선을 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는 엄연한 성인군자였다.때문에 강유이는 남우를
“도련님께서 이번 행사에 미처 큰돈을 챙겨오지 못하셨어도 괜찮습니다.”그녀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수표 한 장을 꺼내 그의 앞에 내밀었다.“이 섬에도 은행은 있거든요.”강유이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그녀는 남우가 어떻게든 자기 오빠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반재언이 수표를 집어 들었다.“확실한가요?”남우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강유이는 가슴이 철렁였다. 순간 남우가 불쌍하게 느껴졌다.그녀의 오빠는 소문난 구두쇠였다. 아무도 감히 그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낼 생각을 못 했다. 그녀의 오빠의 원칙 중 하나가 바로 누가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내간다면, 열 배로 되돌려받는 것이었다.겉보기에 똘똘해 보이는 남우 도련님이 설마, 정말로 오빠가 기꺼이 돈을 내어 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그날 오후, 남강훈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남우가 불시의 기습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진작 사람을 시켜 몰래 습격한 사람들의 정체를 캐고 있었다.남강훈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푸조라도 대놓고 남씨 가문 구역에 킬러를 보내 남우를 해치지는 못할 것이다.남우가 서재로 찾아와 DM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DM과 푸조가 내통하고 있다고 생각하니?”남우가 팔짱을 끼며 벽에 기댔다.“문제의 술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를 마치면 자연히 알게 되겠죠.”만약 정말로 술에 문제가 있다면 DM에서 자발적으로 푸조에게 술을 팔았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두 배의 가격으로 세 배나 되는 질 낮은 술을 들여와 고가로 파는 것이다.DM의 사장은 장사꾼이었다. 장사꾼은 장사에 특출나니 절대 손해 보는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정말로 그가 억울한 일을 겪었다면 무엇 때문에 지금껏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겠는가?분명 찔리는 게 있어서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만약 그녀가 단순히 그 말만 믿고, 정말로 DM이 푸조의 손에 놀아났다고 생각했다면 남씨 가문만 우스워질 뻔
“DM 사장은 아마 우리에게 술을 몽땅 압수당한 일을 아직 푸조한테 알리지 못했을 거야. 그런데 마침 오늘 밤 여덟 시에 BJ 공급상 화물선이 서남 나루터에 도착하거든.우리가 여덟 시 이전에 도착해서 그쪽 사람인 척 위장해 그 화물선과 접촉한 후, 그들 배를 우리 쪽 나루터로 인솔하는 거야. 반대로 원래 우리 쪽에 있던 배를 접선 장소에 보내는 거지. 일명 야바위 작전이야.”시월은 그 작전이 무리한 작전이라는 생각을 좀처럼 떨칠 수가 없었다.“정말로 이 방법이 통할까요?”“공급상 화물선은 돈을 보지 사람을 잘 안 봐. 그들은 그저 목적지까지 배를 몰고 간 후 물건을 교환하면 끝이야.”남우가 타월을 집어 들더니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물기가 가득한 몸에 타월을 둘렀다.“푸조가 공급상을 독점 한지 얼마 되지 않았어. 물건을 배달하는 사람들도 어차피 BJ 쪽 사람들에 대해 익숙하지 않지. 심부름을 보낸 사람이 처음 보는 사람이고, BJ 쪽에서 왔다는 신분을 밝힐 증명만 있다면 그쪽에서도 자연스럽게 믿을 거야.”같은 시각 블랙샷.남우를 죽이는 데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은 치지연이 화를 내며 하시호의 뺨을 후려쳤다.“네가 무조건 성공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일이 이렇게 된 거야!”옆으로 돌아간 하시호의 뺨이 살짝 부어올랐다.그는 자신의 잘못을 자책하고 있었다. 그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 외에, 그 어떤 다른 마음을 품지 않았다.“죄송합니다, 아가씨.”설마 백제파 킬러들이 실패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은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었다. 남우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우선 주변에 사람이 없는 틈을 노렸다. 마침 기회가 생겼을 때 많은 사람을 보내 일단 남우를 잡아두고, 그가 그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 뒤에서 몰래 기습해 방어할 틈도 없이 그를 제거하려고 했었다.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 것이다.치지연이 테이블 위에 있던 컵을 깨뜨린 후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 그녀는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보디가드가 그녀 대신 업소 문을 열어주었다. 업소는 현재 휴업 상태였기에 내부에는 무기력한 웨이터들 외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웨이터가 그녀한테로 다가갔다.“저기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희 오늘 영업하지 않습니다.”남우가 긴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 사소한 동작 하나에도 어찌나 신비스럽게 느껴졌는지 웨이터마저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저 여기 손님으로 온 거 아니에요. 여기 장 사장님한테 볼 일 있어서 왔는데, 말 좀 전해주시겠어요?”누군가가 빠르게 사장에게 말을 전했다. 그 시각 장 사장은 남씨 가문에게 빼앗긴 술 때문에 한창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하필 이런 시기에 자신을 찾으러 온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듣자 자연히 경계심부터 들었다.“누가 날 찾아?”“어떤 여자입니다.”장 사장이 흠칫 거리더니 미세하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씨 가문 사람만 아니면 다 괜찮았다.남우가 룸에 앉아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장 사장이 문을 열며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그가 그녀를 확인하고 순간 흠칫거렸다.소파에 앉아있는 여자는 너무나 요염하고 아름다웠다. 그녀를 바라본 순간 좀처럼 그녀한테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남자들은 시각적인 동물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훌륭한 미색을 보고 차마 눈을 돌리지 못할 수밖에.아름다운 여자들은 전부 어떤 특권을 갖고 있는데, 바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남자의 관용을 얻을 수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난 남자라도 눈앞에 가녀린 미인이 있다면 저도 모르게 화가 사그라지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못생긴 사람을 보게 되면 되레 욕이 치밀어 오를 것이다.그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저기 아가씨, 저를 찾으셨다고요?”남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뿐사뿐 그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싱긋 미소 지었다.“안녕하세요 장 사장님, 저는 치지연 씨의 친구 가우라고 해요.”장 사장이 흠칫거렸다. 어쩐지 그 이름이 께름칙하게 느껴졌다.하지만 눈앞의 미인이 예쁜 미소를 짓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게 되었다. 그가 서둘러 손을 내밀며
남우의 붉은 입술이 예쁘게 말아 올라갔다.“적의 적은 곧 친구라잖아요. 장 사장님도 남씨 가문 때문에 장사를 못하게 되는 건 싫을 거 아니에요.”그가 망설이기 시작했다. 속으로 엄청난 갈등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남우가 바깥의 사람을 불렀다. 보디가드 몇몇이 미리 준비해 두었던 술 여러 박스를 들고 들어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중 한 박스를 열어 보였다.남우가 그 속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며 말했다.“확인해 보시겠어요?”와인을 건네받은 장 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건…”남우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여기 전부 사장님께서 주문하셨던 술이에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치지연 씨가 남씨 가문의 나루터에 꽤 많은 사람을 심어놓았거든요. 그들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장 사장은 자신이 결국 치지연의 도움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남우가 싱긋 미소 지으며 물었다.“어떠세요?”“좋아요. 아주 좋습니다.”문득 뭔가를 떠올린 그가 순식간에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그런데 남씨 가문에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그녀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돌돌 말며 장난쳤다.“저희가 가짜 술로 그곳에 압수당한 술을 바꿔치기할 거거든요. 절대 들키지 않을 거예요.”절망에 빠져있던 그는 때마침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회에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는 얼른 직원을 불러들여 와 술을 창고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그때 남우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잠깐만요.”장 사장이 그녀를 돌아보았다.“가우 씨,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남우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어찌나 요염했는지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여기 물건들이 사장님께서 돈을 내고 사들인 거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치지연 씨 뜻은, 지연 씨가 모험까지 하면서 남씨 가문에서 이 물건들을 빼돌렸잖아요. 그러니 사장님께서는 응당 저희한테 물건값을 지불하셔야죠.”장 사장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그게 무슨 말입니까. 여기 물건들은 제가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