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연예인은 내놓을 만한 작품과 인기만 있다면 어느 엔터테인먼트로 가든 성공할 수 있었다.이익이 있어야 거래가 생기는 법이었다.강유이가 계약서에 사인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요구 하나 제기해도 될까요?""네, 합리한 요구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TY 엔터 대표가님이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대본은 저 혼자 고르고 싶습니다."강유이가 난감한 요구를 할 줄 알았던 대표는님은 생각보다 간단한 요구를 듣곤 통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점심이 되어, 비서가 강유이를 데리고 매니저를 만나러 갔다.강유이는 비서를 따라 긴 복도를 거닐며 주위를 둘러봤다. 복도의 벽에는 수많은 유명한 작품 포스터들과 회사 내부 직원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고 비서님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강유이가 비서의 이름을 묻자 비서가 웃으며 대답했다.고 비서님의 대답을 들은 강유이가 다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그런데 제 매니저는 사람 어때요?""걱정하지 마세요, 임 매니저는 유성 엔터에서 건너온 사람이라 경험도 풍부하고 함께 일한 분들도 전부 핫한 분들이에요. 지금 맡고 계신 분들도 강유이 씨를 포함해서 총 3명이고요."하지만 강유이는 고 비서가 일부러 대답을 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저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고 비서를 보며 임 매니저라는 사람이 그다지 친해지기 쉬운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왜 맡고 있는 연예인이 이렇게 적은 거예요?""임 매니저는 핫한 연예인들만 책임지고 계세요., 그런데 저희 TY 엔터는 이제 갓 시작한 회사라 그런 연예인들이 많지 않거든요."아부 섞인 고 비서의 말을 들은 강유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대표님과 고 비서 모두 강유이를 이렇게 공경하게 대하고 있는 이유도 그녀가 어느 만큼 인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녀의 신분을 봐서 그런 것이기도 했다.강유이는 역시 큰어머니가 했던 말이 모두
임석진은 망설임 없이 깔끔하게 거절했다.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형, 저 여자 반 씨 집안 딸이잖아, 그런데 그걸 거절하겠다고?"강유이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긴 머리를 한 남자가 다리를 꼰 채 앉아있었다. 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옷도 잘 차려입고 있었다. 게다가 하얀색의 피부까지 가지고 있어 목소리만 아니었더라면 여자라고 생각했을 법했다."임 매니저님, 이거 대표님 뜻이에요."고 비서가 난감한 얼굴로 말하자 임석진이 담배를 피우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강유이를 바라봤다."반 씨 집안 아가씨로서 생활을 체험하고 싶은 거라면 엘리엇으로 가도 되고 유성으로 가도 되잖아요, 여기는 저런 분을 용납할 수 없어요. 주계진 하나로도 충분히 머리 아프다고요. 저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임석진이 담뱃재를 털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주계진이 두 손을 머리 뒤에 갖다 대며 소파 위에 눕더니 다리를 떨었다."왜 나까지 끌어들이고 그래."임석진은 주계진을 힐끔 보더니 절반이나 남은 담배를 비벼껐다."너는 나가서 반성이나 해."주계진은 그 말을 듣더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그리고 강유이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봐요, 저 사람 밑으로 들어오게 되면 당신 고생길 열린 거야."주계진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잠시 시무룩해 있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왜 저를 거절하시고 계신 건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제 신분 때문인가요?"그러자 임석진이 라이터를 가지고 놀며 대답했다."당신 같은 재벌 집 자재들이 고생을 할 수 있겠어요? 연예계의 화려한 생활을 누리러 온 거면 반 씨 집안의 힘을 빌려서 기획사 없이 충분히 혼자 성공할 수 있잖아요. 여기로 온 거 재밌다고 생각하고 온 거 아니에요? 집안 세력 믿고 모든 자원을 자기 마음대로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잖아요. 나는 매니저로서 당신들 같은 사람 뒤처리나 하게 하고 사고 친 거 수습하게 하고 당신들은 그저 먹고 놀기나 하면서 즐기려고 하는
주계진은 인기를 얻었지만 며칠 전, 술집 앞에서 싸우는 장면을 기자에게 찍히는 바람에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50만 명이 넘는 팬을 잃었다.임석진은 1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그를 만들어냈지만 주계진의 경솔한 행동 탓덕분에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게 생겼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강유이는 주계진과 달랐다., 그녀는 반지훈의 딸이었기에 몸값이 주계진보다 몇 배는 높았다.그런데 이렇게 체면을 봐주지 않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처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비서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 강유이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제 신분만 보고 저도 주계진과 똑같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고 기회도 주지 않는 건가요? 그렇게 쉽게 저도 놀러 온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가 뭐죠?"임석진이 그제야 다시 강유이를 바라봤다."그럼 왜 엘리엇이랑 유성을 두고 TY를 선택한 건지 말씀해 주실래요?""저 다시 시작하려고 여기로 온 거예요, 집안 세력 같은 거 빌려서 성공하는 거 싫어요., 엘리엇이랑 유성은 저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잖아요. 저 특별대우 같은 거 필요 없어요."임석진은 특별대우라는 말을 듣곤 웃음을 터뜨렸다."다시 시작한다고요? 그런데 대표님이랑 대스타급1급 계약서를 체결하셨네요. 이게 바로 특별대우 아닌가요?""그건 대표님께서 결정하신 사안이지 제가 그렇게 해달라고 한 건 아닙니다."강유이의 말을 듣던 임석진이 몸을 일으켰다."가세요, 안 받는다고 했으니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임석진의 태도는 단호했다."임 매니저님, 이건 대표님…"고 비서가 다급하게 말했지만 임석진은 그마저도 단호하게 쳐냈다."대표님께는 제가 말씀 드리죠."강유이는 그런 임석진을 보며 두 주먹을 꼭 쥐었다.임석진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더 좋은 매니저를 찾으면 그만이었지만 강유이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직감이 임석진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임 매니저님."강유이가
"괜찮아요, 저 임 매니저 능력 믿어요."강유이가 웃으며 대답했다.…영국 대학교의 경영학과.반재신은 복도에 서서 난간에 기대어 전에 샀던 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재신."그때 짧은 머리를 한 남자 하나가 반재신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밥 먹으러 간다더니, 이 목걸이는 뭐야, 여자한테 주는 거야?"남자의 물음에 반재신이 얼른 목걸이를 거두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내 여동생한테 주는 거야.""그래, 그런데 너 따라다니던 그 여자애는 어디 갔어?"남자가 웃으며 진예은을 찾는 말에 반재신이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왜 걔를 찾는 건데?""긴장하기는, 그냥 물어보는 거야. 평소에 너랑 딱 붙어서 다녔잖아. 요즘 안 보인다 싶어서, 그 여자가 너 쫓아다니던 거 아니었어?""무슨 소리하는 거야."반재신은 그 말이 영 귀에 거슬렸다.반재신의 친구들은 그와 진예은이 약속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진예은이 그동안 반재신을 찾아왔던 것도 모두 그의 요구대로 움직였던 것이었을 뿐 쫓아다니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너 쫓아다니는 거 아니었는데 이것저것 다 사다 주고 먹고 마실 거 다 공짜로 사줬다고?"남자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남자는 다른 친구들과 내기까지 했다.진예은이 반재신을 쫓아다니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진예은이 언제 반재신과 사귀게 될지 내기까지 했다.반재신은 놀란 얼굴을 한 남자를 보고도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재신, 밥 먹으러 안 가?"저녁이 되어 진예은이 강의실에서 나왔을 때, 마침 강유이의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강유이: 밥 먹었어? 불쌍한 나는 이제 씻고 잘 준비해야 돼.강유이가 울고 있는 귀여운 표정까지 더해 메시지를 보내왔다.진예은은 강유이와 잘 어울리는 이모티콘을 보곤 웃음을 터뜨렸다.진예은: 일찍 자.그리고 인영 하나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을 때, 진예은이 마침 몸을 돌렸고 상대방의 입술이 진예은의 이마에 닿았다.진예은이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반재신이 진예은의 이마에 부딪혀 기분 나쁜
"대표님께서 강유이 씨가 대본은 자기가 고를 거라고 요구를 했다고 하던데 아직은 저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지금 수습 기간이니까 만약 한 달 뒤에 이 자리 따올 수 있으면 내가 당신 인정해 줄게요."강유이가 무어라 대답을 하기 전, 임석진이 먼저 입을 뗐다."이 자리가 그렇게 따기 어려운 자리인가요?"강유이가 묻자 임석진은 커피를 홀짝이며 대답했다."일단 대본부터 보고 얘기하죠."임석진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대본을 대략적으로 훑어보곤 이 역할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역할의 설정은 마족의 용녀로서 두 얼굴을 가진 악당, 그러니까 인격 분열의 설정이었다.캐릭터의 성격 특점을 잘 연구해야 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무술 실력을 가졌다는 설정이었기에 고난도의 액션 연기도 많았다.와이어는 기본이고 물속에서도 액션 연기를 펼쳐야 했기에 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 내기란 쉽지 않았다.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배우는 고난도의 액션 연기를 대역에게 맡길 수 있었지만 임석진이 이 캐릭터를 가지고 온 이상, 절대 강유이에게 대역을 사용하게 할 리가 없었다."오디션 보는 사람 중에 유성이랑 엘리엇 배우도 있어요, 기회는 제가 드렸으니 이 캐릭터를 가질 수 있을지 없을지는 강유이 씨가 알아서 해야 할 것 같네요. 준비할 시간은 한 달밖에 없어요., 물론 포기하셔도 되고요."임석진은 망설이는 강유이를 보곤 커피잔을 내려놓았다."아니요, 제가 이 자리 꼭 따오겠습니다."강유이가 임석진을 보며 말했다."너무 그렇게 단정 짓지 말아요., 정 감독 요구가 높은 사람이니까. 액션 연기도 그렇고 감정 연기도 그렇고 혼자 잘 연구해 봐요."임석진이 일어서며 말했다.강유이도 대본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녀가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마침 문이 열렸고 주계진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은색의 안경테를 한 안경을 낀 채 머리를 풀어 헤친 그는 아이라인까지 그린 듯했다. 덕분에 그의 예쁜 눈이 더욱 도드라졌다.분홍색의 외투는 그와 어울
강유이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곧장 자신의 작업실로 간 강유이는 그곳에서 익숙하고도 낯선 인영을 보게 되었다."천광 삼촌?"강유이가 놀란 눈으로 구천광을 보며 그를 불렀다.지금의 구천광은 예전의 그보다 듬직한 분위기가 조금 더해졌다."너희 아빠가 너 TY 엔터로 왔다고 매니저 골라줬으면 하던데, 벌써 임석진 밑으로 들어갔을 줄은 몰랐네.""아빠도 참, 쓸데없는 걱정을 하시네.""당연하지, 예전에는 네가 나랑 같이 다녔으니까 안심했던 거지, 지금은 다 커서 혼자 모든 걸 마주해야 하는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하겠어? 이 바닥이 어디 좀 험난하냐.""저 이미 마음의 준비 다 했어요."이 길을 선택한 이상, 그녀는 물러설 수 없었다."임석진이 너한테 정 감독 새 작품을 추천해 준 거야?"구천광이 강유이의 손에 들린 대본을 보곤 물었다."네, 제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고 했어요. 다음 달에 제가 이 작품 속의 역할을 따내야 저를 맡아주겠다고 했어요.""그건 조금 힘들 것 같은데.""그래요?"조심스러운 강유이의 행동에 구천광이 웃음을 터뜨렸다."정 감독 이 바닥에서 꽤 유명하거든, 그래서 대부분 신인들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톱스타들도 몸값 낮추면서 정 감독 작품에 출연하려고 노력하거든, 이번 작품 오디션에 참가하는 배우들도 다들 연기파 배우라고 들었어."그러니까 강유이는 그 연기파 배우들과 역할을 빼앗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구천광의 말을 들은 강유이가 입술을 물었다.임석진이 너무 자신만만하게 굴지 말라고 한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도 정 감독의 작품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내가 정 감독한테 얘기 한 번 해볼까?"구천광이 강유이를 보며 물었다.하지만 강유이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니요, 저 혼자 힘으로 오디션 통과하고 싶어요.""그래, 유이도 컸으니 이제 자기 실력으로 원하는 걸 따내야지."구천광은 강유이와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작업실을 나섰다.하지
강유이는 밥을 먹으면서도 대본을 연구했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방에 박혀 거울을 보며 연습하기에 여념이 없었다.그렇게 시간은 거의 반달이 지나갔다.강유이의 체력 훈련은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복근도 선명해졌고 팔뚝의 근육도 많이 튼실해졌다.연습실에서 무술지도 선생님과 두 시간 넘게 훈련을 한 강유이는 지친 몸을 매트 위에 맡긴 채 땀범벅이 된 얼굴을 닦았다.그때, 주계진이 연습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정말 대단한데요., 역할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벌써 훈련에 들어간 거예요?"주계진이 선글라스를 벗고 말했다."미리 준비하는 게 좋은 거니까요."강유이가 일어나 물을 마시며 대답했다."오디션 보러 오는 연예인들이 엄청 많을 텐데, 당신 그 역할 못 가져올지도 몰라요. 정말 선택된다고 해도 들어간 뒤에도 몇 달 동안 연습을 할 텐데 뭘 그렇게 급하게 구는 거예요?"주계진의 말을 듣던 강유이가 고개를 돌렸다."여기 뭐 하러 온 거예요?""당연히 당신 보러 왔죠."주계진이 강유이에게 다가가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같은 부류잖아요, 둘 다 재벌 2세. 그런데 나는 당신 선배고 당신은 내 후배, TY 엔터에서 우리 다 자본가들이 낳은 산물이잖아요., 동료자기를 만난 것 같은 그런 기분 들지 않아요?""지금 우리가 친구라고 말하려고 하는 거 아니죠?"강유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맞아요, 우리 배경이 비슷해서 말이 잘 통하잖아요. 우리랑 기를 쓰고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같다고 할 수 있겠어요?"주계진은 자신을 한 수위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재벌 집 도련님이었기에 친구들도 전부 배경과 세력을 가진 인물들이었다.게다가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연예계에 발을 들인 사람이지 정말 연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모자라는 게 없는 사람이었기에 기를 쓰고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얕잡아볼 수밖에 없었다."그럼 우리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할 수 없겠네요." 주계진의 말을 듣던 강유이가 말했다."
"계진 도련님, 우리 같은 회사 동료끼리 뭐 그런 말을 하는 거야?"우영이 웃으며 하는 말에도 주계진은 얼굴을 홱 돌리더니 오만하게 대답했다."나는 내가 TY 엔터 사람이라고 인정한 적 없는데. 나는 너랑 달라.""그건 그래, 너는 임석진 덕분에 뜬 사람이고 인기를 조금 얻자마자 본분을 잊었으니."우영도 더 이상 주계진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쓸데없는 소리하지 마., 임석진 그 고리타분한 놈 말 들을 생각 1도 없으니까. 나는 위로 올라갈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주계진은 더 이상 우영과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듯 자리를 떴다.주계진이 이 직업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강유이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이유는 도통 알 수 없었다."유이 씨, 우스운 꼴을 보였네요. 주계진은 제멋대로 행동하는 데 익숙해진 놈이라 크게 놀랍지 않은데 방금 전, 유이 씨가 한 말 듣고 저 좀 놀랐어요."우영은 강유이의 선배였기에 그녀는 예의를 차려 대답했다."저는 정말 연기가 좋아서 이 길을 선택한 거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를 연마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죠.""주계진이랑 다르다는 거 확실히 느껴져요.""선배님, 주계진 씨가이 왜 저렇게 연기를 싫어하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강유이의 말을 들은 우영이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아마도 자기 어머니 때문이겠죠.""주계진 어머니요?""주계진 어머니도 연예계에서 일하셨던 분이었어요., 구천광 씨이랑 나이가 비슷할 것 같은데 유이 씨가 이름을 들어봤보셨나 모르겠네요. 김나리 씨라고.""알아요, 예전에 제 큰어, 명승희 씨랑 연기를 함께했던 분이세요."명승희도 연예계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었다. 강유이는 명승희의 작품을 보다가 김나리도 보게 되었다."김나리 선배가 명승희 선배보다 결혼을 일찍 했다고 해도 주계진 나이의 아들을 낳을 수는 없잖아요."김나리와 명승희는 나이가 비슷했지만 명승희는 아이를 늦게 낳은 덕에 딸은 이제 고작 몇 살밖에 되지 않았다.그랬기에 김나리가 명승희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