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비가 어찌 여기까지 왔느냐?” 태상황은 방금 일어나 햇볕을 쬐는 중이었다.“신첩은 어젯밤 부황의 침전에 독사가 나타났다는 소리를 듣고 부황의 안위가 걱정되어서 들렸습니다.”“폐하는 몸이 좋지 않은 데다 요즘 어서방에 자주 계시고 날이 밝아서야 주무셨습니다. 그래서 부황을 뵈러 오시지 못하였으니, 부황께서 탓하지 마시길 바랍니다.”태상황은 이 말을 듣더니 미간이 조금 펴졌다. “넌 그래도 효심이 지극하구나. 짐을 보러 올 줄도 알고.”“짐은 괜찮다. 독사 몇 마리였을 뿐이다.”“짐에게는 능력자가 많다.”“고작 독사 몇 마리를 무서워하겠느냐?”영비는 웃으며 말했다. “부황께서 무탈하셔서 다행입니다.”영비는 태상화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고 낙요도 옆에서 함께 들었다.영비는 황후에 대해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으며 태상황과 가족 일상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비록 지루했지만, 태상황의 기분은 꽤 좋은 것 같았다.마지막에는 영비와 바둑까지 한 판 두었다.비록 영비가 패했지만, 과정은 매우 볼만했다.태상황은 기뻐서 연신 그녀보고 더 두자고 요청했다.오늘 여기까지 온 영비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을 매우 편안하게 했으며 목적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다.태상황과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영비는 돌아가려고 했다.영비가 대문을 나서는 그 순간, 낙요는 쫓아 나갔다.“영비 마마, 잠깐만요!”영비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며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태상황의 의녀 낙운 아니오?”낙요는 살짝 놀랐다. “영비 마마께서 어찌 저를 아십니까?”영비는 웃으며 말했다. “태의원의 그 일이 소문이 자자했으니, 당연히 당신 이름을 들은 적 있소.”황후가 두번이나 태상황에게 사람을 달라고 했지만, 태상황은 허락하지 않았다.그러니 낙운은 보통이 아닐 것이다.“영비 마마님, 혹시 따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낙요는 그래도 그녀에게 조심하라고 귀띔하고 싶었다.영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즉시 낙요를 따라 아무도 없는 조용한
영비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어린 내시가 다급히 달려와 보고했다.“태상황, 방금 전해온 소식입니다.”“황후마마께서 침궁에서 독사에게 물렸다고 합니다.”“태의가 때마침 도착해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그러나 태의께서 말씀하시길, 보름은 침상에 누워계셔야 독을 완전히 다 없앨 수 있다고 합니다.”여기까지 들은 태상황은 의아했다. “알았다. 물러가라.”내시가 나가자마자, 태상황은 즉시 낙요를 쳐다보았다.“네가 한 것이냐?”낙요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 “태상황께서 허락하신 겁니다.”“똑같이 대갚음하는 것이 태상황님의 일 처리 방식 아닙니까?”화풀이를 한 태상황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보아하니 적어도 보름은 조용하겠구나.”“방심하면 안 됩니다! 또 움직이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아마 두려워는 할 것입니다.”이번에 태상황과 황후의 침궁에 모두 독사가 나타났다.이로 인해 궁에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특히 태의원에서는 곧바로 대량의 뱀과 벌레를 방지하는 약 가루를 만들어 각 궁에 나눠주었다.내무부에서도 뱀과 벌레가 있는지 자세히 조사했다.이날 오후, 부진환이 또 왔다.이번에 부진환과 태상황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서 낙요는 그들 부자의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하지만 두 사람은 잠깐 대화 후, 부지환은 바로 걸어왔다.“가자꾸나.”낙요는 멍해졌다. “뭐라고요?”부진환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네가 나더러 너를 섭정왕부로 데려가달라고 하지 않았느냐?”“마음이 변한 것이냐?”“아니면 두려우냐?”부진환은 천천히 걸어오더니, 곧바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낙요는 순간 주위를 살피더니 다급히 손을 떨쳐내고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보면 설명하기 힘들어집니다.”하지만 부진환은 입꼬리를 올려 살짝 웃으며 앞으로 한걸음 다가오더니 더욱 가까워졌다.그는 낙요가 등 뒤에 숨긴 손을 확 잡아당겼다.“본왕이 태상황에
부진환이 이런 방식으로 그녀를 데리고 섭정왕부로 돌아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이건 너무 대담한 행동이다.하지만 부진환은 낙요의 손을 잡고 거리낌 없이 궁에서 걸었고 궁 안의 수많은 사람의 의아한 눈빛을 한 몸에 받았다.낙요는 마음속으로 저도 몰래 기뻤다.섭정왕이 태상황 곁의 그 의녀를 데리고 출궁했다고 순간 궁에서 의논이 자자했다.모든 사람은 그들의 관계를 추측했다.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섭정왕이 그저 어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일거라로 생각했다.섭정왕은 원래부터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고 갑자기 의녀에 대해 흥미가 생길 리는 더욱 불가능했다.이렇게 수많은 의론 소리와 의아한 눈빛 속에서 낙요는 출궁했고, 섭정왕을 따라 마차에 탔다.양행주는 마차 밖에서 따라왔다.마차 안에는 부진환과 낙요 뿐이었다.낙요는 마음속으로 약간 기대했으며, 또한 긴장했다.부진환은 긴장한 그녀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더욱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손깍지를 꼭 꼈다.아무 말도 필요 없었다.눈빛 하나, 웃음 하나만으로도 안심되었다.아주 빠르게 마차는 섭정왕부의 대문에 도착했다.낙요는 따라서 마차에서 내렸고, 따라서 대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모든 건 그대로인 것 같았고 정원 안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각종 익숙함이 마음속에 솟아올라 낙요는 저도 몰래 매우 그리웠다.왕부 안의 일꾼들도 그대로인지 모르겠다.한참 생각 중인데 전방에서 갑자기 유유한 거문고 소리가 들려왔다.모퉁이를 돌자, 멀지 않은 화원에 흰옷을 입은 심부설이 거문고를 치고 있었다.옆에는 심녕이 심부설과 함께 있었고 옆에서 간식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매우 편안한 모습이었다.“왕야!” 심녕은 매우 흥분해하며 몸을 일으켰다.심부설은 살짝 멍해 있더니, 거문고 소리가 갑자기 멈추었다.그녀도 부진환을 보더니 활짝 웃었다.“왕야, 돌아오셨습니까?”하지만 부지환은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너희들이 무슨 일로 여기 왔느냐?”부진환은 특별히 경도 성안에서 저택을 찾아 심부설을
이 말을 듣자,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안색이 어두워졌다.심부설과 심녕은 한참이나 멍해 있었다.심부설은 창백한 안색으로 물었다.“왕야, 그게 무슨 뜻입니까?”심부설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왕부의 안주인은… 왕비 아닙니까? 설마…”낙요도 깜짝 놀랐다. 부진환은 대체 무슨 속셈인가?곧바로 부진환이 설명했다.“왕비의 자리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낙청연이 부에 없으니, 낙운이 잠시 부의 사무를 돌볼 것이다.”“낙운을 왕비라고 생각해도 된다.”이렇게 뜻을 표명했지만, 심녕은 여전히 캐물었다.“그게 무슨 뜻입니까? 왕비의 명분은 없는데, 왕비의 지위와 대우를 가지다니요! 대체 왜입니까?”“이 여자가 뭔데 그러십니까?”“왕야,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부진환은 불쾌한 얼굴을 한 채 차가운 어투로 답했다.“본왕이 사사건건 너에게 설명해야 하느냐?”“더이상 묻지 말아라.”말을 마친 후, 부진환은 걸음을 옮겼다.심부설은 멍하니 있다가 낙요의 팔을 놓았다.낙요도 곧바로 부진환 따라 떠났다.심녕 옆을 지나가자, 그녀는 낙요를 잡아먹을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그러나 낙요는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떠나 부진환과 함께 서방으로 향했다.“오늘 그 말은 너무 티가 나지 않았습니까?”“양행주를 어떻게 속이려고 그럽니까.”부진환은 웃으며 낙요의 손을 잡고 말했다.“걱정하지 말아라, 본왕은 다 방법이 있으니.”“양행주는 한동안 황후가 황제의 자손을 죽였다는 증거를 찾을 것이다.”“그러니 매일 왕부에 있지 않을 것이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살짝 놀라더니 눈썹을 치켜올렸다.“양행주가 시킨 일도 잘하는 사람이었습니까?”부진환은 낙요와 함께 앉아 설명해 주었다.“양행주는 그래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다.”“본왕이 목숨을 걸었다는 걸 알기에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한다.”그러나 낙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번복할까 봐 그러는 것 같습니다.”“동초 대제사장을 부활시키려면 자발적으로 제물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제 섭정왕부에 돌아왔으니, 양행주를 접근할 기회는 많아졌다.그러나 사상환과 성수로 양행주를 통제할 수 있을지 몰랐다.이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 건, 양행주와 접촉할 기회가 없어서였다.그러나 지금은 기회가 많아졌으니, 양행주도 경계를 늦출 때가 있을 것이다.성수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사상환은 어떻게 구해야 할까.두 사람은 서방에서 이야기도 얼마 나누지 못했으나, 심녕이 찾아와 급히 문을 두드렸다.“왕야, 큰일 났습니다. 어서 와보십시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살짝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부진환과 눈을 맞췄다.낙요는 곧바로 다가가 방문을 열었다.심녕은 낙요를 보자마자 매우 분노하며 불쾌한 듯 밀쳐버리고 부진환을 향해 달려갔다.“왕야, 어서 저희 언니 좀 봐주십시오.”“무슨 일이냐?”심녕은 매우 긴장한 듯 말했다.“갑자기 쓰러졌습니다.”“어서 양 의관을 모시지 그러냐.”심녕이 답했다.“양 의관은 이미 불렀습니다. 그래도 겁이 나서… 왕야께서 와주셨으면 합니다.”낙요는 심녕이 고집을 부리자 같이 설득했다.“그렇다면 왕야, 가보세요.”부진환은 그제야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그렇다면 가보마.”“너도 같이 가자.”“태상황의 병을 고쳤으니 심부설의 몸도 잘 조리해 줄 수 있을 것이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진환의 걸음을 따라 서방을 떠났다.심녕은 매우 놀란 얼굴로 멈칫하더니 곧바로 따라갔다.일행은 심부설의 방에 들어섰다. 양행주는 역시나 이곳에 있었고, 이미 심부설의 맥을 다 짚은 상태였다.“양 의관, 우리 언니는 괜찮습니까?”심녕이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양행주가 답했다.“큰 문제는 없다.”“충격을 받아 쓰러진 것뿐이다.”“심 낭자는 몸이 약하니 정서 기복이 심하면 건강에 불리하다.”“난 약을 지으러 가보겠다.”양행주는 말을 마친 후 방을 나섰다.침상에 누운 심부설은 천천히 눈을 뜨더니 허약하게 기침을 했다.심녕은 급히 다가가 심부설을 부축했다.“언니, 이러면 언니 몸만 상합니다.”심부설은 부진환을
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승낙했다.“그렇다면 네 말대로 하자.”심부설과 심녕은 모두 깜짝 놀랐다.왜 왕야는 낙운의 말을 이렇게 잘 들어주는 것일까!두 사람이 아무리 말을 해도 승낙을 받지 못했으나, 낙운의 한 마디에 왕야는 허락했다!곧바로 낙요는 심부설에게 물었다.“안상성련을 먹어서 몸이 이렇게 허약할 리가 없는데 말입니다.”“평소에 춤을 출 때도 힘이 없습니까?”“얼마 정도 춤을 출 수 있습니까?”낙요는 의문스러웠다. 심부설의 맥을 짚어보니 보통 허약한 게 아니었다.하지만 치명적인 병은 아니었다.안상성련을 먹었으니 많이 좋아져야 했다.진 태위처럼 중독되어 목숨이 왔다 갔다 한 사람도 안상성련을 먹은 후 멀쩡해졌으니 말이다.심부설의 상황이 진 태위보다 심각하다 해도, 안상성련을 먹고 평소에 약재로 몸보신을 하니 이렇게 약할 리가 없었다.심부설은 멈칫하더니 곧바로 답했다.“요즘…”말을 하기도 전에, 심녕이 앞으로 다가와 낙요를 밀쳤다.“당신과 무슨 상관이오? 착한 척하지 마시오!”“부에 양 의관이 있으니 당신은 필요 없소!”심녕은 경계하는 듯한 눈빛으로 낙요를 바라보았다.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을 한 채 불쾌한 어투로 답했다.“심녕, 예를 차려라.”“부의 의관은 네 전용 의관이 아니다.”“불만이 있으면 나가서 다른 의관을 찾아라.”부진환의 심각한 표정을 보자, 심부설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러면서 곧바로 심녕을 붙잡고 낙요에게 사과했다.“낙 낭자, 동생이 철이 없습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낙요는 덤덤하게 심녕을 보며 말했다.“아닙니다.”“그렇다면 몸조리를 저에게 맡기시겠습니까?”“싫다면 강요하지 않겠습니다.”심부설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지요. 낙 낭자는 의술이 뛰어나니 영광입니다!”심부설의 말을 듣자, 낙요는 앞으로 다가가 심부설의 맥을 짚었다.심녕은 옆에서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어 꾹 참고 있었다.부진환이 방을 나서자, 심녕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태상황은 본왕이 왕위를 물려받기를 원하지만, 본왕은 그러지 않으려 하니 태상황은 본왕에게 낙운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소.”"당분간은 어떤 명분도 주지 않겠지만, 외부의 모두에게 그녀가 본왕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야 하오.”그 말을 들은 양행주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구먼.""이 태상황도 인정이 있구먼. 황제는 항상 무자비하여 옆 사람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는데 말이오.”양행주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부진환이 답했다."태상황은 천종제와 다르오.""그렇지 않았다면 태후가 오랫동안 중독되게 하여 젊은 나이에 거동조차 할 수 없어 결국 왕위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지 않았을 것이오.”양행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맞소.”"그러고 보니 심녕이 낙운에게 불만이 많은 것 같던데. 낙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태상황에게 할 말이 없지 않소.”"심녕을 먼저 없애는 게 어떻소?”양행주의 목적은 간단했다. 누구도 자신의 계획을 망치게 할 수 없었다.부진환이 왕위를 계승할 수 없다. 아니면 누가 제물이 되어 동초를 구하겠는가?그의 계획을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 제거해야 했다.부진환이 답했다."그럴 필요는 없소. 낙운 정도는 본왕이 지킬 수 있소.”"게다가 태풍상사는 아직 천천히 넘겨줘야 하고, 본왕은 더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하오.""시름 놓고 본왕이 맡긴 일을 조사하시오.”양행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소.”양행주는 곧바로 떠났다.-방에서.낙요는 심부설에게 건강에 대해 물었고, 심부설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심부설은 안상성련을 복용한 기간에 대해서만 당시 자신의 몸의 변화를 기억하지 못했다.그녀도 어떤 약이 안성성련인지 알 수 없었고, 언제 마셨는지도 몰랐다.상황을 알게 된 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습니다. 큰 병은 아닙니다.”"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약 몇 가지와 함께 보양식을 처방해 드릴 테니, 평소에도 자주 나가서 걷고 햇볕을 쬐면 서서히 좋아질 겁니다."심부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낙요는 신경 쓰지 않았고,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지금 이 왕부에는 양행주 말고 낙요를 위협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양행주는 그날 왕부를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낙요는 저택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거의 변화가 없었고, 여전히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그들은 낙요의 정체를 알지 못해 서먹한 느낌이 있었다.부진환은 낙요를 원래의 정원으로 데려다주었다.이곳에 오자, 낙요는 깜짝 놀랐다."여기… 그때 불에 타버리지 않았습니까?”낙요는 눈앞에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며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러웠다.부진환은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당시 이곳은 불에 탔지만 훗날 다시 수리되었다."부진환은 낙요의 손을 잡고 정원에 들어섰다.정원은 꽃과 풀이 무성했고, 등나무 의자 옆의 책상에는 찻잔이 놓여 있었다.."그때 넌 의자에 누워 햇볕을 쬐는 걸 좋아했지. 하여 의자를 다시 만들었는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구나."낙요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직접 만들었다고요?"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웃으며 의자에 누웠다. 햇살이 따뜻하다 못해 눈부셨다."좋네요, 당신에게 이런 재주도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낙요가 좋아하자 부진환은 그녀를 데리고 방 안에 들어갔다."이 방의 모든 것, 본왕은 최선을 다해 복원하려고 노력했다. 누락된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이 있으면 본왕이 소유에게 가져오라고 하겠다.”"참, 계집종은 붙이지 않았다. 필요하냐?”"이 정원은 수리한 지 오래되어 이불과 옷도 먼지투성이일 것이다. 본왕이 바꾸라고 할 테니, 어떤 걸 좋아하느냐?”“그리고 연지와 물분도 쓰지 못할 테니 본왕과 함께 사러 나가자꾸나.”“아니다, 낙씨 가문 것이 좋으니 계양에 가서 사자꾸나.”부진환은 진지하게 혼잣말을 했다.낙요는 웃으며 부진환을 끌어안았다."뭘 그렇게 많이 준비합니까, 제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떡하려고.”낙요는 정원이 수리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지금까지도 불에 탔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고,
묵계는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뱀독이 확산하여 썩어가는 송천초의 피부를 보니, 그녀는 못내 싫어졌다.시간이 흐르면 뱀독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러다 오장육부를 다치면 이 몸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묵계는 갑자기 방법이 떠올랐다.“좋다. 진법을 거두거라. 나오겠다.”묵계도 조금 조급해졌다.“약속하거라. 너에게 다른 몸을 찾아줄 테니 절대 다른 짓 하지 말거라.”낙요가 말했다.“그래. 어서!”두 사람은 드디어 의견이 맞았다.낙요가 진법을 없애자, 묵계도 순순히 송천초의 몸에서 나왔다.낙요는 특별히 두 가닥의 혼이 모두 나왔는지 확인했다.낙요는 얼른 부적을 송천초의 몸에 붙였고 묵계는 다시 송천초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하지만 묵계는 낙요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낙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낙요의 미간을 파고들었다.그녀는 순식간에 낙요의 몸속으로 들어갔다.낙요는 심한 충격을 입은 듯 휘청이며 뒤로 물러서서 의자를 붙잡고 그제야 안정을 찾았다.그녀의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다른 몸을 찾을 필요 없다. 네 몸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혼을 빼앗는 것에 난 도가 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대신하여 여국의 여제가 될 것이다.”낙요는 안정을 찾고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동하국에 너무 오래 있어, 바깥세상을 본 적 없는 모양이구나.”“아무나 너에게 혼과 몸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제사장족의 대제사장들을 들어본 적 있느냐?”묵계는 낙요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제사장족? 동하국 사람한테서 들은 적 있다. 그때 나를 공격한 젊은이들도 제사장족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쓰는 진법은 네 진법과 다를 것이 없다. 보아하니 너도 제사장족이구나.”“잘됐구나. 네가 강할수록 너의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묵계는 아직도 기뻐하고 있었다.낙요가 난감한 듯 웃었다.“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구나.”“너처럼 순진한 요괴는 처음 보
백서는 바로 방에서 물러나 방문을 닫았다.조영궁 밖이 조용해지자, 병풍 뒤에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초경이었다.그는 쓰러져 있는 송천초를 품에 안고 있었다.낙요는 안색을 굳히고 다급히 앞으로 걸어갔다.“어찌 된 일입니까?”초경은 송천초를 연탑에 눕히고 설명했다.“동하국에서 괴물을 만났습니다...”초경은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고 묵계의 신분도 알려주었다.그의 말을 듣고 낙요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렇습니까?”“방법이 있습니까? 그 괴물은 천초의 몸을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독을 없애서 깨어나게 할 수 없습니다. 천초가 위험할 것입니다!”초경은 몹시 조급했다.낙요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급해하지 마십시오. 방법이 있습니다.”“천초 몸 안에 있는 묵계의 혼을 뽑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밖을 지키고 있으세요.”초경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낙요는 여국에서 제일 강한 대제사장이었으니,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천초는 괜찮을 것이다!“예. 밖에 있겠습니다.”초경은 바로 방에서 나가 정원을 지키고 있었다.낙요는 피로 진을 그려 송천초의 몸을 뒤덮었다.그리고 송천초 몸 안의 혼을 빼내기 시작했다.물론 묵계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아, 과정이 쉽지 않았다.손을 세게 쓰면 송천초를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약하게 하면 묵계를 꺼낼 수 없었다.“넌 누구냐? 감히 나를 상대하려는 것이냐?”묵계의 낮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국과 오랫동안 싸웠는데, 여국의 여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냐?”낙요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깜짝 놀랐다.“여국 여제? 평범한 사람을 위해 이 진까지 쓰는 것이냐?”“이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난 너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나와 손을 잡지 않겠느냐?”낙요가 가볍게 웃었다.“보아하니 넌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사랑도 모르고 우정도 모른다.”“네가 몸을 원한다면 더 좋은 몸을 찾아주겠다. 얌전히 송천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