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내심은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신첩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신첩은 그 아이를 보고 낙청연이 생각났어요.""그건 황상께서도 마찬가지시겠죠?"요즘 황상의 상태가 확연하게 좋아졌다. 혹시 심부설 때문이 아닐까?비록 황상의 마음속에 있는 낙청연과 준 할 대체자가 있지 않다 해도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부운주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에게 한 마디 더 해주고 싶었지만, 더는 말하기 싫었다."황상께서 무희를 원하시는 거라면 신첩이 내일 몇 명 보내드리지요.”“황상, 푹 쉬시지요.”엄내심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떠났다. -태의원.밤 중에 낙요는 책상 앞에 앉아 약재를 섞고 있었다. 부운주가 지난 며칠 동안 눈에 띄게 호전된 것 같으니 앞으로 약의 복용량을 늘려도 될 것 같았다. 약재를 환약으로 만들었다.기회가 된다면 부운주에게 더 줄 것이다.바쁘던 와중에 갑자기 밖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렸다. 낙요는 흠칫 하더니 책상 위의 촛불을 껐다. 방 안은 어둠으로 뒤덮였다.그녀는 일어서서 창가로 가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녀는 수상한 그림자가 백초원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낙요는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노옥도가 또 백초원의 의녀들을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못난 인간!그녀는 곧장 조용히 밖으로 나와 그를 따라갔다.그러나 백초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녀는 몇몇 태감들이 어둠 속에서 자루 한 포대를 땅바닥에 내려놓는 것을 보았다.그 자루 속에는 분명히 누군가가 들어 있었다.태감은 노옥도에게 무언가 말을 했고, 노옥도는 매우 기뻐하며 거듭 고맙다는 말을 했다.그 사람들이 떠나자 노옥도는 곧바로 자루를 들고 돌아서 백초원으로 들어갔다.낙요는 눈살을 찌푸렸다. 추측이 맞다면 그 자루 안에는 낭자가 들어 있다.누구인지 몰랐다.그 태감들은 누구일까?으슥한 정자에서 노옥도는 서둘러 자루를 풀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심부설의 얼굴을 매 만지며 감탄했다. “정말 대단한 미인일세.” "황상은 즐길 줄을
심부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섭정왕부의 사람입니다. 당신이 오늘 밤 저를 구해 주셨으니, 섭정왕이 꼭 사례할 것입니다."낙요는 살짝 고개를 끄덕일 뿐 대답하지 않았다.마음 속이 복잡했다.그녀는 심부설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차 한 잔을 따라 주었다.심적으로 안정된 심부설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그녀는 황후에게 벌을 받았다.그런데 낙요는 듣기에 이 일이 황상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황상이 상을 내리지 않았다면 황후에게 벌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하필 그때에 황상이 잠에 들었다고?정말 자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자는 척을 한 걸까?보아하니 진태위의 추측이 맞는 것 같았다. 황상은 부진환을 경계하고 있다.부진환의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다.황후에게 처리를 맡기고 있다."그럼 오늘 밤은 여기서 쉬시고 내일 출궁하시지요.”"노옥도에 관해서는 제가 그 사람이 떠벌리고 다니지 않도록 조치해 두겠습니다.”심부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왕야가 저녁에 데리러 오겠다고 하셨어요.""오늘 밤까지 여기서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겁니다.""왕야가 오면 그 사람과 함께 궁궐을 떠나겠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황후와 맞서신다면 후에 곤란하시지 않을까요?”심부설의 말을 들은 낙요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친밀해 보였다. “낭자?”심부설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요는 정신을 차리고 웃어 보였다. "노옥도는 황후에게 말하지 않을 겁니다." “혹시라도 물어본다면 그냥 혼자서 탈출했다고 하면 돼요.”"황후는 저를 알지도 못할 겁니다."심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심부설을 보면 볼수록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 예전의 낙청연과 많이 닮은 것 같았다.눈빛과 목소리 톤까지 너무나 낯익었다.다만... 입술에 연지를 바르고 볼이 진홍빛을 띠고 있었다. 조금 아파 보일 정도로 창백해 보였고 안색도 별
실망한 그녀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계속해서 약을 만들었지만 마음은 더 이상 진정되지 않았다.다음날.낙요는 노옥도와 함께 황상의 맥을 짚으러 갔다.노옥도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황후는 심부설이 죽기를 바라고 있네!""류 공공이 심부설이 도망간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황후에게 나를 일러바칠걸세!”노옥도는 작은 목소리로 불평했다.낙요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 "어젯밤에 섭정왕이 왔습니다. 모르셨습니까?" "섭정왕이 심부설을 데리고 나갔다고 하면 황후가 당신을 탓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엔 계획이 실패한 거에 대해 불만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낙요는 싸늘한 눈빛으로 노옥도를 바라보았다. 별 쓸모가 없었다면 그녀는 진작에 이놈을 죽였을 것이다.다 까발려진 후 노옥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여전히 매우 불만이었다.그는 불평하며 말했다. "계속 이렇게 가다간 조만간 당신 손에 죽을 것 같소."낙요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이내 황상의 침전에 도착했다. 오늘 황상은 침전 안에 없었고 바깥 화원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이윽고 젊은 내시가 그들을 데리러 왔다.부운주는 눈을 감은 채 의자에 누워 햇볕을 쬐고 있었고,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다.생기가 없었다.두 사람이 예의를 갖추자 부운주는 눈을 뜨고 말했다. "왔군."이후 그는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노옥도는 곧바로 맥박을 확인하러 나섰지만 부운주의 시선은 낙요에게로 향했다. "자네가 오게.""자네 의술 실력이 어떤지 궁금하군."노옥도는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불안한 표정으로 낙요를 바라보았다.낙요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황상의 맥을 짚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순간 멈칫 하였다.부운주 최근 나아지고 있지 않나? 왜 몸속의 독이 갑자기 다시 퍼지고 있는 걸까?아직도 약을 복용하고 있나?설마 황후의 짓일까?계속해서 독약을 먹는다면 부운주의 몸은 언제 회복될까?진맥을 마친 후 그녀는 재
“기억 나는 대로 고해 보시게.”노옥도는 얼른 무릎을 꿇었다.너무 긴장한 나머지 식은땀이 났다. "내 바로 앞에서 무릎을 꿇지 마시게.""예!"노옥도는 다시 일어나 화원 밖으로 나가 무릎을 꿇었다.그 대단하던 태의원이 이렇게 길 위에 무릎을 꿇고 있자니, 참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낙요는 멀지 않은 곳에서 노옥도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부운주가 몸을 일으키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도대체 누구냐!” "누군가 나에게 가까이 접근하라고 보낸 것이냐?"부운주는 이 의녀가 부진환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그럼 누가 보낸 걸까?낙요는 머뭇거리며 옆에 있던 젊은 내시를 쳐다보았다. 지금 이곳에는 외부인들이 있었고 그녀는 자신의 신분을 밝힐지 말지 고민되었다.부운주는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 사람은 내 사람이니 그냥 말해도 된다."그렇게 말한 뒤 젊은 내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더 멀리 떨어지거라.""예."젊은 내시는 순종적인 태도로 그들에게 등을 돌려 멀어졌다. "이제 안심하고 말할 수 있겠지?" 부운주는 진중한 눈빛으로 낙요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에는 약간의 기대가 느껴졌다.낙요는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입니다, 낙청연.”이 말을 듣자마자 부운주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라?""저입니다. 거짓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낙요는 주변을 유심히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황상이 황후에 의해 중독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일단 태의원에 가 황상에게 접근하여 해독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요 며칠 해독제를 복용하고 기운도 확실히 좋아졌었는데 왜 다시 악화됐을까요?" "황상께서는 독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녀는 이 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쓸모 있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부운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낙요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변장하고 있는 건가?""예, 그렇지 않으면 궁전에 들
낙요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엄내심은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웃으며 부운주에게 물었다. "황상은 낙청연이 그렇게 보고 싶으신 겁니까?""이제는 의술을 가진 누구라도 지나치기 어려우신 겁니까?" "또 의녀를 좋아하시는 거라면 태의원 놈들에게 황상을 섬기라 하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이 말을 들은 부운주는 순간 손에 힘이 들어갔다. 차분했던 얼굴에 분노가 번졌다."세상 모든 여자를 죽일 셈이오?!"엄내심은 위협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첩이 원하는 한 불가능한 것은 없지요.""당신!" 부운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그러나 엄내심은 그의 어깨를 누르고 그를 다시 의자로 밀었다.그녀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황상, 화내지 마시지요. 소첩은 황상이 원하는 걸 이루도록 돕고 싶을 뿐입니다." "황상이 원하는 건 낙청연이니, 이 소첩이 온 세상에 있는 낙청연과 비슷한 사람 모두를 찾아 드리겠습니다.”"의녀들 정도야 황상이 원하신다면 황상을 섬기게 해드리죠." "그들이 정직하게 행동하는 한, 소첩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부운주는 마음 깊이 분노했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그는 절망에 빠진 채 눈을 감았다.그 뒤 엄내심은 떠났다.부운주는 홀로 화원의 의자에 누워 깊은 생각에 빠졌다.그러던데 뜻밖에도 부진환이 심부설을 데리고 왔다.심부설이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고 부운주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아직 죽지 않았다.심부설은 화원 밖에 서서 기다렸고, 부진환은 천천히 부운주 쪽으로 걸어갔다. "일부러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시는 겁니까?”"이럴 거라면 애초에 왜 이 자리를 놓고 경쟁한 겁니까?" 부진환의 말투와 눈빛은 싸늘했고, 불만이 많아 보였다.부운주는 허탈하게 웃었다. "얻을 수 없는 것이 가장 탐나는 법이네.""예전에 나는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기에 더 이상 사람들이 나를 얕잡아 볼 수 없는 최고 권력의 자리만을 원했지." "훗날 나는 이 자리에 앉았고, 그것이 별 다를 바 없다는 걸 알았네." "황
-저녁.노옥도는 황후 침실로 옮겨졌다.그는 두려움에 떨며 계속 식은땀을 흘렸다.황후는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물었다. "듣자 하니 낙요라는 의녀가 네 사람이라고?""그런데 궁에서 확인해 보니 진태위가 추천한 사람이더군."이 말을 들은 노옥도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며 몹시 당황했다.고민 끝에 노옥도는 무릎을 꿇었다. "황후 폐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전부 낙요가 강요해서 벌어진 것입니다!”"그 여자는 매우 사악합니다. 그날 밤 장서각에 큰불이 나는 것을 똑똑히 봤는데, 다음날 보니 불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엄내심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노옥도는 초조하고 겁이 나서 열심히 설명했다. "폐하, 제가 천천히 전부 말씀 들겠습니다!”"낙요는 진태위가 추천한 거였습니다. 낙요는 오자마자 저에게 접근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썼습니다!" "제가 황후 폐하의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 여자는 단지 저를 통해 황후 예하에 관한 영향력을 얻고 싶어 한 것입니다!"엄내심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말했나?”노옥도는 너무 불안한 나머지 자신의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당연히 말하지 않았지요!""황후 폐하께서는 태산과 같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감히 폐하의 진실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낙요 저 여자는 정말이지 너무 사악합니다! 무슨 마법이라도 부리는 것 같습니다." "그날 밤 정신을 차렸을 때 저는 이미 묶여 있었고, 낙요는 책자를 가지고 저를 협박했습다.""거기에 적힌 것은... 전부..."이 말을 들은 엄내심은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위에 뭐라고 적혀 있었나?"노옥도는 식은땀을 닦으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그곳에는… 예전에 황후 폐하께서 저에게 시키신 일들이 있었습니다. 후궁과 그 자식들에 대한 얘기까지도..."이 말을 들은 엄내심은 바로 이해했다.그녀의 눈빛은 차가워졌다."그렇게 중
노옥도가 재빨리 호응했다. "걔를 어떻게 마마님의 자태와 비쇼할 수 있겠습니까!""어떻게 그녀를 마음에 들 수 있겠어요!""당치도 않는 말씀이세요!"엄내심이 살벌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본궁이 네 말에 속을 것 같으냐?" 미향 같은 거로 최면을 걸지 않는 이상 노옥도가 경계심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접근하지 않으면 큰 일이다. 노옥도는 재빨리 손을 들어 자기 뺨을 때렸다. "마마님 말씀이 옳으십니다.""제가 잘못했습니다.""다시는 실수하지 않겠습니다!""마마님,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엄내심이 실눈을 뜨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본궁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여. 일을 잘 처리하면 내 너를 용서하겠다."노옥도가 크게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마마님!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다음 날.오전, 낙요는 약을 준비해 평소처럼 노옥도와 함께 황상의 맥을 짚으러 갔다.황제의 침전에 도착하자 류 공공이 말했다."황상께서 침전에서 명상중입니다. 따라오시지요."낙요는 어딘가 이상했다. '명상한다고?'부운주는 평소 대부분의 시간을 눈을 감은 채 있었다. 그런 사람이 명상을 한다는 게 이상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노옥도와 함꼐 류 공공을 따라갔다.정실은 위치가 멀고 한적했다.정실 밖에 두 명의 시위가 지키고 있었다.방으로 들어가자 단번에 어두워졌고 안신향이 풍겨왔다.정실은 방 안의 돌문 뒤에 있었다.류 공공이 먼저 돌문에 열고 들어갔다. "도착하셨습니다."류 공공은 두 사람을 안에 들게 했다.고요한 실내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희미한 촛불만 오롯이 일렁였다.낙요는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순간, 어깨에 힘이 실렸다.노옥도가 그녀를 앞으로 밀었던 것이다.그리고 돌문 밖으로 나가버렸다.순간, 돌문이 닫혀버렸다.무거운 소리가 울려퍼졌다.깜짝 놀란 낙요가 주위를 둘러보았다.정실에는 부운주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아무도 없었다.다시 고개를 돌려 굳게 닫힌 돌문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그녀를 여기에 이끈 것이다.밖에
'엄내심이 온 건가?'돌문이 천천히 열렸다.낙요는 호기심 어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누군가 빠르게 뛰어들어오고 있었다.희미한 빛이지만, 눈 앞의 사람이 똑똑히 보이자 낙요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부진환?"부진환이 뛰어와 그녀의 손을 잡고 모퉁이로 걸어갔다.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같았다.그러나 낙요는 침착할 수 없었다."부진환! 나예요!" 그러나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입을 가렸다.낙요는 어찌할 줄 몰랐다.일렁이는 촛불과 함께 부진환의 눈빛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입가에 가볍게 키스했다.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표현해줬다.심장 박동이 빨라진 그녀의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를 놓아준 부진환은 확신있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요는 부진환이 자신을 알아보았다고 확신했다.곧이어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려왔다."왕야, 해결했다."부진환이 평온하게 말했다. "그래."부진환이 낙요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낙요는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마음을 가라앉힌 후 부진환을 따라 나갔다.양행주는 그녀를 쳐다보고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부진환을 향해 물었다. "데리고 궁전을 나갈 거야?"부진환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돌려 낙요를 보았다. "당신은 진 태위의 사람이야?"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럼 태의원에 가. 묻고 싶은 게 있어." 부진환이 평온하게 말했다.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를 쳐다보던 양행주는 그녀가 놀라서 이렇게 반응하는 거라고 여겼다.세 사람은 빠르게 태의원으로 향했다.낙요는 부진환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왔다.양행주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문 밖에 서 있었다.낙요는 서글픈 얼굴로 양행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밖에 듣는 귀가 있었기에 부진환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부진환은 실망한 기색을 알아차리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