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의관 내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하였다.“이만 가봐야겠군…”“저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사람들은 하나 둘 씩 의관 밖으로 뛰쳐나갔다.하지만, 단 한 사람만이 침착하게 의관 문을 걸어 잠궜다.바로 이때, 낙요는 앞으로 걸어가 소리쳤다. “저기, 잠시만 멈춰보시게.”그때, 문을 걸어 잠그려던 젊은 사람은 낙요의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신거죠? 약이 필요하신 건가요? 하지만, 당분간 개인적인 사정으로, 저희 의관은 잠시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낙요는 침착한 표정으로 의관 안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잠시 안을 살펴봐도 되겠소?”그녀는 의관 내에서 풍겨 나오는 강한 음기를 느낄 수 있었다.“원한이 깊구나…”방금 그 스님이 말한 것처럼 의관 내에는 아주 강한 음기가 피어나오고 있었다.그 스님이 한 말은 한치의 거짓도 없었다. 다만, 그는 깊이 살펴보지 않은 탓에, 지레 겁을 먹고 의관 밖으로 뛰쳐나갔던 것이었다.“돈보다 목숨이 더 소중하다니…쯧.”낙요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낙요의 말을 듣고 의관 내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위아래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혹시, 이쪽 방면으로 잘 알고 계신가요? 차림새가 평범하셔서 몰라 뵈었습니다…”“하지만, 이쪽 방면으로 능통하다던 스님 또한 도망가셨는데, 해결하실 수 있겠습니까?”의관 내 사람이 물었다.“그렇소. 내가 한번 해결해보지.”낙요는 고개를 끄덕거렸다.의관 내 사람은 서둘러 낙요를 의관 안으로 들여보냈다.의관 사람들은 문 앞에서 언제라도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낙요는 곧바로 음기가 가득한 뒤뜰로 향했다.뒤뜰에는 노란 부족 조각들이 잔뜩 펼쳐져 있었으며, 몇 개의 부적들은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이런 곳을 누가 의관이라고 생각하겠는가!그러나, 그녀의 기가 의관 안으로 들어온 후 그 강력한 살기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보아하니, 그녀의 품 속에 숨겨져 있는 천명 나침반의 힘을 발견한 듯했다.낙요는 작은 단서라도 발견하기 위해,
그녀는 방금 전 정원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떠한 증거도 찾아내지 못하였다.또한 그녀는 최근 의관에 대해 어떠한 소문도 듣지 못하였다.그리고, 의관이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문을 연 이상, 인명피해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바로 이때, 의관 직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의관 내에 귀신이 든 것은 사실이오나,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만약 저희 의관 내에 사람이 죽었다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겼을 것입니다…”“오늘 저희는 그저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스님 한 분을 모신 것 뿐입니다…”“하지만, 그 스님마저 귀신을 쫓아내지 못하고, 방금 보신 것처럼 도망치고 말았습니다…”의관 직원이 말했다.낙요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인명 피해가 나지 않았는데 왜 그런 강한 악귀가 든 거지?”“이곳에서 살생이 일어난 게 아니라면, 그 귀신이 이 의관에 필요로 하는 것이 있거나, 의관에게 복수심을 가졌을 확률이 높네.”“최근 이 곳에서 일어난 작고 큰 일들을 내게 말해주겠는가?”낙요의 날카로운 질문에 의관 직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의관 직원의 표정을 보아하니 과연 이 곳에서 큰 일이 발생한 것만 같았다.“차를 내어 오겠습니다…”의관 직원은 낙요에게 차를 내어 주며, 그간 의관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설명해주었다.“저는 이 의관의 회계를 맡고 있는 직원입니다. 그나저나, 아가씨의 존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의관 직원이 물었다.“낙요라고 하네.”낙요가 말했다.“낙요 아가씨, 우선 차부터 드시지요.”“약 7일 전부터 저희 의관에 귀신이 출몰하기 시작했습니다.”“7일 전, 한 환자가 새벽에 변소를 가서 여자 귀신을 발견했지요.”“처음에는 모두 귀신에 대해 믿지 않는 눈치였습니다.”“하지만, 다음 날부터는 여자 아이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여자 귀신을 목격한 자들이 속속 늘어나기 시작했고요.”“저도 정원 우물가에서 울고 있는 여자 귀신을 보았습니다…”“이후, 한 직원이 그 여자 귀신의 얼
“너 정말 뻔뻔하구나.”심녕은 낙요를 보며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낙요도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심녕을 바라보았다. 심녕과 이 의관 사이에 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거지? 낙요는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였다.“사장님, 이 아가씨께서 저희 의관 내에 생긴 일을 해결해 주시려고 하였습니다.”의관 직원이 말했다.“사장님?”의관 직원의 말을 듣고, 낙요는 그제서야 심녕이 이 의관의 사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과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사실이었다!의관 직원의 말을 들은 심녕은 한껏 얼굴을 치켜세운 채 낙요를 바라보았다.“뭐? 이 사람이 우리 의관 일을 해결해줘?”“웃기지 마!”“어서 당장 내 눈 앞에서 이 여자를 치우도록 해!”“이 여자는 사기꾼이 틀림없어!”심녕과 낙요의 원한 관계를 알리 없었던 의관 직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사장님과 아가씨께서 아는 사이라고? 말도 안 돼!’바로 이때, 흉악하게 생긴 남자들이 다가와 낙요를 끌어내려 하였다.낙요는 침착한 표정으로 심녕을 바라보았다.이어서 그녀는 자신의 팔을 붙드려 하는 남자들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설마 이 남자들이 귀신을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낙요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보군. 당신이 이 의관의 사장이라니…생각도 못했어. 이 일은 나도 못 본 척 하겠네. 어디 한번 잘 해결해보시지.”“난 그럼 이만 가보겠네.”말을 마친 후, 낙요는 곧장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심녕은 고개를 돌려 매섭게 낙요를 노려보았다.이어서 그녀는 의관 직원을 향해 소리쳤다. “저 년이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지?”“저 년이 뭐하고 다니는지 알아봐야겠어! 내 반드시 저 년을 교토에서 쫓아내고 말 테야!”낙요가 의관을 찾아온 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녀가 아직 왕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게 분명하다!그녀는 반드시 자신의 언니를 대신하여 이 위협을 제거해야만 했다!직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곧 고개를 끄덕였다.이어서
집혼진에 있던 한 소녀가 말했다. “하지만, 저희는 힘이 약한걸요. 교토에 내려가게 되면, 틀림없이 많은 도사들이 저흴 잡으려 할 거예요…”“너희들의 안전은 내가 책임지마.그러니, 그 점은 걱정하지 마렴.”낙요가 말했다.이 무덤에 있는 귀신들은 모두 윤회를 기다리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주지 않은 탓에, 오랫동안 힘을 모으지 못한 귀신들이 대다수였다. 그들도 윤회를 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음식들을 먹으며 힘을 모아야만 했다.그래서, 낙요는 곧바로 자신의 집에 30여 명의 귀신들을 들였다.그날 밤 그녀는 계진을 시켜 그들을 위해 거한 술상을 차려주었다.이어서 낙요와 강여는 그들을 위해 정원 곳곳에 부적들을 달아놓았다.그렇게 정원 곳곳에는 붉은 방울들과 부적들로 가득했으며, 낙요의 집은 음기가 가득 베이게 되었다.또한, 그녀는 앞 뜰에 진법을 배치하여, 집 안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뒤뜰로 향하지 못하도록 하였다.아니나 다를까, 한밤중이 된 후, 바깥쪽에 위치한 방울들이 격렬하게 울리기 시작하였다.그 소리에 낙요는 잠에서 깨어나 몸을 뒤척였다.이어서 그녀는 음산한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가 일어나서 방을 나가자 정원 밖에는 몇 개의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하였다.물론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방울은 여전히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녀가 앞마당에 다다르자, 이따금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마당에서 방귀를 뀌고, 오줌을 싸는 것이 아닌가!하지만, 그 그림자의 주인공은 틀림없이 귀신의 것이 아닌 사람의 것임이 분명하였다.“심녕이 보낸 자들인가…”낙요는 어렴풋이 이 모든 소행이 심녕이 저지른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하지만,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그녀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굳게 문을 걸어잠궜다.다음 날 아침, 낙요는 평소대로 외출을 나갔다.그러나 바로 그때, 한 사람이 그녀를 조심스럽게 불렀다.“아가씨…”낙요는 곧장 뒤를 돌아보았다
정말 가게 사장이 사람들을 이끌고 집이라도 찾아온다면, 일은 더욱 귀찮아질 것이 뻔하다.그녀의 말에 가게 주인은 안심이 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그렇군요.”“큰 일이 아니라니 다행입니다…”그 후, 낙요는 찻집으로 들어섰다.찻집 내에는 의관에 관한 소문으로 가득하였다.“들었어? 정안 의관에 귀신이 나온다며?”“들었지. 그 일을 누가 몰라. 심지어 그 의관에서 누가 죽을 뻔 했다지?”그 말을 들은 낙요는 놀란 기색이 역력하였다.‘사람이 죽을 뻔 했다고?’‘그 귀신이 또 난리를 피웠나보군.’그녀는 찻잔을 내려둔 후, 곧장 정안 의관으로 향했다.그러나, 정안 의관의 문은 이미 굳게 닫힌 후였다.정안 의관이 위치한 거리는 사람의 발길이 끊겨 매우 썰렁하였다.낙요가 의관 문을 두드리자,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아가씨!”그 남자는 다름 아닌, 저번에 낙요에게 의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준 그 의관 직원이다!“아가씨…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제발요…”의관 직원은 간절한 얼굴로 낙요를 바라왔다.낙요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소?”의관 직원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다행히 아가씨께서 주신 부적 덕분에, 하룻밤은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하지만, 의관 내에 있던 사람들이 어젯밤부터 모두 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심지어, 사장님께서도 그만 병상에 앓아 눕고 말았습니다…”“아가씨를 찾기 위해 댁에 찾아갔지만, 아가씨가 자리를 비운 후였습니다…”“부디 저희 정안 의관을 도와주세요…”“그 귀신이 저희에게 화가 단단히 났나 봅니다…”낙요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자네에게 여러 장의 부적을 주지 않았는가?”“왜 그 부적을 가게 직원들에게 나눠주지 않은 거지?”낙요가 말했다.그 말을 들은 의관 직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그게…그날 아가씨가 떠나신 이후, 사장님의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저에게 아가씨를 사기꾼이라고 소개하셨죠…”“그렇기에 저는 이 부적이 아가씨께서 주신 부
그 말을 들은 낙요는 의관 직원을 안심시키기 시작하였다. “안심하게. 이 여자 귀신은 의관 내에 있는 직원들을 죽일 생각이 없어 보이네.”“다만, 조금은 괴롭힐 수 있겠지만 말이야.”“혹시, 그때 심 사장이 데리고 온 사람들을 내게 알려줄 수 있겠소?”낙요는 일이 이 지경에 이른 이유가 바로 심녕이 데리고 온 사람들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하지만, 이와 동시에 그녀는 내심 안심할 수밖에 없었다.확실히 이 여자 귀신은 사람을 죽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이 여자 귀신은 지금까지 아무런 살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자제하고 있었다. 정말 그녀가 악행을 저지르고자 했다면, 진작에 저질렀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여자 귀신이 정안 의관에 붙은 이유는 바로 다른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낙요는 이 일에 신중에 신중을 가하기 위해서, 우선 그날 밤 정안 의관에 찾아온 무리를 찾아가고자 하였다.낙요는 의관을 나서기 전, 구토와 설사를 하는 직원들을 위해 약을 건네 주었다.그녀가 약을 달여주자 신기하게도, 직원들은 더 이상 구토와 설사를 하지 않고, 그 즉시 증상이 멈추었다.낙요는 그런 뒤 방을 나와 의관 직원을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시게. 이후 휴식을 취하면 다들 괜찮아 질 걸세.”그 말을 들은 의관 직원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게 정말인가요?”“아가씨…정말 감사합니다…정말 감사드려요.”그는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약간의 돈을 그녀에게 건네 주었지만, 그녀는 그 돈을 받지 않았다.그녀가 돈을 받지 않자, 그는 의관에 남아있는 약재들을 모아 그녀에게 선물로 주었다.이후, 직원들의 치료를 마친 후, 의관 직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저희 사장님이 지금 병상에 누워 계십니다…”“사장님의 병세는 직원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입니다…”“아가씨 말고는 그 누구도 우리 사장님의 병을 고치지 못할 것입니다…”그러나 그 말을 들은 낙요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심녕을 말하는 건가?”“예 그러합니다…
심녕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매섭게 소리를 질렀다.그녀는 긴 채찍을 공중에다 대고 휘두르기 시작하였다.강여는 가장 먼저 뛰어나가 문 앞에 서 있는 심녕을 마주하였다.“낙운희, 어서 나오지 못해?”심녕이 소리쳤다.낙요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심녕을 바라보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여긴 왜 찾아 온 거야?”심녕의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은 모두 흉터가 가득한 싸움꾼인 듯 보였다.심녕은 매섭게 낙요를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우리 의관에 나오는 귀신, 네가 보낸거지?”“그러면서 지금 우리 의관에 있는 귀신을 쫓아내주겠다거니, 그런 망언들을 하는 거야? 오늘 날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참혹한 지 알려줄 거야!”“얘들아, 어서 저 년에게 본때를 보여주렴!”심녕이 소리쳤다.심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싸움꾼들은 강대한 기세를 띈 채 낙요의 집 안으로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계진은 낙요를 보호하기 위해, 심녕이 보낸 사람들과 싸우기 시작하였다.심녕은 낙요를 향해 하염없이 긴 채찍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낙요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심녕의 공격을 피하였다.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낙요의 집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심녕은 결국 낙요에게 발로 차여 대문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다.그녀는 낙요의 무술 실력이 이토록 대단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대문 밖으로 쫓겨난 것은 심녕 뿐만이 아니었다.심녕이 데리고 온 싸움꾼들은 모두 계진과 강여에 의해 대문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다.강여는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다시는 우리 아가씨를 건들려고 하지 마!”“아직 우리의 실력을 모두 보여준 것도 아니니, 이쯤하고 물러가는 게 좋을 거야!”강여가 소리쳤다.“정안 의관에 든 귀신은 나와 무관해!”“지난 번 일은 굳이 따지지 않으마. 하지만 확실한 건, 난 너 따위는 전혀 두렵지가 않다는 거야. 앞으로 한번만 더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땐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낙요가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낙요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설상성련은 쉽게 찾을 수 있는 약재가 아니다. 심녕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정안의관에 이렇게 귀한 약재가 있었다니…”“누구의 소행이라는 거냐? 아마 그 약재가 정안의관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의 소행일 테지…”낙요가 말했다.“아니요…아직 알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하지만, 당해도 싸요!강여가 소리쳤다.-자시.고요한 저택에는 음기를 가득 머금은 밤바람이 산들거렸다.저택의 대문은 흔들거리더니, 이내 활짝 열렸다.흰 옷을 입은 그림자는 짙은 안개 속에서 천천히 대문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인기척을 느낀 꼬마들은 곧장 대문을 향해 달려갔다.그들은 하나같이 그 그림자의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누구야?”“뭐야?”“무서워…”그 그림자의 살기를 느낀 꼬마들은 하나같이 줄행랑을 쳤다.꼬마들의 외침에 낙요는 그만 잠에서 깨고 말았다.‘누가 왔어…’‘보통 사람이 아니야.’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곧장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였다.그녀는 곧바로 신발을 신고 정원으로 달려갔다.그녀가 정원에 나갔을 때엔 이미 정원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살기가 짙어…’‘보통 놈이 아니야…’그러나 이 기운은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 익숙함을 안겨다 주었다.그녀는 검은 그림자에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하였다.검은 안개 속에는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입을 쩍 벌린 채 꼬마들을 삼키려 하고 있었다.꼬마들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울부짖기 시작하였다.낙요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매섭게 구렁이를 꾸짖기 시작하였다. “초경! 그만하세요!”낙요의 목소리를 들은 구렁이는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이어서 검은 안개가 걷히고, 다시 흰 옷을 입은 한 남자가 하얀 안개 속에서 걸어 나왔다.그 남자는 다름아닌 초경이다!가까스레 목숨을 부지한 아이들은 곧장 낙요의 등 뒤에 숨었다.“얘들아 어서 집으로 들어가렴. 나오지 말고. 알겠지?”낙요가 말했다.그러자 아이들은 곧장 집으로 돌아가 자취를 감추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