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자네 먼저 말 해 보게. 조건이 어떻게 되나?"검은 망토의 남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황제를 치료할 수 있네.”이 말을 들은 부진환의 심장이 쿵쾅거렸다.상대방은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부진환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검은 망토의 남자는 말을 이었다. "당신은 황위를 원하지 않지만 천궐국 전체를 짊어진 채 피할 수 없는 책임을 지고 있지.""무사히 벗어나기 위해선 황제의 건강이 좋아져야만 하네.” "지금 황제께서 중병에 걸리셨으니 조만간 돌아가실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당신이 그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야." “그렇게 되면 당신의 심 중 여인과의 연을 계속 이어나가지 못하겠지.”부진환은 평온해 보였지만 사실 크게 동요되고 있었다.이 자는 그와 낙요 사이의 일도 알고 있다!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누군가 그의 과거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는 분명 주변 사람일 것이다.하지만 부진환은 이 자가 누구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부진환이 침묵하는 모습을 본 검은 망토의 남자는 말했다. "당신 스스로도 아마 알고 있을걸세. 명이 길지 않다는 것을.""당신이 정말 황위에 오른다 해도 오래 살지는 못할 게야." "그리고 당신에게는 자녀가 없어. 황가에도 다른 혈통이 없지. 당신이 죽으면 황위는 부계의 자제들만이 계승할 수 있어." “어쩌면 훗날 천궐국에 오늘 같은 평화가 없을지도 모른다네."“따라서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부운주의 목숨을 구하는 것은 지금 당신에게 있어 가장 시급한 일이야.”“부운주의 병은 저만이 고칠 수 있습니다!”검은 망토의 남자의 어조가 굉장히 단호했다.이 말을 듣고 마침내 부진환은 입을 열었다. "그럼 짐이 어떻게 하길 바라나?" "외조모를 부활시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리네." "짐의 태후와 첩은 이미 살아있지 않고, 조모는 한 번도 뵙지 못했는데, 내가 어떻게 부활
"네의 몸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내가 조치를 취하겠네.""그때까지는 너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지."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며 이 몸은 낭비할 수 없고 자신의 외조모를 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상대방이 그에게 준 이점은 그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부운주를 치료할 수도 있고 엄내심을 죽일 수도 있었다.이는 그가 아무런 걱정 없이 떠날 수 있게 해주었다.부진환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괜찮은 거래인 것 같군."이를 들은 검은 망토의 남자는 마음이 살짝 동했다. "이건 당연한 거지.""당신이 그녀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나는 가차없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네.” "하지만 어쨌든 당신은 이 세상에서 유일한 그녀의 후손일세."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그래서 자네는 도대체 짐의 외조모와 어떤 관계인 건가?” "거래에 동의하고 싶어도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이 말을 들은 검은 망토의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망토를 벗었다.그의 진짜 모습이 공개됐다.40대 중년 남성이었다.부진환은 뭔가 눈에 익어 물었다. "혹시 일전에 만난 적이 있나?"상대방은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항상 네 곁에 있었네." 그는 이렇게만 말했다. “도대체 누구인 것이냐?” 부진환이 물었다.상대방은 천천히 “양행주.”“나는 네 외조모의 제자였다. 네 어머니와는 남매처럼 지냈지. 굳이 따지다면 나를 삼촌이라고 불러야 하네."이 말에 부진환은 충격을 받았다. "삼촌?" “당신도 외조모의 제자였으면서 왜 그때 그녀를 구하지 않은 거지?"“그리고 그 당시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고 했네. 그런데 당신은 왜 아직도 살아 있는 건가?"부진환은 의심이 많아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조심스럽게 알아보았다.
부진환은 충격을 받았다. "그가 당신의 명령에 복종한 것도 당연하겠군.""침서를 활용하여 여국 황실을 멸망시키려는 건가?"양행주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난 그를 이용해서 여국 전체를 멸할 생각이네!”양행주의 눈은 증오의 불꽃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는 여국 전체를 멸망시키고 사부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부진환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당신이 침서를 수련시켰으니 침서를 다룰 줄 알겠지."양행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번에 짐작했다.“내가 침서를 죽이기를 바라나?”부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조건 중 하나일세. 동의하나?"이 말을 들은 양행주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불가능하지는 않지.”"당신의 짧은 삶을 침서의 죽음으로 바꾸면 조금 더 이득을 볼 수 있을 걸세." “동의하지.”부진환은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그럼 됐네. 침서가 죽는 걸 볼 때까지 외조모는 구하지 않겠네.""좋소." 양행주는 흔쾌히 동의했다.어찌되었든 부진환이 자발적으로 목숨을 구하고 희생해야만 동초를 구할 수 있다.자발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그는 부진환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럼 지금 엄내심을 죽이겠네."부진환은 그를 막아서며 말했다. "내가 상대하고 싶은 것은 엄내심뿐만 아니라 엄내심이 이끄는 모든 세력일세.""큰 나무를 잘라도 썩은 뿌리는 그대로 남아있는 법이지." "부운주를 먼저 치료하시게."양행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상관없네.”"내일, 당신이 나를 궁으로 데려가면 내가 한번 보러 가겠네."그리하여 양행주는 섭정왕부로 거처를 옮겨 그 왕부의 어의가 되었다.다음날 부진환은 양행주를 궁궐로 데려갔다.복도에 들어서자마자 부운주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부운주는 부진환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다. "오늘은 피곤하니 이야기는 짧게 나누시죠." 부운주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침대에 기댔다. 매우
양행주도 더는 권하지 못했다. 황제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이 약은 내가 직접 조제해야 한다. 처방하면 안 된다."부진환은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를 방어하는 것이다.처방정이 있다면 양행주가 필요 없었다.부운주가 말했다. "그를 데리고 가 약을 조제하라.""예."곧 양행주가 약을 조제하기 시작했다. 그는 직접 약을 달여 부운주에게 내밀었다.그러나 부운주는 마시지 않았다. "됐다. 다 내려가라. 약이 식으면 짐이 마시겠다."양행주가 신신당부 했다. "전하, 이 약은 귀한 것이옵니다. 한 번만 쓸 수 있으니 절대 낭비하지 마십시오.""알겠다."부진환은 양행주를 데리고 나갔다.양행주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황제께서 생에 대한 욕심이 없다.""마음의 병을 얻은 것 같아.""병의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그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부진환의 미간이 찌푸러졌다.부운주의 마음의 병은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다.내전.부운주가 침대 옆에 있는 탕약을 쳐다보더니 눈을 감았다.옆에서 시중을 들던 내시가 조심스레 탕약을 가지고 나갔다.그러더니 새로운 탕약을 다시 올려놓았다.원래 있던 탕약은 내시가 가져가 버렸다.잠에서 깬 부운주는 그날 밤 옆에 올려두었던 탕약을 마셨다.마시자마자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저녁 무렵에 황후가 왔다.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황제를 바라보더니, 침대 옆의 비어 있는 약사발을 쳐다보았다. 황후가 다시 밖으로 나갔다."본궁이 오늘 섭정왕부가 직접 의원을 청해 황제를 치료했다고 하던데, 사실이오?"내시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처방전을 본궁에게 보여달라.""처방전이 없습니다. 의원께서 직접 약을 조제했습니다.""그 탕약은 소인이 직접 버렸습니다.""제가 전하께 드린 것은 평소에 드시던 보신탕약입니다.""황후마마께서도 안심하십시오."엄내심은 그제야 안심한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잘했다.""전하의 옥체가 얼마나 귀중한데 외부인이 처방한
여국.진익의 계획이 시작된다.낙요는 침서를 유인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미리 만족 랑목 왕자에게 서신을 보냈다.랑목 왕자가 그녀에게 협조해 여국으로 데려가도록 했다.며칠 뒤, 낙요는 만족이 여국 국경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낙요는 궐에 들어가 어서방으로 향했다.황제가 창백한 얼굴로 있었다. 기력이 쇠약해 보였다."대제사장, 무슨 일이오?"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전하, 국운에 관계되는 큰 일이 있사옵니다."황제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무슨 일이오?"낙요가 답했다. 며칠 간, 여국에 불상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천운 때문인 것 같습니다.""만족에서 시작되었습니다."황제의 안색이 사뭇 달라졌다."만족? 만왕은 그대 아닌가?" 황제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낙요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그러나 전 이미 오랫동안 만족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오늘 이 소식을 알게 된 것은 그들이 이미 여국 국경을 진입한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이 일은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황제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물었다. "그렇게 심각하오?"낙요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하께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침서와 동행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황제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침서를 데려가거라.""해소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지금은 전쟁을 할 수 없다."황제는 자기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할 수 없다.낙요는 여국의 대제사장이자 만족의 왕이었기 때문에 황제는 낙요에게 희망을 걸었다.떠나려던 낙요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 "천종제 때의 동초 대제사장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십니까?"황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황제가 급히 기침을 했다."큼큼, 그런 것은 왜 물어보는 것이냐?""무언가를 알고 계시는군요."낙요가 담담하게 말했다. "국운을 추산할 때 무언가를 보았습니다. 선명하지 않아 여쭙는 것입니다.""국운
"아요, 힘들면 마차에 올라타.""아닙니다. 길을 재촉해야 합니다."침서가 말을 채찍질하며 미소를 지었다. "나 따라올 줄은 몰랐다.""만족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랑목 왕자는 아무 소식도 없느냐?"낙요는 침서가 일부러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을 눈치챘다. 랑목 왕자가 죽었으면 몰라도 만족은 여국에게 먼저 전쟁을 선포하지 않을 것이다.낙요의 명령에 따르는 것일 수도 있었다.그래서 낙요를 시험하는 것이다.낙요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동초 대제사장을 아십니까?"침서는 그 이름을 듣고 멍해졌다.침서의 반응에 낙요는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침서는 분명 정체불명의 사람과 아는 사이다. 정체불명의 사람은 동초 대제사장의 부활을 원한다. 침서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침서는 그녀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알고 계시나 봅니다.""동초 대제사장이 어찌 죽었는지도 아시겠군요."침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낙요도 침묵했다.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침서는 그 일에 관해 말하기 꺼려 하는 눈치같았다. 말하기 꺼려지는 비밀이 있어 보였다.국경에 다다르자 대오가 걸음을 멈추었다.침서가 다시 낙요에게 말했다. "막사가 준비되었으니 어디에 묶을 것이냐?"낙요는 대충 아무거나 골랐다."오랫동안 길을 재촉해 지친것 같으니 하루정도 쉬고 내일 다시 만족을 조사합시다."침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최대한 시간을 끌려고 했다.진익은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지만 그가 정말로 그 시일내에 해결할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래서 최대한 시간을 끌려 했다.진익에게 충분한 시간을 줄 것이다.서진한도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낙요는 밤중에 숲 속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신이 그녀의 팔 위로 날아갔다.낙요는 아신의 발톱에 있는 편지를 떼어내고 내용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간단히 답장을 남겨 아신에게 다시 보냈다.랑목 왕자는 근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낙요는
낙요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도성은 왜요?"침서는 말을 빠르게 몰았다. 밤바람이 귓가를 가르며 지나갔다. 오싹한 기운이 들었다."이상하지 않아?""며칠간 만족을 조사했는데 흔적도 없다. 분명 누군가 우리를 가지고 노는 거다.""청희에게 비합전서를 받았다. 도성에 일이 생겼다는구나.""돌아가서 확인해야 한다."낙요는 깜짝 놀랐다.도성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포함하면 진익에게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줄 수 있었다.그러나 아직 부족했다."그냥 이렇게 돌아갈거예요?" 낙요가 물었다."그러지 않으면? 아요, 나랑 같이 가자." 침서가 가볍게 웃었다.낙요가 그를 제지했다. "돌아갈 수 없어요.""왜?" 침서가 일부러 물었다.사실 침서는 모든 것을 눈치챘다. 낙요가 일부러 그를 붙잡고 있는 것도 눈치챘다.낙요도 침서가 눈치챈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더는 숨기지 않기로했다."도성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잖아요.""그 이유를 알고 싶은 거면 이틀후에 단혼언덕에서 만나요.""우리도 매듭지어야 할 일이 있잖아요."말을 마친 낙요는 몸을 날려 말에서 벗어났다. 가볍게 나무 꼭대기로 날아가 바람을 가르며 사라졌다.나뭇잎이 우수수 떨리는 소리만 났다.침서가 말을 멈춘 뒤, 낙요가 사라진 방향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매듭 짓는다라..."어두운 밤, 그의 표정을 헤아릴 수 없었다. 낙요는 막사로 돌아가지 않고 랑목 왕자와 합류하러 갔다.주락과 계진도 이곳에 있었다.부소에게 도움을 청했다.지도를 꺼낸 낙요는 단혼언덕을 짚으며 말했다. "이틀 후 이곳에 매복해 주십시오."랑목 왕자가 답했다. "이번에 많은 고수를 데리고 왔습니다. 전부 파견하겠습니다."주락이 걱정했다. "침서가 약속을 지키겠소?"주락이 눈을 가늘게 떴다. "반드시 올 거요."주락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목적은 침서를 잡아두는 것이니 적이 될 필요는 없소." 낙요가 말했다. "그렇소. 이번 계획이 워낙 갑작스러웠던 탓에 주도면밀하지 못하오. 그러니 자기를 보호
낙요는 침서가 분사검을 갖고 오지 않을 것을 발견했다.침서는 절대 검을 두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그런데 오늘 가지고 오지 않았다.낙요가 맹렬하게 공격했다. "검은 어디 있습니까!"침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네 검이 내 검이다."낙요는 순간 손에 든 분심검을 통제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갑자기 검이 방향을 틀었다.낙요는 충격으로 분심검을 놓쳤다.결국 분심검이 침서의 손에 들어갔다.낙요는 깜짝 놀랐다. 분심검을 침서가 자유롭게 휘둘렀다.아무런 방비 없이 침서의 손에 들린 분심검이 낙요를 공격했다.낙요가 현저히 밀리고 있다.낙요는 뒤로 물러섰다. 랑목 왕자는 몰래 지켜보다 참을 수 없었다.그래서 뛰쳐나갔다.사람들이 침서를 둘러쌌다.주락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출격했다.낙요는 한켠에서 이 상황을 지켜봤다. 침서가 분심검을 휘두를 때 혼백에 녹아들었고 침서는 그 혼백을 조종하고 있었다.비록 분사검은 없지만 침서는 분심검을 아주 자유롭게 휘둘렀다.많은 사람들이 번갈아 공격을 했지만, 침서는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낙요가 눈썹을 찡그렸다. 침서에게 분심검을 넘겨줘서는 안된다.반드시 가져와야 한다.분심검은 침서가 만든 것이지만 그녀가 사용했던 탓에 그녀와 합이 더 잘 맞았다.낙요가 나침반을 꺼냈다.분심검을 통제하기 위해 낙요가 정신력을 집중했다.가장 위급한 순간에 낙요는 침서의 손에서 분심검을 되찾았다.순간, 우위를 점하던 침서는 분심검을 잃고 바로 장검에 팔을 베었다.곧 하풍으로 떨어졌다.많은 사람들이 공격을 해대자 침서가 패배했다.그의 얼굴에 핏자국이 생겼다.주락의 장검에 베인 것이다.주락의 장검이 침서의 가슴을 찌르려던 순간, 침서가 외쳤다."아요!""난 네 손에 죽고 싶다!""네 스승님께서 약속한 것을 지킨 셈이다."낙요의 마음이 흔들렸다."무슨 말입니까?"낙요가 천천히 걸어왔다.주락도 손을 멈추었다"스승님의 약속이라니요? 무슨 약속을 하셨다는 겁니까?" 낙요가 혼란스러운 듯 물었다.침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