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제 단련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어요!”진명은 고개를 저으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임정휘의 제의를 거절하였다.“뭐?”“단련을 하지 않는다니…?”“그게…그게 무슨 소리야?”임정휘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아저씨, 저는 이미 명정그룹을 서 씨 가문에게 돌려주었어요. 저는 서 씨 가문을 도와 단련을 할 뿐, 이 업종에는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진명은 자신의 굳은 의지를 보였다.또한, 진명은 이번에 서윤정과의 약혼식을 취소하면서 서윤정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이 점에 있어서 진명은 여전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만약 진명이 의약업계에 발을 들여, 서 씨 가문과 경쟁까지 하게 된다면, 그건 너무 양심이 없는 일이 아닌가!그런 일은 애초에 만들지도 않으리라 다짐한 진명이었다!물론 약혼식에서 서 씨 어르신은 이미 진명과 연을 끊겠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서 씨 가문은 진명에게 도움을 구하지도 않을 게 분명하다.서 씨 가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서 씨 가문의 일이니, 진명은 자신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하였다.“진명아, 너무 어리석구나!”“연단과 의술 방면은 너의 가장 큰 능력이자 재능이야. 만약 네가 앞으로 연단을 하지 않는다면, 이건 네 스스로 자신을 망치는 거나 다름없어!”임정휘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아빠, 그만하세요.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어요. 전 진명이의 의견을 지지해요!”임아린이 말했다.그는 진명이 단련을 포기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 사실 그녀도 진명과 마찬가지로 서윤정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진명이 이미 앞으로 단련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상 그녀는 진명의 뜻을 지지하기로 다짐하였다.“너희 정말…”임정휘는 하마타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질 뻔했다.진명이 며칠 전에 임아린을 구한 이후, 그는 진명과 임아린의 사이를 골똘히 생각한 적이 있다.자신의 딸 임아린이 좋아하는 사람이 진명이고, 진명의 능력도 매우 훌륭하니, 그는 딸의 행복을 위해서 그 둘 사이를 찬성
일시에 많은 사람들은 진명의 행운을 은근히 부러워했다.특히 일부 남자 직원들에게 임아린은 줄곧 그들 마음 속에서 공인하는 여신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의 여신을 진명에게 뺐겼으니, 그들의 상심한 마음은 감히 짐작할 수가 없다!......대표실 안.임아린은 회사 경비원들에게 사무책상을 추가해달라고 분부하였다. 그 이유는 진명과 옆에서 함 께 일을 해야 효율성이 가장 높아지기 때문이다.“진명아, 넌 방금 회사 대표가 되었으니, 아직 모르는 게 많을 거야.”“당분간 네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난 네 옆에서 업무를 볼 생각이야. 모르는 게 있을 때마다 나한테 편히 물어봐.”“네가 자리를 잡은 것 같으면, 난 다른 사무실로 옮길 계획이야.”임아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 고마워 아린아.”진명이 대답하였다.애당초, 그가 아티스트리 그룹에 막 입사했을 때, 그의 가장 큰 소원은 임아린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었다.많은 우여곡절 끝에, 진명은 그 소원을 이루었다.그는 이 행복이 평생 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이리 가까이 와.”임아린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똑똑똑! 이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노크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한희정이었다. 한희정은 손에 서류 뭉치를 들고 걸어 들어왔다.“희정씨, 왔군요! 제가 없는 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요. 그간 고생시켜서 너무 미안해요.”임아린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한희정을 와락 껴안았다.“아린 씨, 우리는 자매나 마찬가지잖아요. 이런 걸로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한희정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둘은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었다.“참, 희정 씨. 요 며칠 일들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어려운 점은 없었고요?”임아린이 물었다.“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어요……”한희정은 살짝 망설이며 말 끝을 흐렸다.“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임아린이 물었다.“서 씨 가문이 우리 아티스트리 그룹과의 계약을 파기했어요…”한희정은 조금 머뭇거리며 말했다.아티스트리 그룹의 고가 제품들은 진명이 연구
오후.두 사람은 함께 약재 협력사를 찾기 위해 회사를 나섰다.......제일당은 강성에서 서 씨 가문에 버금가는 큰 약재 유통 업체 중 하나이다. 또한, 여러 대형 가맹점들을 통해 경영하는 것을 위주로 한다.진명과 임아린은 그 중 가장 큰 제일당 가맹점으로 향했다.이 약국의 책임자는 성이 조 씨이고, 약 5여세의 중년남자이다.진명은 책임자를 만난 후, 자신들이 온 목적을 간단히 설명하였다.“조 매니저님, 저는 아티스트리 그룹의 회장 진명이라고 합니다. 저희 아티스트리 그룹은 매니저님의 약국과 합작하여 장기적으로 일부 중약재를 구매하고자 합니다…”“이것은 저희 회사에 필요한 약재 명칭과 수량입니다. 한번 확인해주세요.”진명은 미리 준비한 서류를 꺼내 조 매니저에게 건넸다.“다 저희 약국에 있는 약재들이네요!”조 매니저는 서류를 자세히 확인한 후, 직원 한 명과 함께 각종 약재의 가격들을 확인한 후, 빠르게 각 약재들의 견적을 내놓았다.“조 매니저님, 가격이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견적을 본 후, 진명과 임아린 두 사람은 눈살을 찌푸렸다.상대방이 제시한 견적은 서 씨 그룹보다 30%나 높은 가격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아티스트리 그룹의 생산 원가는 자동으로 비싸질 수밖에 없다.물론 진명은 서 씨 그룹이 자신에게 최저가로 견적을 내주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조 매니저는 지금 서 씨 그룹처럼 우대적인 가격을 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10%~20%정도 비싸질 것은 예상하고 왔지만, 30%는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었다.“진 대표님, 저희 약국의 고정가격은 바로 이 가격입니다. 만약 저희 약국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이 드시면, 다른 약국을 알아보시는 게 어떤가요?”조 매니저는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아티스트리 그룹은 화장품 회사이지, 전문 의약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약계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다.조 매니저는 지금껏 아티스트리 그룹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는 중소기업 정도일 것이
“팔면 안 돼요!”그런데 이때,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서윤정이 사현, 사훈 형제를 대동하고 안으로 들어왔다.“서… 윤정 씨?”“어떻게 오셨어요?”그녀를 알아본 조 매니저는 당황한 표정으로 다급히 허리를 숙였다.서씨 가문은 강성과 주변 도시의 최대 규모 약재 공급상이자 업계 최고라 평가 받는 업체를 보유하고 있었다. 서윤정은 서씨 가문의 2세로서 공식적인 자리에 많이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다.업계에서 신분이나 지위가 높지 않은 일반인인 조 매니저였지만 예전 비즈니스 파티에서 우연히 서윤정과 마주친 적 있었기에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서윤정은 냉랭한 시선으로 조 매니저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이 약국 담당자세요?”“네, 제가 이곳 담당자입니다.”조 매니저가 아부 섞인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하려 했지만 서윤정은 매몰차게 그의 말을 잘랐다.“조 매니저님, 저는 이 약국과 아티스트리 그룹의 거래를 반대합니다.”서윤정이 차갑게 말했다.“왜죠?”조 매니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윤정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진명을 보았다. 그제야 뭔가 알 것 같았다. 서윤정은 아티스트리 그룹 때문에 일부러 방문한 것이다.강성 4대 가문 중 하나인 서씨 가문과 그 가문의 외동딸인 서윤정이 왜 대기업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티스트리 그룹의 일에 관여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둘 사이에 무슨 접점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너무 이상한데….’조 매니저는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이유는 묻지 마시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서윤정이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조 매니저가 난감한 기색을 띄었다.비록 서윤정의 신분과 지위를 무시할 수 없지만 제일당은 서씨 가문 소속도 아닌데 그녀의 말을 다 들을 필요는 없었다.게다가 아티스트리 그룹은 이번에 꽤 유혹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이번 거래로 조 매니저는 수많은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서윤정 때문에 이번 거래를 포기하기엔 별로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서씨 가문 같은 거대 세
서진 그룹에서 실수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무너질 수 있는 아티스트리 그룹이었다.서윤정 때문에 제일당과의 거래가 물거품이 되어버리자 진명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언젠가 이런 식으로 서윤정과 다시 대면할 거라고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윤정 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진명이 화를 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뭘 했다고 그래? 진명 당신이 했던 일은 기억도 안 나나 보지?”서윤정은 증오에 찬 눈빛으로 진명을 쏘아보며 차갑게 대꾸했다.며칠 전 약혼식에서 진명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잠시 약혼식을 뒤로 미룬 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진명을 탓 할 마음도 없었다.하지만 사람을 살려낸 뒤로 진명은 임아린과 재결합하고 그녀는 버려진 신세가 되었다. 서윤정은 진명의 처사를 용서할 수 없었다.사랑과 증오는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던가. 진명을 향했던 사랑이 증오로 바뀌는 건 한 순간이었다.아티스트리 그룹과의 모든 거래를 중지하고 진명이 새롭게 찾은 거래처까지 찾아와서 훼방을 놓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윤정 씨한테는 내가 많이 미안해요. 사과할게요.”진명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서윤정을 바라보며 사과했다.“사과는 필요 없어! 하나만 물을게. 임아린을 살렸으니 진명 씨는 이제 내 옆으로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약혼식은? 진명 씨, 제발… 이건 아니잖아….”서윤정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진명을 바라보았다.진명이 새로 찾은 거래처까지 찾아오면서 훼방을 놓은 이유도 사실은 그와 마주 앉아 진솔한 대화를 하고 싶어서였다.진명을 깊이 사랑했기에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옆에서 듣고 있던 조 매니저가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중견 기업에 속하는 아티스트리 그룹이 겁도 없이 서윤정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대화를 듣고 보니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결국 서윤정은 진명을 만류하러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더 황당한 건 서진 그룹의 공주로 불리는 서윤정이 처량
진명이 이렇게 단호하게 서윤정을 거절할 줄은 몰랐다.물론 임아린의 미모가 서윤정에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여성미가 넘쳤다. 아린… 임아린….설마?!조 매니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명의 옆에 선 천사의 얼굴을 한 여자가 강성 4대 미녀 중 한 명인 임아린?조 매니저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비천한 신분을 타고 나서 임아린의 실물을 본 적도 없지만 강성 4대 미인 중 으뜸이라는 그녀의 명성은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그런데 강성 미인 중에서도 1,2위를 다투는 임아린과 서윤정이 한 남자를 두고 싸우다니!조 매니저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진명, 당신은 여전히 내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는구나. 그럼 앞으로 나를 원망하지 마!”서윤정은 눈물을 그치고 새빨개진 눈으로 진명을 쏘아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지금부터는 진명에 대한 사랑을 전부 묻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끝을 알 수 없는 증오뿐이었다!“사현 씨, 사훈 씨, 저 의리도 모르는 인간을 혼내줘요! 다리 한쪽은 부러뜨려야 이 분이 풀릴 것 같아요!”서윤정이 사현, 사훈 형제를 바라보며 말했다.진명과 오랜 시간 함께했기에 그의 한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진명의 진짜 실력은 고작 종사중기, 반면 사현, 사훈 형제는 이미 종사후기를 돌파한 실력자이니 진명을 쓰러뜨리기에는 충분했다!“네?”“그건 좀….”사현, 사훈 형제가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진명이 명정 그룹 임원에서 물러나고 그들 형제를 포함한 많은 인력을 서씨 가문에 주었지만 진명은 그들이 한때 모시던 상사였다. 그러니 그들이 진명을 공격한다는 건 불가능했다.“왜 안되죠? 두 사람은 명정 그룹 사람입니다. 진명의 부하 직원이 아니라고요! 두 사람도 내 명령을 거역하고 나를 배신할 건가요?”서윤정이 분노하며 말했다.털썩!사현, 사훈 형제는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아가씨, 죄송합니다. 아가씨를 배신할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진 선생은 저희에게도 은인입니다. 그러니 저희가 어떻게….”“형님과 제가 명령을 거역했으니 벌은
그 순간 그녀를 지탱하던 무언가가 끊어져 버렸다. 누군가가 칼로 가슴에 대고 난도질하는 느낌이었다.“진명 씨, 괜찮아? 어떻게 된 거야?”놀란 임아린이 다급히 다가가서 진명을 부축했다.“젠장! 진명, 당신 미쳤어? 왜 안 피했어?”서윤정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순간적으로 다가가서 진명을 안고 상처를 보듬어 주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의 옆을 당당히 차지한 임아린을 보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윤정 씨, 이제 화가 좀 풀렸어요?”진명이 한숨을 내쉬며 씁쓸한 말투로 물었다.“아니! 당신이 나한테 돌아오지 않으면 계속 증오할 거야! 평생!”서윤정은 일을 악물며 또박또박 말했다.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그녀의 슬픔과 고통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윤정 씨, 미안해요. 내가 정말 큰 빚을 졌어요. 나를 때려서 속이 편해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해요. 윤정 씨 분이 풀릴 때까지 가만히 있을게요!”진명이 힘없이 말했다.“그래? 내가 당신을 죽일 수 있는데도?”화가 난 서윤정은 다시 손바닥에 기운을 끌어 모았다.“그렇게 해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말을 마친 진명은 눈을 감았다.“당신 정말….”서윤정은 가슴이 무너졌다.진명은 유일하게 그녀가 마음을 내준 남자였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그를 죽일 수 있을까!“서윤정 씨, 분풀이가 필요하면 나한테 해요. 진명 씨 그만 괴롭히고!”임아린이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서윤정이 정말 진명을 해칠까 봐 걱정한 그녀가 두 팔을 벌리며 진명의 앞을 가로막았다.“정말 눈물 나는 사랑이네! 진명, 당신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했지? 그럼 내가 임아린을 죽이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앞으로 우리 사이에 장애물이 없어지면 당신도 나한테 돌아오지 않을까?”서윤정의 눈에 살기가 서렸다.어려서부터 사랑만 받고 자란 그녀였다. 호불호가 확실하고 감정에 충실한 그녀였기에 진명을 잃은 고통이 점점 증오로 변질했다.이성을 잃은 서윤정은 손바닥에 진기를 실어 임아린을 향해 공격했다.임아린의
“젠장!”진명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제야 서윤정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는 다급히 팔을 휘저어 영기를 회수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때는 이미 늦었다. 일부 영기의 여파가 매정하게 서윤정을 덮쳤다.푸흡!가슴에 여파를 맞은 서윤정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그녀는 끈 떨어진 연처럼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다행히 진명이 영기의 대부분을 회수했기에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제대로 맞았더라면 서윤정은 즉사했을 것이다!“윤정 씨, 괜찮아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진명의 얼굴에서 침착함이 사라지고 당황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그도 사람이었기에 서윤정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한 게 아니었다.물론 가장 사랑하는 여자는 임아린이었지만 서윤정은 그와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이었다. 그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녀가 나서서 도와주었기에 진명은 항상 서윤정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에게 서윤정은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였다.약혼식을 취소한 일로 진명은 안 그래도 서윤정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단 한 순간의 판단 미스로 그녀를 다치게 만들었으니 그 죄책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걱정하는 척하지 마! 차라리 날 죽이지 그랬어? 지금처럼 고통스럽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 텐데!”서윤정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진명의 손에 죽거나 그의 품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이 괴로움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았다.“윤정 씨, 왜 그래요….”진명은 가슴에 돌멩이를 얹은 것처럼 갑갑해졌다.세상에 가장 갚기 힘든 빚이 감정의 빚이었다. 임아린과 서윤정 둘 다 그를 사랑하지만 그는 결국 그들 중 한 사람을 선택하고 남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어야만 했다.그가 서윤정에게 상처주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재밌네, 정말 재밌어!”“채준? 당신이 여길 어떻게…?”진명은 굳은 표정으로 채준을 쏘아보았다. 채준이 아무 일없이 이런 곳에 나타날 리는 없는데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진명, 넌 매번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