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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6화

작가: 조십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10 18:00:00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송병천의 답장을 확인한 한현진은 다행이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송병천의 답장에 마음이 놓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최소한 지금의 송병천은 비록 화가 나긴 했지만 아예 마음을 돌릴 수도 없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문 제작이야, 장인어른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송병천에게 답장을 한 한현진은 고개를 돌려 침대에 누워있는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수트는 방금 민경하의 도움으로 벗길 수 있었다. 강한서 스스로 끌어내린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린 채 가슴 앞에 걸려있었다. 풀린 단추 사이로 붉게 물든 가슴이 보였다.

강한서의 안경은 여전히 그의 콧등에 걸려있었다.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부드러워 보였다.

한현진이 강한서의 옆에 누워 그의 몸에 기댄채 귓가에 속삭였다.

“강한서, 강한서. 여보...”

강한서는 조금 시끄러운 듯 머리에 힘을 실어 베개에 푹 파묻혔다. 위로 솟은 목 때문에 그의 목젖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강한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현진을 유혹하고 있었다.

한현진이 손을 뻗어 강한서의 안경을 벗겼다. 그녀는 그의 이마를 살며시 쓸었다.

“여보, 샤워하고 자. 나 너 못 일으켜.”

강한서가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눈을 떴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흐릿한 인영에 갑자기 손을 뻗어 한현진을 끌어안고는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현진아, 현진아...”

강한서가 웅얼거리며 한현진의 이름을 불렀다. 한현진의 그의 부름이 일일이 대답하며 단추를 풀렀다.

“나 여기 있어.”

한현진의 이름을 부르던 강한서가 또 바보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의 진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한없이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현진아, 내가 해냈어. 내가 해냈어, 현진아. 현진아...”

십년이었다...

강한서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한성을 지지하는 모든 고객에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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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조용해졌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강한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눈물이 손바닥을 가득 적셨다. 발표회가 무사히 마무리된 그날 밤, 가여운 두 영혼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안방 밖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강민서는 결국 그 방문을 열 용기를 내지 못했다. 강민서의 휴대폰은 끊임없이 진동이 울렸다. 신미정이 쉴새없이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민서야, 오빠에게 얘기했어?][엄마는 네 삼촌에게 속은 거야. 누가 더 중요한지 엄마가 모르겠니? 엄만 그저 외할아버지가 남긴 회사가 이렇게 무너지는 게 안타까워서 그럴 뿐이야.][엄만 한서와 모자의 인연을 끊을 생각이 없었다. 한서는 내 아들이야. 내가 설마 걔를 버리겠니? 한현진이 날 속여서 그 각서를 쓰게 한 거야. 난 그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걸 알고 사인한 건데 그 X가 이런 식으로 날 X 먹일 줄 어떻게 알았겠니.][민서야, 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리는 보지도 마. 한서도 내 아들이야. 내가 어떻게 한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다만 한서는 너무 오랫동안 네 할머니 곁에서 자랐잖니. 할머니는 날 좋아하지 않으시고. 그러니 나도 네 오빠가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가끔은 한서를 멀리했던 거야. 하지만 한서도 내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야. 한서가 힘들면 당연히 엄마도 더 힘들지.]강민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강민서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신미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줄곧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었던 듯, 신미정은 연결음이 들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민서야, 우리 딸. 엄마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어? 오빠한테 전부 얘기했어?”강민서가 갑자기 물었다. “엄마, 다음 주 수요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신미정은 순간 강민서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얘는, 갑자기 왜 그런 걸 묻고 그래. 엄마는 이제 나이도 많은데 그런 걸 어떻게 기억하겠니. 힌트라도 줘.”강민서가 말했다. “다음 주 수요일은 오빠 생일이잖아요, 엄마. 다른 댁 사모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6화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송병천의 답장을 확인한 한현진은 다행이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송병천의 답장에 마음이 놓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최소한 지금의 송병천은 비록 화가 나긴 했지만 아예 마음을 돌릴 수도 없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문 제작이야, 장인어른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송병천에게 답장을 한 한현진은 고개를 돌려 침대에 누워있는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수트는 방금 민경하의 도움으로 벗길 수 있었다. 강한서 스스로 끌어내린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린 채 가슴 앞에 걸려있었다. 풀린 단추 사이로 붉게 물든 가슴이 보였다. 강한서의 안경은 여전히 그의 콧등에 걸려있었다. 날카로운 이목구비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부드러워 보였다. 한현진이 강한서의 옆에 누워 그의 몸에 기댄채 귓가에 속삭였다. “강한서, 강한서. 여보...”강한서는 조금 시끄러운 듯 머리에 힘을 실어 베개에 푹 파묻혔다. 위로 솟은 목 때문에 그의 목젖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강한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한현진을 유혹하고 있었다. 한현진이 손을 뻗어 강한서의 안경을 벗겼다. 그녀는 그의 이마를 살며시 쓸었다. “여보, 샤워하고 자. 나 너 못 일으켜.”강한서가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눈을 떴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흐릿한 인영에 갑자기 손을 뻗어 한현진을 끌어안고는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현진아, 현진아...”강한서가 웅얼거리며 한현진의 이름을 불렀다. 한현진의 그의 부름이 일일이 대답하며 단추를 풀렀다. “나 여기 있어.”한현진의 이름을 부르던 강한서가 또 바보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의 진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한없이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현진아, 내가 해냈어. 내가 해냈어, 현진아. 현진아...”십년이었다...강한서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한성을 지지하는 모든 고객에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기까지 걸린 시간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5화

    송병천이 송민준을 재촉했다. 송민준은 제일 위에 있던 이모티콘을 삭제하곤 휴대폰을 송병천에게 돌려주었다. 이모티콘이 삭제된 것을 본 송병천이 순간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 “어떻게 사라진 거야?”송민준이 말했다. “인터넷 지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송병천이 투덜거렸다. “업데이트를 하면 할수록 엉망이네.”송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송병천은 휴대폰을 들고 귀한 따님에게 답장을 보내며 송민준을 나무랐다. “너 이젠 나한테 이상한 이모티콘 보내지 마. 내가 실수로 이모티콘을 잘못 보내 네 동생이 보면 내 이미지가 깨지지 않겠어?”송민준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미지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아빠 아이큐가 몇인지는 깨달았을 것 같네요.’송병천은 문자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는 한참 동안 어떻게 답장을 보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결국 오다 주운 것 같은 아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다. “민준아, 내가 뭐라고 답장하면 현진이도 상처 안 받고 강한서에 대한 내 분노를 표현할 수 있을까?”송민준이 말했다. “엄마는 약을 주고, 아들은 술을 주네. 하나는 손자를 노리고 다른 하나는 아빠를 노리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다 죽어야 끝나겠어, 라고 보내요.”송병천이 송민준을 걷어찼다. “X 놈의 자식!”송민준이 소파에 기대 앉아 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강한서를 사위로 받아들이시긴 할 거예요? 그럴 생각이 없으신 거면 대체 왜 강한서 체면 따위를 생각해주시는 거예요? 바로 현진이를 데려와서 평생 못 만나게 하면 그만이잖아요.”송병천이 송민준을 노려보았다.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 네 동생이 좋다고 하잖아. 뱃속의 아이에게도 아빠는 필요해.”“그러지 마시라니까요. 아빠가 마음에 안 드시면 마지못해 사위로 받아들이셨다고 해도 결국 마음에 넘지 못한 산이 생길 거예요. 저라면 차라리 받아들이지 않겠어요. 현진이에게 다른 남자를 찾아주면 되죠. 현진이도 한서 외모에 반한 거잖아요. 우리 회사에 잘생긴 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4화

    한성우의 말에 한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이런 애정 표현을 안 하면 죽기라도 하는 거야?’한현진이 한성우의 말에 대답하려는데 강한서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운이 좋긴 하지. 만약 우리처럼 1000분의 5에 가까운 확률로 쌍둥이까지 임신한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야.”“...”한현진은 입가에 맴돌던 면박을 주려던 말을 더는 할 면목이 없었다. 한성우가 입술을 씰룩였다. “강한서, 너 이 자식. 하루라도 자랑 안 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어? 그런 거냐고!”강한서가 진지하게 말했다. “죽을 수 있어.”화가 난 한성우는 바득, 소리를 내며 이를 악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꼭 딸을 낳아서 강한서 아들을 꼬셨다가 다시 차버리게 할 거야. 몇 번이고 차버리게 할 거라고! 꼭 저 개자식이 나이를 잔뜩 먹고도 손주도 못 안게 만들 거야. 그때도 이렇게 까불 수 있는지 한 번 지켜보자고.’자리를 비운 주강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송가람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탓에 오늘 발표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송민준은 발표회가 끝난 후 바로 가버렸고 송병천은 아예 하루 종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토라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현진이 송병천에게 좋은 와인 사진을 몇 장 보냈다. [아빠, 강한서가 일부러 아빠를 위해 남겨둔 거예요.]송병천은 답장이 없었다. 하지만 한현진이 남긴 문자 옆의 1이 사라졌다. 한성우와 민경하가 술에 취한 강한서를 차까지 부축하고 나서야 송병천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한현진에게 하찮아 보이는 표정으로 읍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 이모티콘을 본 한현진은 어리둥절해졌다. 한현진이 그 이모티콘을 보낸 의미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송병천이 또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한현진은 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송병천: [삭제된 메시지입니다.]1분 후.송병천: [삭제된 메시지입니다.]2분 후.송병천: [삭제된 메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3화

    “빨리 뒷이야기를 마저 해봐요.”한현진이 다그치며 말했다. “뒷이야기는 더 막장이에요. 장준은 첫사랑도, 대타도 버릴 수 없었어요. 두 여자는 장준을 빼앗기 위해 피 터지도록 싸웠죠. 마지막엔 첫사랑이 대타가 마약을 했다고 신고를 했고 대타는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사라졌어요.”“대타가 사라지자 다들 장준은 이제 첫사랑만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에 가족들과 그렇게 갈등을 빚은 것도 전부 첫사랑 때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장준은 그저 조용하기만 했어요. 오히려 장씨 가문에서 장준의 첫사랑이 그의 집안에 발을 들이는 일은 없을 거라는 뜻으로 얘기했죠. 게다가 그 일이 있고 몇 개월 후 장씨 가문에서는 장준과 전고현의 선 자리를 마련했어요.”“장준이 몇 년 동안 죽도록 난리를 피운 덕에 집안에서는 장준에게 완전히 실망하고 진작 포기해버렸어요. 장준이 대를 이어 주면 그 아이를 후계자로 키울 생각이었지만 장준이 마약 때문에 몸을 완전히 망쳐버린 탓에 그럴 수도 없었죠. 병원에 가서 검사를 전부 생식 능력이 전혀 없었어요. 장준이 아이를 낳지 못하니 아버지라도 나서야 했던 거죠. 그러다 진씨 가문에 그런 일이 생기면 결국 그 혼사도 무산되었지만요.”“하지만 이젠 장준의 대타가 돌아왔어요. 타락했던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는 걸 보면 대타에게 마음을 줬다는 소문이 사실이긴 한가 봐요. 만약 제가 그 첫사랑이었으면 아마 화가 나서 죽어버렸을지도 몰라요.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인 계획인데, 결국엔 내 손을 떠나 다른 사람 좋은 노릇만 했잖아요.”이야기를 들은 한현진과 강한서는 조금 멍해졌다. 한현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성우 씨는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거예요?”한현진은 비록 이 일엔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시켜 장준의 일을 조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장준의 첫사랑에 관한 이런 막장 스토리는 전혀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 “에이, 뭐 이런 것쯤이야.”말하는 한성우는 어쩐지 눈을 피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 술 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2화

    멈칫한 한현진과 강한서가 홱 고개를 돌려 뒤에서 중얼거리는 한성우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에 깜짝 놀란 한성우가 말했다. “왜 날 그렇게 노려봐?”한현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무슨 소문이요? 성우 씨는 뭘 알고 있는 거예요?”한성우가 눈을 깜빡였다. “소문에 장준이 첫사랑 대타와 사랑에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그 대타가 사라진 1년 동안 장준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지냈대요. 그리고 대타가 돌아오자 바로 활기가 넘쳐흐른다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에 빈정 상한 첫사랑이 매일 대타를 괴롭히고 있고.”한현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한서는 그런 한현진보다 더 놀란 눈치였다. 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장준은 술, 여자, 도박, 약 안 좋은 건 전부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 인간에게도 첫사랑이 있어요?”“형수님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세요. 병신에게도 청춘은 있어요. 게다가 장씨 가문 정도면 명문가에서는 싫다고 할지 몰라도 조건이 조금 떨어진 집안마저도 거절하겠어요?”그리고 한성우는 두 사람에게 끝장판 막장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장준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첫사랑이 있었다. 그 여자는 장준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사람의 딸이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감정을 쌓아왔다. 두 사람에게 사랑이 싹 트던 초창기, 장준의 가족들은 두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단순히 장준이 그 여자를 가지고 놀다 질리면 그만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생각보다 꽤 수완이 좋았던 것인지 장준은 그 여자의 일이라면 죽자고 달려들었다. 그저 장난감에 불과한 여자였다. 곁에 두고 노는 건 상관없었지만 그 여자가 장준의 안방까지 차지하려고 한다면, 장씨 가문에서는 절대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다. 그러니 장씨 가문에서는 돈을 주고 수작을 부려 그 여자를 내쫓았다. 하지만 여자가 사라지자 장준은 미친X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그 여자가 떠나며 남긴 편지 때문이었다. [이번 생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 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1화

    한현진은 조금 전 대화 내용은 간략하게 강한서에게 알려주었다. 강한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문샤론?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야?”이야기는 전부 한현진이 즉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전부 그럴 듯하게 짜임새가 있는 스토리였다. ‘역시 대단한 여자야.’한현진이 말했다. “간민혜 씨는 죽기 직전까지도 강운 씨에게 한 마디 말도 남기지 않았어. 대체 그 이유가 뭔지, 우린 모르지만 어쩌면 강운 씨라면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사실 난 줄곧 강운 씨 집안에서 누군가 이 일에—”강한서가 한현진의 손바닥을 꾹꾹 누르며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멈칫하던 한현진은 강한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정설희, 아니. 정서희가 보였다. 그녀는 장준과 손을 잡고 피로연 현장에 나타났다. 지금의 정서희는 예전의 정설희와 같은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눈웃음을 짓는 눈가엔 은근한 색기가 흘렀다. 아름다운 이목구비와 화려한 옷차림은 자심이 병원에서 만났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완전히 똑같은 사람인 것 같았다. 함께 등장한 정서희와 장준은 스킨십이 제법 자연스러웠고 꽤 친근한 모습이었다. “강 대표님, 발표회 무사히 마치신 거 축하드려요.”잔을 들고 다가온 장준이 웃으며 강한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현진은 순간 약쟁이였던 장준의 상태가 지난번 결혼식보다 너무 많이 나은 것을 발견했다. 광대뼈도 예전처럼 선명하게 튀어나오지 않았고 눈빛에도 생기가 돌았다. 여전히 삐쩍 마른 몸이었지만 정장을 입으니 제법 봐줄만 했다. 아무도 이런 모습의 장준을 보고 약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강한서가 손을 들어 장준과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고마워요.”장준의 시선이 한현진을 향했다. 깊은 눈매에는 나른한 기색이 묻어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정서희를 보며 물었다. “두 사람 동창이라고 하지 않았어? 현진 씨는 당신을 보고도 왜 이렇게 냉담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0화

    주강운이 엄지로 컵을 쓸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웃으며 덤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어쩌면 지금도 보고 있겠죠. 또 어쩌면 그저 장난으로 한 얘기였을 수도 있고요.”시선을 내린 한현진은 더는 말이 없었다. 주강운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이들을 보며 갑자기 물었다. “전에 장례식에 있었던 꼬마 아가씨는 아직도 한서가 돌보고 있어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서가 아름드리로 데려왔어요.”주강운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아이 가족에게 보내지 않았어요?”한현진이 말했다. “민 실장님 말로는 아이는 직계 가족이 없다고 하던데요. 다른 가족들도 아이를 키우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고아원에 보내자니 강한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냥 잠시 자기 옆에 두고 보살피기로 했어요.”주강운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개인 입양은 안 알아봤어요?”한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야 그러고 싶죠. 전에 강한서에게 그 얘기를 꺼냈다가 한바탕 싸웠어요. 저더러 아이에게 아량을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 아이와 강한서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강한서 아이가 아닐까, 의심하고도 남았을 거예요. 어찌나 친자식처럼 아끼는지. 됐어요. 그저 어린 아이 일뿐인걸요. 착하고 말도 예쁘게 하는 애예요. 키우고 싶다면 키우죠, 뭐.”주강운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긍정적이네요.”한현진이 눈웃음 지었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서도 가끔 이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을 쳐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사실 강한서가 사고를 당하기 전 그 아이에 관해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전 그 아이를 만난 적이 없었어요. 강한서가 저에게 알려준 이름도 은서가 아니라 문샤론이었어요. 그 이름은 은서 엄마가 지은 거라고 했어요. 은서 부모님이 무궁화가 예쁘게 폈을 때 만났대요.”한현진은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낭만적인 러브스토리겠죠. 아쉽게도 그 끝이 안 좋긴 했지만 말이예요.”주강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29화

    왜 굳이 이미 취한 강한서를 방까지 데려다줬을까? 차라리 로비에서 기다리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설사 강한서를 편히 쉬게 하려던 의도였다고 해도, 강한서와 함께 방에서 기다리면 될 것을 왜 굳이 로비에서 자신을 기다렸던 걸까?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두 개밖에 없었다. 한현진이 헷갈려 다른 엘리베이터를 탈 리가 없었다. 강한서는 줄곧 유씨 가문 사람들을 혐오했었다. 그러니 그는 멀쩡한 정신엔 유현아가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유현아도 아주 멍청이는 아니었다. 만약 유현아에게 강한서를 유혹할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 그를 손에 넣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당시 주강운이 물을 마신 건 두통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현진이 강한서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덮칠 수 있도록 시간을 끌기 위한 행동이었던 걸까?그때의 일을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한현진의 마음은 점점 더 서늘해졌다. 주강운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자기 첫사랑을 치어 죽인 사람을 도왔던 걸까?“현진 씨?”창백해진 얼굴로 한참을 말이 없는 한현진을 본 주강운이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한현진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 그녀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며 마음을 다잡았다. 손을 뻗어 주강운이 내민 잔을 받으며 말했다. “고마워요.”생기 있는 얼굴이었지만 낯빛이 어두웠다. 이마에도 땀이 송글 맺혀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놀란 모양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지만 정작 입을 여니 그 모든 마음은 그저 한 마디의 가벼운 인사로 흘러나왔다. “요즘 잘 지냈어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지냈어요.”잠시 말이 없던 한현진이 말을 이었다. “얼마 전 저녁에 누군가 강운 씨 휴대폰으로 저에게 전화를 했었어요. 강운 씨 취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몸이 안 좋아서 안 갔는데, 집에 잘 들어갔어요?”한현진은 조심스레 그 얘기를 꺼냈다. 마치 주강운이 왜 오지 않았냐고 따질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그렇게 선을 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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