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45화

작가: 조십일
강단해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정인월은 어두운 얼굴을 한 강현우를 힐끔 쳐다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 네 형이 널 데리고 있는다 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 줄 알아? 네가 계속 이렇게 철이 들지 않는다면, 서부로 돌아가서 계속 성장해야지.”

강현우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네, 할머니.”

정인월이 잔을 내려놓았다.

“한서야, 민서에게도 자리 하나 내주렴. 너무 높은 직책 말고,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거로.”

강한서는 강민서를 슥 훑어보았다. 강민서는 잔뜩 움츠러든 채 입술을 앙다물고 있었다. 그녀는 심지어 강한서의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강한서의 얼굴만 보면 강민서는 자기도 모르게 강단해의 집에서 자신을 경찰서로 끌고 갔던 강한서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민서를 향한 강한서의 사랑은, 그날 전부 강민서의 악몽이 되었다. 경찰서에서 당했던 일만 떠올리면 그녀는 끓어오르는 원망과 공포를 감출 수가 없었다.

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담담하게 말했다.

“먼저 비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어요. 민 실장에게 안내하라고 할게요.”

민경하: ...

그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말 안 듣는 애는 그냥 베이비시터에게 맡기면 안 돼요? 여긴 유치원이 아니라고요.’

민경하와 달리 정인월은 굉장히 만족했다.

“그렇게 하렴. 민 실장. 민서 데리고 입사 절차 밟아요.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게.”

민경하는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는 강민서에게 말했다.

“민서 아가씨, 같이 가시죠.”

강민서를 입술을 짓이기며 민경하를 뒤따랐다.

정인월은 강단해와 강현우를 쳐다보며 이마를 어루만졌다.

“너희도 이젠 가렴. 이런 작은 일로 나까지 부르다니, 너희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려. 내가 아주 수명이 줄어.”

강단해는 기가 막혔다. 정인월을 부른 것은 그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정인월이 맏이를 편애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단해는 어두운 얼굴로 강현우를 데리고 회장실을 나왔다. 진씨도 자리를 비켰다.

그들이 회장실에서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46화

    강한서는 어처구니가 없어 화도 나지 않았다.그야말로 유현진의 친할머니가 따로 없었다.“현진이는 예전과 많이 달라요. 이미 진짜 가족도 찾았죠. 재혼하는 건 집안 큰일이에요. 그러니 현진이뿐만 아니라 현진이 가족들 동의도 받아야 해요.”정인월은 의아한 듯 물었다.“진짜 가족을 찾았다니?”강한서는 유현진과 송씨 가문, 그리고 한씨 가문에 대해 정인월에게 말해주었다.정인월은 한참이나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어쩐지 현진이 인상부터가 착한 사람 인상이라고 했어. 그 아이가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그래, 그랬군. 아람이가 낳은 아이였구나. 정말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이군.”말을 마친 그녀는 이내 다시 뜸을 들이다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갑자기 든 생각인데, 네 재혼이 순탄치 않을 것만 같구나. 그 집안에서 네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게 아니더냐?”“...”강한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래서 말인데 할머니, 별일 없으시면 자주 한씨 집안 어르신들과 차라도 마셔주세요. 할머니 손자 35살 되기 전에는 장가가야 하지 않겠어요?”그러자 정인월은 코웃음을 쳤다.“인과응보다, 이놈아! 현진이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하던? 네가 현진이 없으면 안 되는 거겠지! 처음부터 네가 현진이랑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때부터 알아봤다! 그나마 얼굴이 보기 좋아서 결혼하긴 개뿔, 넌 그냥 현진이한테 반한 거잖아! 그래 놓고 자꾸 아닌 척할래?!”강한서는 급히 변명했다.“...처음에는 확실히 별로 안 좋아했어요. 그냥 그나마 눈에 거슬리지 않아서 결혼한 거예요.”“허허.”“...정말이에요, 할머니. 제가 거짓말을 해서 뭐해요.”정인월은 그를 흘겨보았다.“그래,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그럼 첫날밤을 보낼 때 뭐 그렇게 조사했어? 현진이가 다칠까 봐 감히 손도 못 대던 놈이 말이야!”강한서는 입을 삐죽거렸다.“할머니 허위 사실 유포하시면 안 돼요.”정인월은 점점 더 목소리가 커졌다.“이 집안에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47화

    주강운의 어머니는 입술을 틀어 문 채 나직하게 물었다.“네가 사고 났을 때, 유현진 씨랑 같이 있었니?”주강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현진 씨가 아니었다면 전 아마 병원에조차 제때 오지 못했을 거예요. 현진 씨가 절 구해 줬거든요.”그녀의 안색이 다소 이상해졌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나중에 내가 유현진 씨를 찾아가 감사 인사를 해야겠구나.”주강운은 바로 손을 내저었다.“어머니, 어머니는 이 일에 신경 쓰실 필요 없으세요. 나중에 제가 다 나으면 직접 갈 거예요.”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강운아, 유현진 씨는 한서의 전 아내잖니. 그러니 유현진 씨와 가깝게 지나지 말렴. 괜히 그러다 사람들한테 이상한 소리나 듣게 돼.”주강운은 뜸을 들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상한 소리가 대체 뭔데요?”그녀가 말했다.“한서랑 현진 씨는 이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네가 현진 씨랑 가까이 지내면 한서가 이혼한 이유가 네 탓이 되는 거야. 아니면 네가 분명 현진 씨랑 뭔가가 있다고 소문이 나겠지. 너랑 한서는 친구잖니. 그런 소문이 돌면 너한테도, 한서한테도, 누구한테도 안 좋아.”주강운은 침묵하다가 한참 후에야 말을 꺼냈다.“만약 정말로 그런 소문이 퍼지는 거라면 저한테 아무것도 아니에요. 전 사실... 현진 씨를 좋아하고 있어요.”쨍그랑-!그녀의 손에 있던 과도는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충격을 받은 듯한 그녀는 경직되더니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네가 현진 씨를 좋아한다고? 강운아,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혹시 머리라도 다친 거니? 어떻게 유현진을 좋아할 수가 있어?!”주강운은 충격에 휩싸인 자신의 어머니를 보며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냉정한 모습으로 말했다.“제가 왜 좋아하면 안 되는데요?”그녀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왜라니? 그 애는 한서의 전 아내야. 네가 그 애를 좋아하면 앞으로 한서랑 어떻게 계속 지내? 세상에 좋은 여자가 그렇게 많은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48화

    주강운의 어머니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꾸욱 삼키며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정리했다. 마시기 편하게 머리맡에 물병을 놓아둔 그녀는 조용히 병실을 떠났다.병실 안이 조용해지자 주강운은 눈을 떴다.그는 고개를 돌려 이미 어둠으로 뒤덮인 밤하늘을 보았다. 꿰맨 자리가 있는 손을 살짝 움직이자 바로 틈 사이로 피가 흘러나와 붕대를 물들였다.그는 손을 빤히 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내가 그때 막 높이 뛰어서 들고 있던 유리병으로 그 개자식 뒤통수에 빡 내려쳤거든? 그러니까 그 개자식이 비명을 지르더라고! 하지만 그 자식 살가죽이 얼마나 두꺼웠는지 그 한 방을 맞고 안 쓰러지더라니까. 식칼을 들고 나한테 막 달려오는데, 내가 그래서 다리를 들어 그 개자식 머리를 가격했지. 그제야 그 개자식이 눈을 까뒤집으면서 스르륵 쓰러지더라고.”차미주는 허세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한성우가 건넨 물병을 받아 한입 마셨다.“경찰이 일찍 도착하지 않았으면 내가 그 개자식 대까지 끊어버렸을 거야!”그러자 한성우가 물었다.“어떻게 대를 끊게 만드는 건데?”차미주는 이내 그의 다리 사이를 가리켰다.“...”그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입에서 낮게 깔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상대가 식칼 들고 있었다며. 그런데 도망 안 가고 감히 덤벼들었어? 너 대체 머리가 있는 거냐?”차미주는 코웃음을 쳤다.“네가 뭘 알아? 난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도란 말이야. 넌 불의를 보고도 참을 수 있냐?!”한성우는 그녀를 흘겨 보았다.“목숨도 잃게 생겼는데 정의가 뭐가 중요한데? 아주머니랑 할머님께서 너 죽으면 정의의 사도라고 표창장까지 무덤에 만들어 주신대? 환생할 때도 정의의 사도라고 얼굴에 써줘야 다시 환생할 거야?”차미주의 입가가 바르르 떨렸다.“닥쳐! 어디서 저주를 내려! 내가 듣고 싶은 건 칭찬이지 저주가 아니라고, 알아?”그러자 한성우가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사람을 구하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상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49화

    한성우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눈치채지 못했다. 손에 밴드를 붙여주던 그는 입을 열었다.“뭘 해봐?”차미주는 슬금슬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두 손을 모으더니 엄지를 구부렸다.“인류가 우주의 조화를 위해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일 말이야.”한성우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섹스를 말하는 거야?”차미주의 두 귀가 화끈 달아올랐다.“해봤어? 반응은 있었어?”한성우는 밴드를 그녀의 손에 붙여주며 꾹꾹 눌렀다.“난 지금 대외적으로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야. 그런 내가 다른 사람이랑 시도했다간 내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어?”차미주는 ‘믿지' 않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네가 여자친구의 처지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냐?”한성우의 입가가 바르르 떨려오더니 이내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난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건 사실이야. 하지만 양다리 같은 건 해보지 않았다고.”“그래.”차미주는 다시 그를 흘겨보았다.“그럼 혼자는 시도 안 해본 거야? 샤워할 때라든가 깨워볼 생각은 안 해봤어?”한성우는 쿨럭 소리를 냈다.‘깨우다니...'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아주 심각한 일이 생긴 것으로 오해하기 딱이었다.“그동안 출근하고 잠자는 것 외에는 너랑 계속 같이 붙어 있었는데, 내가 언제 시도해 볼 시간이 있었겠냐?”차미주는 미간을 찌푸렸다.“아니다, 너 그냥 병원에 가봐. 현진이가 전에 강한서가 병원 다녔다고 했었잖아. 후에 들려온 나쁜 소식은 없는 거 보니 아주 실력 좋은 의사일 거야. 내가 현진이한테 병원 정보라도 알아봐 줘?”한성우의 눈가가 파르르 덜리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안 가! 평생 반응이 없다고 해도 강한서처럼 창피한 짓은 안 할 거야!”차미주는 다소 초조했다.“아니,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병원도 가기 싫다고 하면 그게 저절로 나아져? 정말 평생 그렇게 살 거야?”한성우는 그녀를 보았다.“너 혹시 지금 내 여자친구가 된 걸 후회하는 거 아니지? 그래서 지금 이러는 거야?”차미주는 그를 째려보았다.“난 네가 걱정되어서 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50화

    차미주는 카사노바들의 전형적인 대사인 줄로 착각하며 투덜거렸다.“그래, 그러지 못해서 참 속상하겠네.”말하던 와중에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유현진이었다.“문 네가 와서 잠글 거야? 아니면 오늘도 한성우 집에서 잘 거야?”차미주는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집에 갈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아이패드를 품에 안고 가버렸다.“...”한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한서 이 쓸모없는 자식! 언제 유현진이랑 결혼해서 같이 살 거야? 내 연애 사업에 방해가 되잖아!'...강한서는 아주 빠르게 그녀에게 변호사를 찾아주었다. 다음 날이 되자 바로 누군가가 그녀에게 연락을 해왔고 강한서가 소개한 변호사라며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유현진은 상대와 아주 외진 곳에 있는 다방으로 약속 장소를 정했다. 룸을 열자 유현진은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그 변호사는 바로 예전에 그녀와 명예훼손으로 분쟁을 일으켰던 송민영 측의 변호사 박부자였다.그는 유현진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격식 있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전 한서의 부탁을 받은 사람입니다. 직업은 변호사지요. 그리고 제 이름은 박부자입니다.”정신이 든 유현진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안녕하세요.”“앉으시죠, 유현진 씨.”박부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서가 대충 저한테 유현진 씨 상황에 관해 설명해 줬거든요. 하지만 저한테 다시 얘기해주실래요? 자세한 부분은 체크해야 하거든요.”유현진은 그저 잠깐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을 뿐 바로 평소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건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얘기했다.박부자는 아주 진지하게 얘기를 듣고 있었다. 주강운과 동급의 엘리트 변호사였지만 박부자가 조금 더 차갑게 느껴졌다.그리고 이 차가움은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거리감이었고 절대 의뢰인을 향한 태도가 아니었다.유현진이 얘기를 꺼내다가 그는 의문이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자세하게 물어보면서 끄적였다.그렇게 찻잔은 세 번이나 바뀌게 되었고 유현진은 그제야 모든 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51화

    박 변호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당연히 아니죠. 한서가 정말로 저한테 전 아내를 상대로 소송 건을 해결하라고 했다면,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죠.”유현진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그날 법정에서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누셨던 거예요?”“대학 동기였으니까 안부 인사 정도는 해야지 않겠어요? 저희 그래도 학교 다닐 때 꽤 친했거든요.”“그럼 강한서는 왜 그날 법정에 나타났던 거예요?”박 변호사는 의아한 듯 말했다.“그건 유현진 씨 보러 온 거 아니었어요?”“...”유현진은 할 말을 잃었다.‘보러오긴 뭘 보러와!”법정에 들어갈 때까지 그녀는 원고인이 강한서일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예전에 그가 송민영을 보러 온 것으로 생각했다. 송민영이 일부러 그녀에게만 강한서와 다정한 듯한 게시글을 보여줬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녀는 강한서와 송민영이 자신이 생각한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게다가 법정에 나온 사람은 송민영이 아니었다. 아무리 강한서가 그때도 송민영과 연락하고 지냈다고 해도 그는 절대 송민영의 팬을 위해 법정까지 나올 사람이 아니었다.그리고 지금 박 변호사는 강한서가 부탁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송민영이 직접 박 변호사를 찾아간 것이겠는가?그렇다면 일부러 강한서와 아는 사이인 변호사를 찾아가 그녀가 오해하게 만들고 그녀와 강한서의 사이가 틀어지게 만들려고 했던 송민영의 계략이었을까?송민영은 그날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게 되었고 행사나 활동에서도 다소 행동이 조심스러워졌기에 이런 부분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겠는가?유현진은 또 물었다.“송민영 씨 이번 소송도 박 변호사님이 맡으신 거예요?”박 변호사는 고개를 저었다.“송민영 씨는 제 고용인이 아닙니다. 송민영 씨 사건은 제 친구 로펌에서 다른 변호사가 맡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박 변호사님 실력이 이렇게 좋으시고, 전에 협력까지 했었는데 이번에 박 변호사님을 찾아오지 않았다고요?”박 변호사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협력한 적이 없습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52화

    강한서의 전 아내는 법정에서 만나기 전까지 그는 그저 동창회 단톡방에서 누군가가 올린 사진으로만 보았었다.보자마자 그저 미모가 빼어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그때는 유현진이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고귀하고 온실 속에서만 자라난 화초처럼 느껴졌다.강한서도 아마 그런 이유로 동창회에 유현진을 데리고 나오지 않은 게 분명해 보였다.하지만 오늘 직접 만나보니 여전히 그때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는 그것이 전부 그저 얄팍한 평가였을 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강한서의 전 아내는 아주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다.강한서가 그녀를 데리고 다니지 않았던 건 아마도 소유욕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창피해서가 아니라.그렇게 생각한 박부자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아까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또 뭐가 궁금한데요?”“방금 송민영 씨 사건 말이에요. 그거 박 변호사님 아는 친구가 의뢰를 맡았다면서요. 박 변호사님이 보기엔 송민영 씨가 징역 몇 년을 받을 것 같아요?”“그건 원고 측 변호사의 실력에 따라 결정이 되죠.”“원고 측 변호사가 실력이 대단한 사람인가요?”“꽤 괜찮아요. 지난번 주강운 변호사한테 진 것 빼곤 다른 변호사에게 진 적이 없었어요.”유현진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박 변호사님이 원고 측 변호사였어요?”박부자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안 그래 보여요?”“조금 의외네요. 송민영 씨 같은 사건 뒤엎을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증거가 산처럼 쌓였는데 어떻게 뒤엎어요?”유현진은 생각하더니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법정에 설 때 형사보상도 추가해 주세요. 이소원 씨 부모님 이소원 씨가 세상을 뜬 후 아주 힘든 생활을 보낸 것 같더라고요.”“네, 그러죠. 하지만 무조건 받을 수 있으리란 보장은 못 해요. 송민영 측에서 이미 모든 자산을 거의 다 써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위약금 액수가 엄청나서 지금은 명의로 된 집까지 급하게 내놓은 것 같더군요. 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빼고는 해줄 수 있는 말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1253화

    더는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자 진예원은 주방을 빙 둘러보며 말했다.“이 감자도 싹이 난 부분만 깎으면 먹을 수 있어요. 싹이 났다고 자꾸 버리지 마시라고요. 채솟값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아세요? 그리고 이 가지도 껍질 없애지 마세요. 모든 영양 성분은 이 껍질에 있어요. 생선? 누가 생선을 사 온 거죠? 생선처럼 가시 많은 것을 아이들한테 먹인다고요? 제가 몇 번을 말했어요! 닭고기만 사 오라고 했잖아요! 닭고기에 단백질이 얼마나 많은데...”그녀는 계속 주방을 살피며 이것저것 트집을 잡았다.사람들은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누구도 반박하는 사람이 없었다.주방을 담당하던 담당자가 그녀의 뒤를 따르며 굽신거렸다.“진 원장님 말씀이 옳으십니다. 이 두 분은 새로 들어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매뉴얼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따 다시 제대로 교육하겠습니다.”진예원이 뭐라고 말하려던 순간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진 원장님, 여기 편지가 왔습니다.”진예원은 미간을 찌푸렸다.“누가 보낸 거죠?”“어느 한 로펌에서 온 것 같았습니다.”진예원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로펌에서 저한테 뭘 보낸 거죠?”그녀가 나가자 주방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심도 없는 인간! 벌어들이는 돈이 그렇게 많으면서 아이들한테 이딴 음식을 먹이다니!”“생선에 가시가 많긴, 연어랑 고등어에 가시가 많으면 얼마나 많다고 저러는 거죠? 닭고기가 좋긴 개뿔, 닭고기가 제일 싸니까 저러는 거잖아요!”“제 친척도 여기로 아이를 보내겠다고 하더라고요. 평판이 좋다면서 말이죠. 제가 여기서 일해보지 않았으면 저도 마냥 좋은 줄로만 알고 있었을 거예요. 과일이든, 채소든 전부 상한 싸구려만 사게 하고 말이죠. 썩은 딸기도 칼로 썩은 부분만 베어서 아이들한테 먹이고, 정작 본인은 집에서 비싸고 신선한 딸기만 먹고 말이에요!”“됐어요, 그만 해요.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하죠. 저희 같은 사람이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9화

    신하리는 말하며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 “저 정신병 있는 거 다들 아시죠?”그 말에 사람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얼마 전, 신하리가 한 드라마 촬영 중 현장에서 갑자기 귀신에 쓰인 사람처럼 아무런 안정장비도 하지 않은 채 6미터가 넘는 곳에서 뛰어내려 뼈가 부러진 사건이 있었다. 다들 신하리에게 왜 뛰어내렸냐고 묻자 그녀는 아래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그러나 당시 상황을 증명해 줄 동영상은 없었고 그 사건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처럼 듣고 지나보냈었지만 지금 신하리의 입으로 직접 그녀에게 정신병이 있다고 말하니 그때의 사건을 떠올린 사람들은 순산 오싹함을 느껴야 했다. 이건 분명한 경고였다. 마치 난 심신이 미약한 사람이라 너에게 정말 염산을 뿌려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으니 내 말을 장난으로 가볍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신하리의 등장으로 [아기 고양이]의 라이브 방송의 인기는 더 뜨거워졌다. 댓글에도 다양한 의견이 더 많아졌다. [사랑에 눈이 먼 연예인 1위! 보상은 산에서 산나물 캐기 18년!][신하리 미친 거 아녜요? 이렇게 대놓고 협박이라니.][면전에 협박하는데 아직도 신고하지 않는다고? 증거가 없는 거야, 아님 애초부터 한열을 모함하고 있었던 거야?][성추행을 한 사람도 경찰서에 신고했는데 당한 사람은 대체 뭐가 무서워서 신고하지 않는 거야.][지난번에 스스로 신고한 인간은 아직도 감옥에서 사회봉사 중이예요.][만약 지금 당장 신고한다면 전 아기 고구마 말을 믿을 거예요. 계속 이런 식으로 수작을 부리는 건 오히려 한열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작당 모의에 더 가까워 보여요.][지금 루머를 퍼뜨리는 건 너무 쉬운 일이 됐어요. 스크린샷 몇 장이면 바로 스토리를 짤 수 있으니까요.]여론이 점차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멀어지자 [아기 고구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지금 저 협박하시는 거예요? 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8화

    신하리의 라이브 방송 연결 요청에 [아기 고구마]가 잠시 멍해졌다. 무의식적으로 옆을 바라보던 그녀가 곧 시선을 돌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 미세한 행동을 포착하지 못했지만 한현진에겐 들키고 말았다. [아기 고구마]는 혼자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 듯 했다. 그녀의 옆에는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궁금증 해소를 위해 모인 사람들과 진실 규명을 바라는 팬들이 미친 듯이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겁쟁이! 네가 그러고도 무슨 남자야! 사건이 터지면 뒤로 물러나 여자친구가 나서서 모든 걸 감당하게 하다니. 네 팬이었다는 게 너무 후회돼!][끼리끼리는 과학이라잖아요. 한열이 이런 쓰레기라면 신하리도 그리 좋은 인간은 아니지 않겠어요? 연결해요. 뭐라고 하는지 들어나 보죠.][언니! 얼른 입도 벙긋 못하게 증거를 뿌려버려요. 저런 인간은 아이돌을 할 자격이 없어요.][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난 영원히 한열을 믿을 거야!][덕질에 도덕 같은 건 중요하지도 않나보네.]...[아기 고구마]는 사람들의 부추김에 신하리와 라이브 방송을 연결했다.신하리의 모습이 라이브 방송 화면에 나타나자 카메라는 신하리의 얼굴을 향해 바짝 다가갔다. 후드 차림에 화장도 하지 않은 신하리가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그쪽 대신 경찰에 신고했어요. 얼른 오세요.”카메라가 홱 회전하며 한주 용하구의 경찰서 대문을 비췄다. 그에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순간 멍해졌다. ‘신하리, 미친 거야? 어제 저녁에도 한열 대신 해명해주더니.’[아기 고구마]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 전 신고한다고 안 했어요.”신하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한열이 그쪽을 성추행했다면서 신고를 안 해요? 성모 마리아세요? 방송으로 울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것보다 신고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어요? 경찰은 그쪽을 도와줄 수 있는데도 싫다고요?”네티즌들도 신하리의 말을 따라 댓글을 남겼다. [맞아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7화

    알겠다고 대답한 한현진이 전화를 끊기 전 호기심을 못 이겨 물었다. “오빠, 문채영 씨와는 어떻게 됐어요?”멈칫한 송민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강한서 그 자식 혹시 네 옆에 있어?”한현진이 움찔하며 옆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가로젓는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가볍게 목을 가다듬은 한현진이 대답했다. “아뇨. 샤워 중이예요.”송민준이 한현진의 말을 믿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개의치 않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걔한테 내 말 똑바로 전해. 다음에 또 이렇게 입을 가볍게 놀렸다간 내가 그 입을 꿰매 버릴 거라고.”강한서: ...그 말에 한현진이 어색하게 하하, 웃어버렸다. “사실 강한서는 별말 안 했어요...”송민준은 더는 아무 말 없이 일찍 쉬라는 인사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송민준의 얼굴이 공개된 후, 한열의 바람 스캔들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사람들도 점차 한현진이 한열의 사촌누나라는 사실을 믿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열의 성추문은 여전히 일파만파 퍼져나갔다.한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의 페이스북 계정은 [아기 고구마]였다. 이 계정은 피드를 올릴 때마다 다음 업로드 시간을 예고하며 다음엔 마치 증거를 공개할 것처럼 사람들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에 [아기 고구마] 계정의 팔로워는 점차 늘어갔다. 하지만 예고와는 달리 매번 터무니없는 사실들만 업로드 했고 그 피드의 내용으로는 한열이 여자 연예인을 성추행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계정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았다.하룻밤 사이, 한열의 팔로우는 십만 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한열의 회사 측에서는 변호사가 작성한 소장을 공개하며 이미 경찰에 신고를 마쳤고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찾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한열의 회사에서 소장을 공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고구마]도 페이스북에 점심 열두시부터 라이브 방송으로 빼박 증거를 공개해 한열과 직접 맞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에 네티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6화

    말을 아끼던 윤명훈이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계약 해지 때문에 문제가 좀 있어서요. 회사에서는 쿨하게 한열을 보내줄 마음이 없거든요.”그가 한현진에게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한현진도 알 수 있었다. 윤명훈은 똑똑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한열이 아직 취해 있는 지금 그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은 채 윤명훈은 한현진에게 모든 걸 털어놓을 리가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제가 잠시 후 해명글을 올릴게요. 명훈 씨는 신하리 씨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쓸데없는 기사들 처리해 달라고 연락하세요. 제가 변호사를 선임해 보내드릴게요.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해요.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해명하기 어려워질 거예요.”한열의 바람 스캔들을 터트린 건 그저 페이크에 불과했다. 성추문으로 한열에게 흙탕물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적이었다.만약 한현진이 한열의 회사 대표였다면, 자신의 두 손으로 탑급의 자리까지 올린 아이를 이렇게 쉽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사 계약을 해지 한다고 해도 한열의 빛을 어느 정도는 계속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의 한열은 신하리라는 충무로 연기파 배우의 인맥까지 갖고 있으니 앞으로 어느 정도로 발전할 수 있는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굳이 이렇게까지 끝장을 볼 이유는 없었다. 연예계에게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적은 없는 법이었다.그러니 이번 일은 오히려 누군가 한열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해 꾸미고 있는 일 같았다. 전화를 끊은 한현진은 세남매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업로드 했다. 다만 송민준의 눈은 모자이크 처리했다.[저희 오빠와 사촌 동생이 그렇게까지 닮은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신하리]사진 속에서 한현진은 가운데 서 있었고 그녀의 왼쪽엔 송민준이, 그리고 오른쪽엔 한열이었다. 막내 동생인 한승은 아예 잘라버린 후 사진을 업로드 했다.비록 송민준의 눈을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지만 하관만 보아도 한열과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닮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5화

    [두 여배우 모두 연기력이 그렇게 뛰어나면서, 대체 얼마나 보는 눈이 없어야 한열을 좋아할 수 있는 거지?][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한열도 미남상이긴 하잖아.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지만.][세 사람 같이 촬영했었잖아요. 한현진이 한열과 신하리가 사귀는 걸 몰랐을까요? 이건 뻔히 알면서도 만난 거잖아요.][살려줘! 나 한현진 정말 좋아한단 말이야. 전에 햇살 유치원 사건 때문에 엄청 호감이었는데. 봄의 연인의 중전마마 역도 완전 잘 소화했었다고. 대체 바람은 왜 핀 거야. 연예계에 사고 안 치는 연예인이 있긴 한 거야?] [두 여신을 동시에 만나다니. 한열, 능력도 좋아. 지까짓게 뭔데...] [한열은 신하리에게 빌붙으려는 목적이었던 거예요. 지금 소속사와 계약 해지를 준비 중이예요. 회사에서도 전혀 신경 안 쓰고 있고요. 신하리가 아니었으면 한열 주제에 어떻게 유명 감독에게 캐스팅 될 수 있었겠어요. 정말 어떻게든 여자 덕 좀 보겠다고 애쓰네.]아래의 댓글들은 더 이상 눈을 뜨고 볼 수도 없었다. 대부분은 그들을 욕하는 악플이었다. 한열과 신하리의 공개 연애에 대해 두 사람의 팬들은 자신의 배우가 아깝다며 강력한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한 후부터 양측의 팬들은 줄곧 다툼을 이어왔다. 두 사람의 커플 팬계정인 [이열치열]은 팬들의 감정 쓰레기통 같은 곳이 되어버려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한열은 열애 인정으로 회사와 갈등을 빚어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회사 측은 말도 안 되는 루머를 퍼뜨렸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었던 터라 잠깐의 파장을 일으킨 후 곧 사그라들었다. 공개 연애 후 꽤 빠른 속도로 떨어지던 한열의 인기는 요즘 다시 천천히 오르고 있는 추세였다. 회사 측에서 밀어주던 신인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한열의 뒤를 이어받아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그 때문에 회사 측은 화가 치밀었다. 그러니 한열이 바람 폈다는 기사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4화

    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지금 예능부 기자 채용 문턱이 이 정도로 낮아진 거야? 두 눈이 멀어도 기자로 활동할 수 있나봐?”진윤: ...‘우리 여신님 사석에서는 이렇게 독설을 날리는 사람이었어?’휴대폰 너머에서 한참을 듣고 있던 차미주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 사진 너와 한열 아니야?”한현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건 나랑 오빠야.”“하지만 이 사진들은 정말 한열과 비슷해 보여. 게다가 네 오빠가 운전한 거 한열 차 아니야?”한현진은 그날 송민준이 운전한 차를 눈 여겨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정말 한열의 차를 운전하고 온 거라면 파파라치가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다시 페이스북을 다운로드 받고 인기 검색어를 확인한 한현진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연예 부문의 인기 검색어의 TOP 5는 전부 한열의 바람에 관한 이슈가 차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꽃뱀, 이열 커플 사이에 끼어들다], [이열 커플, 결별 위기 스크린 밖에서도 삼각관계], [한열 살아있네], [찐사랑을 못 숨겨] 등이었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검색어들이 가득 했다. 한현진이 페이스북에 로그인하자 수백 개의 DM과 십만 개가 넘는 댓글이 쏟아졌다.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신하리와 한열 두 사람의 팬들의 남긴 수많은 욕이거나 일반 네티즌의 호기심에 가득한 댓글일 것이 분명했다. 인터넷이 얼마나 필터 없이 악랄한 글로 난무한 곳인지 잘 알고 있는 한현진은 아예 댓글을 확인하지도 않고 뉴스피드로 들어갔다. 한열과 한현진의 기사는 두 시간에 터졌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각 마케팅 계정에서는 이미 타임 라인까지 정리한 피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현진은 관련 피드를 대충 훑었다. 마케팅 계정의 분석에 의하면 한열과 신하리는 [살의] 촬영 이전에 이미 사귀기 시작했고 송민영이 하차된 후 한열이 자신의 여자친구인 신하리를 여주인공으로 추천했으며 영화 홍보 현장에서의 친밀한 스킨십 사진이 폭로되어 어쩔 수 없이 공개 연애를 택한 것이었다. 그 계정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3화

    한현진은 반나절이 걸려서야 일의 자초지종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쩐지 지난번 홍혜림 씨 사건이 있었을 때 왜 진윤 씨가 갑자기 나타나 상황을 반전시키나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거잖아.’순간 한현진은 뻘쭘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방금 전화를 받고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입도 벙긋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윤의 말처럼 이건 정말 비열한 짓이었다. 유치한 강한서가 벌일 만한 일이 맞긴 한 것 같았다. 강한서 본인 역시 이번 일은 너무 얍삽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어쩌다 아이를 달래주었다.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이라고 해. [정상에서]에서 지금 자체 테스트 중인 스킨 한 세트 줄게. 어때?”진윤이 작게 울먹이며 말했다. “스킨 세 세트?“강한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와중에 딜을 하는 걸 보니 그리 큰 상처를 받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세 세트 전부 줄게.”진윤이 곧바로 울음을 멈췄다. 절판되어 더는 살 수 없는 게임 스킨과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여신 중 아무리 바보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래요. 제가 오해한 거라고 하죠.”말하며 한현진을 쳐다보던 진윤은 여전히 아쉬워하며 말했다. “현진 누나,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셨어요. 남자 때문에 손에 넣었던 트로피도 놓칠 수가 있어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결혼이 커리어 영향주지 않아. 이간질 하려고 하지 마.”“형님은 남자니까 당연히 영향을 안 받으시겠죠.”강한서에게 농락을 당한데다 하루아침에 구닥다리에게 여신을 뺐긴 진윤은 누구보다 빨리 흑화 했다. “결혼하면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요. 어떤 유명한 감독이 임산부를 캐스팅하려고 하겠어요. 제일 예쁠 나이를 남편과 아이에게 바치면 나중에 아이가 클 때쯤엔 본인의 레전드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요. 제가 다 아쉬워서 그래요. 너무 불공평해요.”비록 진윤은 그저 이간질을 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은 현실이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의 커리어엔 고난과 역경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2화

    한현진: ?강한서가 들고 있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차미주의 목소리였다. “현진아! 너 내연녀가 되어버렸어. 게다가 그 상대가 네 사촌 동생이래.”강한서: ?강한서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전여친, 현여친이 뭐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게다가 이 목소리, 왜 이렇게 귀에 익은 거지?’“저... 저기 혹시 전화 잘못 하신 거 아녜요?”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곳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 현진 누나?”한현진이 멍해졌다. ‘날 알아?’“네. 제가 한현진이예요. 누구세요?”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는 그저 조금 흥분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무슨 일이야?”진윤이 이를 악물었다. “방금 전화 받은 사람 누구예요!”강한서가 말했다. “내 와이프.”“그럴 리가 없어!”진윤이 바득 이를 갈았다. “이 사생팬 같은 아저씨가! 혹시 일부러 날 속이려고 옆에 성대모사하는 분이라고 모셔놓은 거 아녜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유치한 인간인 줄 알아? 그리고 현진이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거짓말 좀 그만 해요. 현진 누나는 지금 그 티베탄 마스티프와 데이트하는 중이라고요. 만약 누나가 정말 형님 와이프라면 형님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누나가 딴 남자와 데이트하는 걸 지켜볼 수 있어요?”더 이상 진윤을 대꾸하기 귀찮았던 강한서가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 몇뿐 후, 휴대폰 화면으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여신과 딱 붙어 앉아있는 전남편 형님을 확인한 진윤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현진은 휴대폰에 비춰진 진윤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윤 씨가 강한서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진윤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어댔다. “거짓말쟁이! 뻔뻔한 인간! 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1화

    유난히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한 현지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멍청하게 나온 것 같다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강한서는 굳이 자신이 찍겠다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한현진이 눈을 실룩거렸다. “네가 사진을 찍겠다고? 168cm인 나를 138cm로 만들어 버리는 네가? 강 대표님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강한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실력이 그렇게 별로야?”한현진이 말했다. “쌀을 뿌린 휴대폰을 닭이 부리로 쪼아도 내가 찍은 것 보단 낫다고 할 수 있어.”왠지 수치를 당한 것 같은 기분에 강한서가 이를 악 물면 말했다. “그럼 난 왜 우리가 데이트했을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밤새도록 보고 있었던 거야?”강한서가 괜히 그 얘기를 꺼낸 탓에 잊혀 가던 한현진의 기억이 문득 돌아왔다.“사진을 보면서 넌 그저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날 설득 하지 않는다면 호텔 앞에서 바로 너와 싸우 버릴 것 같았거든. 내 외모에,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각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하셨는데 넌 대체 어떻게 날 사실 눈으로 찍을 수 있었던 거야?”강한서: ...“사시눈... 처럼 나왔어?”한현진이 일을 악물었다. “내가 뛰어다니는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니까 유체 이탈한 것처럼 찍어줬잖아! 내가 피드를 업로드할 때 실수로 그 사진까지 넣었더니 애들이 나한테 대체 어디서 이런 심령사진을 찍었냐고 물었었어.”“...”활활 타오르던 강한서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어쩌다 가끔... 몇 십 장뿐이었잖아.”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하.”뭔가를 말하려던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어린 아이가 옆에 쭈그려 앉아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아직 더 놀 거예요? 저희 잠깐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어린 라이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한현진: ...창피함에 고개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