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55화

Auteur: 임공
그 한마디가 소미의 뇌리에 박혔다.

‘그래... 아직 끝난 거 아니야. 난 아직 포기할 수 없어.’

‘그리고... 내 손에는 아직 남은 패도 있으니까.’

그 순간, 눈물이 뚝 그쳤다.

“늦었네, 이만 올라가서 쉬자.”

“네...”

모녀는 서로의 팔짱을 끼고 계단을 향해 걸었다.

하지만 발밑을 가득 메운 아기용품들에 막혀 걸음을 멈췄다.

“쳇!”

장미리는 갑자기 발길질하기 시작했다. 박스를 몇 번이나 세게 차도 성에 안 찼다.

“네 아빠, 병에 걸리더니 이젠 정신까지 나갔나 봐. 죽기 전에 후회한들 뭐가 달라지니?”

“엄마.”

소미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조용히 말했다.

“아빠, 병 걸리고 나서 좀 달라졌잖아요. 너무 방심하지 마세요.”

“왜?”

장미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그 몸 가지고 바람이라도 피울까 봐서 그래?”

“그게 아니라...”

소미는 고개를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저는 지시연이랑 지우주 쪽이 걱정돼요.”

장미리는 단번에 그 의미를 알아챘고,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너 지금... 그 둘한테 돈 줄까 봐 걱정하는 거야?”

“네.”

소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마, 이 집안의 돈은 엄마가 잘 관리해야 해요. 아빠가 몰래 두 사람한테 뭔가 주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요.”

“네 아빠 감히...?”

장미리는 눈을 부라리며 이를 악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이 집을 십수 년 동안 지킨 사람이야. 내가 그런 허튼 꼴 당할까 봐?”

“아니면 다행이고요.”

금요일.

오늘은 고상훈의 수술 날이었다.

아침 일찍, 유건과 시연은 병원에 도착했고, 모든 수술 전 준비는 이미 마무리된 상태였다.

고상훈은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채 병상에 앉아 있었고, 유건은 곁에서 말벗이 되어주고 있었다.

시연은 수술 준비 때문에 밖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할아버지.”

유건이 고상훈의 손을 꼭 잡았다.

오히려 고상훈보다 손자의 얼
Continuez à lire ce livre gratuitement
Scanner le code pour télécharger l'application
Chapitre verrouillé

Related chapter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56화

    시연은 유건을 조심스럽게 놓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나중에 봐요.” “응.” 그녀는 뒤돌아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 두꺼운 문이 서서히 닫히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밖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유건은 처음으로, 시간이 이렇게까지 더디게 흐르는 걸 느꼈다.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 곧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 지한이 다가와 조심스레 말했다. “형님, 수술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잠깐 뭐라도 드시죠.” 하지만 유건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안 먹을래.” 진심이었다. 그는 무언가 먹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고도의 긴장 상태에서는 배고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유건은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눈썹을 깊게 찌푸렸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시연이가 분명... 이번 수술은 양석현 교수가 직접 지도하는 거고, 큰 수술이 아니라고 했었는데...’‘잘만 되면 정오쯤이면 끝날 거라고... 그런데 지금이 몇 시지?’ 벌써 12시를 넘겼다.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유건의 가슴이 조여들기 시작했다. 그는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불안하게 걸음을 옮겼다. 지한과 다른 이들도 그 모습을 지켜봤지만,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고 또 흘렀다. 결국 한 시간 반이 지나, 오후 두 시가 가까워질 무렵 수술실 문이 열렸다. “할아버지!” 유건은 누구보다 먼저 뛰어갔다. 지한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 간호사가 밀고 나온 수술대 위, 고상훈은 조용히 누워 있었고, 팔에는 아직 링거가 꽂혀 있었다. 곧이어 양석현 교수가 마스크를 벗고 나왔다. 그는 유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고 대표님.” “교수님...” “수술은 아주 잘 됐습니다.” 양석현은 침착하게 말했다. “다만 어르신의 회복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 48시간 정도는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큰 문제가 없다면, 그 후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57화

    탈의실 한가운데엔, 의료진이 환복할 때 앉는 나무 벤치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 시연이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의식을 잃은 듯,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유건은 물론, 함께 들어온 간호사도 깜짝 놀랐다. “지 선생님, 왜 이러시죠?” “여보!” 유건은 단숨에 뛰어 들어가 무릎을 꿇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간호사님, 당장 의사 좀 불러주세요! 제 아내는... 임신 중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간호사가 급히 뛰쳐나가려던 찰나, 유건의 품에 안긴 시연이 눈썹을 찌푸리며 낮게 신음을 흘렸다. “으...음...” 유건은 얼떨떨했다. ‘여보...?’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희미한 눈빛으로 유건을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탈의실이었다. “여긴...? 당신, 어떻게 들어왔어요?” ‘설마 이젠 수술실까지 침입하는 건가? 이 사람...?’“정신 좀 들어?” 유건은 대답 대신 그녀를 꼭 안은 채 그대로 걸어 나가려 했다. “어디 불편해? 쓰러질 때 부딪힌 데는 없어?” “어...어어?” 시연은 놀라 입을 벌렸다. “쓰러졌다고요?” 그가 그렇게 오해하고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아... 이건 완전한 착각이잖아.’“내려줘요.” 시연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난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쓰러졌잖아.” “아니, 쓰러진 게 아니라...” 결국 시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너무 피곤해서 잠들었어요.” 이번 수술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긴 했지만, 시연은 끝까지 버텼고, 체력이 바닥나 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옷을 갈아입으려다 잠시 벤치에 앉았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던 거였다. “진짜예요. 그냥 잠들었어요.” “잠든 거라고?” 유건은 여전히 믿지 못한 얼굴이었다. “나, 당신 생각만큼 그렇게 허약하지 않아요. 수술 끝났다고 바로 기절하는 스타일 아니라고요.” 옆에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58화

    “들어가시죠.” “응.” 여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밀어 열었다. 방 안엔 이미 두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말라보였지만, 한 명은 비대한 체격. 여자가 들어서자, 두 사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중 마른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현금은, 가져왔지?” 여긴 이태길, G시에서 알아주는 암시장이자, 세상에 드러나선 안 될 모든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었다. 이곳의 규칙은 단 하나. 오직 현금을 이용하는 것.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말했다. “응.” 그녀는 미리 준비해 온 여행용 가방을 들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마른 남자가 옆의 뚱뚱한 남자를 흘끔 보더니, 둘이 함께 다가와 가방을 열었다. 현금다발을 일일이 확인한 뒤, 이상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가 시킨 일, 내용은 다 이해했어.” “좋아.” 여자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끝나는 대로 여기서 다시 만나자. 그때 잔금을 줄게.” “거래 성사.” 이 말을 마친 여자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모자챙이 벗겨져, 바닥에 떨어졌다. 놀란 여자가 허둥지둥 줍기 전에, 마른 남자가 손을 뻗어 먼저 집어 들었다. 그리고 씩 웃으며 내밀었다. “여기.”여자는 얼른 모자를 받아서 들었지만, 남자가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시선에 온몸이 오싹해졌다. “뭘 그렇게 봐?” “아, 그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서. 우리... 예전에 본 적 있나?” “아니거든.” 여자는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뱉고, 단숨에 자리를 떠났다. ‘기분 나빠...’ 한시도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 자리를 벗어나 골목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타는 순간까지,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거칠게 숨을 몰아쉰 그녀는 전혀 생각지 못한 듯했다. ‘설마 했는데... 이 암시장에서 잡은 놈들이 그 둘일 줄은 몰랐네.’ ‘하마터면... 들킬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59화

    시연은 온몸이 찌릿하게 굳었고,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로얄호텔... 그날 밤... 그 남자...’ 애써 잊으려 했지만, 그건 분명 시연의 가슴 깊숙이 박힌 가시였다.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찔림. 그런데 소미가 지금 그걸 언급했다. ‘무슨 뜻이지? 설마... 뭔가 알아낸 거야?’ 시연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고, 소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너, 뭘 안다는 거야?” 시연은 숨을 참으며 다그쳤다. “그날... 그 남자, 누구야?” [진정해.] 소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나, 지금 강울대 뒷골목에 있어. 우리 잠깐 만나자. 내가 아는 걸 다 말해줄게.] “좋아.” 시연은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근무 중 자리를 비우는 그녀를, 기환이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소미가 보낸 주소를 따라, 시연은 강울대 후문 쪽에 있는 한 중식당으로 갔다. 물론, 식사하러 가는 건 아니었다. 그 식당엔 단독 룸이 있었고,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먼저 도착한 시연은, 소미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걸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기환은 무슨 일인지 몰라 식당 입구에서 대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미가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장소미 씨?” 기환은 의아해졌다. ‘설마 형수님이 만날 사람이 장소미 씨였어?’ “기환 씨.” 소미는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여기, 밀크티예요. 아까 주차하러 가는 길에 사 왔어요.” “아... 아니요, 전 괜찮습니다. 장소미 씨 드시죠.” “괜히 사 온 거 아니에요. 시연이도 있으니, 정기환 씨도 있을 것 같아서 석 잔 산 거예요. 안 드시면 그냥 버릴 수밖에 없는데요?” “그럼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기환은 어쩔 수 없이 받아서 들었다. “천만에요.” 소미는 환하게 웃은 후, 나머지 두 잔을 들고 룸 안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기환은 밀크티를 들고 복잡한 표정으로 생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60화

    “그 사람이 말이야, 그러니까... 응?” 소미가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이마를 짚었다.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왜 그래?” 시연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모르겠어...” 소미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지러워... 눈앞이 흐려...” “야...” 시연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하지만 곧, 그녀도 머리가 점점 무거워지고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지만 증상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쿵! 무거운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자, 소미가 이미 의식을 잃고 테이블 위에 고꾸라져 있었다. ‘뭐야 얘... 왜 이래?’ “야! 장소미...” 시연이 소미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정신 차려! 지금은 잘 때 아니잖아!” 하지만 그녀도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눈앞이 새까매져서 결국 소미처럼 테이블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룸 안은 조용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룸의 문이 열리고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하나는 뚱뚱한 남자였으며, 또 다른 하나는 마른 남자였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다가와, 각각 한 명씩 안아 들고 룸을 빠져나갔다. ...한편, 유건은 몇몇 임원들과 함께 소회의실에서 회의 중이었다. 그때, 지한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조용히 한쪽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통화 내용이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지한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는 곧장 유건의 뒤로 다가가,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장소미 씨가... 납치됐습니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유건이 즉시 손을 들어 회의를 중단시켰다. “일단 여기까지 합시다. 여러분, 각자 자리로 돌아가세요.” “네, 대표님.” 임원들은 빠르게 자리를 정리하고 회의실을 나섰다.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전화... 범인한테서 온 거야?” “예.” 유건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런 일이 또... CA국 쪽인가?’ ‘집사님이 이미 손을 썼을 텐데, 걔네가 아직도 움직일 여유가 있다고?’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61화

    지한은 유건의 싸늘하고 날카로운 얼굴을 바라보며, 감히 입을 뗄 수 없었다. 차는 묵묵히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기환이는?” 유건이 턱을 굳게 다물며 물었다. 지한은 바로 눈치를 챘고, 정기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기환이가... 연락이 안 됩니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큰일이다!!’ 기환마저 연락이 두절됐다는 건, 그 역시 무슨 일을 당했다는 뜻이었다. 좋게 생각하면 시연과 같이 있는 걸 수도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지한은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따로 떨어졌다면, 정말 골치 아파질 것 같은데...’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유건은 깊이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들어 부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하야, 나야.” 유건이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자, 지하는 단번에 파악했다. [시연 씨 쪽, 내가 대신 가달라는 거야?] 0.1초의 정적. “맞아...” 유건이 낮게 대답했다. [문제없어.]친형제 같은 사이, 부지하는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바로 이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근데... 진짜 이게 최선일까? 난 상관없지만, 같은 ‘구출’이라도, 내가 가는 거랑 형이 가는 거... 시연 씨 입장에서 보면 다르잖아.] 유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직접 가고 싶지만...’ 시연의 생명도 소중하고, 소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연은 자기 아내, 소미는 자신이 오랜 시간 찾아 헤매던 ‘나비 공주’... ‘두 사람 중 누구라도 잘못되면, 나는 미쳐버리고 말 거야.’ 냉정하게 따지면, 유건이 지금 있는 위치는 소미에게 더 가까웠다. 그렇다면, 시연을 부지하에게 맡기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유건은 이를 악물었다. “부탁할게. 나도 최대한 빨리 가서 너랑 합류할게.” [알겠어.] 더는 묻지 않고, 지하는 전화를 끊었다. 유건은 핸드폰을 내려놓고도,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차는 도착했고, 멈췄다. 눈앞에 펼쳐진 건 연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62화

    “으... 으으...” 소미는 마치 애벌레처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몸을 꿈틀거리며 문 쪽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유건 씨... 유건 씨... 저 여기 있어요, 여기요!”불과 몇 미터도 안 되는 거리... 그런데도 마치 하늘 끝만큼 멀게 느껴졌다. 그때, 소미는 갑자기 몸을 멈췄고, 눈물에 젖은 얼굴마저 굳었다. ‘뭐야, 이 냄새?!’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다.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며 고개를 홱 들었다. 창문 밖, 붉은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자의 눈이 순간 수축됐다. ‘불이야...? 불... 난 거야?!’ “으으... 으으으...!” 소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눈물이 흘러내리며, 얼굴 가득 공포가 번졌다. ‘왜? 왜 불이 난 거야?’ ‘나는 말도 못 하고, 손발도 묶여 있고... 이렇게 불 속에서 타 죽는 거야?’ “으... 으으...” 소미는 발버둥 쳤지만, 몸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바닥에 엎드린 채, 절망 속에 흐느꼈다. ...“형님!” 지한이 뛰어왔다. 사람들도 도착한 듯했다. “다 도착했습니다! 외곽부터 수색 시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좋아.” “형님!” 지한이 동남쪽을 가리켰다. “저기요! 불빛이 보여요! 불이 난 것 같습니다!” 그곳이었다. 유건은 즉시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지나쳤던 자리였다. “가자. 직접 확인하자.” “네!” 둘이 급히 현장으로 뛰어갔다. 이미 화염은 제법 커져 있었다.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불이 났다는 건, 누군가 이곳에 있었다는 의미였다. “당장 119에 신고해. 그리고 수색팀도 다 이쪽으로 불러. 샅샅이 뒤져야 해.” “알겠습니다!” 타닥타닥- 화염 속에서, 소미는 희미하게나마 유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이 번쩍 떠졌다. ‘고유건이야! 그 사람이 왔어!’ 소미는 다시 문 쪽으로 조금씩 몸을 기어갔다. 하지만 화염이 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63화

    “지한, 받아!” 지한이 반응할 틈도 없이, 유건은 품에 안고 있던 사람을 그대로 그의 쪽으로 넘겼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불 속으로 돌진했다. “형님!” 지한은 깜짝 놀라 외쳤다. ‘형님 지금 뭐 하시는 거야?! 위험하잖아!’ ‘장소미 씨 때문이라면 이해가 되는데... 이번엔... 또 왜?’ 유건이 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짙은 연기가 덮쳐왔다. “컥... 콜록, 콜록!” 그는 허리를 낮추며 바닥을 이리저리 뒤졌다. 이마엔 굵은 주름이 짙게 잡혔다. “대체 어디 떨어진 거야... 설마 못 찾는 건 아니겠지?”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멈췄다. 불꽃 속 어딘가에서 반짝이는 금속... 그것은 시연이 선물했던 그 라이터였다. 유건의 눈이 번쩍 빛났다. “찾았다!!” 망설임 없이, 그는 불길 속으로 팔을 뻗었다. “악...!” 뜨거운 열기와 불꽃에 살갗이 타들어 갔다. 고통에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유건은 멈추지 않았다.라이터를 움켜쥐고 몸을 돌렸고, 빠르게 밖으로 달려 나왔다. “형님!!” 밖에 있던 지한은 안절부절못했는데, 유건이 나오지 않으면 직접 들어갈 생각이었다. “괜찮으세요?!” 유건은 왼팔을 감싸 쥔 채,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손을... 좀 데었어. 병원 가야겠네.” “구급차 도착했습니다.” 소방대도 이미 현장에 도착했고, 주변은 소란스러웠다. 유건은 팔을 안고 걸음을 재촉하며 물었다. “사람은? 장소미 맞아?” 지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예, 그런데 상태가 좀... 안 좋습니다.” 유건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까는 너무 급해서 얼굴도 못 봤어...’ “어디 있어?” “저쪽입니다.” 소미는 이미 구급차에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고 있었다. 유건이 올라타자, 그녀의 상태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의식은 없이 링거와 산소 치료를 받는 소미.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왼쪽 팔과 아

Latest chapter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65화

    응급실에서 시연은 기본적인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생명 지표는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임신 중이었기에, 산부인과 전문의의 협진이 필요했다. 그 사이, 유건은 병실 밖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기환아.” “예, 형님.” 오늘 시연과 함께 있었던 사람이 기환이었기에, 유건은 그에게 반드시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말해봐.” 기환은 먼저 고개를 숙였다. “형님, 죄송합니다. 형수님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는 차분하게, 자신이 기억하는 전후 상황을 전부 설명했다. 그 얘기를 다 들은 유건은 눈썹을 깊게 찌푸렸다. “네가 마신 그 밀크티... 장소미 씨가 줬다고?” “네.” 기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방심했어요. 장소미 씨가 줬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의심도 안 했습니다.” 곧이어 서둘러 덧붙였다. “그런데요 형님, 이 모든 게 장소미 씨의 계략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장소미 씨도 누군가에게 이용당한 걸 수도 있어요.”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엔 소미를 의심하긴 했다. 하지만, 소미가 이런 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조금 전, 지한에게 들은 바로는 소미 역시 납치당했고, 시연보다 훨씬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건 그녀의 소행일 리 없었다. 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일을 꾸민 놈... 우리 쪽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어. 다친 사람들은 전부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야.’ ‘CA국... 그 사람들이 아니라면 또 누가?’ ‘아직은 뚜렷한 대상이 없는데...’ ‘할아버지가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으니, 날 흔들려고 이런 짓을 벌인 건가?’ ‘진짜 못된 놈들... 남까지 해치면서 날 압박하겠다는 건가?’유건이 보기에, CA국 사람들은 비열하고 비합리적인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들이 또 성공했다는 것. 지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64화

    기환은 곧장 환풍기로 향했다. ‘시간이 없어. 옷을 덮어드린 건 찰나의 시간을 끈 것일 뿐이야. 진짜 중요한 건... 여기서 빨리 나가는 거야.’ 기환은 환풍기 선을 확인한 뒤, 맨손으로 선을 잡아당겨 끊었다. 환풍기의 날개가 천천히 멈춰가는 것을 기다린 후, 바지 주머니에서 멀티툴 나이프를 꺼냈다. 그리고 곧바로 해체를 시작했다. 약 삼십 분이 지나자, 환풍기 전체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됐다.” 기환은 얼굴에 희미한 웃음을 띠며 시연에게 달려갔다. “형수님...” 그런데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시연이 뭐라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네? 형수님, 뭐라고요?” “유건 씨... 유건 씨...” 기환은 귀를 가까이 댔다. 분명히, 시연은 유건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형수님, 형님을 찾고 계신 거군요. 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모셔다드릴게요.” 그는 조심스럽게 시연을 안아 들었다. 시연은 의식을 잃은 채 그의 품에 몸을 기댔다. “춥...다...” 얼굴을 찡그리며 작게 신음했다. “아...” 기환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다정히 말했다. “이제 곧 나가요. 나가면 따뜻해질 거예요.” 하지만 그 순간, 시연이 갑자기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으... 으흑... 유건 씨... 추워요...” 기환은 더 당황했다. “형님을 곧 만나게 해드릴게요. 조금만, 조금만 더...”창고의 환풍구는 제법 큰 편이라 기환이 시연을 안고 움직이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하지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조금만 더... 천천히 가자. 형수님을 다치게 하면 안 돼.’ 그는 달팽이처럼, 아주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바깥으로 나아갔다. 다행히 환풍기 밖은 냉동창고 안처럼 춥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이젠 괜찮아질 터였다. 그때, 부지하가 사람들을 이끌고 도착했다. “전부 흩어져! 이 구역 전부를 샅샅이 뒤져! 땅을 파서라도 찾아내!” “네!” 지하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63화

    “지한, 받아!” 지한이 반응할 틈도 없이, 유건은 품에 안고 있던 사람을 그대로 그의 쪽으로 넘겼다. 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불 속으로 돌진했다. “형님!” 지한은 깜짝 놀라 외쳤다. ‘형님 지금 뭐 하시는 거야?! 위험하잖아!’ ‘장소미 씨 때문이라면 이해가 되는데... 이번엔... 또 왜?’ 유건이 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짙은 연기가 덮쳐왔다. “컥... 콜록, 콜록!” 그는 허리를 낮추며 바닥을 이리저리 뒤졌다. 이마엔 굵은 주름이 짙게 잡혔다. “대체 어디 떨어진 거야... 설마 못 찾는 건 아니겠지?”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멈췄다. 불꽃 속 어딘가에서 반짝이는 금속... 그것은 시연이 선물했던 그 라이터였다. 유건의 눈이 번쩍 빛났다. “찾았다!!” 망설임 없이, 그는 불길 속으로 팔을 뻗었다. “악...!” 뜨거운 열기와 불꽃에 살갗이 타들어 갔다. 고통에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유건은 멈추지 않았다.라이터를 움켜쥐고 몸을 돌렸고, 빠르게 밖으로 달려 나왔다. “형님!!” 밖에 있던 지한은 안절부절못했는데, 유건이 나오지 않으면 직접 들어갈 생각이었다. “괜찮으세요?!” 유건은 왼팔을 감싸 쥔 채,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손을... 좀 데었어. 병원 가야겠네.” “구급차 도착했습니다.” 소방대도 이미 현장에 도착했고, 주변은 소란스러웠다. 유건은 팔을 안고 걸음을 재촉하며 물었다. “사람은? 장소미 맞아?” 지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예, 그런데 상태가 좀... 안 좋습니다.” 유건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까는 너무 급해서 얼굴도 못 봤어...’ “어디 있어?” “저쪽입니다.” 소미는 이미 구급차에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고 있었다. 유건이 올라타자, 그녀의 상태가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의식은 없이 링거와 산소 치료를 받는 소미.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왼쪽 팔과 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62화

    “으... 으으...” 소미는 마치 애벌레처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몸을 꿈틀거리며 문 쪽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유건 씨... 유건 씨... 저 여기 있어요, 여기요!”불과 몇 미터도 안 되는 거리... 그런데도 마치 하늘 끝만큼 멀게 느껴졌다. 그때, 소미는 갑자기 몸을 멈췄고, 눈물에 젖은 얼굴마저 굳었다. ‘뭐야, 이 냄새?!’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다.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며 고개를 홱 들었다. 창문 밖, 붉은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여자의 눈이 순간 수축됐다. ‘불이야...? 불... 난 거야?!’ “으으... 으으으...!” 소미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눈물이 흘러내리며, 얼굴 가득 공포가 번졌다. ‘왜? 왜 불이 난 거야?’ ‘나는 말도 못 하고, 손발도 묶여 있고... 이렇게 불 속에서 타 죽는 거야?’ “으... 으으...” 소미는 발버둥 쳤지만, 몸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바닥에 엎드린 채, 절망 속에 흐느꼈다. ...“형님!” 지한이 뛰어왔다. 사람들도 도착한 듯했다. “다 도착했습니다! 외곽부터 수색 시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좋아.” “형님!” 지한이 동남쪽을 가리켰다. “저기요! 불빛이 보여요! 불이 난 것 같습니다!” 그곳이었다. 유건은 즉시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지나쳤던 자리였다. “가자. 직접 확인하자.” “네!” 둘이 급히 현장으로 뛰어갔다. 이미 화염은 제법 커져 있었다.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불이 났다는 건, 누군가 이곳에 있었다는 의미였다. “당장 119에 신고해. 그리고 수색팀도 다 이쪽으로 불러. 샅샅이 뒤져야 해.” “알겠습니다!” 타닥타닥- 화염 속에서, 소미는 희미하게나마 유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눈이 번쩍 떠졌다. ‘고유건이야! 그 사람이 왔어!’ 소미는 다시 문 쪽으로 조금씩 몸을 기어갔다. 하지만 화염이 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61화

    지한은 유건의 싸늘하고 날카로운 얼굴을 바라보며, 감히 입을 뗄 수 없었다. 차는 묵묵히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기환이는?” 유건이 턱을 굳게 다물며 물었다. 지한은 바로 눈치를 챘고, 정기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기환이가... 연락이 안 됩니다!”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큰일이다!!’ 기환마저 연락이 두절됐다는 건, 그 역시 무슨 일을 당했다는 뜻이었다. 좋게 생각하면 시연과 같이 있는 걸 수도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지한은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따로 떨어졌다면, 정말 골치 아파질 것 같은데...’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유건은 깊이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들어 부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하야, 나야.” 유건이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자, 지하는 단번에 파악했다. [시연 씨 쪽, 내가 대신 가달라는 거야?] 0.1초의 정적. “맞아...” 유건이 낮게 대답했다. [문제없어.]친형제 같은 사이, 부지하는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바로 이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근데... 진짜 이게 최선일까? 난 상관없지만, 같은 ‘구출’이라도, 내가 가는 거랑 형이 가는 거... 시연 씨 입장에서 보면 다르잖아.] 유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직접 가고 싶지만...’ 시연의 생명도 소중하고, 소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연은 자기 아내, 소미는 자신이 오랜 시간 찾아 헤매던 ‘나비 공주’... ‘두 사람 중 누구라도 잘못되면, 나는 미쳐버리고 말 거야.’ 냉정하게 따지면, 유건이 지금 있는 위치는 소미에게 더 가까웠다. 그렇다면, 시연을 부지하에게 맡기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유건은 이를 악물었다. “부탁할게. 나도 최대한 빨리 가서 너랑 합류할게.” [알겠어.] 더는 묻지 않고, 지하는 전화를 끊었다. 유건은 핸드폰을 내려놓고도,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차는 도착했고, 멈췄다. 눈앞에 펼쳐진 건 연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60화

    “그 사람이 말이야, 그러니까... 응?” 소미가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이마를 짚었다.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왜 그래?” 시연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모르겠어...” 소미가 고개를 흔들었다. “어지러워... 눈앞이 흐려...” “야...” 시연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하지만 곧, 그녀도 머리가 점점 무거워지고 시야가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고개를 세차게 흔들었지만 증상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쿵! 무거운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자, 소미가 이미 의식을 잃고 테이블 위에 고꾸라져 있었다. ‘뭐야 얘... 왜 이래?’ “야! 장소미...” 시연이 소미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정신 차려! 지금은 잘 때 아니잖아!” 하지만 그녀도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눈앞이 새까매져서 결국 소미처럼 테이블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룸 안은 조용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룸의 문이 열리고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하나는 뚱뚱한 남자였으며, 또 다른 하나는 마른 남자였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다가와, 각각 한 명씩 안아 들고 룸을 빠져나갔다. ...한편, 유건은 몇몇 임원들과 함께 소회의실에서 회의 중이었다. 그때, 지한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조용히 한쪽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통화 내용이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지한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는 곧장 유건의 뒤로 다가가,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장소미 씨가... 납치됐습니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유건이 즉시 손을 들어 회의를 중단시켰다. “일단 여기까지 합시다. 여러분, 각자 자리로 돌아가세요.” “네, 대표님.” 임원들은 빠르게 자리를 정리하고 회의실을 나섰다.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전화... 범인한테서 온 거야?” “예.” 유건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런 일이 또... CA국 쪽인가?’ ‘집사님이 이미 손을 썼을 텐데, 걔네가 아직도 움직일 여유가 있다고?’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59화

    시연은 온몸이 찌릿하게 굳었고,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로얄호텔... 그날 밤... 그 남자...’ 애써 잊으려 했지만, 그건 분명 시연의 가슴 깊숙이 박힌 가시였다.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찔림. 그런데 소미가 지금 그걸 언급했다. ‘무슨 뜻이지? 설마... 뭔가 알아낸 거야?’ 시연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고, 소미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너, 뭘 안다는 거야?” 시연은 숨을 참으며 다그쳤다. “그날... 그 남자, 누구야?” [진정해.] 소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나, 지금 강울대 뒷골목에 있어. 우리 잠깐 만나자. 내가 아는 걸 다 말해줄게.] “좋아.” 시연은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 근무 중 자리를 비우는 그녀를, 기환이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소미가 보낸 주소를 따라, 시연은 강울대 후문 쪽에 있는 한 중식당으로 갔다. 물론, 식사하러 가는 건 아니었다. 그 식당엔 단독 룸이 있었고,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먼저 도착한 시연은, 소미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걸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기환은 무슨 일인지 몰라 식당 입구에서 대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미가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장소미 씨?” 기환은 의아해졌다. ‘설마 형수님이 만날 사람이 장소미 씨였어?’ “기환 씨.” 소미는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여기, 밀크티예요. 아까 주차하러 가는 길에 사 왔어요.” “아... 아니요, 전 괜찮습니다. 장소미 씨 드시죠.” “괜히 사 온 거 아니에요. 시연이도 있으니, 정기환 씨도 있을 것 같아서 석 잔 산 거예요. 안 드시면 그냥 버릴 수밖에 없는데요?” “그럼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기환은 어쩔 수 없이 받아서 들었다. “천만에요.” 소미는 환하게 웃은 후, 나머지 두 잔을 들고 룸 안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기환은 밀크티를 들고 복잡한 표정으로 생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58화

    “들어가시죠.” “응.” 여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밀어 열었다. 방 안엔 이미 두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말라보였지만, 한 명은 비대한 체격. 여자가 들어서자, 두 사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중 마른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현금은, 가져왔지?” 여긴 이태길, G시에서 알아주는 암시장이자, 세상에 드러나선 안 될 모든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었다. 이곳의 규칙은 단 하나. 오직 현금을 이용하는 것.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말했다. “응.” 그녀는 미리 준비해 온 여행용 가방을 들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마른 남자가 옆의 뚱뚱한 남자를 흘끔 보더니, 둘이 함께 다가와 가방을 열었다. 현금다발을 일일이 확인한 뒤, 이상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가 시킨 일, 내용은 다 이해했어.” “좋아.” 여자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끝나는 대로 여기서 다시 만나자. 그때 잔금을 줄게.” “거래 성사.” 이 말을 마친 여자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모자챙이 벗겨져, 바닥에 떨어졌다. 놀란 여자가 허둥지둥 줍기 전에, 마른 남자가 손을 뻗어 먼저 집어 들었다. 그리고 씩 웃으며 내밀었다. “여기.”여자는 얼른 모자를 받아서 들었지만, 남자가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시선에 온몸이 오싹해졌다. “뭘 그렇게 봐?” “아, 그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서. 우리... 예전에 본 적 있나?” “아니거든.” 여자는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뱉고, 단숨에 자리를 떠났다. ‘기분 나빠...’ 한시도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 자리를 벗어나 골목을 빠져나와 차에 올라타는 순간까지,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거칠게 숨을 몰아쉰 그녀는 전혀 생각지 못한 듯했다. ‘설마 했는데... 이 암시장에서 잡은 놈들이 그 둘일 줄은 몰랐네.’ ‘하마터면... 들킬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57화

    탈의실 한가운데엔, 의료진이 환복할 때 앉는 나무 벤치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에 시연이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의식을 잃은 듯,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유건은 물론, 함께 들어온 간호사도 깜짝 놀랐다. “지 선생님, 왜 이러시죠?” “여보!” 유건은 단숨에 뛰어 들어가 무릎을 꿇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간호사님, 당장 의사 좀 불러주세요! 제 아내는... 임신 중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간호사가 급히 뛰쳐나가려던 찰나, 유건의 품에 안긴 시연이 눈썹을 찌푸리며 낮게 신음을 흘렸다. “으...음...” 유건은 얼떨떨했다. ‘여보...?’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희미한 눈빛으로 유건을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탈의실이었다. “여긴...? 당신, 어떻게 들어왔어요?” ‘설마 이젠 수술실까지 침입하는 건가? 이 사람...?’“정신 좀 들어?” 유건은 대답 대신 그녀를 꼭 안은 채 그대로 걸어 나가려 했다. “어디 불편해? 쓰러질 때 부딪힌 데는 없어?” “어...어어?” 시연은 놀라 입을 벌렸다. “쓰러졌다고요?” 그가 그렇게 오해하고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아... 이건 완전한 착각이잖아.’“내려줘요.” 시연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난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쓰러졌잖아.” “아니, 쓰러진 게 아니라...” 결국 시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너무 피곤해서 잠들었어요.” 이번 수술을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긴 했지만, 시연은 끝까지 버텼고, 체력이 바닥나 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옷을 갈아입으려다 잠시 벤치에 앉았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던 거였다. “진짜예요. 그냥 잠들었어요.” “잠든 거라고?” 유건은 여전히 믿지 못한 얼굴이었다. “나, 당신 생각만큼 그렇게 허약하지 않아요. 수술 끝났다고 바로 기절하는 스타일 아니라고요.” 옆에

Découvrez et lisez de bons romans gratuitement
Accédez gratuitement à un grand nombre de bons romans sur GoodNovel. Téléchargez les livres que vous aimez et lisez où et quand vous voulez.
Lisez des livres gratuitement sur l'APP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