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뱃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나는 양이서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애원했다.

“어머니, 이 아이는 어머니의 손자예요! 제발 이 아이를 살려주세요...”

결혼 후 처음으로 그녀를 어머니라 불렀다. 그저 내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양이서는 비웃으며 말했다.

“네가 이런 짓을 하고도 나를 엄마라고 불러? 내 아들이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바람을 피우고, 그걸로 모자라서 사생아까지 가진 거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바람을 피우지 않았어요. 그 영상은 조작된 거예요. AI 얼굴 합성 기술로 만든 거라고요.”

양이서는 내 얼굴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쳇! 나를 속이려고. 무슨 얼굴 합성이라니, 그런 건 들은 적도 없어!”

“게다가 그 영상은 내 딸이 보내준 거야. 그런 걸 거짓으로 보낼 리가 없잖아!”

문득, 과거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시누이의 아이가 일부러 내 낮잠을 방해해서 내가 그 애를 쫓아냈고, 그 일로 인해 신영호는 시가와의 관계를 끊었다. 심지어 회사에서 일하던 매형까지 해고했다.

“시누이가 분명히 복수하려고 그런 거예요. 그 영상은 일부러 조작된 거라니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어머니는 다시 한 번 내 배를 걷어찼다.

“바람 피운 것도 모자라 이제 내 딸까지 모욕하겠다?”

그녀는 나를 거칠게 발로 차며 욕설을 퍼부었다.

“네가 이 집에 들어온 후로 영호는 너만 감싸고 돌고, 널 위해 어미도, 누이도 다 버렸어!”

나는 몸을 움츠리고 두 손으로 배를 꼭 감싸며 그녀의 욕설을 귀에 넣지 않았다.

항상 과학을 숭상했던 나는 신에게 기도하며 누군가 내 아이를 구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양이서의 다음 말은 내 희망을 완전히 깨버렸다.

양이서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얘 손발을 당기고 이 년이 아이를 지킬 수 없게 해!”

그 말을 들은 순간 네 명이 다가와 나의 움츠린 손발을 억지로 펴기 시작했다.

눈물은 눈가에서 흘러내렸고,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제발... 제발...”

양이서의 입술 끝에 미소가 떠오르더니 힘껏 발로 내 배를 짓밟았다.

“아!”

나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비명은 점점 더 강한 발질로 이어졌고, 내 몸은 마비될 정도로 아팠다. 나는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피! 피가 나고 있어...”

피가 내 하얀 드레스를 붉게 물들였고, 나는 아이가 내 배에서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피가 나자 그들은 마침내 나를 놓았다.

내 두 손은 겨우겨우 내 배에 닿았고, 눈물은 비처럼 쏟아졌다.

‘아기야, 엄마가 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를 원망하지 마.’

내 눈은 붉게 물든 채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 눈에는 뼈를 깎는 듯한 증오가 서려 있었다.

양이서와 그 일행의 악의에 찬 모습이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한 마디 한 마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양이서, 내가 반드시 너에게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양이서는 비웃으며 말했다.

“지금 네가 걱정해야 할 건 내 아들에게 너의 불륜과 임신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건지야. 그게 더 중요하지 않겠어?”

양이서가 손에 든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 그 화면에는 신영호의 이름이 떴다.

하지만 전화벨 소리는 바깥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때, 신영호가 짐을 끌며 피곤한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내가 보낸 임신 테스트기 사진을 보고 급히 돌아온 것 같았다.

양이서는 그 모습을 보고 전화기를 급히 끊고, 얼른 신영호에게 달려갔다.

“아들, 드디어 돌아왔구나.”

신영호가 들어서자마자 내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뜨며 달려왔다.

너무 급하게 다가와서 발을 헛디디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