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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Aвтор: 복덩이
“남자가 그래봤자 그게 뭐 가치 있는 거라고요?”

도민영은 강민아의 그런 말이 듣기 싫어서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딸은 갱년기라 사랑해 줄 남자가 없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강민아는 곧바로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이젠 강기성에게 연락하기도 싫었다.

“정아, 위층으로 올라가자.”

“엄마!”

앳된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강민아의 심장이 격하게 뛰다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았다.

정이가 고개를 돌리며 놀라서 외쳤다.

“민이?”

민이는 온몸을 만두처럼 감싸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목에는 고정기를 끼고 머리에는 털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평소에는 모자가 멋진 머리를 누른다고 싫어하다가 이젠 머리를 밀고 상처까지 생기니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했다.

아이의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하고 입술은 푸른색이었으며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헝겊 인형처럼 보였다.

“사모님.”

오소정이 민이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다급하게 강민아를 불렀다.

“민아, 왜 병원에서 나왔어? 괜찮아? 아직도 아파?”

아이들 간의 다툼과 경쟁은 정이에게 빠르게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지금 민이의 이런 모습을 보니 그저 민이의 몸 상태가 걱정될 뿐이었다.

민이가 그녀의 오빠가 아니라 학교의 평범한 반 친구라고 해도, 같은 반 친구가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 부닥친 것을 보면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이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민이의 시선은 오로지 강민아에게만 향해 있었다.

아이는 오소정에게 많은 돈을 주며 햇볕을 쬐러 산책하러 갈 때 강민아가 사는 동네로 데려다 달라고 사정했다.

민이는 이곳에서 강민아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강민아가 나타났을 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눈앞에서 사라지려는 강민아의 모습을 보자 그저 엄마를 잠깐 봤을 뿐, 말을 걸지 못했다는 생각에 불쑥 소리를 질렀다.

아이가 강민아를 불러도 강민아는 내내 뒤돌아보지도,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민이의 두 눈에 반짝이던 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정말 정광사 스님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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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강민아가 반하준과 이혼하고 정이만 데리고 나왔을 때야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강민아는 손을 움직이며 육성민이 반하준에게 다시 한번 주먹을 날리는 모습을 지켜봤다.반하준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순백의 벽에 끔찍한 흔적을 남겼다.강민아는 반용화에게 물었다.“선생님, 저 어떻게 찾았어요?”“여기 스프링 가든이야. 반하준이 네 집 맞은편에 집을 샀어.”강민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집을 언제 샀는데요?”“3일 전에.”강민아는 목구멍에서 울컥 역겨움이 밀려왔다.강나현에게서 반유하의 녹취록을 얻은 후 일부러 그녀에게 복수하려고 마음먹은 거다.그녀를 스프링 가든에 가둠으로써 마치 그녀가 집을 나가지 않은 것처럼 사람들 눈을 속이려고 했다.만약 그녀가 육성민의 경호원 없이 ‘시크릿’에 갔다면 그녀가 감금된 후 반하준은 육성민에게도 손을 써서 정이를 데려갔을 거다.반용화가 미간을 찌푸렸다.“이미 경찰에 신고했어.”이제 그는 자기 조카에 대한 혐오밖에 남지 않았다.강민아는 반하준이 다시 바닥에 쓰러져 턱을 따라 흐르는 피가 비싼 와이셔츠를 더럽히는 것을 보았다.사파이어 브로치는 진작 2, 3미터 떨어진 곳에 날아갔고 남자의 얼굴은 붉고 멍이 든 흔적이 가득했다.그는 볼품없이 한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그러면서도 여전히 고개를 들고 오만하게 눈을 치켜뜬 채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노려보았다.강민아가 반용화에게 물었다.“저를 납치한 지 얼마나 됐죠?”“두 시간.”“네.” 강민아가 대답했다.“사태가 심각하지 않고 사람을 다치게 한 것도 아니니 구치소에 들어가도 귀한 대접만 받겠네요.”오히려 육성민이 반하준을 적지 않게 다치게 했다.반하준은 바닥에 앉아 한 쪽 팔을 구부린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입꼬리를 말아 올린 그는 경찰서로 보내는 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랫동안 재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그깟 법 하나 모를까.강민아는 머릿속에 어떠한 생각이 떠올라 반용화에게 물었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7화

    반하준이 고개를 돌리자 문 밖의 하얀 빛이 휠체어에 앉은 남자의 실루엣을 비추었다.성큼성큼 들어오는 육성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순식간에 방 안의 공기를 집어삼켰다.반하준이 이제 막 몸을 일으키는데 육성민이 주먹을 휘둘렀고, 손을 들어 저항했지만 육성민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반하준은 프로 격투기를 배웠어도 힘에서 압도적인 재능을 자랑하는 육성민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육성민이 반하준의 복부를 펀치로 가격했고 반하준은 바닥에 쓰러졌다.바닥에 엎드린 그가 입을 벌리며 울컥 무언가를 뱉어냈다. 목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참으며 고개를 들자 육성민이 열쇠를 들고 강민아의 손목에 묶인 수갑을 풀고 있었다.반하준은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한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아픈 복부를 감쌌다.고개를 드니 휠체어를 탄 반용화가 눈앞에 와 있었다.남자는 찢어진 입술을 끌어올리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반용화, 이래도 저 여자한테...”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용화는 검은색 지팡이를 들고 반하준의 얼굴을 때렸다.5년 동안 반용화가 지팡이를 사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반하준을 때리려고 꺼내든 것이다.휘두르는 움직임이 크지 않았지만 단단한 나무 지팡이가 반하준의 얼굴에 얼음처럼 차갑게 부딪혔다.퍽!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반하준의 얼굴 한쪽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르며 부어올랐다.반용화는 발밑에 엎드린 개미를 바라보듯 그를 내려다보았다.“괜찮아?”반하준의 뒤에서 육성민의 걱정 어린 물음이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육성민의 훤칠하고 건장한 몸이 강민아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반하준의 목구멍에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육성민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강민아를 향한 그의 마음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당시 육성민은 풋풋했고 군대 훈련도 받고 작전에도 참여했지만, 고귀한 재벌가 후계자에 비하면 밑바닥부터 한 걸음씩 올라온 그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육성민이 강민아에게 남매 이상의 감정이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반하준은 적을 만났을 때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6화

    강민아는 힘겹게 말을 뱉어냈다.“반유하를 그렇게 만들어서 내가 얻는 게 뭔데?”반하준의 음침한 동공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죽을 줄은 몰랐겠지. 항상 널 괴롭혔으니까 그냥 한번 골려주고 싶었겠지.”강민아가 우아하게 눈을 흘기자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네가 인정 안 할 줄 알았어. 이 녹취록만 가지고는 절대 널 감옥에 보낼 수는 없겠지.”남자의 시선이 그의 손에 붙잡혀 억지로 고개를 든 강민아의 붉은 입술에 닿았다.그에게 온순하고 순종적이었던 시절도 잠시, 아이를 낳고 난 뒤부터 그녀는 온갖 수작을 부리며 그를 챙기지 않았다.“강민아, 난 너한테 뭐야? 네가 사는 집, 네가 타는 차, 매달 수억 원의 생활비까지 줬잖아. 근데 넌 나한테 쓰레기 음식이나 먹이고 싸구려 도시락을 회사에 가져왔어. 그러곤 내가 배탈이 날까 봐 끓인 차에 위장약을 탔지. 사모님 노릇 한번 편하게 하네.”눈을 깜박이던 강민아의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스쳐 지나가는 것도 잠시, 반하준은 그녀의 얼굴에서 그 어떤 당황스러움이나 부끄러움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오히려 그녀의 흑백이 분명한 맑은 눈동자는 희미한 웃음기를 머금었다.“세 번째 아이를 잃고 난 뒤엔 당신을 인간 취급도 하기 싫었어. 집안 음식과 살림은 내가 책임지는데 약으로 대머리를 만들 순 없잖아? 어르신이 민이를 정식 후계자로 삼을 때까지 몇 년만 참으려고 했어.”나른하게 흘러나오는 강민아의 목소리는 아주 가벼워 깃털처럼 날렸지만, 그게 반하준의 신경을 자극하며 사지를 휩쓸고 지나가는 아픔을 가져다주었다.그의 손끝이 미끄러져 강민아의 목을 움켜쥐었다.웃는 그의 선홍빛 얇은 입술이 어두운 밤의 뱀파이어처럼 광기를 띠었다.너무 똑똑한 여자는 독이 든 꽃과 같아서 쉽게 끌리지만 한번 건드리면 역으로 공격당한다.강민아와 결혼하기로 했을 때 할아버지 반영식은 심각한 얼굴로 그녀가 적절한 상대는 아니라고 말했다.“저는 정략결혼보다 쉽게 통제할 수 있고 진심으로 나만 사랑하는 여자를 원해요.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5화

    강민아는 우경아를 만나러 가기 전 육성민에게 이를 알렸다.그녀 혼자 우경아를 만나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육성민은 경호원 몇 명을 시켜 그림자 속에서 강민아를 보호하도록 했다.그때 주차장을 지키던 경호원들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누군가 타더니 곧바로 검은색 리무진이 그 앞에 멈춰 서는 것을 보았다.마스크를 쓴 남자가 의식을 잃은 강민아를 업고 밖으로 나갔다.경호원들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즉시 달려갔지만 이미 늦었다.검은색 리무진이 차에 던져진 강민아를 태운 채 빠르게 출구로 달려갔다.“강민아 씨가 납치되었다. 지원 바람!”경호원이 무전기를 통해 다른 동료들에게 외쳤다.그들 중 한 명이 차를 몰고 뒤를 쫓아가는데 갑자기 다른 차가 달려와 길을 막더니 순식간에 검은색 리무진은 도로 위 차량 사이로 사라졌다.정장을 차려입고 차 뒷좌석에 앉아 있던 반하준은 굳은 표정이었다.시트에 쓰러진 강민아는 남자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채 고운 새틴 같은 머리카락이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시선을 아래로 떨군 반하준의 얼굴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검은 눈동자는 기나긴 밤과 닮아 있었다.손을 뻗은 그는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강민아의 머릿결을 어루만지려는 걸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제지했다....강민아가 정신을 차렸을 땐 다소 추운 느낌에 몸을 살짝 떨었다. 눈을 떠보니 낯선 곳에 와 있었다.벽은 새하얗고 불빛은 어두웠으며 반하준은 그녀와 1미터 떨어진 의자에 앉아 있었다.남자는 몸을 숙여 팔꿈치를 허벅지에 올려놓은 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두 손을 깍지 끼고 있었다.강민아가 몸을 움직이자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그녀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린 반하준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무릎을 꿇고 두 손이 위로 묶인 강민아는 발에 우경아가 선물한 신발이 신겨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누가 신겼을까.’강민아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요란하게 팔을 움직였다.속박당하는 게 싫다. 쇳덩이가 부딪히는 소리에 그녀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그녀의 첫 양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4화

    아름다움은 그녀의 무기였고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영 그룹이 곧 그녀의 뒷심이었다.그런 사람과는 적이 되는 것도, 친구가 되는 것도 쉽지 않다.강민아는 손을 내밀어 그녀가 건넨 선물을 받아 들었다.“우 대표님 감사합니다. 주신 선물은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강민아는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최대한 존재감을 죽이며 웅크리고 있는 장기명을 차갑게 훑어보았다.우경아는 떠나는 강민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무도 그녀의 공세를 당해낼 수는 없다. 게다가 강민아는 7년 동안 주부로 살아온 여자가 아니던가.누군가 잘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겠지.우경아는 떠나기 전 장기명에게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언감생심 주제도 모르고 어딜 넘봐. 시간 있으면 가서 거울이나 봐.”우경아가 멀리 사라지고 나서야 외국인은 장기명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강민아라는 여자 반용화와 무슨 사이지?”장기명은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에 누워 있었다.“도운, 빨리 날 병원에 데려다줘!”도운이 거침없이 장기명의 어깨를 흔들자 그는 고통에 눈을 뒤집었다.“빨리 말해! 방금 당신이 매달리던 여자 반용화와 아는 사이지?”장기명은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부신 그룹 대표 전 와이프니까 당연히 반용화를 알겠지. 반용화 추천으로 고연대 영재반에도 들어갔는데.”장기명은 허리를 부여잡은 채 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왜, 그 여자가 마음에 들어? 내가 이렇게 맞은 건 안중에도 없고?”도운은 장기명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일어서서 강민아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그냥 낯이 익어서. 5년 전에 빠져나간 사람일 수도 있어.”“빠져나갔다니?”장기명은 그를 올려다보았지만 상대방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강민아는 우경아와 작별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로 들어간 뒤 휴대폰을 꺼내 심은호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민아 씨, 밖에서 다른 강아지 키워요?]그는 벽에 기대어 숨은 채 몰래 훔쳐보는 강아지 이모티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3화

    옆에 서 있던 외국인은 우경아의 고혹적인 외모에 매료되었다.우경아가 앞으로 다가가 장기명의 뺨을 때렸다.“어떤 개가 감히 시크릿을 함부로 돌아다녀? 여기가 아무 데나 똥오줌 싸는 곳인 줄 알아?”장기명이 반응하기도 전에 우경아는 그의 사타구니를 발로 찼다.“아악!”바닥에 털썩 쓰러진 장기명이 아우성을 질렀다.우경아는 칼 모양 케이스를 씌운 태블릿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손잡이' 부분을 잡고 태블릿을 칼처럼 사용하며 장기명의 머리를 내리쳤다.“감히 내 사람을 희롱해? 사는 게 지긋지긋하지? 이제 조상님 만나러 가.”장기명과 함께 있던 외국인은 나서서 말리고 싶었지만 우경아의 기세에 두 손을 든 채 한발짝도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애원하던 장기명은 30초가 지나자 통곡과 비명만 내질렀다.우경아는 바닥에 엎드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그의 가장 약한 부위를 세게 발로 찼다.장기명의 몸이 삶은 새우처럼 말리자 우경아는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다.그녀의 행동에 강민아는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었다.그러다 우경아는 외국인이 휴대폰을 집어 드는 모습을 발견하고 다가가 상대방의 휴대폰 화면 위로 자신의 명함을 올려놓았다.“충고하는데 주제넘은 짓은 하지 마세요.”외국인이 서투른 우리말로 물었다.“우... 대표님?”장기명은 자신을 때린 사람이 우경아라는 말을 듣고 순간 굳어버렸다.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이제는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바닥에 누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우경아는 강민아에게 다가가더니 뒤따라오던 근육질 남자에게 태블릿을 건네고, 상대방의 손에서 따뜻한 수건을 가져와 손을 닦았다.“때려서 해결하지 못할 건 없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더 때리면 돼요.”“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강민아는 장기명을 흘깃 쳐다보았다.“하지만 폭력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해요.”우경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근육질 남자에게 명령했다.“신발 바꿔.”남자는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우경아의 한쪽 발을 조심스럽게 들더니 끝이 뾰족한 검은색 하이힐을 신겨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2화

    “아악!”장기명이 비명을 지르자 강민아는 뒤로 물러서며 장기명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민아 씨, 저예요!”장기명이 퉁퉁 부은 얼굴을 감싸고 강민아는 두 눈에 가득 담긴 역겨움을 덜어냈다.“장 교수님이었군요. 전 변태가 들이대는 줄 알았어요.”장기명은 외국인 한 명과 동행했는데, 그는 강민아의 얼굴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장기명은 맞은 얼굴을 문질렀다.“시크릿 같은 곳에 무슨 변태가 있어요. 그냥 왜 여기 있는지 물어보려고 왔죠.”강민아는 똑같이 상대에게 되물었다.“여기 왜 오셨는데요?”장기명은 옆에 있는 외국인을 바라보며 웃었다.“모임이 있어서요.”외국인은 강민아에게 고개만 끄덕였고, 강민아는 장기명을 돌아보며 말했다.“그럼 전 이만 갈게요.”그녀가 가려는데 장기명이 곧바로 그녀의 앞을 막았다.“민아 씨, 줄곧 강승 테크에 대해 만나서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쪽이 강승에 입사한 후 두 곳에서 인수할 의향을 보이는데 어떻게 된 거죠?”강민아가 물었다.“강승의 일이 장 교수님과 무슨 상관이 있죠?”말문이 막힌 장기명이 다소 초조한 듯 입을 열었다.“옴 테크에선 민아 씨가 강승 테크 인수를 도와주길 바라고 있어요. 옴 테크로 가서 다국적 기업의 임원이 되고 싶지 않아요?”강민아는 웃었다.“사업에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이기죠. 두 회사가 강승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옴에서 정말로 강승을 원한다면 만족할 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할 것 같네요.”장기명이 발끈했다.“그건 억지잖아요!”강민아는 속눈썹을 깜빡이며 화장기 없는 얼굴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었다.“사실대로 말할게요. 방금 우영 그룹 대표 우경아 씨와 만나고 오는 길이에요. 그분도 강승을 인수하고 싶어 해요.”장기명은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왜 우영 그룹도...”“최저 금액을 제시한 옴 테크를 선택하면 국내 대기업 3곳에 밉보이는 건데, 장 교수님께서 뒷감당하실 건가요?”장기명은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서 말했다.“그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죠! 이럴 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1화

    이어 강민아가 물었다. “그쪽과 손잡으면 전 뭘 얻을 수 있죠?”우경아는 미소를 지으며 강민아에게 태블릿을 건넸다.“여기 프로젝트가 있는데 지분을 가져가요. 강민아 씨는 기술을 투자하고 난 돈을 투자해서 수익금을 똑같이 나눠 갖는 거죠. 똑똑한 강민아 씨라면 이 프로젝트를 놓치지 않을 거예요.”강민아는 우경아가 건넨 프로젝트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마침 자신도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에 대해 연구 중이었는데 기술을 알아내더라도 현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이 없어서 제자리를 맴도는 상황이었다.반면 우경아 손에 있는 프로젝트 북은 서경 정부에서 지원하고 부신 그룹이 새로운 기술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우경아는 이미 이 프로젝트에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이를 가져와서 그녀와 공유한다는 것은 연막작전이거나 기술팀이 곤경에 처했다는 뜻이다.강민아와 반용화 사이를 알고 있으니 아마도 그녀를 통해 반용화 연구팀과 접촉하려는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강민아가 이 판에 발을 들여놓으면 그녀는 부신 그룹의 ‘갑’이 되는 셈이다.그녀가 웃었다.“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네요.”우경아가 한숨을 쉬었다.“큰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매사 신중하게 움직이기에 많은 기회를 놓치게 되죠.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건 기꺼이 적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에요.”“제가 적인가요?” 강민아가 웃자 우경아의 화려한 이목구비에도 덩달아 부드러운 감정이 담겼다.“같은 여자끼리 서로 돕고 살죠.”강민아는 태블릿을 내려놓았다.“저희 아빠와 가까운 사이인 줄 알았는데요.”우경아는 환하게 웃었다.“영원한 친구는 없지만 영원한 이익은 있죠. 강성진을 감옥으로 보내는 게 내게 큰 이득이 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나락으로 보낼 거예요.”우경아는 술잔 두 개를 집어 들고 그중 하나를 강민아에게 건넸다.“건배해요.”강민아는 술잔을 건네받았다.“그러면 우 대표님은 언젠가 저도 지옥으로 보낼 건가요?”우경아는 유리잔을 입술에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280화

    그녀는 곧바로 강민아의 턱을 잡고 강제로 그녀의 얼굴을 육지광 쪽으로 돌렸다.“그쪽같이 다리 불편한 고물상 아버지를 뒀으면 아들 장가가기엔 그른 것 같은데, 얘를 데려가서 며느리처럼 키워요. 60만원 줘요.”양어머니가 손가락을 내보이며 말하자 육지광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저축한 돈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그는 힘없이 강민아를 바라보았다.아이를 살 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양어머니가 또다시 욕을 하며 꺼지라고 말하자 육지광은 굳은 표정으로 육성민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그렇게 그녀는 하씨 가문에서 석 달을 더 지냈고, 그 사이 경찰이 집에 찾아와 하씨 가문 사람들의 정보를 등록하고 떠났다.강민아는 양부모가 때리고 욕하는 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고열에 시달리며 부엌 싱크대 파이프 옆에 지쳐서 웅크리고 있던 날이 떠올랐다. 그게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따뜻한 이불 아래에서 자는 자신을 발견했다.한 번도 이불 아래서 잠을 자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검은 솜을 소중하게 어루만졌다.뒤늦게 그녀가 누워있는 곳이 다리 아래라는 걸 알아차렸고 육지광이 죽을 끓여 가져오는 것을 보았다.육성민은 숟가락으로 죽을 호호 불어서 식힌 뒤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죽을 다 먹은 후엔 육지광이 약을 먹였다.“나도 널 사 온 게 잘한 일인지 모르겠어. 나와 성민이는 마땅히 지낼 곳도 없으니까.”강민아는 이불 속에 몸을 숨긴 채 까만 눈동자로 육지광과 육성민을 빤히 쳐다보았다.육성민이 그녀에게 물었다.“이름이 뭐야?”그녀가 고개를 젓자 육지광이 말했다.“얘는 이제 내 아이이자 네 동생이니까 이제부터 우리랑 같은 성을 쓸 거야. 성은 육, 이름은...”육지광이 그녀를 돌아보았다.“내가 널 하씨 가문에서 데리고 오던 날 밤 넌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어. 네 부모님은 네가 곧 잘못될 줄 알고 20만원으로 가격을 낮췄고, 난 16만원만 던져놓고 널 안은 채 도망쳤어. 그날 밤 달이 무척 밝았는데 꼭 하늘에서 떨어질 것처럼 지붕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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