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44화

작가: 복덩이
남자의 표정은 심연처럼 깊고 어두웠다.

“넌 서밋 포럼에서 화려하게 등장해야 해.”

강민아도 굳이 마다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사주시는 거예요?”

이자벨은 웃었다.

“민아 씨, 마음껏 골라요. 선생님께서 예산 생각하지 말고 모든 옷을 다 가져오라고 하셨어요.”

강민아는 반용화가 그녀를 용성에 들일 거라는 생각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녀에게 예쁘게 옷을 입혀 서밋 포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다.

이것은 반용화가 그녀에게 주는 또 다른 시험이었다.

“선생님, 환영 선물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천 배 만 배로 보답하고 제 가치를 보여드릴게요.”

강민아의 환한 얼굴에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가 피어났다. 반용화가 기꺼이 그녀에게 투자해 준 만큼 그녀도 그에게 거대한 보답을 안겨줄 거다.

강민아는 정이를 데리고 드레스 몇 벌을 골라 방으로 들어가선 갈아입고 나왔다.

“우와!”

소파에 앉은 정이가 두 눈을 반짝거렸다.

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힌 드레스를 입은 강민아의 모습은 처음 본다.

강민아는 드레스를 휘날리며 멋지게 등장했고 그녀의 발치에는 은하수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

“엄마,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아요!”

정이가 강민아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리 와 봐.”

반용화가 말하자 강민아가 그에게 다가가 쭈그리고 앉았다.

“예뻐요?”

치맛자락이 물결처럼 바닥으로 퍼져 내려가고 강민아는 마치 반용화에게 경례하는 것 같았다.

반용화는 비서가 들고 있던 브로케이드 상자에서 진주 목걸이를 집어 들어 강민아의 목에 직접 걸어주었다.

서늘한 남자의 손끝이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그녀의 여린 목뒤 쪽 살갗에 슬쩍 닿았다.

그 미묘한 촉감에 강민아의 가슴이 흠칫 설레었다.

반용화를 향해 시선을 들어 올린 그녀의 눈빛은 마치 즉위를 받아들이는 여장군처럼 굳건했다.

정이는 워치로 이 모습을 찍었다.

아이는 심은호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최근 정이가 돌고래를 좋아해서 심은호가 돌고래 인형을 사진 찍어 보냈다.

정이는 방금 찍은 사진을 심은호에게 공유했다.

[엄마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45화

    [자제해!]심한기가 말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아빠, 미리 말하지만 전 보수적인 남자라 민아 씨에게 다른 남자가 생기면 전 첩이라도 할 거예요.]화면을 두드리는 심한기의 손이 떨렸다.[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도 첩이 될 수 있나?]심은호가 침묵하자 심한기가 쓴소리로 충고했다.[아들아, 네가 도덕도 교양도 없지만 네가 원한다고 첩이 될 순 없어.]심은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10년 동안 남모르게 구석에서 지켜왔는데 첩도 될 수 없다니.아직 가능성이 있기는 한 걸까.그는 소파에 힘없이 쓰러져 휴대폰 속 반용화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강민아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 줄 수밖에. 아니, 아니지. 이럴 순 없어. 나 하나 끼어드는 게 뭐 어때서?”심은호는 손을 들어 손등으로 눈을 가린 채 어둠 속에서 몸부림쳤다.그는 이를 악물었다.“반용화는 아이큐가 200이라면 난 200시간을 버틸 수 있어.”뛰어난 영혼도 훌륭하지만 그처럼 젊고 튼튼한 육체도 뜻밖의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다.생각을 정리한 심은호는 다시 기운을 내 소파에서 일어나 정이에게 문자를 보냈다.[진주 목걸이도 네 엄마 앞에서는 빛을 잃었네.]“정아, 엄마 옷 바꿔입어 볼게.”정이가 심은호가 보낸 메시지를 읽고 있을 때 강민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엄마, 아저씨가 너무 예쁘대요. 진주도 엄마 미모 때문에 빛을 잃었대요!”강민아의 얼굴이 화끈거렸다.“심은호 씨? 그 사람이 어떻게 알고...”정이는 강민아에게 심은호와의 대화를 보여주며 말했다.“엄마가 꽃처럼 예쁜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에게 우리 엄마가 이렇게 아름답고 훌륭하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요.”딸의 칭찬에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강민아는 쭈그리고 앉아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다가 정이에게 말했다.“근데 내 사진을 은호 아저씨에게 보내는 건 좀 손해 같은데? 정이는 공유하고 싶었겠지만 엄마는 다른 남자가 휴대폰으로 감상하는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거든.”정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46화

    “정아.”거실에서 반용화가 나지막하게 불렀다.정이가 다가오자 반용화가 물었다.“은호 아저씨 좋아?”조금 전 정이와 강민아의 대화가 그에게도 들렸다.“좋아요!” 정이는 당당히 인정했다.“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엄마가 심씨 가문에서 수업 들을 때 전 그 집에서 잤었는데 귓가에 요정이 속삭이는 것 같았어요. 아버지는 무척 좋은 사람이에요.”요정?정이의 한 마디로 반용화는 심은호의 속내를 꿰뚫어 보았다.‘허, 여우 놈이 내 장미를 물어가려고?’그가 정이에게 말했다.“언제 한번 자는 척 요정이 네 귓가에 말하는지 들어봐. 요정이 말할 때 눈을 뜨면 바로 볼 수 있을 거야.”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정이는 반용화의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종종 귓가에 몰래 속삭이던 요정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강민아는 다시 한번 방에서 나올 때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했다.마침내 그녀는 두 벌의 드레스를 골랐고 두 벌 모두 현재 사이즈에 맞게 수선했다.그리고 정이가 학교에서 용감하게 나선 것에 대한 보상으로 작은 드레스를 하나 사주었다....한 주가 지나고 강민아는 드레스를 입은 채 차에 앉아 있다가 심은호가 보낸 링크를 보게 되었다.링크를 클릭하자 서경대 포럼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글이 떴다.댄스 동아리 회장인 방연석이 기숙사에서 거꾸로 돌면서 변을 보는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기숙사 문은 닫혀 있었지만 여전히 악취가 새어 나왔다.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은 누가 규칙을 어기고 실험실의 화학물질을 기숙사로 반입했다고 생각했다. 명문대에서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곤 했으니까.학생들은 사감 선생님께 1206호에서 악취가 계속 난다며 안에서 여러 사람이 구토하는 소리도 들린다고 알렸다.사감이 곧장 방문을 열자 똥으로 골고루 얼룩진 수학과 학생과 허연 다리를 드러내놓은 방연석이 보였다.사감은 즉시 방금 먹은 점심을 모두 토하고 말았다.[현장에서 찍은 영상도 있는데 그건 안 보낼게요.]심은호는 강민아에게 말했다.[문자를 읽는 것만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47화

    그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반하준과 함께 서밋 포럼 환영 파티에 참석한다는 의미였다.가장 먼저 차에서 내린 사람은 강씨 가문의 큰아들 강기성이었다.강기성은 새하얀 정장을 입고 머리 윗부분을 뒤로 빗어 넘긴 포마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피부는 하얗고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염세적인 얼굴에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고 윗 눈꺼풀은 자다 일어난 듯 축 늘어져 있었다. 귀에는 검은색 피어싱에 입술에도 검은색 링이 끼워져 있었다.강기성이 등장하자마자 한 취재진이 그를 바로 알아봤다.“저 사람이 강씨 가문 가짜 도련님 강기성이네. 강씨 가문 진짜 아가씨가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친아들로 생각한다는 그 사람.”강기성은 18세 때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게 됐는데 그때 강씨 가문 사람들은 강기성이 특수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확인 결과 강기성은 강성진과 도민영의 아이가 아니었다.강씨 가문이 진실을 알아보기 위해 수소문한 결과, 당시 도민영이 출산한 후 누군가 아기를 바꿔치기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강씨 가문은 곧바로 경찰을 동원해 18년 동안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시작했고, 다행히 강민아의 DNA가 미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었다.강씨 가문과 강민아의 혈액형이 일치하자 강씨 가문은 오랫동안 잃어버린 아이가 아들이 아닌 딸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그 후 강씨 가문 사람들은 강민아를 데려갔지만 강기성은 친부모를 아직 찾지 못했다.비록 가짜 도련님이긴 해도 강씨 가문의 유일한 아들이라 부부는 여전히 친아들처럼 생각하고 있었다.강기성은 언론의 관심과 주목을 즐기며 고개를 돌려 벤츠 내부를 들여다봤다.취재진도 차 문으로 카메라를 돌리니 안에 다른 사람이 타고 있었다.서경 제일 병원에서 근무하는 강기성이 반하준을 따라 이노베이션 서밋 포럼에 참석하는데 그렇다면 그와 함께 온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한 여성의 굽이 두툼한 가죽 구두가 땅을 밟았다.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한 손은 정장 바지 주머니에 넣은 강나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48화

    강나현은 강민아가 초대장을 꺼내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강민아의 초대장을 확인한 웨이터는 그녀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강민아 씨, 안으로 들어가시죠.”강민아는 초대장을 다시 받아 들고 강나현과 반하준 일행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곧장 홀로 들어갔다. 마치 조금 전까지 대화를 나눈 사람들과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강나현은 웨이터에게 물었다.“잘 보셨어요? 방금 들고 있던 게 진짜 초대장이 맞나요? 왜 하준 씨랑 초대장이 다른 거죠?”웨이터는 침착하게 설명했다.“저 숙녀분께서 들고 오신 건 주최 측에서 직접 보낸 특별 게스트 초대장이고, 이 신사분이 들고 있는 것은 여러 회사에 배포하는 기업 초대장입니다.”강기성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왜 특별 게스트 초대장이 기업 초대장보다 좀 더 고급스럽게 들리지?”반하준의 얼굴이 차가워졌다.“내가 알기론 서밋 포럼 주최 측에서 ALI 수학 경시대회 금상 수상자에게 특별 초대장을 준 적이 없는데요. 금상을 받은 뒤 서밋 포럼에 참석하려면 대학과 협력하여 대학의 초대장을 가지고 파티에 와야 해요.”하지만 대학 초대장은 강민아가 방금 꺼내온 것과는 달랐다.강나현이 쾌재를 부르며 눈을 번뜩였다.“설마 민아 언니가 가짜 초대장을 가져온 건 아니겠지?”그러자 웨이터가 말했다.“초대장에 보안 코드가 있는데 가짜일 리가 없습니다.”강나현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코드도 위조할 수 있어요. 파티에 참석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호텔 매니저에게 물어보면 알겠죠.”웨이터는 강나현과 강기성이 반하준과 함께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미친 사람인가.”그는 무전기를 통해 주최 측 직원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특별 게스트 강민아 씨 도착했습니다.”...회의장 2층에서 연락을 받은 직원이 금빛 대문으로 들어섰다.회의장 양쪽에 놓인 자작나무 의자에는 오늘날 국내 기술 대기업의 거물이자 ALI 수학 경시대회 조직위원장 하성훈이 앉아 있었는데 그는 드론 업계 1위 회사의 기술 총괄이기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49화

    “스타 라인은 자동차를 만들면서 왜 우리랑 경쟁해요? 내가 먼저 가야 해요!”몇 명의 덩치 큰 남자들이 싸울 기세로 문을 막아서며 아무도 내보내지 않으려 했다....강민아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쟁반을 든 웨이터가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샴페인 한 병을 가져갔다.“윤정 어머니.”정이와 같은 반인 아이 학부모가 강민아를 보고 바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강민아는 앞에 있는 여자가 유교장으로부터 퇴학을 당할 뻔했을 때 정이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발언을 했다가 나중에 SNS에 올린 사과문까지 지웠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그리고 그녀가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의 남편이 회사 공식 계정으로 강민아에게 사과했다.파티에서 강민아를 보고 깜짝 놀란 그들은 서둘러 친해지기 위해 다가왔다.“윤정 어머니, 오늘 너무 예뻐요. 엇, 이건 발렌시아 옷인가요? 이번 SS 패션쇼에서는 못 봤는데?”“이자벨이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디자인이라고 했어요.”강민아가 무심하게 설명하자 여자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미공개 디자인에 발렌시아 수석 디자이너도 만났어요? 윤정 어머니, 너무 부러워요. 반 대표님이 참 잘해주네요. 이혼했는데 반씨 가문에서 여전히 VIP 대접을 받게 해주고.”강민아가 자신이 입고 있던 드레스가 반하준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설명하려던 순간, 갑자기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강민아가 고개를 돌리자 사람들 한가운데 서 있던 연진숙이 서둘러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노파는 금방이라도 칼을 들고 그녀를 죽일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누가 데려왔어? 초대장이라도 받았어?”연진숙이 다짜고짜 질문을 던지자 강민아는 그녀 앞에서 장미향이 진하고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을 여유롭게 한 모금 마셨다.연진숙의 미간이 들썩거렸다. 강민아의 여유로운 모습이 꼭 그녀 앞에서 과시하는 것 같았다.강민아가 잔을 내려놓고 손끝으로 잔을 톡톡 두드리며 청량한 소리를 냈다.“오지랖도 참 넓으시네요. 그런 것까지 참견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50화

    강나현이 큰 소리로 말하자마자 주위에 있던 다른 하객들도 모두 이쪽을 쳐다보았다.강나현이 소리를 질렀다.“민아 언니, 어떻게 가짜 초대장을 들고 들어올 수 있어? 우리 강씨 가문 망신을 주고 있잖아!”강나현이 동호라고 불렀던 남자가 태블릿을 들고 다가왔다.“손님, 하객 명단에는 손님 이름이 없으니 지금 당장 파티장에서 나가 주세요.”옆에 서 있던 손님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경했다.강민아는 동호라는 남성에게 물었다.“누구세요?”“파티장을 관리하는 매니저입니다.”그는 손에 든 태블릿을 들고 당당하게 대꾸했다.“강민아 씨는 제가 들고 있는 손님 명단에 없으니 알아서 나가지 않으면 사람 부를 겁니다.”강민아는 침착하게 대답했다.“우선 저는 손님이 아니라 특별 게스트이고 그쪽 손에 들고 있는 게 여러 회사의 게스트 명단이라면 제가 그 명단에 없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매니저는 냉소적으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명단에 없으면 여기 올 자격이 없는 거죠.”그는 강민아 뒤로 걸어온 두 명의 웨이터에게 신호를 보냈다.“손님, 저희와 함께 나가시죠. 협조하지 않겠다면 강제로 끌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매니저의 지시를 따르는 웨이터도 강민아에게 경고를 보냈다.“호텔 밖에 언론사 기자들이 있는데 끌려 나가면 서경의 웃음거리가 될 거야.”연진숙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간 채 강민아를 동정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아니면 그냥 놔둬.” 연진숙이 팔짱을 낀 채 싱긋 웃으며 말했다.“민아 네가 쟁반을 들고 옆에 서서 서빙 좀 해.”감히 반하준과 이혼한 뒤 반씨 가문의 핏줄을 데려가고 반씨 가문 막내딸의 성까지 바꾼 배신자.연진숙은 이 기회에 강민아에게 반씨 가문을 떠나면 그녀는 여전히 사회 최하층이라는 걸 상기시켜 주려 했다.자신이 자비를 베풀어도 고작 파티장에서 접시나 날라야 하는 처지라는 거다.그게 아니면 두 직원에게 끌려가 대문을 나서면 창피만 당할 테니까.강민아가 가볍게 손목을 돌리자 손에 든 잔에서 스파클링 와인이 가볍게 흔들렸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51화

    “강민아 씨!”여러 명의 노인이 계단에서 내려와 잔뜩 들뜬 모습으로 강민아를 향해 걸어왔다.그들을 본 하객들은 이미 자리를 비켰고 그들의 등장은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다가오면서도 서로 먼저 강민아 앞에 서겠다고 난리였다.강민아는 하성훈을 알아보았고 다른 사람들도 고연대와 서경대 강연 포스터에서 본 적 있었다.“인사가 늦었네요. 이해해 주세요.”하성훈은 강민아에게 손을 내밀었고 강민아는 겸손하게 두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위원장님, 만나서 반갑습니다.”다른 몇몇 어르신들도 강민아가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그중 한 명은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강민아 양, 올라가서 얘기 나누죠.”노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위 손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2층은 아래에 모인 하객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참석한 하객들은 2층 계단 끝에 있는 금빛 대문을 볼 수 있는데 서밋 포럼의 최상위 거물만 그 금빛 대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이곳에는 2층으로 갈 자격을 갖춘 거물급 인사가 스무 명도 채 되지 않았고, 그들은 일반 업계 종사자나 평범한 연구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니었다.그리고 지금 뉴스에서나 보던 학계 거물급 인사 5명이 1층 연회장에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은 강민아를 에워쌌고 그들의 갈망하는 시선은 오로지 강민아에게만 향했다.강나현은 발을 밟히기라도 한 듯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강민아는 가짜 초대장으로 들어왔는데 무슨 자격으로 2층에 가요?”서밋 포럼 주최자 봉태우가 대답했다.“무슨 가짜 초대장이요? 강나현 씨의 초대장은 제가 직접 쓴 건데 어떻게 가짜일 수가 있나요?”강나현은 고개를 돌려 호텔 매니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동호의 하객 명단에는 강민아의 이름이 없었는데요.”연진숙은 지위가 높은 거물급 인사들을 바라보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주최자 봉태우는 서경 상회 부위원장이기도 했는데 평소에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서경에서 수십 년을 지낸 연진숙도 봉태우와 친분을 쌓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52화

    연진숙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해가자 옆에 서 있던 손님들도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재밌다는 듯 키득거렸다.조금 전 그녀가 강민아를 괴롭히는 모습을 모두가 지켜봤다.봉태우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연진숙에게 강민아의 술 시중을 들게 했다.연진숙은 웨이터가 눈치껏 다가와 쟁반을 가져가길 바라며 계속해서 눈치를 주었다.그래도 어른인데 어떻게 강민아의 시중을 들 수 있겠나.그녀가 당황하는 사이 반하준은 다가와서 들고 있던 쟁반에서 술 두 잔을 가져가 그중 한 잔을 강민아에게 건넸다.“그래도 네 시어머니인데 이런 자리에선 눈치껏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해.”직접 강민아에게 술잔을 건네주었지만 태도는 여전히 오만했다. 처음으로 이런 고급 파티에 참석한 강민아의 행동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남자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강민아의 검은 눈동자가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에서 별처럼 빛났다.“반하준, 당신이야말로 광대가 따로 없어.”반하준의 얼굴에 서리가 한층 내리며 싸늘하게 굳었다.“강민아! 내 아들이 직접 술을 건네는데 네가 뭔데 안 받아?”연진숙이 꾸짖었다. 반씨 가문에 있을 땐 반하준이 물 한 잔 따라줘도 강민아가 감지덕지해야 했다.강민아는 거침없이 대꾸했다.“이 남자는 광대, 그쪽은 광대 엄마.”“민아 언니!”강나현은 연진숙의 편을 들며 그녀의 호감을 사고 싶었지만 그녀가 입을 여는 순간 강민아가 말을 가로챘다.“자꾸 반하준 아빠 노릇을 자처하는데 그럼 너도 똑같이 광대나 해. 한 가족이 웃음거리가 되는 게 벌거벗은 것과 뭐가 달라? 한 치 앞도 모르고 창피하게 행동하는 꼴이란.”연진숙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부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이때 봉태우가 다가와 연진숙이 들고 있던 쟁반에서 샴페인 한 잔을 집어 들었다.연진숙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곧이어 봉태우가 강민아에게 샴페인을 건네자 연진숙의 입꼬리가 순식간에 내려갔다.내심 속이 상했지만 봉태우 앞에서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최신 챕터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12화

    강나현은 다급한 어조로 강민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아빠! 이 모든 게 강민아가 우리를 해치려고 짠 계획이에요!”그런데 얼굴 전체가 돼지처럼 부어올라 말을 해도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목소리가 어눌하게 들렸다.그런 그녀의 말에 강성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서둘러 벨트를 반으로 접은 뒤 강나현의 콧대를 조준해 휘둘렀다.“민아랑 내 부녀 사이 이간질할 생각 마!”강나현은 당황했다. 강성진이 왜 갑자기 강민아 편을 드는 걸까.“아빠가 키운 자식은 저예요! 강민아랑 무슨 감정이 있다고 그래요? 애초에 데려올 생각도 없었잖아요!”“닥쳐!”강성진은 화가 났다. 그의 평판은 무너졌지만 강민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앞으로 그녀에게 의지해야 할 일이 많은데, 강나현이 대놓고 헛소리하는 걸 그냥 둘 리가 없었다.강성진이 소리를 질렀다.“테이프 가져와!”작고 하얀 손이 검은 테이프를 건넸다.강기성은 강성진에게 테이프를 건네는 김예나를 보고 날카로운 눈썹을 들썩였다.강성진이 테이프를 찢자 강나현이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아빠, 뭐 하는 거예요?”강성진이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네 망할 입을 막으려는 거지!”강성진은 본인과 강민아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잘 알았다. 강민아가 강씨 가문에 돌아온 지 9년이 지났어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건 손에 꼽힐 정도였다.게다가 둘은 한때 팽팽하게 맞서 싸운 적도 있었다.하지만 이제 강성진은 강민아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아빠! 하지 마요!”강나현이 비명을 질렀지만 강성진의 행동에 전혀 저항하지 못했다.강성진이 곧장 테이프로 그녀의 입을 감자 김예나는 한쪽에 서서 진흙탕처럼 혼탁한 눈빛으로 싸늘하게 지켜보고 있었다.비슷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한때 강나현은 그녀를 화장실에 가두고 테이프를 붕대 삼아 눈과 머리, 입, 코를 감아 숨도 못 쉬고, 살려달라고 애원할 힘조차 없게 만들었다.그렇게 그녀가 죽기만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 잠식되어 갈 때 가위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11화

    강나현은 강성진의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고 상황을 뒤집을 희망이라도 본 듯 서서히 안도했다.‘그래, 이제 강민아가 맞아서 이빨이 뽑힐 차례야!’강성진은 강나현의 휴대폰 앨범 속 강민아와 관련된 영상을 지우고 숨을 고르더니 손을 들어 또다시 강나현의 뺨을 때렸다.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강나현의 얼굴을 강타했다.강나현의 입에 머금었던 솜뭉치가 끈적끈적한 피와 섞여 바닥에 튀어나왔다.“강나현, 이 망할 것! 날 해친 것도 모자라 민아까지 해치려고 들어? 강씨 가문을 무너뜨리고 싶은 모양이구나! 내가 오늘 너 때려죽인다.”강성진은 당장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아니에요!”강나현이 피를 뱉자 혀끝에는 온통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소리를 질렀지만 그녀의 설명은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강성진은 왜 그녀를 믿지 않는 걸까.휴대폰을 강나현에게 던진 뒤 강성진은 벨트를 풀었다.강나현은 강성진이 벨트로 자신을 채찍질하려는 것을 보고 겁에 질린 표정을 드러냈다.그 순간 강성진의 휴대폰이 울렸다.벨트로 강나현을 한 대 세게 내려친 뒤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여보세요.”강성진은 발신자를 확인한 후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들어와요.”강승 테크의 주요 주주 몇 명이 들어왔고 맨 앞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성진, 지금 여론이 자네한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옴 쪽에서는 입찰에서 빠지려고까지 해!”강성진은 그 말에 덩달아 조바심을 냈다.“네? 어떻게 멋대로 발을 뺀다는 거죠? 지금 당장 옴 테크 쪽 임원에게 연락해 봐야겠어요!”또 다른 주주가 강성진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지금 어디든 자네가 나서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다는 걸 몰라? 사람들 웃음거리가 되고 싶어?”“난...”주주들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우린 고심 끝에 만장일치로 자네가 먼저 대표 사임 발표를 하길 바라네. 그래야 자네나 회사에 대한 불리한 여론이 잠잠해질 거야.”“어떻게 강승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10화

    그러자 강성진은 강나현에게 소리쳤다.“민아를 좀 봐! 우리 회사를 위해서 애쓰고 있잖아!”강민아가 덧붙였다.“그런데 오늘 파티에서 공개된 영상이 서경 상류층에 퍼졌어요.”그녀는 부드러운 한숨을 내쉬며 강나현에게 물었다.“나현아, 넌 상류층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니까 가서 확인해 봐. 다들 우리 집 얘기하고 있는지.”강나현은 심장이 철렁하고 소름이 돋았다.강민아가 지금 그녀를 골탕 먹이고 있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강성진이 곧바로 강나현을 재촉했다.“휴대폰 내놔.”강나현은 두 볼이 부어올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강민아가 또다시 함정을 파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그녀는 강성진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곧바로 강성진이 그녀의 뺨을 또 때렸고, 이미 빨갛게 부어오른 뺨 사이로 새빨간 피가 스며 나왔으며 살갗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강성진은 그녀의 앞에 서서 내려다보며 명령했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강성진의 위협적인 압박에 강나현은 순순히 휴대전화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부은 얼굴로 휴대폰 잠금이 풀리지 않자 지문으로 해제한 뒤 카톡 채팅 기록을 살펴보았다.곧 여러 명이 친구 추가 요청을 보냈고, 강나현을 삭제하지 않은 재벌 2세들이 파티에서 강나현이 당당하게 강성진이 바람피운 것을 공개한 영상 링크를 보냈다.[강나현, 너 멋있다!][나현, 이게 네가 말한 빅 뉴스야?][역시 너야. 나오자마자 아빠부터 건드리네. 강나현, 용감해! 너는 내가 인정한다!]강성진은 강나현을 칭찬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두 눈에 담긴 불길이 거세게 번졌다.한심한 재벌 2세들은 부모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강나현이 파티에서 보여준 행동은 그들에게 ‘모범’ 역할을 했기에 강나현을 숭배하기 시작했다.강나현은 소파에 앉아 강성진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발바닥부터 올라오는 한기가 온몸을 휩쓸고 팔에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아래위 치아가 달달 떨리며 서로 부딪혀 딱딱 소리를 냈다.“아빠...”강성진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강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9화

    강민아는 눈을 깜빡이며 물잔이 강나현의 가슴을 강타하고 뜨거운 물이 마침 강나현의 얼굴에 튀면서 그녀의 얼굴도 씻기는 것을 바라보았다.“아악! 젠장!”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강나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물이 그녀의 얼굴에 있던 핏자국과 뒤섞이며 연분홍색으로 바뀔 때쯤 그녀가 허둥지둥 소파에서 일어났다.“죄송해요...”김예나는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어두운 동공엔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이런 망할!”강나현은 욕설을 내뱉으며 뒤에서 쿠션을 잡아 김예나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김예나는 피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강나현이 던지는 딱딱한 물건에 맞아 머리에 피가 난 적도 있는데 이까짓 쿠션쯤이야.강기성이 손을 뻗어 쉽게 쿠션을 낚아채더니 김예나를 등 뒤로 보내면서 쿠션을 옆으로 던졌다.그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예나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그의 눈에 강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미친개 같았다.강나현은 입에 솜을 물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당장이라도 김예나를 산 채로 잡아먹을 것 같은 위협적인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일부러 그런 거야! 왜 아직도 우리 집에 살게 놔두는 거야? 저번에 내 그릇도 깨고, 내 옷도 잘못 빨고, 내 방 창문도 열어놔서 엄청나게 큰 벌레가 내 침대에 기어들어 왔어!”김예나는 벌벌 떨며 강기성 뒤로 숨었다.강나현의 말이 맞다. 일부러 그랬다.강기성의 손에 이끌려 강씨 가문에 살게 되면서 강나현은 일부러 그녀에게 집안일을 시켰다.김예나도 기꺼이 도우미를 자처했는데 청소도구를 들고 강나현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강씨 가문의 다른 도우미들이 너도나도 일을 도와주는 탓에 강나현의 방을 꼼꼼히 뒤져 불리한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강나현에게 학창 시절 겪었던 괴롭힘을 하나하나 되갚아주는 것뿐이었다.2년 내내 강나현에게 괴롭힘을 당했기에 강씨 가문에서 강나현에게 했던 복수는 그녀가 한 짓에 비하면 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어디서 목소리를 높여?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8화

    그녀가 강기성에게 약을 먹이고 나서야 그는 조금 나아질 기미가 보였다.강기성은 이 집안에서 강성진에게 맞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강나현은 어렸을 때부터 강성진에게 매를 맞으며 점차 폭력을 동경하게 되어 여성의 정체성을 버리고 남자 무리에 어울리려 했다. 마치 자신도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되어야만 매 맞는 사람으로 전락하지 않는 것처럼.“그 사람이 도민영을 아끼는 것처럼 보여도 예전에 때려서 도민영 얼굴이 부은 걸 봤어. 난 어렸을 때부터 도민영이 저 사람한테 맞아서 머리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어젯밤에 왜 오빠를 때린 거야?”강기성은 침대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응시했다.“내가 사람을 시켜서 친부모를 찾고 있다는 걸 알았어.”강기성이 그녀를 돌아보았다.“강씨 가문은 남자가 물려받아야 한다면서 내가 친부모에게 가면 강씨 가문 대가 끊길 거래.”말하며 강기성이 경멸하듯 비웃었다.“난 언젠가 저 사람 죽여버릴 거야.”그저 홧김에 하는 말이었다. 강성진의 피가 튀는 것조차 더러운데 아무 상관 없는 사람 때문에 자신의 앞길까지 망칠 필요는 없었다.강민아는 숟가락으로 강기성에게 포도당 물을 먹여주었다.“언젠가 우리가 크면 저 사람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날이 올 거야.”도민영이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걸 강성진이 모를 리가 없었다. 게다가 강기성은 그와 조금도 닮지 않았다.하지만 고리타분한 마인드와 강나현의 출생 이후 강성진은 큰딸을 되찾으려는 생각을 접었다.“다들 이만 돌아가세요.”직원들에게 말하던 강민아는 자리에 있던 임원들과 주주들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단상 위에 꿇고 앉은 그녀의 발치에는 아직 기절한 척 시늉하는 도민영이 있었다.그녀의 단호한 눈빛에 임원들도 마음을 진정시켰다.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강민아의 차분한 모습은 임원들에게 구원의 지푸라기와 같았다.강민아는 심은호의 손바닥 위로 손을 올려놓으며 그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7화

    강나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강성진에게 설명했다.“아빠,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올린 영상이 아니라고요!”강성진은 이제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과 어린 비서의 동영상이 폭로되었고, 게다가 폭로한 당사자는 그의 잘난 딸이었다.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행복한 얼굴로 단상 아래에 있는 임직원들에게 두 딸이 강승 테크에 입사해 온 가족이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그의 열정적인 연설이 아직도 귓가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효녀 강나현이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것이다.강성진은 당장이라도 강나현의 목을 비틀어 머리를 공처럼 차버리고 싶었다.“개자식,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강성진은 발을 들어 강나현의 머리를 세게 걷어찼다.이대로 머리를 박살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강나현은 겁에 질려 오줌까지 지리며 서둘러 기어서 도망쳤다.그때 강민아를 돌아보았다.‘이 많은 사람 앞에서 그냥 내버려두진 않겠지?’그런데 강민아가 무릎을 꿇고 앉아 도민영의 어깨를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엄마, 일어나봐요!”강민아가 손을 뻗어 도민영의 인중을 누르자 도민영은 미간을 깊게 찡그렸다.그러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을 뜨며 강민아를 노려보았다.“아파!”그리고 다시 기절했다.강민아는 연기라는 걸 알았다.지금 상황에서는 무고한 피해자인 척 연기하는 것만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도 엄마를 걱정하는 효녀인 척 강성진에게 맞는 강나현을 무시하고 있었다.강나현의 비명이 끝없이 울려퍼졌지만 자리에 있던 직원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강성진은 그들의 대표였고 말 한마디로 그들을 해고할 수 있으니까.임원들과 주주들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굳은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았다.강성진이 어린 비서와 놀아난 사실은 사내에서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적나라한 영상이 공개되고 현장에 기자까지 있으니 일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그들은 지금 어떻게 하면 강승 테크에 미칠 부정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6화

    강나현의 목소리가 반하준의 귓가에 들리고, 그는 포박당한 채 매서운 눈빛으로 TV 화면을 응시했다.강민아를 저격하는 말인 건 안다.대체 강민아의 무슨 약점을 잡은 걸까.강민아가 강씨 가문을 파멸로 몰고 갈 만큼 위험한 짓을 한 건 그를 이곳에 가둔 것뿐이었다.하지만 강나현이 그가 감금되었다는 걸 어떻게 알고?반하준은 자신의 뇌 어딘가에서 신경이 거칠게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안 돼!’절대 그가 이곳에 감금된 사실을 폭로해선 안 된다.이윽고 반하준의 동공이 확장되며 스크린에는 적나라한 영상이 재생되었다.강성진의 얼굴이 단번에 퍼렇게 질렸다.“아아악!”도민영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었지만 미처 입을 가리지 못한 채 비참한 비명을 내뱉었다.강씨 가문의 다른 친척이나 주주들도 일제히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좋지 않았고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강나현은 단상에 서서 모두의 반응을 살피고는 단상 아래 손님들에게 말했다.“여러분, 다 보셨나요? 저런 사람이 강승의 리더가 될 자격이 있나요? 저렇게 사생활이 엉망인데 정말 강승 테크를 믿고 맡길 수 있나요?”강나현이 눈가에 악의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차갑게 웃었다.무죄로 석방된 후 강민아에게 주는 큰 선물이었다.‘그러게 누가 감히 도발하래?’반하준의 얼굴을 다른 남자로 바꿨으니 이제 강민아가 심은호와 사귀면서 다른 남자와 낯 뜨거운 행각을 벌인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다.강나현은 심은호를 바라보며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했다.무대 맨 앞줄에 서 있던 심은호는 잔을 들어 건배를 제의했다.“강나현 씨의 가족도 서슴없이 희생하는 용기는 대단하네요!”강나현은 가슴이 철렁했다. 심은호는 왜 저렇게 담담한 걸까.게다가 대놓고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강나현은 기가 막혀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역시 심은호는 강민아를 그저 데리고 놀 생각이었고, 어쩌면 진작 그녀가 방탕하다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강나현이 승리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5화

    강나현은 강민아의 게시물을 클릭해서야 이미 올렸던 영상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렸다.고개를 든 그녀가 매서운 눈빛으로 강민아를 쳐다보았다.영상을 삭제했다고 그녀를 도발했던 게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이미 강민아와 반하준의 영상을 저장해 놓았으니까!강민아의 입가에 번진 미소를 보며 강나현은 일부러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올렸다고 더더욱 확신했다.강민아는 분명 반하준이 합의서에 사인하고 아직 민이가 병원에 있는 데도 강나현이 보상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 난 거다.그래서 다시 친구 추가를 한 뒤 일부러 그녀만 볼 수 있는 게시물을 올려 기선제압을 했다.강민아는 그녀가 반하준을 좋아해서 그의 체면 때문에 영상을 퍼뜨리지 않을 거라 확신하겠지만, 강나현은 강민아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강나현은 영상을 저장한 뒤 반하준의 얼굴을 다른 남자로 바꾸었다.이제 강민아에게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깨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련다.“강민아, 내가 이미 경고했지. 날 건드리지 말라고! 심은호와 만나고 하준 씨랑 얽혀 있다고 해서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지 마.”강나현의 경고가 끝나고 파티장 스피커가 울렸다.무의식적으로 단상 위를 돌아보니 강성진이 그쪽으로 다가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제가 이 자리에서 몇 마디 짧게 얘기하겠습니다...”강성진은 10분 넘게 열정적으로 연설한 뒤 도민영과 두 딸까지 무대 위로 데려갔다.그들은 저마다 다른 속셈을 품고 역겨움을 참아가며 사람들 앞에서 다정한 가족인 척 연기를 했다.마침내 강성진의 연설이 끝나고 강나현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으며 말했다.“아빠의 딸로서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강나현의 발언은 약속된 게 아니었기에 강성진은 당황한 듯 강나현을 바라봤고, 강민아의 눈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우리 중엔 직책에 걸맞지 않은 품행을 지닌 사람이 있어요. 비록 가족이지만 사생활이 난잡해 강승 테크의 임원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4화

    호흡을 가다듬은 강나현은 강민아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구치소에서 나온 뒤 미용실에 가서 브라운으로 염색하고 깔끔하게 묶은 포니테일이 걸을 때마다 흔들렸다.일부러 피부과에 가서 관리도 받았다. 그게 아니면 이 많은 사람 앞에 나설 용기도 없었을 거다.남성 정장을 입고 검은 가죽 구두를 신은 그녀의 발걸음은 당차 보였지만 나이 많은 임원이나 주주들 눈에는 무척 거슬리는 차림새였다.“언니, 축하해. 벌써 다른 사람 만나네.”강나현은 다가가 심은호를 돌아보며 부러움과 시샘이 섞인 눈빛을 감추었다.“심은호, 궁금한 게 있는데 어쩌다 우리 언니랑 만나게 됐어?”강나현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호기심을 드러냈지만 심은호는 무심하게 그녀를 흘겨볼 뿐이었다.“대단하네.”강나현이 눈이 휘어지게 히죽 웃었다.“심은호, 내가 물어보고 있는데 뭘 칭찬하는 거야?”“사고를 내고도 벌을 받지 않았잖아. 반씨 가문 도련님이 그 정도 다쳤는데 한 달도 안 돼서 나왔어. 참 운도 좋네. 반하준이 아마 불길 속에서도 구해줄 거야.”강나현의 표정이 다채롭게 바뀌었다.안 그래도 심은호는 존재만으로 눈에 띄고 주위에 어떻게든 그에게 말을 걸려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이제 그들이 전부 강나현을 조롱하듯 쳐다보고 있다.게다가 그들을 촬영하는 카메라도 있었다.지난달 강나현이 강변대로에서 큰 사고를 쳤다는 건 서경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심은호는 고개를 돌려 강민아에게 주변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산에 있는 불상 대신 반하준이 거기 앉아있으면 되겠네요.”강민아는 심은호의 팔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얘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따스하고도 솔직한 심은호의 눈빛이 강민아의 얼굴에 머물렀다.“걱정되는데요.”강민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놀리듯 말했다.“얘가 날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서요?”두 사람은 거의 얼굴을 맞대고 있을 정도로 가까웠지만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강나현은 불쾌함에 입을 삐죽거렸다.“언니는 날 뭐로 보는 거야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