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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작가: 복덩이
한 학부모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강민아 씨, 유교장 쫓아줘서 감사해요. 지금 원래 있던 교감이 교장이 되고 나서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올해 우수 학생 평가는 공정하게 진행될 것 같아요.”

강민아는 겸손하게 말했다.

“그건 제가 한 일이 아니에요. 그날 유영호 씨가 정이를 퇴학시키겠다고 난리를 부리지 않았어도 언젠가 이렇게 됐을 거예요.”

오랫동안 유영호에게 불만이 많았던 학부모와 교사들은 강민아에게 고마워했다.

“민아야.”

반진경이 반연주의 손을 잡은 채 웃으며 다가왔고 그녀의 옆엔 장기명도 있었다.

반진경은 얼굴을 허옇게 칠하고 가는 눈썹을 날렵하게 세웠으며 꽤 넉넉한 핏의 캐시미어 코트를 입은 채 손에는 은색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10억이 넘는 옥 펜던트를 차고 있었다.

과거 반씨 가문에 있을 때도 반진경은 일부러 그 펜던트를 꺼내 강민아에게 과시하곤 했다.

장기명은 배운 사람이기에 굳이 옆에 있는 사람처럼 화려하게 차려입지는 않았다.

“민아야, 큰일 났어! 정이가 또 사람을 때렸대!”

반진경의 목소리는 날카로워 주변 학부모들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반진경은 강민아에게 다가와 눈썹을 치켜세우고 흥분한 표정으로 수다를 떨었다.

“연주가 그러는데 네 딸 강윤정이 수업 시간에 또 사람을 때려서 골절시켰대.”

이 말을 들은 주변 학부모들은 긴장한 채 서둘러 강민아에게서 아이들을 떼어놓았다.

몇몇은 이렇게 당부하기도 했다.

“앞으로 강윤정 보면 멀리해. 알았지?”

“엄마, 난 강윤정이 부러워요!”

강윤정의 이름만 나와도 아이들은 신이 나서 부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강윤정 엄청 멋져요!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학부모는 아이의 말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왜 강윤정을 따라 해? 하지 마!”

그런데 아이들은 여전히 떠들어댔다.

“강윤정 혼자 반 애들 다 이겼어요. 혼자서 애들 다 쓰러뜨렸어요.”

부모들은 자녀의 설명을 들으며 보디빌더와 비슷한 근육을 가진 소녀를 상상했다.

반 아이들이 전부 대자로 바닥에 엎드려 통곡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은 문득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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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31화

    강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했다.“네, 맞아요.”선생님이 자기소개를 했다.“저는 2반 담임 선생님이에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반진경이 소리를 질렀다.“강민아, 네 딸이 오늘 2반 애들도 때렸어?”주위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등 뒤로 숨기기 바빴다.이내 선생님이 손을 내저었다.“아니에요! 오늘 강윤정 어린이가 학교 안전교육 활동에서 가면을 쓴 악당을 물리치고 2반 친구들의 안전을 지켜줘서 강윤정 어린이에게 커다란 꽃 스티커를 줬어요.”“엄마, 봐요.”정이가 받은 스티커를 귀한 보물처럼 강민아에게 보여줬다.옆에서 듣고 있던 반진경은 당황했다.강민아가 물었다.“정이 담임 선생님께선 오늘 안전 교육 활동이 있다는 얘기 없으셨던 것 같은데요.”“그래요.”반진경이 거들었다. 정이가 갑자기 커다란 꽃 스티커를 받은 게 미심쩍었다.그러자 선생님이 말해주었다.“그건 2반에서 진행하는 활동이었는데 강윤정 어린이가 용감하게 나서줬어요. 나쁜 사람과 용감히 맞서는 건 칭찬해 줘야 할 행동이죠.”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강민아에게 다가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이렇게 말했다.“악당을 연기한 아저씨 병원비인데 윤정 어머니께서...”강민아는 이내 알아차리고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제가 부담할게요.”선생님은 강민아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자리를 떠났다.다른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기 전에 모두 달려가 정이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반연주는 반진경에게 말했다.“정이가 그 사람을 때려눕혀서 이제부터 어린이반 수호신이 됐어요.”“...”불쾌한 마음에 반진경의 얼굴엔 경멸하는 기색이 번졌다.정이는 미안한 듯 강민아에게 말했다.“엄마, 죄송해요. 오늘 힘을 조절하지 못해서 그 아저씨 손을 부러뜨렸어요.”강민아는 부드럽게 아이를 달랬다.“선생님께서 정이가 용감하게 나섰다고 했잖아. 악당을 연기한 아저씨는 실수로 다치게 했지만 어린이 친구들은 지켜줬어. 주말에 엄마랑 같이 그 아저씨 보러 갈까?”정이는 강민아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32화

    투박한 노란색 코트를 입은 장기명은 마치 꼬리를 흔드는 두더지처럼 보였다.강민아는 침묵하며 그가 어떤 연기를 펼칠지 지켜볼 작정이었다.장기명은 강민아가 대꾸하지 않자 심각한 표정으로 한탄했다.“국내는 뛰어난 인재가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환경이지. 나만 해도 그래요. 온 힘을 다해서 겨우 시골 마을을 벗어났잖아요. 민아 씨, 저도 안타까운 마음에 하는 말이에요. 학술과 연구에 종사하고 싶으면 해외에 가서 해요. 우리나라처럼 꽉 막힌 곳보다는 거기가 자유로워요.”“전 그냥 제 가족만 챙기면 돼요.”별다른 야망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장기명의 두 눈엔 미소가 번졌다. 강민아는 머리만 똑똑하고 대회에 참가할 뿐 사업적으로 큰 성과를 이루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어쨌든 여자니까.곧 장기명이 제안했다.“취업을 원한다면 외국계 기업에 가야겠네요. 휴가도 두 배로 주고 육아휴직도 있는데 국내 기업에 들어가면 혼자서 일하느라 정이를 언제 돌보겠어요.”마치 정말 그녀를 위하는 것 같은 모습에 강민아는 장기명이 진작 꿍꿍이가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를 유도했다.“7년 동안 주부로 살아서 업계에 잘 알려진 회사들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장 교수님께서 저보다 더 잘 아실 텐데 지금 제 상황에서 어떤 회사에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장기명은 그녀의 유도에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민아 씨, 옴 테크 알아요?”옴 테크는 M국 회사인데 그 배후에는 기술업계 거물인 아비타가 있다.오늘날 아비타는 세계적으로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다.강민아가 모르는 척 고개를 흔들자 장기명이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강민아 씨가 상을 받은 후 옴 테크에서 나에게 연락이 왔어요. 그쪽이랑 연결해 달라는 의미로. 옴 테크가 서경대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내 연구 프로젝트에 투자도 해서 얘기하는 거예요. 옴 테크는 강민아 씨에게 후한 연봉을 제시했어요. 연봉 2억에 프로젝트 보너스가 수억에 달하고 주식 배당금과 각종 수당도 다 챙겨줘요. 무엇보다 옴 테크는 103일의 휴가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33화

    “아빠!”민이가 책가방을 등에 메고 반하준을 향해 신나게 뛰어갔다.웬일로 반하준이 직접 데리러 오자 민이는 유난히 신이 났다.반하준을 본 여성 학부모들도 눈을 떼지 못했다.그때 엄규민이 강민아 앞으로 가서 정중하게 제안했다.“강민아 씨, 타시죠.”강민아는 거절했다.“아니요. 정이랑 택시 타고 식당으로 갈게요.”반하준과 비좁은 공간에 함께 있기 싫었다.엄규민이 반하준의 편을 들며 사람 좋은 말을 건넸다.“대표님께서는 오늘 특별히 두 분을 데리러 오신 겁니다.”강민아가 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부르려 하자 엄규민은 마이바흐 차량 문으로 다가가 반하준에게 보고했다.얼마 후 강민아의 휴대폰이 울리자 그녀는 택시 기사인 줄 알고 받았다.반하준의 목소리는 얼음 벌판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쌀쌀한 바람 같았다.“내가 주변 5km 이내 택시를 전부 보냈어. 정이랑 같이 걸어서 식당까지 가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을게.”강민아는 찬 공기를 훅 들이켰다.저 남자는 여전히 위압적이고 독단적이다.강민아는 정이의 손을 잡고 마이바흐 쪽으로 걸어가 정이를 조수석에 앉혔다.그리고 정작 본인은 운전석으로 다가가 기사에게 말했다.“내려요.”반하준이 같이 밥을 먹으려고 직접 학교까지 데리러 온 건 운전기사의 눈에 다시 잘해보려는 신호로 보였다.강민아가 대체 뭘 하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사는 순순히 그녀의 말대로 차에서 내렸다.운전석에 오른 강민아는 가방을 놓고 내비게이션을 켜며 반하준에게 물었다.“어디로 가?”남자는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운전해서 식당까지 가겠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어떻게든 그에게 잘 보이려는 것 같았다.반하준은 우스운 마음이 들었다.‘기사 노릇을 자처한다면 실컷 하게 내버려두지.’반하준이 말한 가게는 서경의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인데 최소 한 달 전에 예약해야 가장 전망이 좋은 룸을 잡을 수 있었다.강민아는 내비게이션에 레스토랑 이름을 입력한 후 확 액셀을 밟았다. 강하게 떠밀리는 힘에 뒷좌석에 있던 반하준과 민이는 속절없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34화

    강나현은 묘한 쾌감이 들어 민이를 놓아주는데 옷에 찍힌 자국이 보였다.“너 방금 물 마셨어?”민이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토했어요.”“...”순간 강나현의 얼굴이 확 바뀌며 그녀는 급히 물티슈를 집어 옷을 닦았지만 그럴수록 더 더러워지는 것 같았다.강나현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티 나지 않게 민이를 밀어냈다.“민아, 앉아.”강나현은 자기 옷에서 풍기는 지독한 냄새에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았다.강성진은 강나현 옆에 앉아 민이가 딸에게 달라붙는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큰딸이 반하준과 이혼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딸 중 한 명이라도 민이와 반하준의 마음을 붙잡아둔다면 강씨 가문은 여전히 반씨 가문에 의지할 수 있을 테니까.정이는 작은 얼굴에 진지한 표정으로 강나현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바라보았다.강민아가 물었다.“연구원님은?”반하준은 무심하게 말했다.“작은아버지는 일이 있어서...”“연구원님 안 오셨으면 난 이만 갈게.”강민아가 정이를 데리고 돌아섰지만 반하준은 붙잡을 생각이 전혀 없는 듯 가만히 서 있었다.그는 강민아가 정말 떠날 거라고 믿지 않았다.다시 잘해보고 싶어서 직접 운전까지 해서 그들 부자를 식당까지 데려온 게 아닌가.“이봐요. 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예요?”민이가 강나현 옆에 앉더니 허리에 손을 올리고 삐죽거리며 소리쳤다.강민아는 걸음을 멈추고 민이의 원망 섞인 말을 들었다.“나랑 아빠를 여기까지 데려와 놓고 같이 밥도 안 먹어요? 혹시 나랑 아빠가 굽신거리면서 화해하길 바라는 거예요?”강민아는 민이가 대체 어디서 저런 말버릇을 배웠는지 궁금했다.그때 강나현이 끼어들었다.“언니, 내가 싫어서 그래? 아니면 엄마, 아빠가 싫어서 그래?”그녀는 반하준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언니는 내가 보기 싫어서 밥이 안 넘어가나 봐요. 됐어요. 그냥 갈게요.”강나현이 흔쾌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민이가 바로 손을 잡았다.“현이 형, 가지 마요! 가야 할 사람은 밥맛인 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35화

    반용화가 올 거라 생각한 강민아는 정이를 데리고 강나현과 부모님 맞은편에 앉았다.강성진이 도민영에게 턱받이를 묶어주자 도민영은 어린아이처럼 투덜거렸다.“밥 먹자. 아기 배고파!”강성진은 반하준의 눈치를 살피고는 도민영을 달랬다.“반 연구원님 아직 안 오셔서...”“이이잉!”도민영은 두 손으로 주먹을 쥐고 눈가에 흐르지 않는 눈물을 닦는 척했다.강민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의 저런 모습은 몇 번을 봐도 사람의 주먹을 불끈 쥐게 한다.웨이터가 들어와 그들에게 말했다.“방금 반 선생님께서 전화가 왔는데 일이 있어서 좀 늦어질 수 있으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식사하고 계시랍니다.”그러자 반하준은 웨이터에게 말했다.“음식 올리세요.”정이가 살펴보니 민이 앞에는 아기 그릇이 있는데 자기 앞에는 없었다. 그런데 도민영 앞에 아기용 그릇이 있는 게 아니겠나.식당의 아기용 그릇을 또다시 외할머니가 빼앗아 갈 줄 알았다.정이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아기 그릇으로 배가 부르지 않으니 필요 없다.웨이터가 음식을 올리자 민이와 정이는 닭갈비와 연어구이를 먹는데 강나현이 나이프를 들고 민이의 닭갈비를 잘라주었다.도민영은 아이들과 같은 어린이 세트를 먹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진 씨, 나도 잘라줘!”“당신도 참.”강성진이 다정하게 답하며 나이트를 들고 도민영을 위해 닭갈비를 잘라주었다.민이는 먹으면서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현이 형은 나한테 너무 잘해줘요. 한 번도 날 위해 이렇게 잘라주는 사람이 없었는데.”정이가 닭갈비를 뜯으며 말했다.“반현민, 너 기억상실증이야? 엄마가 닭갈비 해줄 때 잘라줬잖아.”민이가 언성을 높였다.“현이 형이 잘라준 닭갈비가 제일 맛있어!”강나현은 주스를 들고 분위기를 북돋으려 했다.“우리 함께 민아 언니가 ALI 수학 경시대회에서 금상을 딴 걸 축하하자고요. 언니 너무 대단해요. 인터넷에서 완전히 유명해졌어요.”강성진이 또다시 아버지 노릇을 하려 했다.“상도 받았는데 인터뷰에서 부모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36화

    반하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드레스는 비서에게 부탁한 것이고 비서는 강민아의 치수에 맞춰 맞춤 제작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언제 잰 사이즈인지 물어본 적은 없었다.강민아는 그에게 아내의 자리에 놓인 장식품 같은 존재였다.함께 밤을 보낸 지도 너무 오래됐고 반하준은 그녀의 몸에 아무런 흥미가 없으니 그녀가 뚱뚱하든 말랐든 전혀 관심이 없었고 신경 쓰지 않았다.“드레스가 안 맞으면 만족할 때까지 수정하면 돼.”반하준은 충분히 강민아를 배려해 줬다고 생각했다.강민아가 드레스 위에 놓여있던 서류를 집어 들었다.“부신 그룹에서 날 기술팀에 데려가려는 거야?”“널 비서팀에 들여서 내 개인 비서로 쓸 생각이야.”강민아는 반하준의 말에 2초간 얼어붙었다가 웃으며 말했다.“7년 동안 공짜로 보모 노릇을 했는데 이제 와서 월급을 주고 계속 보모 노릇을 하라고?”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넌 서경에서 제일 비싼 가정부가 되겠지.”강민아가 웃었다.“딱 한 마디만 할게.”반하준이 물었다.“동의? 아니면 돈을 더 달라고?”“멍청해.”반하준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호수처럼 차분하던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강민아, 넌 고작 학사 학위잖아.”그가 살벌한 어투로 경고했다.“넌 그저 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뿐이야. 대회에 출전하는 것과 팀 전체를 이끌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전혀 달라.”부신 그룹 주주들은 강민아에게 CTO 자리를 주고 싶어 했다.하지만 그는 강민아와 결혼한 지 7년이 되었기에 그녀의 능력을 잘 알았다.스무 살의 나이에 주부가 된 여자가 어떻게 부신 그룹의 CTO가 될 수 있겠나.강나현이 반하준의 편을 들었다.“언니, 왜 하준 씨한테 욕해.”강민아가 웃었다.“사실을 말한 거야.”그녀는 선물 상자를 들어 반하준에게 던졌다.“가져가. 창피하게 굴지 말고.”도민영은 강민아가 선물 상자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손을 뻗어 상자에서 드레스를 꺼냈다.그러고는 신이 나서 옆에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성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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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나현은 다급한 어조로 강민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아빠! 이 모든 게 강민아가 우리를 해치려고 짠 계획이에요!”그런데 얼굴 전체가 돼지처럼 부어올라 말을 해도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목소리가 어눌하게 들렸다.그런 그녀의 말에 강성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서둘러 벨트를 반으로 접은 뒤 강나현의 콧대를 조준해 휘둘렀다.“민아랑 내 부녀 사이 이간질할 생각 마!”강나현은 당황했다. 강성진이 왜 갑자기 강민아 편을 드는 걸까.“아빠가 키운 자식은 저예요! 강민아랑 무슨 감정이 있다고 그래요? 애초에 데려올 생각도 없었잖아요!”“닥쳐!”강성진은 화가 났다. 그의 평판은 무너졌지만 강민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앞으로 그녀에게 의지해야 할 일이 많은데, 강나현이 대놓고 헛소리하는 걸 그냥 둘 리가 없었다.강성진이 소리를 질렀다.“테이프 가져와!”작고 하얀 손이 검은 테이프를 건넸다.강기성은 강성진에게 테이프를 건네는 김예나를 보고 날카로운 눈썹을 들썩였다.강성진이 테이프를 찢자 강나현이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아빠, 뭐 하는 거예요?”강성진이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네 망할 입을 막으려는 거지!”강성진은 본인과 강민아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잘 알았다. 강민아가 강씨 가문에 돌아온 지 9년이 지났어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건 손에 꼽힐 정도였다.게다가 둘은 한때 팽팽하게 맞서 싸운 적도 있었다.하지만 이제 강성진은 강민아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아빠! 하지 마요!”강나현이 비명을 질렀지만 강성진의 행동에 전혀 저항하지 못했다.강성진이 곧장 테이프로 그녀의 입을 감자 김예나는 한쪽에 서서 진흙탕처럼 혼탁한 눈빛으로 싸늘하게 지켜보고 있었다.비슷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한때 강나현은 그녀를 화장실에 가두고 테이프를 붕대 삼아 눈과 머리, 입, 코를 감아 숨도 못 쉬고, 살려달라고 애원할 힘조차 없게 만들었다.그렇게 그녀가 죽기만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 잠식되어 갈 때 가위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11화

    강나현은 강성진의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고 상황을 뒤집을 희망이라도 본 듯 서서히 안도했다.‘그래, 이제 강민아가 맞아서 이빨이 뽑힐 차례야!’강성진은 강나현의 휴대폰 앨범 속 강민아와 관련된 영상을 지우고 숨을 고르더니 손을 들어 또다시 강나현의 뺨을 때렸다.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강나현의 얼굴을 강타했다.강나현의 입에 머금었던 솜뭉치가 끈적끈적한 피와 섞여 바닥에 튀어나왔다.“강나현, 이 망할 것! 날 해친 것도 모자라 민아까지 해치려고 들어? 강씨 가문을 무너뜨리고 싶은 모양이구나! 내가 오늘 너 때려죽인다.”강성진은 당장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아니에요!”강나현이 피를 뱉자 혀끝에는 온통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소리를 질렀지만 그녀의 설명은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강성진은 왜 그녀를 믿지 않는 걸까.휴대폰을 강나현에게 던진 뒤 강성진은 벨트를 풀었다.강나현은 강성진이 벨트로 자신을 채찍질하려는 것을 보고 겁에 질린 표정을 드러냈다.그 순간 강성진의 휴대폰이 울렸다.벨트로 강나현을 한 대 세게 내려친 뒤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여보세요.”강성진은 발신자를 확인한 후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들어와요.”강승 테크의 주요 주주 몇 명이 들어왔고 맨 앞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성진, 지금 여론이 자네한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옴 쪽에서는 입찰에서 빠지려고까지 해!”강성진은 그 말에 덩달아 조바심을 냈다.“네? 어떻게 멋대로 발을 뺀다는 거죠? 지금 당장 옴 테크 쪽 임원에게 연락해 봐야겠어요!”또 다른 주주가 강성진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지금 어디든 자네가 나서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다는 걸 몰라? 사람들 웃음거리가 되고 싶어?”“난...”주주들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우린 고심 끝에 만장일치로 자네가 먼저 대표 사임 발표를 하길 바라네. 그래야 자네나 회사에 대한 불리한 여론이 잠잠해질 거야.”“어떻게 강승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10화

    그러자 강성진은 강나현에게 소리쳤다.“민아를 좀 봐! 우리 회사를 위해서 애쓰고 있잖아!”강민아가 덧붙였다.“그런데 오늘 파티에서 공개된 영상이 서경 상류층에 퍼졌어요.”그녀는 부드러운 한숨을 내쉬며 강나현에게 물었다.“나현아, 넌 상류층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니까 가서 확인해 봐. 다들 우리 집 얘기하고 있는지.”강나현은 심장이 철렁하고 소름이 돋았다.강민아가 지금 그녀를 골탕 먹이고 있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었다.강성진이 곧바로 강나현을 재촉했다.“휴대폰 내놔.”강나현은 두 볼이 부어올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강민아가 또다시 함정을 파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그녀는 강성진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곧바로 강성진이 그녀의 뺨을 또 때렸고, 이미 빨갛게 부어오른 뺨 사이로 새빨간 피가 스며 나왔으며 살갗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강성진은 그녀의 앞에 서서 내려다보며 명령했다.“두 번 말하게 하지 마!”강성진의 위협적인 압박에 강나현은 순순히 휴대전화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부은 얼굴로 휴대폰 잠금이 풀리지 않자 지문으로 해제한 뒤 카톡 채팅 기록을 살펴보았다.곧 여러 명이 친구 추가 요청을 보냈고, 강나현을 삭제하지 않은 재벌 2세들이 파티에서 강나현이 당당하게 강성진이 바람피운 것을 공개한 영상 링크를 보냈다.[강나현, 너 멋있다!][나현, 이게 네가 말한 빅 뉴스야?][역시 너야. 나오자마자 아빠부터 건드리네. 강나현, 용감해! 너는 내가 인정한다!]강성진은 강나현을 칭찬하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두 눈에 담긴 불길이 거세게 번졌다.한심한 재벌 2세들은 부모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강나현이 파티에서 보여준 행동은 그들에게 ‘모범’ 역할을 했기에 강나현을 숭배하기 시작했다.강나현은 소파에 앉아 강성진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발바닥부터 올라오는 한기가 온몸을 휩쓸고 팔에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아래위 치아가 달달 떨리며 서로 부딪혀 딱딱 소리를 냈다.“아빠...”강성진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강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9화

    강민아는 눈을 깜빡이며 물잔이 강나현의 가슴을 강타하고 뜨거운 물이 마침 강나현의 얼굴에 튀면서 그녀의 얼굴도 씻기는 것을 바라보았다.“아악! 젠장!”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강나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물이 그녀의 얼굴에 있던 핏자국과 뒤섞이며 연분홍색으로 바뀔 때쯤 그녀가 허둥지둥 소파에서 일어났다.“죄송해요...”김예나는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어두운 동공엔 조금도 미안한 기색이 없었다.“이런 망할!”강나현은 욕설을 내뱉으며 뒤에서 쿠션을 잡아 김예나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김예나는 피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강나현이 던지는 딱딱한 물건에 맞아 머리에 피가 난 적도 있는데 이까짓 쿠션쯤이야.강기성이 손을 뻗어 쉽게 쿠션을 낚아채더니 김예나를 등 뒤로 보내면서 쿠션을 옆으로 던졌다.그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예나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그의 눈에 강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미친개 같았다.강나현은 입에 솜을 물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당장이라도 김예나를 산 채로 잡아먹을 것 같은 위협적인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일부러 그런 거야! 왜 아직도 우리 집에 살게 놔두는 거야? 저번에 내 그릇도 깨고, 내 옷도 잘못 빨고, 내 방 창문도 열어놔서 엄청나게 큰 벌레가 내 침대에 기어들어 왔어!”김예나는 벌벌 떨며 강기성 뒤로 숨었다.강나현의 말이 맞다. 일부러 그랬다.강기성의 손에 이끌려 강씨 가문에 살게 되면서 강나현은 일부러 그녀에게 집안일을 시켰다.김예나도 기꺼이 도우미를 자처했는데 청소도구를 들고 강나현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강씨 가문의 다른 도우미들이 너도나도 일을 도와주는 탓에 강나현의 방을 꼼꼼히 뒤져 불리한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강나현에게 학창 시절 겪었던 괴롭힘을 하나하나 되갚아주는 것뿐이었다.2년 내내 강나현에게 괴롭힘을 당했기에 강씨 가문에서 강나현에게 했던 복수는 그녀가 한 짓에 비하면 천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어디서 목소리를 높여?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8화

    그녀가 강기성에게 약을 먹이고 나서야 그는 조금 나아질 기미가 보였다.강기성은 이 집안에서 강성진에게 맞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강나현은 어렸을 때부터 강성진에게 매를 맞으며 점차 폭력을 동경하게 되어 여성의 정체성을 버리고 남자 무리에 어울리려 했다. 마치 자신도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되어야만 매 맞는 사람으로 전락하지 않는 것처럼.“그 사람이 도민영을 아끼는 것처럼 보여도 예전에 때려서 도민영 얼굴이 부은 걸 봤어. 난 어렸을 때부터 도민영이 저 사람한테 맞아서 머리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어젯밤에 왜 오빠를 때린 거야?”강기성은 침대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응시했다.“내가 사람을 시켜서 친부모를 찾고 있다는 걸 알았어.”강기성이 그녀를 돌아보았다.“강씨 가문은 남자가 물려받아야 한다면서 내가 친부모에게 가면 강씨 가문 대가 끊길 거래.”말하며 강기성이 경멸하듯 비웃었다.“난 언젠가 저 사람 죽여버릴 거야.”그저 홧김에 하는 말이었다. 강성진의 피가 튀는 것조차 더러운데 아무 상관 없는 사람 때문에 자신의 앞길까지 망칠 필요는 없었다.강민아는 숟가락으로 강기성에게 포도당 물을 먹여주었다.“언젠가 우리가 크면 저 사람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날이 올 거야.”도민영이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걸 강성진이 모를 리가 없었다. 게다가 강기성은 그와 조금도 닮지 않았다.하지만 고리타분한 마인드와 강나현의 출생 이후 강성진은 큰딸을 되찾으려는 생각을 접었다.“다들 이만 돌아가세요.”직원들에게 말하던 강민아는 자리에 있던 임원들과 주주들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단상 위에 꿇고 앉은 그녀의 발치에는 아직 기절한 척 시늉하는 도민영이 있었다.그녀의 단호한 눈빛에 임원들도 마음을 진정시켰다.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강민아의 차분한 모습은 임원들에게 구원의 지푸라기와 같았다.강민아는 심은호의 손바닥 위로 손을 올려놓으며 그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7화

    강나현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강성진에게 설명했다.“아빠,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올린 영상이 아니라고요!”강성진은 이제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과 어린 비서의 동영상이 폭로되었고, 게다가 폭로한 당사자는 그의 잘난 딸이었다.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행복한 얼굴로 단상 아래에 있는 임직원들에게 두 딸이 강승 테크에 입사해 온 가족이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그의 열정적인 연설이 아직도 귓가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효녀 강나현이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긴 것이다.강성진은 당장이라도 강나현의 목을 비틀어 머리를 공처럼 차버리고 싶었다.“개자식,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강성진은 발을 들어 강나현의 머리를 세게 걷어찼다.이대로 머리를 박살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강나현은 겁에 질려 오줌까지 지리며 서둘러 기어서 도망쳤다.그때 강민아를 돌아보았다.‘이 많은 사람 앞에서 그냥 내버려두진 않겠지?’그런데 강민아가 무릎을 꿇고 앉아 도민영의 어깨를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엄마, 일어나봐요!”강민아가 손을 뻗어 도민영의 인중을 누르자 도민영은 미간을 깊게 찡그렸다.그러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눈을 뜨며 강민아를 노려보았다.“아파!”그리고 다시 기절했다.강민아는 연기라는 걸 알았다.지금 상황에서는 무고한 피해자인 척 연기하는 것만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그래서 그녀도 엄마를 걱정하는 효녀인 척 강성진에게 맞는 강나현을 무시하고 있었다.강나현의 비명이 끝없이 울려퍼졌지만 자리에 있던 직원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강성진은 그들의 대표였고 말 한마디로 그들을 해고할 수 있으니까.임원들과 주주들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굳은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았다.강성진이 어린 비서와 놀아난 사실은 사내에서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적나라한 영상이 공개되고 현장에 기자까지 있으니 일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그들은 지금 어떻게 하면 강승 테크에 미칠 부정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6화

    강나현의 목소리가 반하준의 귓가에 들리고, 그는 포박당한 채 매서운 눈빛으로 TV 화면을 응시했다.강민아를 저격하는 말인 건 안다.대체 강민아의 무슨 약점을 잡은 걸까.강민아가 강씨 가문을 파멸로 몰고 갈 만큼 위험한 짓을 한 건 그를 이곳에 가둔 것뿐이었다.하지만 강나현이 그가 감금되었다는 걸 어떻게 알고?반하준은 자신의 뇌 어딘가에서 신경이 거칠게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안 돼!’절대 그가 이곳에 감금된 사실을 폭로해선 안 된다.이윽고 반하준의 동공이 확장되며 스크린에는 적나라한 영상이 재생되었다.강성진의 얼굴이 단번에 퍼렇게 질렸다.“아아악!”도민영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었지만 미처 입을 가리지 못한 채 비참한 비명을 내뱉었다.강씨 가문의 다른 친척이나 주주들도 일제히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좋지 않았고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강나현은 단상에 서서 모두의 반응을 살피고는 단상 아래 손님들에게 말했다.“여러분, 다 보셨나요? 저런 사람이 강승의 리더가 될 자격이 있나요? 저렇게 사생활이 엉망인데 정말 강승 테크를 믿고 맡길 수 있나요?”강나현이 눈가에 악의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차갑게 웃었다.무죄로 석방된 후 강민아에게 주는 큰 선물이었다.‘그러게 누가 감히 도발하래?’반하준의 얼굴을 다른 남자로 바꿨으니 이제 강민아가 심은호와 사귀면서 다른 남자와 낯 뜨거운 행각을 벌인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다.강나현은 심은호를 바라보며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했다.무대 맨 앞줄에 서 있던 심은호는 잔을 들어 건배를 제의했다.“강나현 씨의 가족도 서슴없이 희생하는 용기는 대단하네요!”강나현은 가슴이 철렁했다. 심은호는 왜 저렇게 담담한 걸까.게다가 대놓고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강나현은 기가 막혀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역시 심은호는 강민아를 그저 데리고 놀 생각이었고, 어쩌면 진작 그녀가 방탕하다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강나현이 승리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5화

    강나현은 강민아의 게시물을 클릭해서야 이미 올렸던 영상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렸다.고개를 든 그녀가 매서운 눈빛으로 강민아를 쳐다보았다.영상을 삭제했다고 그녀를 도발했던 게 없었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이미 강민아와 반하준의 영상을 저장해 놓았으니까!강민아의 입가에 번진 미소를 보며 강나현은 일부러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올렸다고 더더욱 확신했다.강민아는 분명 반하준이 합의서에 사인하고 아직 민이가 병원에 있는 데도 강나현이 보상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 난 거다.그래서 다시 친구 추가를 한 뒤 일부러 그녀만 볼 수 있는 게시물을 올려 기선제압을 했다.강민아는 그녀가 반하준을 좋아해서 그의 체면 때문에 영상을 퍼뜨리지 않을 거라 확신하겠지만, 강나현은 강민아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강나현은 영상을 저장한 뒤 반하준의 얼굴을 다른 남자로 바꾸었다.이제 강민아에게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깨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주련다.“강민아, 내가 이미 경고했지. 날 건드리지 말라고! 심은호와 만나고 하준 씨랑 얽혀 있다고 해서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지 마.”강나현의 경고가 끝나고 파티장 스피커가 울렸다.무의식적으로 단상 위를 돌아보니 강성진이 그쪽으로 다가가 마이크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제가 이 자리에서 몇 마디 짧게 얘기하겠습니다...”강성진은 10분 넘게 열정적으로 연설한 뒤 도민영과 두 딸까지 무대 위로 데려갔다.그들은 저마다 다른 속셈을 품고 역겨움을 참아가며 사람들 앞에서 다정한 가족인 척 연기를 했다.마침내 강성진의 연설이 끝나고 강나현이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으며 말했다.“아빠의 딸로서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강나현의 발언은 약속된 게 아니었기에 강성진은 당황한 듯 강나현을 바라봤고, 강민아의 눈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우리 중엔 직책에 걸맞지 않은 품행을 지닌 사람이 있어요. 비록 가족이지만 사생활이 난잡해 강승 테크의 임원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04화

    호흡을 가다듬은 강나현은 강민아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구치소에서 나온 뒤 미용실에 가서 브라운으로 염색하고 깔끔하게 묶은 포니테일이 걸을 때마다 흔들렸다.일부러 피부과에 가서 관리도 받았다. 그게 아니면 이 많은 사람 앞에 나설 용기도 없었을 거다.남성 정장을 입고 검은 가죽 구두를 신은 그녀의 발걸음은 당차 보였지만 나이 많은 임원이나 주주들 눈에는 무척 거슬리는 차림새였다.“언니, 축하해. 벌써 다른 사람 만나네.”강나현은 다가가 심은호를 돌아보며 부러움과 시샘이 섞인 눈빛을 감추었다.“심은호, 궁금한 게 있는데 어쩌다 우리 언니랑 만나게 됐어?”강나현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호기심을 드러냈지만 심은호는 무심하게 그녀를 흘겨볼 뿐이었다.“대단하네.”강나현이 눈이 휘어지게 히죽 웃었다.“심은호, 내가 물어보고 있는데 뭘 칭찬하는 거야?”“사고를 내고도 벌을 받지 않았잖아. 반씨 가문 도련님이 그 정도 다쳤는데 한 달도 안 돼서 나왔어. 참 운도 좋네. 반하준이 아마 불길 속에서도 구해줄 거야.”강나현의 표정이 다채롭게 바뀌었다.안 그래도 심은호는 존재만으로 눈에 띄고 주위에 어떻게든 그에게 말을 걸려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이제 그들이 전부 강나현을 조롱하듯 쳐다보고 있다.게다가 그들을 촬영하는 카메라도 있었다.지난달 강나현이 강변대로에서 큰 사고를 쳤다는 건 서경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심은호는 고개를 돌려 강민아에게 주변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산에 있는 불상 대신 반하준이 거기 앉아있으면 되겠네요.”강민아는 심은호의 팔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얘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따스하고도 솔직한 심은호의 눈빛이 강민아의 얼굴에 머물렀다.“걱정되는데요.”강민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놀리듯 말했다.“얘가 날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서요?”두 사람은 거의 얼굴을 맞대고 있을 정도로 가까웠지만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강나현은 불쾌함에 입을 삐죽거렸다.“언니는 날 뭐로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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