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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1화

Penulis: 송진
시끄러운 소리에 채 회장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처음에는 누군가 소란을 피우러 온 줄 알았다.

보디가드를 시켜 나가보라고 할 참이었지만, 그 순간 마주 오는 사람을 보고 움직임이 멈췄다.

검은색 슈트에 안에는 하얀 셔츠를 입어 깔끔하고도 단정하지만 손에 부상이 있는지 재킷은 어깨에 걸쳐져 있었다.

단정하게 올린 머리, 뚜렷하고 날카로운 이목구비. 완벽한 얼굴선과 강렬한 존재감은 그 순간 파티장의 모든 것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바로 연정우였다.

다른 사람들은 놀랐지만 오직 연정우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당황하고 있었다.

‘이게 뭐지? 박한빈이... 살아 있다고?’

‘아니, 이건 말도 안 돼.’

만약 박한빈이 살아 있었다면 연정우가 보내둔 사람들이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아니, 정말 살아 있었다면 그동안 자신이 벌인 일에 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던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이 사람은 명백히 박한빈이었다.

연정우는 지금 자신이 혹시 꿈을 꾸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 박 대표님?”

숨 막히는 정적을 깨뜨리며 채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박한빈의 등장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선명한 불신이 담겨 있었다.

박한빈은 곧장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채 회장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손을 쓱 내밀었다.

“채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익숙한 억양,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그 익숙한 미소, 더불어... 그 눈빛까지.

연정우는 여전히 술잔을 쥐고 있었지만 손끝에 힘이 들어가 유리잔이 금방이라도 깨질 듯했다.

“박 대표님... 그동안 어디 계셨던 겁니까?”

채 회장이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대신 던졌다.

“아, 그냥 한동안 어디서 휴가를 좀 보내고 있었습니다.”

박한빈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쪽 신호가 별로라서요. 돌아오고 나서야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는 말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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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요! 거기 들어가면 안 돼요!”곽단이 급하게 뒤에서 소리쳤지만 박한빈은 그녀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집 앞의 잡초가 워낙 무성했기 때문에 안쪽도 상태가 좋을 리 없었다.박한빈은 이미 집 안의 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발길을 옮기려 할 때마다 잡초가 앞을 가로막아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그때 뒤에 있던 곽단이 조심스레 다가와 말했다.“혹시 뭐 찾으시는 거예요? 근데 이 집은 몇 년 전부터 방치된 곳이라 값나가는 건 다 누가 가져갔을 텐데... 이제 남은 건 하나도 없을걸요?”박한빈은 여전히 한마디 대꾸도 없이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다.그리고 곧장 작은 골목을 돌아 집 옆쪽으로 향했다.다행히 창문은 이미 깨져 있었기에 그는 무리 없이 창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실내는 예상한 그대로였다.오랜 시간 비워져 있던 만큼 바닥이며 창틀이며 온통 먼지투성이였다.한 바퀴 방안을 둘러본 후, 박한빈이 마지막으로 시선을 멈춘 곳은 방 안에 덩그러니 놓인 책상 하나였다.오래되어 삐걱거리는 책상이었는데 어딘가 학교에서 쓰던 책상을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그 위엔 천 조각이 덮여 있었고 휴대폰 손전등을 비추어보니 작은 꽃무늬가 박혀 있었다.그리고 책상 옆 바닥에 내팽개쳐진 책 몇 권이 눈에 들어왔다.박한빈은 몸을 숙여 책들을 주워들었고 마침 그때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문이 열리면서 쌓였던 먼지가 우수수 쏟아졌고 그 소리까지 들려올 정도였다.뭔가 이상한 기분에 박한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 순간, 앞장선 남자가 급히 다가오며 소리쳤다.“이런 데를 들어오시게 어떡해요! 미리 말씀만 해주셨으면 제가 먼저 정리라도 해놨을 텐데.”박한빈은 아무 말 없이 남자를 바라보았다.그제야 남자는 뭔가 깨달은 듯, 급히 손을 내밀었다.“아, 제가 소개를 깜빡했습니다. 저는 이 마을 이장, 지세찬이라고 합니다.”박한빈은 그와 짧게 악수를 나누며 대답했다.“그냥 궁금해서 한번 들어와 봤습니다.”“이 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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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 속 사람이 웃는 장면에 맞춰 가게 안의 여자도 따라 웃고 있었다.하지만 정작 어디가 웃기는지는 박한빈은 알 수 없었다.“거기서 왜 멍하니 있어?”여자는 화가 난 듯이 소리를 지르더니 카운터 위에 있던 장난감 상자 하나를 그대로 들고 상대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손님 온 거 안 보여!?”안쪽에 앉아 있던 여자는 원래 그 말조차 대수롭지 않게 흘려듣고 있었다.그렇지만 물건이 얼굴에 부딪히고 나서야 박한빈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런데 단 한 번의 눈길 이후, 그녀의 얼굴빛이 확 바뀌더니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혹시... 당신은 그...”“아까 말했잖아. 이분은 지서연 남편, 큰 회사의 사장님이시라고!”여자는 다가가 딸의 팔을 세게 꼬집은 뒤, 박한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이쪽은 제 딸 곽단이에요. 서연이랑 같은 반 친구였답니다.”박한빈은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그럼 제가 바로 이장님께 알리러 갈게요. 다만 지금 이 시간이면 다들 낮잠 자고 있을 수도 있어서 제가 직접 집마다 다녀볼게요. 곽단, 너는 얼른 사장님 모시고 마을 한 바퀴 돌면서 안내 좀 해드려!”이름이 불린 곽단은 마지못해 몇 걸음 앞으로 나섰는데 박한빈과 눈이 마주치자 얼굴이 금세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잠시 후, 곽단은 안내를 하려는 듯 앞장서며 천천히 입을 뗐다.“따라오세요.”박한빈은 별말 없이 그 뒤를 따라갔다.사실 두 사람이 굳이 안내하지 않아도 그는 처음부터 이 마을을 둘러볼 생각이었다.애초에 그것이 이곳에 온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가이드’가 하나 생겼다 해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뉴스에서 본 적 있어요, 사장님에 대한 기사요.”마을을 걷던 중, 곽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진짜로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어요…”“그 사람 집은 어딥니까?”곽단은 뜻밖의 질문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박한빈을 쳐다봤다.“당신 옛 동창 말입니다.”박한빈은 성유리라는 이름을 직접 말하고 싶지 않았고 지서연이라고 부르기도 싫었기에 그냥 동창이라는 단어로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06화

    여자의 말을 들은 박한빈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침묵만 유지했다.하지만 그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그 존재감만으로 주변 공기가 묵직해졌다.여자도 그 기운을 감지한 듯, 얼굴에 띠고 있던 미소도 서서히 사라졌다.처음에는 자기가 너무 성급하게 말을 꺼냈나 싶었지만 순간, 박한빈이 입을 열었다.“좋습니다.”“다만 그 사람은 이쪽에 아직 일이 있어서요. 지금은 저희와 함께 갈 시간이 없습니다. 제가 먼저 다녀오는 게 좋겠네요.”박한빈의 말이 끝나자 여자 얼굴에 다시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좋아요, 좋아요!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원래 여자는 성유리 이야기를 미끼 삼아 박한빈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했었다.하지만 그가 이렇게 순순히 따라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여자 입장에선 성유리가 오든 말든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여자가 진짜 원하는 건, 오직 박한빈이 가진 권력이었으니까.지금처럼 성유리를 건너뛰고 박한빈과 직접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아까 하신 말씀 중에... 유리랑 이웃사촌이었다고 하셨죠?”가는 길에 박한빈이 먼저 물었다.여자는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그러다 잠시 뒤에야 박한빈이 말한 성유리가 예전에 자신이 말했던 그 이웃임을 떠올렸다.여자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요, 맞아요! 우리 집이랑 서연이 집이 바로 옆에 있었거든요! 어릴 때는 유리가 아빠한테 자주 맞고 저희 집으로 도망 오기도 했어요! 제가 그럴 때마다 우유랑 빵도 챙겨줬답니다!”물론 이건 전부 여자가 직접 지어낸 이야기였다.어차피 지금 이 자리에 성유리가 없으니 반박할 사람도 없으니 뭐라 말하든 여자의 마음대로였다.박한빈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여자는 그런 박한빈을 힐끗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제 딸도요. 전에 서연이랑 같은 반이었어요! 둘이서 꽤 친하게 지냈다니까요. 근데 서연이는 워낙 특별한 집안 출신이잖아요. 그래서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05화

    여자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아직 촬영이 시작되기 전이라 현장은 조용했다.그렇기에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 쏠렸다.성유리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즉시 미간을 찌푸렸다.그리고 여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거죠?”“내가 무슨 말을 할지... 너는 이미 알고 있잖아?”여자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이제는 재벌가 사모님이시라면서? 재벌 집안은 체면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과거에 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들 알게 되면 어떨까? 그때도 지금처럼 네 곁에 있어 줄까?”말을 마친 여자는 성유리를 시험하듯 바라보았다.하지만 성유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의 눈에는 그 어떤 감정도 서려 있지 않았다.그 조용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여자의 심장은 세차게 요동쳤다.마치 자신이 ‘위협’한 게 아니라 오히려 판단받고 있는 것만 같았다.여자는 재빨리 입을 열어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그 순간, 성유리가 먼저 입을 뗐다.“좋아요. 그럼 그렇게 해보세요.”성유리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그 태연한 반응에 여자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성유리는 더 이상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그저 그대로 뒤돌아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그러나 이건 여자의 입장에선 명백한 도발이라고 느껴졌다.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오르려던 찰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거기, 뭐 하는 거야?”감독이 여자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몇 번이나 불렀는데 왜 대답이 없어? 빨리 자리로 돌아와!”여자는 잠시 멈칫하다 곧장 대꾸했다.“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되는데? 나 안 해!”말을 마친 여자는 곧바로 촬영장을 나와 버렸다.그렇지만 몇 걸음 채 가지도 않아 그녀는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그래서 곧장 택시에 올라탔고 그녀가 향한 곳은 박한빈이 머무는 호텔이었다.호텔 앞, 여자는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들고 곧장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단아,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04화

    성유리의 앞을 막아선 사람은 며칠 전 호텔 앞에서 그녀를 붙잡았던 바로 그 여자였다.여자는 오늘도 여전히 스태프 복장을 하고 있었다.“너희 촬영팀에서 엑스트라 모집한다고 하길래 나도 지원했어.”여자는 웃으며 계속 말했다.“그냥 한 번 와봤는데 정말 너를 만날 줄은 몰랐네. 너, 지서연 맞지?”“네 말대로 너도 잘못한 거 없잖아. 근데 왜 나만 보면 도망가는 거야?”성유리는 조용히 손을 뺐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여자를 쳐다보았다.“대체 무슨 일이죠?”성유리의 냉랭한 반응에 여자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지만 곧 다시 웃으며 말했다.“뭘 그렇게 겁먹어? 난 그냥 네가 돌아와서 반가운 거야.”“이렇게 얼굴 보는 게 얼마 만인지도 모르겠네.”‘거짓말.’성유리는 여자의 말을 단 한 글자도 믿지 않았다.하지만 뭐라 반박하지도 않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성유리가 불편해하는 기색을 드러냈음에도 여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말을 이어갔다.“근데 너 이번에 돌아왔으면 고향에도 한 번 가봐야 하는 거 아냐? 동네 사람들이 전부 네 소식을 궁금해하고 있어. 다들 서연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예전에는...”“제가 왜 거길 가야 하죠?”성유리는 단칼에 여자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거긴 제 고향도, 제 집도 아니에요.”“볼일 없으시면 그냥 가세요. 전 일해야 하니까.”사실, 성유리는 낯선 사람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구는 편이 아니었다.실제로 감독이나 스태프들도 그녀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배경은 화려하지만 절대 잘난 척하지 않고 누구보다 스태프들에게 친절한 사람이라고.그렇지만 지금 성유리의 안색은 너무 어두웠다.성유리는 더 이상 이 여자와 대화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여자는 그렇게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녀는 성유리의 앞을 다시 가로막으며 말했다.“하긴... 마침 잘 만났다. 너한테 부탁할 게 하나 있거든.”성유리는 여자의 갑작스러운 말에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처음부터 목적을 갖고 다가올 줄 알았으니까.아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03화

    성유리는 입을 삐죽이며 계속 투덜거렸다.“이건 제 잘못도 아닌데 왜 저한테 화를 내는 건데요?”그 말에 박한빈의 걸음이 뚝 멈췄고 잠시 침묵하던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 화 안 났어.”“그럼 왜 계속 앞만 보고 가고 저랑 말도 안 하세요?”박한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성유리는 한숨을 쉬며 계속 말했다.“그리고 이우빈 씨가 대체 뭐라고 이러세요? 마음에 안 드시면 그냥 촬영장에서 내쫓아 버려요. 어차피 지금 이 영화, 박한빈 씨가 최대 투자자인데.”그 말에 박한빈이 흥미를 보이는 듯했지만 이내 다시 냉정함을 되찾았다.“이 영화, 이우빈 씨 소속사도 투자한 거라서 교체하려면 복잡해. 그리고 내가 그렇게 하면 이 프로젝트 자체가 날아갈 수도 있는데 괜찮아?”“망해도 상관없어요. 전 당신이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성유리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 순간, 박한빈의 표정이 삽시간에 변했고 가라앉았던 눈빛이 다시 반짝였다. 그리고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랐다.“진짜?”“당연하죠.”성유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이든 박한빈 씨보다 중요한 건 없어.”방금까지만 해도 차 안에서 박한빈의 한마디 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졌던 성유리였다.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고 박한빈이 그녀와 똑같이 얼굴을 붉혔다.성유리는 자신의 손을 꽉 쥐고 있는 박한빈의 힘에 너무 아파 빼내려 했지만 곧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박한빈 씨, 당신 혹시 얼굴 빨개진 거예요?”“아니.”박한빈은 단호하게 부정했다.하지만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티가 났다.그 반응에 성유리는 더욱 확신했고 그녀는 빙글빙글 돌며 박한빈의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한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맞는 것 같은데? 한빈 씨 지금 얼굴 빨개진 거 맞죠?”“설마... 부끄러운 거예요?”성유리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려던 순간, 박한빈이 그녀의 허리를 갑자기 당겼다.그리고 이내 박한빈은 성유리의 입술을 덮쳐버렸다.멍해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02화

    박한빈의 말이 끝나자 성유리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박한빈은 처음엔 그녀도 자신처럼 화가 난 줄 알았다.하지만 잠시 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다시 성유리를 바라보자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너... 울어?”박한빈은 성유리의 어깨를 살짝 붙잡으며 무슨 말을 더 하려 했다.그러나 정작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본 순간 박한빈이 굳어버리더니 입술을 꾹 다물었다.“너... 지금 웃고 있는 거야?”박한빈의 목소리는 낮았고 눈빛은 싸늘하게 식었다.사실 성유리도 아주 오랜만에 그가 이런 표정을 짓는 걸 보았으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 아니요.”성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지만 박한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 말했다.“그럼 그 웃음부터 참아봐.”그 말에 성유리는 순간 움찔했지만 아직 제대로 해명하기도 전에 박한빈은 앞좌석에 있는 기사를 향해 말했다.“차 세워요.”“아니, 잠깐만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그러자 성유리가 다급히 말했다.그렇지만 박한빈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에서 내려버렸고 성유리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갔다.“미안해요. 제 잘못이에요. 박한빈 씨를 비웃으려고 한 게 아니에요...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요. 그리고... 사실 전 이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는데...”박한빈의 발걸음은 빨랐다.성유리는 그를 따라가며 거의 뛰듯이 걷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박한빈이 뚝 멈춰 섰고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성유리는 그대로 그의 등에 부딪쳤다.뒤돌아본 박한빈의 안색은 한층 더 어두워져 있었다.“방금 뭐라고 했어?”그의 목소리는 낮고 날카로웠다.성유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다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러니까... 생각해 보세요. 이우빈 씨조차 한빈 씨를 좋아한다고요. 그만큼 당신 매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거잖아요? 이건... 좋은 일 아닌가?”처음엔 나름 진지하게 말했지만 박한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성유리는 점점 목소리를 줄였다.결

  •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901화

    박한빈이 화가 난 채로 돌아왔을 때, 성유리는 마침 손에 들고 있던 게 게 껍질을 내려놓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미처 박한빈이 화가 난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성유리는 돌아서면서 환하게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내밀었다.“이거 보세요. 제가 한빈 씨 거 다 발라놨어요! 빨리...”그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이 그릇을 탁자 위에 거칠게 내려놓았더니 곧장 성유리의 손을 잡아끌었다.“나랑 가자.”박한빈의 얼굴은 잿빛처럼 어두워져 있었는데 성유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냉랭한 표정이었다.잔뜩 당황한 성유리가 천천히 웃음을 거두었다.“왜 그러는데요? 무슨...”하지만 성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은 이미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섰다.몇 걸음 가던 그는 문득 무언가 떠올렸는지 발걸음을 뚝 멈췄다. 그리고 성유리가 힘들게 발라놓은 게살이 담긴 그릇을 다시 집어 들더니 옆에 멍하니 서 있던 웨이터에게 내밀었다.“포장해 주세요.”웨이터는 박한빈의 기세에 놀라 움찔했지만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박한빈은 더 이상 웨이터를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성유리를 끌고 나섰다.성유리는 복도로 나오면서 이우빈을 쓱 쳐다보았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는데 박한빈이 성유리를 끌고 나오는 모습을 보자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무슨 일인데요?”성유리는 이제야 벌어진 상황을 퍼즐조각처럼 맞춰 보려 박한빈에게 물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박한빈의 싸늘한 눈빛만 봐도 기분이 최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성유리도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조금 후, 웨이터가 포장한 게살을 들고나오자 박한빈은 차창을 내리고 그것을 받아 들더니 바로 운전기사에게 명령했다.“출발.”박한빈의 태도는 마치 이곳에 단 1초도 더 머물고 싶지 않다는 듯했다.쌩쌩 달린 차가 일정 거리를 지나고 나서 성유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이우빈 씨가 뭐라고 했어요?”성유리가 말을 마치자마자 박한빈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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