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만자가 물었다. “장공주부의 지형도가 있습니까? 지하 감옥이 어디에 있습니까?”사여묵이 대답했다. “지형도가 있기 마련이지. 내일 밤에 움직여야 하는데 지형도가 없을 수 있겠나?”시만자는 좌절감을 느꼈다. 그녀와 홍시는 정보 사업을 하였지만 아무런 유용한 정보도 캐내지 못했다. “어떻게 사람들을 끼워 넣었습니까? 어떻게 하면 아무도 모르게 장공주부에도 사람을 끼워 넣을 수 있었던 거지요? 장공주부가 가장 어려운 곳이고 게다가 그렇게 중요한 일을 참.. 한 명도 아니고..”염선생은 변소 청소를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본론으로 말을 돌렸다. “지금 초보적인 계획은 시경님이 먼저 들어가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 안으로 소식을 전할 수도 없으니 시경님이 자신의 능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공주부의 병력 배치와 순찰 상황을 알고 있다는 건 다행이지긴 하지만요. 핵시가 가장 적절한 시기인데 이미 자시가 다 되었으니 가장 좋은 시기도 놓친 셈이지오.”사여묵이 말했다. “본왕이 야행복만 갈아입고 바로 출발하마.”사여묵은 송석석을 바라보며 위로했다. “걱정 마시오.”송석석은 사여묵을 믿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심하시오.”“그래.” 사여묵은 송석석을 향해 따뜻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공주부의 호위든 부병이든 모두 쓰레기이다. 밤에 사람을 납치하는 일이나 하지, 어려운 점이라면 조용히 지하 감옥에 잠입하여 숨는 것인데, 이전에 지하 감옥의 지형도를 본적이 있어 괜찮을 겁니다.”“예, 모든 일에 조심하시오.”송석석은 공주부의 경비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북명왕부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조용히 잠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공주부에 500명의 부병은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태반이 나태하다 하더라도 뛰어난 사람은 있었다. 예를 들면 시위장 도준 같은 사람 말이다. 송석석이 말했다. “정심도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구나. 정심이 우리가 요즘 10월 15일 장공주부에서 소란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송석석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 “내일 왕과 성을 나가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으니 지금 나의 손톱을 정리해주거라.”“아가씨, 내일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그럼 노비도 데려갑니까?” 보주가 기뻐하며 물었다.“아니.” 송석석은 보주를 한 번 노려보았다. “아주.. 나갈 생각만 하지!”정심은 계속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 왕과 왕비는 함께 방에 들어왔는데.. 왜 지금 왕비밖에 없지? 왕은? 분명 문이 잠겨져 있었으니 문으로 나간건 아닐 테고.. 아니면 혹시 창문으로 나간 걸까? 근데 왜 이렇게 은밀하게 움직이지?’매니큐어를 꺼낸 후, 두 사람은 송석석의 손톱에 바르려고 했다. 이때 시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석아. 네가 준 동주 귀걸이 없어졌다. 내가 여기 놓고 가지 않았나?”시만자는 성큼성큼 들어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번 찾아봐 줘. 여기에 있는지.”“넌 내 방에서 화장을 지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여기에 있겠어? 그냥 다른데다가 두고 잊어버린 거 아니야? 잘 찾아보기는 했어?”시만자는 송석석의 화장대를 열어보고 옆에 놓인 장신구 상자 몇 개도 확인하였다. “다 찾아봤어. 내일 그 귀걸이를 할 생각이었는데 여기 둔 것이 아닌가 해서..”송석석은 장신구가 많다. 여기 있는 것들은 그녀가 자주 사용하는 일부분일 뿐이다.시만자는 장신구 상자를 샅샅이 뒤졌지만 동주 귀걸이를 찾지 못했다. 시만자는 조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설마.. 누가 가져간 건 아니겠지? 우리 집에 손버릇이 나쁜 사람은 없을텐데.”“그럴 리가. 우리 집에서 이런일은 한 번도 일어난적 없어.” 송석석이 말했다. “네가 원래 부주의하잖냐. 물건을 함부로 여기저기에다 버리고 다니고. 그래서 바닥이나 상자 밑에 떨어지지 않았을까? 양 마마에게 사람 불러 찾으라고 할게. 보주, 정심, 너희도 얼른 가서 찾아보거라.”시만자는 기운이 빠져 해탈해 버렸다. “그래, 너희들도 나를 도와 찾아 주거라. 그 두 동주 비싼 거다. 대충 팔아도 천 냥을
이렇게 소란스럽게 수사하면 틀림없이 혜 태비를 놀라게 했을 것이다.태비는 일찍 잠이 들어 잘 자고 있었는데 밖에 떠드는 소리를 듣고 같은 방에서 자고 있는 고 씨 유모에게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저택의 하인들의 손버릇이 나빠서 시만자의 동주 귀걸이를 훔쳤다는 보고를 듣고 태비는 화가 났다. “왕부의 대우가 다른 저택보다 얼마나 많이 좋은지 모른단 말이오. 욕심이 이렇게 큰 사람은 손을 부러뜨려 버려야 하오.”“왕비님께서 오셨습니다.” 밖에서 하인이 들어와 아뢰었다.밤에 추워지자 혜 태비는 침대와 이불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왕비가 밖에서 대국을 주관하지 않고 여기 와서 무엇을 하려는 건가? 본궁 이미 잠들기 직전인데 말이야..”“어머님.” 송석석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송석석은 혼자 왔다. 오늘 밤 동주 귀걸이는 정심의 침대에서 찾아낼 것이다. 정심은 원래 태비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송석석은 여기에 와서 태비를 지키고 있다가 찾아낸 후에 어떻게 처리할지 말씀드리려 했다.“어째서 왔는가? 밤에 추운데 옷이라도 더 입고 오지.” 혜 태비의 표정은 송석석을 보자 바로 더없이 다정하고 따뜻해졌다. “이리 와서 앉거라.”송석석은 먼저 인사를 올리고는 침대 옆에 앉았다. “밤에 어머님을 깨운 것이 이게 다 며느리가 집안을 잘 다스리지 못한 탓입니다.”“허허. 괜찮다. 한데 왜 이 한밤중에 이렇게 소란스럽게 찾는 건가. 내일 아침에 찾지 않고?” 혜 태비가 하품을 하며 물었다.그러자 고 씨 유모가 설명했다. “내일 다시 수색하면 물품을 빼돌렸을 수 있습니다. 그 동주 많이 비쌀 것 같기도 하고요.”혜 태비는 “응” 하고 대답하면서 고 씨 유모를 담담히 쳐다보았다. ‘너만 잘났지, 아주.’“차를 따르거라.” 송석석이 분부했다. “이 밤에 차를 마시지 않으면 견디기에 쉽지 않을 겁니다. 어머님께서도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혜 태비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다. 이렇게 늦게 차를 마시면 잠을 잘 수 없구나.”송석석이 말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심이 끌려들어 왔는데 그녀의 낫빛은 잿빛같이 어두웠고, 양 마마는 그녀의 침대 밑에서 찾아낸 나무 상자를 들어 올려 안에 있는 물건을 모두 탁자 위에 쏟았다. 동주 귀걸이 외에도 다른 많은 장신구들이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싼 물건이 아니었다. 게다가 안에 있는 나무 상자 밑에 은표 몇 장이 있었는데 펼쳐보니 모두 백 냥짜리였다. 그리고 금괴 두 개와 은괴 다섯 개, 동전 몇 푼이 있었다. 혜 태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차를 끓인 후에 일어나 앉아 탁자 위에 놓인 물건을 보며 금비녀를 들고 위에 박힌 보석을 보았다. 혜 태비는 이 물건들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이것들은 금루의 물건이고 금경루를 따라 만든 물건들이었다. 그녀는 다시 팔찌를 하나 들어 보았는데 자신의 팔지와 공예도 비슷했다. 이러한 장신구가 십여 개정도 있었는데 은표와 금은을 포함해서 대략 계산해 보니 수천 냥이 넘었다. 혜 태비는 처음엔 그녀가 훔친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황실에서 금루의 장신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가 원래 가지고 있던 물건도 팔아서 금루와 선을 그어 금루의 장신구는 하나도 없었다. 이때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 “양 마마, 일단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주게. 나와 태비께서 직접 심문하겠다.” “네.” 양 마마는 손을 저으며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내려갔고, 소월과 소란도 그 뒤를 따랐다. 떠날 때 그 두 사람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그 두 사람은 정심과 한 방에서 지내면서도 그녀가 이렇게 많은 은표와 장신구를 가지고 있는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시만자는 들어와 문을 닫고 정심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턱을 잡고 물었다. “증거까지 확보했는데 또 무슨 할 말이 있냐?” “동주는 내가 훔친 게 아닙니다.” 정심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몸을 떨며 말했다. 그녀는 오늘 이 일이 자신을 노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송석석이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 “동주는 당신이 훔친 게 아니라고 치자. 그럼 이 은표와
태비는 정심이 뇌물을 받고 황실을 팔았다는 것을 알아채고 물었다. 다만 누가 정심을 매수한 것인지 모르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송석석은 담담하게 말했다. “장공주입니다.” 그러자 혜 태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장공주가 대체 뭐 하려는 것이냐?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냐?!” “어머님께서 궁에 있을 때부터 정심은 장공주의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님께서 장공주와 같이 장사를 할 때 옆에서 장공주를 많이 칭찬했겠지요?” 혜 태비는 그 모습을 상상하니 화가 더욱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어디 칭찬일 뿐이냐? 장공주가 현명해서 진성의 귀족세가들에게 명성이 자자한 데다 수단이 대단해서 모두 그녀를 추켜세운다며 우리 언니보다 더 대단한 사람처럼 얘기해서 나도 그녀에게 다소 경복 했는데.” 시만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경복 한 게 아니라 무서웠던 것이겠지. 장공주 모녀에게 당했을 때도 석석이 나서지 않았다면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고도 찾아가지 못했겠으니까.’ “장공주가 내 옆에 사람을 배치해서 뭐 하려는 것이냐?” 혜 태비는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후궁에 있을 때도 매일 언니와 얘기하고 황제가 등기한 후에도 난 황후와 수민과도 왕래가 뜸했는데.” 그러자 시만자가 말했다. “태비께서도 훌륭한 아들이 있으니까요.” “묵이 때문이라고? 그럼 묵이를 해칠 생각이었는가?” 혜 태비의 목소리는 점점 밝아지고 노여움도 줄어들었다. “묵이 때문이라면 왜 황실에 사람을 배치하지 않는 거냐?” 송석석이 말했다. “그녀가 무엇 때문이든 어머님은 이 일을 크게 소문내서 궁에서 처리하도록 하면 됩니다.” 혜 태비가 그녀의 뜻을 알아채지 못하고 무심코 물었다. “왜 궁에서 처리하라고 하는 것이냐? 정심은 내가 궁 밖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니 내가 처리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그녀를 돌려보낸다는 건 우리 황실이 시녀 하나도 처리하지 못할 만큼 무능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 아니냐?”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무능해 보
한편, 사여묵은 이미 장공주부에 잠입했지만 아직 지하감옥에 도착하지는 않았다. 공주부의 지하감옥에는 입구가 네 개 있었는데, 지하감옥을 지은 장인들은 모두 죽었지만 염 선생이 십장의 아들을 찾아 구조도를 얻어 이 감옥이 어떤 구조인지는 알 수 있었다. 지하감옥은 공주부의 절반 정도 크기였는데 꽤 깊이까지 파내 안에 벽돌을 사용해 동서남북 네 곳으로 나누었다.4개의 입구는 각각 4개의 감방에 해당했다. 동쪽 감방은 서쪽 마당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다만 동남쪽의 222개의 감방 건설도를 보아 사람을 가두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분리되어 있지 않고 단지 두 개의 큰 지하실이기 때문이었다. 서북쪽의 두 지하감옥은 사람을 가두는데 큰 감방이 하나씩 있고 나머지는 작은 감방으로 분리된 것이었다. 네 칸의 감방은 구조도로 보아 서로 통하지 않고 격리되어 있었다. 사여묵은 송지안 일가가 어느 쪽의 감방에 갇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먼저 서쪽으로 들어가려고 시도를 했다. 양쪽이 서로 붙어 있고 입구도 그리 멀지 않았다. 공주부의 사치와 낭비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밤마다 소비하는 등유만 해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여묵은 몸이 빠른 데다 공주엔 건물이 많고 나무도 많아서 숨기 매우 편리했다. 서쪽의 감방은 서쪽 마당이 아니라 동쪽 마당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이렇게 엇갈리게 설계한 것은 사람의 이목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비열할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이 그녀의 야심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공주부가 커서 뒷마당에 가도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마당이 넓고 방도 많아서 각종 정원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아무도 공주부에 지하감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동쪽 마당의 가산이 서쪽 감옥의 입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순찰대가 지나간 후, 사여묵은 쉽게 지하감옥에 잠입할 수 있었다. 지하감옥은 아주 깊어서
송지안이 두려운 목소리로 다급하게 물었다. “왜 우리 식구를 납치한 것이오? 우리가 어떻게 댁의 기분을 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을 했다면 여기서 사죄하겠소. 다만 제 부인과 이이들은 죄가 없으니 풀어주시오. 무슨 일이 있으면 나와 얘기하시오.” 그러자 고부진이 차갑게 말했다. “입 닥쳐. 정말 널 죽이려고 한다면 부인과 아이 뒤에 숨을 것이면서.” 송지안은 작은 창문에 엎드려 밖을 바라보며 말했는데, 해탈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지 않을 것이네. 부인과 자식만 놓아준다면 난 죽어도 상관없소.” “본 부마는 당신같이 잘난 체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 고부진은 차갑게 말을 하고 감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공주가 한의절에 오지 말라고 해서 그는 지하감옥에 숨어 봉아를 보러 온 것이었다. 그는 지하감옥을 지키는 사람을 모두 매수했지만 그들을 풀어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그가 들어오려면 장공주의 허가까지 필요는 없었다. 다만 그녀에게 허락을 받는 것은 아직 모든 것이 그녀의 통제 하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였다. 송지안은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부마라고? 부마라면 대체 어느 공주의 부마란 말인가?’ 송지안은 미친 여자가 한 짓과 지금의 상황을 결합해 보니 바로 옛일이 하나 생각났다. 그 일이 일어났을 땐 송지안이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었다. 장공주가 형인 송회안을 마음에 두고 당시의 황제폐하께 혼인을 청했지만 황제폐하께서는 혼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형님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고 부마가 되고 싶지 않아 그녀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장공주가 송 씨 집안의 사람들을 미워하게 된 것이었다.옛일을 떠올리며 그는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송 씨 집안에 이렇게 많은 아들들이 있지만 태조부가 물려준 혈통 중에 그와 형님인 송회안이 가장 비슷하다고 했었다. 그는 갑자기 온몸이 차가워지더니 숨이 쉬어지지 않아 한참을 괴로워하다가 숨을 헐떡였다. 그는 너무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여전히 온몸을 떨고 있었다. 멀쩡하던 집에 몇 사람이 난폭하게 쳐들어와 그들을 여기로 잡아온 것이었기에 그들 중 가장 큰 애가 여덟 살도 채 되지 않으니 두렵지 않을 리가 없었다.황 씨도 두려웠지만 어머니로서 두려움과 걱정을 참으며 남편과 함께 두 아들을 위로했다.그러나 눈을 마주친 부부는 절망과 무력감으로 가득 찼다.다른 쪽 감방에서 송자안과 황 씨의 말을 들은 사여묵은 장인의 정신이 송 씨 집안의 모든 사람에게 전해진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송지안은 장인어른과 접촉이 뜸했고 성실한 장사꾼에 불과한데 이렇게까지 기재가 굳세다니, 그는 태공께서 정말 잘 가르쳤다고 생각했다.그는 이게 바로 진정한 세가의 정신이라고 생각했다. 조정에서 벼슬을 하는 사람이 없어도 그들의 단결과 정신은 많은 가문을 부끄럽게 했다. 고부진도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송지안이 해냈으니 화가 난 것이었다.고부진과 림봉아는 가장 왼쪽에 있는 감방에 갇혀 있어 사여묵은 그들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림봉아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고, 실망과 슬픔만이 가득했다.“그들은 당신의 딸인데 어떻게 그렇게 모질 수가 있소?”“공주를 배신하면 죽을 수밖에 없소. 만약 내가 그녀를 폭로하지 않으면 당신과 나의 목숨은 몰론이고 림 씨 가문과 고후부까지 연루될 것이오. 나도 어쩔 수가 없었소.”“또 그 소리요?!”림봉아는 흐느껴 울며 말했다.“당신이 나한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한 게 벌써 몇 년째요? 매번 선택을 할 때마다 당신은 어쩔 수 없었다고 했소. 왜 고후부에게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 않소? 고후부에서는 반항할 능력이라도 있지 않소? 설령 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살면 살아갈 수는 있지 않소? 그런데 왜 매번 우리와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이오? 당신이 매번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면 누군가가 죽어가니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소. 청란은 유일하게 반항을 하려고 했던 아이였소. 딸은 기개가 있는데 왜 하필이면 당신처럼 무능한 아비를 만
정말 형부에 눌러 앉으려는 건가? 신기하기도 하지. 보통 사람은 하루라도 빨리 형부라는 곳을 떠나는 게 정상인데 왜 아직도 형부에 붙어있는 걸까?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왜 일까요?""모르겠소. 오늘 이 대인이 사건 기록을 전하며 말했는데 전북망이 유실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루에 밥도 한 끼만 먹으며 매일 거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소. 원래는 하루만 있을 거라고 했는데 지금은 아예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하였소.""정말 이상합니다. 혹시 직위마저 포기한 겁니까?" 황제의 처분이 아니라는 말에 송석석도 바로 화제를 바꿨다. "협상 중에 일어난 일들을 폐하에게 보고한 후, 폐하는 조사하지 않으셨습니까?"정영수의 암살 시도는 어찌어찌 넘어갔지만 향병이 장공주에게 독을 준 일은 예전에 비주 사건과 똑같은 독이었으므로 황제도 연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조사는 반드시 할 거요. 아마 오월이가 조사할 것 같소."대리사에서는 비록 반역 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일이라 황제는 대리사에게 조사를 맡기지 않을 생각이었다.보주가 들어와 남은 음식을 치우자 궁녀 영씨가 말했다. "왕야님, 왕비님, 목욕은 일찍 준비하셔야 합니다."최근 협상 때문에 사여묵이 살이 빠진 것 같아 궁녀 영씨는 심히 걱정하고 있었다. 협상이 끝났으니 이제는 잘 회복해야 하는데 말이다. 사여묵은 잠시 눈을 깜박이더니 송석석의 손등에 손을 올리고 새끼손톱으로 송석석의 손목 피부를 스치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빨리 준비해야겠소."설마 이 동작은…?송석석의 얼굴은 즉시 빨개졌고 귀끝까지 붉어져 급히 손을 뺐다.궁녀 영씨와 보주도 있는 데 왜 이리 가벼운 행동을 한 거지?궁녀 영씨는 그 모습에 몰래 웃으며 뒤돌아섰고 보주는 잠시 멈칫하더니 송석석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진 이유를 궁금해했다.보주는 의아한 듯 궁녀 영씨의 뒷모습을 한 번 쳐다봤다. "궁녀 영씨는 왜 웃으시는 겁니까?"송석석이 급히 일어서며 말했다. "아무것도
송석석이 말했다. “나도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지금은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니 그 문제는 나중에 고민하자꾸나. 정말 안 되면 다른 곳에 팔아버리면 그만이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첫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했다는 것이야.”“그래,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여학은 더 힘들지 않겠느냐?”“아니다, 여학은 자리가 늘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송석석이 말했다.그러자 시만자가 턱을 괴며 말했다. “그래. 기분이 좋지 않으니 오늘 밤 네 제자들에게 추가 훈련을 시켜야겠다.”송석석이 가볍게 웃었다. “시 사부, 어서 공지를 내려라. 네 제자들은 무공에 대한 열정이 아주 대단하더구나.”시만자도 웃으며 말했다. “장기문이 제일 부지런하다. 이 녀석은 항상 최선을 다해 발전도 빠르지. 무공을 배우기에 정말 좋은 자질이야. 어릴 때 사부를 만났다면 지금쯤 무공이 얼마나 뛰어났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야 배우는 걸 보니 조금 아쉬울 뿐이다.”그 후, 송석석은 평서백부로 향했고, 시만자는 가죽 채찍을 들고 네 제자들에게 추가 훈련을 시켰다.최씨가 송석석의 말을 듣자마자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하자 송석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부인이 도와주시니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여인은 살기가 너무 힘드니 도울 수 있으면 돕는 게 복을 쌓는 일이지요.” 최씨는 깊은 슬픔이 깃든 눈빛으로 말했다. 지난번 만났을 때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왠지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송석석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부인, 무슨 일이 있으신겝니까? 괜찮으시면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최씨도 그녀를 여러 번이고 도왔기에 그녀는 진심으로 최씨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최씨는 씁쓸하게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몇 가지 작은 문제가 있긴 하다만 왕비님께 걱정을 끼칠 일은 아닙니다.”송석석도 더는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그때, 하녀가 급히 뛰어와 말
소진 소주방은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 언제든 사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덕회 부인은 다과회를 열어 이 사실을 알렸고 곧 백성들의 입에도 소주방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록 말은 많았지만 이혼당한 부인 중 누구도 소주방에 발을 들이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시만자는 의아해하며 홍시와 함께 조사를 진행한 끝에 많은 이혼당한 부인들이 암자에 머무르며 고된 일에 시달렸고, 심지어 때로는 끼니조차 거르는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친정으로 돌아간 여인들도 있지만 가족들에게 시달리며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3월 10일 십자리강에서는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경조부의 조사 결과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이혼당한 자수공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만자는 참을 수 없는 마음에 곧바로 송석석을 찾으러 경위부로 달려갔다.송석석은 다급히 달려온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이 일은 본래부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 소주방에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모두가 첫 번째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소주방에 들어가면 세상 사람들에게 자기가 이혼당한 부인임을 알리는 셈이 될 테니. 그걸 이겨내기 힘든 것이야.”"소주방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이혼당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시만자는 속이 상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녀는 소진 소주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녀들을 위해 살길을 마련해 주려 했지만 기꺼이 죽음을 택하면서도 소주방에 들어오지 않는 이들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려무나. 처음부터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도 알고 있었지 않느냐.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이고 강에 투신한 그 여인도 아마 절망한 끝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그래도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한 일인데 왜 그리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걸까." 시만자는 답답함과 좌절감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송석석은 그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만지며 위로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우리가 그들
안태부와 목 승상은 왕부에 남아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음식은 매우 푸짐했고 좋은 술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양 마마는 손수 장수 찐빵을 만들었는데 그 위에 찍은 붉은 점이 마치 눈 위에 떨어진 한 송이 붉은 매화처럼 보였다.소 대장군은 무척 기뻐하며 술자리를 즐겼다. 식사 중 그들은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전 노장군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목 승상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때 내가 전 노장군을 생각해 전북망의 중매를 서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오. 두 사람이 원수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소. 정말 후회스럽군.”"사람마다 각자의 운명이 있는 법이오."안태부가 말했다. 그러고는 소 대장군을 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젊은 사람들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몸이나 건강하게 지키며 자손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게 좋지 않겠소?"이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지금의 황제는 젊고 기반이 불안정하며 또 일부 노신을 새로운 신하로 물갈이를 할 것이 뻔했다. 세월이 바뀌면 세상도 변하는 법이니 이미 물러났다면 그저 평범한 노인으로 사는 것도 괜찮은 일이었다.소 대장군이 웃으며 말했다. "태부의 말씀에 일리가 있으니 그리하는 것이 맞을 것이오." 이젠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도 이제 나이를 먹어 성릉관을 지키긴 힘들었다. 다행히도 현재 총사령관 자리는 삼랑이 맡고 있으니 당장 무장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소가군은 여전히 성릉관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그들은 한껏 술을 마시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목 승상은 소 대장군의 손을 잡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번 이별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몸 건강히 지내게나, 친구.""자네도 몸조심하게!" 소 대장군은 공손히 인사하며 송별했다. 비록 술을 많이 마셨으나 여전히 산처럼 우뚝 서 있는 모습이었다.사여묵도 소 대장군과 함께 그들을 배웅했는데,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남씨가 란이의 손을
북명황실에 도착한 란이는 외조부와 남씨를 보더니 눈물을 참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 큰절을 올렸다. 소 대장군과 남씨는 무의식적으로 문밖을 바라보았으나 한동안 아무도 보이지 않자 잠시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하지만 그들은 금세 다시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남씨는 웃으며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바보 같은 것, 대체 왜 울고 있느냐? 외조부를 무사히 만났으니 기쁜 게 아니더냐?"그러자 란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기쁩니다, 너무 기뻐서 그러는 겁니다."소 대장군은 외손녀가 겪은 고난을 알기에 눈가에 연민이 가득했다. "란이야, 어서 이리 오렴. 어디 찬찬히 보자꾸나."소 대장군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듣자, 순간 어머니의 냉담함이 떠올라란이는 가슴이 아려 눈물이 다시 흘렀다. "외조부님, 란이는 석석이 언니가 도와주고 있어서 괜찮습니다."소 대장군은 송석석을 한 번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도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사촌동생을 돌봐주고 있었던 것이다."너희가 서로 도울 수 있다니 외조부는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 의지하거라.""예, 외조부의 말씀 꼭 명심하겠습니다." 송석석과 란이는 동시에 대답했다. 그녀들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더니 이별의 슬픔을 억누른 채 최대한 밝게 웃어 보였다.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소 대장군은 묻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가 머뭇거리는 모습에 남씨가 란이에게 물었다. "란이야, 네 어머니는 왜 오지 않은 것이냐?"란이가 대답하려는 순간 사여묵이 목 승상과 안태부를 모시고 들어왔다. 그러자 소 대장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안태부, 목 승상, 모두 오랜만이오. 그간 모두 무탈하셨소?"안태부는 예를 갖추며 인사하고 목 승상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왔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소 대장군, 잠시 실례하겠소."송석석은 남씨와 란이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 후 바로 자리
란이는 눈살을 찌푸렸다. “외조부께서 내일이면 성릉관으로 돌아가십니다. 연세가 많으시니 이번에 뵙지 못한다면 아마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게다가 이번 생신은 혼자 서쪽 별당에서 보내셨다고요. 어머니께서 함께 가셔서 오래도록 건강하시라고 축복해 드리고 싶지 않으십니까?”하지만 회왕비는 여전히 눈물을 닦으며 걱정할 뿐이었다. “아니야, 나는 못 가겠다. 게다가 그날 석석이가 찾아뵙지 않았을까?”란이는 답답해하며 말했다. “어머니,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날 외조부님 생신에 언니는 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는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고 폐하께서도 아직 조치를 취하지 않으셨으니까요. 그런 부적절한 시기에 절대 그럴 수 없었을 것입니다.”회왕비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울먹였다.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는 것이냐? 어차피 대단한 날도 아니고 이제 와서 생일상 한 번 올려드린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 않느냐? 네외조부님께서 막 돌아오셨을 때 물론 나도 찾아뵈려고 했다. 하지만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누가 막아서 돌아와야 했으니, 나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요즘 들어 마음의 평정을 잘 유지하고 있었던 란이었지만, 이 말을 듣고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잠시 후,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습니다. 그럼 저도 더는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단지 마음이 여리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냉정하실 줄은 몰랐습니다.”그러자 회왕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거의 세상이 무너지듯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를 한 번 뵙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더냐? 네가 냉정하지 않다면 어째서 네 어미가 이렇게 힘든 처지에 놓인 건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느냐? 네 부왕께서 나를 버리셨다. 집의 금은보화를 다 가져가 버렸어. 나는 이제 가진게 아무것도 없단다.”란이는 자리를 뜨려다가 어머니가 이토록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설득해 보려 했다. “부왕의 일은 따로 알아보면 됩니다. 그게 어머니가 외조부를 뵙는
저녁 식사 후, 소 대장군과 사여묵은 오랫동안 서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송석석은 처음에 들어가서 듣고 싶었지만 소 대장군이 남자들끼리의 이야기니 그녀가 들어오면 불편할 것 같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만 했다. 결국, 송석석은 평 사저와 대사형을 찾아갔다.저녁 식사 중에 사숙은 자신도 매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니 함께 가자며, 특히 대사형에게 엄격히 명령하고 돌아가도록 했다. 대사형이 왕부에 머무는 동안 많은 사람이 그를 찾아와 왕부가 소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대사형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조정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사숙은 그런 인물들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안 된다고 말했다.또한 그의 제자 사여묵에게 해를 끼칠까 우려가 되어 그들에게 반드시 왕부를 떠나라고 엄숙하게 지시했다.평 사저는 뒤에서 몰래 사숙은 일이 필요할 때만 부려 먹고 일이 끝나면 귀찮아 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평 사저는 평소에 남을 험담하는 일이 없지만 유일하게 사숙에 대해서만은 뒷말을 하였는데, 그것도 직접 말하지 못하고 조용히 중얼거릴 뿐이었다."정말로 돌아가야 합니까? 며칠 더 머무르실 수는 없습니까…?" 그러자 송석석이 사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물었다."돌아가기 싫어도 가야 한다. 사숙님이 명령을 내리셨잖니." 평무종은 어린 사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사실 우리가 오래 머무는 것도 좋지 않다. 평소에도 사부님은 우리가 자주 너를 찾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으니 말이다. 우린 강호인이라 왕부에 강호인이 많이 드나드는 것도 좋지 않고, 너에게 민폐가 될 것이다.""전혀 민폐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전 그저 모두가 제 곁에 있어 주는 게 좋습니다!" 송석석이 불만스럽다는 듯 말했다. "사숙님 혼자만 돌아가라고 하십시오."그러자 평무종은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조용히 말하거라. 사숙님께 들키면 나중에 벌을 받을 것이야."송석석은 고개를 들어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왕부에선 사숙님이 저에게 벌주지 않을 겁니다.
시만자는 원래 그들의 몸에 더 많은 구멍을 뚫어줄까도 생각했으나 보주의 말을 듣고 멈추기로 했다. 몇 번 더 찌른다면 피가 너무 빨리 흘러 그들이 너무 쉽게 죽을수도 있어서였다.송석석은 조상 묘지 앞의 작은 사당에서 향을 가져와 불을 붙여 향로에 꽂았다. 그러고는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무릎을 꿇고 세 번 큰절을 올렸다. 그녀는 절을 올리면서 먼저 떠난 가족들이 저세상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사여묵 역시 향을 피우고는 그녀 옆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송석석이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있어 그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사여묵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범인이 이미 처형되었으니 장모님도 저세상에서 이제는 편히 쉴 수 있을 것이오.”송석석은 그들이 정말로 안식을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비록 복수는 했지만 마음속 고통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강해지고 행복해져야만 그들에게 진정한 위로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서경의 두 정탐꾼은 아직 죽지 않았으나 과다 출혈로 의식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서경 말로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송석석과 시만자 등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오직 사여묵만이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바로 “송구하다”라는 말이었다.그들 역시 자신의 잘못을 알지만 단지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었는데, 이제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그동안 저지른 일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는듯 했다. 송구하다는 말이야말로 그들이 이 묘지 앞에서 비로소 할 말이었다.사여묵이 송석석과 보주에게 전했다. “이자들이 송구스럽다고 말하는구나.”보주는 여태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는데, 사여묵의 말을 듣자마자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시만자의 품에 와락 안겼다.“그게 무슨 소용입니까? 송구스럽다고 해서 이 모든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보주는 목이 찢어질 듯한 울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단지 송구하다는 말로 모든 죄
일행은 이상서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송석석은 내내 보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그리고 곧 두 명의 서경 정탐이 끌려 나왔는데 그들의 옷은 이미 너덜너덜해지고 피가 묻어있었으며, 얼굴은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어 있었다. 그들은 땅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몸이 앞쪽으로 쏠려 거의 넘어져 엎어질 지경이었다.보주는 눈에 핏대를 세운 채 그런 그들을 노려보았다.그녀와 송석석은 단 하루도 진북후부의 멸문에 대한 복수를 잊은 적이 없었다.이제 대세는 정해졌고 그녀도 마침내 가족과 송 부인 등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녀의 가슴 속에 있던 슬픔과 분노는 산을 무너뜨릴 듯한 기세로 솟구쳐 나왔다.보주는 당장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붓고 싶었으나 이상서 앞에서 무례하게 굴어 왕야와 아씨의 얼굴을 깎아내릴 수 없었다.이대인이 말했다. “이 두 정탐은 형부에 보내졌을 때까지도 죽음을 각오한 듯 오만한 태도였습니다. 하관이 직접 고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이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뺨을 몇 대 때렸습니다. 그들의 몸에 난 상처도 이미 잡혀 올 때부터 있었습니다.”그러자 사여묵은 평 사저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역시나 심하게 맞은 후 여기에 데려온 것이다.사여묵은 가볍게 허리를 굽히고는, 몽동이에게 그들을 데리고 송가의 조상 묘지에 가라고 지시했다.바람에 흔들리는 등불이 그림자를 드리워 날은 앞길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몽동이는 그들을 마차 앞에 묶고 말을 몰았다. 그러던중 송가의 멸문이 떠올릴 때면 그들에게 채찍을 휘둘렀다.송가 조상 묘지 앞에 도착하자, 몽동이는 발로 그들을 묘지 앞으로 걷어찼다.보주도 그들 앞으로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둥글게 말아 쥔 손바닥이 뺨에 연달아 떨어졌으나 마음속의 분노와 슬픔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모두 그녀를 막지 않았고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언제나 사랑스럽고 순진했던 그녀가 이토록 광기에 휩싸인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마음 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