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씨의 절망적인 눈빛을 바라보던 송석석은 당시 장군부에서 민씨를 내쫓으려 했던 일을 떠올렸다.그녀는 그것 때문에 잔뜩 겁먹은 것이다.그만 울음을 터뜨린 그녀는 급히 손수건으로 입을 가렸다.그리고 한참 후에야 말을 이었다.“제가 속이려는 게 아니고 어머님은 장군부가 지금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시며 이제 진성의 명문가에 들 수 있다고 여기는 눈치입니다. 제가 가문을 관리할 때, 어머님은 제가 큰며느리의 기품이 없다고 불평하면서 저를 들인 것을 후회한다고도 했습니다.”“저는 아가씨와 다릅니다. 거기서 쫓겨나면 친정에도 돌아갈 수 없고, 오히려 저를 꾸짖고 그로 인해 동생들과 조카들의 혼사에도 악영향을 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쫓기더라도 장군부에서 죽어야 합니다. 절에도 갈 수 없는 몸이지요.”민씨의 친정에 대해 송석석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그녀의 아버지는 추밀원의 7품 편수로, 비록 높은 직책은 아니었지만, 학문을 중시하는 가문으로서 예의와 명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만약 딸이 내쫓겼다는 것을 알면 민씨의 아버지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노부인은 이제 장군부가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결혼식이 엉망이었지만, 그저 한순간일 뿐, 전북망과 이방의 앞길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 장군부는 점점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 것이며, 장남 전북경도 그 혜택을 받을 것이다. 하여 장군부에는 내외를 안정시킬 수 있는 종부가 필요했다.민씨는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집안에 들어왔을 때 노부인이 그녀에게 가문을 맡겼을 것이다.둘째 노부인은 민씨의 말을 듣고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도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살아온 것은 그녀의 일생 최대의 오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가문에도 훌륭한 인재가 없었고, 장군부는 단 하나였으며, 여러 해 동안 분가하지 않아 모든 수입이 공적으로 모였다. 작은 집이라도 살 여유도 없어 장군부를 떠날 수 없는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아무도 보호할 수 없었다. 송석석도, 민씨도...잠시 생각하던
둘째 노부인과 민씨가 떠난 후에도 송석석은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 어두워지면 출발해야 했으므로 오늘은 자지 않기로 했다.민씨가 말한 전북망의 결혼식 이야기를 떠올리니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알고 보니, 이게 전북망이 좋아하는 진정성이었구나.하지만 이는 결국 그를 행복하게 하지 못했고, 장군부의 체면을 완전히 잃게 만들었다. 모든 손님이 떠난 결혼식...전례가 없는 일이었다.‘이방…’이 두 글자를 낮게 읊조리자 억누르려던 증오와 분노가 다시 솟구쳤다.만약 그녀가 공을 탐내지 않고 항복한 자들을 학살하지 않았다면, 후부의 모든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전에는, 그녀가 남편을 빼앗고 무시하고 모욕해도, 서경과 상국의 평화를 위해 전쟁에 나섰다는 점에서 여전히 존경했었다.하지만 이제 송석석은 이방이 미워 죽겠다.이방이 항복한 자들을 학살한 일에 대해 외할아버지가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황제는 모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모든 보고서에 이 일이 언급되지 않았고 병부가 이와 관련된 보고서를 은폐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었다.이 문제는 더 조사해야 했지만, 남강으로 가는 일은 시급했다.깊은 밤, 야행복을 입고 긴 창을 든 그녀는 보주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뒤로하고 길을 떠났다.금군은 정문을 지키고 있었고, 이 시간에는 대부분 졸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송석석은 후문으로 나가 어둠 속에서 경공을 발휘하여 빠르게 떠났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성 외곽의 별장에 나타났다. 정원으로 뛰어 들어가니, 적갈색 말이 정원 외곽에 묶여 있었다. 진복이 준비한 것이었고, 말에게 먹이도 준비해 두었다. 그녀는 먹이를 한 줌 집어 말에게 주었다.말을 쓰다듬으며 송석석은 조용히 말했다. “섬광, 이제 남강으로 출발해야 해. 아주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아. 힘들겠지만 잘 부탁할게.”섬광은 코로 그녀의 이마를 톡톡 건드리더니 계속 먹이를 먹었다. 그녀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편당의
밤에는 여관에 투숙해서 섬광이와 그녀 모두 푹 잘 수 있었다. 외출할 때부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기에,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세수하고, 얼굴에 검은 천을 두른 후 다시 출발했다.여정은 험난하고, 날도 추웠다. 얼굴에 검은 천을 두르고 있어도 바람에 거칠어 피부가 많이 거칠어졌다.밤에 여관에 투숙했을 때, 거울 속 원래 뽀얀 자신의 피부가 붉게 변하고 갈라질 것 같은 징조를 보이자, 차씨 기름을 꺼내어 얼굴에 발랐다.이는 예쁘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정말로 갈라지면 아프기 때문이다.출발한 지 다섯째 날 아침, 그녀는 남강에 도착했다.그녀가 느낀 불안한 점은 관도에서 양곡을 운반하는 행렬을 전혀 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북명왕이 승리를 확신하여 더 이상 양곡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을 의미했다.하지만 곧 큰 전쟁이 있을 것이다.남강에 도착해 알아본 결과, 이제 일리와 시몬만 남아 있었다.북명왕은 병법에 능해 이미 잃어버린 남강의 국토 90%를 회복했으며, 이 두 도시만 남아 있었기 때문에 양곡 운반 행렬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현재 북명왕의 군사는 모두 일리에 주둔해 있으며, 일리를 회복한 후 사국인을 시몬으로 몰아넣고, 계속 공격하여 몰아내면 남강의 전 지역이 상국의 영토가 될 것이다.그녀는 말을 타고 일리로 직행했다. 말은 이미 너무 지친 상태였지만 마지막으로 속도를 내도록 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는 오늘 안에 북명왕을 만나야 했다.어둠이 깔린 뒤, 그녀는 전방의 전투 지역에 도착했다. 북명왕은 일리 성 밖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었고, 아직 일리 성을 함락시키지는 못했다.남강에 다다르자, 주위는 온통 비참한 광경이었다. 전쟁의 참혹함이 가득했다.송석석은 이 땅을 사랑했지만,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부친과 오라버니들은 이 땅에서 희생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그녀는 진영으로 향하며, 도화창을 높이 들고 외쳤다. “송회안의 여식 송석석이, 북명군 주사령관과
말을 타고 사여묵을 따라가던 송석석은 열 걸음마다 하나씩 있는 모닥불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졌다.남강에는 원래 삼십만 병력이 있었고, 성릉관에서 십만 병력을 빌려와 총 사십만 병력이었다.그러나 현재 이십만도 안돼 보인다.북명왕은 남강의 스물세 개 성을 회복했고, 이제 두 개 성만 남았다. 당연히 많은 장병들이 희생되었을 것이다.주사령관의 진영에 도착하자, 선봉장과 부장들이 각각 진영 양쪽에 서 있었다. 송석석은 그들을 한 번 힐끔 보았다. 그들 역시 낡고 부서진 갑옷을 입고 얼굴이 거무스름하며, 수염이 얽히고설켜 있었다.주사령관의 진영에서 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 무장들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을 송석석은 알아보았다. 그는 방천허(方天許)였고, 그녀 아버지의 부하였다. 그녀가 어렸을 때 그는 그녀를 안아 주기도 했다.방천허는 성큼성큼 송석석에게 다가가 그녀를 살피며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석석이냐?”“아저씨!”송석석은 순간 울컥했다.입술을 떨고 있는 방천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얼굴을 돌렸다. 송석석을 보니 후작과 일곱 명의 장군들이 생각나 눈물이 날 것 같았다.방천허 외에도 다른 몇몇 송회안의 부하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모닥불의 불빛이 그들의 붉어진 눈시울을 밝혔다.그중 한 노장이 물었다.“부인은 안녕하신가요? 한쪽 다리는 아직도 발작이 있으신지요?”송석석은 갑자기 목이 메어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하지만 빠르게 고개를 끄덕인 후 재빨리 말했다. “저는 장군님께 중요한 말씀을 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저씨, 우리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 나눠요.”사여묵은 주사령관의 진영 앞에 서서 송석석을 내려다보며 명령했다. “군사 정보가 있다면 들어와서 보고하라.”그는 천막을 들어 올리며 먼저 들어갔고, 도화창을 진 송석석이 그 뒤를 따랐다.진영 안은 매우 추워서 밖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중앙에 놓인 책상에는 지도가 있었고, 모래 더미는 전술과 전략을 연습하는 데 사용되었다.남쪽 구석에는 침대가 있
이제서야 피로가 뼛속까지 스며든 것이 느껴져 다리가 떨리는 상태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는 너무 지쳐 더 이상 예의를 차릴 수 없었다.오랜만에 급한 길을 떠났더니, 몸이 힘들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복명왕은 웃으며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피곤하냐? 며칠 만에 도착한 거냐?”“다섯 날입니다.” 송석석은 가뿐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저는 괜찮지만, 제 말이 너무 지쳤습니다.”“대단하다!” 북명왕은 그녀를 칭찬하고 밖에 큰 소리로 외쳤다. “말에게 먹이를 주고, 식사를 준비해라!”밖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네!”송석석은 급히 물었다. “먼저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습니까? 혹은 사람을 보내어 황제께 지원군을 요청해야 하지 않습니까?”책상에 등을 기댄 북명왕은 길고 검은 손가락으로 다리를 두드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병사를 모집해야 한다. 지원군은 그렇게 빠르지 않다. 첫 전투를 버티려면 먼저 병사를 모으고, 양곡을 모아야 한다.”송석석을 바라보던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네가 직접 남강에 와서 보고한 것은 옳은 판단이었다. 시간은 충분하니 내가 대책을 세울 수 있겠다. 너는 쉬도록 하고, 이틀 후에 진성으로 돌아가거라.”하지만 송석석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제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은 남강 전장에서 죽었습니다. 저도 이미 벗들에게 편지를 보냈고 곧 남강으로 와 힘을 보탤 것입니다.”북명왕의 눈이 어두워지며 위엄이 넘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전쟁터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인 줄 아느냐? 후작과 여러 장군들이 이미 희생되었다. 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너의 어머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 그리고 듣기로는 너는 전북망과 결혼했다던데… 그래, 너는 전북망과 결혼했다. 성릉관이 대승리를 거둔 후 전북망은 이미 조정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그런데 왜 그가 황제에게 보고하지 않았냐? 그는 공신이게 황제는 그의 말을 믿을 것이다. 황제가 믿지 않더라도, 그가 보고해야지 왜 네가 나선 것이냐?”
그의 분석에 송석석은 매우 감탄했다. 오직 전장 경험이 많은 노장이어야만, 단지 양곡을 태웠다는 이유로 적군이 항복하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알 수 있다. 특히 이는 수십 년 동안 양국이 수없이 전쟁을 벌여온 변경 다툼 문제이기도 했다.서경이 양곡을 공급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양곡을 태웠다고 하더라도 다시 양곡을 공급하면 되므로 항복할 이유가 없다. 최악의 경우에도 단지 퇴각하거나 전투를 중단하면 될 일이지, 상국 대군이 서경을 침공할 수는 없다.“그래서, 그게 무엇이냐?” 북명왕이 물었다.송석석도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사람을 보내 조사할 테니, 결국 밝혀질 것이다. “이방이 항복한 자들을 학살했습니다.”북명왕의 얼굴이 급격히 변했다. “황제도 알고 있느냐?”“그건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성릉관의 모든 보고서와 마지막 대승 보고서에는 이 일이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본 것은 병부의 등사본이지 황제께 제출된 모든 보고서는 아닙니다.”“네가 병부에 잠입했느냐?” 북명왕은 그녀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물었다. “병부 문서를 몰래 보는 것은 사형에 해당하는 죄인 것은 알고 있느냐? 너는 어리석다… 너의 지아비 전북망에게 물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는 원군의 주장이지 않느냐?”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거대한 그림자가 진영에 드리워지며 괴물처럼 보였다. 몸을 굽힌 그는 낮은 목소리로 화난 듯이 말했다. “병부에 잠입했더라도, 절대 말해서는 안 된다. 나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쉽게 남을 믿는다면, 만종문에서 배움은 헛됐구나!”“저는…”북명왕은 엄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라. 네 어머니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송석석은 조용히 끄덕이며 고개를 숙였다.“전북망은 알고 있느냐?” 그가 다시 물었다.“그는 모릅니다.”그는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어찌 된 일이냐? 왜 그에게 묻지 않고, 병부에 잠입해 군사 보고서를 훔쳐봤느냐? 항복한 자들을 학살한 것은
'식사 준비'라는 말은 매우 근사한 표현이지만, 실제로는 두 개의 빵과 두 개의 육포가 전부였다. 이것들은 전장에서 휴대하기 편리한 군량으로, 전장에 나갈 때 주로 제공되는 식량이었다. 지금은 주둔 중이므로, 따뜻한 죽이나 밥을 지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시간이 늦어 특별히 그녀를 위해 따로 음식을 준비할 이유는 없었다.그래도 그녀에게는 따뜻한 물을 준비해 주었는데,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작은 천막은 방편이었고 매우 두껍고 더러운 이불로 덮여 있었다. 손을 뻗어 만져보니 거기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그녀를 안내한 것은 키가 큰 젊은 장수였다. 진한 눈썹과 큰 눈,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먹을 수 있겠습니까? 먹지 못하겠다면, 사람을 불러서 따뜻한 국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괜찮습니다, 이거면 충분합니다.” 송석석은 빵을 먹으며 고마운 미소를 지었다. 추운 날씨에 딱딱해진 빵은 씹기 힘들었다.“그럼 되었습니다. 저는 장대성이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장군님 곁에 있었지요. 무슨 일이 있으면 저를 불러시면 됩니다. 여기는 시중을 들어줄 하녀나 시녀가 없습니다.”“시중 필요 없습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저…” 송석석은 자신이 그렇게 연약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쓸데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웃었다. “고맙습니다!”“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장대성은 돌아서며 덧붙였다. “편하게 드시고, 쉬십시오.”“알겠습니다!” 송석석은 말을 아꼈다. 그녀는 너무 배가 고파 빵과 육포를 모두 먹어 치웠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몇 모금 마시자 배가 부른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천막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모닥불들은 꺼졌고, 주사령관의 진영 앞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너무 지쳐 하품을 하고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잠이 들었다. 북명왕이 그녀의 말을 믿어준 덕에 마음이 놓여 푹 쉴 수 있었다. 이런 야영 생활은 사문에 있을 때 겪었던 적이 있어 힘들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조금 이상하게 느
송석석은 장대성이 말하자마자 그녀의 벗들이라고 생각했다.“빨리 그리로 데려가 주십시오.”장대성은 그녀를 뒤쪽으로 안내했다.멀리서 송석석은 몇 명의 익숙한 실루엣을 보았다.그녀는 도화창을 들고 경공을 발휘해 날아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몽동이, 만두, 신신, 시만자!”고개를 든 네 명은 하늘을 나는 송석석을 보았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도화창을 휘두르며 맞섰다. 청색 옷을 입은 소년이 검을 들고 방어하며 도약했고, 공중에서 몇 번의 교전을 벌였다.검법은 번개처럼 빠르고, 도화창은 신출귀몰하게 휘둘러져 흩날리는 불꽃처럼 보였다. 이 광경을 본 많은 병사들이 감탄했다. 정말 대단한 검법과 창법이었다.두 사람은 바닥에 착지했고 청색 옷을 입은 소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창법이 느려.”“몽동이, 네 검법이 예전보다 좋아졌네.”송석석은 소년을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음, 키도 많이 컸네.”몽동이는 고월파(古月派)의 유일한 남제자로, 이름은 몽천생이다. 그의 스승이 진검이나 진창을 금지하고 막대기로 검법을 연습하게 해서 '몽동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송석석보다 하루 늦게 태어난 그 앞에서 그녀는 누나처럼 굴 수 있었다.만두, 신신, 시만자도 모여들며 질문을 했다.“석아, 너 혼인했다며, 정말이야?”“너의 남편이 무장 전북망이라고 들었는데, 맞아?”“사부님이 하산하지 못하게 해서 너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어. 만종문에 가서 물어봤더니, 네 스승님이 악마인 줄 알았어.”“석아, 네가 혼인했다는 걸 믿을 수 없어. 천방지축 날뛰는 네가 어떻게 누군가의 처가 될 수 있니?”만두는 경화파의 제자로, 어릴 때부터 통통해서 얼굴이 둥글게 생겼다. 그래서 모두가 그를 '만두'라고 불렀다.신신도 경화파(鏡花派)의 제자지만,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다. 높은 포니테일을 묶고 붉은 리본을 매달아 매우 화려하고 카리스마가 넘쳤다.시만자는 적염문(赤炎門)의 막둥이 제자로, 송석석과 같은 명문 출신이다. 그녀는 강남세가 신씨 가문의 딸로, 이
숙청제는 요즘 황자들에 대한 일을 항상 사여묵과 나누었다. 특히 사여묵은 저녁에 이들을 가르치는 시간이 많았기에, 가르친 후에 그를 도와 침을 놓아주러 오곤 했다.형제 간의 대화가 많아지면서 거리감이 줄어들어, 의심도 함께 줄어들었다.물론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사여묵은 송석석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숨기지 않고 전부 진솔하게 말했다.가까이에서 보게 되니 숙청제는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문제가 있으면 형제 간에 직접 이야기했고, 예전처럼 추측만 하지 않았다.하지만 숙청제는 자신에게 이런 변화가 생길 수 있었던 것은 송석석이 그를 꾸짖어 깨우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는 형으로서 동생 사여묵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고, 단순히 황제의 눈으로 신하를 보지 않게 되었다.단신의가 침을 놓고 나서 휴식을 취하러 돌아갔고, 사여묵은 숙청제를 부축해 일어나 걸으러 나갔다. 뒤에는 오 대반만이 멀리서 그들을 따라갔다.늦은 밤, 어화원에는 팔각 풍등이 부드럽고 아련한 빛을 뿜어냈고 사람들의 얼굴도 부드럽게 비추었다.사여묵은 이 이야기를 듣고도 별다른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이 일은 황제 마음속에 이미 정해진 것이니, 더 이상 논의할 필요도 없었다.역시나 숙청제는 말을 마친 후 비웃으며 말했다. "그녀도 어리석지는 않아. 결국 적장자이니 여전히 희망은 있지.""예."사여묵은 짧게 대답하며 그를 부축해 천천히 걸었다."최근 대황자의 태도는 어떠하냐?" 숙청제는 사실 매일 한 번씩 물었다.사여묵이 말했다. "환골탈태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이것은 진심이었다. 봄 사냥 이후, 대황자는 완전히 변했다. 마치 갑자기 깨달음을 얻은 듯, 자신의 재능이 부족함을 알게 되어 노력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더 노력하였다. 그는 송석석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매일 전날보다 더 노력했다.숙청제는 이 답변에 매우 만족했다. 매일 같은 답변을 들어도 여전히 만족스럽게 느껴졌다."그와 서우
황후가 장춘궁으로 돌아오자, 오래 불안해할 필요도 없이 숙청제가 곧바로 그녀를 찾아왔다.그는 현철위를 데리고 와서 장춘궁 전체를 봉쇄했고, 오직 란주 상궁만이 전 안에 머물 수 있게 했다. 오 대반은 두 가지 물건을 가져왔는데, 그 중 하나는 그날 그녀가 대황자에게 내린 구충 독가루였다.독가루가 탁자 위에 놓여 황후에게까지 보여지자, 공포에 사로잡힌 듯 그녀는 온몸을 떨며 그만 얼어붙어 버렸다. 란주 상궁은 이를 보고 허겁지겁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폐하, 용서해 주십시오! 이건 모두 제가 한 짓입니다. 마마께서는 아무것도 모르셨습니다!"숙청제는 란주 상궁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의자에 앉아 오 대반에게 말했다. "황후에게 교지를 보여주라. 선포하지는 않을 것이다.""예."오 대반이 대답하며 두 번째 물건을 펼쳤는데, 그것은 바로 교지였다.황후의 눈 앞에 교지가 펼쳐졌다. 황후는 스치듯 두 줄을 읽고는 마치 귀신을 본 듯 비명을 질렀다."안 돼!"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혼란스러운 눈물을 흘렸다. 입에서는 계속 같은 말을 중얼거렸다."안 돼… 안 돼..!"란주 상궁은 교지의 내용을 알지 못했으며 감히 보지도 못했다. 그녀는 그저 머리를 땅에 부딪히며 피를 흘릴 때까지 빌었다.숙청제의 눈빛은 매우 차가웠다. "독을 쓰면서까지 그의 체면을 살리려 한 목적은 그를 태자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소? 그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태자 자리를 노렸으니 짐이 황후의 소원을 들어주겠소. 짐이 그를 태자로 책봉할 테니, 황후가 대신 목숨을 바치시오. 이것이야말로 공평하겠지.""안 됩니다! 그는 적장자입니다. 태자가 되어야 마땅한 위치란 말입니다. 폐하, 제게 잘못이 있다 해도 죽을 죄는 아닙니다!" 황후는 기어가 숙청제의 다리를 붙잡았고, 얼굴이 다 젖도록 눈물을 흘리며 절망적인 눈빛으로 빌었다. "폐하, 그는 제가 낳은 아이입니다. 진심으로 그를 해치려 한 것이 아닙니다. 저도 그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그래, 그를 위
황후는 불안한 마음으로 이틀을 기다렸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란주 상궁이 몰래 태병원에 가서 금태의를 찾아보았지만, 금태의는 집안 일로 며칠 휴가를 내어 부재중이었다. 결국 그가 황제 앞에서 무엇을 말했는지 알 수 없었다.다만, 금족령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 황후의 걱정이 조금 줄어들었다.며칠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식이 없자, 그녀는 완전히 안심했다. 금태의가 황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했다.황제가 그를 불러서 한 번 물어보았을 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후에도 똑같을것이었다. 어쨌든 그도 금 한 덩이를 받았으니 말이다.하지만 점점 무언가 이상했다. 그녀가 매일 란주 상궁을 시켜 대황자에게 음식을 보냈지만, 그는 단 한 입도 먹지 않았다.처음에는 대황자가 아직 배가 좀 불편하다고 하자 황조모가 소화에 좋은 음식을 먹으라고 하였고, 그녀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미 많은 날이 지났다. 그의 몸은 이미 괜찮아졌을 텐데, 왜 아직도 먹지 않는 다는 말인가?은근히 불안감을 느낀 그녀는 조금 늦게 태후께 문안 인사를 올리러 가면서 그에게 줄 음식을 가져다준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로 결심했다.유시가 끝날 무렵, 황후가 지안궁에 도착했다.그녀는 이 시진이 대황자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공부할 준비를 할 시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안궁 밖에 도착하자 복공공을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서 대황자가 승마 연습을 하러 승마장에 갔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복공공은 그녀에게 대황자가 이제 매일 수업이 끝나면 승마를 하고 나서야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그러자 황후가 약간 당황해하며 물었다. "연습을 마치고 나서 먹는다니? 그러면 몸이 상하지 않겠는가?!복공공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마마께서는 안심하십시오. 태후께서 신시에 저를 보내어 요깃거리와 국을 보내셨으니 배가 고프지는 않을 것입니다."황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도 신시에 사람을 시켜 간식을 보냈지만, 그가 항상 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밖으로 나온 황후가 이 광경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어두운 빛이 가득했고, 무슨 감정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대신들이 모두 모인 자리로 걸어가서 말했다. "대황자가 오늘 실패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아이는 오늘 아침부터 복통이 심하고 몸이 무기력해 태의를 불러 약을 처방받았습니다."숙청제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태의가 뭐라고 했소?""배탈이 났는데, 지금은 약을 먹은 덕분에 조금 나아지셨다고 합니다." 황후가 급히 대답했다.숙청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황후가 잘 돌봐주도록 하시오.""예!" 황후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짝 엿보았지만, 아무도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황제마저도 별로 화를 내지 않는 것 같았기에, 이 일은 자연스럽게 지나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멧돼지를 잡은 것을 축하하려고 했다. 그 때, 황제가 다시 말했다. "오늘의 실패는 그의 몸 상태와 무관하오. 잡지 못했으면 잡지 못한 대로 나중에 열심히 연습하면 되는 것이니. 하지만 잡지 못했다고 울며불며 하는 것은 무슨 꼴인가?"황후의 미소가 바로 굳어졌다.‘폐하께서 대황자를 숲에서 쫓아낸 이유가 단지 그가 울었기 때문인가? 오늘은 그들을 시험해보려고 특별히 불러와 겨루게 한 것이 아니었나?’제황후는 잠시 멍해졌다. 황제가 자신을 믿지 않는 것 같아, 몸을 돌려 대황자를 부축해 나오라고 지시했다.대황자는 서우와 란주 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왔고, 서우는 대황자가 몸이 안 좋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서우는 대황자의 학업 동료로, 비록 둘 사이에 불편한 일이 있긴 했었지만 최근 함께 지낸 덕분에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대황자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얼굴이 창백하고 무기력했다. 그는 황제를 보자 마음속에 여전히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나 숙모와 외조모의 말을 떠올리며 갑자기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아바마마, 제가 게으름을 피우고 궁술 연습을 소홀히 해서
사실 황실의 일은 누구도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특히 대황자는 아직 어리니 오늘의 실패 또한 별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중궁에서 나온 자식이니 앞으로 존엄한 위치에 서게 될 텐데, 어찌 한 가지 작은 일로 승패를 가리겠는가?대황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모두가 무슨 약이라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떤 이는 대황자의 배를 문질러 주라며 가지고 있던 약유를 꺼내어 건넸다.심지어 수빈과 덕비도 들어와 문안을 드렸다. 황자와 공주를 데리고 나온 것인 만큼, 그들은 모두 비상약을 준비해왔었다. 대황자가 고통스러워하자 모두가 그 약을 내놓았다.그러나 황후는 당연히 그 약들을 쓰지 않았다. 그녀의 목적은 그들이 대황자의 상태를 본 후, 돌아가서 각자 집안 어른들에게 말하도록 하는 데에 있었다.어쨌든 오늘의 실패에는 설명이 필요했다. 모든 이들로 하여금 그가 무능한 것이 아니라 몸이 안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했다.모두가 문안을 드리고 돌아갔고, 오직 제대부인만이 남아 직접 대황자를 돌보려 했다. 그러나 황후는 그녀 또한 내보냈다.란주 상궁은 대황자의 배를 문질러 주었는데, 더욱 마음이 아파져 다른 한 손으로는 눈물을 닦았다.대황자에게 주었던 그 물에는 약간의 독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독가루는 원래 모기와 독충을 쫓기 위한 것이었기에 과량을 복용하면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그러나 적은 양이라면 복통과 구토만 일으킬 뿐이었다. 금태의는 이를 알아차릴 것이 분명했지만, 그는 이 많고 탐욕스러우니 말하지 않을 것이었다.이것은 황후가 급히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다." 황후는 복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들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란주 상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황자의 배를 잠시 문지른 후 약을 만들러 갔다.해가 서산에 걸렸을 때, 사냥을 나간 대열이 흥겹게 돌아왔다.북명왕이 가장 많은 사냥감을 잡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빈손으로
잠시 뒤, 오진이 대황자를 찾으러 왔는데, 송대감이 대황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는 안심하며 말했다. "송대감, 황후마마께서 걱정하실 테니 대황자를 빨리 돌려보내야 합니다. 이미 사람을 보내 찾고 계시지만, 그 환관들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소리만 지르고 있습니다."대황자는 분명한 거부감을 보이며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았다.송석석이 말했다. "어마마마께서 너를 아끼시니 많이 걱정하실 거야. 돌아가자."대황자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그 분은 저를 호되게 꾸짖었어요. 저를 진짜로 아끼는 게 아닌 것이 분명해요. 그 분은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송석석은 조금 의아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황후는 그를 아끼고 심지어 총애하기까지 했다. 사실 그는 그 사랑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 겨우 두 마디 꾸지람을 들었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었다니?하지만 자신이 만종문에 있을 때를 떠올리니 이해가 가기도 했다.만종문에 있을 때, 사숙이 아무리 그녀를 꾸짖고 벌을 주어도 그녀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부가 그녀에게 단 두 마디 심한 말을 하면 그녀도 나쁜 사람이라며 억울해했었다.사숙은 당시 가소롭게 웃으며 고소하다는 듯 사부에게 말했다.“이게 바로 작은 은혜는 큰 원한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나치게 애지중지하면 결국 자신의 지위와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지요."다만 다른 점은, 사부가 그녀에게 베푼 애정과 황후가 대황자에게 베푼 애정이 다르다는 것이었다.사부는 그녀를 아무리 아껴도 공부를 해야 할 때는 공부를 시키고, 무술을 연습해야 할 때는 연습을 시켰다. 마음이 아파도 단호하게 대할 줄 알았다.하지만 황후는….송석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황후가 어릴 적 공부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기 때문에, 지금 황후의 지위에 오르고 대황자가 황적장자의 신분을 얻었으니, 대황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고생을 다시 겪게 하지 않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
덕비는 수빈에 비해 더 사근사근하고 너그러우며, 또한 친절했기 때문에 비록 가족들과 함께 있었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러 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모두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가끔 귀족 여성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어 모두를 기쁘게 했다.황후 쪽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중궁마마로서 높고 존귀한 지위를 가졌기 때문이다. 황후는 자신이 중심에 있는 달이라고 생각하기에, 방금 전의 불쾌함은 잠시 마음속 깊이 넣어두고 사람들과 다시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었다.이런 자리에서는 모두가 이 드문 기회를 빌려 관계를 맺으려 하거나 가문의 사내들을 위해 귀족 여성들을 눈여겨보곤 했다. 황후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오늘 많은 상을 준비해 귀족 여성들에게 하사하며 친절하고 어진 황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금군이 와서 황제가 멧돼지를 잡았다고 보고했다. 좋은 시작이었다. 황후는 특히 기뻐하였고, 이 기회를 빌려 또 한 번 상을 내렸다.란주 상궁이 웃으며 말했다. "북명왕이 먼저 사냥감을 잡을 줄 알았는데, 폐하께서 신무하셔서 첫 번째로 잡으셨네요."모두가 아첨하는 말을 하여 분위기는 잠시 활기차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사냥감은 당연히 황제가 먼저 잡아야 했고, 그 후에야 다른 이들이 활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멧돼지 같은 큰 사냥감을 잡은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 이전에 황제가 병들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보니 많이 나아진 모양이었다.황후는 기뻐하면서도 대황자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이 걱정되어 사람을 보내 다시 찾아보게 했다.송석석은 순찰 중에 대황자를 발견했다. 그는 허리를 굽혀 울타리를 넘어 다시 사냥터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송석석에게 딱 걸려 버리고 말았다.숲 안팎은 구분되어 있었고, 울타리 밖도 꽤나 위험했다. 이 곳에서는 독사가 출몰할 수 있었지만,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곳에야말로 진짜 사냥감이 있
황후는 또다시 꾸지람을 듣자 참을 수 없이 짜증이 났다."그럼 어마마마께서도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 해야 할 일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하느냐는 겁니다. 지금 폐하께서 그를 숲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셨고, 오늘 덕비의 아들이 완전히 빛을 발했습니다. 이제 만족하셨나요? 방법이 있다면 말씀하십시오. 만약 그저 그를 달래는 말 몇 마디 하러 온 것뿐이라면 필요 없습니다."그녀는 여전히 친정에 대한 원한이 있었다.제대부인이 대황자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네 아바마마께서 사냥에서 돌아오면 문무백관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그에게 가서 말하렴. 네가 총명하지 않고 평소에도 게으름을 피웠지만, 이번 실패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고 말이다. 이제부터는 태도를 바르게 하여 태부와 황숙께 열심히 배우겠다고 하거라. 황조모와 아바마마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겠다고, 그리고 아바마마와 대신들에게 너를 감시해 달라고 부탁 드리렴."황후는 눈알이 툭 튀어나올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미쳤습니까? 폐하와 문무백관 앞에서 자신이 총명하지 않으며 게으름을 피웠다고 인정하라고요? 그가 아직 부끄러움을 덜 느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한 번 더 망신을 당하게 하시려고요?"제대부인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는 짓은 소용없습니다. 그가 어떤 수준과 자질을 갖고 있는지는 모두가 보았습니다. 그 대신들이 보지 못했겠습니까? 다들 눈치가 빠릅니다. 감추고 숨기기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오히려 좋은 인상을 줄 겁니다.""아니요, 가르칠 필요 없습니다!" 황후는 짜증스럽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나가십시오."제대부인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황후는 냉정하게 말했다. "아까 하셨던 말을 빌려 말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와주지 않고, 지금 와서 이런 애매한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필요 없습니다. 가세요."제대부인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
황후는 이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엄청 무거워졌다. 뒤를 돌아보았더니 여러 명부들과 관리 가족들이 의문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기에, 그녀는 얼굴에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황자의 몸이 안 좋다고 하네요. 내년에 다시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란주 상궁에게 눈짓을 보내어 무슨 일인지 알아보게 했다. 그리고 대황자의 손을 잡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 달래려 했다. 그러나 대황자는 오로지 억울함에 울기만 했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황후는 대황자로부터 그저 모두가 자신을 괴롭혔고, 아바마마마저 자신을 괴롭혔다고 하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란주 상궁이 상황을 알아보고 돌아와 자세히 보고했다. 황후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눈이 부어오를 정도로 울고 있는 대황자를 바라보며, 그녀는 처음으로 안타까움보다는 한심함을 느꼈다.그 어떤 모친도 자신의 아들이 멍청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뿐이고, 최악의 경우에도 그저 본래 똑똑한데 게으를 뿐이라고 말할 뿐일 것이었다. 노력하기만 하면 반드시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기 마련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멍청한 아이를 낳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고, 목소리에도 화가 섞여 나왔다. "그렇게 오래 연습했는데 어떻게 네 동생보다도 못하느냐? 그는 너보다 세 살이나 어리지 않느냐? 그는 활을 당겨 산쥐를 맞혔는데, 너는 화살을 땅에 떨어뜨렸다고?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니? 어?"대황자는 어머니마저 자신을 나무라자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또 울지! 몇 살인데 계속 울기만 하느냐? 이번에 너를 겨우 데리고 나왔는데, 네가 이 어미의 체면을 다 구겨 버리는구나!" 황후는 그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어지러워져 참지 못하고 그의 엉덩이를 두 대나 때렸다."마마, 소리를 낮추십시오! 밖에 사람들이 많습니다." 란주 상궁 또한 급히 말렸다.황후는 화가 나서 대황자를 밀쳐냈다. 비록 목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