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휘왕은 그녀에게 검을 내려놓으라고 지시하며 말했다."오늘 밤엔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양쪽 모두에게 적절한 때가 아니다."고청영이 물었다."왜 그렇습니까? 임양운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가 나서도 영군왕을 잡을 수 없는 겁니까?""잡지 않을 것이다." 노 휘왕이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방시원이 연주를 포위하고도 쉽게 행동하지 않는 것은 추몽이 연왕을 실질적으로 권한이 없는 상태로 만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연주의 백성들이 의군이라 불리는 것에 합류했고, 만약 진성이 실패한다면 연주와 영주의 관청이 조정의 이름으로 명분을 만들어 백성들을 학살할 것이다. 이는 더욱 큰 봉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것이 송석석이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이유다."고청영이 급히 검을 내던지며 물었다."그럼 왜 영군왕은 지금이 아니라는 겁니까?"노 휘왕이 답했다."간단하다. 그는 추몽이 방시원을 격퇴하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뒤, 목종욱과 교전을 벌여 목종욱이 진성으로 돌아가 왕을 돕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가 진성에서 자리를 굳힐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노 휘왕은 그의 계획을 훤히 알고 있었다."그 후, 자객을 보내 북명왕과 소 대장군 및 그의 집안의 아들들을 암살하려 들 것이다. 전쟁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남강과 성릉관의 전쟁은 모두 통제 가능한 수준이니 말이다. 그들에게 몇 개의 성지를 넘겨주고 성릉관에서 50리를 물러나 국경선을 양보하면 자연스럽게 전쟁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그가 겸손한 군자로 보이느냐? 하지만 그의 속마음은 누구보다도 잔인하다. '나를 따르는 자는 살고, 거스르는 자는 죽는다'는 식이지. 그때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내 명성을 이용해 대대적인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벌이고, 이후 나를 제거한 뒤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라갈 것이다. 세금을 감면하고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인자한 군주의 명성을 쌓겠지. 그러면 그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고청영은 영군왕이
경공이 매우 뛰어난 그들은 각자 흩어져 급히 도망쳤다. 임양운이 그중 한 명을 쫓을 수 있었으나 모두를 붙잡는 것은 불가능했다.그래서 그는 더 추격하지 않았고,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송석석의 귀를 단번에 잡아서 귀가 거의 뒤집힐 정도로 돌려버리며 소리쳤다. "이렇게나 대담하다니! 방비도 하지 않은 채 전투에 나설 생각을 하느냐? 정말 네가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아느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도 못했냐는 말이다!"송석석은 고통스러워하며 아둥바둥댔다. 바로 그때, 염선생이 등을 키며 모두의 몸에 흘러내리는 핏자국을 비췄다.임양운은 그제야 송석석이 부상을 입은 것을 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의 귀를 잡고 있는 손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더 힘을 주며 이를 갈았다."너는 사청엄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예상하지 못했느냐? 어찌하여 매산으로 편지를 보내 도움을 청하지 않았느냐? 점점 자만해지고 있구나. 네 사숙이 오면 두고 보자. 아주 혼쭐이 날 것이다!"임양운이 송석석에게 이렇게 크게 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릴 적에는 그녀가 아무리 큰 사고를 쳐도 그는 허리를 굽혀 선물을 들고 나와 사과하곤 했었다.이번엔 반대로 송석석이 허리를 굽혀 용서를 구해야 했다."잘못어요! 잘못했어요! 사부님, 제발 용서해주세요."임양운은 그녀의 몸에서 핏자국 없는 곳을 찾아 그녀의 무릎을 발로 살짝 차며 말했다. 그 발길질은 강하지 않았지만, 심청화와 다른 사람들 눈에는 굉장히 거칠어 보였다.그러나 누구도 감히 말하지 못했다. 염선생이 다가와 부상 처리를 먼저 하고 나중에 천천히 혼내도 늦지 않다며 송석석을 놓아 달라고 부탁했다.임양운은 송석석과 심청화의 부상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 손을 놓으며 말했다."아직 약도 안 먹고 상처 치료도 안 하고 뭣들 하느냐? 설마 이 경위부에 치료약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사부에게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있어요! 있어요!" 송석석이 급히 대답하며 글썽이는 눈으로 사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동안
날이 밝자 임양운은 그들을 데리고 왕경루로 향했다.송석석은 그제야 사문 사람들만이 아니라 여러 문파의 장문인과 장로까지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뿐만 아니라 시만자, 몽둥이, 그리고 만두의 사부도 왔다.시만자는 자신의 사부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곧바로 달려갔다."사부! 어떻게 오셨어요? 왜 저한테 한마디도 안 하셨어요?"적염문의 장문인은 자신의 복덩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희들이 경사를 지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부가 당연히 직접 와서 힘을 보태야 하지 않겠느냐?""사부님 최고예요! 나중에 사부님께 또 장원을 한 채 마련해 드릴게요!"시만자가 사부의 팔을 끌어안으며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러자 적염문 장문인이 그녀를 살짝 꾸짖었다."사부가 이렇게나 많은 장원이 필요하겠느냐? 더는 마련할 필요 없다. 이 대신, 독고산에 온천이 있다하니 그곳을 사서 너희 사형들과 사제들이 몸을 담그고 뼈와 근육을 단련할 수 있도록 하고 싶구나."시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원하게 말했다."사요! 당장 사버릴게요!"다른 사람들은 적염문 장문인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다른 문파에서는 제자를 기르고 먹이고 무기를 마련해 주는 반면, 적염문 장문인은 제자의 덕을 보며 살아가는 것도 모자라 거리낌 없이 누리는 모습이었으니 말이다.새벽이 밝아올 무렵, 노 휘왕은 서방에서 나왔다.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잔 그의 얼굴은 몹시 수척해 보였다. 나이가 들은 탓인지 밤을 새우기가 영 힘들었던 것이다.그는 여전히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관백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지었다."참패하고 돌아왔느냐?"관백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왕야, 오늘도 외출하시겠습니까?""나가지 않는다. 네 일이나 알아서 하거라." 노 휘왕이 무심하게 말했다.하지만 사청엄이 떠나지 않고 여전히 그의 곁에 서 있자, 노 휘왕이 다시 차갑게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묻거라."사청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이미 임양운 일행이 진성으로 돌아온 것을 알고 계
노 휘왕은 두 주먹을 움켜쥔 채 뒤따라갔다.의원이 진찰한 결과, 정삼숙의 두 다리는 부러졌고 이가 세 개나 빠졌으며 얼굴의 여러 뼈에도 골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노 휘왕을 향해 웃으려 했다. 고통에 일그러진 몰골이었지만 끝내 웃음을 잃지 않으며, 게속 괜찮다고 했다.노 휘왕은 순간 마음이 아파져 고개를 돌렸다. 평생을 함께한 사람이 이런 참혹한 꼴을 당했으니,그는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무력감을 느꼈다.그의 영패는 이미 영주에 있을 때 하나 더 만들어 두었었다. 이는 혹시 누군가가 후에 영패를 훔쳐 그의 부하들을 지휘하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다른 영패를 사용해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그렇기에 지금 이 상황에서 쓰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편, 수로 작업의 혼란은 빠르게 진정되었고, 김창명은 관리 소홀의 책임으로 체포되어 황실 감옥에 갇힌 탓에 이후 수로 작업은 선평후가 직접 감독하게 되었다.하도사의 다른 관리들도 모두 직무 태만의 문제로 교체되었다.이렇게 모두 겉으로는 김창명이 수로 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듯 보였지만, 숙청제와 송석석은 실제로 이미 내부에 또 다른 지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김창명이 죽는다고 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었기에 사청엄은 조금도 급하지 않았다. 그는 추몽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만 있었다.연주에서의 연왕은 이미 마음이 불안해진듯 가만히 앉아 있질 못했다.방시원이 성을 포위한 지 2주나 넘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나, 공격의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기에더욱 초조해진 것이다. 성을 포위했다는 말은 외부의 소식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또한, 각지에 퍼뜨린 도적들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목종욱이 방시원과 합류했는지, 그리고 진성의 상황이 어떤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포위된 상황에서도 소식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었다.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산길을 타고 밀림을 넘어가면 연주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즉, 만약 소식이 도착했다면 그것은 열흘 전의 상황일 가
밤이 되자, 김수덕이 첩자를 데리고 돌아와 급히 보고했다."왕야, 하상지가 이미 흩어져 있던 병력을 모두 소집하였으며, 시씨 가문의 군마 500필을 얻었습니다. 지금 돌아오는 중으로, 걸음 속도로 보아 사흘 뒤 도착할 것입니다."연왕은 벌떡 일어나며 크게 기뻐했다."정말인가?!""정말 확실합니다! 첩자가 바로 문밖에 있으니 왕야께서 직접 물어보십시오 .""어서 들여 라!"연왕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마침내 병력을 모두 소집하게 되었지만, 시씨 가문에서 군마 500필이 나온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시만자의 사건 이후로 시씨 가문과는와는 이미 갈라선 사이였는데 말이다.그때 첩자가 들어와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왕야, 하대감께서 소인을 보내 보고하도록 하셨습니다. 사병은 모두 소집되었으며, 영군왕의 참모인 추선생도 5천 병력과 500필의 군마를 이끌고 지원한다고 했습니다. 단, 영군왕의 요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노 휘왕을 구출하는 것입니다."연왕은 영군왕이라는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 그는 이전에도 영군왕을 끌어들이려 했지만 그의 태도는 모호하기만 했고, 도저히 속내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미 영군왕을 배제한 상태였다.이번에는 오히려 처음에는 동조했던 사람들이 모두 발을 뺀 상황에서 영군왕이 나서준 것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아버지인 노 휘왕은 진성에 있었지만, 실상은 인질로 잡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청엄이 화가 난 것은 당연했다.그는 사청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학문이 깊고 의젓한 군자였고, 효심이 깊어 그의 효성은 강남 전역에 알려져 있었다.노 휘왕이 홀로 진성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사청엄도 어쩔 수 없이 이쪽으로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연왕은 즉시 사람들을 소집하여 사흘 뒤의 계획을 논의했다.그는 거짓 항복 계략에 동의했다.무상이 처음 이 계략을 제안했을 때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 안팎으로 협공만 할 수 있다면 방시원을 속여 성 안으로 유인해 잡는 것이 가능할 것 같
방시원은 이미 첩자의 보고를 받아 몇몇 신비한 부대가 영주 밖에서 합류하여 연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보다 더 일찍, 그는 염선생으로부터 받은 서신을 통해 연왕이 항복하는 척하며 군대를 성 안으로 유인한 뒤, 안팎에서 협공을 가하려 한다는 정보를 받았었기에, 연왕이 단지 영군왕의 한 수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알았다.방시원은 오랫동안 정보 첩자로 일한 경험이 있어, 이런 두세 개의 정보만으로도 실제 상황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한편, 노홍과 제방은 원래 진성에 남아 있어야 했지만, 어제 갑작스럽게 연주 밖에서 그와 합류하게 되었는데, 방시원은 처음에 진성이 가장 위험할 때에 왜 이 둘을 보낸 건지 의아해했다. 하지만 송대감의 사부이자 만종문의 문주가 직접 진성에 왔고, 심지어 많은 무림인을 데리고 내려와 지원 중이라는 제방의 설명을 듣고 이내 안심했다.일반적으로 무림인은 조정의 다툼에 관여하지 않지만, 만약 반란이 발생하면 정의를 지키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방시원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만종문의 문주 임양운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략과 용맹을 겸비하면서 묵가의 기술에 능했고, 특히나 기계 무기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육안통 또한 그의 손에 의해 개량되었으니 말이다.그가 진성을 지키고 있으니 영군왕은 결코 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이틀 후, 정말로 염선생의 말대로 연주 성벽 위에서 누군가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방 장군, 우리는 이미 역적 연왕과 사청엽, 회왕과 사청엄을 붙잡았습니다. 많은 관리와 병사들은 그들에게 미혹당했을 뿐 반역할 의도는 없었으며, 지금은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공적을 세움으로써 죄를 보상하려하니 방 장군께서는 성에 들어와 상의해 주시길 바랍니다.”소리치는 사람은 김수덕으로, 측비 김씨의 오라버니였다.방시원은 천리경을 들어 확인해보았다. 김수덕 옆에는 무상이 서 있었고, 연왕과 회왕은 온몸이 결박된 채 대검이 그들의 목에 겨누어져 있었
연왕은 이번 협상이 단지 허위 계략일 뿐이며, 자신이 결국 방시원에게 넘겨져 그를 성 안으로 유인하는 미끼로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역시나 몰랐다.방시원이 협상에 동의하며 단독으로 이동했고, 무상 또한 단독으로 이동했다. 양측 뒤에는 호위병이 따랐으나 모두 열 장 떨어진 거리에서 머물렀다.무상은 자신과 연주의 대다수 관리들이 연왕의 반란 계획을 알지 못했으며, 설령 알았던 사람들이라도 연왕의 세력에 눌려 감히 말하지 못했음을 설명했다.그러나 방시원은 이를 믿지 않았다. 방시원은 그들이 모두 오래전부터 음모를 꾸민 자들이라고 단언했었기에, 그의 태도는 매우 강경했으며, 이는 무상에게 그가 영군왕의 배후와 비밀 병력의 존재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었다.무상은 그의 태도를 통해 확인하려 했을 뿐 아니라 추몽을 굳게 신뢰하고 있었다.이 신뢰와 존경은 그가 시씨 가문을 설득했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무상과 연왕은 오랫동안 시간 시씨 가문을 공략했었지만, 시철진은 결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었다. 그들이 처음으로 연왕을 배신하기로 결정한 것도 바로 이 점에서 영군왕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무상은 참모이니 자연히 승산 있는 자를 따라야 했다. 연왕은 이미 몰락하였으니 그를 따라 계속 반란을 도모한다면 죽음뿐이었다.협상 과정 자체는 사실상 중요하지 않았다. 양측 모두의 목적은 성에 들어가는 것이었고, 단지 각자 계산이 다를 뿐이었다.무상은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추몽이 요구한 대로 해가 지기 전, 방시원의 군대를 성 안으로 유인해야만 했다. 지금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진 남짓이었다.그래서 협상은 오래 지연되지 않았다. 무상은 연왕을 그들에게 넘기기로 동의했지만, 방시원에게 반드시 약속을 지켜 진성으로 돌아간 뒤 관대한 처분을 황제께 청할 것을 요구했다.사실 연왕을 넘기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그래야 방시원의 경계를 느슨하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수장이 없으면 방시원은 그들이 더는 큰일을 벌일 수 없다고 생각할
무상이 직접 보내 연왕과 회왕은 함께 성문에서 압송되었다. 회왕은 인수할 때 무상이 자신을 풀어줄 줄 알고 있엇는데, 경군들이 그들을 억류할 때까지 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당황해서 허우적거리며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무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안심하라는듯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전에도 그를 묶어 놓고, 나중에 같이 나간다고 했지만 결국엔 셋째 형만 넘겨주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무상이 자신까지 경군에게 넘기는 것을 본 회왕은 그가 자신까지 진성으로 보내려고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자 당황해서 크게 소리쳤다. “나는 무죄요! 내가 연왕을 체포한 것이니 난 놔주오!” 그러자 방시원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어리석긴.” “무상…!” 회왕의 얼음처럼 차가워진 눈빛으로 무상을 바라보았다. 그는 사나운 표정에서 이내 애원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무상 선생, 당신은 내가 억울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소…? 얼른 방 장군에게 말해주시오!” 하지만 무상은 눈을 내리깔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저희 황제폐하께서 유무죄를 잘 판단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전하께서는 안심하십시오.” ‘저희 황제폐하’라는 말을 힘 있게 말하자 회왕은 일말의 희망을 잡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 때가 되어 추몽이 병마를 이끌고 쳐들어오면 경군의 목숨은 모두 연주에 남게 될 테니 난 당연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야. 하지만 정말 그런 거라면 무상이 왜 미리 말하지 않는 것이지?’ 그는 마음속으로 걱정하면서도, 자신을 위로했다. ‘나는 그들의 비밀을 알고 있어. 그들이 정말로 날 버린 것이라면 직접 죽이겠지 왜 방시원의 손에 넣겠어? 내가 추몽이 병마를 이끌고 성을 포위해서 습격할 것을 말할까 봐 두렵지도 않나?’그가 다시 고개를 들어 무상을 바라보자, 무상이 그를 향해 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되었든 경군은 연주를 떠
솔직히 송석석은 왕표의 상황이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믿을 만한 조력자를 데리고 다니면서 최소 3년은 숨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도주하자마자 금전을 빼앗기고 여자에게 버림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지금 왕표는 어떤 심정일까? 혹시 자신의 무모한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까?중년이 되어서도 진정한 사랑 따위를 믿고 전전긍긍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본처를 버릴 생각까지 하다니.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고청우의 성격에 분명 떠나기 전 갖은 말로 왕표를 모욕했을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남자를 홀리고 다니면서, 한 편으로는 줄곧 자신의 미모를 탐하는 남자들을 증오했었기 때문이다.그러자 송석석은 왕표가 어쩌면 옹현에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주하고 있는 죄인으로 절대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할 것이며 여기저기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왕표는 아이까지 데리고 있으니 결국 숨을 곳을 못찾고 몰래 진성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을까는 생각이었다. 왕표가 조금 멍청하긴 하지만 완전히 바보는 아니기에 가장 위험한 곳이 바로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한때 남강을 지키는 장군이도 했으니, 도망치기 전에 가짜 신분을 만들어 아이를 데리고 신분을 바꾼 채로 진성으로 돌아온다면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송석석은 바로 오진에게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를 유의하라고 지시한 뒤, 이 사실을 최숙심에게 알리러 소주방으로 향했다.만약 최숙심이 왕표를 발견하여 제보하는 공을 세운다면 가문에 큰 도움도 될 것이다.하지만 송석석은 누군가가 마음이 약해질까 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무릎을 꿇고 사정하면 결국 용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편, 송석석에게서 왕표의 상황을 들은 최숙심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녀가 왕표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할 사람이 아니니 분명 긴박한 상황이
고청우는 주먹을 꽉 쥔 채 다시 날카로운 눈빛으로 송석석을 쳐다보았다.“그래서 다들 하늘이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겁니다.”“네가 말한 것처럼 출생이 좋은 걸 뭐 어떡하겠느냐? 근데 네가 조금 전에 언급했던 못난 본처인 그 여인도 귀한 집에서 태어나셨거든.”송석석이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담담한 말투로 말하자, 고청우는 그녀에게서 예전의 장공주가 생각나 너무도 싫었다.장공주 앞에서 고청우는 기어다니는 벌레보다 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였었기 때문이다.화가 잔뜩 난 고청우가 씩씩거리면서 말했다.“귀하게 태어났다고 해도 결국 부군에게 버림받는 꼴이지 않습니까?”“왕표 그자를 얘기하는 건가? 그분은 왕표를 전혀 마음에 두고 있지도 않아. 너만 왕표 그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송석석의 말에 고청우가 미간을 확 찌푸리며 반박했다.“왕표 그자는 저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아닌 걸요? 그저 무능한 버러지일 뿐입니다!”“그럼 내가 아는 사실과는 다르구나. 넌 왕표 그자를 위해 아이까지 낳아주지 않았느냐? 왕표 그자가 야반 도주로 큰 죄를 저질렀음에 불구하고 넌 그자를 따라갔지. 이렇게 너처럼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을 난 많이 봤다.”송석석이 경멸의 눈빛으로 피식 웃으면서 말하자 고청우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만 고청우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은듯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이런 방법으로 저에게서 뭔가 알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십시오. 왕비님 말이 다 맞습니다. 전 그 남자를 미친 듯이 사랑합니다. 그래서 함께 야반 도주까지 한 겁니다.”송석석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그래, 너에게 들켰구나. 하지만 상관없다. 난 그저 절차에 따라 너에게 심문하는 것이야. 나중에 내가 원하는 심문의 답을 만들어서 폐하께 제출하기만 하면 돼.”고청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저를 모함하겠다는 뜻입니까?”“모함이 아니라 사실이다. 왕표가 장군들에게 약을 탄 일도 네가 꼬드긴 것이고 야반 도주도 네 머리에서 나온
풍수가 좋은 땅은 흠 천감이 엄선했으며 산이 푸르고 물이 맑은 곳으로 근처에는 작은 마을도 두 개나 있었다.황릉 근처라고 하지만 사실 황릉에서 30리도 넘게 떨어진 곳이었다.발인이 끝난 뒤, 고청영은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찾아가 작별 인사를 했고 휘왕의 시신이 묻힌 땅 근처의 마을로 가서 작은 집을 짓고 살 거라고 말했다.시만자는 고청영에게 금전적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지 물었지만, 그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으며, 전에 갖고 있던 장신구들을 전부 팔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고청영이 진성을 떠나던 날, 마침 방시원이 연왕 등 사람들을 압송하여 진성으로 돌아왔고 성문 앞에서 창에 갇힌 연왕과 회왕을 본 고청영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백성들이 너도나도 손가락질하면서 썩은 야채 이파리를 마구 던지는 모습에 고청영은 모든 원망과 증오를 내려놓았다.나쁜 놈은 언젠가 그 벌을 확실하게 받게 될 것이다.고청영은 이제 자유의 몸으로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떤 일에도 속박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한편, 진성에 압송된 죄인들 사이에는 영주의 관원들과 추몽도 있었으며 송석석은 의외의 인물도 발견하게 되었다.그자는 바로 고청우였다.송석석과 대리사 소경 진이는 죄인들을 인계 받으면서 방시원에게 왕표를 보았는지 물었지만 방시원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성문을 봉쇄했다가 다시 열었을 때 고청우의 행적을 발견하게 되었고 바로 그녀를 체포한 것이었기에, 죄인들은 아직 심문을 받지 않은 상황이었다. 숙청제는 중죄를 저지른 죄인들은 대리사로 끌고 가고 나머지 죄인들의 심판은 경위부에 맡기라고 했다.연왕과 회왕, 추몽, 무상에 이어 하상지와 김수덕 6인은 논란의 여지 없이 중범죄자들이었기에, 현장에서 바로 대리사에게 넘겨졌고, 그들을 심문할지 말지는 황제가 결정하기에 대리사에서는 먼저 그들을 감옥에 가뒀다. 나머지 죄인들인 영주와 연주의 관원들 그리고 고청우는 경위부의 심문을 받았다. 범죄 정황이 심각한 죄인들도 그렇게 결국 대리사로 이송 되었
그렇게 5일에 걸려 역적의 잔여 세력을 전부 숙청했다.방시원과 목종욱도 역적 추몽을 생포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연왕과 회왕 그리고 무상 등 죄인들을 진성으로 압송하고 있기에 오늘 안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왕표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죄인이 잡혔다.7월 25일, 휘황실 내부에서 휘왕을 위해 상을 치렀다. 사청엄이 반역을 저지른 탓에 상은 매우 조촐하게 치러졌으며 숙청제는 휘왕을 친왕릉에 안장할 지에 대해 대신들을 불러 진지하게 논의했다.휘왕은 비록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사청엄이 저지른 죄는 가문 전체에 연좌되는 중죄이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한편, 송석석은 이번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황실 사람들을 거느리고 휘왕의 장례에 참석했다.장례식에는 관원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으며 황제께서 휘왕을 친왕릉에 안장하지 않는 이상, 관원들은 감히 함부로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휘왕의 시신은 이미 관 안에 들어가 있었지만 관을 아직 봉쇄하지는 않았다.고청영은 상복을 차려 입은 채 관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송석석과 시만자 등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눈을 감은 휘왕의 시신을 볼 수 있었다.관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휘왕과 정삼숙의 시신이 들어있는 관 외에 하나가 비어 있었다.고청영이 얼음으로 시신을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었던 덕분에 지금까지도 시신이 전혀 부패되지 않았던 것이다.고청영은 한참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왕야께서는 전에 자신이 죽으면 이 옷을 입혀서 관에 넣어달라고 하셨는데 그나마 그 소원은 제가 들어드렸습니다.”“휘왕께서는 사청엄이 반역을 일으키는 순간부터 자결하기로 마음을 먹으신 겁니까?”시만자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묻자 고청영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저희는 오래전부터 함께 죽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왕야께서 자결하실 때 제가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정삼숙이 먼저 돌아가시고 왕야께서는 한참동안 버티다가 저에게 꼭 살아남으라고 말씀하신 뒤 눈을 감으셨습니다.”송석석이 비어 있는 관을 힐끔 처
휘왕이 자결했다는 말에 잠깐 흠칫하던 사청엄은 곧바로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부왕…! 부왕께서 자결할 필요는 없으셨습니다…! 이 아들이 대신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안 그래도 더 이상 살 마음이 없었던 고청영은 사청엄의 말을 듣고 입술을 꽉 깨물더니 빠르게 달려가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화들짝 놀란 사청엄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한참동안 넋을 잃고 있다가 고개를 홱 돌려 싸늘하고 음산한 눈빛으로 고청영을 노려보았다.하지만 고청영은 그런 사청엄에게 오히려 침을 툭 뱉으며 화를 냈다.“짐승만도 못한 놈 같으니라고! 넌 지금까지 영주 백성들의 목숨과 왕야 저택 사람들의 목숨으로 왕야를 협박하지 않았느냐! 심지어 왕야께 너의 죄를 뒤집어쓰라고 강요했어! 왕야께서는 반역의 마음을 단 한번도 품은 적이 없어! 심지어 너의 감시 속에서도 어떻게든 송 대감께 정보를 알리려고 최선을 다했어! 그러니까 왕야의 명예를 더럽힐 생각하지도 마!”사청엄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고청영은 이내 앞으로 한발짝 나서더니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폐하, 부디 고명한 판단을 내리시어 주시옵소서. 왕야는 반역을 저지르지 않았고, 이 모든 건 사청엄 저자의 협박 때문입니다. 사청엄은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면 만사대길이지만 실패할 경우 영주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왕야 곁에서 왕야를 보필하던 사람들도 전부 살해당해서 몇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왕야께서는 저런 사악한 아들을 낳고 키운 게 너무 창피하고 폐하와 백성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결국 자결하신 겁니다. 폐하, 어서 영주의 백성들을 지켜주십시오. 더 늦어지면 그자들은 전부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한편, 이덕회는 오열하는 고청영이 흥분해서 황제에게 실례되는 일을 저지를까 봐 얼른 고청영을 부축하며 말했다.“울지 마십시오. 영주 백성들은 무사할 겁니다. 폐하께서 이미 영주에 사람을 보냈고 그자는 왕야의 옥패를 들고 영주로 출발했습니다. 현재 영주는 조정의 관할 지역이 되
숙청제는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눈빛에서 숨길 수 없는 증오를 담으며 말했다. “그래? 네 아버지를 대신해 벌을 받겠다고 해도, 나는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 수는 없다. 역모를 꾸미고 나라를 빼앗으려 한 자가 누구인지, 짐이 직접 조사하여 밝혀내겠다.”“폐하...”사청엄이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고통스럽게 말했다.“조사를 할 필요 없이 제 죄를 물어주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잠시 이성을 잃고 실수하신 것뿐입니다.”숙청제가 냉소를 띠었다.“실망이구나. 황위를 노렸던 자가 이렇게 기개가 없다는 말이냐? 이 꼴로 황제가 되려고 하느냐? 그러면 사청엄, 너를 따르는 사람들 모두가 실망할 것이다.”“아버지를 대신해 벌을 받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아버지를 용서해 주십시오.”사청엄은 아무리 황제가 뭐라고 말해도, 이 한마디밖에 할 수밖에 없었다.그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다들 그의 야심을 비난하였지만, 그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비난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버지를 더 이상 욕하지 마시지요. 그도 그저 잠시 실수를 한 것 뿐일 겁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로서 모든 죄를 대신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그의 말에 대부분의 관리는 큰 분노를 느꼈다. 그의 터무니없는 말에 어이가 없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 숙청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수년 동안 계획을 세우며 영리한 척했지만, 결국 궁문도 통과하지 못하는 자가 어찌 황제가 되려고 했단 말이냐? 연왕처럼 무식한 자였다면 아마도 이런 꼴은 안 당했겠지?”그동안 사청엄은 늘 자신이 연왕보다 똑똑하고 뛰어나다며 자부했었고, 연왕의 신하 앞에서도 그런 태도를 보였었다. 그 후부터 연왕의 부하들도 사청엄을 따른 후 연왕을 무시하기 시작했고 연왕의 무능함을 비웃었던 것이다. 그러니 숙청제가 연왕보다 못하다고 말하자, 사청엄은 마음이 괴로울 것이다.하지만 사청엄은 그저 낫빛이 잠시 바뀌었을 뿐, 다시 같은 말만 되뇌었
석홍심의 지휘 아래, 이 사병들은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용감해졌다.그들은 연왕의 사병이 아니었지만, 만 명이 넘는 병사들은 모두 사청엄이 수년간 정성껏 고른 병사들이었고 수많은 훈련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그중 많은 이들이 비참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세상에 대한 분노를 품고 있었기에, 그들은 이 전투를 통해 인생을 역전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지휘를 하는 이상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현갑군은 그들을 이길 수 있지만, 쉽고 빠르게 승리하긴 어려웠다.송석석은 그들이 항복하지 않으면 죽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정예병을 뽑기로 했다. 그들 중에는 매산 분대도 포함되었으며, 반란군 중에서 석홍심의 목을 취할 계획을 세웠다.군대에는 장수부터 사라져야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다.송석석은 계획을 세운 후, 만두와 몽둥이가 먼저 그들의 진형을 무너뜨린 뒤, 그녀와 시만자가 앞서 나가 적장들의 목을 베고 신속히 후퇴할 계획이었다.천군만마 속에서 적장의 목을 베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들은 이미 전투에 열중해 있었고, 혹시라도 주저할 새에 적의 무차별 공격에 맞을 수도 있었다.석홍심은 전장에서 많은 경험을 가진 장군이었다. 그는 단번에 송석석의 계책을 알아챘고, 일부러 빈틈을 보여 송석석와 시만자가 그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하였다.그도 송석석의 생각과 같이 상대의 장군부터 잡으려 했다.송석석과 그는 서로를 잡으려고 했다.빈틈이 보이자, 그는 빠르게 공중으로 뛰어들며 검을 내려쳤다.송석석과 시만자는 짧은 무기를 사용했다. 경공으로 공격하려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기에, 석홍심의 대검이 더욱 유리한 상황이었다.위험한 순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죽이 척척 맞게 협력했다. 시만자는 그를 향해 몸을 던져 그의 배를 머리로 가격했지만, 석홍심의 칼이 결국 송석석의 어깨에 떨어져 버렸고, 시만자도 석홍심의 병사에게 상처를 입고 말았다.이 상황에 만두와 몽둥이가 신속히 두 사람을 도우러 왔다. 한명은 유성추를 휘둘
사청엄은 마차를 타고 갈 때 멀리서 추몽을 보곤, 그제야 진심으로 안심했다.그는 추몽이 얼마나 단호한 성격인지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이 전력을 다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으면 반드시 큰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 전쟁은 그가 가장 갈망하던 것이었다. 자신의 위대한 계획을 위해 싸우는 것이기에 그는 지금 과거의 침착함과 여유로움을 모두 잃었지만,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열정이 온몸을 타고 돌기 시작했고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 갈망이 그에게 강력한 힘과 신념을 주었다.그는 야망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며,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진실을 알지 못했다. 야망은 결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랑과 증오, 정의와 단결이라는 것을 말이다.진정한 야망은 현갑군 통령 송석석의 애국심이며, 현갑군 통령 송석석의 가족을 잃은 증오이다.그리고 병사들과 무림 사람들이 하나로 결합하여 반역자를 쫓아내며 백성을 위한 정의를 지키려는 마음이다.사청엄은 순간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추몽이 이끄는 병사들이 모두 병복을 벗고 평상복을 드러내었으며, 평상복에는 ‘沈’자의 문양이 자수로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그들은 모두 심가 사람들이었다!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에 온 자는 추몽이 아니라 심가 사람들과 무림 인사였던 것이다. 그의 무공이 아무리 뛰어난다고 해도, 임양운이 나타나면 곤경에 처할 것이며, 심지어는 지휘권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석홍심의 반군은 정말 강력했다. 그들은 단번에 기세 좋게 강을 건너 동서 두 거리로 쳐들어갔고, 좀만 앞으로 나가면 곧 어길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송석석는 그들을 어길로 이끌었다. 어길은 왕궁과 가장 가까운 곳이지만, 백성이 거의 없어서 백성을 다치지 않기 딱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경성의 귀족들과 대신들의 집안 대문은 꽉 닫혀 있었고, 가장 유능한 호위들이 문을 지켰다. 백성들 대부분은 반군이 쳐들어와 자신들을 포로로 잡을까 봐 두려워했지만,
휘황실.잔잔한 비가 방 처마 끝에서 주르륵 떨어지며, 왕부 전체를 축축하게 만들었다.한편, 늙은 휘왕은 복도에 서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고, 빗소리인 것 같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한참 동안 서 있다가 방으로 들어갔다.정삼숙 또한 이곳에 머물고 있었는데, 두 다리가 부러져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되었다.다리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골절상이 있어, 뼛속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주며 계속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휘왕이 올 때마다 정삼숙은 아픈 척 연기를 한 탓에, 그는 이곳에 자주 오지 않았고, 정삼숙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의 마음은 더욱 아파왔다.방 안에서는 고청영이 정삼숙의 얼굴을 닦아주고, 손과 등을 주물러주고 있었다.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에 욕창이 생길까 염려해서였다.휘왕이 들어오자, 고청영이 물을 들고 나가며 말했다.“죽을 대령하던 참입니다. 전하께서서는 진지를 잡수셨습니까?”“아직 먹지 않았다. 죽 한 그릇을 더 가져오너라. 함께 먹자꾸나.”휘왕이 의자를 하나 가져와 침대 옆에 두며 말했다.정삼숙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으나, 갈라진 입술이 아직 낫지 않은듯 부어오른 상태였기에, 웃을 때마다 다시 터질까 봐 걱정스러워, 비바람에 시달리는 단풍잎처럼 억지스러워 보였다. “웃지 않아도 된다.”휘왕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아프면 말을 하거라.”“안 아픕니다.”휘왕이 죽그릇을 들어 그녀에게 떠먹여주자, 정삼숙은 붉어진 눈으로 천천히 죽을 받아먹었다.하지만 많이 먹지는 못하고 몇 숟가락만 넘길 뿐이었다. 이전에 사청엄이 의원을 불러 주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기에 더 아픈 것 같았다. 휘왕은 고청영이 죽을 더 가져오기도 전에 정삼숙이 먹다 남은 죽을 먹기 시작했다.그러자 정삼숙이 놀라며 말했다.“더럽습니다.”그때, 휘왕의 앞에 놓여진 죽 그릇에 무엇인가 툭하고 떨어졌다. “삼숙아, 우리 한평생을 함께 살았구나.”정삼숙은 멍하니 그런 그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