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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작가: 유리
이 순간, 서혜지와 나준우는 작은 배를 타고 호수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혜지는 휴대폰으로 주변 풍경을 찍고, 나준우의 사진도 찍으며 눈에 담긴 아름다운 장면들을 남기고 있었다.

차우미의 메시지가 도착한 건, 마침 서혜지가 나준우를 촬영하던 찰나였다. 화면에 뜬 메시지, 특히 발신인의 이름을 본 서혜지는 곧바로 핸드폰을 내려놓고 메시지를 열었다.

[미려 씨, 오늘 저랑 상준 씨가 예인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갔다가 오후엔 과수원에서 딸기와 과일을 따려고 해요. 저녁엔 영화도 보러 갈 거예요. 두 분은 언제쯤 돌아오실 건가요? 돌아오시기 전에 연락 주시면 시간 맞춰서 준비할게요. 그리고 예은이는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정말 잘 있었어요. 잠도 잘 자고 울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서혜지는 이 긴 메시지를 읽고 마음 깊이 감동했다. 나예은이 자신의 소중한 딸이니만큼 차우미와 나상준을 믿고 맡기긴 했지만, 엄마로서 마음이 쉽게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이미 맡긴 만큼 연락하지 않고 모든 걸 차우미와 나상준을 믿기로 결심했었다. 차우미는 그녀의 이런 마음을 잘 알기에 직접 나예은의 상황을 알려주어 그녀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었다.

그녀는 차우미의 세심함에 깊이 감동하며 눈물이 맺혔다.

“왜 그래?”

나준우는 서혜지의 표정 변화를 알아채고, 그녀가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을 보고는 곧장 그녀 곁으로 와서 감싸안았다. 서혜지는 고개를 저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깜빡이며 말했다.

“형수님한테서 온 메시지예요. 예은이가...”

“예은이가 왜? 혹시 울었어?”

서혜지가 다 말을 마치기 전에 나준우가 불안한 듯 끼어들며 물었다. 서혜지는 차우미의 세심한 메시지에 감동받아 위로를 받고 있었는데, 나준우의 질문에 그 감동이 순간 사라지고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준우는 나예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혹시 다치거나 넘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서혜지가 웃음을 터뜨리자 그는 잠시 멍해졌다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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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850화

    서혜지는 나준우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그가 당황하고 쑥스러워할수록 그녀는 더욱 그를 놀리고 싶어졌다. 재빠르게 그의 손을 치우고는 곧바로 그의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키스 후에는 나준우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의 품에 몸을 파묻은 채 그의 셔츠 단추를 장난스럽게 만지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우리 애까지 낳았는데 왜 아직도 그렇게 부끄러워해요? 마치 내가 당신을 괴롭히는 것 같잖아요.” 그녀의 애교 섞인 연기에 나준우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배우 같은 아내를 얻어 평온한 삶과는 이미 멀어졌음을 실감했다. 둘은 작은 배 위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냈는데 나준우는 침착함과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그러나 서혜지도 그의 성격을 잘 알기에 적당한 선에서 끝냈다. 밖에서는 역시 자제해야 했으니까. 한참 그를 놀리던 서혜지는 이제 그의 품에 얌전히 기대어 말했다. “형수님께서 오늘 동물원과 과수원에 가고 저녁엔 영화도 본대요. 아마 꽤 늦어질 텐데, 우리 밤 비행기로 돌아가는 게 어때요?” “저녁 6시쯤 비행기면 8시나 9시쯤 청주에 도착하겠죠. 그럼 예은이도 마침 그때 영화가 끝날 테니 딱 맞아요.” 나준우는 살짝 고민하며 말했다. “5시쯤으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너무 늦으면 좋지 않을 것 같아.” 말을 하고 나니 뭔가 설명이 부족한 듯해서 덧붙였다. “내 말은 형한테 다른 계획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이틀 내내 아이와 함께 있었으니 나상준과 차우미도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서혜지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진지하게 앉아 바로 대답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여보.” “아주버님께서 정말 형수님이랑 단둘이 있고 싶었다면 예은이를 데려갔겠어요?” “예은이가 있으니까 형수님이랑 진전이 있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굳이 예은이를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죠.” “여보, 그냥 좀 늦게 돌아가요. 응? 내 말대로 해요.” 나준우는 서혜지의 말을

  • 봄날   제851화

    서혜지의 메시지가 차우미의 휴대폰에 떴을 때, 차우미와 나예은 그리고 나상준은 이미 동물원에 와 있었다. 주말이라 동물원은 사람들로 붐볐고 눈에 보이는 곳마다 북적였다. 당연히 시끄러웠고 특히 사람 많은 곳에서는 더 그랬다. 그래서 차우미는 메시지가 온 소리를 듣지 못했다. 게다가 나상준이 나예은을 안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모든 신경은 그의 손과 나예은에게 쏠려 있었다. 나상준의 손목이 삐끗했기에 차우미는 원래 그를 동행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끝내 함께 가자고 했다. 그녀가 아이를 혼자 데리고 있는 걸 걱정한 것 같았다. 함께 왔으니 차우미는 자신이 아이의 손을 잡고 걷거나 안아서 그의 손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사람 많은 동물원에서 작은 아이를 손잡고 걷기는 어려웠고, 차우미가 안아주려 하자 나상준은 말없이 나예은을 바로 들어 올렸다. 손목 상태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차우미는 그가 왼손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걸 확인하고는 그나마 안심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놓이지 않아 그의 손과 아이를 계속 살폈다. 혹시나 손목 상태가 악화되거나, 아이가 그의 품에서 장난치다 손목을 건드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사실 필요 없었다.나상준은 자신의 상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이런 작은 부상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하지만 차우미가 마치 그가 큰 부상을 당한 사람처럼 걱정하고 신경 쓰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그는 굳이 설명하지 않고 있었다. 차우미의 이런 걱정과 애정 어린 눈길은 그가 특별히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기에. 나예은은 동물원에 도착하자마자 신이 나서 오로지 동물만을 바라보며 잔뜩 흥분해 있었다. 차우미의 걱정 따윈 눈치도 채지 못하고 동물들을 보며 웃고 떠들었다. 그 모습에 차우미도 점차 나예은의 밝은 기운에 감화되어 그의 손을 신경 쓰는 대신, 아이와 함께 동물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작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즐겁게 시간이 지나가면서 어느새 오후가

  • 봄날   제852화

    차우미가 말하면서 빨갛게 무르익는 체리를 따려고 손을 뻗을 때 그녀의 뒤에서 기다란 팔이 갑자기 뻗어 나오더니 바로 나뭇가지를 당겨줬다.순식간에 수많은 새빨간 체리들이 차우미 눈앞에 나타났는데 심지어 그녀의 코끝에서 체리 향이 맴돌았다.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몸을 돌려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는 그녀의 뒤에 바싹 붙어서 힘 있는 팔로 체리 나뭇가지를 잡고 있었는데 초록색 나뭇잎과 빨간 체리들 아래에서 깊은 눈동자로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때는 오후 3시가 넘어 태양이 제일 강력할 때이고 체리 나무들이 산 사이에서 뿌리를 내려 가지를 뻗어서 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하나하나의 우산처럼 강렬한 햇빛을 막아주었다.하지만 체리 나무들이 모든 빛을 막을 수는 없었다.햇빛은 초록색 나뭇잎 사이사이로 들어와 먹음직스러운 체리에는 물론 그의 몸과 얼굴을 내리비췄다.붉은빛과 초록빛이 바람에 산들산들 움직이며 여름을 뽐내고 있었고 햇빛은 그의 얼굴을 더 멋있게 비추었고 깊은 눈동자는 더욱더 매혹적이었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나예은은 체리를 따서 입에 넣고 싶은 마음이 절박했지만 차우미가 따주겠다는 말에 손을 거두고 빨간 체리만 바라보며 차우미가 따주기를 기다렸다.커다란 손이 체리 나무를 당기는 순간 수많은 체리가 자기와 더 가까워지자 나예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지도 않았다.나뭇가지가 자기 가까이에 오면 바로 체리를 따서 먹으려고 했는데 체리들이 갑자기 허공에서 멈추고 꼼짝하지 않았다.나예은은 두 눈을 깜빡이며 차우미가 입만 벌리면 먹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체리를 보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나예은이 의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 차우미를 봤는데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나상준을 바라보고 있었다.나예은이 다시 고개를 돌려 나상준을 보자 그도 역시 꼼짝하지 않고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시간이 마치 멈춘 것 같았는데 나예은은 큰아빠, 큰엄마가 뭘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평소 같았으면 두 사람 사이의 무언가를

  • 봄날   제853화

    코를 찌르는 짙은 체리 향은 먹지도 않았는데 마음에 달콤함이 느껴졌고 즉시 먹어보고 싶은 충동까지 생겼다.하지만 차우미는 곧바로 먹지 않고 눈앞에 있는 붉은 체리를 보고 또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체리는 날개가 달려서 그녀에게 온 것이 아니라 나상준이 주는 거였는데 입만 벌리면 먹을 수 있었다.차우미는 살짝 놀란 마음을 누르고 말했다.“고마워.”그녀는 손으로 나상준이 건네준 체리를 받아 허리를 굽히고 나예은의 입에 넣어줬다.나예은은 조금 전에 먹은 체리가 한창 부족해서 줄곧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체리를 따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체리는 주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그런데 나예은을 더 어리둥절하게 한 건 차우미가 나상준이 주는 체리를 먹지 않고 자기 입에 넣어줬다는 것이다.크고 달콤한 체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입에 들어가자, 나예은은 너무 행복했다.‘이건 큰아빠가 큰엄마에게 준 건데 큰엄마는 왜 나에게 주시지?’나예은은 아무리 어려도 방금 자기가 먹은 체리는 나상준이 자기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차우미에게 주는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차우미는 나예은이 자기를 멍하니 쳐다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왜 안 먹어?”분명 체리를 좋아해서 조금 전에 따 준 체리를 맛있게 잘 먹던 나예은이 조용히 있으니 의아했다.나예은은 짙고 촘촘한 속눈썹을 연신 깜빡거리며 차우미와 나상준을 번갈아 보았다.나상준은 나뭇가지가 아니라 깨끗이 씻은 체리를 한가득 들고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나예은이 자기를 보는 찰나 그도 시선을 돌려 서로 눈빛이 마주쳤다.그 순간, 나예은의 작은 머릿속에 빛이 번쩍했는데 곧바로 자기 입가에 있는 체리를 받아서 차우미의 입술에 넣어주며 말했다.“큰엄마도 드세요.”체리는 그렇게 차우미의 입술과 부딪혔는데 물에 씻어서 조금 차가웠고 또 체리만의 향기가 그녀의 오감을 가득 채웠다.나예은의 돌발적인 행동에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큰엄마, 체리 엄청나게 달고

  • 봄날   제854화

    지금은 저녁 식사 시간이기에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나상준이 프런트에 가서 티켓을 구매했다.아이와 같이 영화를 보는 것이기에 어른들의 영화가 아닌 어린이가 볼 수 있는 영화를 보기로 했고 어떤 영화를 볼지는 오는 길에 나예은이 선택했다.나상준은 곧바로 영화 이름을 말하고 티켓 세 장을 구매했다.차우미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결혼 전에는 대부분 여가현과 같이 영화 보러 다녔고 나상준과 결혼한 후에는 거의 혼자 다녔다.차우미는 영화관에 혼자 다니는 것을 개의치 않아 했다. 워낙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또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녀는 독립적이고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든 없든 모두 혼자서 해냈고 주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나상준이 티켓 구매하는 것을 보더니 나예은은 곧바로 작은 손가락으로 팝콘과 감자튀김을 가리키면서 나상준에게 말했다.“큰아빠, 예은이 팝콘과 감자튀김을 먹고 싶어요.”나상준은 직원이 찾아주는 거스름돈을 받던 중 나예은이 팝콘과 감자튀김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대답했다.“사.”그리고 차우미를 보며 물었다.“뭐 먹고 싶어?”영화 볼 때 팝콘과 감자튀김이 필수이긴 하지만 나예은이 배가 불러서 못 먹고 낭비할까 봐 차우미는 처음에 사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나예은이 주동적으로 먹겠다고 하니 아직 먹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게다가 과일을 먹은 것만으로 2시간 동안의 영화를 보려면 배가 고플 수 있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질문에 잠깐 생각하며 눈앞에 있는 모니터를 보다가 말했다.“중간 사이즈 팝콘과 큰 사이즈 감자튀김 한 통씩 하고 밀크티 두 잔이면 될 것 같아.”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상준을 보며 물었다.“밀크티 마실 거야?”나상준이 대답하기 전에 차우미가 또 말했다.“밀크티가 싫으면 다른 음료도 있고 생수도 있어.”차우미의 생각에 나상준은 밀크티를 마셔본 적이 없기에 마실 것 같지 않았지만 자기와 나예은 것을 주문했기에

  • 봄날   제855화

    오후 5시가 되자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도시 곳곳의 가로등들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어둠을 밝혀주었다.화성 별장에서 온이샘은 뒷마당에 있는 화원에서 휴대폰을 들고 자기가 보낸 메시지와 보낸 시간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어젯밤에 온이샘은 차우미에게 가지 않고 자기 집으로 돌아와서 온밤을 뒤척이다가 새벽에 겨우 잠이 들었다.잠이 든 후에는 자는 내내 계속 꿈을 꾸었다.꿈에서 온이샘은 제일 보고 싶지 않았던 차우미와 나상준이 같이 있는 장면을 보았다.그런데 그들 사이에 심지어 아이가 있는 것이다. 그 아이는 나씨 가문의 아이가 아니고 나상준과 차우미의 아이였다.꿈에서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잠에서 깨어날 때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생각을 많이 하면 꿈을 꾼다고 온이샘은 자신이 차우미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그런데 예전에 좋아할 때는 불안하지 않았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왠지 자꾸 불안하고 정서적으로도 극도로 긴장되었다.경쟁 상대가 나상준이어서 질까 봐 무서워서일까?만약 다른 남자였다면 온이샘은 무조건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을 건데, 나상준은 왠지 자신이 없었다.예전에 차우미가 결혼한다고 할 때 나상준에 대해 조사를 했었는데 모든 면에서 너무 훌륭했다.가정은 물론이고 배경, 성격, 외모, 학업 등 모든 면에서 그를 초월했다.그 때문에 온이샘은 비록 차우미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너무나 훌륭한 사람과 결혼하기에 방해하지 않고 축복해 주었다.이제 나상준과 차우미가 헤어졌기에 온이샘은 진심으로 차우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차우미가 행복하면 그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3년이라는 결혼 생활 동안 차우미는 행복은커녕 청춘만 낭비했을 뿐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데 온이샘은 불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았다. 만약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면 자기가 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온이샘은 한 번 기회를 놓였기에 이번에는 하느님께서 다시 한번

  • 봄날   제856화

    이번에도 차우미가 아이와의 약속을 이행할 때 나상준은 쉽게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온이샘은 안 된다.여기에서 온이샘은 큰 위기감을 느꼈다.지금 온이샘의 입장으로는 차우미와 나상준의 관계에 대해 뭐라고 할 권리가 없을뿐더러 간섭할 수도 없다.온이샘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무력감을 느꼈다.아침 일찍 일어난 온이샘은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는데 좋은 생각, 나쁜 생각을 번갈아 가며 하더니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온이샘은 이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전력을 다할 것이다.때문에 그는 아무리 나상준과 차우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해도 억지로 참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하지 않았다.너무 집요하게 차우미를 찾다가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차우미가 눈치챌까 봐 두려웠다.온이샘은 차우미가 항상 평화로운 삶을 살면서 행복하기를 바라며 그녀의 취향과 모든 선택을 존중한다.온이샘의 사랑은 차우미가 절대 다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궁금해도 하루 동안 꾹 참고 있다가 저녁 식사 시간에 처음으로 메시지를 보냈다.원래는 차우미가 일이 끝난 다음 먼저 연락할 때까지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기다리고 싶었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온이샘은 하루가 이렇게 견디기 힘들 줄을 몰랐다. 그에게 오늘 하루는 몇십 년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메시지를 보내고 그는 휴대폰을 손에 꼭 들고 답변을 기다렸는데 이 시간마저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온이샘은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렸는데 모두 별로 좋지 않은 장면들이었다.그의 마음은 부글부글 통제되지 않았다.“이샘아, 밥 먹자.”뒤에서 진문숙의 목소리와 함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온이샘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시선을 돌리더니 휴대폰을 들고 자기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온이샘의 인품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진문숙은 아주 훌륭하고 현명한 어머니이다.진문숙은 온이샘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는데 온이샘이 잘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 봄날   제857화

    비록 걱정은 하지만 진문숙은 온이샘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말하지 않았다.온이샘이 감정상의 문제로 고민하는 것이 보였지만 진문숙은 아들이 자기에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고 묻지 않았다.이런 일은 급하다고 해서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진문숙과 온이샘이 이야기를 나누며 거실에 도착하자 온정국이 손을 씻고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온이샘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반가워했다.온정국은 오랜만에 아들을 봐서 너무 기뻤다.“이샘아, 어서 와. 밥 먹자.”온정국은 말투도 온화하고 성격도 좋았는데 온이샘의 성격이 온정국을 딱 닮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온정국도 조금은 외향적으로 변했다.다시 말해서 현재 온이샘의 성격이 곧바로 젊은 시절의 온정국이다.비록 온정국과 진문숙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지만, 온이샘의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온이샘은 손을 씻고 식탁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 다 같이 식사한 지가 오래된 것 같네요. 오늘 저녁 많이 먹어야겠어요.”온정국이 웃었다.“그래, 많이 먹어. 네가 집에 왔다는 얘기 듣고 나도 서둘러 일을 마치고 돌아왔어. 오랜만에 우리 세 식구 같이 식사하는 시간인데 빠지면 안 되잖아.”진문숙은 온이샘의 맞은편에 앉아 부자에게 국물을 준비하면서 온정국의 말을 듣더니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신선을 돌려 온이샘을 보며 말했다.“너의 아버지가 젊었을 때 얼마나 바빴는지 알아? 그때 나이가 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점점 더 바쁜 거 있지. 그럼데도 집에 제때 돌아와서 내가 지금까지 참고 사는 거야.”진문숙은 말하며 국물을 온이샘의 앞에 놓았다.온이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지가 일찍 돌아오셨잖아요.”“당연히 와야지. 아니면 집에 못 들어오게 했을 거야.”진문숙의 말을 들은 온정국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무조건 돌아와야지.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왔을 거야.”“당연하지. 우리 집에서 누구든지 모두 내 말을 들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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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956화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 봄날   제955화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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