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이슬은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한 시간 동안 이 상태가 지속하였다.심재경은 그 여자에게 돈을 더 주고 떠나게 했다. 여자한테는 오늘 돈을 벌기가 참 쉬운 하루였다. 남자의 시중을 들지 않아도 되고 고약한 취향을 가진 늙은 남자들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아도 되었다.그녀는 싱글벙글하여 돈을 건네 받았다.“이런 일이 있으면 저 또 불러주세요.”심재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도 눈치가 빨라서 돈을 가지도 바로 떠났다. 그녀는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돈 많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또 시중도 많이 들어줬는데 이 여자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알았다.돈 많은 사람들은 절대 자신을 마음에 두지 않을 것이고 그저 데리고 노는 것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신데렐라가 왕자한테 시집가는 꿈을 꾸지 않았다.신데렐라는 순결이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뭐가 있는가?아무 것도 없다. 이게 현실이었다.그녀의 꿈은 그저 열심히 돈을 모아서 성실한 남자를 만나 시집가는 것이다....똑똑...안이슬은 자신이 언제 울었는지도 몰랐다. 눈물이 얼굴에서 흘러내렸지만 감각이 없었다.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또 들려왔다.안이슬은 방문을 열었다.심재경은 안이슬의 얼굴에 남은 눈물을 보더니 손을 들어서 닦아주려고 했지만 여전히 차가운 그녀의 얼굴을 보고 억지로 참았다.“왜 울어?”안이슬이 말했다.“내가 울게 뭐가 있어?”“그럼 네 얼굴에 있는 건 뭐야? 모래가 눈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하지 마.”심재경이 말했다. 안이슬은 얼굴을 만져보고 나서야 자신이 눈물을 흘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왜 울었던 거지?자신의 마음이 너무 모질어서 심재경을 이 지경까지 내 몰았기 때문에 우는 건가? 아니면 심재경이 자신의 고집을 꺾으려고 이런 황당한 일을 벌인 것 때문에 우는 건가?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안이슬은 그냥 이렇게 대답했다.“모래가 들어간 거야.”심재경은 입꼬리를 삐죽거렸다. 정말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안이슬, 네
가슴 쪽이 훤히 드러나자 안이슬은 본능적으로 움츠렸다. 하지만 여자의 힘으로 어떻게 지금 한창 화가 나 있는 남자를 당해낼 수 있겠는가.심재경은 안이슬을 침대에 눕혔다.처음에는 안이슬도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저항하기를 포기하고 심재경이 마음대로 하게 놔두었다.그녀는 초점을 잃은 두 눈으로 천장만을 바라보았다!눈을 감으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그때의 자신이었다.안이슬은 공포에 휩싸여 이를 꼭 깨물었다. 몸 아래에 있는 침대 시트는 이미 그녀에 의해 너덜너덜해졌다.몸은 통제할 수 없이 떨려왔다!안이슬은 억지로 참으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아이의 아버지이고 그녀가 예전에 깊이 사랑했었던 남자라고 계속 되새겼다.자신을 그렇게 짓밟던 남자들이 아니다!심재경은 아주 노력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이슬은 조금의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심재경의 마음은 조금씩 식어가서 동작을 멈추었다.“나한테는 정말 아무 느낌이 없어?”안이슬은 눈꺼풀을 뜨며 말했다.“너는 내가 더럽지도 않아?”심재경이 대답했다.“아니.”안이슬은 입술을 깨물더니 비아냥대듯 말했다.“보아하니 네가 여자를 정말 못 만나봤나 보다. 나 같이 남자들한테 몹쓸 짓을 당한 여자도 마음에 들어 하는 걸 보면. 너는 정말 남자로서 체면을 구기고 있어.”심재경은 혀로 입술을 핥았는데 입가에 아직 그녀의 냄새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향기롭고 달콤한 그 냄새는 그가 좋아하는 것이고 그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향기였다.“안이슬, 말하고 싶은 대로 다 말해. 어차피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아.”심재경은 이불을 끌어당겨서 그녀에게 덮어주었다.“푹 자고 난 다음에 우리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잘 생각해봐.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한테 대한 내 마음은 이미 다 얘기했으니 너도 그 쓸모없는 자존심 좀 내려놔 봐.”말하고 그는 일어나서 바닥에 버려졌던 옷가지들을 주어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안이슬이 그를 불러세웠다.“샛별이를 언제 데
“키스를 당하고 물려도 봤어.”심재경의 눈가가 살짝 붉어지더니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다.“내 몸에 있는 흉터 하나하나가 항상 나를 일깨우고 있어. 이미 발생한 일을 나는 잊어버릴 수가 없어. 이것들은 나의 악몽이 되어서 평생 나를 괴롭힐 거야. 너도 이런 고통에 몸부림치고 싶어? 매번 네가 나와 사랑을 나눌 때마다 너는 내 몸의 흉터들을 보게 될 거야. 이 흉터들을 보면 너도 예전에 나한테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하게 되겠지. 네는 정말 조금도 개의치 않아? 아무 생각도 없어? 심재경, 자꾸 자신을 속이지 마. 너는 그냥 보통 사람이야. 자신이 성인군자라도 된다고 망상하지 마.”심재경이 물었다.“방금 내가 너 조금이라도 싫어했어?”안이슬은 멈칫하더니 말했다.“너는 단지 욕망에 판단력을 상실했을 뿐이야.”“그래, 욕망이라고 하자. 내가 너에 대한 욕망은 너를 갖고 싶다는 거야. 그럼 안 돼?”그는 안이슬의 턱을 잡고 말했다.“마음을 주고 싶지 않다면 그렇게 하지 마. 욕망을 채우는 파트너로만 살아가면 되잖아.”안이슬은 눈을 감았다.“좋아.”안이슬은 이미 할 얘기를 충분히 했지만, 그가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니 더는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 질리게 된다면 그때면 자신의 마음을 똑똑히 볼 수 있겠지.“네 마음 받아줄게. 그러니 샛별이를 데리고 와.”안이슬은 뒤돌아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찢어진 옷을 주었다. 옷은 더 입을 수가 없어서 그녀는 이불을 들어서 몸을 감쌌다.심재경은 상상하지 못한 말이라 믿기지 않았다. 안이슬이 너무 갑작스럽게 승낙했다.너무 갑작스러워서 심재경은 뭐라고 반응을 하지 못했다.“딴말하기 없어.”심재경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가 정말 흥분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안이슬이 말했다.“샛별이를 만나야겠어.”“좀 늦게 샛별이를 데리고 올게.”심재경이 그녀를 보고 말했다.“좀 쉬어.”안이슬은 침대에 앉아서 대답이 없었다. 그의 관심을 생각지 못했는지 반응이 없었다.심재경은 그녀의 태도를 개의치 않았다. 안이슬이
심재경은 딸에게 장난을 쳤다.“엄마가 이렇게 예쁜데 네가 머리카락을 다 잡아당겨서 대머리 되면 커서 예쁜 엄마를 볼 수가 없어.”안이슬은 뒤돌아 주방으로 갔다. 이렇게 하면 심재경과의 친밀한 소통은 피할 수 있었다.“밥 안 해도 돼. 우리 외식하자.”심재경이 말했다.안이슬은 뒤돌아 있는 상태로 알겠다며 대답했다.방으로 돌아온 후 안이슬은 심재경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심재경도 강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안이슬이 받아들일 거라 믿고 있었다. 함께 오래 있으면 감정도 생길 것이다.그는 먼저 안이슬의 앞으로 걸어가서 샛별이를 그녀에게 주었다.“네가 우리 딸 안고 있어. 나는 가서 차를 가지고 올게.”안이슬은 팔을 뻗어서 샛별이를 품에 안았는데 이 과정에서 심재경과의 육체적인 접촉을 모두 차단했다.안이슬은 방으로 들어가서 기저귀와 분유통을 챙겼다. 갓난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려면 많은 준비물이 필요했다. 그녀는 어깨에 가방을 걸치고 품에 딸을 안았다. 나와서 차에 오를 때 안이슬은 뒷좌석에 앉아서 일부러 심재경과 거리를 두었다.심재경은 백미러로 그녀를 한 번 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프랑스.찬이가 방학하자 송연아는 국내로 한 번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그녀가 이 말을 꺼내자 강세헌은 그녀의 의도를 알고 이렇게 대답했다.“스위스로 가자.”“...”찬이가 물었다.“스위스에 재미난 게 있어요?”강세헌의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스위스에서는 스키를 탈 수 있어.”스키를 탈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찬이는 바로 흥분해서 말했다.“저는 스위스로 가서 스키를 타고 싶어요.”송연아는 의미심장하게 강세헌을 보면서 말했다.“당신 일부러 그러는 거죠?”강세헌은 눈썹을 치켜뜨면서 부인하지 않았다.이렇게 말하는 건 그의 음모였으므로 송연아를 속일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속일 수도 없었다.“남의 일은 남이 알아서 할 테니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도와줘도 소용이 없어. 그러니 굳이 일을 찾아서 만들지 마.”강
심재경은 아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다.그도 식사 한 번 가지고 안이슬의 마음을 돌릴 생각은 아니었고 그저 잘 지내보자는 의미였다.심재경은 시간이 뭐든 해결해주리라 믿고 있었다. 당연히 안이슬의 생각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것이다.그의 생각은 아주 좋지만, 그의 딸은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 요리가 올라올 때부터 샛별이는 계속 울면서 보챘는데 아무리 달래도 말을 듣지 않았다.심재경이 안아줘도 안 되고 안이슬이 안아도 계속 울었다.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심재경은 샛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먼저 먹어. 나는 샛별이를 달래고 올게.”하지만 밖에 나가서도 샛별이는 계속 울어서 결국 안이슬도 먹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 심재경에게 말했다.“집에 가자. 샛별이가 낯선가 봐.”심재경이 말했다.“괜찮아. 가서 먹어. 내가 안고 있으면 돼.”안이슬도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었다.“입맛 없어. 우리 돌아가자.”심재경은 뭐라 말하려 했지만, 안이슬의 태도가 강경한 것을 보고 따르기로 했다.“가자.”심재경이 샛별이를 안고 있었는데 안이슬이 팔을 뻗었다.“내가 안을게. 너 운전해야 하잖아.”심재경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고 잠시 침묵하더니 샛별이를 넘겨주었다.안이슬이 샛별이를 건네받아 안을 때 손가락이 무의식 간에 그와 부딪치게 되었다.안이슬은 의식적으로 움츠러들려고 했는데 심재경이 빠르게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너 팔을 움츠리면 샛별이 바닥에 떨어질 수 있어.”안이슬은 심재경과 눈을 맞추고 빠르게 손을 빼냈다. 그녀는 시선을 내리깔고 말했다.“알았으니까 놔 줘.”심재경은 아쉬웠지만, 손을 놓았다. 그는 선을 넘는 행동을 심하게 할 수가 없었는데 안이슬을 불쾌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안이슬은 샛별이를 안고 차 문을 열어 올라탔다.심재경이 운전해서 돌아갔다. 식사도 못 했다. 이상하게도 집에 도착하니 샛별이가 울음을 그쳤다. 분유를 먹이니 바로 잠이 들었다.울다가 지쳤는지 아주 잘 잤다
안이슬은 젓가락을 들고 면을 집어 입에 넣었지만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심재경은 그녀가 면만 먹는 것을 보자 토마토 달걀 볶음을 떠서 그녀의 그릇에 놓아주었다.“비벼 먹어. 네가 끊인 면인데 소금을 안 넣은 걸 몰라?”안이슬은 시선을 깔고 있었는데 아무리 해도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지금 마음속은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큰 파도를 일으켰다.“배 안 고파. 너 먹어.”안이슬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섰다.심재경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내가 너 불편하게 하는 거야?”안이슬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심재경이 계속 물었다.“내가 불편하게 하는 게 아니라면 왜 밥을 안 먹어? 아니면 나를 보면 밥맛이 떨어져서 식사할 수가 없는 거야?”“그런 뜻이 아닌 거 알잖아.”안이슬은 놀라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의 말에 놀란 듯했다.심재경은 계속해서 면을 먹었고 고개를 들지 않았다.“그 뜻이 아니라면 앉아서 식사 제대로 해.”안이슬은 입술을 꼭 깨물고 한참 말이 없었다. 잠시 대치상태가 지속하고 안이슬은 천천히 앉으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 나를 난처하게 하는 거야?”심재경은 고개를 숙이고 면을 다 먹었다. 마지막에 그릇을 들고 양념까지 다 먹은 후 그릇과 젓가락을 놓고서야 그는 고개를 들어 안이슬을 보았다.그는 여전히 말이 없이 그저 안이슬을 보고만 있었다.안이슬은 그 시선이 불편하여 휴지를 건네주면서 말했다.“가서 샛별이를 좀 봐줘. 나는 여기를 정리할게.”안이슬은 이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려 시도하였다.심재경은 그녀가 건네준 휴지로 입을 닦았다. 하지만 그는 일어서서 자리를 뜨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샛별이 잠들었어. 내가 가면 아마 깰 거야.”안이슬이 말했다.“그럼 가서 씻고 자.”“네 생각에는 내가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안이슬은 짜증이 나서 말했다.“그럼 뭘 어떻게 하려고?”심재경은 그녀를 보며 평온한 말투
찬이는 아주 열심히 배웠다.송연아도 스키를 탈 줄 모르지만, 강세헌이 직접 그녀에게 가르쳐 주었다. 강세헌은 그녀에게 스키를 타는 요령과 스키를 탈 때의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송연아는 머리가 좋았기에 뭐든 빨리 배웠다. 한 시간밖에 안 배웠는데 거의 혼자서 탈 수 있을 정도였고, 다만 그렇게 잘 타지 못할 뿐이었다.그래도 강세헌이 뒤에서 따라왔기 때문에 넘어지지는 않았다.윤이도 함께 왔는데 너무 어린 탓에 스키를 탈 수 없고 스키장의 어린이 구역에서 눈을 가지고 놀 수밖에 없었다.케이블카를 타고 산꼭대기까지 가서 산을 내려다보니 이게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녹지 않는 설산의 적설과 절벽에 매달린 현대의 빙하는 천태만상이고 빙탑으로 이루어진 영롱한 숲은 햇빛을 받아 연한 녹색을 띠어 사람들에게 웅장하고 우람하며 냉엄하고 성결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송연아는 대자연의 신비로움을 감탄했다. 산꼭대기에 서 있으면 구름을 발아래에 두고 선경을 내려다보는 느낌 일 듯하다. 송연아는 강세헌의 어깨에 기대 말했다.“여기 너무 아름다워요.”강세헌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우리 여기서 며칠 더 놀아도 돼.”송연아는 여기서 더 오래 있어도 상관없었지만 두 아이가 걱정되었다. 여기는 비교적 추운 곳이기 때문이다. 강세헌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당신 아들은 절대 안 추워해.”송연아는 믿지 않았다.“당신이 어떻게 알아요?”강세헌은 멀지 않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봐.”여기서는 연습 구역이 보였는데 찬이가 강사의 가르침을 받으며 아주 열심히 배우는 모습이 보였다.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찬이는 무슨 운동이든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에는 사격을 배우겠다고 하지 않나 지금은 스키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남자아이들은 아마 이런 것들을 좋아할 것이다.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강세헌을 보았다.“우리 여기서 좀 더 있다가 돌아가요.”강세헌이 대답했다.“좋아.”...안이슬은 오랫동안 생각하고 수없이 고민했다. 샛별이
심재경은 말투가 변해서 날카롭게 물었다.“너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네가 뭔데? 응?”그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었고 온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솔직히 말하면 그는 안이슬을 원망하고 있다.그녀는 샛별이를 위해 받아들이려고 하지도 않고 그와 다시 잘 지내보는 시도조차 안 하려고 했다.지금까지 본인의 감정만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떠나겠다고 한다.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어떻게 괴롭지 않을 수가 있으며 어떻게 그녀를 원망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안이슬도 당연히 심재경의 마음이 차갑게 돌아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너 꼭 이래야 해? 이런 방식으로?”안이슬의 눈가가 붉어졌다.심재경이 되물었다.“내가 무슨 방식으로?”안이슬이 말했다.“내가 샛별이를 위한다는 거 알잖아.”심재경이 웃었다.“네가 샛별이를 위한다고? 너는 너 자신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네가 정말 샛별이를 위한다면 앞으로 샛별이가 성장할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아이가 완전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기 고집만 부리지 않았겠다. 너는 그냥 본인의 마음이 편하기 위해 샛별이를 떠나는 거야.”그의 말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나는 다른 여자를 찾을 수도 있어. 더 젊고 예쁜 여자를 찾을 수도 있겠지. 근데 그 여자들은 샛별이의 친모가 될 수 있어? 정말 샛별이한테 잘해줄 수 있을까? 샛별이를 정말 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나는 샛별이의 친부가 맞아, 근데 하루 24시간 동안 샛별이를 보고 있을 수 있어? 샛별이 앞으로 생활환경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야? 내가 다른 여자와 아이가 있어서 샛별이를 더 사랑하지 않게 될까 봐 두렵지 않아?”안이슬은 확실히 이렇게 많은 생각을 못 했다.어쩌면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심재경을 믿었다.“그럼 샛별이를 나한테 줄래?”안이슬이 말했다. 심재경은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이렇게 많이 말한 이유는 안이슬이 제대로 생각해보라고 한 얘기인데 그녀는 아이를 데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