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산은 깊게 숨을 내쉬며, 더 이상 도범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윽고 곽의산은 저장 반지에 손을 뻗어 두 자루의 1미터 길이의 검을 꺼내어 좌우 손에 하나씩 쥐었다. 곽의산은 본래 쌍검술의 달인으로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었다. 임호진은 다시 곽의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이 광경을 본 도범은 속으로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만시종 제자 세 명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때, 이수현이 도범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무언가를 알아내려 했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꽤 똑똑하네요. 말을 이렇게 쉽게 바꾸다니! 그러나 소용없어요. 제가 당신 얼굴에서 가면을 벗겨 정체를 밝혀낼 거예요!”도범은 코웃음을 치며 이수현의 말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사실 도범과 왕안현이 있는 위치는 다른 세 사람에 비해 안전한 곳이었다. 임호진은 그들을 쓰레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는지 가장자리에 밀어 놓았다. 도망치고 싶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도망치려면 먼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이수현은 더 이상 말을 낭비하지 않고, 손에 쥔 천지개벽 도끼를 휘두르며 도범과 왕안현에게 돌진해왔다.이러한 모습에 왕안현의 얼굴은 더욱더 창백해졌고,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먼저 도범을 죽이라고요! 도범은 분명 당신들의 적이에요! 아니면 왜 가면을 쓰고 있겠어요?”이 상황에서도 왕안현이 자신을 끌어들이려 하자, 도범은 속으로 왕안현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윽고 도범은 공간 법칙을 활용해 한 걸음에 뒤로 5~6미터씩 물러났다. 이 모습을 본 이수현은 도범을 새롭게 평가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이수현은 왕안현을 무시하고 방향을 틀어 도범에게 돌진해왔다. 나머지 만시종 제자 두 명은 왕안현과 싸우고 있었다. 팡팡-옆에서 연속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왕안현의 장검이 만시종 제자들의 무기와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었다.이수현은 손에 쥔 천지개벽 도끼를 휘두르며, 뜨거운 불길이 도끼에서 뿜어져 나와 화산 폭발처럼 치솟았다. 큰 도끼가 내려오며 뜨거운 에
이수현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도범을 바라보며 외쳤다.“하하하, 당신이 익힌 무기가 도대체 뭐길래 제 화염 요원과 맞설 수 있는 건가요!”도범은 냉소를 터뜨리기 만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도범이가 익힌 참멸현공은 최소 천급 무기였다. 또한, 고대 대가가 남긴 기억 덕분에 이수현의 무기가 현급 상등 무기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러나 이수현의 무기는 과거 소문혁이 사용했던 무기와 같은 등급이었다. 물론 이수현이 그 무기를 소문혁보다 더 잘 다루었다. 그 차이 때문에 두 사람의 무기 효과는 달랐다.이수현이 이 말을 할 때,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속은 이미 격렬한 파도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방금 임호진이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했을 때, 이수현은 임호진의 의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는 싸움 소리가 다른 사람들을 불러들이지 않게 하려는 속전속결의 전략이었다.그래서 방금 불꽃을 내뿜을 때, 이수현은 대부분의 힘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범 한 번의 공격으로 모든 것을 평정했다. 이로 인해 이수현 마음은 평온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찌됐든 이수현은 입으로는 강한 척하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가면 뒤에 숨으신 분! 한 번의 공격이 먹혔다고 해서 저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마요!”이 말을 하자마자 이수현은 천지개벽 도끼를 휘두르며 다시 도범에게 달려들었다. 이수현 손에 든 천지개벽 도끼는 훅 소리를 내며 불꽃을 일으켰고, 대지를 갈라놓을 듯한 기세로 다시 도범을 향해 내려쳤다.도범은 두 손으로 다시 여러 개의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12개의 영혼검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앞으로 밀어내니 회갈색의 영혼검이 순간적으로 비틀리고 부서져 하나의 거대한 영혼 검으로 융합되었다.이 거대한 영혼 검에 도범이가 엄청난 영혼의 힘을 주입하자, 웅웅 울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무한한 에너지가 영혼의 거대한 검 속에서 솟구치고 있는 것 같았다.이윽고 도범의 이마 핏줄이 서서히 튀어나왔다. 이 거대한 영혼
“도대체 누구죠?! 수련 경지를 숨기고 있네요!”‘언제부터 선천 중기 수련자가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었던 거지! 부상을 당한 것도 모자라 무기까지 잃어버리다니, 이 소문이 퍼지면 사람들이 배꼽 잡고 웃을 게 분명해!’자원 비경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종문에서 뛰어난 자들이다. 이수현 역시 뛰어난 사람들을 여러 번 봤고, 이수현도 레벨을 뛰어넘는 실력을 가진 무사이긴 하지만 그것도 상대적으로 봤을 때의 얘기이다.지금 자원 비경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천재들이다. 천재들끼리의 싸움 속에서, 그리고 이수현의 인식 속에서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특히 임호진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 서야 천부적인 재능으로 이수현을 능가하는 자가 수련 경지를 낮추고 자원 비경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말이다.지금 주위는 이미 혼전 상태에 빠졌다. 도범과 가장 가까이 있는 왕안현 등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은 도범과 이수현의 싸움을 전혀 보지 못했다.이수현이 도범에게 무기를 빼앗기다니, 왕안현은 고개를 돌려 눈을 크게 뜨고 도범과 이수현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지금 왕안현은 장검을 휘두르며 앞에 있는 두 명의 만시종 제자들과 싸우고 있었다.일대 이의 싸움은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비록 왕안현의 재능이 혼원문에서 뛰어난 편에 속하지만, 왕안현이 상대하고 있는 두 명의 만시종 제자들 역시 만시종에서 일반인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자들이었다.왕안현은 두 사람과 계속 접전을 벌이면서 거의 매 순간마다 후퇴하고 싶었고 당장 토할 것 같은 지경이었다. 방금 전에는 칼에 베여 팔에 상처가 나기도 했다. 그 상처 때문에 왕안현은 고통에 찬 표정으로 식은 땀을 흘리며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천재를 자칭하던 이수현이 도범에게 상대가 되지 않다니!“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죠! 이수현 씨는 그저 허풍쟁이였던 건가요?” 왕안현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때, 맞은편에 있던 두 명의 만시종 제자들도 이 장면을 보았다. 그들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눈으
그러나 이 말이 도범의 입에서 나왔다. 도범이가 방금 전 싸움에서 보였던 태도를 생각하면, 도범이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범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만약 전력을 다했다면 이수현은 분명히 졌을 것이다.이러한 생각에 이수현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도범을 바라보는 이수현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잔뜩 서려 있었다.그 순간, 갑자기 이수현과 도범 앞을 한 남자가 빠르게 지나갔다. 푸른 옷을 입은 그 남자는 강한 힘에 의해 멀리 날아갔고, 몇몇 사람들이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수십 미터를 날아간 후, 땅에 세게 부딪히며 쿵 소리를 냈다. 도범은 벌렁벌렁 뛰는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곽의산 씨, 괜찮으세요?” 도범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방금 전, 곽의산은 임호진과 싸우고 있었는데 임호진의 무차별 공격에 곽의산은 격렬하게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 맞은 탓에 곽의산의 얼굴은 멍으로 가득 찼다. 또한, 입가에 피투성이였던 곽의산은 팔로 간신히 버티며 일어서려 했지만, 너무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겨우 상반신을 세운 채 다시 힘을 잃고 땅에 쓰러졌다.도범은 고개를 돌려 임호진을 바라보았다. 임호진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고, 옷자락조차 깨끗해 마치 싸우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도범은 곽의산이 임호진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둘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방금 전까지 이수현과의 싸움에 집중하느라 주변 상황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현재의 참혹한 상태를 보니 임호진의 실력이 곽의산을 훨씬 능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곽의산은 다시 두어 번 기침을 하며 피를 토했다. 땅은 이미 곽의산의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한편, 이 상황을 본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곽의산의 맥을 짚어보지 않아도 곽의산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큰 부상을 입을 것이고, 심지어 죽음에 이를 수
이수현이 속으로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점에서 임호진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임호진은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이수현은 임호진에게 나쁜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그 모습에 도범은 실눈을 뜨며 마음속에 계획을 세웠다. 지금 임호진이 자신들을 방해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이 사람들과 함께 죽게 될 것이다. 이 생각이 들자 도범은 다시 진원을 활성화시켰다. 이번에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기술을 사용했다. 이윽고 손바닥에 떠 있는 열다섯 개의 영혼 검이 도범의 손에 들려 있었다. 도범이가 부서진 영혼의 결정체를 흡수한 후 영혼전에 들어가면서 열다섯 개의 영혼 검을 성공적으로 응축해낸 것이다.이 열다섯 개의 영혼 검은 도범의 비장의 카드로, 회갈색 빛을 발하며 마치 지옥에서 온 악귀처럼 보였다. 또한, 이 검들은 도범의 손바닥 위에서 계속해서 회전하며 불가사의한 힘을 발산했다. 한편, 이 광경을 본 이수현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기에 그저 이를 악물고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그래도 이수현은 한 가지를 염두에 두고 왕안현과 싸우고 있는 두 명의 제자를 향해 외쳤다. “너희 둘, 뭐하는 거야! 빨리 끝내!”이수현의 의도는 왕안현을 죽인 후, 자신을 도와 도범을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한편, 두 제자는 처음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지만 이수현의 고함에 결국 느슨한 마음을 바로 다잡았다.두 제자는 곧바로 진원을 활성화하고 왕안현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른쪽에 있던 만시종의 제자가 손으로 법진을 그리자 무수한 불타는 해골들이 제자의 창 위에서 미친 듯이 회전했다.이윽고 한 번의 고함과 함께 직접 왕안현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 왕안현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다. 왕안현은 전신의 진원을 운용해 도망치려 했으나, 도망치려는 순간왕안현의 눈에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도범이가 보였다.그 순간, 왕안현에게 새로운 계락이 떠올랐다
후우-이수현의 천지개벽 도끼가 다시 한번 눈앞으로 내려왔다. 도범의 영혼 검도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으나, 바로 그때 왕안현이 도범 쪽으로 도망가면서 몇 마디 비웃는 말을 하자, 도범은 원래의 계획을 변경했다.천지개벽 도끼가 내려오는 순간, 도범은 왕안현을 향해 돌진했다. 왕안현은 도범을 향해 달려오고, 도범도 왕안현을 향해 달려갔다. 둘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기에 순식간에 두 사람은 부딪쳤다.그리고 도범과 왕안현은 충돌과 함께 서로를 향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다. 천지개벽 도끼 위의 불의 용이 도범의 등을 따르고 있었다. 이를 본 왕안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외쳤다. “도범 씨, 미쳤습니까! 왜 이수현님의 공격을 먼저 막지 않고 저한테 오는 건데요?!”그러자 도범이 냉소를 터뜨렸다. 만약 이수현의 공격을 막았다면, 그건 왕안현이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편, 왕안현은 도범이가 냉소를 터뜨리자 이내 도범의 의도를 알아챘다.공격해오던 그 순간, 왕안현은 소리쳤다. “이렇게 하면 우리 둘 다 죽습니다.”그러나 도범은 눈썹을 추켜올리며, 왕안현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도범은 단지 발끝을 살짝 들어 공간 법칙을 최대한으로 추진했다. 한 걸음 물러섰는데 순식간에 20여 미터를 벗어났다.이번은 도범이가 처음으로 공간 법칙을 이 정도로 사용한 것이었기에 많은 진원을 소모할 수 밖에 없었다. 동시에 이번 공격은 도범의 경맥에도 영향을 미쳤다. 도범은 공간 법칙을 사용한 이번 일로 인해 온몸의 경락이 은근히 아파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이윽고 도범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왕안현은 놀란 눈으로 도범을 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바로 옆에 있던 도범이가 갑자기 20여 미터나 떨어져 있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로 인해 모든 공격은 왕안현에게 집중되었다. 왕안현이 절규하며 외쳤다. “살려주세요!”하지만 이미 늦었다. 왕안현은 목청이 터져라 외쳤지만, 아무도 왕안현을 구할 생각이 없었다.펑-굉음과
만약 탈출할 기회가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진다면, 임현문 일행도 망설임 없이 기회를 잡고 전력을 다해 도망칠 것이다. 따라서 도범은 임현문 일행에게 아무런 연민도 느끼지 않았다. 굳이 그들과 생사를 함께 할 이유도 없었다.이윽고 깊게 숨을 쉬며 생각하던 도범은 결단을 내렸다. 도범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발끝을 살짝 들고, 빠르게 반대 방향으로 돌진했다. 하지만 그 순간, 도범의 귀에 강렬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마치 거대한 맹수가 도범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듯했다. 고개를 돌리자 도범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다가오는 이는 다름 아닌 만시종의 임호진, 그 남자였다.임호진의 속도는 도범보다 몇 배나 빨랐다. 단 두세 번 숨을 쉬는 동안, 도범과 임호진의 거리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런 속도로라면 도범은 금세 잡힐 것이 분명했다.이를 본 도범은 마치 차가운 물 한 양동이를 맞은 것 같았다. 분명 임호진은 주의를 구발 뱀도사에게 쏟고 있었는데, 어째서 갑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걸까? 도망치며 혼란스러운 생각에 빠진 도범의 귀에 다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누군지 기억났어. 방금 그 바보가 거짓말 한 건 아니구나! 넌 나를 알아보고 가면을 쓴 거야. 기암 절벽에서 죽었을 줄 알았는데 그곳에서 탈출해 자원 비경에 나타나다니, 대단하군.”이 몇 마디는 도범의 마음을 차갑게 만들었다. 임호진이 도범을 알아본 것이다. 이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임호진이 도범을 알아보지 못했다면, 그냥 평범한 후천 중기의 수련자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임호진이 도범을 알아본 이상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기암 절벽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람은 그동안 없었으니, 도범이가 나올 수 있었다면 분명 비밀이 있을 것이었다. 도범은 깊게 숨을 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신의 진원을 운용하여 공간 법칙을 최대한 발휘하며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도망쳤다.그러나 도범이 수련 시간이 워낙 짧았기에 도망치는 데 필요한 무기를 제대로 수련하지 못했다. 공간 법칙에 의존하여 거리를 벌리
도범은 도망치면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이 상황은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귀에 들리는 바람 소리는 더욱 거세 졌다.곁눈으로 흘깃 본 도범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임호진의 속도가 다시금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도범과의 거리가 불과 스무 미터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도범의 얼굴색은 극도로 안 좋아졌다.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임호진은 공격을 가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도범은 어쩔 수 없이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또한, 도범의 속도도 떨어질 것이다.“보아하니 넌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임호진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네가 지닌 비밀이 그렇게 큰 건가? 죽어도 말하지 않겠다는 건가?”도범은 화가 나 욕설을 내뱉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도범의 침묵에 임호진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윽고 임호진의 오른손은 발톱처럼 변하며 손바닥 안에서 점점 자줏빛 검은 에너지가 응집되기 시작했다.파직- 파직-이 자줏빛 검은 에너지는 소리를 내며 마치 수많은 번개를 모은 것 같았다. 도범이가 뒤돌아보지 않아도, 강렬한 에너지가 뒤에서 응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때 도범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목까지 흘러내렸다.도범은 자신의 심장이 반 박자 늦게 뛰는 것 같았다. 임호진의 공격에 당한다면 스치기만 해도 속도가 느려질 것이고, 그러면 임호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추격할 것이다.이에 도범은 다시 기를 모아 공간 법칙을 가동시켰다. 이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이번 한 번에 달려 있었다. 한편, 도범의 계획을 알아 챈 임호진은 다시 한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포기해. 너에게는 어떠한 기회도 없을 테니까!”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도범은 등 뒤의 에너지가 더욱 격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는 임호진이 곧 큰 기술을 사용할 징조였다. 그러나 그때, 멀리서 딱딱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기계가 작동하는 듯한 소리였다.추격과 도주 중이던 두 사람은 잠시 멈춰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