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도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큰 역할을 한다. 만수산에서 어느 지역에 어떤 요수가 많고, 그 힘은 어느 정도인지 표시되어 있다. 또한, 요수들은 자신의 영역에 대해 매우 강한 개념을 가지고 있어, 약한 요수는 결코 강한 요수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이 점에 기반하여, 힘이 부족한 인간이 만수산에서 제대로 생존하려면, 이러한 만수산 위험 지역 등급 지도를 구매해야 한다.이 지도를 들고 낮은 등급의 요수가 모인 지역에서만 활동한다면, 대단히 운이 나쁘지 않는 한, 실수로 높은 등급 요수의 굴에 들어서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큰 위험에 처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도범은 매사 조심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도범은 직접 칠성대전에 가서 이 지도를 교환한 것이 아니라, 조백천을 불러 이 일을 대신 맡겼으며, 다른 사람이 자신이 이 지도를 교환한 것을 알지 못하게 했다.지금 도범은 어느 때보다도 조심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었다. 양극종 내부의 몇몇은 대담한 행동을 감행하기를 꺼리지만, 양극종을 벗어나면 마음껏 행동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하늘이 높아 새가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는 그런 상황 말이다.그리고 도범은 일부 제자들을 경계하며 그들 앞에서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진정한 강자 앞에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강자가 나타나면 도범은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해야만 본인의 위치를 지킬 수 있으니까.이틀 후, 만수산 외곽에서 도범은 만수산의 위험 지역 등급이 표시된 지도를 한 손에 들고 지리적 표시를 확인하며 걸었다. 양극종의 경계를 넘어서자 도범은 더 이상 깊은 고민에 빠질 필요가 없었다. 도범은 도남천을 이슬 영함에서 부르며 함께 현연대륙의 넓은 세계를 탐험할 준비를 했다. 도남천 역시 이슬 영함에 갇혀 있는 것이 답답했었다. 도남천은 밖으로 나와 직접 현연대륙을 경험하고 싶어 했다. 이윽고 도남천이 지도를 가리키며 도범에게 말했다.“양극종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육십 리를 가면 만수산 외곽 범위에 도착해. 지
왜냐하면 만수산이 중간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만수산 중앙 지대에는 요수가 득실거려, 심지어 4품 종문의 가장 강력한 자들도 만수산을 가로질러 감히 건너지 못했다. 그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그리고 만수산의 면적은 천수종의 영향력 범위의 두 배가 넘었다. 이는 만수산이 차지하는 넓은 영역을 보여준다. 현재 도범이 위치한 곳은 만수산 외곽 중의 외곽이었는데, 여기도 많은 요수가 있긴 했지만, 모두 힘이 세지 않고 큰 역할을 하지 않는 요수들이었다.또한, 선천기 요수의 영핵 하나는 종문 공헌 포인트 70점으로 교환할 수 있었지만, 후천기의 요수 영핵은 단 10점밖에 교환할 수 없었다. 게다가 힘이 약한 요수 중에는 영핵조차 없어서, 죽여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지금 도범이가 향할 낮은 등급의 요수 집결지에는 기본적으로 선천기 요수 한 마리도 없었다. 모두 후천기 요수들이었다. 물론 도범이가 선천기 요수에 도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도범은 먼저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고 후퇴할 수 있는 경로를 파악하고 싶었다.또한 요수는 영역성이 강한 요물이기에,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요수의 힘이 강하다. 그렇기에 혹여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게 된다면, 도범은 퇴로를 알고 있어야 했다.도남천은 이러한 도범의 계획을 알고 나서, 도범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철저하구나, 그러니 내가 너를 밎지.”도범은 머쓱하게 웃으며 코를 문지르더니 말했다. “이렇게 해야만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요. 비록 선천기 요수 집결지에서는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겠지만, 리스크도 그만큼 크게 증가하잖아요. 물론 수련 경지로 봤을 때, 선천 초기의 요수는 저에게 큰 위협이 안 되겠지만 만약 그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면, 저도 달아날 수밖에 없어요.”만수산은 요수로 가득했다. 인간이 요수를 사냥하면서, 요수도 인간을 사냥했다. 이곳은 마치 자연의 격투장 같았다. 그러니 도범은 언제나 경계를 풀지 말아야 했다.거의 두세 시간을 더
도범의 미간이 급격히 찌푸려졌다. 이윽고 도범은 이제 만수산의 위험 지역 등급이 표시된 지도를 이슬 영함 안에 넣었다.“방금 풀숲 사이로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악-, 사악하는 소리였죠.”그러나 도남천은 개의치 않아 했다.“그럼 요수가 오고 있는 거겠지, 드디어 요수를 만나게 되는 건가.”말이 끝나기가 바쁘게, 멀리서부터 얼음처럼 푸른 빛이 서서히 다가왔다. 도남천과 도범의 눈에 들어올 때쯤, 두 사람은 동시에 얼어붙었다. 그것은 사람만큼 커다란, 들개를 닮은 요수였다. 온몸이 얼음처럼 푸른색의 얼음 기둥으로 뒤덮여 있었고, 이 요수의 눈도 얼음처럼 푸르렀다. 차가운 기운이 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몸에 달린 털 같은 얼음 기둥들이 주변 풀에 닿는 순간, 그 풀은 급속도로 차가워져 얼음으로 변해갔다. 도범은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설마 빙하 늑대? 이곳에 왜 빙하 늑대가 있죠?!”만수산으로 향하기 전, 도범도 만수산에서 자주 목격되는 몇몇 요수들에 대해 공부했었다. 그리고 요수에 대한 지식도 급히 습득했다. 그래서 도범은 만수산 외곽에서 자주 출몰하는 빙하 늑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빙하 늑대는 선천 중기의 요수로, 그 크기가 소만 하며, 빙하의 검을 발사해 공격할 수 있고, 그 속도는 매우 빠르다고 한다.그렇기에 일반적인 선천초기의 무사는 빙하 늑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도남천은 도범의 말투를 듣고 의아한 눈길을 보내자, 도범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도남천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아버지, 먼저 이슬 영함으로 들어가 계세요. 이 요수는 이미 선천 중기에 이른 요수입니다.”이 말을 들은 도남천의 안색이 급변했다. 비록 시간이 흘러 지금 그들이 있는 위치가 옛날과는 다르지만, 선천경 요수의 활동 범위는 결코 여기가 아니었다. 안쪽으로 백 리를 더 가야만 선천경 요수가 자주 활동하는 영역이었다.하지만 그때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도남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간의 힘으로 순식간에 빛의 그림자로 변해 이슬 영함 안
도범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변하였다. 설령 요수가 선원 중기 수준에 도달했다 할지라도 결코 얕볼 수 없는 상대임이 분명했다. 한 방의 위력이 소문혁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그러나 도범은 이 상황이 수상쩍었다. 도범이 위치한 곳은 외곽 중의 외곽으로, 통상 매우 안전해야 할 곳이었다. 소문혁조차 겨우 대응하는데, 소문혁보다 약한 외문 제자들이 이곳에 나타난다면 그것은 마치 죽음을 향해 달려오는 것과 같지 않은가?오늘 빙하 늑대를 만난 것이 정말로 우연인 것일까? 그러나 도범은 이내 실눈을 뜨고 생각을 멈췄다. 시간이 없었다.빙하 늑대가 한 번의 공격을 빗나가자 곧바로 다시 발을 들어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도범을 향해 돌진해왔다.“위험하다.”빙하늑대는 아이스 블루색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도범은 두 손으로 법진을 연속해 찍어내며, 공간의 법칙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피해냈다. 이런 능력은 도범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선원 초기의 무사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속도였지만 도범은 신속히 두 다리를 움직여 늑대와의 거리를 벌렸다. 반면, 빙하 늑대는 근접 공격이든, 원거리 공격이든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빙하 늑대는 선원 중기 요수 중에서도 강력한 늑대 중 하나였다.이윽고 아이스 블루색 눈동자가 도범을 밀어낸 방향을 주시했다. 빙하 늑대는 도범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는 사실에 놀란 듯했다. 도범은 공격을 피한 것도 모자라, 단 몇 호흡 만에 안전한 거리를 만들어냈다. 이에 도범은 실눈을 뜨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빨리 결말을 짓기로 결심했다. 시간을 더 끌 다간 다른 변수가 생길 수도 있었다.도범은 다시 두 손으로 법진을 찍어, 이슬 영함에서 세 자루의 검은색 단검을 꺼냈다. 이제 도범의 손에는 네 자루의 검이 있었고, 모두 동일한 형태였다. 이윽고 준비를 마친 도범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잠시 후, 도범의 손에서 회흑색 빛 광풍이 일었다. 한편, 빙하 늑대 역시 위협을 감지하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
그 찬란한 빛에 앞이 보이지 않았으나 잠깐 뿐이었다. 순식간에 아이스 블루색 손톱 크기의 조각들이 마치 겨울 바람에 날리는 눈송이처럼 주위를 가득 메웠다.이 조각들은 육각형 얼음 화살이 부서진 후의 잔해였다. 한편, 빙하늑대는 조각들이 흩날리는 걸 보자마자, 도범은 빙하늑대가 반응할 틈도 없이 쏟아질 듯한 광채 속에서 네 자루의 회흑색 단검을 빙하늑대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빙하늑대는 너무 놀라서 오싹했지만, 수년간의 싸움으로 다져진 본능으로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빙하늑대는 잽싸게 물러서며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네 자루의 단검이 공중에서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가운데 위치한 세 자루의 단검은 더욱 격렬하게 흔들렸다.카작-빙하 늑대는 소리와 함께 세 자루의 단검이 공중에서 순식간에 폭발하며 부서진 칼날 조각들이 철침처럼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그 순간, 폭발해 부서진 세 자루의 단검 자리에는 여전히 어떤 에너지도 감지되지 않는 세 줄기 검은색 빛이, 폭발하지 않은 유일한 단검과 함께 계속해서 빙하늑대를 향해 돌진했다.이 상황은 다소 기괴했으며, 빙하늑대는 본능적으로 이번 공격을 피하고자 했다. 물론 빙하늑대의 속도는 매우 빨랐고, 뒤로 급히 물러섰지만, 이 좋은 기회를 도범이가 놓칠 리가 없었다. 지금이 바로 공격할 때였다.도범은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지금이야!”양손을 모아 다시 여러 법진을 형성한 도범의 손에서, 세 개의 영혼검이 도범의 조종 하에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하지 않은 유일한 단검 속으로 들어갔다.순간, 네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합쳐지며, 그 후의 공격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도범의 조종 아래, 검은색 단검의 속도는 급격히 빨라졌다.또한 도범은 공간의 힘을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비록 완전히 숙련되지는 않았지만 공간 법칙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었다. 물론 공간 법칙을 사용하는 것이 도범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번은 흔치 않은 기회였다. 그는 빙하
도남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도범을 바라보았다. 도범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도남천은 그제야 성큼성큼 걸어 빙하늑대의 시체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빙하늑대가 숨을 쉬는지 살폈다.“더 이상 살아날 수 없을 만큼 죽였네. 게다가 눈도 감지 못하고 죽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실전 경험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사실 그렇게 큰 힘을 들일 필요가 없었거든요. 빙하늑대가 제가 선천 초기라는 걸 알고 저를 무시했을 때, 제가 전력을 다해 공격했다면 빙하늑대는 더 빨리 죽었을 겁니다.”도남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그 장면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도범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과 그 순간의 표정만 봐도, 방금의 전투가 상당히 치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때, 공중에서는 육각형 얼음 화살이 부서진 후 생긴 얼음 결정들이 여전히 흩날리고 있었고, 주변의 온도는 그 얼음 결정들이 흩어짐에 따라 조금씩 내려갔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수련을 하는 이들이었기에, 주변의 차가운 기운이 아무리 매서워도 견딜 수 있었다.이때, 도남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 빙하늑대의 시체를 처리하고 빨리 떠나자. 뭔가 안전하지 않은 느낌이 들어.”그러자 도범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말을 아꼈다. 잠시 후, 도범은 이슬 영함에서 큰 상자 하나를 꺼내더니 가죽을 벗길 때 쓰는 큰 칼을 추가로 들고 왔다. 이윽고 도범은 도남천과 함께 먼저 빙하늑대의 시체에서 값을 매길 수 있는 것들, 즉 영핵 한 개와 완전한 늑대 가죽을 벗겨냈다.이렇게 도남천과 도범은 협력하여 이 모든 일을 가장 빠른 속도로 마치고, 이 물건들을 싸매어 짐에 넣은 후에 그 지역을 빠르게 떠났다. 그러나 도범이가 그 장소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몇 마리의 다른 요수들이 그 장소에 도착했다.만약 도범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아마 많이 놀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요수들의 수련 경지는 모두 선천기였기 때문이다.만약을 대비하여, 도범과
“이번 탐험에서는 공헌 포인트를 최소 200점을 얻어서 돌아가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번 출정이 너무 아깝잖아요.”도남천도 자신이 걱정을 조금 과하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필경 이번이 도범의 첫 외출이었고, 계획과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그건 정상이다.그래서 도남천은 체념한 듯 말했다.“그럼 현연대륙의 사람을 하나 데리고 다니는 게 어떨까? 너 혼자서는 내가 마음이 안 놓여서 그래.”도범은 지도를 접으며 말했다.“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부를 수도 없고, 앞으로 그들과 함께 다니면 되죠. 지금 당장은 돌아갈 생각 없어요. 여기서 며칠 더 지내며 요수를 몇 마리 처치하고, 상황이 나빠지면 그때 가면 되죠.”도범은 항상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도범이가 이렇게 말했는데, 도남천이 계속 설득하려 든다면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며칠이 더 지난 후, 도범이 발견한 그 동굴에서 한 리도 채 되지 않는 곳에서, 도범은 땅에 누워 있는 백사자의 시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도남천은 여전히 도범의 옆에 서 있었다.이 백사자의 수련 경지는 그리 강하지 않은 선천 초기였다. 하지만 그들이 있는 위치는 도범이가 빙하늑대를 처치한 곳보다도 더 외진 곳이었다. 이곳은 만수산을 거의 벗어나는 지역이었다.도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건 제가 처치한 다섯 번째 선천기 요수입니다.”도범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다. 만수산에 첫 발을 들인 이후로, 도범에게는 아무런 참고가 될 만한 책도, 지도도 없었다. 만수산이 원래부터 이런 것인지, 아니면 변화가 생겨서 내부의 선천기 요수들이 모두 외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웠다.이 며칠 도범은 사고가 발생할까 봐 계속 동굴 근처를 배회하며, 몇 마리의 후천기 요수를 사냥하려고 했다. 하지만 요 며칠 동안 도범은 우연히 네 마리의 선천기 요수를 만났고, 그 중 두 마리는 선천 중기, 두 마리는 선천 초기였다.다행히 이 요수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움직였다. 만약 그들이
도범은 시력이 좋았기에 멀리서 접근해오는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그곳엔 총 세 사람이 있었는데, 가운데 한 사람은 양쪽에서 다른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서 있었다. 중앙의 그 인물은 심하게 부상당한 듯했다. 그들의 걸음은 빠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았다.도범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서둘러 땅에 쓰러진 요수의 시신을 이슬 영함에 담아두었다. 가죽을 벗기고 영핵을 뽑는 일은 잠시 뒤로 미루었다. 그 후, 도남천의 팔을 강하게 뒤로 잡아당겼다. 본래라면 이곳을 신속하게 떠나야 했겠지만, 최근의 사건들이 도범의 호기심을 자극해 억제하기 어려웠다.세 사람은 급히 그들을 향해 다가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범과 도남천이 서 있던 곳에 도달했다. 그중 오른쪽에 서 있던 주성훈은 두 사람을 확인하자마자 본능적으로 저장 공간에서 장검을 뽑아 도범의 이마를 향해 섬뜩하게 겨누었다. 주성훈의 눈은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도범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경계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은 모두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종문의 제자들 같았다. 도범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고, 저들이 양극종의 오랜 적인 혼원문의 제자들만 아니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만약 그들이 혼원문의 제자들이라면, 오늘 싸움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도범은 그 세 사람을 보고도 곧바로 시선을 피하지 않은 건, 첫째로는 궁금증 때문이었고, 둘째로는 그들이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여, 함부로 자신에게 손을 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들은 모두 흰 옷을 입고 있었고, 가슴에는 대나무 잎 몇 개가 수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흰 옷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세 사람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때, 왼쪽에 서 있던 오지천이 잠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더니 주성훈에게 말했다.“저 사람은 양극종 외문 제자야.”주성훈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손에 들고 있던 장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도범은 외출할 때 옷을 갈아입지 않고, 양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