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회장님, 큰 회장님! 출발하시는 건가요?”용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여러 장로들이 뛰어들어와 분분히 용호를 향해 물었다.이에 용호의 안색이 순간 가라앉았다.“난 그런 명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 누가 집합 종을 쳤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다 같이 나가 보시죠.”말을 마친 후 용호는 바로 장로들을 거느리고 광장으로 날아갔다.다른 마을 사람들도 종소리를 듣자마자 분분히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신속히 제일 큰 마을에 있는 제일 큰 광장으로 향했다.“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은데? 혈사종이야!”그러다 용호 그들도 광장으로 도착한 후에야 다들 공중의 상황을 발견하게 되었다.그 광경에 용호의 얼굴색은 바로 어두워졌다. 그는 조금 더 있다가 마을 주민들을 거느리고 사람 구하러 숲 속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희생을 최대한 작은 규모로 줄일 수도 있고 마침 운람종 쪽 사람들도 도착할 수 있을 거니까.그런데 그들이 출발하기도 전에 혈사종에서 먼저 사람을 거느리고 찾아올 줄은 그도 생각지 못했다.“큰 회장님, 저들이 왜 찾아왔을까요? 혈사종의 녀석들, 너무 우리를 안중에 두지 않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먼저 찾아가야 할 판에, 저들이 감히 먼저 찾아오다니.”한 노인이 용호를 향해 물었다.“그러게요. 전혀 우리를 안중에 두지도 않네요.”용호가 대답하며 일행을 거느리고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그렇게 날아온 혈사종의 사람들 앞에 맞섰다.“하하, 용 회장, 오랜만이야.”혈공천이 큰소리로 웃으며 용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혈공천, 너 뭐 하자는 거야? 이 많은 제자들은 왜 거느리고 온 건데? 설마 우리 아홉 마을을 치려고? 나 요즘 자네 심기를 건드린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용호 역시 공천을 노려보며 물었다. 전혀 공천의 기세에 밀리지 않는 표정이었다.“뭐 하러 왔냐고?”공천이 듣더니 잠깐 멍해 있었다.“용 회장, 뭘 모르는 척하고 있는 거야? 내가 왜 왔는지 자네가 모른다고? 허, 버려진 세상에서 온 자들을 비호한 것도 모자라, 그들
왕석은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허허, 용 회장. 연기도 참 잘하네. 우리 종문의 제자를 그렇게 많이 죽여놓고, 아직도 발뺌하는 거야?”공천이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사내 대장부가 맞으면 정정당당하게 한판 붙어, 우리 혈사종은 자네 아홉 마을이 두렵지 않으니까. 하지만 비겁하게 우리를 습격하는 건 너무 한 거 아닌가?”이에 용호는 어이가 없어 황급히 설명했다.“혈 종주, 자네 정말로 나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는 거야. 난 진짜 버려진 세상에서 온 자들을 몰라. 설마 또 누가 쳐들어왔어? 몇 명이 들어왔는데? 자네가 이렇게 찾아와 말하지 않았더라면 난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거야. 설마 혈사종의 제자들이 많이 죽었어? 그럴 리가. 사람이 엄청 많이 쳐들어온 건가?”공천이 듣더니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용호가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잡아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표정이었다.그러자 이때 혈사종의 대장로가 더는 참아줄 수가 없어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그러고는 용호를 노려보며 말했다.“용호! 언제까지 모른 척하고 있을 건가? 당신이 사람을 파견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종문의 천급 2품과 3품, 심지어 5품에 달하는 제자들이 죽지도 않았어!”그러다 잠시 멈추더니 다시 이를 악물고 말을 이어갔다.“자네가 사람을 파견하지 않았더라면 내 제자 홍석이는 죽지도 않았어! 홍석은 우리 종문에서도 천재 중의 천재에 속하는 아이인데. 천급 7품에 돌파한 강자라고! 자네, 어느 마을의 회장을 숲 속으로 파견했지?”“아니! 절대 아니야!”용호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봐, 우리 아홉 마을의 회장들이 다 여기에 계시잖아! 장로님들도 다 계시고! 진짜 강자를 파견한 적이 없다니까!”“그래요, 혈 종주님. 오늘 이렇게 찾아오시지 않았더라면 우린 아직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몰랐을 겁니다. 참, 쳐들어온 자들이 많은 건가요? 그렇지 않고서야 혈사종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찾아올 리가 없겠는데.”이때 한 마을의 회장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하지만 버려진
“당연하지. 내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면 천벌을 받을 거야!”대장로가 팔짱을 낀 채 씩씩거리며 말했다.“용호, 딱 기다려. 끝까지 승인하지 않으니 일단 할 말이 없지만, 이따가 우리 쪽 제자들이 자네가 파견한 사람들을 잡아내게 되면, 나 분명 그들의 머리를 따와 직접 책임을 물을 거야. 만약 내 제자가 정말로 당신들이 죽인 거라면, 우리 혈사종은 목숨 걸고 아홉 마을을 밀어버릴 거야.”“그래,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용호가 주먹을 움켜쥐고 대답했다.“가자! 용 회장, 자네 분명 후회할 거야. 자네가 파견한 사람들, 전부 우리 손에 비참하게 죽게 될 거거든.”공천이 한마디만 남긴 후 다시 일행을 거느리고 떠났다.“큰 회장님, 저들이 직접 찾아왔는데 왜 싸우지 않은 거예요? 지금 혈사종의 대부분 세력이 숲 속에 있어 이쪽으로 날아온다고 해도 한참 걸린 텐데, 인원수가 더 많은 우리가 이길 게 분명했어요. 아까 절호의 기회였다고요!”혈사종의 사람들이 떠난 후 한 노인이 참지 못하고 다가와 용호를 향해 말했다.“어차피 언젠가는 싸워야 할 거잖아요. 아니면 나중에 운람종 쪽 사람들이 도착하게 되면 우리 뭐라고 대답해요?”“뭘 안다고 그러세요? 어차피 언젠가는 싸워야 하는 거라면 당연히 늦게 싸울수록 좋은 거죠. 지금 그들과 싸우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이 없는 거예요. 나 방금 혈공천의 파동을 느껴봤는데,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싸우는 시간이 길어지면 난 틀림없이 죽을 거고, 그때 가서 다들 지도자가 없게 되는 건데, 정말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용호가 노인을 매섭게 노려보며 대답하고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어휴. 내가 죽는 건 큰 일이 아닙니다, 죽는 걸 두려워하지도 않고요. 단지 내가 죽은 후 아홉 마을이 막심한 손해를 입을까 봐, 다들 죽어가는 꼴을 보고싶지 않아서 그러는 겁니다!”옆에 있던 왕석과 임호우가 서로 눈길을 한번 마주치더니 분분히 할 말을 잃은 표정을 드러냈다.‘분명 죽는 게 무서워 그
왕가촌의 회장이 잠시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저들이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봐서는 거짓말이 아닌 것 같은데요? 하지만 거짓이 아니라면, 대체 어느 세력에서 그 침입자들을 돕고 있는 거죠? 설마 다른 반연맹 쪽 세력에서 이미 도착한 건가요? 그럼 우리 아직 이렇게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용호가 듣더니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러다 한참 침묵을 지킨 후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아마 홀로 수련하는 강자가 보물 찾으러 들어왔다가 혈사종의 제자들과 모순이 생겨 그들을 죽였을 거예요. 그리고 혈사종에서는 그 사람이 우리 쪽에서 파견한 가족인 줄 알고 이렇게 찾아온 걸고.”“하지만 큰 회장님, 지금 겨우 이틀이 지났는데 싸움 소리가 엄청 줄어들었어요. 왠지 버려진 세상에서 온 자들이 거의 다 죽고 얼마 안 남았을 것 같은데요. 저희 계속 이렇게 보고만 있다가 다 죽게 되면 운람종 쪽에서 분명 책임을 물을 겁니다.”이때 임호우가 고민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아까 저들이 찾아왔을 때 바로 싸웠어야 했어요, 그때가 절호의 기회였다고요. 저희 쪽에 인원수가 더 많잖아요, 게다가 저들 쪽에서 지원 온다고 해도 시간이 한참 걸린 텐데.”용호가 여전히 어두운 얼굴색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언제 공격해야 할지는 나도 잘 알고 있으니 다들 굳이 타이르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은 일단 다 돌아가세요. 그리고 만일을 대비해 몇 명을 남겨 밖에서 지키게 하세요, 운람종 쪽에서 올 때 반드시 들르게 되어있는 산 쪽에도 사람을 파견해 그들이 나타나면 제일 먼저 돌아와 보고하라고 하고요. 그때 가서 우리가 출발해도 늦지 않습니다.”모든 배치가 끝난 후 다들 그렇게 흩어졌다.“정말 너무 괘씸해. 큰 회장님은 분명 죽는 것이 두려운 치사한 인간이야!”그러다 모두가 떠난 후 왕석 등은 다시 마을 밖의 한 정자로 갔고, 왕석은 화난 나머지 얼굴색마저 창백해져 말했다.“그러게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운람종 쪽에서 빨리 도착하
쿵쾅쿵쾅-같은 시각, 숲 속에서는 여전히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다만 싸움 소리가 전보다 많이 줄어들었고 간격도 점점 듬성듬성해지고 있었다.“도범 씨, 저들의 수련 경지가 전부 꽤 높은 것 같은데? 헤헤, 이번에 제대로 한번 싸워볼 수 있겠다.”작은 언덕 위, 초용휘가 아래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격동 되어 말했다.그곳에는 비영종과 일부 작은 가문들의 가족들이 혈살종의 제자들에게 쫓기고 있었다.혈사종 쪽에는 몇 백명 정도가 있었고, 그 중에는 의외로 천급 7품의 강자만 두명이나 있었다.“저기 천급 7품의 제자 두 명은 저에게 맡기고 여러분께서는 남은 제자들을 맡아주세요.”도범이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말하고는 곧 일행을 거느리고 돌진했다.“망했다! 우리 오늘 죽었어!”한 노인이 절망 가득한 눈빛으로 한쪽으로 싸우면서 소리쳤다.“젠장, 가까스로 천급 1품까지 수련했는데 벌써 죽게 되다니!”비영종의 한 장로가 더욱 화가 나서 욕을 퍼부었다.슉-그런데 바로 이때, 무서운 검기가 그의 어깨를 스치며 뒤쪽을 향해 날아갔다.쾅-순간 그 노인 뒤에 있던 천급 3품에 돌파한 혈사종 강자 한 명이 참살되었다.이에 노인은 바로 놀라움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방금 그 공격이 조금만이라도 늦게 날아왔더라면 그는 혈사종 제자의 손에 죽었을 게 분명했다. 천급 3품의 제자가 언제 자신의 뒤쪽까지 날아왔는지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으니 등골이 서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그는 즉시 고개를 돌려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보았다.‘뭐야, 도남천이잖아? 저 사람이 언제 온 거지?’‘게다가 도씨 가문의 도련님과 장로님들, 초 가주와 상청종의 성녀님까지!’“도 가주님께서 검기 한방에 천급 3품을 죽였다고?”노인이 침을 한번 삼키고는 즉시 남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동을 느끼기 시작했다.그러다 그는 다시 한번 놀라움에 빠져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슉-하지만 그를 더욱 놀라게 했던 건 도범이 그의 옆으로 스쳐지나 천급 7품에 돌파한 노인을
두 사람의 주먹이 맞붙자마자 놀라운 굉음이 울렸고, 노인은 바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지더니 피를 토하며 숨을 거두고 말았다.“뭐야! 주먹 한, 한방에 천급 7품의 강자를 죽였다고?”비영종의 노인은 눈앞의 광경을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는지 목소리마저 떨고 있었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혈사종 다른 천급 7품의 여인도 보더니 놀라서 순간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숲 속에 실력이 대단한 강자 몇 명이 숨어 있고 또 그들이 혈사종의 제자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필경 그녀도 천급 3품에 돌파한 제자의 시체를 직접 봤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천급 7품까지 돌파한 그들 두 사람은 혈사종에서도 으뜸에 속하는 강자들이었으니.그런데 그 무리 중에 천급 6품의 강자만 몇 명이나 되고 도범은 더욱 한방에 천급 7품에 돌파한 그녀의 선배까지 죽일 거라고는 그녀도 생각지 못했다.“빨리 튀어!”자신과 실력이 비슷한 선배마저 도범의 적수가 아니라는 걸 눈치 챈 여인은 바로 혈사종의 기타 제자들을 향해 소리쳤다.쿵쾅쿵쾅-하지만 애석하게도 도남천 등의 실력은 꽤 강했고, 몇 분도 안 되어 천급으로 돌파한 혈사종의 제자들을 전부 죽였다. 그 모습에 비영종의 제자들과 기타 가문의 가족들은 즉시 달려들어 도망가려는 남은 혈사종의 제자들을 참살했다.“허, 이제 와서 도망가려고? 늦었어.”여인이 도망가려는 모습에 도범이 덤덤하게 한번 웃더니 바로 그림자로 변하여 전방으로 돌진했다.슝슝슝-여인은 제일 빠른 속도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다 다른 혈사종 강자들의 도움을 구하기 위해 공중으로 날아올라 한쪽으로 비행하면서 소리쳤다.“살려줘, 살려줘!”여인의 속도가 엄청 빨랐지만 도범의 속도가 조금 더 빨랐고, 그렇게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살려줘!”한번 뒤를 돌아본 여인은 순간 절망 속으로 빠졌다. 도범의 속도가 어찌 빨랐는지 곧 있으면 여인을 따라잡을 지경이었던 것이다.그러던 중
“도범아, 큰일이야. 저 노인이 천급 9품의 강자야!”남천이 맞은편의 노인을 유심히 살펴본 후 걱정이 되어 도범을 향해 말했다.‘이번엔 혈사종의 진정한 강자를 만났네.’“도 가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도범의 수련 경지가 살짝 낮긴 하지만 그의 전투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우리도 잘 알고 있잖아요. 저 노인도 어쩌면 도범의 적수가 아닐 수 있어요.”하지만 용휘가 오히려 개의치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이번에 도범이 단번에 몇 단계나 돌파했는데요.”전에 도범이 고작 천급 4품이었는데도 천급 7품의 강자를 참살했던 장면이 생각난 남천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너무 갑작스럽게 수련 경지가 저렇게 높은 강자를 만나서 잠깐 놀랐네요.”“걱정 마시고 다들 내려가서 기다리세요. 아버지, 저희의 계획과 현재 상황을 저들에게 알리고 저들 보고 어서 떠나라고 하세요. 그리고 아버지와 초 가주님 몇 분은 숲속 더 안쪽으로 들어가 저를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오늘 반드시 이 노인을 죽여야겠어요, 저희 쪽 세력을 추격한 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혈사종에게 제대로 알려줘야죠.”도범이 차갑게 웃으며 전방의 노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비록 노인의 수련 경지가 도범보다 훨씬 높았지만, 도범은 자신이 틀림없이 노인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자식, 뻔뻔스럽게 큰소리 치기는!”넷째 장로가 듣더니 순간 입가가 심하게 한번 떨렸다. 그러다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설마 네 수련 경지를 감지하지 못했을 것 같아? 아까 네가 공격을 날릴 때 나 이미 감지했어. 너도 천급 7품이잖아. 허, 고작 천급 7품에 천급 9품인 나를 죽이겠다고? 꿈도 야무지네.”그러다 노인이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눈살을 찌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니지, 아니지. 내 기억으론 아홉 마을 중에 네처럼 젊은 강자가 없었어. 게다가 너희들을 추격한 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인지 알게 해주겠다고? 너, 대체 누구야?”도범이 어깨를 한번 으쓱거리더니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넷째 장로는 충격에 빠진 나머지 연이어 고개를 저었다. 천급 9품인 자신이 도범의 주먹 한방에 바로 날아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저 녀석 분명 천급 7품인데? 나보다 두 단계나 낮은 녀석이 날 날려보냈다고?’“괜찮네.”도범이 덤덤하게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며 흡족한 표정을 드러냈다. 자신의 에너지에 아주 만족한 듯했다.‘천급 4품일 때 이미 천급 7품의 강자를 죽일 수 있었으니 전투력은 적어도 천급 7품이나 8품에 비견되었을 거야. 그리고 지금은 단번에 3단계를 돌파했으니, 이치대로라면 나의 전투력이 이젠 진혼경 1품에는 비견되겠네.’“자식, 힘만 세다고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잊지 마, 나의 수련 경지가 너보다 높고 영기도 네 것보다 더 짙다는 걸. 게다가 난 혈사종의 장로야, 수련하고 있던 무기도 네 것보다 훨씬 강할 거라고!”도범의 득의양양한 모습에 더욱 화가 나 얼굴색마저 파랗게 질린 넷째 장로는 바로 거대한 영기 호랑이 한 마리를 응집해냈다.그 거대한 영기 호랑이는 길이만 적어도 몇 십 미터 되는 게 엄청 위풍당당해 보였다.그리고 그 영기 호랑이의 놀라울 정도로 큰 몸집이 너무도 눈에 띄었는지 숲 밖 먼 곳에 있던 혈사종의 제자들도 그 호랑이를 발견하게 되었다.“다들 어서 숲 쪽을 봐요! 넷째 장로님의 무기인 것 같은데요?”이때 한 제자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격동되어 말했다. 넷째 장로의 무기가 얼마나 강한지는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건 아니라 그들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엄청 먼 거리에서라도 볼 수 있었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뭐야. 대체 어떤 상대이기에 넷째 장로께서 무기까지 사용하게 된 거지?”대장로와 혈공천 등도 제자의 말에 즉시 날아올랐다.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그들은 넷째 장로와 싸우고 있는 상대를 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 거대한 영기 호랑이도 새끼 손톱 만하게 작게 보였다.“보아하니 넷째 장로가 아홉 마을의 강자를 만난 듯하네요. 그리고 그 상대가 적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