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그러나 영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년 남자의 상대가 아니었던 운비는 그대로 날려가면서 피를 토하고 말았다.“종주님!”순간 얼굴색이 파랗게 질려버린 시영은 재빨리 날아와 운비를 받았다.“너, 너 왜 아직도 도망가지 않은 거야?”기회를 보고 도망갔어야 할 시영이 자신을 받아낸 모습에 운비는 속으로 많이 화가 났다. 방금 그녀가 가까스로 시간을 벌었고, 시영이 목숨 걸고 도전했더라면 분명 도망쳤을 수 있었는데 결국 그 기회를 낭비해 버렸으니.풉-운비는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번 피를 토했다.“하하, 우리에게 찍힌 상황에서 정말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다른 건 몰라도, 저 여인의 비행 속도가 절대 우리를 이기지 못할 텐데?”중년 남자가 큰소리로 웃으며 천천히 날아왔다.그런데 바로 이때, 한 남자가 신속히 날아와 주먹 몇 방으로 바깥 쪽에 서 있던 혈사종의 천급 1품 제자 몇 명을 참살해 버렸다. 그러고는 시영 등의 앞으로 날아와 멈춰 섰다.“도, 도범 씨?”익숙한 뒷모습을 보며 시영은 순간 눈빛이 황홀해졌다. 이곳에서 도범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슝슝슝-그리고 도범이 멈춰 서자마자 도남천 등도 뒤따라 날아와 기타 혈사종 제자들을 맹렬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도범 도련님, 여긴 어떻게 찾아왔어요? 비록 도련님의 호의에 감사는 드리지만, 저 녀석들이 너무 강해요. 천급 3품에 돌파한 녀석도 있어요!”운비가 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으면서 말했다. 속으로는 도범을 많이 걱정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방금 전의 상황으로 봐서는 도범의 실력이 틀림없이 강할 게 확실했지만, 과연 천급 3품에 달하는 강자까지 상대할 수 있을 지는 그녀도 잘 몰랐으니.“걱정 마세요, 이길 자신이 있었기에 이렇게 달려든 거니까요.”도범이 두 사람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웃었다.“그만한 자신이 없었으면 아마 나타나지도 않았겠죠.”운비가 듣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도범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아무런 승산도 없이 맹목적으로
“젠장, 뭐지? 천급 3품으로 돌파한 자들이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 거야?”조금 전까지 줄곧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중년 남성이 순간 얼굴색이 변해 물었다. 바깥 세상에서 들어온 자들 중에 벌써 천급 3품으로 돌파한 강자가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는 듯했다.“큰일 났어요, 선배. 숲 속에 강자가 몇 없을 줄 알고 이번에 종문에서 고수를 너무 많이 파견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면서 우리에게 단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실컷 죽이라고 했는데, 저쪽에 천급 3품에 돌파한 강자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천급 2품의 한 남자가 천급 3품의 중년 남자 옆으로 날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저 사람들 설마 아홉 마을의 주민은 아니겠지? 분명 이 안으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빨리 돌파할 수 있는 거지?”중년 남자가 똑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 생각하고 나서 물었다.“아니요, 저들은 서로 알고 있어요. 다 버려진 세상에서 온 사람들인 게 분명해요.”“허, 그만 추측하고, 죽어!”천급 2품 강자의 추측에 도범이 차갑게 한번 웃고는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한 줄기의 무서운 영기가 바로 두 사람을 향해 날아갔다.순간 혈사종의 두 제자는 놀라 얼굴색마저 파랗게 질렸다.“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른 공격이 일부 무기와 비견될 정도라니. 저 녀석, 천급 4품의 강자야.”도범의 공격에서 흘러나오는 무서운 기운을 느낀 천급 3품의 중년 남자는 말하면서 바로 손바닥을 뒤집었다. 그러고는 보검 한자루를 꺼내 급히 휘둘렀다.그러자 똑같이 한줄기의 검기가 무서운 기운을 풍기며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짙은 영기를 휩쓸고 날아가는 게 꽤 괜찮은 무기인 듯했다.쾅-그러나 그의 무기는 의외로 도범의 공격을 전혀 막아내지 못했고, 결국 그 공격에 맞아 가루가 되고 말았다.“이럴 수가! 나의 무기가 저 녀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른 공격보다 더 못하다니?”천급 3품의 남자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도 혈사종 본가의 제자로 수련
화운비가 갑자기 날아와 고마움을 표하고는 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에 도범이 겸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하하,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천급 4품인 게 뻔하잖아요. 다만 전투력이 천급 4품보다 조금 더 강할 뿐입니다.”운비가 듣더니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을 드러냈다.‘방금 전의 전투력으로 봐서는 절대 천급 4품일 리가 없어, 조금만 더 강한 게 아니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른 영가가 단번에 천급 3품과 천급 2품의 강자를 참살해 버렸는데 겨우 천급 4품이라는 게 말이 안 되잖아!’“참, 도범 도련님. 우리가 듣기로는 아까 저 사람들이 혈사종의 제자라고 했던 것 같던데. 게다가 저들이 아홉 마을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린 이 곳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네요.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예전에 이 곳으로 들어온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까지 전부 우리를 반기지 않는 것 같네요.”운비가 잠시 생각한 후 다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며 물었다. 도범이 명확한 답을 알려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이에 도범이 쓴웃음을 한번 짓더니 그제야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그들에게 알려줬다. 그러고는 또 다시 입을 열었다.“지금 다들 제가 말한 대로 저쪽 산꼭대기로 가서 대피하세요. 가는 길에 절대 다른 세력과 싸우지 마시고요. 그렇게 숲 속에 숨으면서 저쪽으로 이동하게 되면 쉽게 들키지 않을 겁니다.”도범의 계획이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운비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도련님의 계획에 따를 게요. 그리고 될수록 저들 종문의 제자들을 많이 죽여주세요. 대가를 제대로 치러봐야 우리도 그렇게 쉬운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겠죠.”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요 며칠 저희도 가능한 몰래 그들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혼란을 많이 일으켰어요. 운소종이나 기타 해역 쪽 세력의 사람들 같은 경우는 저희도 구할 마음이 없으니 혈사종에게 죽음을 당해도 가만히 놔두려고요.”“하하, 당연히 그래야죠! 그
“하하, 시영 씨. 도범을 따르는 게 확실히 제일 현명한 선택이긴 하죠. 나도 도범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렇게 천급 3품으로 돌파하지도 못했을 겁니다.”이때 초용휘가 옆에서 히죽거리며 말했다.“그러니 시영 씨의 선택이 맞는 겁니다. 시영 씨가 만약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도범을 따르세요, 이득을 적지 않게 볼 겁니다. 도범이 지금 3품 중급 연단사거든요. 게다가 시영 씨가 지금의 수련 경지에서 충분히 안정된 것 같은데, 나중에 우리도 안정되면 기회를 찾아 같이 수련해요. 시영 씨가 3품 중급 단약을 이용해 다음 단계로 한번 돌파 시도를 해보게 되면 분명 천급 5품까지는 쉽게 돌파할 수 있을 겁니다.”“벌, 벌써 3품 중급 연단사가 되었다고요?”시영이 듣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크게 벌렸다.“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해요. 요즘엔 3품 고급 단약의 정제에 도전해볼 시간이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얘기하고, 지금은 최대한 혈사종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거에 집중하려고요. 일단 출발하시죠, 조금 전의 싸움 소리가 너무 커 다른 혈사종의 제자나 요수들이 몰려들까 봐 걱정이에요. 우리 꼭 우리 쪽 세력을 구하는 걸 전제로 하면서 상대들을 공격해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요.”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후 다시 몸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고, 이에 도남천 등도 즉시 따라갔다.그 와중에 뒤에서 날고 있는 시영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었다.‘3품 중급 연단사는 아주 대단한 존재라고 할 수 있어. 그런 등급의 연단사가 정제해내는 단약은 천급의 강자들마저 놀라움에 빠지게 할 수 있는데, 도범 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사실을 인정하다니.’도범 등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혈사종의 제자 열 몇 명은 바로 방금 도범 그들이 싸웠던 곳으로 날아왔다. 그러다 땅에 널브러진 혈사종 제자들의 시체를 보더니 얼굴색이 하나같이 창백해졌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 대체 뭐야? 천급 3품의 강자 세명에 천급 1품과 2품의 제자들도 수두룩했는데, 다 죽었다고? 심지
“안 되겠다. 어서 종주님과 장로님들에게 보고하러 가자.”노인이 곰곰이 생각한 후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하늘을 한번 보고는 즉시 주위의 몇 사람에게 말했다.그렇게 그들은 곧 그곳을 떠났고, 그들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무리의 요수들이 몰려와 시체를 갉아먹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아홉 마을 밖의 한 골목 길에서 왕석과 임순이를 포함한 청년 몇 명이 돌 위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망했다, 지금 싸우고 있어! 혈사종의 사람들이 아침 일찍 숲 밖에 도착해 숲 전체를 포위하고 몇 명만 안쪽으로 파견한 것 같아. 틀림없이 수영 씨 그들을 죽이라는 명을 받았을 거야.”왕석은 예쁘게 생긴 초수영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 더욱 걱정되었다.그러자 옆에 있던 나추영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수영 씨는 무슨! 허,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초수영이라는 여인은 진작 죽었을 겁니다, 그것도 아주 비참하게. 지금쯤 요수들이 그 여인의 시체를 갉아먹고 있을 지도 몰라요.”왕석이 듣더니 바로 화가 나서 주먹을 움켜 쥐고는 노기등등하여 추영을 쳐다보았다.“그럴 라가 없어. 수영 씨는 틀림없이 아직 살아있을 거야. 수영 씨가 아무리 그래도 천급 1품에는 돌파했고, 그들 쪽에 인원수도 더 많은데 도망치지 못했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허! 도련님 분명 엄청 똑똑한 분이었는데, 그 여인 때문에 갑자기 이렇게 멍청해진 거예요? 그 여인이 확실히 천급 1품으로 돌파했죠. 하지만 도련님 잊으셨어요? 그들을 쫓고 있는 무리에는 천급 7품의 강자도 있었어요. 그런 강자가 설마 천급 1품밖에 안 되는 여인 한 명을 못 죽이겠어요? 그런 강자 앞에서, 그 여인이 정말로 도망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왕석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수영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는 거에 많이 언짢았던 추영은 똑같이 노기등등하여 왕석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무튼 수영 씨의 시체를 보기 전까지 난 절대 수영 씨가 죽었을 거라는 걸 받아드릴 수 없어. 만분의 일의 기회가 있더라도
추영이 듣더니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왕석을 노려보았다.“도련님 정말 제대로 미친 거예요? 그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아세요? 게다가 숲 속으로 들어가겠다고요? 허, 지금 수도 없는 혈사종의 제자들이 숲 밖에서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가려고요?”임호우도 왕석을 향해 말했다.“그래, 너 지금 너무 충동적이야. 우리 맹목적으로 쳐들어갔다간 들어가기도 전에 그들 손에 죽을 수 있어. 그리고 아홉 마을에서는 절대 우리 몇 명이 죽었다고 혈사종과 목숨을 걸지 않을 거야,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임순이도 깜짝 놀라 급히 왕석을 말렸다.“그래요, 왕석 도련님, 일단 진정하세요. 혈사종의 제자들이 우리를 안쪽으로 들여보낼 리가 없잖아요, 그건 수영 씨 그들을 도와 혈사종의 제자를 죽이겠다는 우리의 행위를 허용하는 것과 같은 건데. 분명 숲 속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혈사종의 손에 죽을 거예요.”이에 왕석이 한숨을 한번 쉬고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어휴! 전방에서는 싸움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혈사종의 제자들은 숲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정말 조급해 죽겠네!”그런데 갑자기 눈빛이 밝아지더니 천진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참! 저녁쯤이 되면 혈사종의 제자들도 경계심을 어느 정도 늦추겠지? 적어도 누군가가 숲속으로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지 못할 거야, 안에서 도망쳐 나오는 사람을 잡을 생각만 하고 있을 터니까.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안쪽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그들은 그냥 우리가 수영 씨 그들을 추격하는 걸 도와주러 들어가는 혈사종의 제자들인 줄 알 거야.”“안돼요! 너무 모험적이에요! 그러다 잡히기라도 하면 우린 끝장이라고요!”추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초수영이라는 여인한테 아주 제대로 꽂혔네. 그 여인을 위해 이렇게 모험적인 일까지 하려 하다니.’“잡히면 우린 아무것도 모른다고, 그냥 영초 찾으러 들어가려 했던 것뿐이라고 잡아떼면 되는 거 아니야?”왕석이 잠시 생각한 후 바로 대답했다
나추영이 듣더니 즉시 한마디 덧붙였다.“보세요, 뚱보도 자각하고 있는 걸 두 도련님께서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돼요? 자, 이젠 날도 어두워지고 있는데 일단 돌아갑시다. 돌아가서 열심히 수련에 전념하자고요, 이틀 정도 더 지나면 정말로 싸움이 붙을 지도 모르는데.”그러나 왕석은 오히려 쓴웃음을 지었다.“싸움이 붙는다고? 허, 큰 회장 그들의 태도로 봐서는 싸움이 붙을 가능성이 크지 않아. 게다가 싸운다고 해도 곧 있으면 운람종 쪽의 사람들이 도착할 텐데, 그때 가서 기껏해야 말로만 담판하다 끝나겠지.”임호우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게다가 이틀사이에 다음 경지로 돌파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니 수련해도 소용없어.”같은 시각, 한 남자가 큰 회장 용호의 앞에 나타났다.“숲 쪽의 상황이 어떠합니까?”용호가 앞에 있는 중년 남자를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어 물었다.이에 중년 남자가 용호를 향해 인사를 한번 하고는 대답했다.“싸움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혈사종 쪽 세력은 아침에 이미 숲 밖으로 도착했고, 적지 않은 제자를 숲 속으로 파견한 듯합니다. 안쪽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싸움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 게다가 매번 싸움 소리가 울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멈추곤 했거든요. 그걸로 봐서는 이번에 안으로 들어온 자들의 수련 경지가 죄다 높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순간 용호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어휴, 실망이네요. 그들 중에 천급으로 돌파한 자들이 많았더라면 혈사종에게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혔을 텐데.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도 더욱 이득인 거고.”그런데 의외로 중년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하하, 걱정 마세요, 큰 회장님. 버려진 세상에서 온 자들의 수련 경지가 높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혈사종의 제자들 중에도 진신경이나 위신경 정도 밖에 안 되는 자들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이번에 이 안으로 쳐들어온 자들이 엄청 많다는 거예요. 혈사종에 비록 제자들이 십만명이 있다지만 그들과 싸우고, 또 요수들과도 싸우고 했
중년 남자의 말에 용호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세게 떨렸다.‘그래, 그 많은 수련 자원이 혈사종의 손으로 들어가게 되면 절대 다시 뱉아내지 않을 거야!’그러나 그는 잠시 생각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혈사종의 제자들도 분명 엄청 많이 죽게 될 겁니다. 그러면 그 죽은 혈사종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보물들이 그들의 손으로 들어가게 되겠죠. 혈사종의 세력을 약화시킬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그들에게 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앞에 있던 중년 남자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네요. 그럼 저희는 며칠 더 기다릴까요?”“적어도 이틀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네요. 아니면 3일 정도? 운람종 쪽에서 늦게 출발하게 되면 늦게 도착하게 될 거고, 그때까지 싸우게 되면 우리 쪽에도 분명 막심한 손실을 보게 될 터니까요.”용호가 한참 생각한 후 중년 남자를 향해 말했다.“일단 계속 숲 쪽의 상황을 주시해 주세요, 그러다 무슨 상황이 있으면 즉시 나에게 알리고요.”“걱정 마세요.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바로 보고하러 오겠습니다.”중년 남자가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바로 물러났다.같은 시각, 숲 밖의 여러 곳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고, 밖에서 지키고 있던 혈사종의 장로들과 종주는 맛나게 굽어진 요수 고기를 뜯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가고 있는데 안쪽에 있는 제자들 분명 적지 않은 수확을 얻었겠죠? 하하, 그 침입자들이 쳐들어온 시간이 길지 않으니 천급으로 돌파한 자들도 몇 명 없을 텐데, 우리 제자들에게 단련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참 좋네요. 제일 중요한 건, 적지 않은 보물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혈사종의 대장로가 손에 든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대장로의 말이 맞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 쪽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숲 밖에서 대기하고 있고 숲 속에서도 싸움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는데, 아홉 마을 쪽에 아무런 반응도 없다는 거죠! 다들 겁이나 마을에 숨은 채 감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