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녀석 진짜 강하네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채 스무 여명을 죽이다니. 창몽이 한발만 더 늦었더라면 틀림없이 죽었겠죠.”아래에서 전리품을 줍는 도범을 바라보며 신왕종의 한 중년 여인이 감탄했다.이에 여홍도 길게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보아하니 저 녀석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될 뿐 아니라 사이좋게 지내야겠네요. 우리 신왕종이 종래로 나댄 적이 없어 저 녀석의 미움을 사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저 녀석이 비록 진신경 정점의 강자라지만 전투력은 그의 수련 경지를 훨씬 초월했어요. 천급의 강자를 만난 적은 없지만 저 녀석의 실력이 천급에는 달할 것 같네요.”여홍은 여전히 충격에서 나오지 못한 듯했다. 특히 도범이 마지막에 펼친 두 무기는 더욱 그의 머리속에서 끊임없이 맴돌고 있었다.“그러게요. 운소종과 루씨 가문이 큰 코를 다치겠네요. 감히 도범의 미움을 사다니, 그건 완전 죽음을 자초하는 거잖아요. 특히 운소종! 전에 무서운 요수를 만나 진신경 정점의 강자를 단번에 여섯 명이나 잃었다던데, 전투력도 엄청 떨어졌겠죠?”신왕종의 대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자 여홍이 잠시 생각하더니 바로 추측하기 시작했다.“이번에 운소종이 험한 지역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만약 또 많은 강자를 잃게 되었다면 도씨 가문이 바로 그들을 쳐낼 수도 있고, 손실이 그렇게 막심하지 않으면 도씨 가문도 잠시 그들을 살려 두겠죠. 아무래도 도씨 가문에 전반적으로 진신경 정점의 강자가 아직 그렇게 많은 건 아니니 도범 저 녀석도 섣불리 모험하러 가지는 않겠죠. 막심한 손실로 도씨 가문의 승리를 바꾼다고 해서 좋을 것도 없으니까.”그리고 여홍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도범이 아래쪽에서 날아올라 여홍을 향해 말했다.“여 종주님의 호의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전에 저희가 흑풍도로 갔을 때 이미 신왕전의 사람들 때문에 많은 가족을 잃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만난 이상 약간의 본때를 보여줘야만 속이 풀릴 것 같아서 종주님의 도움을 거절한 겁
창몽은 먼저 가족들을 거느리고 묵을 곳부터 찾은 후 대륙 각 세력의 동향을 주시하면서 다시 계획을 세울 예정이었다.그리고 그는 또 두 사람을 신왕전으로 보내 위신경과 진신경의 강자들을 좀 더 데리고 나와 대륙과 제일 가까운 연해의 섬에서 대기시키라고 했다. 대량의 인력을 동원해야 할 때 제때에 올 수 있도록.같은 시각, 도범과 여홍 등은 다시 그 거대한 의사당으로 돌아갔다.“여 종주님, 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공 하나를 얻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며칠을 연구해도 아무런 수확이 없더라고요. 여 종주님이 그래도 제일 오래 연구하셨는데, 뭐라도 연구해 내셨는지 모르겠네요.”도범이 웃으며 여홍을 향해 말했다.“수확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공유해 주셨으면 합니다.”“하하, 자네 참 직설적이네.”여홍이 잠깐 멍해 있더니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최근 들어 공에 대한 단서를 알아내려고 신왕종으로 찾아온 사람이 엄청 많았지만 다들 우물쭈물하며 쓸데없는 소리를 하거나 아부만 한참 떨다가 겨우 본론을 꺼냈는데, 자네는 오자마자 바로 용건부터 말하네?”“하하, 그러면 안 되는 건가요? 저는 모두의 시간도 절약하고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특히 여 종주님의 시간이 제일 소중한 건데 중요하지 않은 일에 낭비할 수는 없잖아요.”도범도 덩달아 호탕하게 한번 웃고는 곧 또 진지하게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물론 여 종주님이 저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으시다거나 또는 저와 상의하고 싶을 생각이 없으시다면 저 바로 떠나겠습니다.”“가긴 왜 가? 난 딱 자네 같은 성격이 좋아!”여홍이 말하다 손바닥을 뒤집어 공을 꺼내 앞에 있는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우리 매일 이 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연구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수확도 없어. 유일하게 발견한 건 이 공이 주동적으로 주위의 영기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것과 위에 그려진 부적이 예전에 남겨진 글들인 거 같다는 거지. 무슨 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고.”이때 옆에 있던 다른 한 장로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도범이 듣더니 쓴웃음을 지었다.“저 이 물건을 흑풍도에서 가지고 온 지 며칠도 안 돼요. 며칠동안 연구해보기는 했지만 얻어낸 단서가 종주님 쪽에서 얻어낸 것보다 더 적어요.”도범의 대답에 여홍 등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 쪽에 지력이 높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인들이 그렇게 많은 데도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는데 도범은 공을 얻은 지 며칠 안 되었고 또 하나밖에 없었으니 당연히 막 다루지 못했을 테니까.반대로 그들 손에는 공이 세 개나 있었기에 과감하게 실험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때, 도범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저한테 대담한 생각이 있습니다.”“무슨 생각인데?”“공 하나로 아무것도 연구해낼 수 없다면 7개의 공을 한곳에 모여 같이 연구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요?”“7개 공을 한곳에 모인다고?”여홍이 듣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난처한 표정을 드러냈다.‘다른 세력은 공 네 개를 쟁탈해야 했지만, 우리 신왕종은 공을 세 개나 가지고 있어.’‘게다가 이 세 개의 공은 종문 많은 강자의 목숨으로 바꿔온 거야. 이 공들을 위해 종문의 제자를 얼마나 많이 잃었는데, 이렇게 내놓으라는 건 우리한테 있어 밑진 장사지.’‘역시 3개의 험지나 가는 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한곳만 가는 거였는데.’여홍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모습에 도범은 그의 난처함을 순간 깨닫고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이건 단지 저의 생각일 뿐이니 천천히 고민해 봐도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일단 각자 연구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지금 저희 두 세력의 공만 합치면 네 개이고, 나머지 세 개는 어느 세력한테 있는지도 모르니.”“그래, 나도 들었어. 마지막에 8대 가문에서 두 개의 험지로 나눠가고 다른 세 고종에서 두 개의 험지로 나눠갔다며?”여홍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흡족하는 눈빛으로 도범을 쳐다보았다.“전에는 기타 세 고종이 왜 세 곳을 가지지 않고 두 곳
여홍이 듣더니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하하, 창공정은 엄청 간사한 영감탱이야. 이번에 그 공을 얻지 못했으니 온갖 수단을 써서라도 다른 사람의 손에서 빼앗아갈 거야. 그러니까 자네도 조심해. 그 녀석이 우리 이 세 고종은 쉽게 건들지 않겠지만 도씨 가문은 많이 위험할 거야. 자네의 실력을 아직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고!”“허, 감히 우리 도씨 가문으로 쳐들어오기만 했다간 제가 후회의 맛을 아주 제대로 보여줄 겁니다.”도범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지금의 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해 엄청난 신심을 가지고 있었다.“그래. 전에 운소종이 이미 진신경 정점의 강자를 여섯 명이나 잃은 데다 또 험지에 가서 두 고종과 공을 쟁탈하며 대단한 요수를 엄청 많이 만났을 테니 손실이 아주 막심할 거야. 그러니 그렇게 바로 도씨 가문으로 찾아가지는 않겠지.”“그럼 제일 좋고요. 비록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그들이 만약 저희와 필사적으로 싸운다면 저희 도씨 가문도 틀림없이 막심한 손실을 보게 되겠죠. 저희 도씨 가문의 가족들이 지금 얻어온 수련 자원으로 엄청 열심히 수련하고 있고 가문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너무 많은 가족들을 잃고 싶지 않거든요.”도범이 말하면서 바로 보검을 공중으로 내던졌다. 그러고는 검 위로 뛰어올라 여홍 그들을 향해 인사했다.“여 종주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앞으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그러다 말을 마친 후 도범은 비행 검을 조종하여 먼 곳으로 향해 날아갔다.“저런 녀석은 반드시 강해지게 되어 있어요, 미래의 일을 미리 예측하는 안목이 있거든요. 비록 그들 도씨 가문이 지금도 충분히 운소종을 칠 수 있지만, 저 녀석은 충동하지 않고 그들 가족에게 시간을 좀 더 주어 충분히 강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야만 나중에 운소종과 붙게 되더라도 손실이 너무 크지는 않을 터니까요.”도범이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며 여홍이 잠시 침묵한 후에야 감탄했다.같은 시각, 운소종.창공정의 안색이 엄청
“너만 아니었으면 우리 운소종이 이렇게 큰 손실을 입지도 않았어.”생각할수록 화가 난 창공정은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 중얼거렸다.그리고 그 말을 들어버리고 만 루희도 화가 나서는 창공정을 노려보며 말했다.“당신 지금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예요? 어떻게 제 탓이에요? 전에 도씨 가문의 그 세 사람을 죽이라고 보낸 여섯 명의 강자는 갑자기 튀어나온 요수에게 참살을 당한 건데 어떻게 제 탓이에요? 제가 그 요수도 아니고!”게다가 이번에 험지로 간 것도 제가 강요한 게 아니라 당신이 스스로 결정하고 간 거잖아요! 저는 그냥 도범 그들을 죽여달라고 부탁했을 뿐인데…….”루희의 울먹이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창공정은 즉시 루희를 달랬다.“알았어, 알았어. 다 내 잘못이야, 됐지? 다음부터는 절대 당신을 탓하지 않을 게.”그러다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다만 이번에 험지로 들어가면서 진신경 정점의 강자가 세 명이나 죽어 지금 종문에 정점의 강자가 일곱 명밖에 안 남았어, 당분간은 당신을 위해 도씨 가문을 쳐내기 힘들 거니까 복수에 관한 건 다시 천천히 신중하게 의논해 보자고.”루희는 그제야 기분이 풀렸는지 창공정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목을 껴안고 간드러지게 말했다.“여보, 그럼 우리도 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계획을 짜요.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도씨 가문이 이번에 험지에서 공을 얻었는지, 사람이 얼마나 죽었는지를 알아내는 거예요. 만약 그들이 입은 손실이 우리보다 더 크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창공정이 루희의 가느다란 허리를 껴안고 웃으며 대답했다.“걱정 마, 내가 바보도 아니고. 진작 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했으니까 곧 있으면 결과를 알게 될 거야. 기회만 있다면 난 반드시 바로 그들을 공격할 거야. 반대인 경우면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거고. 다행인 건 그들 도씨 가문도 당분간 우리 종문을 공격할 수 없다는 거야. 그러니 그전에 반드시 공을 빼앗아 와서 천급으로 돌파해야 돼.”“그래요, 여보 힘내요. 난 당신이 반드시
“그날 홍씨 가문 따라 천랑설산으로 들어간 기타 일류 세가도 그 공을 얻지 못했다고? 심지어 그들도 누가 공을 가져갔는지 모르고?”창공정이 잠깐 놀라더니 바로 또 기뻐하며 말했다.“일류 세가의 손에 있지 않다는 건 이류 세가나 삼류 세가의 손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잖아. 헤헤, 잘됐네. 아직 더 파볼 기회가 있어, 세상엔 영원한 비밀이 없으니까. 그러다 어느 가문에 있는 지만 알아내게 되면 바로 빼앗아올 수 있어.”그러다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참, 그 도씨 가문은 어느 험지로 갔어? 그들의 상황은 알아봤어?”“도씨 가문은 초씨 가문, 하씨 가문 그리고 기타 일부 작은 세력들과 함께 흑풍도로 갔습니다. 험지 속이 가득이나 위험한데 홍씨 가문을 따라 가게 되면 반드시 싸워야 할 거고, 그렇게 되면 막심한 손해를 입을 게 분명했으니 흑풍도로 갔을 겁니다.”“흑풍도로 갔다고?”창공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럼 그쪽은 어느 세력이 공을 앗아갔어?”“그건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스무 여 곳의 세력이 같이 갔거든요. 하지만 곧 있으면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그래, 먼저 내려가서 상을 받아. 그리고 계속해서 소식을 파 봐, 공에 관한 거라면 전부 알아 내야 해. 뭐든 유용하기만 하면 넌 너희들에게 아주 큰 상을 줄 거야.”창공정이 말하고는 손을 흔들어 제자들을 돌려보냈다.“도씨 가문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홍씨 가문이 막심한 손실을 입은 건 확실해. 게다가 공도 얻지 못하고. 그들이 지금쯤 엄청 배 아파하고 있겠지? 하하!”홍씨 가문이 그날 기세등등하게 천랑설산으로 갔다가 공도 빼앗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상상하기만 하면 창공정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그런데 옆에 있던 루희가 안색이 어두워져서는 창공정한테 투정을 부리며 말했다.“당신도 참. 홍씨 가문이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했다는데 뭘 그렇게 좋아하고 있어요? 홍씨 가문은 우리의 아군이라고요!”“아군?”창공정이 듣더니 바로 멍해졌다.“우리 고종의 지위가 얼
“가주님, 도범 도련님! 밖에, 밖에 여러 사람이 찾아왔습니다!”그런데 이때, 가문의 한 젊은 남자가 갑자기 달아 들어와서 보고했다.“이 시점에 우리 가문을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고?”도남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보고하러 온 청년을 향해 물었다.“몇 명이 왔어?”“대여섯 명 정도요! 엄청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신비로운 모습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지?”도범도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이에 청년이 바로 대답했다.“신분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는지, 전부 다 삿갓을 쓰고 있었어요.”“가서 안으로 모셔.”도남천이 잠시 생각한 후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러다 청년이 나간 후 대장로가 바로 입을 열었다.“기타 가문의 사람일 것 같은데, 설마 공에 관해 여쭤보려고 온 게 아닐까요?”하지만 도범이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굳이 신분을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요.”잠시 후 몇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고, 그들은 그제야 커다란 삿갓 모자를 벗었다.“한씨 가문?”도남천이 한씨 가문의 가족을 알아보고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도 가주님, 도범 도련님 그리고 장로님들을 뵙습니다.”한 가주가 즉시 아들을 데리고 도범 등에게 인사를 했다.“하하, 어서 앉으시죠.”도남천이 상대방에게 앉으라고 손짓하고는 다시 물었다.“그나저나 한 가주님이 우리 도씨 가문에는 어쩐 일로 오게 된 거죠?”이에 한씨 가문의 가주 한유도가 천천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도 가주님, 사실 저 이번에 부탁드릴 일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물론 도 가주님이 저희를 도와주실 수만 있다면 제가 영초를 답례로 드리겠습니다.”“부탁할 일이요?”도남천이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한씨 가문은 이류 세가로 근 몇 년간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한씨 가문의 도련님 한풍천도 보기 드문 천재라 가문의 발전에 많을 힘을 보탰었다. 게다가 한씨 가문은 나대는 성격이 아니라 기타 세력의 미움을 살 일도 없었고, 원수도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도씨
도남천이 듣더니 순간 놀라움에 빠졌다.“우리도 며칠 전에 방금 일류 세가 중 그 어느 가문도 공을 얻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한씨 가문에서 가지고 갔었네요.”그러다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의아해하며 물었다.“하지만 우리가 도울 게 뭐가 있죠? 참 간도 크네요 이렇게 무작정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그러다 우리가 그 공을 빼앗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요?”이에 한유도가 호탕하게 한번 웃고는 대답했다.“솔직히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와 풍천이 오랫동안 상의한 결과 일제히 도씨 가문을 믿어 보기로 했거든요. 고종 쪽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니 찾아갈 수도 없고. 그러다 정말로 저희의 공을 빼앗아갈 수도 있는 거잖아요.”그러다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홍씨 가문은 가지고 있는 공이 없으니 당연히 저희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도씨 가문은 다르죠. 공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날 도범 도련님의 실력을 저희도 두 눈으로 똑똑히 봤거든요. 그래서 도씨 가문이 제일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한풍천도 옆에서 한마디 덧붙였다.“도 가주님은 정정당당한 사람이라고 이름이 난 분이시잖아요. 그래서 저는 도 가주님께서 절대 그런 파렴치한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도씨 가문에 이미 공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또 빼앗을 필요가 없잖아요.”도범이 듣더니 한풍천을 한번 훑어보았다.‘역시 재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엄청 치밀하네. 얼핏 들으면 아버지를 칭찬하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에게 암시를 준 거야. 우리가 만약 정말로 그 공을 빼앗는다면 파렴치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건 물론이고, 도씨 가문의 체면도 제대로 구겨질 테니까 잘 생각해보고 행동하라고.’그렇게 잠시 생각한 후 도범이 상대방을 향해 말했다.“한 가주님이 말씀하신 부탁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르겠네요.”“간단합니다. 저는 가문으로 돌아갈 거고, 저의 아들과 장로님들이 여기에 남아서 공을 연구하는 데에 전념할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