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이 잠시 생각하더니 도남천을 향해 말했다."아버지, 나중에 아버지 몸속의 독이 제거되고 나면 루희와 셋째 장로는 반드시 저희와 사이가 틀어질 겁니다. 그러면 엄청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 그러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게 좋을 겁니다.”도남천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만약 정말 그렇게 되면 우리 도씨 가문은 틀림없이 8대 은세 가문 행렬에서 제명될 거야. 나머지 일곱 가문도 더는 우리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거고. 하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아.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 엄청 신경 썼지만, 이번에 중독되면서 오히려 다 내려놓았어. 일류 은세 대가문이 아니면 뭐 어때? 그것들은 허명에 불과할 뿐이야."그러다 서정과 도범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난 너희들과 함께 남은 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 하지만 루희가 감히 정말 너희들을 해치려 한다면 난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야.""그래요, 아버지. 일단 푹 쉬어요. 저랑 시율이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일이면 아버지의 건강이 무조건 예전처럼 회복될 겁니다."도남천도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요 며칠 수고했어. 나 때문에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가문을 나가게 하다니.""수고할 것까지야. 예전에는 누군가가 이간질을 해서 제가 아버지한테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은 오해도 풀렸으니까요."도범이 웃으며 말하고는 박시율을 데리고 방을 떠났다.같은 시각, 루희의 방에는 노인 한 명 서 있었다.노인이 공손한 태도로 루희를 향해 인사를 하고는 입을 열었다."큰 사모님, 저더러 알아보라고 하신 거 이미 알아냈습니다. 도범 세 사람이 가문을 떠난 후, 바로 촉성으로 갔습니다. 그 녀석이 촉성에서 엄청 큰일을 벌였더군요. 한 이류 세가와 세력이 엄청 큰 조직을 멸망시킨 덕분에 아주 쉽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촉성 그쪽에 이미 소문이 쫙 퍼졌거든요."루희가 듣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상하네? 설마 그 녀석이
노인이 떠나고 나서 루희는 눈썹을 더 깊게 찌푸렸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했다."도범의 의술이 엄청 뛰어났다던데. 설마 도남천 몸속의 독까지 제거하는 거 아니야?"루희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곧 또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는 없을 거야. 전에 대장로가 그렇게 많은 신의를 찾아왔는데도 도남천이 걸린 병에 대해 알아내지 못했어. 그러니 도범은 더더욱 알아내지 못할 거야. 아마 그 초장현이라는 친구를 살리기 위해 약재 찾으러 간 거겠지."그리고 그 생각에 루희는 드디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도범이 틀림없이 초장현을 위해 약재 찾으러 간 걸 거라고 굳게 믿었다. 아무래도 셋째 장로가 도남천 체내의 독은 아무나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장담까지 했으니.게다가 증상으로 보면 천식에 가까워 적지 않은 의사들이 도남천에게 천식을 치료하는 약을 지어줬었고, 결국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방으로 돌아온 도범은 심심하다는 듯 약재 두 세트를 꺼내 단약을 제련하기 시작했다.지금 그의 수중에는 약재가 별로 많지 않았다. 오직 1품 저급 단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1품 저급 약재들만 있을 뿐.1품 저급 단약은 보통 종사 수련 경지거나 위신경 수련 경지에 달한 사람에게 적합했다. 그중 종사가 사용하면 그 효과는 더욱 말할 것 없었다. 그래서 도범은 박시율이 종사 수련 경지에 돌파한 후 그녀에게 줄 예정이었다.사실 1품 저급 단약은 현재의 도범에게 있어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적어도 1품 고급 단약은 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도범이 지금 1품 중급 단약조차도 제련해 낼 수 없다는 가슴 아픈 사실. 게다가 약재들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제련이 끝나니 이미 저녁이 되었다.박시율과 저녁을 먹고 난 후 도범이 다시 1품 고급 영초 한그루를 꺼냈다.이 영초는 전에 무술 대회 때 받았던 장려품이다. 도범은 먼저 영초를 정제해 내 수련 경지를 돌파하고 볼 예정이다. 비록 당장 진신경의 중기에까지는 돌파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진보는
도범이 듣더니 안색이 순간 침울해졌다. 만약 정말 3년이라는 시간밖에 없다면 최대한 빨리 그 고서를 얻어야지 계속 이렇게 뒷전으로 해서는 안 된다."알았어요."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또 이틀이 지난 후, 도남천의 몸은 철저히 회복되었다.그러나 도남천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백프로 믿을 수 있는 도훈과 대장로 도무광에게만 말했다.도훈과 도무광이 알게 된 후 모두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렇게 기쁜 소식을 비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또 하루가 지나서 셋째 장로가 드디어 수련을 마치고 그의 방에서 나왔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그는 재빨리 루희의 거처로 달려갔다."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도무적을 보더니 루희가 즉시 앞으로 다가갔다."나 지금 불길한 예감이 들어. 당신이 수련하러 간 사이에 도범 그 녀석이 장진과 한우현을 데리고 가문을 나갔었거든."도무적이 듣자마자 멍해졌다."가문을 나갔다니? 그건 그를 죽일 수 있는 제일 좋은 기회잖아. 당신 설마 그를 죽이라고 사람을 보내지 않았어?""당연히 보냈지. 그런데 그 녀석이 진신경 초기의 강자더라고. 루도는 방심한 탓에 도범에게 살해당했고, 루우기는 그 세 사람의 포위 공격에 결국 큰 부상을 당하고 도망쳐 돌아왔어."루희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어쩔 수 없어. 그렇게 좋은 기회를 놓쳤으니 다시 그를 죽이려면 엄청 어려울 거야. 그 녀석 지금 가문을 나가지도 않고 매일 방에 숨어 수련만 하고 있거든. 아마 그도 이젠 가문을 함부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차렸을 거야.""진신경 초기라고?"도무적이 듣더니 놀라움을 참지 못했다."녀석의 천부적인 재능이 정말 놀랍긴 하네. 왕년의 도남천보다 더 뛰어났어. 게다가 속도 깊고. 이대로 계속 성장하게 놔두었다간 정말 큰일이 날 거야.""맞아. 그래서 나 지금 머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루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도무적을 향해 물었다."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나왔어? 설
"뭐라고?"루희가 듣더니 바로 냉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더니 곧 기뻐하며 셋째 장로의 어깨를 잡았다."당, 당신 정말 돌파했어? 진신경의 정점의 수련 경지에? 그럼 이제 도남천과 같은 수련 경지인 거야?"셋째 장로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하하, 물론이지. 지금 도남천은 거의 죽어가고 있어 아무런 전투력도 없고, 대장로 그들은 또 진신경 후기의 수련 경지밖에 안 되니 전혀 나의 적수가 아니라 지금 이 도씨 가문에서 나의 수련 경지가 가장 높아. 나야말로 도씨 가문의 최강자라고! 이번에 도씨 가문 가주의 자리는 틀림없이 나의 것으로 될 거야!""잘됐어. 정말 너무 잘됐어!"루희도 다소 격동되어 도무적을 향해 말했다."무적 씨, 당신이 가주가 되면 나중에 그 자리를 다시 나의 아들에게 넘겨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잊지 마."도무적이 큰 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걱정마, 허니. 난 줄곧 자용이를 나의 친아들처럼 대했어. 게다가 당신이 몰래 도남천에게 약을 탔으니 나에게도 이런 기회가 생긴 거고. 그러니까 걱정마. 기껏해야 1~2년 동안만 가주 자리를 맡았다가 자용이 돌아오면 바로 가주 자리를 자용이에게 양보할게.""응. 자용이 꼭 돌아올 거야, 꼭!"루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자용을 가주 자리에 앉히고 싶으면 반드시 먼저 도무적이 가주의 자리를 빼앗아 오게 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가주의 자리는 조만간 도범의 손에 넘어갈 것이니까.도범은 도남천이 그녀의 동의를 거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서정과 밖에서 낳은 사생아이다. 그래서 그녀가 도범과 서정에 대한 원한은 그야말로 뼈에 사무칠 정도로 깊었다.만약 그 두 모자가 밖에서 조용히 살면서 도씨 가문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자용이 실종되자마자 도남천이 사람을 보내 도범을 찾아올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그녀가 격노했던 것이다.그녀는 자용에게 속해야 할 것들이 도범에게 빼앗기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자용이 도씨
루희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내일이 마침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이니 그들이 경각심을 늦출 거야. 그때 가서 당신이 먼저 대장로를 기습해. 대장로만 죽으면 우린 더는 두려울 게 없어.""그래, 자기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잊을 뻔했네. 내일 뒷산 너머로 가서 조상께 제사를 지내는 날이었지. 헤헤, 좋은 기회야! 마침 많은 분가의 가주들도 가니까, 그들 앞에서 바로 내가 새로운 가주라고 선포하면 되겠네, 하하!"곧 가주로 될 것을 생각하니 도무적의 눈에 감격의 빛으로 가득했다.루희가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맞아. 그러면 우리도 더는 눈치를 보면서 분가에 수련 자원을 요구하지 않아도 돼. 그들한테서 받고 싶은 만큼 받을 수 있고, 도남천에게 들킬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그래, 당신 말이 맞아. 내일만 지나면 내가 바로 도씨 가문의 가주로 될 거고, 그때 가서 우리 둘이 손 잡고 함께 도씨 가문을 잘 관리해 나가면 마찬가지로 도씨 가문을 잘 발전시킬 수 있을 거야."도무적이 하하 웃으며 단번에 루희를 안고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당신도 참."루희가 도무적을 흘겨보며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오후가 되니 적지 않은 도씨 가문 분가의 가주들이 이튿날 조상께 제사를 지내주기 위해 본가에 도착했다.그리고 도량천과 도창용 그들은 저녁이 되어서 도범의 거처로 왔다.도량천이 도범을 보자마자 먼저 참지 못하고 말했다."도범 도련님, 어떻게 된 일인지 얼마 전에 루도와 루우기 두 사람이 갑자기 우리 분가에 와서는 도련님을 찾더군요. 우리 분가로 온 적이 있냐면서. 그래서 도련님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줄곧 걱정하고 있었는데 별일이 없는 것 같아 시름이 놓이네요.""사실 제가 얼마 전에 볼일이 있어 가문을 나갔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루희가 사람을 보내 저를 죽일 게 뻔해 일부러 거짓 소식을......"도범은 대략적인 과정을 여러 사람에게 알렸다."결정적인 순간에 루우기가 루도를 죽였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요. 보아하니 루우기
도범의 말에 다들 깜짝 놀라 냉기를 크게 들이마셨다."도련님의 말은 셋째 장로가 반란을 계획하고 있다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그는 도씨 가문의 일원이잖아요!"도창용이 침을 삼키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이에 도량천이 말했다."어떻게 보면 셋째 장로가 담이 큰 건 사실이야. 감히 큰 사모님과 손 잡고 우리가 상납해야 하는 자원의 비율을 70%, 심지어 80%까지 끌어올렸으니. 그런 짓도 해냈는데 또 무엇을 해내지 못하겠어? 내가 보기엔 셋째 장로가 오래전부터 가주 자리를 욕심내고 있었던 것 같아."도맹도 덩달아 입을 열었다."젠장, 만약 그 녀석이 정말 성공적으로 돌파했다면 큰일인데. 필경 가주님이 그렇게 되고 나서 전투력도 상실했으니. 게다가 그전까지만 해도 셋째 장로와 대장로 사이의 전투력이 많이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셋째 장로가 이렇게 돌파해버리면 대장로도 그의 적수가 아니게 되잖아요.""맞아요. 만약 셋째 장로가 대장로를 죽이게 되면 도씨 가문에는 더는 그와 맞설 강자가 없게 되는 거죠."도량천이 잠시 생각하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마음속으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었다.이때 도범이 덤덤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뿐만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루희도 그의 편에 설 수 있다는 거죠. 대장로와 둘째 장로가 죽은 후, 루희와 루씨 가문의 일부 사람들이 모두 셋째 장로가 가주로 되는 걸 지지하게 된다면, 살기 위해서라도 부득불 승낙하게 되는 분들이 많아질 겁니다. 그러면 도씨 가문 가주의 자리는 정말로 셋째 장로에게 빼앗기게 되겠죠."하지만 도창용이 잠시 생각한 후 반대의견을 내놓았다."큰 사모님이 정말 셋째 장로와 한패일까요? 비록 그들이 함께 손을 잡고 많은 수련 자원을 꿀꺽했다지만, 큰 사모님은 줄곧 자용을 가주 자리에 앉히고 싶어 했잖아요? 그런데 도무적이 가주로 되는 걸 지지할 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의외로 도범이 듣더니 웃으며 모든 걸 간파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도무적은 교활하기 그지없는 놈입니다
그리고 공물을 거의 다 준비한 후 서정과 둘째 사모님 영비가 도남천을 부추기고 뒷산으로 갔다.뒷산에는 도씨 가문의 선조들을 묻은 묘지가 있었다. 묘지 맨 앞에 세워진 거대한 비석은 사람에게 장엄하고 엄숙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조상에게 드릴 모든 공물을 갖춰 놓은 후 도훈이 비로소 맨 앞으로 가서 조상을 향해 듣기 좋은 말들을 했다. 그러고는 마지막에 소리쳤다."배례!"다들 즉시 허리 굽혀 무릎 꿇고 절을 올렸다. 하나같이 표정이 엄청 진지했 다.그런데 바로 이때 일부러 대장로 옆에 서 있었던 셋째 장로의 손바닥 위에 영기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셋째 장로가 바로 대장로의 등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줄곧 경각심을 높여 셋째 장로를 경계하고 있던 대장로는 뒤에서 날아오는 이상한 파동에 크게 놀라 즉시 사방에 얇은 영기 보호막을 응집시키기 시작했다.그러나 영기 보호막이 막 응집된 순간, 셋째 장로의 공격은 이미 영기 보호막 위에 떨어졌다.쾅-무서운 굉음과 함께 영기 보호막이 곧 파괴되었고, 셋째 장로의 공격이 대장로의 몸에 떨어졌다."풉!"대장로는 순간 앞으로 날아가 선혈을 뿜으며 땅에 떨어졌다."무슨 일이야?"많은 사람들이 상황을 파악한 후 즉시 물러났다."셋째 장로, 너......"셋째 장로를 바라보는 대장로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가 줄곧 셋째 장로를 경계하고 있었고 방금 또 재빨리 영기 보호막을 응집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다. 비록 마지막에 부상을 입긴 했지만, 그리 엄중한 것도 아니고.만약 도범의 귀띔이 아니었다면 도무적의 공격은 순간 그에게 떨어졌을 거고 차마 영기 보호막을 응집할 기회조차도 없었을 그는 아마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하하, 대장로. 생각지도 못했네, 경각심이 이렇게 높다니. 반응이 정말 빨랐어. 원래는 자네를 기습해 단번에 죽이려고 했는데, 먼저 보호막을 응집했을 줄이야."셋째 장로가 하하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늦었어. 자네는 이미 부상을 당했고, 나는 더욱 진
뻥-묵직한 소리와 함께 루희는 바로 선혈을 뿜으며 몇 미터 밖으로 날아갔다. 그러다 도무적이 그녀를 잡고서야 겨우 멈춰 섰다."아가씨!"여러 루씨 가문의 사람들이 보자마자 달려가 염려하는 눈빛으로 루희를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들의 눈빛에서도 마찬가지로 놀라움이 묻어있었다. 무엇 때문에 루희가 20년 넘게 같이 살아온 도남천을 죽이려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으니까."루희 사모님! 무엄하십니다! 감히 가주님을 공격하시다니요!"도훈 등이 즉시 나서서 하나같이 루희를 노려보았다.하지만 루희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하하, 날 탓하지마. 탓하려면 배은망덕한 도남천을 탓해. 왕년에 우리 루씨 가문이 어떻게 힘들게 그를 도와 도씨 가문을 일궈 세워주고 8대 은세 대가문 중의 하나로 만들어 주었는데! 도남천은 그 은혜에 보답하기는커녕 서정 저 여시 같은 여인을 데려올 생각만 하고 있었어. 심지어 그의 사생아를 가문의 가주로 만들려고 했으니, 도남천은 죽어도 마땅한 놈이야!""너무 모질시네요! 도범 도련님은 필경 가주님의 아들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여러 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신 겁니까?"도훈이 씩씩거리며 루희를 바라보았다."가주님께서는 오래 살지 못할 걸 알고 마지막으로 도련님을 한 번 만나보고 싶어 했을 뿐인데, 그건 인지상정이 아닌가요? 그리고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자용 도련님에 관한 소식이 없는 걸 보면 자용 도련님은 이미 죽은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그만 포기하세요. 그가 간 곳은 제일 험악한 험지입니다. 그와 같이 간 다른 가문의 천재들도 돌아오지 않았으니 그냥 그 안에서 죽은 거라고요!""입 닥쳐!"루희가 큰 소리로 외쳤다."내 아들은 죽지 않았어. 내 아들의 천부적인 재능은 엄청 뛰어났어. 또한 이 가문의 가주 후계자로 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기도 하고. 그러니 도남천이 죽으면 자용이 가주로 되어야 마땅한 건데, 왜 도범 저 사생아가 끼어들었냐고!"도무광이 한숨을 내쉬며 타일렀다."큰 사모님, 그만 미련을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