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약속 지켜!"뚱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를 악물고 보검을 들었다. 그러고는 마수화를 향해 말했다."여보, 조금만 참아. 내가 지혈제와 진통제를 챙겼으니 괜찮을 거야. 금방이면 끝나!""흑, 여보, 나 무서워!"마수화는 놀란 나머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도범을 보며 말했다."이봐, 내가 잘못했어. 우리를 살려주면 내가 20억을 줄게, 어때? 20억!""허, 내가 그깟 20억에 신경 쓸 것 같아?"도범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눈빛에는 경멸로 가득했다."아!"뚱보가 바로 검을 들어 베었다. 사방으로 튀긴 피와 함께 마수화의 한쪽 팔이 순간 떨어져 나갔다."여보, 자, 얼른 약 먹어!"마수화의 팔을 베어낸 후 뚱보는 즉시 보검을 한쪽에 버리고 지혈제와 진통제를 마수화에게 먹였다."아!"하지만 마수화는 여전히 아픔 때문에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아파 기절할 지경이었다.뚱보는 곧 마수화를 부추기고 마수화와 같이 도범의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도범은 그제야 땅에 버려진 보검을 주워 경호원 중 한 명의 옷으로 피를 깨끗이 닦아 내고 저장 반지에 넣었다."여보, 내가 저들을 살려둬도 괜찮지?"그러고는 웃으며 옆에 있는 박시율을 향해 물었다."앞으로 여보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난 전부 존중해 줄 거야."박시율이 도범의 팔을 안으며 말했다. 방금 마수화의 팔이 잘려 나간 순간, 박시율은 속이 너무 후련했다. 마수화가 너무 권세만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모습이 줄곧 착한 마음을 품고 있던 그조차도 차마 봐줄 수가 없었다."그건 안 되지. 무조건 다 존중해 주면 안 돼. 만약 내가 방금 그들에게 옷을 팔겠다고 했으면? 설마 그래도 존중해 줄 거야?"도범이 웃으며 되물었다.이에 박시율이 도범을 흘겨보며 말했다."당신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나도 알아. 설마 당신 마누라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해?"두 사람이 서둘러 떠나기는커녕 농담을 하고 있는 모습에 임
도범이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에 임수연은 도범이 무서워하는 줄 알고 즉시 말했다."그래요. 도씨 가문에서 때로는 지인의 소개로, 때로는 직접 산에서 내려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몇 명을 골라 가문으로 데리고 가거든요. 비록 그런 상황이 드물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도씨 가문의 일원으로 된 자들이 적지 않아요."그러다 잠시 멈추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마씨 가문 중 한 명이 바로 그런 방식을 통해 운 좋게 도씨 가문으로 들어갔고, 지금은 엄청 잘 지내고 있거든요. 도씨 가문의 타주까지 되었다니까요? 심지어 위신경 중기의 고수래요. 그러니까 마 아가씨가 저렇게 잘난 척을 하고 다니는 거죠, 그만한 백이 있으니까.""총각, 빨리 떠나라니까. 더 지체했다간 진짜 못 갈 수도 있어. 마수화의 성격으로 반드시 좋게 끝나지 않을 거야. 게다가 총각이 마 가주 딸의 팔을 베었으니 그 마 가주도 총각을 가만두지 않을 거고."옆에 있던 노인이 덩달아 조급해하며 도범 두 사람에게 말했다."두 분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저희는 더욱 이렇게 떠날 수 없습니다."도범이 두 사람을 향해 감사를 표하고는 멀지 않은 바비큐 가게를 보며 말했다."저희 사실 바비큐 먹으러 왔거든요. 그런데 먹지도 않고 떠나는 건 예의가 아니죠? 안 그래, 여보?""맞아, 나 배고파."박시율이 미소를 지으며 도범을 끌고 바비큐 가게 쪽으로 갔다."저, 저 두 사람, 바비큐를 먹을 기분도 있다니!"노인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씩씩거리며 한쪽으로 갔다.임수연도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 하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몇 걸음 쫓아가 화난 어투로 도범을 향해 말했다."그쪽 설마 아내분을 사랑하지 않는 겁니까? 만약 사랑한다면 더욱 서둘러 이곳을 떠나야죠. 그쪽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쪽의 아내분도 그쪽을 따라 목숨을 잃게해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좋은 마음에 그들을 걱정해 주고 있는 임수연을 바라보노라니 도범은 마음속이 따뜻해지는
"흥, 눈에 거슬려서 그랬다 왜! 그 여인이 무슨 자격으로 고대 복장을 한 모습이 나보다 예쁜 건데? 나 용납할 수 없다고!"마수화가 콧방귀를 뀌더니 독을 품은 눈빛으로 뚱보를 향해 말했다."어서, 서둘러 집으로 가야 해. 난 그 부부를 그냥 이렇게 용서할 수 없어. 아빠보고 그들을 죽이라고 할 거야!"뚱보가 듣더니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씨 가문의 일개 데릴사위일 뿐, 마씨 가문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었으니까. 그러니 성질을 죽이고 있지 않으면 마수화 그들이 더욱 그를 좋게 대하지 않을 것이다."여보, 아까는 나도 어쩔 수 없어서 그랬어. 설마 날 탓하는 건 아니겠지?"뚱보가 마수화를 부추겨 앞으로 나아가며 떠보듯이 물었다.이에 마수화는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뚱보를 노려보며 말했다."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수련 경지가 낮고, 아무런 능력도 없는 병신이니까 내가 이렇게 업신여김을 당한 거잖아! 남의 집 남편들을 봐봐. 누가 당신처럼 이렇게 쓸모없어? 나이가 몇인데, 겨우 6품 무사가 되어서는. 나 정말 소문날까 봐 무섭다고......"......뚱보는 어이없디는 표정으로 마수화를 부축인 채 마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아가씨, 이게,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문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상황을 보더니 크게 놀랐다. 그중 두 명은 즉시 보고하러 집으로 뛰어들어갔다.그리고 마수화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씨 가문의 가주 마원이 잔뜩 화가 나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수화야, 대체 어찌 된 일이야? 누가 그랬어? 누가 감히 내 딸의 팔을 베어낸 거야?"마수화의 어깨를 바라보며 마원은 화가 나 얼굴색까지 파랗게 질렸다. 그러고는 이를 갈며 물었다.그에게 자식이라고는 마수화 딸 하나뿐이라, 줄곧 손바닥에 받쳐 들면서 애지중지 키웠는데, 감히 눈에 뵈는 것도 없이 그의 딸의 팔을 베어낸 자기 있다니."아버님, 한 젊은 남성이 한 짓입니다. 사실은 제가 수화를 데리고 쇼핑하러 갔거
그런데 도남천의 방문 어귀에 도착하자마자 서정과 도남천 두 사람이 방에서 한담을 나누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듣자니 도범 그 녀석이 또 몰래 나갔다며? 정말 뭘 하겠다고 자꾸 밖으로 나가는지 모르겠다니까. 지금이 제일 위험할 때인데."침대에 누워있는 도남천은 도범이 걱정되어 말했다. 그는 속으로 루희가 예전부터 도범을 치워버리고 싶어 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도범이 가주의 후계자로 되어 도자용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까지 빼앗아 갔으니 루희가 더욱 달가워하지 않고 도범을 더욱 제거하고 싶어 하는 것도 정상이었다.그러니 도범이 본가를 떠나기만 하면 상대방에게 그를 죽일 수 있는 제일 좋은 기회를 주는 것과 다를바가 없었다."걱정마. 도범이 만약 무사하게 돌아올 신심이 없었으면 쉽게 본가를 떠나지 않았을 거야. 그가 나갔다는 건 그만한 신심이 있을 것이고, 또 그만큼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일 거야."서정이 한쪽에 앉아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게다가 어제 이미 돌아왔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 없어."문밖, 도범 옆에 서 있던 박시율이 두 사람의 대화에 몰래 도범을 한 번 쳐다보고는 웃음을 드러냈다. 도남천이 도범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도남천에 대한 안 좋았던 도범의 선입견들도 많이 사라졌겠지?도범도 덩달아 박시율을 한번 쳐다보고는 같이 방으로 들어갔다."아이고, 도범아. 우리 마침 네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네가 왔구나. 정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서정이 도범을 보자마자 웃으며 말했다.도범이 침대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아버지, 엄마. 두 분께 알려드리고 싶은 좋은 소식이 있어요. 저 아버지 몸속의 독을 제거할 수 있는 약을 제련해 냈어요. 제가 이번에 가문을 나갔던 게 바로 약재들을 찾기 위해서였거든요. 아버지께서 이 약을 드시기만 하면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예전처럼 건강을 회복하실 수 있을 겁니다.""그게 정말이야?"서정이 듣더니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 그러고는 격동되어 도남천을
"마수화라고 했나? 허, 아직 바비큐도 다 못 먹었는데 이렇게 빨리 또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도범이 느릿느릿 상대방 앞으로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설마 널 살려준 은혜에 감사하러 온 거야? 하하, 정말 그런 거라면 그럴 필요 없는데.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오다니, 참 쑥스럽다니까?"도범을 걱정하고 있던 사람들이 도범의 말을 듣더니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만 더 있으면 죽게 될 수도 있는데 장난칠 여유까지 있는 도범에게 탄복되기도 했고."허, 자식. 내 딸의 팔을 잘라 놓고도 감사의 인사를 받겠다고? 나를 바보로 아는 거야 뭐야?"마원이 차갑게 웃으며 도범을 노려보았다. 동공에 퍼진 핏발이 사람을 두렵게 했다. 온몸에서는 위신경의 강자만이 가질 수 있는 기세를 발산하고 있었다."가주님, 제가 저 녀석을 죽이고 오겠습니다. 젠장, 여기서 바비큐를 먹을 여유도 있다니, 너무 우리 마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네요."한 8품 종사에 달하는 노인이 화가 난 채 몇 걸음 앞으로 나서서 도범을 노려보며 말했다.마원이 듣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도 저놈이 여기서 바비큐를 먹고 있어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저 녀석을 찾지도 못했을 거니까."이때 마수화가 옆에서 일깨워 주었다."둘째 장로님, 저 녀석을 바로 죽이지는 마세요. 저 아주 본때를 보여줄 거거든요. 저놈의 살을 칼로 베어 짐승에게 먹일 거라고요. 안 그러면 제 마음속의 한을 풀 수가 없어요!"그러다 또 다른 쪽에 앉아있는 박시율을 보며 말했다."참, 그리고 저놈의 아내도 가만둘 수 없어요. 저 녀석의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할겁니다. 제 팔을 베어낸 대가가 얼마나 큰지 제대로 보여줄 거예요.""휴, 남들은 상처가 낫자마자 아픔을 잊는다는데, 넌 상처가 다 낫지도 않았는데 벌써 아픔을 잊었네? 아까까지 무릎 꿇고 용서를 빌더니, 왜 금세 또 이렇게 사나워진 거야?"도범이 듣더니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자식, 감히 우리 마씨
쾅-순간 거대한 굉음이 울렸고, 마원의 검기가 도범의 검기에 밀려 산산조각이 나더니 바로 사라졌다.그리고 그의 무서운 검기가 사라지면서 도범의 검기도 많이 옅어졌지만, 여전히 남은 위력을 품고 마원을 공격했다."풉!"마원은 즉시 선혈을 토하며 거꾸로 날아갔다. 가슴팍에는 긴 상처가 남아있었다."가주님!"마씨 가문의 강자들이 그 상황을 보더니 놀라서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의 가주가 위신경 초기의 강자인데도 도범의 적수가 아니라니.슝슝슝-도범은 또 연속 몇 번 검을 휘둘렀고, 검에서 나온 검기들이 여러 명의 종사 강자 장로들을 순간 참살해 버렸다."어서 도망쳐!"나머지 수련 경지가 낮은 자들은 그 상황을 보자마자 놀라서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가까스로 달려온 뚱보도 상황을 보더니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즉시 마씨 가문의 사람들 속에 섞여 도망쳤다. 마씨 가문의 강자들이 전부 죽었으니 마씨 가문이 제대로 망한 셈이었다.“풉!”금방 일어선 마원이 또 참지 못하고 선혈을 토했다. 그는 보검을 땅에 꽂은 채 이를 악물고 일어서서 도범을 바라보았다."녀석, 너 대체 누구야? 왜 이렇게 대단한 거야?""허, 내가 누군지에 대해 왜 그 쪽에게 말해야 하는 거지? 그냥 지나가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아무튼 당신이 함부로 미움을 사서는 안 되는 사람이니까."도범이 허허 웃으며 차갑게 상대방을 바라보았다."나도 어쩔 수 없어. 방금 당신들이 너무 오만방자했으니, 당신과 당신 딸은 오늘 무조건 죽어야 해. 게다가 당신들이 더는 잘난 척하지 못하게 하기위해 당신들을 죽이는 게 상책일 거 같아. 마을의 많은 사람들도 당신들의 악행을 진작에 참아줄 수가 없었거든. 이건 당신들이 진작에 마을 사람들의 미움을 샀다는 걸 설명하고 있겠지. 하지만 다들 대놓고 뭐라핳 수 없어 지금까지 참은 거고.""맞아, 맞아! 죽여, 죽여! 그들이 더 이상 마을 사람을 괴롭히게 해서는 안 돼!"많은 구경꾼들이 큰소리로 옆에서 말했다. 마씨 가문이
"도, 도범 도련님?"마원이 듣더니 순간 멍해졌다. 마경마저 무릎 꿇고 도련님이라고 부른다는 건, 녀석이 도씨 가문 본가의 도련님이라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마경을 무릎 꿇게 할 자격이 없는 거잖아?"도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니!"임수연도 놀라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손에 든 고기 꼬치가 하마터면 땅에 떨어질 뻔했다. 그녀는 그제야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그렇게 상대방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더라니, 수련 경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신분도 높았던 거였어."도범 도련님, 제, 제 둘째 동생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던가요? 죽을죄가 아니라면 제발 제 동생의 목숨을 살려 주세요!"마경의 안색이 엄청 어두웠다. 전에 그는 도씨 가문의 어떤 인물들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걸 전부 그의 동생에게 알려줬었다. 마원이 자신의 딸을 너무 오냐 오냐 키운 탓에 마수화가 늘 마을 사람들을 괴롭혀 왔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심지어 그 일에 대해 사석에서 마원에게 여러 번 타일렀었다. 마수화를 잘 단속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사고를 칠 수도 있다고.그렇지만 마원은 매번 입으로만 승낙할 뿐, 여전히 그의 딸을 애지중지 키웠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결국 마경은 어차피 마을의 큰 세력들 전부 마씨 가문보다 못했고, 도씨 가문의 고수와 도련님 등 미움을 사서는 안 되는 사람들은 마원도 전부 알고 있었으니 큰일은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딱히 뭐라 하지 않았다.도범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갑자기 가문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마경도 요 며칠 줄곧 바쁘게 지냈고, 차마 마원에게 알려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아무래도 도범과 박시율 그들에 대해 마원에게 알려야 될 것 같아 심지어 그들 몇 명의 초상화까지 그렸는데.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귀띔해주려고.그런데 애석하게도 결국 늦어버리고 말았다. 그는 가문으로 돌아가자마자 일이 생겼다는 걸 눈치채고 즉시 달려왔고, 마원이 건드린 사람이 도범이라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내가 말했듯이 오늘 저 두 사람을 반드시
"그래?"도범이 냉담하게 한번 웃더니 주위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마 타주님이 평소에 직접 나서서 여러분을 괴롭힌 적이 있습니까? 만약 있다면, 다들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제가 이들 가문을 정리하고 이들을 전부 죽일 거니까."도범의 말투는 엄청 횡포스러웠다. 그들의 앞에 서 있는 도범은 마치 군주와도 같았다.마경이 듣더니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 천리에 어긋나는 나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누군가가 나쁜 마움을 품고 나서서 함부로 말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두려워 났다. 아무래도 그는 도씨 가문의 타주였고, 단지 그 신분 하나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질투하게 했으니까."마 타주님은 딱히 나쁜 짓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이때 임수연이 잠시 생각하더니 일어서서 말했다."마 타주님은 평소에 산에서 거의 내려오지 않으셨거든요. 열심히 수련하여 하루빨리 호법으로 승진하고 싶어 바쁘셨을 거예요. 그래서 타주님의 부인이 매일 불평을 토했거든요. 산에만 붙어있느라 집에 거의 돌아오지도 않는다고.”"맞아요. 그랬던 것 같아요. 타주님의 아내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든요."다른 한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마경이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여러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여러분, 저 마경을 몰아내지 않아서!""좋아요."도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보검을 마경에게 던졌다."마경, 네가 만약 나쁜 일을 한 적도 없고, 양심에 부끄러움 한 점이 없다면 내가 묻는다. 지금 마원은 나를 죽이려고 하고, 그의 딸은 내 아내를 모욕하려 해. 도씨 가문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마경이 침을 삼키며 일어섰다. 그러고는 보검을 손에 쥐었다."도련님의 뜻을 알 것 같네요. 저더러 직접 가족의 숨통을 끊으라는 거네요."말을 마친 후 마경은 보검을 들고 천천히 마원과 마수화의 앞으로 다가갔다."큰아버지, 설, 설마......"마수화는 놀란 나머지 목소리마저 떨고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