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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6화

Author: 은광수
윤지은은 마음이 초조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때문에 실수로 컵라면을 엎어 뜨거운 물이 다리 위로 흘러내렸다.

윤미화는 아파서 찬 공기를 들이마셨지만 대충 찬물로 덴 곳을 헹구고 얼른 옷을 입고 밖으로 향했다.

“무슨 일인데요? 상세하게 말해 봐요.”

윤미화는 자초지종을 대충 설명했다.

이윽고 윤지은은 곧바로 강한나에게 연락했고, 경찰서에 인맥이 있던 강한나가 인맥을 통해 말을 해둔 덕에 윤지은과 윤미화는 곧바로 나를 찾아왔다.

“윤지은? 여긴 어쩐 일이에요?”

평소 혼잣말 할 때 이름만 부르는 게 습관이 되어 무의식적으로 이름이 튀어나왔다.

윤지은은 절뚝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윤지은이 걷는 모습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다리는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니야.”

윤지은은 솔직히 말하지 않고 의자를 당겨 그 위에 앉았다.

“일은 대충 들었어. 하지만 상대가 절대 합의는 안 해주겠다고 하네. 정말 의서를 돌려줄 생각 없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안 내놔요. 내놓으면 끝이에요. 그건 제 할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물건이에요.”

“그럼 강도죄가 성립되어 감옥살이해야 해.”

윤지은이 강조했다.

나는 복역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정말 다른 방법은 없는 거예요?”

윤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어쨌든 그 의서는 절대 내놓을 수 없어요.”

“봐요. 내 말 맞죠? 참 융통성이 없다니까요.”

윤미화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때 윤지은도 나를 날카롭게 째려봤다.

“융통성도 없고 멍청하기도 하네요.”

“내 상황을 보고도 욕이 나와요?”

‘참 동정심도 없다니까.’

윤미화는 결국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죽어도 뜻을 안 꺾겠다고 버티는 거야? 이게 뭔지 봐 봐.”

윤미화는 새 책 하나를 나한테 건넸다.

너무 궁금한 나머지 몇 장 펼쳐 본 순간 나는 눈이 커다래졌다.

“이, 이건 제 할아버지가 남긴 의서 내용이잖아요.”

‘왜 인쇄되어 있지?’

할아버지가 남긴 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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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77화

    강한나는 윤지은 옆에 앉으며 물었다.“다리는 왜 그래?”“별거 아니야.”강한나는 장소도 개의치 않고 윤지은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윤지은의 종아리는 벌겋게 부어오른 데다 물집까지 잡혔다.“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왜 이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둬? 그리고 이렇게 됐으면 병원부터 가지 왜 여기까지 달려와서 저 사람 일에 신경 쓰는 건데? 너 미쳤어?”강한나는 윤지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아는 윤지은은 남자에게 희망을 걸 사람이 절대 아니고, 남자를 위해 자기 몸을 돌보지 않을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그런데 윤지은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었다.강한나는 문득 눈앞의 윤지은이 자기가 알던 그 윤지은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괜찮은 줄 알았어.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어.”윤지은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사실 그녀도 다리에 흉터가 남을까 봐 걱정됐다.“안돼. 너무 아파. 얼른 병원 데려다줘.”강한나는 화가 나면서도 어쩔 수 없어 윤지은을 업고 일어났다.“못 말려 정말. 여자는 역시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니까.”윤지은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그런 거 아니야. 허튼 생각 하지 마. 정말 실수로 이런 거야.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어.”“알았다. 알았어. 해명할 거 없어. 그럴수록 오히려 뭘 숨기려는 것 같으니까.”강한나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윤지은이 떠난 뒤 윤미화만 밖에서 나를 기다렸다.약 30분 뒤, 나는 풀려났다. 하지만 윤미화만 보여 나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지은 씨는요?”“몰랐어?”“뭘요?”“다리에 화상을 입어 물집까지 잡혔는데 수호 씨를 돕겠다고 달려온 거였어. 방금 경찰 친구가 병원에 데려갔어.”윤지은이 화상을 입다니. 어쩐지 방금 절뚝거린다 했는데.그 정도로 화상을 입었다면 절대 가볍지 않다.게다가 여자는 누구나 예쁜 걸 좋아하니 흉터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게 먼저일 텐데, 윤지은은 상처를 치료하러 가지 않고 먼저 나를 찾아왔다.나는 윤미화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어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78화

    나는 윤지은이 그동안 나를 미워하고 싫어한다고만 생각했다. 가끔 외로울 때 나를 찾아 외로움을 달래는 것 외에는 아무 감정이 없다고 여겼다.때문에 윤지은이 나를 좋아하고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그래서인지 이 순간 나는 모든 게 현실이 아닌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현실적인 느낌과 비현실적인 느낌이 한데 섞여 나는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때 윤미화가 팔꿈치로 나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거 봐. 내 말 맞지? 지은 씨가 수호 씨를 좋아한다니까.”“윤 사장님도, 지은 씨가 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나는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아 되물었다.그러자 윤미화는 화가 난 듯 나를 째려봤다.“더 사람이 하는 대화 못 들었어? 또 어떻게 해야 믿을 건데?”“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믿기지 않아서요. 제가 전에 지은 씨한테 고백했는데 아주 대차게 차였거든요.”“우리 평소에 만나면 항상 다투기만 해요. 누구도 서로 양보하지 않아요. 게다가 연인끼리 하는 달콤한 말은 한 번도 한 적 없고, 서로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 적도 없어요.”“너무 사랑하면 미워지고 너무 미워하면 사랑한다는 거 몰라?”윤미화는 아주 철학적인 말을 했다.나는 그 말을 한참 곱씹었다.“확실히 일리가 있네요.”만약 정말 그렇다면 나는 너무 기쁘다. 그러면 윤지은의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뜻이니까.하지만 한편으로 골치 아팠다. 나한테 이미 애교 누나가 있기에 나는 윤지은을 책임질 수 없고 사랑을 받아줄 수도 없다.윤미화는 마치 내 뱃속에 들어왔다 나온 것처럼 농담조로 말했다.“평생 결혼하지 마. 그러면 부담 없잖아.”“어떻게 그래요?”“안 될 거 뭐 있어? 결혼은 종잇장으로 한 약속에 불과해. 누구한테 잘해주고 싶으면 그런 게 없이도 잘해줄 수 있잖아. 요즘 연애만 하고 결혼하지 않는 사람 많아. 난 그것도 괜찮다고 봐.”‘대체 뭐라는 거지?’나는 그 정도로 개방적이진 않다.나는 우선 마음을 가다듬었다.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79화

    얼마 뒤 윤미화도 떠나는 바람에 병실에는 나와 윤지은 둘뿐이었다.윤지은은 눈을 감고 있었는데 자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그런 윤지은의 마음을 읽을 수도 꿰뚫어 볼 수도 없어, 나는 결국 사과를 깎아 건넸다.“사과 좀 먹어요.”“안 먹어.”“그럼 귤은요?”“안 먹어.”“포도는요?”“좀 조용히 할 수 없어?”나는 윤지은이 말하는 틈에 포도 한 알을 그녀의 입에 넣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아플 때 많이 먹어야 빨리 나아요.”“미친놈.”윤지은은 나를 욕하면서도 순순히 포도를 씹어 먹었다.심지어 하나를 다 먹고 난 뒤 또 하나를 요구했고. 그걸 먹고 나니 또 요구했다.윤지은은 늘 이렇듯 말은 누구보다 날카롭게 하면서 마음은 항상 여리다.이번에 윤지은의 도움이 컸기에 나는 윤지은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곁에서 세심하게 돌봐 주었다.사람을 돌보는 건 나한테 어려울 게 없었다. 딱 한 가지만 빼면 말이다. 그건 바로 화장실 문제였다.윤지은도 부끄러워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서 계속 참았다. 하지만 몇 시간이 지나니 한계에 다다랐다.“나, 나 좀 화장실로 부축해 줘.”윤지은은 끝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하지만 방광이 터질 것 같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나는 서둘러 윤지은을 부축한 채 화장실로 향했다.윤지은이 입원한 병실은 1인실이었기에 안에 화장실도 딸려 있었다.화장실 문 앞까지 부축한 나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자 윤지은은 벽을 짚으며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한 발에만 힘을 줘야 했기에 변기에 앉는 것도 어려웠다. 어렵사리 변기에 앉으니 또 바지를 벗는 게 문제였다.나도 윤지은이 불편할 걸 알았기에 밖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도움 필요해요?”“필요 없어. 훔쳐보지 마.”‘그럴 필요 있나? 우리 사이에 안 본 곳이 어디 있다고.’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밖에서 기다렸다. 그때 갑자기 안에서 ‘아’하는 비명이 나더니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보아하니 윤지은이 넘어진 모양이었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80화

    윤지은은 부족함 없지 자랐다. 부잣집 외동딸인 데다, 아버지는 강북에서 유명한 대기업 회장이라 주변에 구애자가 끊이지 않았다. 그중에는 부잣집 도련님도 있고, 실력 좋은 보디가드들도 있었다.그렇게 우수한 남자들을 많이 봐왔기에 윤지은은 나한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게 맞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한테만은 자꾸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윤지은은 마음이 복잡해 갑자기 짜증이 솟구쳤다.“정수호, 내려줘.”얌전히 안겨 있던 윤지은이 갑자기 또 이러자 나는 순간 어리둥절했다.“왜요? 아프게 했어요?”“그런 거 아니야!”윤지은은 또 쌀쌀맞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네 돌봄 따위 필요 없어. 나가.”“왜요?”“이유 없어. 그냥 나가.”“요즘 지은 씨 무척 이상한 거 알아요?”나는 해답을 찾으려고 일부러 떠나지 않았다.하지만 윤지은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이에 나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윤지은이 그동안 보인 이상 행동을 열거했다.“갑자기 연락처를 삭제했다가, 아예 차단해 버리고. 이제는 또 뜬금없이 쫓아내기까지. 설마 나 좋아해요?”나는 이 기회에 윤미화의 말이 진짜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말을 내뱉은 순간 내 마음도 무척 두근거렸다.이런 일은 진지한 태도로 얘기할 수 없기에 나는 결국 농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마침 분위기가 무르익어 무심코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그 말을 들은 순간 윤지은은 심장이 벌렁거려 극구 부인했다.“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너를 좋아하겠어?”“그럼 왜 뜬금없이 나한테만 화내요? 합당한 설명을 해줘요.”나는 포기하지 않고 캐물었다.결국 윤지은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말머리를 돌렸다.“내가 왜 설명해야 하는데? 네가 뭔데?”“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지은 씨가 자기 목숨도 돌보지 않고 나를 몇 번이나 구해줬잖아요.”“저한테 아무 마음도 없으면 계속 도와줄 리 없잖아요. 본인이 다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와주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고요. 나를 좋아한다고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81화

    나는 머리를 문질렀다.“백 쌤, 너무 세게 때렸잖아요. 머리통 날아갈 뻔했어요.”“흥. 그러게 누가 지은이 노리래? 감히 지은이까지 넘봐?”젠장.좋은 분위기가 그대로 망해버렸다. 만약 다음번에 또 물어보려면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윤지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는 얼굴로 백연우와 임유미를 바라봤다.“연우야, 유미야, 왔어?”유미 사모님은 창가에 앉아 다정하게 윤지은의 손을 잡았다.“어쩌다 이렇게 됐어?”“실수로 데였는데 큰 문제 없어.”“내가 들은 건 아예 달랐는데? 네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다던데.”백연우는 히죽거리며 물었다.그 말에 윤지은은 마음이 찔려 시선을 피했다.“누구한테서 들었는데?”“강한나지. 네 그 교통경찰 하는 친구. 오는 길에 마침 만났는데 말해주더라고.”“걔가 헛소리하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윤지은이 해명했다.하지만 백연우는 마치 신대륙을 만난 사람처럼 신기해했다.“오호라. 이거 봐. 네 말투가 이미 너를 배신했어.”화들짝 놀라는 백연우의 모습에 윤지은이 오히려 멍한 얼굴을 했다.“내 말투가 어때서?”백연우는 마치 윤미화에게 빙의 된 것처럼 탐정놀이를 시작했다.“너 평소 얼음장처럼 싸늘하고 남이 말하면 몇 배 욕해주잖아. 그런데 네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내가 놀려댔는데 나를 욕하지도 않았잖아. 이거 이상해.”‘헐.’백연우의 관찰력은 확실히 대단했다.사실 방금 윤지은이 말할 때 나도 그 점을 눈치채 백연우와 유미 사모님한테 들킬까 봐 걱정했다.그런데 정말 이런 식으로 들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무엇보다 백연우는 사실 나와 윤지은의 사이를 진작 알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모른 척하고 있다는 거다.아마 연기했으면 오스카상 감이다.나는 더 이상 이곳에 있었다가 나한테까지 불똥이 튈까 봐 슬금슬금 도망칠 각을 쟀다.물론 서둘러 떠나지는 않았다.백연우와 유미 사모님은 윤지은의 병문안을 온 거라 이따가 떠날 텐데, 침대도 내리지 못하는 윤지은을 돌봐 줄 사람은 필요하다.윤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82화

    “지은이가 그동안 나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나도 도움이 돼야지. 지은이한테 돈은 부족하지 않은 거 알아. 수호 씨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야.”하정현은 요즘 막 취직하여 이곳에 남아 윤지은을 돌봐 줄 수 없기에, 미력하나마 자기 최선을 다할 생각인 듯했다.나도 더 이상 하정현과 실랑이를 벌이기 싫어 결국 카드를 받았다. 나중에 그걸 쓸지 말지는 나중에 결정할 일이다.“지은이한테 절대 말하지 마.”하정현은 또다시 당부했다. 그러다 내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로부터 얼마 뒤, 윤해철과 하정현도 병원에 도착했다.병실 안은 이미 사람으로 가득 찼다. 내가 병실에서 나온 건 정확한 결정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은 한 명도 남지 않고 결국 하나둘씩 떠나갔다.윤해철도 나에게 당부했다.“수호 군. 수호 군이 그래도 우리 지은이 마음 쓰는 게 보여. 이번 기회에 서로 좀 잘해 봐. 난 두 사람 응원해.”이영미도 따라서 맞장구쳤다.“나도 두 사람 응원해. 내가 볼 때 두 사람 아주 천생연분이야.”“두 사람이 천생연분이면, 내 딸은 뭐지?”이게 무슨 상황인지, 애교 누나가 아버지인 이태웅과 함께 나타났다.순식간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윤해철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자네 딸과 수호 군의 결혼 반대한 거 아니었어? 자네는 수호 군을 싫어하겠지만, 난 좋아해.”이태웅은 냉담한 얼굴로 걸어왔다. 그 강력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는 순식간에 찬 숨을 들이켰다.하지만 이건 가장 무서운 게 아니었다. 이보다 더 무서운 건, 내가 애교 누나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였다.나는 내가 윤지은한테 마음이 흔들린 게 애교 누나한테 미안했다.그때 애교 누나가 나에게 먼저 다가왔다.“수호 씨, 우리 저쪽에서 얘기 좀 할래요?”나와 애교 누나는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애교 누나, 제 말 좀 들어봐요...”나는 애교 누나에게 설명하고 싶었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웃으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83화

    이건 꼭 무슨 성공한 여자의 발언 같았다.애교 누나는 항상 연약하고 다정한 이웃집 누나 같은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바뀌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나는 누나의 이런 변화에 매우 기뻤다.“누나 주변에 빛이 한 층 생긴 것 같아요. 더 멋있고 매력 있어졌어요.”나는 애교 누나의 또 하나의 빛나는 점을 발견했다.누나는 내 말이 재밌었는지 피식 웃었다.“말은 참 잘한다니까요. 또 나 기쁘라고 하는 말이죠?”“아니요. 진심이에요.”나는 복도 쪽을 흘겨봤다. 그곳에서 이태웅은 아직도 윤해철과 말다툼하고 있었다.그 모습에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그런데 아버님은 어떻게 된 거예요? 그동안 저 마음에 안 들어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윤 회장님한테 와서 저를 빼앗아요?”“그게 어디 수호 씨를 빼앗는 거예요? 우리 아빠 원래 아저씨랑 말싸움하는 거 좋아해요.”‘어쩐지.’난 또 애교 누나뿐만 아니라 이태웅도 변한 줄 알았는데, 그건 너무 기상천외한 생각이었다.하지만 성공한 두 어르신이 말다툼하는 걸 보는 게 꽤 재밌었다.욕설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데, 상대를 할 말 없게 만들고 있었으니까.역시 배운 사람들은 말다툼에도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다.“애교 누나, 누나는 언제 집에 돌아가요?”두 사람이 언제까지 싸울지 몰라 나는 조심히 애교 누나 손을 잡았다.그러자 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히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내가 요즘 부모님 설득 중이라 아마 얼마 안 걸릴 거예요. 왜 내가 집에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무슨 나쁜 짓을 하려고?”나는 애교 누나의 다른 손을 꼭 잡았다.“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누나가 보고 싶고 안고 싶어서 그래요.”“그럼 지금 안아요. 안 갈게요.”“정말요? 그럼 진짜 안아요?”나는 정말 단지 누나를 꼭 안아주고 싶었다.그때 나에게 장난치려던 애교 누나는 내가 정말 저를 안으려 하자 깜짝 놀라며 뒤로 피했다.“안 돼요. 아빠한테 들키면 끝장나요.”“누나가 지금 안아도 된다고 했잖아요.”“장난친 건데 수호 씨 진짜 대담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84화

    나는 내 대답에 매우 흡족했다. 두 사람의 장점과 특징을 각자 잘 얘기했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이태웅과 윤해철은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수호 군, 한 명을 선택하라고 했지, 다항선택을 하라고 한 건 아닌데.”이태웅도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한 명을 선택하라고 하면 한 명을 선택해야지.”“선택을 왜 해요? 전 안 해요. 두 사람 모두 좋아요.”‘성인이면 왜 선택을 하지? 둘 다 좋은데, 난 다 갖고 싶어.’물론 이 말까지 내뱉을 순 없었기에 나는 속으로 삼켰다.말을 마친 나는 곧바로 도망쳤다. 이런 위험한 곳에 나는 1초도 더 있고 싶지 않았다.다는 두 사람이 또 나를 부를까 봐 단숨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윤지은의 부모님도 왔으니 내가 계속 이곳에 남아 있을 필요는 없었기에 그대로 병원을 떠났다.그 길로 나는 천수당으로 향했다.민우는 나를 보자 아침에 왜 안 왔냐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두 사람을 걱정하게 하기 싫어 나는 경찰서에 잡혔던 일은 함구했다.이제 막 물 한 모금 마셨을 때 고수연이 찾아왔다.“사장님, 연재혁 변호사님 말로는 모레가 재판일이래요. 그런데 너무 걱정되는데 어떡하죠?”“마음 편하게 먹어요. 연재혁 변호사님 대단한 분이에요. 그분을 믿어야 해요.”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겨우 위로밖에 없었다.그때 고수연이 갑자기 내 옆에 털썩 앉았다.“만약 재판에서 지면 어떡하죠? 다른 건 다 빼앗겨도 상관없는데, 아이들은 절대 안 돼요. 아이들은 내 정신적 지주예요.”“지금 일자리도 있잖아요. 법원에서 아이를 그놈한테 두 아이를 주지 않을 거예요.”“그런데 난 한 명도 주고 싶지 않아요. 진용진은 책임감 없는 쓰레기예요. 아이들이 그런 인간을 따라가면 인생 망쳐요.”사실 나는 고수연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혼자 지내는 것도 여유롭지 못한데, 아이들의 양육권을 모두 자기가 가져오겠다고 하다니. 굳이 그렇게 자신을 혹사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예전에 우리 마을에 있던 한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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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2화

    “보아하니 두 사람 모두 조금희 씨 몸에 종양이 퍼지고 있어 곧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네요.”“혹시 조금희 씨가 뒤에서 꼼수 부린 거 아닐까요?”나는 문득 뭔가 떠올라 의문점을 제기했다.현재 상황으로 분석해볼 때 조금희의 혐의가 가장 높았다.그때 윤지은이 말했다.“자세한 건 조사해 봐야 하지만 나도 조금희 씨가 이상한 것 같아.”사모님은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다음에 조사할 때 나도 끼워줘. 나도 같이 조사하고 싶어. 두 사람 말 맞아. 호섭 씨가 억울한 죽임을 당했는데, 나라도 진실을 밝혀 억울함을 풀어줘야 해. 이게 내가 살아갈 유일한 동력이야.”사모님은 말하면서 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슬픔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와 윤지은은 항상 사모님 곁을 지킬 거다.그날, 우리는 곧장 종양 전문 병원에 가 조금희의 병력을 조사했다.조금희 몸에서 종양이 발견된 건 1년 전인데, 처음에 양성이었다가 악성으로 번지기까지 적지 않은 돈을 들였던 거로 확인되었다.게다가 조금희는 불치병에 걸리기 전에 아내와 갈등을 겪었다.“자세한 건 저도 모르는데, 조금희 씨가 우리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젊은 여자가 항상 와서 돌봐줬어요. 그러다가 부인이 병원에 찾아와 그 아가씨를 때렸고요. 그 일은 병원 사람들 다 알아요.”‘그렇다는 건 조금희가 바람을 피웠다는 거네?’조금희가 이런 사람일 주은 생각지도 못했다.윤지은은 여간호사에게 돈다발을 건넸다. 그러자 간호사는 아주 기뻐하며 떠나갔다.조사를 마친 뒤 우리는 밖에서 식당을 찾았다.식당에 도착한 윤지은은 분석을 시작했다.“조금희 씨가 불치병에 걸렸고, 예전에 아내와 아들한테 잘못을 저질렀다면 혹시 자기가 얼마 못 살 걸 알고 호섭 씨를 배신해 돈을 챙겼던 건 아닐까?”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럴 가능성이 커요. 만약 조금희 씨 계좌에 큰돈이 입금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아쉽지만 이곳은 강북이 아닌 Y시다. 안 그랬다면 윤지은의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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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배고픔을 느낀다는 건 좋은 일이다.윤지은이 아침을 사 오자 사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그걸 본 윤지은은 나를 향해 엄지를 추켜들었다. 그건 내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이번 치료 방법이 확실히 효과적이었으니까.나는 사모님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비록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데도 사모님은 음식 드실 때 여전히 우아하고 단아했다. 살짝 슬픔을 띄고 있어 살짝 비극의 여주인공 같기도 했다.내가 한창 사모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윤지은의 날카로운 눈빛이 갑자기 나를 쏘아봤다. “짐승!”윤지은은 욕지거리를 퍼부었다.그 욕에 나는 억울함을 호소했다.“제가 뭘 했다고 짐승이라는 거예요?”“아무튼 짐승 맞아. 이런 상황에서 훔쳐보기나 하고.”윤지은은 나를 째려봤다.난 그저 사모님을 몇 번 본 것뿐인데 나를 짐승 취급하다니, 너무 어이없었다.하지만 이러다 또 싸움 나겠다 싶어 나는 얼른 아침을 들고 다른 곳에 가서 배를 채웠다.식사를 마친 뒤 사모님은 자발적으로 나와 윤지은을 찾아왔다.“알고 있는 거 사실대로 다 알려줘요. 난 호섭 씨 사고에 대한 모든 사실이 알고 싶어요.”사모님은 너무 평온해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때문에 나는 사모님 상태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사모님, 우선 맥 좀 짚어봐도 될까요?”“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나도 알아야. 걱정할 거 없어요. 어젯밤 많이 생각해 봤고, 호섭 씨가 떠난 사실을 받아들였어요.”“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건 호섭 씨처럼 착한 사람이 남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억울함을 풀어줄 거예요.”“난 강해져야 하고 호섭 씨처럼 용감해져야 해요. 그래야 호섭 씨가 마음 놓고 갈 수 있어요.”사모님은 애써 슬픔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또 흐느꼈다.그 말을 들으니 나도 코끝이 시큰거리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같은 목표가 생겼다. 바로 진실을 밝히는 것.나는 얼른 마음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0화

    나는 사모님 팔을 힘껏 잡으면서 사모님과 눈을 마주쳤다.“사모님!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마세요. 사장님이 이런 사모님 보고 편히 가지 못하길 원하시는 건 아니잖아요.”내 말이 사모님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줬는지, 사모님은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윤지은은 내가 강제로 사모님을 자극했다며 나를 탓했다.“유미 지금 안 그래도 나약한 상태인데, 왜 그런 말을 직접 해?”나는 너무 난감했다.“누구는 뭐 이러고 싶은 줄 알아요? 하지만 사모님이 계속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환상 속에 살고 있는데, 계속 이러면 상태가 점점 악화해요.”윤지은은 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그와 동시에 사모님이 또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다.나도 사모님이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다. 하지만 사모님을 절망 속에서 끄집어내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윤지은에게 말했다.“정말 사모님을 돕고 싶다면 모질어야 해요. 이럴 때 마음 약해지면 오히려 해치는 거예요.”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내 말에 동의하는지, 내가 치료할 수 있도록 묵묵히 자리를 비켜줬다. 나는 나른하게 힘이 쭉 빠진 사모님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없어요. 사모님이 속사한 건 알겠어요 하지만 지금 속상해할 때가 아니에요. 우리 할 일이 있어요.”“사장님 사고 단순 사고가 아니에요. 누군가 인위적으로 사고 낸 거예요. 사모님, 정신 차리고 우리와 함께 진실을 조사해요.”사모님은 텅 빈 눈으로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사모님을 깊은 슬픔에서 꺼내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두르지 않고 그녀가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다.나는 말투를 부드럽게 하며 방금 한 말을 또다시 반복했다.“사장님 교통사고에 수상한 점이 발견됐어요. 사모님도 사장님이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거 원하지 않죠? 우리 함께 진실을 알아내 사장님이 억울하게 죽임당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9화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식은땀이 송골송골 솟아올랐다.사모님 상태는 살짝 이상해 보였다. 아마도 의식이 혼미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를지도 몰랐다.나는 사모님이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봐 서둘러 사모님 팔을 꼭 잡았다. 그러면서 계속 따라오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데려올 생각이었다.“수호 씨, 이거 놔요. 난 남아서 호섭 씨랑 같이 있을래요...”사모님은 마구 버둥대며 소리쳤다.이러다가 사고가 날 것 같아 나는 아예 사모님을 어깨에 두러 업었다. 그러자 사모님은 곧바로 버둥거리며 소리쳤다.벼랑 끝에 서 있는지라 조금만 실수하면 함께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결국 사모님을 손날로 기절시켰다.내가 가드레일 안쪽으로 다시 넘어왔을 때 윤지은의 차가 마침 도착했다.“왜 그래?”윤지은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나는 사모님을 차에 앉히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모님 지그 정신이 이상해서 현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해요. 방금 사장님이 춥다고 한다면서 옷 주러 내려가겠다고 했어요. 제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으면 뛰어내렸을지도 몰라요.”윤지은은 내 말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계속 이럴 순 없어. 우리가 잠깐은 지켜볼 수 있지만 평생 지켜볼 순 없잖아.”그때 내 머릿속에 문득 방법이 떠올랐다.“사모님께 사장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려드리는 건 어때요?”“미쳤어? 이번 일로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또 자극하자고?”윤지은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이에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제 할아버지가 남긴 의학 서적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옛날에는 환자가 가족을 잃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 치료가 안 된다면 환자한테 희망을 줘야 한대요. 그 희망이 의학에서 말하는 기예요.”“그 기를 가진 환자가 음식 치료와 약물 치료를 함께 진행하면 서서히 회복할 수 있대요.”“사장님의 죽음에 수상한 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사모님과 함께 그 사건을 수사하는 거예요. 아마 사모님도 사장님이 죽은 진실을 알고 싶을 거예요.”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8화

    장례식장 안을 모두 뒤져 봤지만 사모님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리 조급하지 않던 내 마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불안해졌다.사모님은 현재 몸 상태도 안 좋고 정서도 매우 불안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족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됐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내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그러다 결국 방법이 없어 나는 문득 사모님 번호를 떠올려 그쪽으로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계속 긴 연결음만 들릴 뿐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려고 할 때 연결음이 꺼졌다. 액정을 확인하니 전화가 연결되었다.“사모님?”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수호 씨, 나 괜찮으니까 좀 내버려둬요.]사모님 목소리는 매우 우울해 보였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한테는 너무 듣기 좋았다. 나는 다급히 물었다.“사모님, 어디 있어요? 너무 걱정돼요.”[혼자 있고 싶어요.]“알아요, 아는데 어디 있는지만 알려줘요. 사모님이 안전하다는 거 확인해야 해요.”전화 건너편에서 한참 침묵이 흘렀다.그때 갑자기 차 경적음이 들려왔다.그렇다는 건 사모님이 장례식장에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나는 문득 사모님이 있을 수 있는 곳이 떠올랐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모님, 알려주시면 안 돼요?”사모님은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이미 대충 답을 얻은 나는 장례식장을 뛰쳐나가 택시를 잡고 사장님이 사고를 당한 곳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사모님을 찾았냐는 윤지은의 전화를 받은 나는 내 추측을 말했다.“아니요. 사모님 아마도 사장님 사고 난 곳에 있는 것 같아요.”[거긴 왜?]윤지은은 이해가 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사장님 죽음이 수상해 직접 조사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단순히 사장님이 그리웠을 수도 있고... 아무튼 저 지금 가는 중이에요.”[그럼 먼저 건너가. 나 이따 바로 갈게.]나는 윤지은과 상의한 뒤 먼저 사장님이 사고 난 곳으로 향했다.사고가 난 곳은 절벽인데, 사모님은 마침 절벽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7화

    사모님의 이런 모습을 보니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문 채로 옆을 지켜드렸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졸음이 몰려왔다.최근 계속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그동안 제대로 휴식한 적 없어, 나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시 눈을 붙이려고 했다.하지만 잠을 편히 잘 수 없었다. 꿈속에서 정 사장님은 계속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나도 사장님을 구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사장님과 닿을 수 없었다. 그러다 꿈의 마지막쯤 정 사장님은 가면을 쓴 사람에게 살해당했다.꿈에서 놀라 깬 나는 이미 온몸이 식은땀에 푹 젖어 있었다.비록 꿈이었지만 꿈에 나온 장면들이 너무 생동해서 직접 경험한 것 같았다.밖은 어느 때부터인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고,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최면 노래처럼 느껴졌다.피곤함에 눈을 비비다가 문득 사모님이 침대에서 사라졌다는 걸 발견한 나는 다급히 호텔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사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나는 호텔 안을 마구 달리며 윤지은에게 전화했다.“혹시 유미 사모님 봤어요?”[나 계속 밖에 있어서 유미 본 적 없는데? 네가 유미 호텔에서 돌봐주던 거 아니었어? 그런데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윤지은이 반문했다. 이에 나는 얼른 설명했다.“제가 너무 피곤해서 잠깐 눈 붙였는데 깨어나니 사모님이 사라졌어요.”[넌 대체 뭘 할 수 있어? 사람 하나 돌보는 것도 못해?]윤지은은 나를 꾸짖기 시작했다.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이리저리 찾으며 물어봤지만 호텔 직원들도 모두 사모님을 본 적 없다고 했다.결국 나는 프런트에 달려가 물었지만 프런트 직원들도 못 보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럼 CCTV 한번 확인할 수 있을까요?”“안 됩니다. 호텔 규정상 CCTV는 함부로 보여드릴 수 없어요.”나는 다급히 말했다.“제 친구 남편이 이틀 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친구 정서가 엄청 불안해요. 반드시 빨리 찾아야 해요. 지금 우선 CCTV 확인해 줘요. 제가 당장 경찰에 신고할 테니까...”“안 됩니다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6화

    그렇지 않으면 여자가 이렇게 빨리 남편 시신을 화장하려고 하는 이유가 없다.내가 분명 이번 교통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닐 거라고 말했는데 들을 생각도 하지 않다니.나는 슬쩍 찔러보려고 다시 물었다.“왜 그렇게 서둘러요? 혹시 뭐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여자는 내 말을 듣더니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 나는 뭔가 찔린 듯 불안해하는 여자의 행동을 눈에 담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여자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뭔가 알고 있는 거죠? 알고 있는 거 다 얘기해요. 그게 이번 사고의 진실을 밝힐 수도 있어요...”“뭐 하는 거예요? 아파요.”여자는 내 손을 뿌리쳤다. 여자의 아들은 어머니가 괴롭힘당하는 걸 보자 바로 나를 막아섰다.지금 내 실력으로 두 사람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윤지은은 일을 크게 만들까 봐 내 팔을 쿡쿡 찔렀다.“됐어. 저 사람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나는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너무 수상해 반드시 기회를 잡아 두 사람의 입을 열어야 했다.하지만 점점 모여드는 구경꾼들 때문에 나는 결국 포기할 수박에 없었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내가 내키는 대로 소란을 피웠을 테지만, 정서가 불안정하기에 사모님한테 피해 가게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장례식장을 떠난 뒤 두 사람을 찾아 결판 낼 생각이었다.오늘 장례식장에 나타난 유가족은 또 있었다. 바로 운전한 오 기사님 가족이었다.오 기사님 가족은 얘기가 잘 통해 화장을 조금 미루기로 했다. 그들 역시 이번 교통사고가 수상쩍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오 기사님 아들은 심지어 확신했다.“제 아버지 운전 실력은 엄청 좋아요. 사고가 난 곳도 생전에 수백 번도 더 다녔던 곳이라 그 길을 잘 알고 있어요.”“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처음에 믿지 않았어요. 난 이번 일 제대로 조사해서 아버지 결백을 증명할 거예요.”겨우 생각이 같은 사람을 찾았다는 생각에 나는 너무 기뻤다. 결국 조금희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5화

    “들여보내 줘요. 나 호섭 씨랑 같이 있을래요. 같이 있어 줘야 해요...”장례식장 입구에서 유미 사모님은 몇몇 직원들에게 가로막혀 애타게 울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와 윤지은은 급히 달려갔다.“사모님, 여긴 왜 왔어요?”장례식장도 규칙이 있는데 가족 방문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 우리가 나가기 전 분명 사모님더러 호텔에서 휴식하라고 했는데,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한참 애를 먹던 두 직원이 얼른 말했다.“얼른 이분 좀 말려 봐요. 이곳 냉기를 보통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어하세요. 그런데 자꾸만 안에 들어가겠다고 하시는데, 절대 안 됩니다.”“그리고, 절차는 다 밟았나요? 다 밟았다면 얼른 화장할 수 있게 사인하세요. 시체 안에 계속 두고 있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에요...”나는 손을 저으며 두 직원의 말을 잘랐다.“네, 알겠어요. 먼저 가서 일들 보세요.”나와 윤지은은 유미 사모님을 조용한 곳으로 데려갔다. 사모님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고 너무 지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윤지은도 드물게 눈시울을 붉혔다.“유미야, 이러지 마...”윤지은은 흐느끼느라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사모님 역시 슬피 울부짖었다.“왜? 좋은 사람은 복이 온다며? 그런데 왜...”“호섭 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인데. 호섭 씨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 얼마나 많은 선행을 베풀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야? 왜...”처절한 외침에 듣는 나도 너무 괴롭고 삼장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아팠다.이 순간 어떤 위로의 말도 소용없다. 그 어떤 위로도 사모님의 비통한 심정을 달랠 순 없으니까.나는 그저 사모님이 진정할 수 있게 침을 놔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나는 조금 안정이 된 사모님을 안아 차에 앉혔다. 창백하고 초췌한 사모님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 그때 윤지은이 이를 악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이번 사건 우리가 꼭 밝혀낼게.”그 순간 나도 윤지은과 같은 마음이었다.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고 그걸 당장 토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4화

    나는 윤지은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해 무척 감격스러웠다.나 혼자 다른 도시에서 도움 없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 건 확실히 힘들다. 하지만 윤지은이 같이 조사하겠다고 하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나는 느릿한 말투로 진지하게 말했다.“이번에 우리 같이 손을 잡고 정 사장님을 위해 진실을 밝혀요.”그동안 나와 윤지은은 서로 고양이와 개처럼 항상 만나기만 하면 싸웠는데, 이번만큼은 힘을 합쳐 함께 정 사장님 사건을 조사하기로 했다.우리는 해야 할 일을 확인한 뒤, 강한나를 만나러 갔다. 강한나라면 전문가의 관점에서 우리를 도와 증거를 수집할 수 있을 테니까.“최선을 다해 볼게.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내가 방금 사건 기록을 봤는데 현장 사진과 다양한 증거들을 취합해 보면 단순 사고사일 수 있어.”“내가 의심했던 브레이크 흔적 거리인데, 이것도 어찌 보면 사고사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어. 결론적으로 조사하기 매우 어려워.”한참 듣고 있던 윤지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현장 증거로 조사할 수 없으면 다른 쪽으로 출발해야겠네.”한창 낙담하고 있던 나는 윤지은의 말에 다급히 물었다.“혹시 방법이 있는 거예요?”윤지은은 팔짱을 끼면서 냉정하게 분석했다.“내가 알기로 운전한 기사는 호섭 씨랑 오랜 친구였고 운전 실력도 엄청 뛰어나. 이 점에서 출발하면 될 것 같아. 그리고 함께 차에 탔던 피해자 가족들도 조사해 볼 수 있어.”나는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럼 사고 유가족들부터 조사해 봐요.”강한나는 우리를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그렇게 할 거야? 이 사건이 만약 인위적인 거면 두 사람도 위험해. Y시는 국내 다른 도시들과 달라. 여긴 무법지대인 D국과 엄청 가까워.”윤지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게 뭐? 의심 가는 구석이 있는데 그냥 덮자고? 그러고도 내가 무슨 친구야? 유미 지금 충격이 너무 커. 호섭 씨는 유미한테 가장 중요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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