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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1화

Author: 은광수
사실 나는 고아연과 고수연의 선물도 샀다.

고수연은 함께 일하기에 천수당에서 이미 줬고 고아연의 선물은 따로 챙겨왔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라 고아연이 집에 없었기에 나는 그 선물을 가사도우미에게 맡겼다. 그러면 고아연이 저녁에 돌아왔을 때 전달받을 수 있을 테니까.

형수 얼굴을 본 뒤, 나는 애교 누나에게 어디 있는지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아직도 부모님과 함께 지낸다는 답장이 날라왔다.

이에 나는 애교 누나 선물을 챙겨 왔다는 걸 알려주고는 나중에 형수 집에 와서 찾아가라고 귀띔했다.

애교 누나와의 통화가 끝난 뒤 나는 곧장 15층으로 올라갔다.

그도 그럴 게 형수와 애교 누나 선물 외에도 윤지은과 하정현의 선물도 사 왔으니까.

‘집에 사람 있나 모르겠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얼마 뒤 문이 열렸다.

하지만 문을 연 사람이 윤지은이라는 사실은 좀 의외였다.

“오늘 병원 출근 안 했어요?”

윤지은의 안색은 창백해 보였는데 한눈에 봐도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어디 아파요?”

“감기야.”

“약 먹었어요?”

“아니.”

“아프면서 왜 약을 안 먹어요? 의사라는 사람이 이런 것도 남이 알려줘야 알아요?”

윤지은은 맥없이 소파에 기대앉았다.

“너랑 무슨 상관인데? 여긴 왜 왔어?”

윤지은은 그날 밤 일 때문에 아직도 화가 안 풀린 모양이었다.

나는 뜨거운 물 한 컵을 받아 먼저 윤지은에게 건넸다.

“요즘 S시에 다녀왔어요. 오면서 그곳 특산품 좀 사 와서 그걸 주러 왔어요.”

“사과하는 거야? 필요 없어.”

윤지은은 차갑게 거절했다.

이에 나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과하려고 선물 공세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생각나길래 가져왔어요.”

“가져가. 이딴 거 필요 없어.”

윤지은은 내 호의를 칼같이 거절했다.

결국 나는 가져왔던 선물을 하나만 남기고 하나는 챙겨 들었다.

“그래요. 그럼 지은 씨 건 도로 가져갈게요. 나머지 하나는 정현 씨한테 줘요.”

“다 가져가. 네 물건 보고 싶지 않아.”

윤지은은 내가 하정현을 위해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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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윤지은은 차갑게 대답했다.나는 한 편으로 화도 나면서 또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갑자기 왜 카톡을 삭제해요?”[삭제하든 말든 내 마음이지. 그것도 네 동의를 받아야 해?]윤지은은 차갑게 되물었다.그 말에 나는 더 어리둥절했다.“적어도 이유란 게 있어야 하잖아요. 이유가 뭔데요? 나한테 사형 선고를 내릴 거면 이유라도 알고 죽게 해줘요.”나는 뭐가 됐든 이유를 꼭 알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찝찝해서 견딜 수 없으니까.하지만 윤지은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이유는 없어. 이제 할 말없지? 끊을게.]윤지은은 말은 이렇게 했지만 곧바로 전화를 끊지 않았다. 윤지은 성격에 정말 기분이 안 좋았다면 아무 말없이 바로 전화를 끊었을 텐데, 이렇게 기다린다는 건 나한테 기회를 준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윤지은이 내 카톡을 삭제했다는 일만 가득해 이 점을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너무 막무가내로 구는 윤지은에게 화도 났다.“사람 참 뜬금없네요. 선물을 줬는데 싫다고 한 건 본인이면서 갑자기 연락처는 왜 삭제해요? 제가 그렇게 싫으면 아예 차단해요.”[너...]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말로 내 연락처를 차단했다.나는 윤지은의 속내를 도무지 읽을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심지어 음식을 해주려던 기분마저 사라져 버렸다.한편. 윤지은은 씩씩거리며 전화를 끊자마자 내 연락처를 차단해 버렸다.이번에 윤지은은 화난 게 아니라 실망하고 속상했다.윤지은은 아픈 사람을 상대로 그런 말까지 하는 내가 너무 양심 없다고 생각했다.사람은 아플 때 취약해진다고, 지금의 윤지은도 극도로 취약하고 예민했다. 심지어 너무 서러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눈시울을 적셨다.윤지은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얼굴도 예뻤으며 때 묻지 않고 자기애가 강했다. 하지만 처음 만난 남자 여준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윤지은이 온 마음을 다 바쳐 희생했는데도 여준휘는 항상 윤지은에게 더 뜯어낼 게 없나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빴다.이에 워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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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뻔뻔하게 웃으며 말했다.“별 수 있어요? 제가 워낙 오지랖이 넓거든요. 지은 씨가 아픈 걸 아는데 내버려두는 건 의사로서 도리가 아니잖아요.”“그래서, 지금 그것 때문에 온 거야?”내 말에 윤지은은 살짝 실망했다.그런 윤지은의 마음을 내가 알 리는 없었다. 하지만 난 여자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우리 그래도 친구 정도는 되잖아요. 친구 사이에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윤지은의 눈빛이 서늘해졌다.그때 나는 여전히 뻔뻔하게 말했다.“직접 할래요? 아니면 내가 해줄까요?”윤지은은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내 상태를 봐. 이런데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아?”“그럼 조금 비켜줄래요. 들어갈게요.”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몸을 틀어 자리를 내주었다.식재료를 들고 주방으로 향하는 나를 본 윤지은은 그제야 입꼬리를 예쁘게 말아 올렸다.보살핌을 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거다.아무리 윤지은처럼 강한 사람이라도 예외는 아니었다.나는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며 물었다.“지은 씨는 지금 위장이 약할 테니 따뜻한 죽과 야채 샐러드 만들어 줄게요. 괜찮죠?”윤지은은 상관없다는 듯 건성으로 대답했다.“마음대로 해. 어차피 입맛 없어.”“입맛 없으니까 더 먹어야 하는 거예요. 안 먹으면 어떻게 나아요?”한결 부드러워진 윤지은의 말투에 내 마음도 따라서 편해졌다.나는 얼른 윤지은을 위해 따뜻한 죽과 야채 샐러드를 만들고 한약을 끓이기 시작했다.식사 준비를 마친 나는 모든 음식을 식탁 위에 세팅한 뒤 윤지은을 불렀다.“윤지은 아가씨, 다이닝룸으로 자리 옮기실게요.”윤지은은 나를 매섭게 째려봤다.“제대로 말해!”“지은 씨가 화낼까 봐 이러는 거잖아요. 화 다 풀렸으면 얼른 가서 식사해요.”윤지은은 다이닝룸으로 걸어가 의자에 앉았다. 사실 윤지은은 입맛이 없었지만 내가 바삐 돌아다니며 준비한 걸 봐서 결국 숟가락을 들었다.“오후에 가게 나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64화

    냄새를 조금 맡아보던 윤지은은 여전히 싫어하는 표정을 지었다.“안돼. 이거 냄새 너무 심해서 못 참겠어.”“그러면 코 막고 눈 감고 한꺼번에 마셔요.”나는 어린아이 달래듯 윤지은을 어르고 달랬지만 윤지은은 끝까지 한약을 거부했다.결국 나는 의자를 꺼내 위에 앉으며 최후의 수단을 썼다.“지은 씨가 안 마시면 저 안 가요. 누가 이기나 해 봐요.”“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나 환자야. 의사가 환자를 그렇게 대하면 어떡해?”“환자가 말도 안 듣고 협조도 안 해주는데 어떡해요? 지은 씨 같은 환자가 있으면 난 바로 치료 방법 바꿔요.”한의학적 치료 방법은 고작해야 한약과 침술 그리고 마사지다.때문에 윤지은이 계속 한약을 거부하면 나는 침을 놓을 수밖에 없다.침을 맞는다는 생각에 윤지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다만 대체 무슨 상상을 했기에 이토록 부끄러워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윤지은은 갑자기 그릇을 빼앗아 가더니 코를 막고 한약을 깨끗이 비웠다.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싫다고 생떼를 부렸는데 왜 갑자기 순순히 먹는 거지?’하지만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약을 먹었으면 된 거니까.“됐어요. 얼른 휴식해요.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나는 그릇과 수저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그때 윤지은도 따라 일어나며 몸을 비틀거렸다. 워낙 감기 기운이 심한 탓에 윤지은은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나는 얼른 수저를 내려놓고 윤지은을 부축했다.“방까지 부축해 줄까요?”“부축 안 해줄 생각이었어? 나 혼자 방에 들여보낼 생각이었나 봐? 내 상태를 봐. 이 상태로 나 혼자 방까지 갈 수나 있을까?”역시 윤지은의 입은 독사보다 더 독했다.나는 윤지은의 팔을 덥석 잡았다.“알았어요. 지은 씨는 부잣집 아가씨니까, 지은 씨 말이 다 맞아요. 자, 들어가요.”나는 윤지은을 방까지 부축했다.하지만 오랜만에 와 보는 윤지은의 방에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때문에 나는 윤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65화

    하지만 난 윤지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윤지은의 집에서 나온 뒤, 나는 곧장 천수당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가는 도중 익숙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서윤기였다.서윤기가 강북에 돌아왔다.전에 경진당 사장 조천석은 진동성한테서 산 의서를 다시 서윤기한테 팔았다고 했던 적이 있다.그 뒤로 나는 서윤기한테 연락해 만나자고 했지만 서윤기는 일이 있다며 나중에 강북에 돌아오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그리고 오늘 서윤기를 바로 만난 거다.나는 서윤기를 나쁜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정말 요즘 너무 바빠 나한테 연락할 시간이 없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먼저 전화를 걸었다.서윤기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나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서 사장님, 요즘 뭐 하세요?”[뭘 하긴요. 약재상이니 당연히 약재 사업하느라 바쁘죠.]“그러면 어디 계세요? 강북에 돌아왔나요?”[아니요. 아직 Y시에 있어요.]서윤기의 말을 들은 순간 내 마음은 나락으로 떨어졌다.분명 강북에 돌아왔으면서 나한테는 아직 Y시에 있다고 거짓말이라니.만약 서윤기가 강북에 돌아왔는데 요즘 바쁘다고 하면 나는 별생각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런 거짓말을 하니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바로 서윤기가 나를 속이고 있다고.‘하지만 왜 나를 속이지?’‘설마 의서를 나한테 팔지 않으려고?’그건 아마 아닐 거다. 내가 전화에서 의서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으니까.그렇다는 건 분명 다른 일이 있다는 거다.전에 서윤기가 나를 찾아와 같이 손잡자고 제안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그러니 서윤기가 지금 나한테 보이는 살가운 태도는 사실 모두 가식이다.사람은 역시나 겉만 봐서는 안 된다.그래도 서윤기가 착하고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모두 내 바람이었다.나는 속으로 냉소를 삼키며 서윤기의 거짓말을 까발렸다.“그래요? 그런데 방금 북원로에서 사장님을 봤는데요.”“하하. 그래요? 잘못 본 건 아니고요?”서윤기는 여전히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66화

    서윤기의 행방을 찾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인지한 나는 윤미화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탐정 사무소로 향했다.윤미화는 강북에 돌아온 뒤로 계속 잠을 보충하다가 내가 찾아오니 그제야 나른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심지어 옷도 갈아입지 않고 얇은 잠옷 바람에 나를 맞이하는 윤미화의 모습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윤 사장님, 이미지 좀 생각하면 안 돼요?”윤미화는 하품을 하며 말했다.“다른 애들 다 일하러 나갔어. 여기 수호 씨뿐이야. 전에 못 봤던 것도 아닌데, 조심할 게 뭐 있어?”“그래도 조심해야죠. 사장님이잖아요.”나는 여전히 귀띔했다.그제야 윤미화는 대충 외투를 몸에 걸쳤다.“그래. 알았어. 그런데 여긴 무슨 일이야?”“저 대신 사람 좀 조사해 줘요.”나는 곧바로 이곳에 온 목적을 말했다.그 말에 윤미화는 눈이 커다래졌다.“뭐야? 나 사장이야. 직원이 사장한테 일 시킨다고?”“돈 낼게요.”“누가 돈 달래? 안 해. 얼른 나가.”윤미화는 손을 휘휘 저었다.이에 나는 싱긋 웃으며 윤미화 곁에 앉았다.“윤 사장님 이렇게 인정머리 없는 분 아니잖아요. 항상 말만 독하게 하지 마음은 누구보다 여린 거 알아요. 제발 도와줘요. 이 사람 저한테 정말 중요해요.”“흥. 난 돈에 매수당할 사람 아니야. 돈으로 날 매수하려 했다면 날 정말 얕잡아봤어.”나는 다급히 물었다.“그럼 뭘 원하는데요? 뭐든 말해요. 할 수 있는 거면 무조건 할게요.”“다리 좀 두드려 봐. 다리 아파.”“네.”나는 얼른 윤미화의 다리를 두드렸다.“이 정도 강도면 괜찮아요?”윤미화는 눈을 감고 빙그레 웃으며 마사지를 즐겼다.“좋네. 딱 좋아. 역시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다르네.”“그럼 아까 일은...”“아, 다리가 또 아프네.”나는 윤미화가 일부러 이런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리를 두드렸다.그러자 윤미화는 아예 나를 시종 취급하면서 차를 따르게 했다가 음식을 사 오게 했다가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시켰다.그렇게 약 2시간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67화

    나는 속으로 오늘 왜 이토록 재수 없는지 한탄했지만 결국 서지예를 따라나섰다.밖에 나오자마자 서지예는 팔짱을 낀 채 나를 바라봤다.“너 S시에 다녀왔어?”“네.”“뭐 하러 갔는데?”“돈 받으러 갔어요.”“거짓말. S시에서 우리 언니 만났잖아.”“지예 씨 언니를 만난 거랑 돈 받으러 간 거랑 모순되지 않잖아요.”나는 사실을 말했지만 서지예는 나를 믿지 않았다. 심지어는 나를 뚫어버릴 것 같은 눈빛으로 노려봤다.“흥. 누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우리 언니에 대해 조사하러 갔겠지.”나는 너무 억울해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제가 왜 지예 씨 언니를 조사해요? 저랑 무슨 상관이라고요.”“너랑은 상관없지만 소여정과 상관있잖아. 솔직히 말해, 소여정이 우리 언니를 조사하라고 했지?”서지예의 엉뚱한 생각에 나는 화가 나 헛웃음이 나왔다.“증거 있어요? 소여정 씨가 저더러 지예 씨 언니 조사하라고 한 증거 있냐고요? 있으면 꺼내고 없으면 좀 가요.”나는 상대 체면도 고려하지 않고 축객령을 내렸다.그러자 서지예는 이를 갈며 나를 노려봤다.“나도 증거가 없으니까 따지러 왔잖아. 하지만 증거를 찾으면 그땐 죽을 줄 알아.”“우리 언니가 임천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나 해? 소여정이 자기를 조사하라고 했다는 걸 언니가 알면 죽으려고 할 거야.”서예지는 어찌나 걱정됐는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것만으로도 서예지가 언니의 안위를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서나연의 상태를 떠올리니 확실히 안타까웠다. 귀하게 자랐을 부잣집 아가씨가 남자 하나 때문에 죽으려고 하다니.그때를 떠올리니 내 태도도 서서히 누그러졌다.“임천호는 지예 씨 언니를 사랑하지 않아요. 동생이면 언니가 그런 남자 때문에 죽으려고 하는 걸 내버려두지 말고 포기하게 설득해야죠.”“말이 쉽지. 너 같은 사람은 누구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 적 없지? 너도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봐, 놓겠다고 쉽게 놓아지나.”서예지는 여전히 언니 편을 들었다.역시나 친자매 아니랄까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68화

    “마음 가는 대로 얘기해도 내용이 있을 거 아니야. 어떤 내용으로 대화했는데?”서지예는 끈질기게 추궁했다.하지만 한참을 생각해도 나는 그날 대화 내용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별것도 아닌 얘기를 내가 어떻게 기억해요?”결국 마음이 조급해진 서지예는 무의식적으로 내 팔을 잡아당겼다.“잘 좀 생각해 봐. 나한테는 중요한 거란 말이야. 우리 언니 평소 남들과 얘기 안 해. 내가 뭘 물어보면 대답도 안 한다고.”“그런데 길게 대화했다는 건 진짜 놀라운 일이야. 정수호, 아니면 네가 우리 언니 좀 봐줄래?”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서씨 가문이 S시에서 어떤 가문인데요. 돈 있고 권력 있는 집안에서 설마 의사 하나 찾지 못하겠어요? 날 함정에 빠뜨릴 생각이라면 포기해요.”나는 흙탕물 싸움에 끼어들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게다가 임천호가 만약 그 일을 알게 되면 더 골치 아파질 거다.그때 서지예가 초조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우리 언니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두고 볼 거야? 의사라며? 사람 살리는 게 의사의 본분 아니야?”“전 의사지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이 세상에 불쌍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모두 구해줄 수는 없잖아요.”나는 이내 반박했다.그러자 서지예가 나를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봤다.“그런데 이미 알면서 구하지 않으면 의사 자격 없는 거지.”“지예 씨도 의사면서 왜 본인이 구하지 않아요?”‘그리고 말은 왜 또 이렇게 듣기 거북하게 한담?’서지예는 초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내가 할 수 있으면 이렇게 널 찾아와서 입 아프게 설득하겠어?”내가 꿈쩍도 하지 않자 서지예는 이내 말을 이었다.“우리 언니를 치료해주면 내가 큰 고객 많이 소개해 줄게.”만약 서지예가 돈을 준다고 했으면 난 마음이 동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큰 고객을 소개해 준다고 하니 내 마음은 결국 흔들리고 말았다.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내가 필요한 건 인맥이지 눈앞에 보이는 돈이 아니었다.서지예는 서씨 가문 둘째 딸이고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169화

    “하지만 우리 언니 병 반드시 고쳐야 해.”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뒤돌아섰다.그러자 서지예는 다급히 나를 막아섰다.“뭐 하자는 거지?”“지예 씨 언니는 마음에 병이 있어요. 제가 심리 의사도 아니고 어떻게 무조건 낫게 한다고 장담하겠어요?”이건 너무 무리한 요구다.서지예도 자신의 요구가 좀 지나치다는 걸 알았는지 한발 물러섰다.“그럼 우리 언니랑 대화 많이 하면서 설득해 봐. 더 이상 죽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이제야 말이 되네요.”하지만 이것도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나는 한의학을 전공했지 심리학을 전공한 게 아니다. 더욱이 심리학 의사도 아니라 어떻게 서나연을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다. 내가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서지예는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떠나기 전에 특별히 몸에 좋은 약재를 몇 가지 사갔다.그렇게 하루를 바삐 보내다 보니 어느덧 저녁 7시가 넘었다.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는 온종일 의미 없는 일만 한 것 같다. 다행히 민우와 현성은 뭐라 하지 않았지만.그날 저녁, 우리 셋은 함께 식사하며 S시에 다녀온 일을 얘기했다.그때를 떠올리니 나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임천호 때문에 몇천만 원 손해 본 것도 모자라 앞으로 다른 사람한테까지 영향이 미칠지 모르겠어.”그 말에 현성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무서울 게 뭐 있어? 분명 해결 방법이 있을 거야. 무슨 일 있으면 우리랑 같이 이겨내면 되지.”민우도 내 어깨를 두드렸다.“걱정하지 마. 우리는 너랑 같이 일하기로 했으니 절대 널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두 사람의 감동적인 말에 나는 갑자기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하지만 민우와 현성이 옆에 있으니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너희밖에 없다. 자, 짠하자.”우리 셋은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그러던 그때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내가 가게에 있으면 임천호는 절대 우리 가게를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앞으로 난 가게 나가는 횟수를 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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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아하니 두 사람 모두 조금희 씨 몸에 종양이 퍼지고 있어 곧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네요.”“혹시 조금희 씨가 뒤에서 꼼수 부린 거 아닐까요?”나는 문득 뭔가 떠올라 의문점을 제기했다.현재 상황으로 분석해볼 때 조금희의 혐의가 가장 높았다.그때 윤지은이 말했다.“자세한 건 조사해 봐야 하지만 나도 조금희 씨가 이상한 것 같아.”사모님은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다음에 조사할 때 나도 끼워줘. 나도 같이 조사하고 싶어. 두 사람 말 맞아. 호섭 씨가 억울한 죽임을 당했는데, 나라도 진실을 밝혀 억울함을 풀어줘야 해. 이게 내가 살아갈 유일한 동력이야.”사모님은 말하면서 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슬픔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와 윤지은은 항상 사모님 곁을 지킬 거다.그날, 우리는 곧장 종양 전문 병원에 가 조금희의 병력을 조사했다.조금희 몸에서 종양이 발견된 건 1년 전인데, 처음에 양성이었다가 악성으로 번지기까지 적지 않은 돈을 들였던 거로 확인되었다.게다가 조금희는 불치병에 걸리기 전에 아내와 갈등을 겪었다.“자세한 건 저도 모르는데, 조금희 씨가 우리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젊은 여자가 항상 와서 돌봐줬어요. 그러다가 부인이 병원에 찾아와 그 아가씨를 때렸고요. 그 일은 병원 사람들 다 알아요.”‘그렇다는 건 조금희가 바람을 피웠다는 거네?’조금희가 이런 사람일 주은 생각지도 못했다.윤지은은 여간호사에게 돈다발을 건넸다. 그러자 간호사는 아주 기뻐하며 떠나갔다.조사를 마친 뒤 우리는 밖에서 식당을 찾았다.식당에 도착한 윤지은은 분석을 시작했다.“조금희 씨가 불치병에 걸렸고, 예전에 아내와 아들한테 잘못을 저질렀다면 혹시 자기가 얼마 못 살 걸 알고 호섭 씨를 배신해 돈을 챙겼던 건 아닐까?”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럴 가능성이 커요. 만약 조금희 씨 계좌에 큰돈이 입금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아쉽지만 이곳은 강북이 아닌 Y시다. 안 그랬다면 윤지은의 인맥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1화

    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배고픔을 느낀다는 건 좋은 일이다.윤지은이 아침을 사 오자 사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그걸 본 윤지은은 나를 향해 엄지를 추켜들었다. 그건 내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이번 치료 방법이 확실히 효과적이었으니까.나는 사모님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비록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데도 사모님은 음식 드실 때 여전히 우아하고 단아했다. 살짝 슬픔을 띄고 있어 살짝 비극의 여주인공 같기도 했다.내가 한창 사모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윤지은의 날카로운 눈빛이 갑자기 나를 쏘아봤다. “짐승!”윤지은은 욕지거리를 퍼부었다.그 욕에 나는 억울함을 호소했다.“제가 뭘 했다고 짐승이라는 거예요?”“아무튼 짐승 맞아. 이런 상황에서 훔쳐보기나 하고.”윤지은은 나를 째려봤다.난 그저 사모님을 몇 번 본 것뿐인데 나를 짐승 취급하다니, 너무 어이없었다.하지만 이러다 또 싸움 나겠다 싶어 나는 얼른 아침을 들고 다른 곳에 가서 배를 채웠다.식사를 마친 뒤 사모님은 자발적으로 나와 윤지은을 찾아왔다.“알고 있는 거 사실대로 다 알려줘요. 난 호섭 씨 사고에 대한 모든 사실이 알고 싶어요.”사모님은 너무 평온해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때문에 나는 사모님 상태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사모님, 우선 맥 좀 짚어봐도 될까요?”“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나도 알아야. 걱정할 거 없어요. 어젯밤 많이 생각해 봤고, 호섭 씨가 떠난 사실을 받아들였어요.”“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건 호섭 씨처럼 착한 사람이 남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억울함을 풀어줄 거예요.”“난 강해져야 하고 호섭 씨처럼 용감해져야 해요. 그래야 호섭 씨가 마음 놓고 갈 수 있어요.”사모님은 애써 슬픔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또 흐느꼈다.그 말을 들으니 나도 코끝이 시큰거리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같은 목표가 생겼다. 바로 진실을 밝히는 것.나는 얼른 마음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0화

    나는 사모님 팔을 힘껏 잡으면서 사모님과 눈을 마주쳤다.“사모님!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마세요. 사장님이 이런 사모님 보고 편히 가지 못하길 원하시는 건 아니잖아요.”내 말이 사모님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줬는지, 사모님은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윤지은은 내가 강제로 사모님을 자극했다며 나를 탓했다.“유미 지금 안 그래도 나약한 상태인데, 왜 그런 말을 직접 해?”나는 너무 난감했다.“누구는 뭐 이러고 싶은 줄 알아요? 하지만 사모님이 계속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환상 속에 살고 있는데, 계속 이러면 상태가 점점 악화해요.”윤지은은 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그와 동시에 사모님이 또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다.나도 사모님이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다. 하지만 사모님을 절망 속에서 끄집어내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윤지은에게 말했다.“정말 사모님을 돕고 싶다면 모질어야 해요. 이럴 때 마음 약해지면 오히려 해치는 거예요.”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내 말에 동의하는지, 내가 치료할 수 있도록 묵묵히 자리를 비켜줬다. 나는 나른하게 힘이 쭉 빠진 사모님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없어요. 사모님이 속사한 건 알겠어요 하지만 지금 속상해할 때가 아니에요. 우리 할 일이 있어요.”“사장님 사고 단순 사고가 아니에요. 누군가 인위적으로 사고 낸 거예요. 사모님, 정신 차리고 우리와 함께 진실을 조사해요.”사모님은 텅 빈 눈으로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사모님을 깊은 슬픔에서 꺼내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두르지 않고 그녀가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다.나는 말투를 부드럽게 하며 방금 한 말을 또다시 반복했다.“사장님 교통사고에 수상한 점이 발견됐어요. 사모님도 사장님이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거 원하지 않죠? 우리 함께 진실을 알아내 사장님이 억울하게 죽임당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9화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식은땀이 송골송골 솟아올랐다.사모님 상태는 살짝 이상해 보였다. 아마도 의식이 혼미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를지도 몰랐다.나는 사모님이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봐 서둘러 사모님 팔을 꼭 잡았다. 그러면서 계속 따라오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데려올 생각이었다.“수호 씨, 이거 놔요. 난 남아서 호섭 씨랑 같이 있을래요...”사모님은 마구 버둥대며 소리쳤다.이러다가 사고가 날 것 같아 나는 아예 사모님을 어깨에 두러 업었다. 그러자 사모님은 곧바로 버둥거리며 소리쳤다.벼랑 끝에 서 있는지라 조금만 실수하면 함께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결국 사모님을 손날로 기절시켰다.내가 가드레일 안쪽으로 다시 넘어왔을 때 윤지은의 차가 마침 도착했다.“왜 그래?”윤지은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나는 사모님을 차에 앉히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모님 지그 정신이 이상해서 현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해요. 방금 사장님이 춥다고 한다면서 옷 주러 내려가겠다고 했어요. 제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으면 뛰어내렸을지도 몰라요.”윤지은은 내 말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계속 이럴 순 없어. 우리가 잠깐은 지켜볼 수 있지만 평생 지켜볼 순 없잖아.”그때 내 머릿속에 문득 방법이 떠올랐다.“사모님께 사장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려드리는 건 어때요?”“미쳤어? 이번 일로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또 자극하자고?”윤지은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이에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제 할아버지가 남긴 의학 서적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옛날에는 환자가 가족을 잃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 치료가 안 된다면 환자한테 희망을 줘야 한대요. 그 희망이 의학에서 말하는 기예요.”“그 기를 가진 환자가 음식 치료와 약물 치료를 함께 진행하면 서서히 회복할 수 있대요.”“사장님의 죽음에 수상한 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사모님과 함께 그 사건을 수사하는 거예요. 아마 사모님도 사장님이 죽은 진실을 알고 싶을 거예요.”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8화

    장례식장 안을 모두 뒤져 봤지만 사모님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리 조급하지 않던 내 마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불안해졌다.사모님은 현재 몸 상태도 안 좋고 정서도 매우 불안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족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됐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내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그러다 결국 방법이 없어 나는 문득 사모님 번호를 떠올려 그쪽으로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계속 긴 연결음만 들릴 뿐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려고 할 때 연결음이 꺼졌다. 액정을 확인하니 전화가 연결되었다.“사모님?”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수호 씨, 나 괜찮으니까 좀 내버려둬요.]사모님 목소리는 매우 우울해 보였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한테는 너무 듣기 좋았다. 나는 다급히 물었다.“사모님, 어디 있어요? 너무 걱정돼요.”[혼자 있고 싶어요.]“알아요, 아는데 어디 있는지만 알려줘요. 사모님이 안전하다는 거 확인해야 해요.”전화 건너편에서 한참 침묵이 흘렀다.그때 갑자기 차 경적음이 들려왔다.그렇다는 건 사모님이 장례식장에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나는 문득 사모님이 있을 수 있는 곳이 떠올랐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모님, 알려주시면 안 돼요?”사모님은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이미 대충 답을 얻은 나는 장례식장을 뛰쳐나가 택시를 잡고 사장님이 사고를 당한 곳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사모님을 찾았냐는 윤지은의 전화를 받은 나는 내 추측을 말했다.“아니요. 사모님 아마도 사장님 사고 난 곳에 있는 것 같아요.”[거긴 왜?]윤지은은 이해가 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사장님 죽음이 수상해 직접 조사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단순히 사장님이 그리웠을 수도 있고... 아무튼 저 지금 가는 중이에요.”[그럼 먼저 건너가. 나 이따 바로 갈게.]나는 윤지은과 상의한 뒤 먼저 사장님이 사고 난 곳으로 향했다.사고가 난 곳은 절벽인데, 사모님은 마침 절벽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7화

    사모님의 이런 모습을 보니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다문 채로 옆을 지켜드렸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졸음이 몰려왔다.최근 계속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그동안 제대로 휴식한 적 없어, 나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시 눈을 붙이려고 했다.하지만 잠을 편히 잘 수 없었다. 꿈속에서 정 사장님은 계속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나도 사장님을 구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사장님과 닿을 수 없었다. 그러다 꿈의 마지막쯤 정 사장님은 가면을 쓴 사람에게 살해당했다.꿈에서 놀라 깬 나는 이미 온몸이 식은땀에 푹 젖어 있었다.비록 꿈이었지만 꿈에 나온 장면들이 너무 생동해서 직접 경험한 것 같았다.밖은 어느 때부터인지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고,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최면 노래처럼 느껴졌다.피곤함에 눈을 비비다가 문득 사모님이 침대에서 사라졌다는 걸 발견한 나는 다급히 호텔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사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나는 호텔 안을 마구 달리며 윤지은에게 전화했다.“혹시 유미 사모님 봤어요?”[나 계속 밖에 있어서 유미 본 적 없는데? 네가 유미 호텔에서 돌봐주던 거 아니었어? 그런데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윤지은이 반문했다. 이에 나는 얼른 설명했다.“제가 너무 피곤해서 잠깐 눈 붙였는데 깨어나니 사모님이 사라졌어요.”[넌 대체 뭘 할 수 있어? 사람 하나 돌보는 것도 못해?]윤지은은 나를 꾸짖기 시작했다.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이리저리 찾으며 물어봤지만 호텔 직원들도 모두 사모님을 본 적 없다고 했다.결국 나는 프런트에 달려가 물었지만 프런트 직원들도 못 보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럼 CCTV 한번 확인할 수 있을까요?”“안 됩니다. 호텔 규정상 CCTV는 함부로 보여드릴 수 없어요.”나는 다급히 말했다.“제 친구 남편이 이틀 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친구 정서가 엄청 불안해요. 반드시 빨리 찾아야 해요. 지금 우선 CCTV 확인해 줘요. 제가 당장 경찰에 신고할 테니까...”“안 됩니다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6화

    그렇지 않으면 여자가 이렇게 빨리 남편 시신을 화장하려고 하는 이유가 없다.내가 분명 이번 교통사고가 단순한 사고가 아닐 거라고 말했는데 들을 생각도 하지 않다니.나는 슬쩍 찔러보려고 다시 물었다.“왜 그렇게 서둘러요? 혹시 뭐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여자는 내 말을 듣더니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 나는 뭔가 찔린 듯 불안해하는 여자의 행동을 눈에 담았다. 그러고는 갑자기 여자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뭔가 알고 있는 거죠? 알고 있는 거 다 얘기해요. 그게 이번 사고의 진실을 밝힐 수도 있어요...”“뭐 하는 거예요? 아파요.”여자는 내 손을 뿌리쳤다. 여자의 아들은 어머니가 괴롭힘당하는 걸 보자 바로 나를 막아섰다.지금 내 실력으로 두 사람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윤지은은 일을 크게 만들까 봐 내 팔을 쿡쿡 찔렀다.“됐어. 저 사람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나는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너무 수상해 반드시 기회를 잡아 두 사람의 입을 열어야 했다.하지만 점점 모여드는 구경꾼들 때문에 나는 결국 포기할 수박에 없었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내가 내키는 대로 소란을 피웠을 테지만, 정서가 불안정하기에 사모님한테 피해 가게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장례식장을 떠난 뒤 두 사람을 찾아 결판 낼 생각이었다.오늘 장례식장에 나타난 유가족은 또 있었다. 바로 운전한 오 기사님 가족이었다.오 기사님 가족은 얘기가 잘 통해 화장을 조금 미루기로 했다. 그들 역시 이번 교통사고가 수상쩍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오 기사님 아들은 심지어 확신했다.“제 아버지 운전 실력은 엄청 좋아요. 사고가 난 곳도 생전에 수백 번도 더 다녔던 곳이라 그 길을 잘 알고 있어요.”“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처음에 믿지 않았어요. 난 이번 일 제대로 조사해서 아버지 결백을 증명할 거예요.”겨우 생각이 같은 사람을 찾았다는 생각에 나는 너무 기뻤다. 결국 조금희의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5화

    “들여보내 줘요. 나 호섭 씨랑 같이 있을래요. 같이 있어 줘야 해요...”장례식장 입구에서 유미 사모님은 몇몇 직원들에게 가로막혀 애타게 울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자마자 나와 윤지은은 급히 달려갔다.“사모님, 여긴 왜 왔어요?”장례식장도 규칙이 있는데 가족 방문 횟수가 제한되어 있다. 우리가 나가기 전 분명 사모님더러 호텔에서 휴식하라고 했는데,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한참 애를 먹던 두 직원이 얼른 말했다.“얼른 이분 좀 말려 봐요. 이곳 냉기를 보통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어하세요. 그런데 자꾸만 안에 들어가겠다고 하시는데, 절대 안 됩니다.”“그리고, 절차는 다 밟았나요? 다 밟았다면 얼른 화장할 수 있게 사인하세요. 시체 안에 계속 두고 있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에요...”나는 손을 저으며 두 직원의 말을 잘랐다.“네, 알겠어요. 먼저 가서 일들 보세요.”나와 윤지은은 유미 사모님을 조용한 곳으로 데려갔다. 사모님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고 너무 지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윤지은도 드물게 눈시울을 붉혔다.“유미야, 이러지 마...”윤지은은 흐느끼느라 말도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사모님 역시 슬피 울부짖었다.“왜? 좋은 사람은 복이 온다며? 그런데 왜...”“호섭 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인데. 호섭 씨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 얼마나 많은 선행을 베풀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야? 왜...”처절한 외침에 듣는 나도 너무 괴롭고 삼장이 칼에 베이는 것처럼 아팠다.이 순간 어떤 위로의 말도 소용없다. 그 어떤 위로도 사모님의 비통한 심정을 달랠 순 없으니까.나는 그저 사모님이 진정할 수 있게 침을 놔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나는 조금 안정이 된 사모님을 안아 차에 앉혔다. 창백하고 초췌한 사모님의 얼굴을 보니 내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 그때 윤지은이 이를 악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이번 사건 우리가 꼭 밝혀낼게.”그 순간 나도 윤지은과 같은 마음이었다.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고 그걸 당장 토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74화

    나는 윤지은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해 무척 감격스러웠다.나 혼자 다른 도시에서 도움 없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 건 확실히 힘들다. 하지만 윤지은이 같이 조사하겠다고 하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나는 느릿한 말투로 진지하게 말했다.“이번에 우리 같이 손을 잡고 정 사장님을 위해 진실을 밝혀요.”그동안 나와 윤지은은 서로 고양이와 개처럼 항상 만나기만 하면 싸웠는데, 이번만큼은 힘을 합쳐 함께 정 사장님 사건을 조사하기로 했다.우리는 해야 할 일을 확인한 뒤, 강한나를 만나러 갔다. 강한나라면 전문가의 관점에서 우리를 도와 증거를 수집할 수 있을 테니까.“최선을 다해 볼게.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내가 방금 사건 기록을 봤는데 현장 사진과 다양한 증거들을 취합해 보면 단순 사고사일 수 있어.”“내가 의심했던 브레이크 흔적 거리인데, 이것도 어찌 보면 사고사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어. 결론적으로 조사하기 매우 어려워.”한참 듣고 있던 윤지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현장 증거로 조사할 수 없으면 다른 쪽으로 출발해야겠네.”한창 낙담하고 있던 나는 윤지은의 말에 다급히 물었다.“혹시 방법이 있는 거예요?”윤지은은 팔짱을 끼면서 냉정하게 분석했다.“내가 알기로 운전한 기사는 호섭 씨랑 오랜 친구였고 운전 실력도 엄청 뛰어나. 이 점에서 출발하면 될 것 같아. 그리고 함께 차에 탔던 피해자 가족들도 조사해 볼 수 있어.”나는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럼 사고 유가족들부터 조사해 봐요.”강한나는 우리를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그렇게 할 거야? 이 사건이 만약 인위적인 거면 두 사람도 위험해. Y시는 국내 다른 도시들과 달라. 여긴 무법지대인 D국과 엄청 가까워.”윤지은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그게 뭐? 의심 가는 구석이 있는데 그냥 덮자고? 그러고도 내가 무슨 친구야? 유미 지금 충격이 너무 커. 호섭 씨는 유미한테 가장 중요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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