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해요. 한 번 더...”이다연은 신이 나서 점점 게임에 몰입했다.하지만 나는 바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늦었어. 이제 자.”“아직 12시도 안 됐는데 뭐가 그렇게 급해요?”“너 생활 패턴이 너무 불규칙적이야. 계속 이러면 호르몬 분비에 영향 줄 거야.”나는 말하면서 이다연의 맥을 짚었다.“이것 봐, 속에 열이 많잖아. 어쩐지 얼굴에 여드름이 많고 성격이 급하다 했네.”이다연은 내 손을 탁 쳐냈다.“오빠도 왜 우리 아빠랑 똑같아요? 잔소리 대마왕, 짜증 나!”나는 이제야 이다연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이다연은 몸에 화가 많아 다른 사람이 저를 귀찮게 하는 걸 싫어하고 조금만 잔소리해도 화내고 짜증 낸다.“이거 병이야. 알아 몰라?”이 다연은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병 있는 건 오빠겠죠. 우리 아빠도 의사거든요. 내가 병이 있는지 없는지 아빠가 모르겠어요?”“네가 이 선생님과 말도 안 섞으려 하는데 선생님이 어떻게 알아? 네가 그럴 기회를 줬어?”이다연은 할 말이 없었는지 조용해졌다.나는 이내 말투를 누그러뜨렸다.“하나만 묻자. 너 이런 증상 몇 년이야?”“이런 증상이라니요?”“화가 많고 인내심이 없고 자꾸만 짜증 내고, 사람을 만났다 하면 싸우고 소통하기 싫어하는 거 말이야. 너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지?”이다연은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나를 봤다.“어떻게 알았어요? 아빠한테서 들었어요?”“이 선생님은 그런 말씀 없으셨어. 이건 네 맥을 짚어보고 안 거야.”“못 믿겠어요. 지금 내 문제를 알아낸 건 둘째 치고 예전에 어땠는지까지 안다고요?”이다연은 눈을 부라렸다.나는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네가 예전에 어땠는지 난 확실히 몰라. 하지만 네 부모님이 저렇게 좋은 분들이신데, 네가 두 분 자식이니 인성이 나쁘지는 않겠다 생각한 거지.”“게다가 네 맥을 짚어봤는데, 너 몸에 문제 많아. 지금 네가 이러는 것도 그것 때문이고.”이다연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지 한숨을 푹 쉬었다.그 모습에 나는
이다연은 내 말에 놀랐는지 얼굴이 창백해졌다.“나중에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찾아와. 오늘 일찍 자.”나는 말을 마치고 방을 나갔다.이 선생님과 이 사모님은 거실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나오자 얼른 다가와 물었다.“어때? 저 계집애가 얘기하려고 들어?”“이 선생님, 이 사모님, 우선 앉으세요. 천천히 말씀드릴게요.”이다연의 상황은 조금 심각하기에 나는 반드시 자세히 설명해 줘야 했다.“선생님, 다연이가 지금 우울증 경향이 있어요. 게다가 오랜 시간 밤을 새우고 식사를 걸러 호르몬 분비가 불규칙적이에요. 이건 악순환이에요.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기분이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면 그 때문에 또 잘 먹지도 잘 자지도 못할 거고. 결국에는 무너지고 말 거예요.”“방금 왜 이렇게 됐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끝까지 말을 안 하더라고요. 이건 두 분이 노력해 주셔야 해요. 되도록 일찍 자게 하고 밥도 잘 챙겨 먹게 해서 몸 건강부터 회복하게 해야 해요.”내 말을 들은 이 사모님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다.“그렇게 심각해요? 그럼 어떡해요? 생명에 지장 있는 거 아니에요?”이 선생님도 마음이 아픈 표정이었다. 그동안 딸이 반항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만 생각했지 우울증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더 슬픈 건 본인도 한의사면서 그걸 지금껏 몰랐다는 거다.이 선생님은 후회하며 제 뺨을 때렸다.나는 다급히 이 선생님을 막았다.“이 선생님, 그러지 마세요. 앞으로 꾸짖기보다는 소통으로 해결하세요. 선생님도 한의사이니 분명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그러니 우선 다연이 몸조리부터 해주세요.”“우선 다연이 몸 건강부터 챙기고 마음의 병은 천천히 치료해요. 너무 심각한 상황은 아니니 희망이 있어요.”이 선생님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고맙네. 정말 고마워. 수호 씨가 아니었다면 우리 딸이 우울증 때문에 그랬다는 걸 몰랐을 거야. 난 정말 아빠 자격도 없어. 너무 부끄러워...”이 선생님은 자책하면서 후회했다.나는 두 분 마음이 괴롭다는 걸 알았지만
“애교 누나, 왜 그래요? 애교 누나는 형수 집에 있었기에 나는 얼른 안으로 뛰어 들어가 무슨 일인지 여쭈었다.“혹시 형수가 깨어났어요?”나는 말하면서 침실로 들어가 확인하려고 했다.그때 애교 누나가 불안한 듯 말했다.“아니에요. 태연이 일이 아니라 내 일이에요.”이미 침실 문 앞에 도착한 나는 안을 들여다봤더니 형수는 확실히 아직 누워 있었다.형수가 깨어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순간 나는 실망했다.하지만 애교 누나한테 일이 생겼다고 하니 다시 긴장했다. 나는 얼른 애교 누나 쪽으로 몸을 돌렸다.“왜 그래요? 혹시 어디 아파요?”애교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그럼 무슨 일인데요?”애교 누나는 입을 오므리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나 이번 달에 생리가 안 왔어요.”“요즘 형수 돌보느라 힘들어서 미뤄진 거예요?”내 첫 번째 반응은 이거였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항상 정확한 날짜에 왔어요. 이렇게 미뤄진 건 처음이에요.”애교 누나의 부자연스러운 표정에 순간 안 좋은 가능성이 떠올랐다. 나는 얼른 애교 누나 손목을 잡아당겨 맥을 짚어봤다. 하지만 맥으로 볼 때 아무 이상도 없었다.“임신은 아니에요. 놀랐잖아요.”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애교 누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실망했다.“수호 씨는 내가 임신하는 게 싫나 보네요?”“우리가 결혼했다면 저야 당연히 우리 아이가 태어나기를 바라겠죠. 하지만 지금은 누나 아버지도 저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제가 이 타이밍에 누나를 임신시키면 아버님은 저를 더 미워할 거예요.”나는 솔직한 내 심정을 말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그런데 수호 씨, 나 요즘 왠지 너무 불안해요. 자꾸만 우리가 끝까지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아요.”“혹시 내 여자관계 때문에 그래요?”애교 누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 여자들과는 상관없어요. 애초에 내가 먼저 수호 씨더러 다른 여자들을 만나보라고 했으니까. 수호 씨가 경험을 쌓고 어떤 스타일이 본인한테 가장
나는 다급히 애교 누나를 품에 안았다.“아니에요. 전 누나를 버릴 생각 한 적 없어요. 제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한 일은 모두 누나랑 결혼하기 위해서예요.”애교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가볍게 말했다.“그래서 내가 수호 씨더러 다른 여자들을 만나보라고 한 거예요. 수호 씨가 아직 사회의 매운 맛을 못 보고 결혼이 뭔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난 그렇게 말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난 결혼하고 나서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나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애교 누나, 전 누나 말 듣고 후회한 적 없어요.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 누나랑 대화가 줄었지만 천수당이 안정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거예요.”“정말 그럴까요?”“그럴 거예요. 저를 믿어줘요.”나는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마치 그 말을 나에게 하는 것처럼.그와 동시에 나는 스스로 절대 애교 누나를 저버리면 안 된다고 귀띔했다.애교 누나는 나를 꼭 끌어안았다.“내가 너무 한가해서 쓸데없는 생각이 많았나 봐요. 나도 얼른 시험 봐서 일자리를 찾을 거예요. 그러면 이런 헛된 생각도 안 할 거니까요.”“그래요. 형수 쪽은 제가 도우미를 알아볼게요. 그럼 우리도 우리 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사람은 누구나 바쁜데 나는 애교 누나를 집에 가둬놓고 형수를 돌봐 주라고 강요할 수 없고 누나에게 모든 걸 떠넘길 수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누나는 분명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길 거다.이건 내가 그동안 너무 바빠 애교 누나의 기분 변화에 관심을 주지 못한 탓도 있었다.나는 집에 남아 애교 누나 곁에 더 있으려고 했지만 누나는 한사코 거절했다.“됐어요. 이제 괜찮아졌으니 가서 일 봐요.”애교 누나도 자기가 요즘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애교 누나도 사랑을 갈망하고 행복한 결혼을 갈망하지만 이미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모든 희망을 남자와 결혼에 두고 싶지 않았다.여자는 독립적이어야 더 잘 살 수 있다.내가 떠난 뒤 애교 누나는 마음을 추스르고
이 일은 내가 진동성과 여러 번 확인해 봤기에 틀릴 리 없다.게다가 가게 이름과 사장님 이름 모두 맞아떨어졌다. 그렇다면 한 가지 가능 성밖에 없었다. 조천석은 그 의학서적을 구매한 뒤 내가 다시 찾으러 올까 봐 잡아떼는 거였다.나는 내 쪽으로 다가오는 직원을 밀쳐내고 차가운 표정으로 조천석을 바라봤다.“그 의학서적은 우리 정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건데 진동성이 도둑질해서 팔아버린 거예요. 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돌려주세요. 안 그러면 나도 참지 않을 거예요.”“흥! 애송이 같은 녀석. 나이는 어린데 말하는 게 거침이 없네. 감히 내 구역에 와서 소란을 피우고 참지 않겠다고?”조천석은 냉소를 흘리더니 가게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냈다.경진당은 그리 크지 않아 직원이 고작 5명이었다. 때문에 나는 쓰게 보지 않았다.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조천석을 향해 말했다.“일을 크게 벌이겠다는 뜻인가요?”“일을 크게 벌이는 게 누군데? 네 놈이 찾아와서 행패 부렸잖아. 나한테 의서가 없다는데도 계속 물어봤잖아.”“그 의서는 우리 정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온 건데 진동성이 훔쳐 가서 사장님께 판 거예요. 인정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 없어요. 진동성이 여기에 다녀갔는지는 경찰이 와서 조사해 보면 알겠죠.”“제가 좋은 말로 얘기하는 건 그 의서를 사고 싶어서 그래요. 하지만 계속 제 호의를 무시하면 어디 두고 보자고요.”“잘 들어. 내 손에 들어온 건 빼앗아 갈 생각 하지 마!”조천석은 으름장을 놓았다.역시 이런 사람과 제대로 얘기해서 말이 통하지 않을 줄 알았다.“네, 좋아요. 그럼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요.”나는 경찰에 신고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하지만 그때 조천석이 갑자기 핸드폰을 든 내 손을 쳐내는 바람에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졌다.그 행동은 내 분노에 끝내 불을 붙였다.“3초 줄 테니 내 핸드폰 당장 주워요.”나는 조천석을 보며 명령조로 말했다.하지만 조천석은 기승을 부리는 얼굴로 나를 보며 이죽거렸다.“줍기는 무슨
상의가 끝난 뒤 놈들은 다 함께 나에게 덤벼들었다.하지만 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얼마 전에 연습한 게 헛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안성태같이 덩치 큰 사내놈도 내 안중에 없었는데 이런 일반인들이 무서울 리가 없었다.몇 분도 안 되는 사이에 나는 나머지 상대를 모두 쓰러뜨렸다.내가 손을 툭툭 털어내며 조천석에게 걸어가자 조천석은 겁에 질린 듯 연신 뒷걸음쳤다.“그 의서는 나한테 없어.”조천석이 그 의서를 산 뒤 그 책이 고대 의학서적이라는 걸 발견했다. 게다가 마침 약재상이 그 책을 마음에 들어 하는 바람에 비싼 값을 받고 다시 되팔았다.나는 이런 결과는 생각지도 못해 버럭 화를 냈다.“누구한테 팔았어요?”“서, 서윤기라는 G시 약재상.”그 이름을 들은 순간 나는 멍해졌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다고?’“이름이 한자로 뭔데요?”“천천히 할 때 서, 윤택할 윤, 일어날 기.”보아하니 내가 아는 서윤기가 맞았다.나는 그 책이 돌고 돌아 서윤기 손에 갔을 줄은 몰랐다.나는 조천석을 밀어버리고 경진당을 나섰다. 그러다가 차에 앉아 한참 고민하다가 서윤기에게 전화하기로 했다.그건 의학서적이라 상대가 돈을 더 부르면 부르는 대로 값을 쳐주면 그만이었다.나는 단지 할아버지가 남겨 주신 물건을 돌려받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떼문에 곧장 서윤기에게 전화했다.“서 사장님, 혹시 아직 강북에 계시나요?”서윤기는 G시 특유의 말투로 말했다.“요즘은 거기 없는데. 무슨 일인데 수호 씨가 나를 다 찾아요?”“확실히 드릴 말씀이 있거든요. 혹시 언제 강북에 오면 만나서 얘기해요.”“이틀 뒤에 가니까 그때 전화할게요.”“네.”서윤기와는 그나마 대화가 잘 통했다. 때문에 나는 이틀 뒤 서윤기가 강북에 오면 그때 다시 의서에 환해 말해보기로 했다.오후가 되어서야 나는 천수당으로 갔다. 그러고 나서 민우와 현성과 함께 밤늦게까지 바삐 일했다.임설아는 요즘 들어 민우를 부쩍 많이 찾아왔고 음식과 과일을 항상 가져왔다.하지만 전에 카톡으로 나와 대화했
“이러면 이혼하기 전에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어요. 차라리 이렇게 해요. 만약 그 자식이 또 찾아와서 괴롭히면 여기서 지내요. 아이는 진용진 친자식이니 설마 아이한테 해코지하지는 않겠죠.”고수연은 이미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혼 소송 과정은 아주 기나긴 싸움이다.그동안 진용진이 시시때때로 와서 괴롭히고 있고.고수연은 결국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계속 이렇게 피해 다니는 것도 방법은 아니잖아요. 엄마가 요즘 나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는데 그 자식이 엄마 앞에서 무슨 말을 할지도 몰라요.”계속 이러는 게 확실히 좋은 방법은 아니다.때문에 얼른 이혼해 진용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한다.“이따가 내가 실력 있는 변호사가 있는지 알아봐 줄게요. 되도록 단번에 이혼할 수 있게.”고수연을 진정시킨 뒤 나는 어른 윤미화에게 전화해 고수연의 상황을 말했따.[수호 씨 가게에서 일하는 그 회계사 말이야? 수호 씨 형수 동생이라는 사람? 이제는 하다 하다 형수 동생 일까지 신경 써? 정수호, 아주 짐승이네. 형수를 따먹고 형수 동생까지 따먹으려고?]나는 그 말에 눈을 까뒤집었다.“우리는 그냥 지인이에요. 그런데 눈앞에서 그런 쓰레기한테 괴롭힘당하는 걸 보고도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도울 거예요? 말 거예요? 도와주기 싫으면 됐어요.”윤미화가 또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나는 일부러 튕겼다.그런데 윤미화한테는 이런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안 도와주면 어쩔 건데? 전화 끊으려고? 그럼 끊어 보던가.]“윤 사장님, 잘못했어요. 한 번만 도와줘요.”사내대장부라면 굽힐 때 굽힐 줄도 알아야 하는 법.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었다.[꼬락서니 하고는. 실력 있는 변호사라면 나도 많이 알고 있어.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이혼 소송은 쉽지 않아. 유명세 좀 있다 하는 변호사들은 이런 사건 안 받아.]“알아요 알아. 하지만 대단한 변호사가 같이 싸워주면 변호사 없이 싸우는 것보다야 낫잖아요?”나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내가 변호사 한 명 소
“그럼 제가 먼저 4백만 원을 보내드릴게요. 나중에 수수료는 위자료를 많이 받을수록 많이 드릴게요.”전화를 끊은 뒤 고수연은 나를 바라봤다.“나한테 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수호 씨가 먼저 4백만 원 대줄 수 있어요? 나중에 돈이 생기면 갚을게요.”“그래요.”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연재혁에게 4백만 원을 이체했다.고수연을 도와 진용진 문제를 해결하면 고수연도 더 이상 이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거고 가게 일에 전념할 수 있다.남을 돕는 게 나를 돕는 거나 다름없는데, 안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고수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증거를 정리했다.나와 애교 누나는 형수의 몸을 닦아준 뒤 함께 누나네 집으로 향했다.양춘미가 이제부터 형수네 집에서 지내야 하기에 집에 더 이상 남은 방이 없었다. 때문에 나는 애교 누나 집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내가 누나를 안고 입을 맞추려 할 때,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우리는 당연히 고수연일 거라고 생각해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밖에 있는 사람을 본 순간 애교 누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엄마, 여긴 어쩐 일이에요?”고혜란의 차가운 눈빛이 나에게 떨어진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온몸이 불편했다.“네 아빠가 너 걱정된다면서 나보고 와보라고 했어. 난 그래도 좋은 말 좀 해줄까 하고 왔는데...”“엄마, 제 말 들어봐요.”애교 누나는 매우 초조해 보였다. 나는 누나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까 봐 먼저 나서서 말했다.“어머님, 이건 어머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상황이 아니에요. 제가 오늘 가사 도우미를 고용해서 한 번 들른 것뿐인데, 마침 지낼 방이 없어서 애교 누나 집에 온 거예요.”고혜란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그래서? 야심한 시각에 여기서 지내려던 건 아니고?”그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고혜란의 싸늘한 시선은 이내 애교 누나에게로 옮겨겼다. 심지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애교 누나를 바라봤다.“너도 참 애가 맹해. 한번 상처받았으면서 아직도 저신 못 차렸어?
나는 흠칫 놀라 뒤돌아 도망치면서 다급히 해명했다.“서나연 씨,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서나연 씨 병은 침술로 치료해야 하는데, 침술을 하려면 옷을 벗어야 해요...”서나연은 좀처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나를 찌르려고 달려들었다.심지어 서광진도 막지 못했다.“아빠, 아빠는 상관하지 마요. 내가 이렇게 크는 동안 내 앞에서 이런 사람 한 명도 없었어요. 오늘 저 사람 가만 내버려두면 울분을 삭일 수 없어요.”나는 서나연이 나를 쫓는 게 두려운 게 아니었다. 서나연의 속도는 나를 절대 따라잡을 수 없으니까.다만 반항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만약 서나연을 다치게 하기라도 하면 수천 수백억으로도 배상할 수 없을까 봐 가장 두려웠다.문 앞까지 도망간 나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서 회장님, 서나연 씨가 오늘 치료받을 상태가 아닌 것 같으니 나중에 할게요.”“다음번이라니?”그때 밖에서 문이 열리더니 서지예가 가위를 쥐고 나를 베려고 하는 언니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언니, 지금 뭐 하는 거야?”서지예는 다급히 내 앞에 막아섰다.그러자 서나연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저 사람한테 물어봐.”“우리 언니한테 무슨 짓 한 거야?”서지예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그 질문에 나는 억울하기만 했다.“치료하려면 옷을 벗어야 한다니까 저래요. 옷 안 벗고 침 어떻게 놔요?”서지예는 내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바로 언니한테 그렇게 말했어?”“그럼요. 안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데요?”나는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우리 언니는 엄청 보수적인 사람이야. 어릴 때부터 언니 앞에서 그렇게 가벼운 말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사전에 고지하지도 않았잖아요...”“지금 고지했잖아.”서지예는 말을 마친 뒤 서나연에게 다가갔다.“언니, 나도 의사야. 저 사람 말 못 믿는다 쳐도 내 말도 못 믿어? 한의학에서의 침술은 확실히 옷을 벗어야 해. 저 사람이 언니를 상대로 뭘 해보려는 게 아니야. 게다가 저
윤지은은 이애교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정수호가 아까 나한테 그랬는데, 화 안 나요?”그 말에 이애교가 오히려 반문했다.“내가 왜 화내야 해요?”“질투 안 나요? 속 안 불편해요? 정수호는 애교 씨 남자 친구잖아요.”윤지은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 말에 이애교가 설명했다.“수호 씨는 아직 젊어서 연애를 경험해 보지 못했어요.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거 당연한 거 아니에요? 나도 잘생긴 남자를 좋아해요.”“애교 씨 마인드는 참 이상하네요.”윤지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하자 이애교가 싱긋 웃으며 반박했다.“그건 지은 씨가 젊어서 아직 단순해서 그래요. 나처럼 실패한 결혼을 경험하면 사람을 잘 보게 돼요.”윤지은은 그 말을 동의할 수 없었다.“그건 아니라고 봐요. 젊다는 건 단지 개념일 뿐이에요. 난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에요.”“난 지은 씨와 실랑이 벌이러 온 거 아니라 병문안 온 거예요. 지은 씨가 수호 씨 좋아하면 쟁취해도 돼요. 내 감정을 개의치 않아도 돼요.”이애교는 덤덤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그 말에 윤지은은 다시 한번 경악했다.“지금 장난해요? 자기 남자를 남한테 밀어주는 거예요?”“난 경쟁하는 거 안 좋아해요. 내 사람이라면 누가 끼어들든 나한테 돌아올 거고, 내 사람이 아니라면 강요해도 소용없잖아요. 그리고 난 이제 개방적이에요. 전에 소유했었다는 거면 충분해요. 안 그래요?”윤지은은 이애교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전에는 분명 내성적이고 보수적이라던 사람인데, 대화해 보니 이게 어떻게 보수적이고 내성적인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건 오히려 너무 선진적인 마인드였다.윤지은은 순간 자기가 오히려 보수적인 사람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윤지은은 선을 지키는 사람이지 절대 보수적인 사람은 아니다.윤지은은 다시 한번 자기 생각을 확신했다.“밖에 누구 있어? 나 퇴원 절차 밟아.”윤지은은 갑자기 자기 결정을 바꾸었다....나는 아래층으로 도망쳐 내려온 뒤에도
윤지은은 내가 사운 음식을 보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안 먹어. 버려.”“왜요?”‘내가 뭘 또 잘못했지?’나는 순간 어리둥절했다.‘내가 또 심기 건드렸나?’내가 속으로 중얼거릴 때 윤지은은 이상야릇한 말투로 말했다.“왜긴 왜야? 입 맞이 없어.”“입맛이 없다고요? 설마 임신한 거 아니죠?”나는 말하면서 다급히 윤지은의 맥을 짚어 보았다.“아쉽지만 아니에요.”“아쉬워?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임신이 아니면 책임질 필요 없이 네 애교 누나랑 같이 있을 수 있잖아.”윤지은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지은 씨가 임신하면 난 윤씨 가문 사위로 단번에 신분 상승하는 건데 얼마나 좋아요. 직접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어렵게 선택하지 않아도 되잖아요.”“사람 진짜 뻔뻔하네!”윤지은은 나를 째려봤다.이에 나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진짜 뻔뻔하면 지은 씨랑 애교 누나를 모두 내 아내로 맞이하려고 했겠죠. 안 그래요?”“꿈 깨. 네가 뭐 왕인 줄 알아? 한꺼번에 몇 면과 결혼하게?”“그러니까 뻔뻔하다고 하는 거잖아요. 자, 죽 먹어요.”나는 그 틈에 윤지은에게 죽을 건넸다.그러자 윤지은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먹긴 뭘 먹어? 안 먹어.”“나 뻔뻔한 사람이에요. 안 먹으면 강제로 먹일 수밖에 없어요. 회진하던 의사 선생님이 그걸 보면 병원 전체에 소문날 텐데. 난 이 병원을 그만둬서 괜찮지만 지은 씨는 다르잖아요. 앞으로 이곳에서 일도 해야 할 텐데.”나는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말했지만 윤지은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결국 윤지은이 나를 노려보며 씩씩거렸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정수호, 너 아주...나는 그 틈에 윤지은의 입가에 뽀뽀했다.“협박뿐만 아니라 입도 맞출 건데요. 지은 씨만 괜찮다면 난 두렵지 않아요.”윤지은은 단번에 목덜미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 순간 윤지은은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말로 기분을 형용할 수 없었다.그저 너무 당
요즘은 너무 평화로워 나도 오랜만에 긴장을 풀었다.게다가 나 역시 현성과 주선영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다.현성은 믿음직스러운 사람이고, 주선영은 단순한 사람이라 만약 사귀게 된다면, 현성은 분명 주선영을 끔찍이 아끼고 사랑해 줄 거다.나 혼자 운전해서 월세방으로 돌아와 보니 민우도 집에 없었다.생각하지 않아도 임설아를 만나러 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젠장, 결국 오늘은 나 혼자 외로이 남게 되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다름 아닌 윤지은이었다.요즘 너무 바빠 병원에도 들르지 못해 윤지은의 상처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 상태다.현재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나는 윤지은이 잠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요즘 어떤지 문자를 보냈다.하지만 웬걸? 윤지은은 내 카톡을 차단해 버렸다.나는 이제 이런 일에 익숙했기에 이번에는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 문자는 차단하지 않은 모양이었다.그 시각 한창 핸드폰을 보고 있던 윤지은은 갑자기 뜬 문자를 클릭해 확인했다.[요즘 어때요?]윤지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장했다.[안 죽어.]보아하니 다시 익숙한 윤지은으로 돌아온 모양이었다.나는 얼른 웃으며 답장했다.[카톡은 왜 또 차단했어요? 내가 언제 또 지은 씨 심기를 거슬렀는데요?][차단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이유가 필요해?][요즘 보러 안 갔다고 삐진 거죠?][누가 삐졌다는 거야? 자기애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넌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나도 어린애 아니고. 쉽게 안 속아.][알았어요. 지은 씨 말이 다 맞아요. 난 매너 있는 남자니까 여자랑 안 싸워요. 내일 보러 갈 건데, 뭐 먹고 싶어요? 챙겨 갈게요.][먹고 싶은 거 없어. 올 필요도 없고. 네 얼굴 보기 싫어.]‘또 반대로 말하네.’나는 이제 윤지은이 어떤 사람인지 거의 다 파악한 상태다. 윤지은과 대화할 때는 대부분 말을 바꾸어 이해해야 한다.[알았어요. 안 물어볼게요. 내일 내가 알아서 할게요.]윤지은이 한창 나와 대화하고 있을 때, 서지예가 밖에
“우리는 돈이 없고, 저 영감은 돈이 있는데, 저 영감을 찾아오지 않으면 누구를 찾아가겠어요?”“서 사장님과 돈을 벌면서 본인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으려고 하더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다고? 그리고, 우리가 뜯어낸 돈은 저 사람이 번 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없어요.”나는 당연하다는 듯 반박했다.내 대답을 조용히 듣던 여자는 싱긋 웃으며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손으로 내 어깨를 둘렀다.“돈은 받아 가요. 하지만 난 다른 걸 원해요.”“뭘 원하는데요?”나는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봤다. 왠지 여자의 목적이 단순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그때 여자가 내 몸에 기대더니 귓가에 소곤거렸다.“난 당신을 원해요.”나는 눈이 휘둥그레서 여자를 바라봤다.‘무슨 뜻이지? 장난하나?’“미쳤어요?”내 안색은 단번에 어두워졌다.그러자 여자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나 미쳤어요. 의사가 그러는데 내가 많이 아프대요. 너무 오랫동안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건장한 사내를 찾아 양기를 제대로 보충해야 한대요.”나는 이제야 여자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지난번에 여자가 나한테 달라붙어 나를 꼬실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주광덕이 평소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하니 여자는 다른 남자를 몰래 만날 생각이었다.남자만 바람피운다는 법은 없다.주광덕은 자기가 이 여자한테 완전히 놀아났다는 걸 아마 모를 것이다.나는 현성을 앞으로 밀었다.“얘랑 예기해 봐요. 이 자식 아다라 활력이 넘칠 거예요.”현성은 어리둥절해서 나를 봤다.“수호야, 이러면 안 되지. 난 못 해. 나 아직 선영이 마음도 못 얻었다고.”나는 얼른 현성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난 정말 안 돼. 여자 친구가 나 단속하거든. 너도 알잖아. 내 여자 친구 아버지가 강북시 부시장인 거. 만약 내가 밖에서 함부로 하고 다니는 걸 들키면 끝장이야.”현성은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네가 몸 함부로 굴리고 다닌 게 처음도 아니고. 이번 한 번 더한다고 티도 안 나.
그런데 오늘 현성만 잡힐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때문에 지금으로서 주광덕에게 선택지라고는 나와 서윤기와 척지거나 진술을 바꾸거나 두 가지뿐이었다.잠시 속으로 저울질하던 주광덕은 결국 전 자를 선택했다.“아니에요. 이 사람이 거짓말하는 거예요. 이 둘이 한패예요. 난 이 두 사람 몰라요.”현성은 나를 보며 어떡하냐는 눈빛을 보냈다.나도 주광덕이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나는 다급히 주광덕의 혈자리를 누르며 다시 물었다.“삼촌, 내 얼굴 제대로 봐요. 나 정말 몰라요?”주광덕은 혈자리가 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방에서 요염한 여자가 걸어 나와 이상한 눈빛으로 방 안을 둘러봤다.그 틈에 주광덕은 몸을 버둥대며 나를 밀어냈다.“이 사람이 내 아내예요. 여보, 자기가 말해 봐. 이 사람들 강도 맞지?”나와 현성은 순식간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하지만 여자는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와 내 팔짱을 끼며 놀라운 대답을 했다.“여보, 이 사람 당신 조카잖아요. 잊었어요?”여자의 답변에 나와 현성마저 어리둥절해졌다.다행히 경찰의 고비는 넘겼다.두 경찰은 주광적을 훈계조치하고 바로 떠났다.경찰이 떠난 뒤 주광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왜 그래? 저 사람들이 뭐 하는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바보예요? 상대가 돈을 돌려줬는데 아무리 경찰에 신고해도 하루 정도 잡혀 있다 바로 풀려날 텐데. 나중에 저 사람들이 나오면 그땐 어떡하려고요?”여자는 주광덕보다 더 주도면밀했다.주광덕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렇네. 그래도 어떻게 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어? 저 사람들이 맨날 와서 돈 뜯어내는 거 난 더 이상 못 참아.”“오늘 가게 매출 바닥 났다고. 내가 뭐 부자도 아니고 어떻게 매일 저 사람들한테 돈 갖다 바쳐?”주광덕은 가게 매출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 뒤도 생각하지 않고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그 말에 여자가 주광덕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설마 성공해도 남 덕분, 실패해도 남
“수호야. 방금 왔는데 또 어디 가려고?”샤워를 마치고 온 민우는 내가 다시 나가려고 하자 걱정스레 물었다.나는 신발을 신는 와중에 민우를 흘끗 보며 대답했다.“일 있어서 잠깐 나갔다 올게. 너 먼저 자. 기다릴 필요 없어.”“알았어. 일찍 돌아와.”민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우리 셋은 늘 이렇게 잘 맞다. 서로 믿기 때문에 묻지 말아야 할 건 눈치껏 묻지 않지만 정말 일이 있을 때는 모두 함께 하는 게 우리 사이의 국룰이다.나는 얼른 차를 몰고 주광덕이 사는 동네로 향했다.동네에 도착해 경찰차를 본 순간 나는 일이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다.주광덕은 역시나 함정을 파놓고 우리를 기다렸던 거였다.나는 현성의 상황을 몰랐지만, 현성의 차가 아직 아래에 있는 걸 봐서 이미 위층으로 올라갔다는 뜻이었다.나는 현성에게 문자를 보내 절대 위협을 가하거나 돈을 빼앗았다는 걸 인정하지 말라고 알렸다. 그러고는 나도 이미 아래층에 도착해 방법을 생각하는 중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그 시각, 현성은 위층에서 경찰의 심문을 받고 있었다.현성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내 문자를 보자 서서히 걱정을 내려놓았다.“다시 묻겠습니다. 이 2천만 원은 어디서 났죠?”현성은 가슴을 쭉 펴고 큰 소리로 말했다.“저 사람이 준 거예요.”“그런 일 없어요. 난 저 사람 모르는데 어떻게 그리 큰돈을 그냥 주겠어요? 형사님, 저 사람은 강도예요. 당장 잡아가세요.”어느새 냉정을 되찾은 현성은 당장 반박했다.“강도요? 당신이 직접 문 열어준 거 잊었어?”“그리고 보시다시피 제 몸에 문을 따고 들어올 만한 도구가 있나요? 없잖아요. 도구도 없는데 어떻게 강도예요?”주광적이 말했다.“나를 협박한 거잖아. 나는 나이 많은 늙은이고 그쪽은 건장한 젊은이니까 나를 해칠가 봐 돈을 준 거라고.”“형사님, 나 정말 저 사람 몰라요. 제발 잡아가세요.”주광덕은 진작 함정을 파고 우리를 기다렸다. 그런데 현성은 정말 그 함정에 빠지고 만 거였다.현성은 얼굴이
“두 번째도 있어?”연승호는 말도 안 된다는 듯 반박했다.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었다.“계속 그러면 세 번째, 네 번째도 있어.”“너... 알았어. 말해. 두 번째는 뭔데?”연승호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나는 얼른 말을 이었다.“너도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우리 두 가게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지 않을까?”연승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협력?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왜 안 되는데? 레스토랑에서 고기를 많이 먹으면 몸이 안 좋아질 수 있잖아. 그럴 때 우리 한약과 너희 레스토랑 음식을 조합해서 먹게 하면 얼마나 좋아. 너도 그렇게 세트로 팔면 더 좋지 않아?”“그러면 너희 레스토랑도 장사가 더 잘 될 테고 고객들 건강도 좋아지고 서로 좋잖아. 심지어 이걸 너희 가게 특색으로 밀 수도 있잖아!”연승호가 비록 세상 물정 모르고 귀하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이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기에 바로 반박했다.“우리를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솔직히 너희 좋은 짓이잖아. 난 싫어.”“싫다면 너희 가게 손해지. 난 상관없어. 네가 협력 안 하면 난 다른 사람과 협력하면 그만이니까.”나는 질척거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이놈은 돌려줄게. 첫 번째 요구만이라도 잘 기억해. 두 번째는 생각해 보고. 우리 천수당 문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까.”말을 마친 뒤 나는 민우와 함께 어깨동무를 한 채 레스토랑을 나섰다.우리 손에는 연승호의 범죄 증거가 있기에 걱정될 건 없었다.게다가 두 번째는 사실 내가 현장에서 바로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다. 돈 벌 루트가 있는데 벌지 않는 건 바보나 다름없다.인정하기 싫지만 푸른솔 레스토랑은 평판이 좋아 고객이 꽤 많다. 만약 우리의 한약과 이곳 음식을 결합한 음식이 나온다면 그건 분명 이곳 특색이 될 수 있을 것이다.푸른솔 레스토랑에서 나온 민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쉽게 저 자식을 주무를 수 있단. 너무 쉬운 거 아니야?”“아직 경계를 늦추긴 일러. 연승호는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잣집 도련님
여준휘도 사실 무서웠다.우리한테 증인과 물증 모두 있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불안했다.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연승호에게 또 혼나는 건 당연했다.결국 여준휘는 연승호의 다리를 잡고 애원했다.“도련님, 전 안 돼요. 저는 힘도 없고 백도 없는데 정수호 저놈이 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도련님이 나서주세요.”연승호는 당장이라도 여준휘를 차버리고 싶었다.평소에 쓸모없는 것도 모자라 중요한 타이밍에도 실수했으니. 이제는 도망치고 싶어도 나와 민우가 이미 문 앞에 도착해 노크하고 있는 탓에 도망칠 수도 없었다.그 시각.“수호야. 연승호가 문 열까?”민우는 문을 두드리다가 갑자기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안 열면 차라리 더 좋아. 바로 경찰에 신고하면 되니까. 증거도 있는데 무서울 거 뭐 있어?”어찌 됐든 연승호는 이번에 도망칠 수 없다.연승호도 계속 숨어서 나오지 않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었다.그 순간 나는 우리가 잡은 높을 발로 걷어차 우리 넘어뜨렸다.“네 사람이야!”연승호는 겉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 사람이라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는데?”“계속 잡아떼. 이 자식이 이미 다 불었어. 네가 우리 가게 앞에 쓰레기 터러와 똥 테러를 해서 우리 가게 이미지를 망치라고 지시했다고. 여기 영상 증거도 있는데 볼래?”민우는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재생했다.영상 속에서 놈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걸 확인한 연승호는 갑자기 버럭 소리쳤다.“내가 지시했다고 하는데 증거 있어? 이 개자식이. 너 지금 나 모함하는 거지?”연승호는 말하면서 민우에게 달려들어 일부러 과장된 동작으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그 순간 나는 얼른 민우를 뒤로 잡아끌었다.연승호는 때리는 척하면서 기회를 노려 민우 핸드폰을 뺏으려는 수작이었다.민우도 그걸 눈치채고 신속히 연승호와 거리를 두었다.“연승호, 증거 인멸하려고? 잘 들어. 소용없어. 이 자식이 네가 송금한 기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