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2956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하지만 전 황제는 탁자를 '탁' 치며 크게 성을 냈다. “뭐라?!”

전 황제는 한 손으로 열째를 잡아 뒤로 돌리더니 엉덩이를 팡팡 때리자, 열째가 느닷없이 맞고 놀라 대성통곡했다.

전 황제가 때리며 호통을 쳤다. “나이도 어린 것이 공부는 안 하고 아버지에게 구덩이를 파줘? 과인을 묻겠다는 거 아냐? 너 오늘 매 좀 맞아야겠다.”

열째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자 호태비까지 달려와 전 황제가 손찌검하는 것을 보고 열째가 큰 사고를 쳤구나 싶어서 얼른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전 황제가 열째를 놔주며 분기탱천한 얼굴로 말했다. “이 녀석이 과인에게 구덩이를 파줬어. 과인을 묻으려는 게야!”

호태비가 놀라서 얼굴이 다 하얗게 질렸다. “너 미쳤어?”

줄곧 자신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던 아바마마에게 맞았는데, 이번에는 어마마마에게까지 혼나자 열째는 억울하고 슬퍼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찰떡이가 연약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작은 아버지께서는 황조부를 묻으려는 게 아니에요. 쌍둥이가 동물들을 쫓아 보내서 황조부 사냥터가 없어지고 말았잖아요. 열째 작은 아버지는 황조부에게 연못을 파 드리려는 거였어요. 앞으로 산에서 낚시할 수 있게요. 하지만 만두 형이 산에는 물이 없다고 해도 환타가 구덩이를 파봤거든요. 그런데 정말 물이 나오지 않아서….”

이 설명에 따르면 구덩이는 역시 효심의 발로여서 전 황제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호태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듯 했다. “그럼 넌 왜 아바마마께 제대로 말을 못 한 것이냐?”

열째는 억울하다며 하도 울어대서 얼굴이 눈물 콧물 범벅이었다. “소자가 구덩이를 팠다는 말에 아바마마께서 바로 때리셨어요.. 헌데 소자가 어떻게 구덩이에 아바마마를 묻을 수가 있습니까? 다섯째 형수가 소자는 아바마마께 효도해야 한다고 그랬어요. 그러니 소자는 절대로 그런 불효한 짓을 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자 호태비는 손수건을 꺼내 열째의 얼굴을 닦아주며 전 황제에게 눈을 흘겼다. “왜 제대로 묻지도 않나요? 애들이 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2957화

    안풍 친왕 사람들은 한 달간 공무하는 동안 매화장에서 먹고 마셨다. 비록 산에서 파낸 보물은 그다지 많지 않아 처음 부장한 것의 1/10도 되지 않았지만, 돈으로 환산하면 값이 상당했다.안풍 친왕은 전 황제의 기분을 살피기 위해 특별히 사람을 매화장으로 오라고 해서 매입가를 추산하도록 했다. 일부는 헌제 황실 보물이었기 때문에 수장 가치가 있으므로 가격을 높게 쳐줬다. 모든 보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 팔아서 은자로 환산해보니 110만 냥이었다.전 황제가 금액을 듣고 분노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110만 냥이라, 일전 계약에 따르면 자신은 55만 냥을 받을 수 있었다.주인장은 표사를 불러 보물을 운반하게 했다. 주인장이 가자 전 황제는 증서를 꺼내 싱글벙글 웃으며 안풍 친왕에게 내밀었다. “큰아버지, 조카에게 주셔야 할 몫은 주셔야 합니다.”안풍 친왕이 추호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안심해, 내가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 그리고 증서로 보증을 해 뒀으니 넌 일단 기다리거라, 우선 저들에게 나눠주고 다음에 너랑 나랑 나누도록 하지.”전 황제가 이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또 누구에게 나눠 주신다는 말씀입니까?”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와 기세로 몰아붙이며 말했다. “우리들이요!”전 황제는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보니 전부 따르던 호위들이라 품삯이군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시죠, 우선 저들부터 주세요.”10만 냥을 꺼내 품삯을 줘도 전 황제 몫은 아직 50만 냥이 남았기에 괜찮았다.하지만 안풍 친왕이 만 냥짜리 지폐를 꺼내 한 사람에게 한 장씩 나눠줬다.전 황제가 놀라서 얼른 안풍 친왕을 붙잡았다. “큰아버지, 왜 이렇게 많이 주세요? 전부 만 냥씩 입니까?”안풍 친왕이 나눠주면서 말했다. “맞아, 저들이 힘을 쓴 공로가 크니 당연히 많이 받아야지. 우리는 힘쓴 게 없으니 나누는 것도 작은 거야. 네 생각은 다른 거냐?”그러자 전 황제는 기가 막혀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당연히 생각이 다르지, 생

  • 명의 왕비   제 2958화

    안풍 친왕이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증서를 흔들어 보였다. “왜? 종이에 쓰인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큰아버지까지 속이고 싶은 것이냐? 황자들에게 효도를 가르친다고 들었는데 정작 본인이 효도가 뭔지를 모르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느냐?”안풍 친왕이 박해받는 표정을 지으며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 전 황제를 대했다.전 황제가 당황해서 안풍 친왕을 바라봤다. 증서가 얼굴 앞에서 나부끼고 산바람이 자신의 서늘한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도록 전 황제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냉수를 끼얹은 듯 마음이 싸늘해졌고 증서가 비웃듯 눈앞에서 뒹굴었다. 원래는 자신을 보호해 주어야 할 증서가 결국 악인을 보호하는 것으로 변해 버리다니 세상은 불공정하구나!“왜, 트집 잡아 계약을 어기게?” 안풍 친왕이 눈을 가늘게 뜨고 죄인을 성토하는 자세를 취했다.“아…. 아닙니다!” 전 황제의 기세가 약해졌다. 밉지만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그런 억울한 모습 하지 말거라. 말해 봐, 처음에 내가 뭐라고 그랬느냐? 내 몫의 절반을 준다고 했지, 맞지? 증서에도 쓰여 있는데 말이다. 안 그래?”“그렇습니다…. 하지만 나눠줘야 한다고 하시지는….”안풍 친왕이 말을 끊어 버리고 흑영위를 가리키며 전 황제에게 물었다. “저들이 꼬박 한 달 동안 산에서 공무를 봤지? 해가 뜨면 일을 시작해 해가 지도록 쉴 수가 없었지. 얼마나 고단했는지 너도 봐서 알 거야. 안 그러느냐?”“그…. 그건 봤습니다.”“저들이 피땀을 흘려 이렇게 많은 금은보화를 파냈는데 그중 일부를 받아야 마땅하지 않겠어? 세 사람이 광산에서 채굴하는 거에 비유하면 한 사람은 기획하고 다른 두 사람은 채굴하는 일을 했어. 너라면 채굴한 사람에게는 나눠주지 않을 것인가?”“그…. 그건 절대 아닙니다. 허나 이건 상황이 다릅니다... 저들은 큰아버지 사람입니다.”안풍 친왕이 냉소를 지었다. “내 사람이 어쨌다고? 내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얕잡아봐도 된다는 뜻이느냐? 내 사람은 돈을 나눌 자격이 없어? 네가

  • 명의 왕비   제 2959화

    숙왕부에 있던 적성루의 ‘잔당’들이 은자를 받은 후 안풍 친왕이 짠 여정에 따라 숙왕부를 나섰다. 그런데 어찌나 기세가 등등하던지 소요공이 놀라서 옷을 걸치고 나와 자연스럽게 무상황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무상황은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허전하고 무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젯밤 휘형이 저들을 설득했어. 평생 북당을 지켰으니 이 땅 이곳저곳을 다니며 자기들이 지킨 강산이 어떤지 봐야 한다며 말이야.”주 재상이 다가 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휘형이 이렇게 근사한 말을 할 때는 반드시 목적이 있었죠. 아마 저들을 떠나보내려는 걸 겁니다.”“그럼, 네 생각에 휘형은 뭘 하실 거 같아?” 소요공이 쭈그리고 앉아 물었다.“뭐, 곧 알게되겠지.” 주 재상은 침착했다.소요공이 무상황 곁으로 옮겨가며 손가락 두 개를 폈다. “한 개비 더?”“꿈 깨!” 무상황이 아무렇지도 않게 눈을 흘겼다. 한 달에 고작 요만큼인데 거기서 한 개비를 달라니!“주디 누님께서 내일 오는데.. 다 일러바칠 겁니다!” 소요공이 협박했다.무상황이 담배꽁초를 버리며 소요공의 뒤통수를 한 대 갈겼다. “어쭈?”소요공이 쭈그리고 앉아 아직 불이 붙어있는 담배꽁초를 한 모금 빨자 입에서 서서히 담배 연기가 흘러나왔다. 소요공은 담배 연기를 피워올리며 건방지게 말했다. “담배 피운 거뿐만 아니라 어젯밤 술 마신 것도 얘기해야겠네요. 어디 때려보세요.”무상황이 신발을 벗어들고 때리려고 하자 주 재상이 와서 막아서며 무상황에게 말했다. “십팔매한테 한 대 줘요, 안 그러면 하루 종일 쫑알댈 겁니다.”“안 줘!” 무상황은 십팔매가 협박하는 게 제일 싫었다.주 재상이 살짝 무상황을 밀며 눈짓하며 말했다. “줘버려요, 나중에 일러바쳤다가 검사라도 하는 날엔 방에 얼마나 숨겨놨는지 본인이 잘 아시잖아요. 제 방에도 보물을 숨겨놨단 말이에요.”무상황은 호기심이 생겼다. “네 방에는 무슨 보물을 숨겨놨는데?”주 재상이 하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지난번 경주지부

  • 명의 왕비   제 2960화

    소요공이 가만히 듣다가 한마디 했다. “아마 정식으로 돌아갈지 여부는 못 정했을걸요. 정식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 작별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정식으로 돌아간 거면 와서 작별하기도 쉬웠겠죠.”무상황이 턱을 쥐고 말했다. “과인이 역시 한번 다녀와야겠어. 앞으로 갈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왜 없어요? 앞으로 황후마마께서 무슨 약을 만들러 돌아가시면 우리도 따라가서 며칠 놀 수 있지 않겠습니까?” 주 재상이 말했다.“십팔매는 안 데려갈 거야!” 무상황이 악에 받쳐 냅다 소리쳤다.그러자 소요공이 속으로 킥킥 웃어댔다. ‘저 두 약골이 나를 따돌리겠다고?’그래도 소요공은 무상황과 주 재상의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역시 소요공의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며칠 뒤 안풍 친왕 부부가 보따리에 커다란 수박을 담아 의기소침하게 다시 적성루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다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었고, 안풍 친왕 부부가 떠났었다는 사실까지도 모르는 척했다.오히려 소요공만 이것저것 꼬치꼬치 묻기 바빴다. 그러자 왕비는 현대로 돌아가니 이곳에 미련이 남아서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어쨌든 여기가 익숙하고 사람들이랑 헤어지지도 못하겠으니 세 사람이 죽어야 돌아가겠다는 것이었다.소요공이 이 말에 감동해서 무상황과 주 재상에게 알려주자 무상황은 믿지 않았다. “아직 못 돌아가나 봐? 하긴 북당이 아직 진정한 의미로 대국이 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어쨌든 결국 두 분도 아직 여기 계시네!” 주 재상이 결과만 따지고 과정은 중시하지 않았다. 사실도 어짜피 똑같지만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 눈 깜짝할 새에 연말이 코앞에 닥쳤다. 연말을 보낸 뒤 우문호는 떡들과 쌍둥이를 현대로 유학을 보내고 계란이만 곁에 둘 생각이었다.마음속으로는 계란이가 세 살이 되면 데려가겠다는 기화가 걱정됐다. 기화의 내력을 완전히 아는 것도 아니고 현대에서 그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 전부라 실제로는 어떨지 계속 마음에 걸린 것이다. ‘그런 사람한테 어떻게

  • 명의 왕비   제 2961화

    이리 나리가 손을 뻗어 우문령의 손을 잡았다가 원경릉이 미간을 찡그리고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취하자, 손을 거두고 약간 불안한 듯 물었다. “그…. 그게 지금 어떤가요? 약을 먹을 수는 있습니까?”그러자 원경릉이 화내듯 쏘아붙였다. “무슨 약을 먹어요? 우선 담백한 음식으로 견디세요. 아이를 가지면 먹는 것에 집착이 생기는 거 알아요. 하지만 태아가 이미 너무 커서 낳을 때 상당히 고생스럽고 위험할 수 있어요. 신중하게 행동하셔야 해요.”“새언니 안심하세요. 꼭 기억하고 안 먹을게요!”“먹어야 할 때는 담백하게. 적게 여러 번 먹고 꾹 참아야 돼요. 예정일이 금방이니까 두 달만 참도록 해요.” 원경릉이 다시 한번 잔소리했다.우문령의 눈가가 붉어졌지만 끝내 약속했다. “알았어요.”원경릉은 자신이 좀 심하게 말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리 나리에게는 심각하게 중간보고해야만 했다. 이리 나리는 원래 이성적인 사람인데 아내의 식욕을 눈감아 주는데 만큼은 비이성적이었다.원경릉이 가기 전에 직접 식단을 정해주고 우문령에게 식단에 따라 음식을 먹게 했다. 이리 나리는 지난 실수를 반성하고 온 집안 식솔들에게 공주와 함께 식단에 참여하도록 했으며 매끼 정략대로 할 것을 명했다.이리 나리의 보배 같은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산모가 출산할 때 고통이 조금 줄이기 위해, 다들 우문령과 함께 살을 빼겠다고 자진해서 나섰다.손왕이 이 말을 듣고 여동생이 안 돼서 1월 3일에 손 왕비를 데리고 이리 나리 저택으로 갔다. 자신이 수년간 쌓은 다이어트 경험을 여동생에게 전수하기 위해서였다.손왕이 이리 저택에 도착해 우문령에게 운을 띄웠다. “살 빼는 비법은 북당에서 네 둘째 오라비 따라올 사람이 없지.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고, 하루에 다섯 끼, 배에 약간의 음식물만 들어가면 되니까 끼니마다 조금씩만 먹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가서 걷고, 하루 30분씩 운동을 계속하면 돼. 둘째 오빠 방법대로 하면 반드시 살을 뺄 수 있어.”“둘째 오빠도 이 방법대로 한거예요?” 우문

  • 명의 왕비   제 2962화

    손 왕비가 다소 불쾌해했다. “자기가 자기 입단속을 못 하고 누구를 원망해요? 공주, 저이를 부르지 않는 게 좋아요. 저이는 말이죠. 혼자 먹으면 별로 맛이 없다며 같이 먹자고 부추겨요. 저이가 오면 공주의 절식 계획이 엉망이 될 게 분명해요. 온 집에 가솔들이 다 같이 망한다니까요?”“당신 지금 누구 무시해? 잘 들어. 내가 살을 꼭 빼고야 말겠어!” 손왕이 화가 나서 말했다.“오빠, 저도 응원해요!” 우문령이 곧바로 지지했다.손왕이 감동한 목소리로 답했다. “응, 동생, 오빠가 가서 짐 싸서 올게, 같이 지내자.”그러자 손왕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비꼬았다. “어디 사흘을 넘기나 두고 봅시다.”이건 손왕을 무시하는 게 아닌, 그가 실제로 살을 빼겠다는 소리를 수백 번도 더 했고 2근을 빼면, 그것보다 더 먹어서 5근이나 더 찌운 예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지금 이렇게 뒤룩뒤룩 오른 살집이 다 그렇게 생긴 것이었다.그러자 손왕은 불같이 화를 내며 곧바로 짐을 챙겼다. 우문령은 이리 나리가 공무를 마치고 돌아오자, 이 일을 얘기했고 이리 나리는 담담하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둘째 형수님이 형님을 무시하셨으니, 우리가 둘째 형님을 도와 같이 힘을 내는 거 어때?”“좋아요, 꼭 둘째 오빠가 살 빼는 걸 도울 거예요!” 우문령은 반드시 과식을 참고 자기도 오빠를 돕겠다고 결심했다.이리 나리는 쭈그리고 앉아 우문령을 부축해 앉히고는 우문령의 신발을 벗기고 발을 살살 주물러 주었다. 그녀의 두 발은 아직 부어있었다. 이리 나리는 길고 아름다운 손으로 부드럽게 복사뼈를 주무르며 걱정했다. “아파?”“오늘은 괜찮아요. 별로 오래 안 걸었거든요!” 우문령이 이리 날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이리 나리가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이 마주쳤는데, 맑고 순수한 눈동자에 자책감이 서렸다. “내 탓이야. 제자가 몇 번이나 당부했는데 내가 마음이 약했어. 당신이 임신 중에 힘들어하니 나도 어떻게든 해 주고 싶은데 먹고

  • 명의 왕비   제 2963화

    손 왕비는 여전히 남편을 매도하며, 그가 살을 뺀다고 동서들 모임에도 전해주었다. 못 할 게 틀림없다고 확신하는 말투로 말이다.이번엔 화통한 성격의 미색조차도 손 왕비의 행동을 참지 못했다. “둘째 형님 같은 아내가 어딨습니까? 둘째 아주버님이 어렵사리 살을 빼겠다고 결심하셨는데 지지는 못할망정 아주버님을 그렇게 얘기하시다니요. 알고보니 아주버님께서 이리 저택으로 가신 게 형님에게 공격당할까봐였군요.”손 왕비가 반박했다. “내가 지지를 안 한다고? 내가 얼마나 지지했었는데! 그 사람 본인이 계속 못 한 거지. 내가 무시하는 게 아니라 실지로 실패한 횟수가 너무 많아. 이제 살 뺀다는 소리가 아주 지긋지긋해. 못 믿겠으면 두고 보라니까, 열흘도 못 돼서 포기할게 분명할테니까.”미색이 제안했다.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저희 내기 한 판 어떠세요?”“찬성!” 원용의가 얼른 말하고 슬쩍 원경릉을 밀었다. “원 언니는 누구한테 거실 거예요?”원경릉이 미소를 지었다. “전 빠질래요.”미색이 말했다. “판돈은 은자 천 냥이요.”그러자 원경릉이 얼른 말을 바꿨다. “그럼…. 해봐도 될 것 같은데.”미색이 씩 웃었다. “형님도 둘째 아주버님께서 성공하는 쪽이죠? 좋아요, 우리 같이 둘째 아주버님께 힘을 실어줍시다.”원경릉은 사실 손왕이 못 뺀다는 것에 걸고 싶었다. 손왕이 포기한 횟수가 너무 많아서 도통 신뢰가 가질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긴 거나 다름없다는 손 왕비는 그가 포기할 걸 아주 당연시하고 있었기에 원경릉은 어떻게든 손왕이 아내 앞에 위신을 만회했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맞아, 둘째 아주버님이 살을 빼신다는 것에 걸 거야.”그렇게 동서들 모두가 손왕이 살을 뺀다는 것에 걸었다.사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진짜 손왕을 신뢰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원경릉과 같이 손 왕비가 손왕을 지지하지 않는 게 느껴져 본인들은 손왕을 지지하는 쪽에 선 것이었다. 은자 천 냥은 아마 잃겠지만은 말이다.이건 원래 미색이 시작한 작은 규모의 내기였는

  • 명의 왕비   제 2964화

    손 왕비가 껄껄 웃으며 떠나는 게, 마치 2만 냥이 이미 수중에 들어온 듯했다.손왕은 이를 악물고 속으로 다시한번 굳게 결심했다. ‘이번은 반드시 모질게 마음먹어야지. 여섯째 제수씨 가산을 탕진하게 할 수는 없다.’한편, 미색은 경성 사람들이 손왕은 못 믿어도 황후의 식단은 신뢰할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대부분 손왕이 진다는 쪽에 걸었다. 계산해 보니 사람들이 700만 냥을 손왕이 진다는데 걸었고, 이는 전체의 95%를 차지했다. 만약 손왕이 정말 살을 못 빼서 지면 미색은 1,400만 냥을 배상해야 하므로 정말 가신을 탕진하고 만다. 미색의 계산 실수였다. 아니, 늑대파 사람들의 꾐에 빠져서 홀랑 판을 키운 것으로 그들은 전부 손왕이 살을 빼지 못한다는 쪽에 걸어 버린 것이다.미색은 서둘러 혜민서에 가서 원경릉과 상의했다. 원경릉은 너무 놀라 소름이 돋았다. 미색 이것이 나이가 어려 멋모르고 방정을 떨더라니. 그래도 둘째 아주버님이 사람들에게 이렇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줄 몰랐다.원경릉은 적어도 4:6이 아닐까 해서 본전을 손해 보더라고 그 정도면 크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판이 이렇게 커진 것을 보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이고 맙소사, 어쩌자고 이렇게 큰 판을 만들었어?”“어떡하죠? 둘째 아주버님께서 정말 살 못 빼실까요?” 미색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원경릉은 손왕의 지난 수년간 다이어트 결과를 떠올리며 하는 수 없이 답했다. “응, 그럴 수도 있어..”미색이 울상을 지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전 그냥 둘째 아주버님을 응원해 드리고 싶었던 건데 집안을 말아먹을 줄은 몰랐다고요!”원경릉이 미색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너랑 나랑 같이 책임을 지자. 난 돈이 많지 않으니 이리 나리께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고 최선을 다해 둘째 아주버님이 살을 빼시도록 도울 거야. 우리가 역전하기를 바라자.”미색이 감동해서 원경릉을 끌어안았다. “황후 마마는 정말 너무 좋은 분이세요. 마마께서 나서시면 이리 나리도 분명 수수방관하지는 못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 명의 왕비   제 3029화

    오늘은 성주의 생일이기에 경사라 섣불리 피를 볼 수는 없으므로 칼은 빼 들었지만 먼저 나서서 늑대를 죽이는 사람은 없었다.안지여는 어두운 눈빛으로 ‘늑대 무리라고? 척후병의 보고로는 안풍 친왕이 늑대 무리를 끌고 온다고 했는데, 저들이 의외로 성으로 직접 쳐들어 왔다 이거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안지여는 잔을 들고 꿈적도 하지 않은 채, 무너지기 직전까지 미동도 없는 태산처럼 냉정하고 침착했다. 늑대 무리는 안으로 들어온 뒤로 두 패로 나뉘어 서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호시탐탐 엿보며 으르렁거렸다.“성주님, 성주님, 저들이 기어코 쳐들어오겠다고….” 문지기가 외치는 소리는 들렸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더니, 그보다 조정에서 보낸 사람들이 먼저 들이닥쳤다.앞에 걸어들어오는 두 사람을 안지여는 본 적이 있었는데, 바로 안풍 친왕 부부로 예전에 그들이 천문 세가 사람들을 조사하러 왔을 때 그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 비록 당시 일면식 뿐이었으나 천문 세가 일을 캐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탓에 그들의 얼굴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어째서 별로 변한 게 없는 거지?’안풍 친왕 부부 뒤에 따라오는 10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은 그들의 호위 무사일 것으로, 주인인 안풍 친왕 부부는 별 표정이 없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와 고개를 들자 괴팍하고 악랄한 얼굴이 안지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안지여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고, 미소는 띠고 있었지만 매서운 눈빛으로 저들이 돌계단을 오르면 그때 일어나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게 그의 태도였다.하지만 안풍 친왕 부부는 돌계단을 오르지 않았고, 손님 중 건배를 권하느라 자리를 비운 사람들 의자에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차지하고 앉아, 그들을 대놓고 밀치더니 품에서 자기 젓가락을 꺼내 옆 사람 상관하지 않고 먹기 시작해 사람들이 다 경악했다.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뒤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두 사람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천천히 걸어들어오고 있었

  • 명의 왕비   제 3028화

    풍도성 안은 술잔을 주고받고 건배하며 흥겨운 잔치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안지여는 오늘 황금색 예복을 입었는데 예복에 거대한 이무기를 수놓았으며, 황실의 밝은 황색과는 약간 구별되었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 곤룡포로 착각할 만큼 거대한 이무기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용과 매우 흡사했다.안지여는 자신의 야심을 이미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당연히 안지여는 오늘도 야심을 감출 생각 없이 손님들에게 보란 듯이 자세를 잡았다. 심지어 인근 지역 조정 관리들이 손님으로 왔어도 안지여는 전부터 맺어온 관계였기에, 그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매우 두터워 산 넘고 물 건너 저 멀리 있는 황제가 그들을 시시콜콜 관리할 수 없었다.그 자리 있던 사람들은 모두 오늘 황실에서 파견한 일행이 온다는 것을 알고, 연회석에서 큰 소리로 물었다. “성주님, 듣자하니 안풍 친왕 전하와 이리 부마께서 오늘 오신다던데 어째서 안 보입니까?”안지여가 잔을 들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한다면 결국 오겠지요.”“여정을 듣기론 오늘 분명 풍도성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어째서 밤이 되도록 아직 안 보입니까? 설마 성주님이 직접 나가서 맞이하셔야 하는 건 아니겠지요?”“성주님이 가서 맞이하셔야 한다고? 아주 허세가 대단한데? 퉤!”“누가 아니랍니까? 진심으로 생신을 축하하는 거였으면 며칠 전에 풍도성에 도착해 성의를 보여야지, 오늘까지 늑장을 부리다가 늦게서야 와서, 아직도 잔치에 오지 않은 건 분명 성주님의 체면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행태입니다. 제가 보기에 못 들어오게 막고 돌려보내시지요, 마음만 받은 셈 치고요. ”“맞습니다. 그동안 조정에서는 풍도성에서 받은 공물이 적지 않았으니, 만족한 줄도 알아야죠.”“풍도성은 더 이상 조공을 바칠 필요 없어요. 뭐 때문에 그럽니까? 수백 년 전에 풍도성은 원래 북당의 영토가 아니었어요. 선을 긋고 나와 독립해야 합니다.”모두 안지여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서, 몇 잔 들어가자, 비위를

  • 명의 왕비   제 3027화

    소여쌍의 욕은 거의 반 시진 동안 계속되었다. 이것도 별로 드문 일이 아니라 무쌍거 사람들은 다 익숙해져 있었다. 성주가 오지 않거나 소여쌍이 아프기 시작해도 이렇게 욕을 해댔다.욕하다 지치기를 기다렸다가 늙은 몸종이 가서 달랬다. “부인 그러실 게 뭐가 있으십니까? 몸이 가장 중하십니다.”소여쌍이 의자에 기대 늘어졌다. 극도로 피곤해 풀린 눈으로 천정을 보며 비참함이 가슴 깊은 곳을 타고 내렸다. “오늘이 초엿새지?”“네!” 늙은 몸종이 대답했다.소여쌍이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곧 15일이구나. 또 내 명을 재촉하는 고통이 오겠지. 죽으면 죽었지 다시는 그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다.”그러자 늙은 몸종도 매우 괴로워했다. “부인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고통도 며칠이면 그럭저럭 지나가서, 그동안도 그렇게 지내셨잖아요?”“며칠이면 뭐 그럭저럭 지나가나?” 소여쌍이 잔인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건 네가 이 고통을 안 당해봐서 그래. 이게 다 이리봉청 그년 짓이야. 오빠가 그년을 쫓아가서 죽이게 한 걸 정말 후회해. 그년을 잡아 와서 가두고 내가 한 번씩 아플 때마다 그년을 갈기갈기 찢어발겨 나보다 수천 수백 배 고통스럽게 해야 했어.”늙은 몸종이 소여쌍의 손을 쥐었다. “부인 그런 생각 마세요. 벌써 죽은 사람을 이제 와서 생각해 봤자 아무 도움도 안 됩니다. 성주님과 자꾸 다투지 마세요. 자꾸 다투시다 보면 감정이 사라집니다.”소여쌍이 처연한 웃음을 지었다. “오빠는 진작부터 나한테 아무 감정 없어.”“성주님은 이리봉청에게 아무 감정 없으세요. 감정이 있을 리도 없고요. 안 그러면 당시 부인을 위해 이리봉청을 죽이고 천문 세가 사람을 다 죽이셨을 리가 없죠.”소여쌍이 고개를 돌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전에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요 몇 년간, 성에 들어온 여자들 생긴 걸 보라고. 전부 이리봉청을 쏙 빼닮았잖아? 오빠는 역시 후회하고 있는 거야. 날 위해 이리봉청을 죽인 걸.”소여쌍은 늙은 몸종의 손을 잡는데 고여서 썩

  • 명의 왕비   제 3026화

    안지여는 소야쌍을 놓고 천천히 안으로 걸어갔다. “이틀 뒤가 내 생일인데, 당신 몸 상태는 어때?”그러자 소여쌍은 시녀의 손을 뿌리치고 얼른 안으로 따라 들어가려 했는데, 몇 걸음 만에 휘청거리더니 하마터면 안지여 뒤로 넘어질 뻔했다.안지여는 소여쌍을 잡아줄 수 있었지만, 손을 뻗지 않고 그녀를 등지며 보이지 않는 척했다.시녀는 이미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얼른 소여쌍을 부축해 바닥에 넘어지는 것까지 막았다.소여쌍이 숨을 돌리고 살짝 웃었다. “몸이 많이 좋아져서 오빠 곁에 있을 수 있어요. 오빠 생일에 당연히 제가 곁에 있어야죠.”안지여는 그제야 소여쌍을 돌아봤다. “생일엔 손님이 많이 올 거야, 올해는 다른 어떤 해보다 성대하게 하니까 당신도 잘 차려입어. 내가 내일 사람을 시켜 장신구를 보내도록 하지.”“네, 알았어요!” 소여쌍이 기쁜 듯이 말하며 안지여를 한없이 바라봤다.하지만 안지여는 소여쌍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사정 설명했고 체면도 차렸으니 됐다 싶어 말했다. “난 아직 일이 있어서. 당신 쉬는 걸 방해하지 않을 테니 잘 쉬고 있어.”안지여는 말을 마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려고 했다.이때 소여쌍이 갑자기 닭발 같은 손을 뻗어 안지여의 팔을 붙잡으며 서둘렀다. “오빠, 어렵사리 왔는데 저랑 얘기 좀 더 해요.”안지여가 고개를 숙이고 소여쌍의 마르고 늙은 손을 바라봤다. 손등에 주름이 자글거리는 것이 구겨진 비단 뭉치처럼 너무 흉해서 혐오감이 든 나머지 쓱 손을 뺐다. “말했잖아, 일이 바쁘다고.”소여쌍의 눈빛이 갑자기 매서워지며, 늙고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 “일이 바쁜 거예요, 아니면 그 여우 년을 찾아가는 거예요? 제가 모를 줄 아세요?! 여자를 성에 얼마나 숨겨놨는지.”안지여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헛소리야?”소여쌍이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축 처진 눈에서 원한이 쏟아져 나왔다. “제가 늙었다고 싫어하는 거잖아요, 아녜요? 잊지 마세요. 오빠의 동안도 결국 늙는다고요. 이리봉청이 아직 살아있어도 지금 저보다

  • 명의 왕비   제 3025화

    안지여의 생일잔치에 상인, 인근 주와 현의 관리, 무림 사람들, 강호의 무리가 모여들었다. 안지여는 그동안 사교의 폭이 넓고, 각계각층 인사들과 교분을 맺고 있어 이번에 생일잔치란 이름을 빌려 그들 모두 한자리에 모아 대사를 논의하고자 했다.안지여는 너무 오래 기다려왔다. 전에 시기를 놓치고 이제 우문호가 등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민심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이때가 대사를 치를 적기였다.우문호가 몇 년 더 북당을 다스리고 나면 그에게 더는 기회가 없을 지도 몰랐다.그래서 조정이 사람을 파견한다는 소식에 그는 기뻤다. 이를 빌미로 조정에 본때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천문 세가의 무덤도 생일잔치 후 태워버릴 계획으로, 물론 완벽한 구실을 붙여 백성들에게 설명할 생각이었다.조정에서 사람을 보내온 건, 안지여에게 아주 완벽한 빌미를 제공해 주는 셈이었다. 모든 것을 이리 부마 탓으로 돌리고 백성들에게 조정이 저지른 일이라고 알리면 천문 세가를 그토록 떠받들던 풍도성 백성들은 조정을 증오하게 될 것이다.안지여는 부마 이리율을 별로 개의치 않았으나 그의 내력 정도는 알고 있었다. 거부이자 늑대파 문주라고 했으나 그건 전부 민간에 있을 때 신분에 불과했다. 결국 공주와 결혼해 부마가 되는 길을 택한 이 사람은 극도로 지위와 재산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이런 사람을 다루기 어렵지 않은 건, 안지여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부마 이리율의 마음 저 밑엔 상인이란 출신을 벗어던지고 상류 계층에 들어 후작 세가가 된 후 2~3세대가 지나면 철저하게 이전 상인의 신분을 벗어던질 수 있다는 목표가 있을 게 틀림없었다.생일까지 아직 이틀 남았다.안지여는 두번 다시 소여쌍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한번은 가야 했다. 그의 생일잔치에 소여쌍이란 성주 부인이 자리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었다.성주 부부가 서로 깊이 사랑하고 있다고 믿게 해서, 백성들에게 아름다운 허상을 심어주려는 것뿐이었다.소여쌍은 풍도성 동쪽 무쌍거에 살고 있었다. 혼인하던 그해부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