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상을 독살한 자원경릉은 우문호가 얼굴은 굳어 있으나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것을 보고 물었다. “누가 한 건지 아는 거야?”우문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한 건지 상관없어. 지금 전부 평남왕 전하께 뒤집어씌우려는 거니까. 방금 주재상이 중독됐다고 들었잖아, 평남왕 전하께서 했을 가능성부터 생각하지 않았어?”원경릉이 전혀 감추지 않고 말했다. “서일이 말하는 걸 듣고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평남왕 전하께서 정말 나쁜 마음을 품고 있다면 자신이 주재상의 집에 머물고 있을 때 손을 쓸 리 없을 거야. 이건 그야말로 자기가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꼴이잖아?”“그래, 그래서 평남왕 전하께서 주재상의 집에 묵는 것부터 주재상이 사고를 당하는 것까지 누군가 계획했을 가능성이 커.” 우문호가 이렇게 말하면 얼굴이 조금씩 풀어져서 마치 이미 누구인지 짐작이 선 것 같았다.“하지만, 누가 미리 평남왕 전하께서 주재상의 집에 묵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겠어? 원래 계획대로면 평남왕 전하는 경성에 도착한 뒤 바로 입궁하는 거였잖아. 만약 평남왕 전하께서 주재상을 독살하려고 준비하는 것보다 태상황 폐하를 독살하는 게 낫지 않겠어?” 원경릉이 이해되지 않는 듯이 물었다.우문호가 차디찬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왜냐면, 그들은 태상황 폐하는 독살할 수 없지만 주재상을 독살할 방법은 있지.”원경릉은 우문호의 말에 담긴 행간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한 명이 떠올랐다. ‘주명양.’주재상에게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독약을 먹일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익숙한 사람일 것이었다. 주명양은 상당히 의심스러웠다.이게 임소의 목적이라면 주명양은 임소에게 약점을 잡혀서 임소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임소는 주명양에게 평남왕이 경성에 들어갈 때 주재상을 죽이라고 지시했다. 주명양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그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임소가 어떻게 평남왕이 주재상의 집에 묵을 거라는 걸 알았을까?’원래 계획대로라면 평남왕이 경성에 도착하면 바로
소복단우문호와 원경릉이 들어가자, 자동으로 양쪽으로 비켜서며 둘이 지나가도록 길이 생겼다.평남왕이 침상에 앉아 주재상의 손을 꼭 그러쥐고 있는데 안색이 무겁고 슬픔이 가득했다.주재상은 얼굴이 온통 새파랗고 입술은 검은 자주색으로 눈은 꽉 감겨 있는데 호흡도 거의 찾을 수 없을 지경으로 우문호가 다가가 작은 소리로 평남왕에게 말했다. “큰 할아버지, 잠시만 비켜주세요. 태자비가 의술을 아니 살릴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평남왕이 일어나 원경릉에게 진심으로 애원하며 목멘 소리로 말했다. “태자비 최선을 다해주게!”원경릉은 평남왕의 눈에서 절망의 깊은 고통을 보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겠습니다.”원경릉이 다가와 호흡, 맥박, 심박을 재는데 모두 약하고 맥박은 거의 찾아낼 수 없는 상태로 심장이 워낙 미약하게 움직여서 몇 번이고 심장이 멈춘 줄 알고 응급조치하려고 하면 갑자기 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원경릉이 측정할 수 있는 수단에 한계가 있고 독에 대해서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피를 뽑아 검사할 수도 없었다.수액을 걸고 강심제가 독을 제거해 독이 위와 신장에 침식해 들어가는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으로, 남은 건 조어의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소요공이 급히 조어의를 데리고 왔다. 조어의는 진찰해 보더니 역시 무슨 독인지 모르겠다며 단지 비상과 독주는 아니라고 했다. 조어의가 약을 배합해 물에 탔으나 한 대접의 약을 몇 모금도 넘기지 못해 사람들의 마음이 다급해졌다.“이 독은 굉장히 심각하나 주재상께서 전에 소복단(銷服丹)을 복용하신 관계로 독약의 덜 퍼졌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벌써……” 조어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원경릉이 물었다.“소복단은 어떤 약이죠?”조어의가 설명해 이어갔다.“소복단은 내상이나 외상을 치료하고 몸을 건강하게 해 기혈의 운행을 돕습니다. 주재상께서는 전에 몸이 좋지 않아 5일에 한 알씩 소복단을 복용하기 시작하셨는데 생각건대 그 약이 몸에 치료 효과를 발휘해 독이 퍼지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독을 탄 사람은 누구인가소요공이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가만히 이 장면을 보며 눈가에 슬픔이 어리는 것을 원경릉은 봤다. 원경릉은 소요공의 얼굴에서 그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둘은 인생 대부분의 풍파를 함께 겪어 왔는데 만약 주재상이 이번에 깨어나지 못하면 얼마나 침통한 충격이 될까?소요공이 이 정도인데 태상황과 희 상궁은?원경릉의 심정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고 무의식적으로 우문호를 보니 뒷짐을 지고 사람들 틈에서 주명양의 얼굴을 주목하고 있었다.얼굴에는 다소 슬픈 기색이 있지만 눈은 예리하게 번뜩이며 마치 어둠 속에서 조용히 매복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 표범 같았다.원경릉이 의구심이 드는 것이 우문호는 주재상에게 굉장히 기대고 있는데 주재상에게 문제가 생기면 제일 걱정하고 제일 긴장되는 건 본인일 텐데 오히려 전혀 그렇지 않은 점이다.주재상의 집에서 나올 때가 문득 떠오르며 주재상과 우문호가 사적으로 몇 마디를 나눴는데 우문호는 주의하라고 주재상에게 알려준 거라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주재상이 이렇게 호락호락 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주명양은 최근 어쩌면 안분지족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원래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사람과 접촉했는지 주재상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설마……’원경릉이 여전히 추측 중인데 제왕이 경조부 사람을 데리고 왔다.제왕은 지금 일 처리가 성숙하고 말끔해서 들어온 뒤 평남왕께 인사드리고 다시 주씨 가문 사람들에게 주재상이 중독된 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주씨 가문 가장이 입을 열었다.“아버님은 어젯밤 평남왕 전하, 소요공 이렇게 세 분이 얘기를 나누시고 소요공께서 한밤중에 떠나신 뒤 왕야와 계속 얘기를 나누셨습니다. 4경(새벽 1시~3시)이 돼서야 헤어지셨는데 그동안 차와 간식은 전부 따로 시중을 들었고 아버님은 방으로 돌아오셔서 독이 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신 그릇이나 모두 이미 깨끗하게 씻어서 차나 간식에 독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제왕이 말했다.“만약 차나 간식에 독이 있었다면 왕야께
떠보는 주명양따라서 그들은 더욱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재상이 요일 년 동안 바쁜 재상의 자리에서 천천히 물러나 중요하게 하던 한 가지가 바로 모난 돌 때리며 주씨 가문을 단속하는 것이었다. 위치에 맞는 덕을 갖추지 못했으면 일률적으로 아래로 끌어내려 분수에 만족하며 살도록 잔소리했다.반대로 재주와 능력이 있으면 품행과 덕성을 배양해 천거해 드디어 모든 것이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해 주씨 가문의 가풍도 슬슬 정돈되고 상당히 안분지족하게 되었다.그래서 제왕이 조사하려고 할 때도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았고 주 씨 집안사람들도 상당히 협력해 주었다.원경릉이 마당 바깥에서 우문호가 나오면 물어보려고 했는데 주명양이 복도에서 내려와 차갑게 독기를 품고 원경릉을 노려보며 말했다. “신의(神醫) 아닌가? 왜 우리 할아버지께서 중독됐는데 못 구해?”원경릉이 대답하고 싶지 않아 정자로 갔다.주명양이 다가와 원경릉의 팔을 잡자, 원경릉이 한 손으로 뿌리치며 무공이랄 것도 없지만 주명양도 별거 아니라 이 한 방에 주명양을 뒤로 물리쳤다.“말해봐, 우리 할아버지 살릴 수 있어 없어?” 주명양이 짜증을 냈다.원경릉은 주명양이 절대로 주재상을 걱정할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을 증오하고 미워하면서도 틈을 봐서 몇 번이나 떠보는 걸 보니 주명양에게 꿍꿍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원경릉이 담담하게 말했다. “재상은 복을 타고난 관상이라 괜찮을 건데 넌 뭐가 걱정인데?”주명양이 원경릉을 노려보며 말했다. “괜찮을 거라고? 그럼, 네가 가서 약을 써서 구해. 너 능력 있는 거 아냐?”“난 약을 썼어, 못 봤어?” 원경릉도 주명양 얼굴에 미세한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쳐다봤다.주명양이 한 걸음 다가오며 말했다.“네가 쓴 약 효과가 없잖아. 할아버지께서 아직 깨어나시지 않았어. 심지어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슨 독에 중독됐는지조차 너희는 모르잖아 안 그래?”원경릉이 뒤를 돌아 정자에 들어가 앉자, 주명양이 따라 들어와서 원경릉의 답을 기다리는데 원경릉이
사고야 고의야원경릉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물었다.“솔직해 얘기해, 주재상 이번에 중독된 거 일부러 아냐? 둘이 사전에 계획한 거지 그렇지?”우문호가 원경릉 곁에 앉아서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괜찮을 거라는 것부터 알려줄게. 그래도 당신이 그 자리에서 치료해 줘야 해. 결코 일부러 숨긴 건 아니야.”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완전히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니까 주재상은 괜찮은 거지?”“안심해, 괜찮아. 오늘 밤 초왕부로 돌아가면 자세히 얘기할게. 우선 일곱째가 조사하게 하자. 할 일은 역시 해야지.”“그런 줄도 모르고 난 주재상에게 링거 꽂았잖아.”“괜찮아, 그는 분명 중독된 상태지만 우린 이 독의 해독약을 가지고 있어. 당신이 링거를 꽂아서 마침 잘 됐어. 상대는 그가 죽을 거로 생각했는데 당신이 링거를 꽂아서 적어도 우리는 대외적으로 당신이 그를 치료했던 적이 있다고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숨을 조금이라도 붙여 놓았다고.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조작이라고 의심할 수 있어.”우문호의 눈이 예리하고 강렬한 게 생각이 있을 때의 모습이라 걱정이 되지 않았다.주 씨 집에서 한 시진 넘게 기다리니 원판도 왔으나 이 독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으로 원경릉이 평남왕과 소요공의 표정을 보니 그들도 여전히 모르고 속는 중이었다.태상황이 자신의 가마를 보내 평남왕이 입궁하도록 맞이했는데 평남왕은 애초에 이렇게 빨리 떠나고 싶지 않았으나 우문호가 일단 입궁하셨다가 내일 다시 나오시는 게 태상황의 걱정을 덜어주는 길이라며 이 일은 태상황에게 아직은 말씀드리지 말아 주시라고 부탁했다.평남왕은 태상황의 몸이 좋지 않은 것을 알고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입궁하기로 했다.제왕의 조사는 아직 계속되고 우문호는 원경릉을 초왕부로 돌려보냈다.원경릉은 희 상궁을 불러 개인적으로 이 일을 얘기했다. 희 상궁이 사건이 떠들썩해졌을 때 알고 당황해서 충격이라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희 상궁은 여전히 걱정하며 몇 번이나 원경릉에게 반
주재상과 우문호의 계획우문호가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임소가 주명양을 이용해 주재상을 해치려 하는 건 나와 주재상이 이미 공통되게 인식하고 있는 점으로, 주명양이 주 씨 집으로 돌아온 뒤 일거수일투족은 전부 몰래 감시하고 있는데 그동안 주명양이 계속 손을 쓰지 않더라고. 우리가 추측해 보니 아마도 평남왕 전하께서 경성으로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게 아닐지 하고 말이야, 때마침 조정에서 누군가 평남왕이 제위를 넘본다는 소리를 하고 심지어 암암리에 안풍친왕 전하도 거론했어. 모두 알다시피 평남왕 전하는 헌제 왕조의 황태손이고 안풍친왕 전하도 본래 태자로 책봉되실 수 있는 분이시잖아. 하지만 여러 이유로 그분들은 조정을 떠나기로 선택하셨는데 일반인은 그들이 왜 그렇게 하셨는지 이해하기 힘드니까 그들이 마지못해 떠난 거로 생각하는 거지. 두 분 마음속에 여전히 시기심과 미움이 있을 거라고. 일반인은 전부 이렇게 생각해. 그래서 이때 누군가 몇 마디 도발하면 이런 종류의 시기심은 배가 되는 거지.”원경릉은 조정 사람들이 그렇고 어쩌면 백성들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왜 당시 안풍친왕은 황위에 오르지 않고 조정을 떠났는지 이해 못 할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점은 확실히 적에게 이용당하기 쉬웠다.“아바마마의 병은 심각하지 않으셔. 이점은 당신도 알 거야. 아바마마의 이번 행동은 평남왕 전하를 경성에 오시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내가 섭정할 수 있게 하시려는 것으로, 내가 경력이 일천해서 다수의 나이 든 대신들을 누르고 가지 못하거든. 그동안 적들이 수많은 신하들을 책동해 왔어. 노신들은 생각이 우매하고 완고해서 부추기기가 가장 쉽지. 평남왕 전하께서 경성에 들어오고 주재상이 바로 사고를 당하니 적은 반드시 이 기회를 포착해 조정과 재야에 대대적으로 떠들어댈 거야. 게다가 당신과 내가 둘 다 습격을 받은 뒤 여전히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으니 평남왕과 안풍친왕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건 누워서 떡 먹기지 안 그래?”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래서
집안에 있는 원경릉아이들과 잠시 놀고 방으로 돌아와 우문호는 이어지는 일을 얘기하며 원경릉에게 관여하지 말고 왕래하는 동서들을 제외하고 문을 닫아건 채 가능한 최대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손님을 맞지 말라고 했다. 우문호가 신신당부하며 특히 낯선 사람을 만나서는 안 된다고 하고 문 앞에 의원을 찾는 사람이 와도 만나서는 안 되고 사람을 시켜 의원을 고용하라고 했다.우문호가 걱정하며 말했다. “독고 이자도 심리전을 잘해서 어둠 속에 숨어 이미 우리 한 명 한 명의 성격을 파악했어. 특히 당신 성격은. 독고가 전에 이리저리 생각했다고 홍엽이 알려줬어. 난 지금 아무것도 두렵지 않지만 딱 하나 당신이 순간 마음이 약해져서 그 인간의 속임수에 빠지는 게 걱정이야.”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조심스럽게 행동하겠다고 약속했다.“할머니 쪽은 이미 사람을 붙여서 보호하고 있어. 아니면 그동안 잠시 의대에 계시며 돌아오지 않으셔도 되고, 만두 늑대한테 할머니 곁에 가 있으라고.” 우문호는 독고와 맞서기 위해서는 자신 곁의 모든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야 했다.“그것도 좋아, 잠시 의대에 계시는 게 오가는 길 사람의 눈에 띌 확률도 낮으니까. 내가 내일 만두에 얘기할 게, 만두 늑대를 의대로 보내라고.”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원경릉의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를 보니 가슴이 아팠다. “요즘 맨날 당신을 걱정시키네, 편하지 않겠지만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아무것도 묻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해 줘, 아니면 요 부인을 오라고 해서 얘기를 나눠도 되고.”“그럴 필요 없어, 한가해지면 할 일이 많거든.” 원경릉이 우문호의 가슴에 기대 조용히 말했다.“그럼, 다행이야, 어쨌든 최대한 나가지 않으면 되니까. 아홉째와 만아가 원래 돌아갈 예정인데 미뤄 달라고 했어. 만아와 사식이가 당신 곁에 있으면 갑갑한 마음이 좀 풀리지 않을까 해서.”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나 그렇게 거만한 사람 아닌데, 나까지 신경 쓰지 마. 자기는 자기 일 열심히 하면 돼. 난 집
제왕과 주명양칭찬을 받고 경단이는 우쭐거리는 마음으로 계속 글씨를 쓰는데 만두가 경단이에게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지었고, 원경릉이 만두를 노려보자 그제야 표정을 거두었다.원경릉은 아이들이 글자 쓰는 걸 봐준 뒤 사식이와 같이 탕양 방에 갔는데 지금 탕양의 시중을 드는 건 호명이었다. 호명이는 탕양을 존경해서 자신에게 시중을 들라고 하자 정성스럽게 여러모로 애를 쓰고 잘 돌보고 있었다.탕양은 여전히 멍한 상태로 얘기해도 기본적으로 상대하지 않지만, 자신에 대한 일을 물으면 바로 대답했다.마침 원경릉이 물었다.“오늘 식사했어요?”“먹었습니다!” 탕양이 바로 대답했으나 눈은 원경릉을 쳐다보지 못하고 마치 온통 통제당하는 것 같았다.원경릉이 맥박과 심박을 체크하자, 전부 정상으로 약은 처방하지 않고 시중을 잘 들어 주라고 했다.초왕부에는 또 다른 가짜 탕양이 묵고 있는데 초왕부의 나뭇간에 두고 임시로 침대를 만들어 줬다. 이자의 상처는 비교적 심각해서 초왕부의 병사가 보는 가운데 매일 약을 먹이고 상처를 씻어주었다. 손가락의 상처는 나아져서 조금 힘을 쓸 수 있게 되었다.본인도 자신이 가짜라는 걸 발각된 걸 알고 원경릉이 보러 들어왔을 때 원경릉을 흘끔 보고 고개를 돌렸다.그를 남겨둔 건 상처가 호전되면 몇 글자 쓰게 해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해서인데 원경릉이 그에게 약을 좀 더 처방해 준 뒤 사람들에게 잘 지켜보게 하고 떠났다.제왕 쪽은 여전히 주재상의 중독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다.주재상 집안의 사람들은 하나씩 얘기를 나눴고 아직 주명양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제왕이 정오가 지나서 드디어 직접 주명양을 불렀다.사정청취를 한 장소는 주재상의 서재로 집안사람들도 전부 서재 안에서 사정 청취를 했다.이 서재는 전에 주명양이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재상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서재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주명양이 여기 서 있자 일종의 복수심으로 서가에서 책을 몇 권 뽑아내 한 장 들춰보고 탁자에 버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