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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94화

Author: 유애
의기양양 손왕

제왕이 이 말을 하고 차를 한 모금 한 뒤 계속 우문호에게, “이번에 넷째 형 사람이 전력을 다해 천거한데다, 원래 둘째 형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어서 아바마마께서 비록 별로 원하지 않으셨지만 최종적으로 동의하실 수밖에 없었어요. 형, 이 일 제가 아무리 궁리해봐도 이상하단 말이예요. 왜 넷째형이 가려고 하지 않죠? 넷째형은 홍려시 시경이고, 이번에 다른 6국 사람과 교섭할 수 있는데 넷째형에게 공을 세우고 잘난 척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형은 이상하지 않아요?”

우문호가 하는 수 없이, “이상한 게 맞지. 이게 보통의 일이면 넷째가 뭐 하러 그렇게 많은 사람을 내세워 천거했겠어? 속으로 확실히 알았던 거야. 이번에 숙나라엔 낌새가 있기 때문에 피하고 안 간 거지.”

제왕 얼굴이 핏기가 가시며, “맙소사. 무슨 낌새죠? 둘째형 위험한 거예요? 그럼 얼른 형에게 알리러 가요.”

우문호는 손왕이 너무 걱정할까 봐, “그냥 우리 추측일 뿐이니 일단 형을 찾아가지는 마. 내가 형한테 얘기할 게. 네 호들갑에 형이 더 놀라. 형이 덩치만 컸지 간은 콩알만 해.”

“그럼 얼른 형한테 얘기해서 알려줘야 지요. 저야 넷째 형이 호의를 베풀 리가 없다는 걸 아니까. 하여간 개가 똥을 끊지!” 제왕이 발끈해서 시쳇말로 욕했다.

우문호가 제왕을 돌아가라고 달랜 뒤 탕양을 손왕부로 보냈다.

손왕부는 지금 흥청거렸는데 숙나라 사신 소식이 전해지고 손왕비는 하인들에게 전부 상을 내렸는데 매우 흥겨운 때에 탕양이 와서 손왕비가 탕양에게도 상을 내리며 희색이 만연했다.

탕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른 손왕을 모시고 갔다.

손왕은 속으로 만족스러워, 우문호를 보고 신이 나서 배를 탕탕 치며, “다섯째야, 형이 숙나라에서 돌아오면 아바마마 앞에서 너에 대해 잘 말씀드려 주마.”

손왕의 기름진 얼굴에 기쁨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며 손왕을 서재로 끌고 가더니, “좋아 죽겠죠?”

“당연하지?” 손왕이 우문호를 쳐다보고, “왜? 형이 간다는데 기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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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1695화

    욱한 손왕손왕은 우문호가 계속 듣기 싫은 말만 하고 축하의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자 약간 화가 나서, “다섯째야 너 형이 가서 공을 세울까 봐 눈꼴 사나운 거야? 형이 눈에 거슬려?”우문호는 손왕이 이렇게 얘기할 생각 못하고, “제가 어떻게 형이 눈에 거슬립니까? 전 형이 공을 세워서 출세하시기를 간절히 바래요.”손왕이 못 마땅하다는 듯, “거짓말 마, 태자가 된 지 오래됐고 권력을 쥔 지도 오래됐지? 정말 형이 공을 세워 출세 하는 걸 바랬으면 전에 왜 발탁 안 해줬어? 형이 널 원망하는 게 아니야, 단지 넷째가 이번에 어렵사리 인심 써서 나더러 가서 식견도 좀 넓히라고 한 거건데 넌 오로지 안 좋은 말만 하고 정이 싹 떨어지는 구나.”손왕은 우문호의 놀란 얼굴을 보고 자기가 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참 기분이 들떠 있어서 우문호와 흥을 깨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 곧, “난 이틀 있으면 출발해서 내일 손왕부에서 연회가 있어, 넌 금족기간이라 올 수 없으니 사람을 보내 술을 보내 네가 날 위해 송별 인사를 한 것으로 치도록 하마.”손왕은 말을 마치고 갔다.우문호는 약간 타격을 입었다. 둘째형이 자신의 말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사실 이때 손왕은 한참 기분이 좋을 때로 우문호가 한 말은 흥을 깨므로 그 점을 원망하는 게 아니다.우문호를 경악하게 한 건 우문호가 권력을 잡고 있는 동안 손왕을 발탁한 적이 없다는 것이며, 이 말이 지금 처음으로 툭 튀어 나왔다는 건 손왕 마음 속에 계속 있었다는 뜻이다.탕양이 밖에서 듣고 손왕이 간 뒤에 들어와, “전하 마음에 두지 마세요. 손왕 전하는 사람을 너무 아름답게만 보고 안왕 전하께서 진심으로 자신을 발탁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다.”우문호가 쓴 웃음을 지으며, “형은 사실 내가 그동안 형을 발탁하지 않은 걸 마음에 두고 있었어, 형을 발탁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형 성격이 미지근하고 위기의식이 적어서 한직에 발령할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 했어. 매일 무사태평하게 지내는 게 뭐가 나빠

  • 명의 왕비   제 1696화

    퍼붓는 손왕비손왕비도 듣고 화가 났다. 자기 남편은 자기가 잘 아는데 성격이 유약해 정말 누가 기분을 건드린 게 아니면 이렇게 화를 내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마음이 영 불편한 게, 초왕부에 그동안 걸핏하면 일이 생겼고 그때마다 자기가 사심없이 여러모로 애쓰며 도왔다. 다섯째가 태자가 돼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되어도 둘째형을 발탁하지 않은 것도 그럴 수도 있지 했건만, 어렵사리 이런 기회를 얻었는데 힘이 되어주지는 못할 망정 비꼬는 말이나 하다니 해도 너무 했다.아무리 생각해 봐도 분이 삭지 않아, 마차를 준비시켜 황실 별장으로 가서 원경릉에게 좀 따지기로 했다.원경릉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르고 최근 대부분 별장에서 태상황을 돌보며 지냈다. 폐기종과 천식은 일단 발작하면 밤새 숨을 쉴 수가 없기때문에 태상황 곁에서 떠나지 못했다. 적어도 날씨가 따듯해 져야 병세가 호전될 것이다.원경릉은 손왕비가 온다는 소리에 태상황께 안부인사를 하는 김에 자기와 수다나 떨 줄 알았으나 태상황이 막 잠이 들어서 일단 본관에서 먼저 손왕비를 만났다.“혼자 오셨어요? 미색이랑 요부인은 안 오시고?” 원경릉이 웃으며 묻는 게 미색과 요부인 두사람은 지금 손왕비와 가까이 살아서 보통 외출할 때 같이 움직인다.손왕비가 담담하게, “둘은 안 왔어, 내가 안 불렀거든.”원경릉이 들어오면서부터 손왕비 안색이 심상치 않은 걸 보고, “왜 그래요? 기분 나쁘세요? 누가 건드렸어요?”손왕비가 약간 화가 난 눈빛으로, “태자비, 말 좀 묻자. 사실대로만 대답해.”“완전 살벌한데요?” 원경릉이 방금 안에서 약을 나누고 아직 손을 닦지 않아서 손을 닦은 뒤 자리에 앉아, “말씀하세요, 반드시 사실대로 답할 게요.”손왕비가 다가와서, “어디 얘기해 봐, 요 2~3년간 내가 태자비에게 어떻게 했어?”원경릉은 손왕비의 얼굴빛에 엷은 분노가 비치는 데다 이렇게 강렬한 적대감이 섞인 질문을 하는 것을 듣고 갈피를 잡지 못해, “둘째 형님은 저한테 잘 해 주셨죠. 그동안 안팎으로 형님이 도와

  • 명의 왕비   제 1697화

    손왕비의 하소연원경릉은 손왕비가 봇물 터지듯 좔좔 쏟아낸 얘기를 듣고 최근 2~3년을 떠올려보니 확실히 무슨 일이 터지던 손왕 부부는 항상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들 쪽에 서 주었다. 누가 옳고 그른 지 따지지 않는 이런 형제의 정을 다치게 해서는 안되기에 서둘러 달래며 사과했다. “형님 말씀이 맞아요, 이 일은 태자가 제대로 못했네요. 제가 가서 혼낼 게요. 태자란 사람이 말이죠, 형님도 아시지만 둘째 아주버님을 존경할 뿐 아니라, 악의 없이 그런 말을 할 건 형이 멀리 나가신 적이 없어서 걱정돼서 일 거예요. 거기다 숙나라와 우리 북당은 계속 긴장관계라 숙나라에서 둘째 아주버님을 불리하게 하는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좋은 뜻으로 한 말일 텐데, 듣기 싫게 말한 거로 태자와 실랑이 하지 마세요. 아직도 태자를 모르세요? 이 인간 입에서 어디 좋은 소리가 나오던 가요. 평소 저한테 하는 잔소리도 한마디도 좋은 소리가 없고, 아바마마께도 몇 번이나 말대꾸를 했는지. 입은 걸지만 마음은 착해요. 보통의 상식으로 보시면 안될 거예요.”손왕비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비로소 좀 풀리며, “나도 그냥 태자비한테 얘기나 하려고 그러지, 태자비도 태자 혼내지 마. 남자들은 다 체면을 중시 하니까. 한마디만 전해주면 돼. 둘째형은 다섯째가 좋아할 걸 기대하고 당연히 자기 일처럼 좋아 했어야 했다고. 축복하고 당부하는 말이 그런 음모론보다 훨씬 나았다고 말이야.”“알겠어요, 안심하세요. 있다가 꼭 전할 게요.” 원경릉이 달랬다.손왕비는 원경릉이 긴장한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며, “나도 알아 이번에 득달같이 와서 이런 얘기하는 건 지나치다 싶어, 그렇게 큰 일도 아니고, 하지만 자네 둘째 아주버님은…… 뭐랄까? 마음속에 섭섭함이 있어. 맏이가 사고를 쳐서 아바마마 슬하에 손왕이 첫째잖아. 아바마마의 근심을 덜어드리고 싶은데, 그런 게 본인 성격과 상충되니까 억지로 자신을 몰아붙여, 책임은 아무튼 져야 하겠고 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싶어도 재주가 없으니 좌절감이 드나 봐.

  • 명의 왕비   제 1698화

    숨막히는 정국우문호가, “맞아, 숙나라 쪽 소식이 와서 소홍천이 직접 가져왔는데, 숙나라가 확실히 움직이기 시작 했어. 대주와 전쟁이 눈앞으로 닥친 거지.”“대주 쪽에서 편지는 왔어?”“정정이랑 연락이 됐어. 어제 전서구가 날아왔는데 이미 정확하게 배치를 마쳤고 우리도 준비하라고. 우리 두 나라는 군사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우리 대군도 국경을 압박하다가 필요할 때 대주를 도와야 해.”“하지만 아직 무기를 만들어 내지 못했잖아.” 원경릉이 당황하며 ‘정말 전쟁이 시작된다고? 얼마나 원하지 않던 일인데!’우문호가, “소홍천 말이 우리가 보낸 밀정이 병여도의 행방을 이미 알아냈으나 병여도를 망가뜨리는 데 쩔쩔매고 있는 모양이야.”“그쪽에서는 만들기 시작 했어?”“아직, 병여도에 대해 파악을 다 못 했어. 하지만 이번에 대주에서 사람을 보내올 게 틀림없으니, 그들은 대주 사람을 협박해 병여도의 비밀을 알아낼 가능성이 커. 소홍천이 오늘 가져온 정보가 바로 이런 추측이고 또 하나 더 있는데 숙나라가 각국의 사신들을 잡고 협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사신들 나라가 이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말이야.”원경릉이 경악하며, “숙나라는 지금 이미 북막과 같이 출병했는데 독고는 2:1로 대주와 싸우겠다는 거야? 우리와 대주는 이미 동맹을 맺었는데 가만히 손 놓고 지켜 볼 수 없잖아. 둘째 아주버님이 이번에 가시는 건 엄청 위험할 거야.”원경릉이 자세히 생각하자 너무 두려워서, “아니, 숙나라는 원래 자기가 이번 경축행사에 참여하길 원했잖아, 다시 말해 그들은 자기를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고 싶었던 거야. 자기가 금족령이 아니었으면 갔을 테니까 숙나라 사람의 야심이 아주 환히 보인다. 둘째 아주버님은 가시면 안돼.”“아바마마께서 이미 응하셨어. 일국의 군주는 식언할 수 없는 법. 아바마마는 일찍부터 이 단계를 예상하시고 넷째를 보내려고 한 게, 숙나라 홍엽은 아직 넷째의 힘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넷째에게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

  • 명의 왕비   제 1699화

    병여도를 외웠다고?“기억나?” 우문호가 화들짝 놀라다가 곧 원경릉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고, “어디가 바뀐 건지를 아는 것으론 부족해. 바뀌기 전이 뭐였는지 알아야 하거든.”“나 기억하는데, 그 부호…… 부호 아니고 그건 일종의 문자야. 말했잖아 나 안다고. 자기들이 계속 연구한 게 병여도였어? 제조 방식이 아니고? 고쳐진 부분 내가 자기한테 얘기했는데.” 원경릉이 이마를 쳤다. 원경릉은 계속 그들이 어떻게 주조할지 궁리하고 있다고 생각한 게, 병여도를 해석하는 사람을 대주에서 보내오지 않은 게 중도에 살해당했다고 생각했지 아직 바뀐 부분을 규명하고 있을 줄 몰랐다.우문호가, “당신이 얘기 했지. 하지만 바뀐 부분이 원래 뭐였는지 얘기 안 했어. 그리고 이 일은 꽤 신중해야만 하는 일로 당신도 알아야 해. 작은 부분 하나라도 그르치면 전체가 무너질 수 있어. 우리가 이런 전차에 대해서 이해가 없기 때문에 그 구조나 작동방식을 알지 못해. 정정에게 들었는데 그 전차 제조에 성공한 뒤 말이 끌 필요가 없고 사람은 안에 앉아서 발판을 밟으면 앞으로 갔다고 해. 그리고 보호덮개로 전차를 모는 사람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니 작은 부분도 실수해서는 안돼. 작은 오차에도 만들어지지 않으니까.”원경릉이, “전차 제조에 대해 난 아는 게 없고, 구동방식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지만 자기가 나한테 병여도를 그려보라고 하면 그릴 수 있거든. 못 믿겠으면 내가 그려줄 게. 다 그린 다음에 그 부호를 문자로 바꿔줄 테니 병부에 가져가서 보여봐. 병부 주조서(鑄造署)는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난 그릴 수만 있고 해석은 못해. 자기가 잘 생각해봐.”우문호는 원경릉이 이토록 수월한 듯 얘기하니 차마 흥을 깰 수가 없어서, “그래 당신이 만일 시험삼아 그리면 일곱째를 시켜 병부에 가져가서 그 가짜 병여도를 가져와 당신이 회상한 게 완벽한지 볼 수 있게 해 줄게.”“그럴 필요 없어, 가짜를 나에게 줘. 내가 혼란 시킬 수 있어. 내 머릿속에 기억한 건 전부 진짜 병여도야.”

  • 명의 왕비   제 1700화

    병여도가 드디어제왕이 병여도를 가져와서 우문호는 제왕과 함께 서재 문을 밀고 들어가니, 원경릉이 솜방망이에 불을 붙여 들고 바닥에 놓인 병여도의 먹을 말리고 있는 것이 벌써 다 그렸다.우문호가 놀라서 손에 든 가짜 병여도를 펼쳐 두 폭의 그림을 찬찬히 비교하는데 놀랍게도 바뀐 부분을 제외하고 정말 완전히 똑같다.만약 먹 흔적이 아직 젖어 있지 않았다면 우문호는 원경릉의 이 그림이 원래 잃어버렸던 병여도라고 생각할 뻔 했지만 물론 종이질도 다르기는 하다.제왕이 화들짝 놀라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원경릉을 숭배의 눈동자로 바라보며, “세상에, 형수님은 정말 신이십니다.”우문호도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이 감격해 원경릉을 안고 몇 번이고 뽀뽀하며, “원 선생 머리 속에는 대체 뭐가 들어 있는 거야? 전부다 기억하고 있다니 너무 대단해, 당신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원경릉은 만아에게 불을 건네 주더니 손목 관절을 풀고, “내 잘못이야, 진작에 자기가 아직도 병여도 원본 그림에 매달려 있는 줄 알았더라면 그려줬을 것을. 하지만 자기도 잘못 했어. 예전에 어디가 바뀌었는지 얘기했는데, 똑바로 기억하지 않다니.”우문호가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이 말을 듣고, “당신 기억력이 이렇게 엄청날 줄 내가 어떻게 알아? 당신은 바뀐 부분이 어디인지만 알고 원본이 어땠는지 기억 못하는 줄 알았지. 그리고 당신이 얘기한 변경된 부분에 대해 나도 확실하지 않고.”“대주에서 보낸 기술자는 입막음을 당한 거야?” 원경릉이 물었다.“응.” 우문호가 분하다는 듯, 지금 병여도가 있는데 주조 기술자가 살해당해 북당이 무기를 제조하는 길은 아직도 더듬어 가야 한다.“다시 사람을 보내 달라고 하면 안돼?” 이제 병여도가 있으니 병장기 제조에 참여한 적이 있는 사람이 오기만 하면 되는데 쉬운 일 아닌가?“요청했지. 하지만 대주에 핵심 기술자가 많지 않은 데다 대주가 전쟁을 앞두고 있어 한창 제작 중이라 파견할 수가 없어, 대주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을 더이상 잃어서는

  • 명의 왕비   제 1701화

    이심전심다음날 원경릉이 손왕부로 가고 얼마 되지 않아 우문호에게 입궁하라는 성지가 내렸다.명원제가 병여도를 보더니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몇 번이고, “정말 태자비가 그려낸 것이냐?”“맹세코 그렇습니다!” 우문호가 상당히 으쓱했다.“말도 안돼!” 명원제가 기뻐하다가 곧 뻔뻔스럽게, “그려낼 수 있었으면서 왜 지금까지 끌었지?”“소자 태자비가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습니다.”“물어보지 그랬어?”“어떻게 물어볼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 일도 그렇지만 전부 태자비에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정사라 여자가 간섭해서는 안되지요.”명원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태자비가 무슨 여자야? 지금 일당백의 남자로 상을 줘야겠구나.”“차용증 망극합니다 아바마마!” 우문호가 얼른 한쪽 무릎을 꿇고 감사의 예를 올렸다.명원제는 우문호가 시대의 요구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 매우 흡족해서, “금족하는 기간동안 뭘 배웠느냐?”“무공을 단련했고, 병서를 조금 더 읽었으며, 위태부가 보내 온 치국책도 읽었습니다.”“꽤 충실했구나. 짐을 욕한 적은 없었느냐?”우문호가 활짝 웃으며, “감히 어찌, 소신 아바마마께서 멀리 내다보신 것에 경탄했습니다. 그런데 아바마마께서는 숙나라의 변화를 어찌 아셨습니까? 설마 진작부터 밀정을 심어 놓으신 건지요?”명원제가 콧방귀를 뀌며, “홍엽이 북당에 사람을 심어 놓을 줄 아는데, 짐이라고 독고 주변에 사람을 심어 놓을 줄 모를까? 독고의 일거수일투족을 짐은 손바닥 보듯 훤히 들여다 보고 있지. 선비 황제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전부터 있었으니 이번 사태는 오래전부터 계획해 왔던 건데 짐이 대비하지 않을 리가 있나?” “아바마마께서는 참으로 현명하고 능력이 출중하십니다!” 우문호가 탄복하는데, 황제가 된다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로 뭐든 사람들보다 앞을 내다보고 생각해야 한다.“단지……” 명원제가 인상을 찌푸리며, “예상밖으로 네 둘째형이 경솔하게 나서고 말았어. 주변에 쓸 만한 사람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큰 일을 아무도 언질을 주지 않

  • 명의 왕비   제 1702화

    손왕비에게 당부를손왕비가, “정말 얘기한 거야? 다섯째가 화 낸 거 아냐?”원경릉이 웃으며, “화냈죠, 자기가 왜 그렇게 흥을 깨는 소리를 했는지 화냈어요. 하지만 좋은 뜻에서 였어요. 형이 멀리 간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숙나라까지 가시게 되니 숙나라와 우리가 긴장 관계인 걸 알아서 걱정한 거죠. 다른 뜻은 없었어요. 싫은 소리 한 뒤에 잘못을 깨달었더라고요. 하지만 금족 기간이라 나올 수가 없네요. 안 그랬으면 오늘 직접 와서 둘째형에게 사과했을 거예요. 나중에 둘째 아주버님께 말씀 전해주세요. 동생 미워하시지 않게요.”“자네 둘째 아주버님은 싫은 건 기억 안 해. 벌써 원망은 잊었지. 오늘 다섯째에게 술을 보냈는 걸,” 손왕비도 형제 사이에 감정의 골이 생길까 걱정했는데 원경릉의 이 말을 듣고 안심하며 원경릉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 “우리 안에서 얘기해. 미색이랑 안왕비도 왔어.”“형님,”원경릉이 발걸음을 멈추고, “먼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얘기는 그 다음에 해요.”“그래, 우리 편청으로 가자.” 손왕비가 원경릉을 데리고 앞장섰다.편청에 들어가서 원경릉도 차를 들이라 하지 않고 앉자마자 손왕비에게, “이번에 먼 길을 가시는데, 아주버님께서 원행을 거의 하지 않으셨으니 믿을 만하고 눈치 빠른 인재를 데리고 가시는 게 좋겠어요. 사촌 소 아주버님은 식견이 넓고 천하를 주유하셔서 데려 가시기 안성맞춤이예요. 적어도 가는 길에 무슨 뜻밖에 일이 생겨도 소 아주버님이면 해결하실 거예요.”손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태자비 말이 일리가 있네. 소씨 집안 작은 도련님이 전에 남편 문하로 들어왔던데 마침 잘 됐어, 태자비 말 대로 상식이 풍부하고 밖을 오래 돌아다닌 사람을 데리고 가면 안심이지.”“맞아요. 그리고 호신에 무술 정통한 사람을 붙여야 해요, 어쨌든 이번에 가시는 곳이 숙나라인지라, 능력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어야 저희도 안심이 되죠. 안 그래요?” 손왕비가 웃으며, “역시 태자비가 꼼꼼하네. 좋아, 있다가 남편에게 얘기할 게.”원경릉

Pinakabagong kabanata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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