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66화

작가: 나설희
계지원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나...

이건 다 소이연 탓이다. 그녀만 믿으라더니...

"나는 아니에요."

계지원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네?"

예수진은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연기가 아니었다고요."

예수진은 가슴이 쿵쿵 뛰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고백에 심장이 남아나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다.

한참 후에 계지원이 다른 화로 돌렸다.

"하도경과 가희가 사이가 좋은 것 같네요."

"그러네요."

예수진은 항상 하도경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그래서 그가 육가희와 사이가 좋아 보여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 앞에서 가희 씨가 뚱뚱하다고 하면 어떡해요? 당신도 연예계에서 일해서 알잖아요. 가희 씨를 찾는 감독이 없으면 어떡해요?"

"가희가 찍은 영화는 다 내가 감독이에요."

계지원의 당당함에 예수진은 되받을 말을 팢을 수 없었다.

계지원은 말로는 육가희를 나무랐지만 그녀를 참으로 아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육가희를 감싸는 말은 예수진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희를...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계지원은 의심스럽게 물었다.

"하도경과 함께 한다면 싫지는 않아요."

예수진은 마음속으로 육가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설득할 수 있었다.

하도경이 그대로 무너지길 바라지는 않았다.

"결국 하도경 때문이네요."

계지원은 낮게 중얼거렸다.

"뭐라고요?"

예수진은 제대로 듣지 못해 다시 되물었다.

계지원은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그녀는 서 있었기에 거리가 좀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계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싫지 않으면 됐어요."

"육씨 가문에 머리 숙일 생각은 없어요."

예수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 사이 때문에 당신처럼 육은숙을 모실 생각도 없어요."

"필요 없어요. 육씨 가문에 대한 태도를 바꿀 필요 없어요."

예수진은 가슴이 살짝 떨려왔다.

"나한테 시집 온거예요. 육씨랑 상관없어요."

계지원은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예수진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967화

    "수진 씨."계지원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네.""우리 한번...시도 해보는 건 어때요?"계지원의 말에 예수진은 가슴이 떨려왔다.휠체어를 잡은 그녀의 손이 저절로 떨려왔다."연애를 해보자는 뜻이에요."계지원은 설명을 덧붙였다.덧붙인 말은 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예수진은 똑똑히 들었다.정확히 그녀의 귀를 타고 들어갔다.그리고...분위기는 갑자기 어색해졌다.계지원의 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힘을 주었다.너무 긴장한 탓인가?예수진은 아마 그에게 감정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하연이 아니라면 이미 하도경과...예수진이 예전에 하도경과 연애를 했었던 사실을 떠올리자 계지원은 가슴에 돌덩어리가 내려앉은 것처럼 아프고 불편했다."수진 씨,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될게요. 우리 다시 시작해요."그는 예수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예전에 마음이 아팠어도 예수진과 하도경에게 축하를 보냈었던 그였다.그러나 지금은 할 수 없을 것이다.예수진이 그를 떠나 다른 남자와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질투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그녀가 어느 날 떠난다고 하면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를지도 알 수 없었다.이런 아픔을 견디기보다는 그는 자신이 가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만약 성공한다면?예수진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계지원의 빠르게 뛰던 가슴은 천천히 식어갔다.그가 너무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인가.몇 년간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는데 그의 한 마디에 그녀의 마음을 돌리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그가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 예수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요."계지원은 다시 심박수가 올라갔다.계속 이러면 심장이 멎을지도 몰랐다.기분이 너무 좋았지만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그는 예수진이 얼렁뚱땅 대답한 건지, 아무렇게나 대답한 건지 알 수 없었다.계지원은 그녀의 대답을 듣는 순간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다시 한번 확인하려 했으나 입을 열 용기가 없었다.그는 어쩌면 이렇게 애매하게 있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계지원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968화

    계지원은 예전의 모든 기억을 내려놓기 시작했고 둘은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그때부터 둘의 관계가 미묘하게 변해갔다.변화가 너무나도 작아 다른 사람들은 알아채기 힘들었지만 둘은 알 수 있었다.더 이상 거짓 애정 표현을 하지 않았다. 모든 친밀한 행동은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다. 그리고 잠을 잘 때도 억지로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안고 있었다. 원래도 촬영 중이었기에 다른 일은 없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예전보다 더욱 친밀해진 건 사실이었다.제1기 촬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서 예수진은 잠에 들었다.여정이 많이 고달프지는 않았지만 카메라가 신경 쓰였기에 제대로 잠을 이룬 날이 없었다.누구의 감시도 없어져 예수진은 긴장감이 풀려 스르르 잠이 들었다.집에 도착할 때까지 예수진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계지원은 원래 그녀를 깨울 생각이 없었으나 그가 그녀를 안아 올리는 순간 예수진은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도착했어요?""네.""빠르네요.""당신이 너무 오래 잔 거죠."계지원은 타이르는 말투로 말했다.예수진은 살짝 쑥스러웠다."당신은 안 잤어요?""침대에서 자는 게 좋아요.""...따지기는."그녀의 핀잔에도 계지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둘은 차에서 내린 후 집으로 돌아갔다.도착하자마자 하연은 계지원에게 달라붙었다.떨어진 지 4, 5일밖에 되지 않았으나 오래 떨어진 사람 같았다.하연과 계지원은 손을 꼭 붙잡고 떨어지지 않았다.예수진은 트렁크를 밀치고 계지원의 방으로 들어갔다.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으니 눈치 볼 것도 없었다.그녀는 계지원과 자신의 짐을 함께 정리했다.금방 절반 정도 정리를 마치자 계지원이 휠체어를 밀며 들어왔다.그의 모습에 예수진이 의아하게 물었다."하연이가 놓아줬어요?""질투하는 거예요?"예수진은 살짝 움찔하다가 반박했다."세 살짜리 애에게 질투하는 유치한 사람 같아요?""그랬으면 좋겠네요."계지원의 중얼거림에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도와줄까요?"계지원은 화제를 돌렸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969화

    예수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몸은 계지원에게 안겼다."악!"그녀는 그를 행해 소리를 질렀다."지금 뭐 하는 건가요?""샤워하려고요.""날 놓아줘요. 혼자 씻어요.""내가 당신이랑 씻는 걸 거부한다고 뭐라고 했잖아요.""지금 후회 중이에요.""늦었어요."예수진은 그에 의해 샤워실로 끌려 들어갔다.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리도 불편한 그가 어떻게 이런 힘이 있는지.그의 힘에 압도당해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욕실 문을 잠그며 계지원이 입을 열었다."혼자 벗을래요? 내가 벗겨줄까요?"예수진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진심이란 말인가? 쑥스러워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육씨 가문에서 같이 살 때 예수진이 여러 번 덤벼들어도 그는 망부석이었다.그러나 지금 그의 모습에 예수진은 혼란스러웠다."내가 할게요."계지원은 흠칫했다.원래 오늘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이미 그들은 서로를 허락했기에 그는 참을 필요도 없었고 더 이상 참기도 싫었다.더 참다가는 그 자리에서 터질 것만 같았다.그런데 갑작스러운 예수진의 적극적인 태도에 그는 살짝 당황했다.그는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그녀를... 만족시키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마지막 경험도 이미 몇 년 전 일이었다.그때는 너무 갑작스러워 달아오르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었다.그리고 지금.예수진은 그에게서 몸을 일으키며 멀지 않은 곳에서...그 모습을 지켜보며 계지원은 침을 꿀꺽 삼켰다.예수진은 그를 힐끗 쳐다 보았다."옷 다 입고 샤워할 생각이에요?"계지원은 그제야 자신이 옷을 벗는 것도 잊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음을 깨달았다."내가 도와줄까요?"예수진이 슬쩍 웃으며 물었다."아니요."계지원은 살짝 당황했다.어느 순간부터 예수진이 분위기를 리드하고 있었다.계지원은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잠시 후.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얼굴이 붉어졌다.갑자기 예수진이 그에게 다가갔다.그녀의 몸집에 계지원은 심작박동이 빨라져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예수진은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970화

    얼굴의 상처도 연예계에 몸을 담고 있기에 지운 것이지 아니었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이 몇 년간 계지원은 몸의 상처에 익숙되었고 심지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이미 잊고 지내왔다.그는 상처가 얼마나 추악한지조차 잊어버렸다.그는 고개를 숙여 예수진의 손가락이 훑어 지나간 자리를 보았다."더럽죠?"그녀는 아마도 더럽다고 생각할 것이다.여렸을 때부터 예수진은 예쁜 외모를 좋아했으니.육현경이 외국에서 지낼 때 어쩌다가 귀국해 만나면 그의 도도한 반응에도 예수진은 그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녔었다. 육은숙도 그런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귀하게 자랐기에 좀체로 다른 이의 관심을 갈구하지 않는 그녀였다.그런 그녀가 육현경은 정말 잘도 따라다녔었다.후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육현경의 잘생긴 외모 때문이었다.계지원은 한동안 육현경을 질투하기도 했다.그리고 속으로 그 둘의 혈연관계라는 사실에 기뻐하기도 했다.예수진이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다는 소식에서부터 없다고 판명 날 때까지..."만약 더럽다면...윽!"계지원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몸이 굳어버렸다.뜨겁고도 나른한 입술이 그의 상처 자리에 내려 앉았다.그 느낌은 마치 전류가 몸 곳곳을 흘러간 듯했다.그는 이 순간이 끝날까 봐 크게 숨을 쉬지도 못했다.그러나 이건 결코 꿈이 아니었다.그녀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뜨거운 그녀의 혀가 자신의 피부를 훑고 지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계지원의 몸은 부들부들 떨려왔고 주먹은 너무 꽉 쥐어 핏기가 사라졌다.한참 후에 예수진은 불그스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당시에 아팠죠?""아팠어요."사지의 고통은 마음의 고통과 비할수 없었다.그때 그는 예수진과 헤어져야만 하는 사실에 슬펐다.시작하자마자 끝내야 하다니.불구가 된 몸으로 그녀에게 돌아갈수 없었다.자신을 역겹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그런데 예수진은 도리어 아프냐고 물어온다.한 사람의 인내심은 원래 한계가 있는 것이다.그는 예수진에 대한 인내심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971화

    예수진이 고개를 돌리니 계지원의 잘생긴 얼굴이 떡하니 보였다."지금 몇 시예요?"입을 연 예수진은 자신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목소리가 왜 이렇게 된 거지?목소리가 갈라져 듣기 싫었다.계지원은 그녀의 목소리에 웃음이 터졌다.그건 분명한 비웃음이었다."웃지 마요."예수진은 발끈했다.그녀가 화를 내면 낼수록 계지원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갔다.예수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웃지 말라고!'그녀도 목소리가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예수진에 의해 입이 막히자 그는 겨우 웃음을 멈출 수 있었다.웃음을 멈춘 후에도 작은 손이 여전히 그의 입을 막고 있었다.계지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에 입 맞추었다.따듯하고 촉촉한 감촉이 느껴지자 예수진은 놀라 손을 빼냈다.대단한 테크닉은 아니었지만 그의 행동에 그녀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미안해요. 어젯밤 참을 수 없었어요."계지원은 진지하게 사과했다.그의 말에 예수진은 어이가 없었다.계속 소리치며 거절했으나 계지원이 끝까지 밀어붙이는 바람에 목소리가 다 쉬어버렸다."다음엔 참아 볼게요.""칫."예수진은 할 말을 잃었다.함께 한 두 번 중 그는 한 번도 자제해 본 적이 없었다.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가 오랫동안 솔로였을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순간 그녀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프로그램 녹화 중 계지원은 그녀와 처음이었다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이후 계지원이 그 말은 거짓말이었다고 덧붙이지 않았지만 예수진은 그 인터뷰 내용이 거짓이었다고 혼자 단언했었다.그러나 지금.예수진은 자신 이외에 다른 여자는 없다고 했던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었다."배고파요?"계지원이 물어왔다.아까 자신의 행동에 미안했는지 다른 화제로 돌린 것이다.그제야 예수진은 정신이 돌아왔다.점심과 저녁 모두 먹지 않았으니 배가 너무 고팠다."조금 기다려요. 먹을 것 가져올게요."계지원은 안간힘을 쓰며 침대에서 일어났다."내가 갈게요."예수진이 그런 그의 모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972화

    예수진은 급히 다른 화제로 돌렸다.[늦은 시간인데 아직 안 잤어?][늦은 시간에도 너는 문자를 보냈잖아?]예수진은 할 말을 잃었다.소이연은 또 답장을 보냈다.[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 와서.][내일 루카스랑 임아영이 결혼하는 것 때문에 그래?]예수진이 허를 찔렀다.[그거랑 상관없어. 그냥 불면증이야.][정말?][그래.] [말해줄 비밀이 있다고 했잖아?]소이연은 한참이나 답장이 없었다.예수진은 그 시간 동안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다.그녀는 성격이 급했지만 소이연은 덤덤한 성격이었다.예수진은 그런 소이연의 성격에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예수진이 답장을 쓰고 있는데 소이연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무슨 비밀이기에 통화로 얘기하는 거지?예수진은 궁금해서 급히 전화를 받았다."이연아.""목소리가 왜 그래?"소이연이 미간을 구겼다."..."예수진은 자신의 목이 쉰 것을 잊어버렸다."감기 걸린 거야?""아니.""그럼 목소리가 왜 이래? 왜 이렇게 된 거야?""어..."예수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목이?"똑똑한 친구여도 너무 피곤했다. 아무런 비밀도 존재할 수 없으니."축하해."예수진이 아무런 대답도 없었으나 소이연은 자신의 추측을 확실시했다."사실 좀 힘들었어.""응?""그게..."예수진은 참지 못하고 말을 털어 놓았다.원래는 소이연의 얘기를 들으려 했었으나 어느새 예수진이 쉰 목소리로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었다."..."소이연은 듣고 난 후 한참이나 아무런 말이 없었다."내가 욕심이 많은 거야?"소이연이 급하게 대답했다."아니. 하지만 네가 더 적극적이여도 될 것 같애.""너는 해 봤어?""그런 기회가 없었어.""맞다. 너 아직 혼자지.""수진아, 할 말 있어. 나 연애 시작해.""헐!"소이연의 말에 예수진은 깜짝 놀랐다.비밀을 들으려고 통화를 시작했다는 게 이제야 기억이 났다.그러나 이 비밀은 너무나 놀라웠다."연애하기 시작했다고? 루카스?"예수진이 조심스럽게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973화

    전화를 끊은 후, 예수진이 고개를 돌리자 방문 앞에서 휠체어에 앉은 계지원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언제부터 여기서 있었단 말인가.그제야 그가 먹을 것을 가지러 나간 것이 기억났다.애를 낳은 후 기억력이 빠르게 감퇴해졌다.계지원은 휠체어를 밀며 팥죽을 들고 들어왔다.사실 예수진은 달콤한 죽을 먹고 싶었다.계지원에게서 팥죽을 받아 들고 예수진은 허겁지겁 먹으면서 물었다."먹었어요?""아니요.""...""먼저 먹어요. 나는 조금 있다가 먹을게요.""같이 먹어요.""당신이 부족할까 봐요.""한 그릇만 남은 거예요?""그건 아니에요.""그럼 혼자 한 그릇 덜어 먹어요."예수진은 진짜 할 말을 잃었다.계지원이 임신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멍청해진 거지?갑자기 그가 당한 교통사고가 생각났다.그때 진통제를 너무 많이 맞아서 그런 건가?"네."계지원은 낮게 답했다.휠체어를 밀면서 떠나려고 할 때 걔자원아 갑자기 물었다."소이연 씨가 연애를 한다고요?""들었어요?"예수진은 팥죽을 먹으면서 답했다."목소리가 너무 커서요.""네. 연애 한대요, 심문헌이랑.""잘됐네요 "계지원은 낮게 중얼거렸다."잘 됐다고요?"예수진은 살짝 발끈했다."이연은 육현경이랑 함께 해야죠?""육현경 씨는 이미 죽었어요. 이연 씨가 평생 혼자 살 수도 없잖아요.""육현경이 죽지 않았다면요?""사람은 죽어서 환생할 수 없어요.""말해도 믿지 않을 거예요."예수진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어찌 됐든 소이연은 이미 심문헌과 연애를 시작했다.계지원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주어도 스트레스만 던질 뿐이다."이연이가 서울 쪽 일만 마무리되면 심문헌 씨랑 같이 만나재요.""네."계지원은 심드렁하게 답했다.소이연이 연애를 시작한다는 소식에도 그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팥죽 안 먹어요?"예수진은 다시 그에게 물었다.이미 그녀는 한 그릇을 비웠다.계지원은 고개만 끄덕일 뿐 움직이지 않았다.예수진이 왜 그러냐고 묻기 전에 계지원은 큰 용기를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974화

    소이연은 전화를 끊고 한참이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랬다.그녀도 인정했다.내일 육현경과 임아영의 결혼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이미 모든 것을 받아 들였기에 무덤덤할 수 있었다.그러나...계속 마음이 불편했다.아마 육현경이 결혼을 하고 나면 괜찮아질 수도.소이연은 몸을 뒤척이며 잠에 들려고 노력했다.그때, 카카오톡 알람이 울렸다.소이연은 처음에 예수진인줄 알았다.그러나 예수진은 몇 분 간격씩 자주 메세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핸드폰을 들어 올리자 심문헌이 보낸 메세지임을 알았다.[자는 건가요? 이미 서울에 도착했어요.]소이연은 마음이 살짝 아파왔다.심문헌이 서울에 온다는 말도 없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다음 날 둘은 서울에서 함께 놀 생각이었다. 그러나 심문헌은 일 때문에 급히 낙성으로 돌아가야 했고 그렇게 두 날 동안 연락도 없었기에 만나지 못할 줄 알았다.깊은 밤에 소이연은 급히 심문헌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예요? 금방 비행기에서 내린 건가요? 데리러 갈까요?""아직 안 잤어요?"예수진과 똑같은 그의 에 소이연은 미간을 구겼다.그녀를 방해할까 봐 밤에 메세지를 가득 보낸 두 사람이었다.어쩌면 심문헌과 예수진은 잘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예수진이 그를 만난다면 아마 그에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아직요.""내일 육현경의 결혼 때문에요?""알면서 물어요?" 소이연은 투정 부리듯 되물었다."... 상처받았어요."심문헌은 가슴 아프다는 듯 입을 열었다."됐어요. 어디 있어요? 데리러 갈게요.""괜찮아요. 형님 보고 데리러 오라고 했어요.""..."언제부터 이렇게 가까워졌단 말인가."안 오겠다고 해서 안 오면 당신을 부르겠다고 하니까 오더라고요."심문헌은 우쭐대듯 말했다.천우진은 항상 심문헌의 말을 결국 잘 따랐다."결국 이연이를 깨웠네요."전화기 너머에서 천우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님, 제가 깨운 게 아니라 옛애인 때문에 이연 씨가 잠에 들지 못한 겁니다."심문헌은 불쾌감을 내뿜으며

최신 챕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1화

    다들 숨을 죽이고 송문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눈엔 눈물이 가득해서 눈을 조금만 깜빡여도 쏟아질 정도였지만 그녀 역시 온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송문수는 그 정적 속에서 입술을 말아 물며 많은 고민을 거쳐 마침내 입을 열었다.“결혼하자.”그 대답이 들리기까지의 몇 분이 하객들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지수도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송문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번 더 소리높이 외쳤다.“하지수, 결혼하자. 너랑 결혼하는 게 내 평생의 소원이었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네가 지금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해도 넌 이제 평생 내 여자야. 다시는 너 다른 남자한테 안 보내. 아주 박력 넘치는 남자가 될 거라고.”“난 후회 안 해.”송문수와의 결혼을 하지수가 후회할 리는 없었다.그때 예수진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송문수는 그제야 이 자리의 주인공이 예수진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다급히 하지수를 데리고 내려가려 했다.그런데 그때 예수진이 빨간 보석함 하나를 송문수에게 보여주었다.“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알지?”그 안에 들어있는 건 송문수가 하지수를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반지였다.익숙한 상자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을 기억해낸 송문수였다.송문수는 하지수에게 가장 특별한 반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초빙하며 큰 공을 들였었다.“이제 네가 가져.”예수진이 그것을 송문수에게 건네주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는 천천히 보석함을 열어보았다.반짝이는 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반짝이는 반지를 집어 든 송문수는 하지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자신이 상상해왔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하지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송문수 역시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지수야.”송문수의 부름에 하지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내가 진짜 나쁜 놈이었어. 맹세할게, 앞으로는 진짜 좋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0화

    그런데 하지수가 이런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송문수가 그 먼 타지로 떠나버린 것이다.그래도, 송문수가 정말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정말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 해도 송승우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하지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물론 자신을 쉽게 포기하는 송문수에 잠깐 실망도 했었다.그러면서 송문수에게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예수진과 소이연이 저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송문수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지수는 영원히 송문수가 오래도록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하지수를 보던 송문수는 가슴이 아파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시 움츠러들었다.지금 송문수는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몰랐다.혹여나 자신의 선택이 하지수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송문수는 괴로워하고 있었다.너무 괴로워서 생긴 착각인지, 송문수는 하지수도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하지수 배 속의 아이였다.물론 송승우의 아이라 해도 송문수는 상관없었지만 하지수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가 그의 의문이었다.“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가 아니고, 네가 오래전부터 날 좋아해서도 아니고, 날 위해 많은 걸 준비해줘서도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래서 결혼하고 싶어. 다른 거랑은 아무 상관없어.”하지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문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네가 좋아하는 건 송승우잖아.”“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송승우 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끝난 사이였어. 말했잖아, 그때 좋아한다고 느꼈던 감정은 그냥 습관 같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미안해서가 아니라 그냥 네가 좋아!”매번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믿질 못하는 송문수 때문에 하지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물론 송문수가 자신을 믿지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송문수가 본인한테 자신감이 너무 없는 것 같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9화

    파티장 안의 모든 불빛은 송문수와 하지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무대 중앙에 선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송문수도 사람들 틈에서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지금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냥 가버릴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하지수는 자신이 이런 용기를 내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조용한 그 공간에서 송문수가 갑자기 무대로 향해 걸어갔다.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확실했다.그래서 하지수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더 이상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로.모두들 숨죽인 채 송문수와 하지수를 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졸이는 건 예수진과 소이연이었다.겁이 많은 송문수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송문수가 책임감은 있어서 하지수를 혼자 남겨두진 않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송문수가 하지수에게로 다가섰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송문수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울대는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심경에 크나큰 변화가 일었지만 애써 본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지수야, 이건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러다 갑자기 내뱉은 말에 하지수는 송문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걸 찍었는지도 모르겠어.”송문수는 이번에도 장난인 척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너도 알잖아 나 이상한 거. 충동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말을 마친 송문수가 직원을 찾아가 영상을 지우려 하자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난 이미 진지하게 받아들였어.”그 말에 발이 잡힌 송문수는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애써 늦추며 말했다.“미안해.”송문수의 갈등과 무력함을 보아낸 하지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 만약 네가 신경 쓰인다면... 앞으로 네 앞에 안 나타날게. 너도 나 같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그럴 가치 없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8화

    오늘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외향형인지 호응도 아주 잘해줬다.“네! 궁금해요!”“한 여자를 위해선데요.”“누구예요?”“바로 하지수입니다.”영상 속의 자신이 한 자 한 자 내뱉는 말들을 듣던 송문수는 그제야 이게 자신의 프러포즈 영상이었음을 깨달았다.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여기 있는지 당황스러웠지만 항상 일 처리에 미흡한 예수진이 이번에도 실수한 거라 생각해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 영상을 멈추려 했다.그런데 그가 발을 내디디자마자 육현경과 하도경이 그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하지수는 제 아내입니다.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준 적이 없었죠. 사실 저는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제가 너무 비겁해서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저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유치한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만 줬어요.”영상 속 송문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미안해 지수야. 나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괜한 질투로 널 몇 년 간 힘들게 한 걸. 매일 밤 널 안고 자고 싶었는데도 난 자존심 때문에 그런 말 한마디 못했어. 그래서 내 인생이 좀 덜 재밌었던 것 같아. 너라는 복지가 부족했잖아.”감동하며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참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고백 영상이었다.“사랑해, 지수야.”뒤이어 마침내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 송문수의 눈은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게 내가 아니니까 점점 비참해지더라.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방법으로 네 시선을 끌려고 했어. 그때만 생각하면 아무리 나라도 너무 멍청한 것 같더라.”“하지만 이젠 아니야.”“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돼도 세상에서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는 될 수 있어.”“더 이상 너한테 성질도 안 내고 부려먹지도 않을게. 괜한 질투 때문에 너 상처받게 하지도 않아. 우리 집은 이제 너한테 맡길 거야. 돈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7화

    파티장에 들어와 보니 계지원과 예수진이 아들딸과 함께 와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인사를 마친 예수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하지수를 불렀다.“이번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아들의 영원한 이모일 하지수 씨를 모셔보겠습니다.”파티장 한구석에 선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까는 제대로 볼 엄두가 안 나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녀의 배가 꽤나 불러온 것 같았다.옷을 입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 게 이미 임신 몇 개월은 된 것 같았다.정말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이렇게 빨리 임신한 하지수가 송문수는 조금은 원망스러웠다.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하지수는 누군가를 찾는 듯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한참이 지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급히 눈을 피하던 송문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하지수의 시선은 이미 사라져있었다.그에 송문수는 그녀가 찾던 건 아마 송승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런데 끝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송승우 때문에 그저 시선을 거둔 것 같았다.“우선은 수진이 아들 이모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요.”“수진이가 제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면 꼭 사돈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저도 우리 조카 귀여워서 너무 사랑하거든요.”“하지만 사돈은 저 혼자 맺는 게 아니잖아요. 애 아빠 입장도 있고 하니까요.”그러자 예수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그럼 얼른 애 아빠부터 불러서 오늘 사돈 한번 맺자!”“아이 아빠는...”그녀의 말에 담담히 웃던 하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보던 송문수는 정말 송승우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내어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런 날에 하지수를 혼자 이곳에 보내고 또 혼자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수진아, 내가 무대 좀 써도 돼?”“당연하지,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한 거야.”“아, 아니다. 내 미래의 며느리를 위한 거지.”예수진의 한마디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6화

    하지수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송문수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당연하지.”“진짜야?”“내가 왜 널 속이겠어?”“그런데 왜 안 데려왔어?”“이번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괜히 고생만 할까 봐 안 데려왔어.”“나중에 기회 되면 데리고 올 거야.”“예뻐?”“내가 안 예쁜 여자 사귀는 거 봤어? 외국 여자들은 몸매도 좋아. 원래 S라인이 내 취향이잖아.”“사진 있어?”하지만 저 질문에는 송문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능청스레 대답했다.“있지.”“내가 봐도 돼?”“왜? 뭐 심사라도 해주게?”“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보면 너 상처받을까 봐 안 보여줄 거야.”“괜찮아.”송문수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려 했지만 하지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다음에 직접 데려와서 보여줄게.”“지금 보고 싶어.”“카메라는 잘 안 받아서 실물보다 별로야.”“왜 안 보여주는 거야? 설마 없는 거야?”“설마 내가 너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 마. 난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거든. 절대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송문수가 확신에 찬 말을 하자 하지수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매달린 적이 있긴 해?”그런 하지수의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아파왔지만 송문수는 꾹 참기로 했다.송승우의 아이를 가진 하지수는 이미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으니까.“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지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멀어져가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한편 화장실로 들어온 송문수는 물을 틀어놓고 손을 몇 번이니 씻어댔다.더 이상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까부터 한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더 씻으면 손 터져.”그 모습을 본 하도경이 직접 물을 꺼주자 송문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도경이 건넨 휴지를 받아 손을 닦아냈다.“고마워.”“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좋으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5화

    백일잔치가 시작되기 전 예수진은 소이연과 친구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급히 다가왔다.“왜 혼자와?”“그럼 누구랑 와?”“우리 조카는?”“아, 엄마한테 맡겨놨어. 먹고 싸는 것밖에 할 줄 몰라서 재미없어.”“...”“그러는 너는 좀 어때?”“뭐가 어떠냐고?”“네 애 말이야.”예수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의 찻잔이 쨍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아직 파티가 시작되기 전이라 차만 마시고 있던 남자들이었는데 송문수의 손에 들려있던 찻잔이 미끄러지면서 안에 있던 차가 흘러나온 것이다.송문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찻잔을 집어 들더니 휴지로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그 얼굴에서 당황스러움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찻잔을 떨군 건 그저 우연이라는 듯 하도경, 육현경과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를 보며 하지수도 입을 열었다.“잘 있지. 전에는 좀 힘들었는데 이젠 잘 먹고 잘 자.”“너 살 좀 찐 것 같아.”“응, 2킬로 넘게 쪘어.”“그럼 됐어.”하지수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던 예수진은 파티가 곧 시작한다는 말에 계지원과 함께 자리를 떴고 그녀가 떠나가 테이블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아마도 얘기를 다 나눈 남자들 때문인 것 같았다.가만히 있기도 뻘쭘했던 하지수가 주전자를 들려 하자 송문수가 빠르게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고마워.”하지수의 인사에 송문수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한참 동안 둘 사이에는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그러다가 결국 송문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너 임신했어?”“응.”“빠르네.”송문수는 의미 없는 웃음으로 자신의 착잡한 마음을 감추려 했다.적어도 결혼한 다음에야 임신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송승우의 아이를 가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래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인신고만 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송문수는 자신의 생각이 점점 커지는 게 싫어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너 혼자 온 거야? 송승우는?”“서울 갔어.”“몸은 괜찮아졌어?”“응, 의족 해서 이젠 잘 다녀.”오랫동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4화

    예수진은 빠르게 소이연에게 문자를 보냈다.[이연 언니, 송문수 왔어요. 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 방금 안으로 들어갔어요!][내가 진짜 올 거라고 했잖아요.][내 매력이 그 정도일 줄 몰랐죠.]역시나 능청스럽게 받아치는 예수진에 어이없다는 이모티콘을 보내고 난 소이연은 송문수의 인영을 찾으려 두리번거렸다.하도 큰 키 덕분에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우뚝 솟아있는 송문수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문수야.”마찬가지로 그를 알아본 육현경이 인사를 건네자 송문수는 빠르게 그들에게로 다가갔다.“언제 왔어?”“어제 오후에.”“왔는데 왜 말도 안 해? 사업 잘된다고 이젠 우리도 모른 척하는 거야?”“아무리 잘 되봤자 내가 현경이만큼 돈이 많진 않아.”볼멘소리를 하는 하도경에 맞는 말로 반박하자 하도경도 딱히 할 말이 없는지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언제 가?”“모레 비행기야, 내일 집 가서 부모님만 뵙고 가려고.”“그래서 우리 만날 시간은 없다 이거지?”“이번엔 시간이 좀 빠듯해, 거기 일도 많고. 오늘 보지 뭐, 술 제대로 마시자 한번.”“너 진짜 많이 변했어 송문수, 이렇게 진지하진 말아 줄래?”적응되지 않는 송문수의 말투에 하도경이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그럼 어쩌라고.”“나는...”판을 깔아주니 말하기 어려웠는지 하도경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술 마셔 그냥.”“그래.”또 무슨 바람이 분 건지 둘은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파티의 주인공이 자리하기도 전에 술부터 마시기 시작했다.육현경이 그런 그들을 말리려 할 때 송문수의 옆에 문득 한 여자가 앉았다.그에 술잔을 들고 있던 송문수도 잠시 멈칫했다.굳이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아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에 힘을 주며 술잔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송문수를 한번 보던 소이연은 하지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지수 씨, 왔어요?”“네.”“혼자예요?”“네.”혼자라는 말에 송문수의 손은 아까보다 더 하얗게 질려버렸다.“혼자니까 더 조심해요 다닐 때.”“그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3화

    그로부터 반년이 지나서야 송문수는 마침내 국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캐나다에 있는 회사도 이제 정상적으로 흘러가자 귀국한 거였지만 그도 그냥 예수진 아들의 백일을 축하하러 온 것뿐이었다.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송문수가 나갈 때까지만 해도 배가 부른 채로 있던 예수진이 벌써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백일까지 맞이하게 된 것이다.오랜만에 온 장안시였지만 송문수는 자신의 귀국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저 본인의 집으로 향했다.오랫동안 비워둔 집이라 그런지 온통 먼지투성이여서 일단 도우미부터 부른 송문수는 아주머니가 정리를 마친 다음에야 침대에 몸을 뉘일 수 있었다.떠나기 전만 해도 이곳에서 사랑하던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는데.이제는 그 모든 게 다시는 들춰선 안 될 과거가 돼버린 것 같았다.해외에 있던 시간 동안 송문수는 부단히 하지수를 잊으려 애쓰고 있었다.물론 정말 잊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하지만 하지수와 송문수가 반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었다.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할 때도 같은 집에 살던 하지수는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그저 우연히 한 번, 그녀의 뒷모습이 화면에 스친 게 전부였다.몸을 뒤척이던 송문수는 내일의 백일잔치에 대해 생각했다.내일 가면 친구들이 무조건 술을 권할 텐데,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은 탓에 송문수는 지금 자신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그래도 푹 쉬면 조금은 낫겠지 싶어 그대로 잠을 청한 송문수는 이튿날 아침이 돼서야 눈을 떴다.언제부턴지 부모님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버린 탓에 송문수는 이젠 밤을 새우는 게 오히려 힘겨웠다.그렇게 여유롭게 준비를 마친 그는 한 번 더 깔끔하게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집을 나섰다.너무 이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은 딱 적당한 시각에 집을 나선 그는 문득 옛날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을 지었다.예전에는 어쩜 그리 특이하게 살아왔는지, 참으로 유치했던 것 같다.해외에서 반년 동안 혼자 살아서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